Best 포스팅을 빌미로 한해정리를 한하고 넘어가면 새해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정말... *.*
괜스레 일감 진도 잘 안나가는 것 같다. 얼른 마무리하고 열심히 일해야지!
2013 최고의 책 3
읽고 난 직후엔 어찌나 별점 평을 후하게 주는지, 별 넷짜리중에서도 세 권 고르느라 좀 힘들었다. ㅋㅋ 주로 상반기에 읽은 책들이 많아놔서 기억이 가물가물...
<감응의 건축> 너도나도 큰돈 들여 흉측하고 에너지 낭비하는 괴상한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요즘이라 지은이의 건축관과 무주 프로젝트가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등나무 꽃이 한창 피어 꽃그늘을 드리울 때 나도 무주 공설운동장에 한번 가보고 싶다. 게으름 부리다가 과천에서 열렸던 정기용 아카이브 전을 못본 것이 천추의 한. ㅠ.ㅠ
<그레이스 1, 2> 마거릿 애트우드는 오래 전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혼자 속으로만 논문 주제로 생각했던 작가였는데 ㅋㅋㅋ 정말 완벽한 꿈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선 현대소설을 잘 읽히지도 않고, 특히 캐나다 작가는 다루지도 않는 걸 몰랐지 뭔가. 암튼 원서로 읽다가 어딘가 던져둔 책의 번역본이 나왔길래 얼른 꿍쳐놓았다가 읽었다. 잠자기 전에 읽으려다 날을 하얗게 새우곤 할 정도로 탐독했던 건 생각나는데 벌써 그 감흥은 다 지워지고 이거 원....
1843년에 벌어졌던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1권은 정말 홀딱 빠져들어 읽었는데 다 읽고도 진실은 저 너머에 ㅋㅋㅋ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순전히 나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준 독서의 의미로 막판에 선택됐다. 연말은 다가오고 밀린 일에 치여 잠을 자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글자는 쳐다보기도 싫던 나날이 있었으나, 이 책 덕분에 좀 킬킬대며 그런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2013 최고의 영화 3
<레미제라블> 다들 2012년 연말에 보고 베스트로 꼽기도 했던 영화를 난 느즈막히 1월에 본 덕분에 2013 베스트에 넣을 수 있었으니 퍽 다행이다. 러셀 크로의 노래는 좀 안습이었지만 앤 해서웨이의 연기와 애절한 노래가 그의 삐끗함을 다 덮었다.
<마지막 4중주> 결국 한번 더 보러 가진 못했지만 먹먹한 감동의 여운은 잊히지 않았다. 말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 영화.
<그래비티> 누군가는 산드라 블록의 허벅지에 관한 영화라고 우스개소리를 하던데, 그 말도 맞다. 역시나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스토리랄 것도 없지만 온몸이 뻐근한 감동이 있었다. 대단한 영화라고 느꼈음.
그밖에 본 영화들: 베를린 / 라이프 오프 파이 / 7번방의 선물 / 파파로티 / 위대한 개츠비 / 비포 미드나잇 / 감시자들 / 알마냐 / 500일간의 썸머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내 아내의 모든 것 / 아티스트 / 그래비티
2013 최고의 전시 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 (자세한 후기는 여기로)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자세한 후기는 여기로)
김환기 탄생 100주년전 -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
앞의 두 전시에 대해선 꼼꼼히 포스팅도 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김환기 탄생 100주년 전은 기대보다 더 좋았다. 꽁꽁 얼어붙은 혹한의 부암동 미술관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한가하게 찬찬히 그림과 건물을 다 감상할 수 있었다. 환기미술관은 건축물로도 유명해서 실내에선 그림은 물론이고 창문 하나도 사진을 못찍게 한다. ㅎ
겉에선 뭐가 그리 잘 지은 건물인가 잘 모르겠다 싶지만 전시실을 돌아다녀보면 미술관으로 딱 맞게 참 공간을 잘 만들어냈다 싶고 부암동의 언덕배기에 잘 어울리게 들어앉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크고 작은 김환기의 작품을 실컷 둘러보며, 그림 하나 가져가라면 뭘 가져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가 아트숍 2층에 있는 유품과 기념사진들까지 다 보고난 뒤 건물 외관을 한 바퀴 돌고는 엄청 뿌듯했다. 손가락이 곱아 사진은 죄다 흔들리고 그날의 감흥이 살지 않았지만.... 서울도성 성벽을 본떠 두른 담벼락에 매달린 담쟁이도 김환기의 작품 같았다.
왼쪽 사진 문 안쪽의 우물 같은 모양은 1층 중앙전시실에선가 올려다보이는 천창이고, 그 위로 솟은 두 개의 아치가 3층 지붕인데... ㅋ 사진 참 못찍었다. 우주를 담은 김환기의 점화 못지 않은 자연의 작품이라고 감탄했던 담쟁이는 확실히 실물이 훨씬 멋지다. 2013년 연말까지 전시로 알고 있었는데, 1월 26일까지 연장했다는 듯하다. 그치만... 입장료 만원이나 받으면서 100주년 기념 브로셔도 없는 건 좀 불만.
그밖에 본 전시들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옛사람의 삶과 풍류 - 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
팀 버튼 전 (얼렁뚱땅 통합 후기는 여기로)
고국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헝가리 왕실의 보물 전
2월에 몰아서 본 프라하, 풍속화, 팀버튼 전은 역시나 몰아서 후기를 올렸으니 언급 생략하겠고, 정선 화첩과 헝가리 왕실 보물전은 경복궁 옆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걸, 안내 없는 시간에 후딱 둘러보고는 포스팅도 못했다. 겸재 정선화첩이 외국에 팔렸다가 한국에 되돌아오게 된 사연을 담은 방송을 얼핏 본 것 같다. 아주 작은 화첩이라 애개개 싶었지만 <금강내산전도>는 복제본으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1주일에 한번씩 화첩 그림을 달리 펴놓는다니
금강내산전도, 겸재정선화첩
틈날 때 한번 더 들여다봐야지 싶다.
헝가리 왕실 보물전은 뭐 크게 감탄할 건 없지만 옛날 유럽 복식이나 식기류를 참고하기엔 좋음. 어차피 고궁박물관엘 갈 거라면 상설전시를 보는 쪽이 더 알차다. 궁궐에 있던 진짜 보물들은 죄다 고궁박물관으로 옮겨놓았기 때문. ^^; 주문제작품이라 롤스로이스 사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순종의 어차 두 대는 언제 봐도 참 새끈하다. 그 모든 볼 거리가 다 무료라는 점!
2013 최고의 공연 3
오페라의 유령 (간단 후기는 여기)
몬테크리스토 (대충 후기는 여기)
이원국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최고고 자시고 공연이랍시고 딱 이 셋을 봤다. ㅠ.ㅠ 그나마 대비마마가 연말에 스스로 예매해 놓고 강권한 호두까기 인형 아니었으면 셋을 꼽을 수도 없었겠다. thanks to mom. ㅋㅋ 이원국 발레단은 지역 문화회관에서 해마다 공연을 하는 모양인데 나로선 첫 경험이었지만 가격대비 완전 훌륭했다.(단돈 만오천원) 전막 공연도 아니고 공연장이 구청 문화회관이다보니 무대의 제약도 많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TV에서나 보던 이원국 단장의 나이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내심 젊은 사람들한테 주인공 안맡기고 왜 본인이 주연을 하나 의아했더니 도약이며 회전이며 젊은 발레리노 못지 않더군! 정말 놀랐다. 그리고 겨우 중3이라는 여주인공도 완전 예쁘고 실력도 뛰어나고... *_*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만끽하며 흐뭇했다.
2013 최고의 발견 3
1. 붙이는 핫팩 ^^
친구가 하나 써보라고 주어서 알게 된 붙이는 핫팩. 주머니에 넣는 작은 핫팩은 궁궐답사할 때도 몇번 써봤지만 효과가 몇시간 못가는데 반해, 파스처럼 붙이는 스티커형은 옷 위에 붙여놓으면 6, 7시간은 족히 뜨끈뜨끈하다. 12시간짜리도 파는 듯. 대비마마가 체기가 있다던 날 내복 위에 두개를 떡 붙여드렸더니 찜질팩 못지않은 효력을 발휘했고, 한달에 한번 마법에 걸렸을 때 아랫배에 붙여놓으면 뜨뜻하니 아주 좋다. 10개들이로 사놓았는데 담엔 아주 박스째로 사댈지도 모르겠다. 주변에서도 코스코에 가서 박스째로 사다놓고 쓰는 집이 꽤 되는 것 같다. 난방 부실한 학교에 맵시 때문에 절대 외투 안입고 교복만 입고 등교하는 딸들에게 억지로 붙여준다나 ㅋㅋㅋ
2. 서촌 골목길
경복궁 서쪽의 서촌이 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뭐 또 삼청동 꼴 나겠지 하고만 생각하다가 직접 가보니 삼청동이나 북촌과는 또 다른 자연미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선의 그림으로 남아있는 수성동 계곡도 볼만했고... 대표로 서촌 골목길을 적긴 했지만 성곽 둘레길 주변에 아직 꽤 볼만한 정겨운 골목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 더 찾아볼 생각이다.
스페인에서 찍어왔다고 뻥칠 수도 있을 듯한 서촌 골목의 어느 건물 ^^; 가우디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도 확인가능한 수성동 계곡의 돌다리 |
3. 동네 산책로
서울 반대편에 사는 후배가 아 글쎄 '안산'으로 가벼운 등산겸 나들이를 온다는 말에 엥? 했다. 동네 산책로를 정비했다는 얘기는 벌써부터 들었고 대비마마의 실버합창단이 봄엔가 동네 뒷산 쉼터에서 공연도 한다고 들었지만 나몰라라 했었는데 퍽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아 다른 동네에서도 원정 올 정도란 얘기였다. 그제야 나도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동했으니 참... 못말린다 ㅎㅎ 암튼 동네마다 지자체에서 공원정비는 참 잘하는 것 같다. 겉보기 생색만큼 생태보존도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해발 500미터도 안되는 뒷산 정상을 나도 언젠가는 올라갈 날 있겠지. 아래 사진은 모두 안산 오르는 산책로 초입이다. ㅋ
2013 최고의 드라마, 음반, TV 부문은 뽑지 못하겠다. 진득하니 애정을 품고 본 드라마가 거의 없다. 노희경 드라마도 실망스러웠고, <나인>이 괜찮다는데 한꺼번에 봐야지 그러고선 결국 못봤으며, <응답하라 1994>도 난 별로여서 보다말다 했다. 스팅이 10년만에 낸 앨범은 여러 장 사서 사방에 막 선물도 했지만 너무 뮤지컬 ost같아서 무조건 칭송하기 좀 뭣하고.... 애들 재롱 보는 맛에 보던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놓치는 때가 더 많고, 심지어 꼭 챙겨보던 <개그콘서트>도 깜박잊고 안보는 날이 많았다. 2013년엔 테순이 노릇을 좀 덜하고 살았던 듯...
p.s. 벨로의 댓글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보영과 이종석 나왔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꽤나 열심히 그리고 즐거이 챙겨보았다. 그러나 결국 못보고 지나친 1, 2회는 다시 찾아보지 못한 탓에 '완벽하게' 본 게 아니라고 생각했나보다. 특히나 주인공 이름 '장혜성'은 무려 우리 친할머니 이름과 똑같아서 엄청 반색도 했었는데... 이런 정신머리 하고는... 친구들의 할머니 성함이 최간난, 박점례... 같은 이름인데 반해 우리 할머니 이름은 내 이름보다도 세련된 느낌이라 어려서도 괜한 자부심을 품었던 것 같은데 그 이름을 요즘 드라마에서 딱 만나다니 이제껏 별로 연기 잘하는 줄 모르겠다 생각했던 이보영이 다시 보일만도 했는데, 암튼 여리여리한 느낌의 남녀 주인공 연기와 호흡이 엄청 좋았고, 조연들도 하나같이 제 몫을 다 했고 짜임새며 이야기며 다 훌륭했다. 특히 민준국으로 나온 정웅인 섬뜩하고 무서워서 죽는 줄...
2013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영부영하다 다 지났네
2012년에 이어 우겨댔던 안식년 타령은 어영부영 가난이 무서워서 6개월을 채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게다가 2주에 한번씩 꼬박 하루를 떼어 낯선 일을 시도하는 건 한편으로 삶의 자극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의미를 잘 모르겠어서 잘하는 짓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어쨌든 궁궐의 4계절 변화를 코앞에서 보는 건 즐거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겨울 내내 이상하게 궁궐 가는 날만 유독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는 뭘까? ㅋㅋ
암튼 궁궐공부나 하면서 탱자탱자 한가롭게 보내던 봄이 가고 여름부턴 꽤나 치열하게 다시 일에 매진했다. 돈벌이를 안하고 사는 삶은 어차피 내게 주어진 길이 아니니 어쩌겠나. 마감에 쫓기며 사는 인생을 탈피할 순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좀 성장을 하긴 한건가. ㅎㅎ
2014년 계획
1. 여전히 마감일정에 매여 살아가겠지만 그 사이 틈틈이 긴 여행을 반드시 갈 수 있기를... 계획에 앞선 결심부터 오래 걸리는 인간인지라 여차하면 패키지 여행이라도 따라갈 참이다. 불끈!
2. 운동을 좀 하긴 해야겠다. 연말에 한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또 고혈압과 빈혈 판정. ㅠ.ㅠ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것으로 보아 혈압은 그냥 그 전날 불면 때문인 것으로 여기고 싶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의 유전자가 있는데다 150을 넘긴 건 좀 심했다. 요즘 집에서 재본 혈압도 계속 정상범위보단 좀 높으니 일주일에 세번은 좀 나가서 걷기로. ㅠ.ㅠ 방구석족을 탈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오늘은 실천했음. 한집에 두 여자가 살며 똑같은 음식을 먹는데, 한 사람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늘 정상이거늘 왜 나는 빈혈일까? 연말엔 특히 고기도 많이 먹으러 다녔고 평소 커피도 많이 안마시는데 왜?! 역시나 아는 게 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