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4.01.06 2013 Best 7
  2. 2013.07.10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5
  3. 2013.03.05 2월에 놀고먹고
  4. 2013.01.11 2012년 나의 BEST 14
  5. 2012.12.06 스팅: Back to Bass Tour in Seoul 10
  6. 2012.08.03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8
  7. 2012.06.20 강수진 <까멜리아 레이디> 7
  8. 2012.04.22 한음파 공연 4
  9. 2012.02.17 재롱잔치 유감 12
  10. 2012.01.06 2011년 한해 정리 13

2013 Best

놀잇감 2014. 1. 6. 23:21

Best 포스팅을 빌미로 한해정리를 한하고 넘어가면 새해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정말... *.*

괜스레 일감 진도 잘 안나가는 것 같다. 얼른 마무리하고 열심히 일해야지!

 

 

 

Posted by 입때
,

 

6월 30일. 충무아트홀

2월에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나서 간만에 다시 뮤지컬 선망이 돋아, 뭘 또 볼까 고민하다 고른 게 <몬테크리스토>였다.

<레미제라블>도 좀 기웃거려 보았으나 배우들도 별로 마음에 안차고, 어쩐지 그건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을 기다렸다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ㅠ.ㅠ) 봐야할 것 같았다.

 

암튼 요즘 유행하는데로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할엔 무려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4명이 번갈아 출연. 내가 본 건 임태경-정재은 공연이었다.

 

마음 같아선 한달간만 특별출연한 류정한이나 엄기준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임태경이 아니면 안된다는 일행 때문에... -_-;

 

째뜬 공연은 흡족했다. 임태경의 노래 실력이야 뭐 워낙 검증된 바이고, 작은 키 때문에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좀 모자라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소름돋는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두만.

 

간만에 뮤지컬을 보러 다닌 거라 요즘 추세를 잘 몰랐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완전 클래식한 무대장치와 연출력으로 승부하는 고전이라면 <몬테크리스토>는 '신기술'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편이다. ^^

3D 영상을 한껏 활용하여 시작 장면부터 영화를 보는 느낌이더니 항해 장면, 바다 배경 영상과 무대장치를 교묘히 함께 써서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시체 담긴 자루를 배우들이 무대에서 던지면, 이후 풍덩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자루의 모습은 영상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충무아트홀이 워낙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짧고 음향도 좋은 편이어서 2층 객석에서 보면서도 극에 빠져들 수 있었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도 인상적이었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며 노래도 다 좋았는데, 이상하게도 음악이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ㅋㅋ <레미제라블>은 영화만 보고도 온종일 곡조를 흥얼거렸었는데... 드라마에 비해 음악은 좀 약한 뮤지컬인가 싶었다.

 

그나저나 공연주최측에 불만이었던 점은, 발음도 어려운 '쿼드러플' 캐스팅 주연에 조연들도 대부분 더블 캐스팅이던데, 왜 그날그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이름을 공연장 그 어디에도 적어놓지 않는지? 물론 공연 예매 때 남녀 주인공 이름은 스케줄표에 올라 있었지만, 팸플릿을 보아도 조연은 그날 누가 나왔는지 짐작만 할 뿐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모시기 힘든 주연 배우 캐스팅에 힘쓰느라 그런 데는 여력이 없었던 걸까? 흥! 포토존이랍시고 곳곳에 입간판이며 대형 포스터 걸어놓았던데 그 보다 먼저 공연장 입구에 배우 이름 정도는 공지하는 예의가 필요하겠다. (캐스팅보드 있었다는데 내가 못본 듯;; 근데 어디 있었던겨?? 티켓 현장수령하고 팸플릿사고 카페가서 음료수 마시고 포스터 사진 찍어오고... 그동안에 왜 못봤을까나;; +_+)

 

다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열망까지 들게 하는 감동 폭발 공연은 아니었지만, 째뜬 꽤나 즐거이 감상했다. 공연은 8월 4일까지.

Posted by 입때
,

2월에 놀고먹고

놀잇감 2013. 3. 5. 16:46

3월 중엔 어쩔 수 없이 슬슬 일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월엔 그야말로 참 열심히 놀고먹었다. 머릿속도 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기대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전시는 세 개나 봤잖니. ^^; 처음엔 다 따로따로 포스팅할 작정이었으나 벌써 다 기억이 가물거려 대강 기록만 해둘 요량이다. 안 그러면 몇달 지난 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릴 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입때
,

2012년 나의 BEST

놀잇감 2013. 1. 11. 03:31

2006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처음 몇해는 정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이젠 한해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깔끔하게 일년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들 지경이다. 우선은 여기 적어두고 돌아보며 홀로 흐뭇해하려는 목적이 크다 해도, 이웃들의 베스트 목록과 비교해보는 쏠쏠한 묘미 또한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말부터 어서 해야지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은 했으되 새해 들어 열흘이 넘도록 또 차일피일 마무리를 미루고만 있는 건 곤란하다. 덜 망설이고 덜 미루겠다는 새해결심을 했으면 한달은 좀 지켜야하지 않겠니,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나의 2012년은 너무도 성취한 것 없이 허송세월만 한 해로 남을 것 같아 두렵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내 소식이 궁금하면 인터넷 서점에 내 이름을 쳐 근황을 확인한다는 이들이 더러 있는데 작년엔 내내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새 일 안해요? 새로 나온 책이 없네... 그들의 물음에 대답하기가 나도 부끄러웠다. 2012년엔 정말로 내 이름을 옮긴이로 달고 나온 책이 딱 '한권' 출간되었다. 출판불황을 탓하기엔 나의 나태함이 제공한 이유가 너무도 커서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다. 1년에 번역 한권 하고도 거뜬히 먹고 살만한 수입이 되는 처지도 아니면서 이 무슨 행태인지! -_-;

 

어쨌거나 2012년 한해 내내 이런 게 최고로 좋았다는 시답잖은 목록이라도 뽑아 놓고 지난 삶의 의미를 찾아볼 요량이다.

 

 

 

 

Posted by 입때
,

작년1월에 스팅의 심포니시티 투어 공연이 끝나고 나서, 후유증 비슷한 걸 앓으며 스팅 공연을 또 보려면 5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한참이나 공연후기 올린 블로그를 기웃거렸다. 근데 누군가 자신있게 단언한 사람이 있었다. 스팅, 1년 안에 또 투어 다닐 거니까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뭔가 좀 아는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인 것 같아서, 한국엔 언제오나 스팅 공식 사이트를 종종 확인했다. 그러더니 진짜로 전세계 투어 스케줄이 차츰 잡혔고, 유럽과 미주를 죄다 돌고돌고 돌아 이스탄불, 베이루트 등지에 이어 아시아 도시 차례가 도래했다. 또 다시 한겨울이긴 하지만 그게 어디냐!

드디어 서울 공연 날짜가 잡히고 티켓오픈일이 공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온갖 준비를 마쳤으나 ㅠ.ㅠ 막상

티켓오픈 정시에 아무리 재빨리 손을 놀려도 자꾸 순서를 놓친 뒤  성공한 자리는 무려 19번째줄. 컴퓨터도 새걸로 바꿨는데 우쒸! 갈까말까 망설이다 플로어석 거의 제일 뒷줄에서 봤던 작년에 비하면야 엄청 좋은 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암튼 속상했다. 공식 스팅 팬클럽 유료 멤버십 회원은 더 일찍 예매가능하다고 해서 무려 20달러나 내고 가입했는데, 다른 나라 예매링크는 죄다 들어가지는데 우리나라 예매링크만 먹통인 건 또 뭐냐! 공연 주최측이 어디였는지 모르겠으나, 여러모로 각성하라 각성하라! 티켓값은 무려 198,000원이나 받아처먹고도, 멋진 포스터 한장 안 만들어붙였으며 제대로 된 플래카드 한 장 없다니! 공연장 입구를 알리는 싸구려 플래카드도 공연 끝나고 나와보니 이미 치우고 없었다. 현대카드가 슈퍼콘서트 빌미로 티켓값 엄청 올려놨다고 불평했는데, 그래도 걔네들은 시스템이라도 빵빵했구나 싶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판 25주년 기념 앨범 역시 아무래도 짝퉁이 의심된다! +_+

게다가 이번에도 공연날 웬 폭설?! 그나마 작년 공연땐 차타고 가는 중에 폭설에 길이 막혀 지각사태를 빚었던 반면, 눈이 미리 내려 처음부터 차를 버려두고 간 덕분에 일찌감치 올림픽공원에 당도해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19째줄이라고는 해도 정가운데라 스팅의 표정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감지덕지. 폭설 때문에 30분 늦게 시작된 공연은 정말이지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2012년 12월 5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우왓... 허스키하면도 동시에 낭낭한 목소리 그대로인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으나 스팅의 외모가 더 젊어진 느낌! 스리살짝 비치면서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로 강조된 저 근육질의 몸매를 보라. ;-p

심포니시티 투어 때처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게 아닌데도 5인조 밴드의 완벽하게 꽉찬 연주와 편곡은 음향시설 열악한 체조경기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게다가 예전엔 짧은 인삿말도 고집스레 영어만 고집하더니, 요번엔 우리말로 '안녕 서울!' '고마워'를 외쳐준 스팅. 귀엽다잉...  ㅋ

중간중간 대놓고 관객의 호응과 떼창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서 일행 하나는 요번엔 왜 이렇게 관객한테 요구사항이 많으냐고 투덜거리기도 했으나, 나로선 관객과 혼연일체가 되려는 스팅의 노력에 사람들이 잘 안따라주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특히 우리 앞줄에 어린 딸 데리고 와 앉았있던 남자들 어쩜.. 박수도 안치고 계속 팔짱관람을 할 수가 있는지! 열살쯤 되보이는 딸아이는 심심해서 계속 핸드폰 게임만 열중하고;;; ㅠ.ㅠ)

예상 세트리스트를 찾아 미리 예습을 하긴 했으나 유럽쪽과 아시아 투어는 역시나 노래들이 좀 달라서 3분의 2만 적중했던 것 같다.  물론 예상했든 안했든 죄다 주옥같은 노래들이었지만서도... 어느덧 2시간 가까운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아 앙코르로 Every Breath You Take을 죄다 일어나 떼창으로 부르다, 또 한번의 앙코르 땐 열기를 가라앉히려는 듯 스팅이 직접 도미닉 밀러 대신 기타를 연주하며 Fragile을 불러줄 땐 아쉬움과 동으로 눈물이 다 핑 돌 것 같았다.

한국공연 공식사이트도 없어서 사진 퍼오기 힘들었다..

한국 관객이 워낙 열광적이라 특별히 앙코르 곡을 하나 더 해줬을지도 모른다는 흐뭇한 생각에 공연장을 빠져나왔는데, 중간에 만난 공연 스탭이 절대 양도할 수 없다는 세트리스트를 사진으로나마 찍어오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밀고 보니 ㅋㅋㅋ 다섯 곡의 앙코르 곡까지 죄다 짜여진 각본이었다. 결국 조삼모사였는데도 뿌듯한 걸 어쩌란 말이냐.

어째 후기를 투덜투덜 불평으로 시작한 탓에 그날의 감동이 반감된 듯하지만, 각본이었든 아니든 22곡의 노래와 연주는 모두 훌륭했고 아름다웠다. 두말할 것 없이 올 최고의 공연! d^^b

체조경기장을 2층까지 거의 꽉 채운 관객의 면면을 돌아보니 뜻밖에도 젊고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 공연때는 역시나 중장년 관객들의 비중이 엄청났던 것 같은데, 스팅의 매력을 이젠 젊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을까? 나이대가 좀 더 젊어진 듯한 관객층덕분에라도 머지않아 스팅의 내한공연이 또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아참.. 그나저나 스팅 팬클럽 공식 티셔츠는 신청한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 왜 안오는걸까나... 한국에선 공연 사전 예매도 안됐으니 20달러 내고 그저 그저 반팔 티셔츠 한벌 받는 게 혜택의 전부라는 얘긴데... 끙. 다음 공연땐 입고갈 수 있기를! ㅋㅋ

 

 

Posted by 입때
,

매년 이웃주민들이 록페스티벌에 다니는 걸 보며 마냥 부러워만 하다가 올해는 전격적으로 나도 가보자고 나섰다. 아 글쎄, 라디오헤드가 온다지 않는가! 처음엔 라디오헤드 오는 날 하루만 갈 작정이었다. 어차피 사흘 내리 묵으려면 일찌감치 3월쯤부터 숙소를 예약해야한다는데 나는 그런 발빠른 사람도 아니고... 오래 전 숙소확보를 마친 이웃 주민들에게 뜬금없이 나도 잠자리에 끼워달라고 무작정 떼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헌데 나에게 한음파를 향한 팬심을 심어주려 노력한 지인의 집이 지산 리조트 바로 옆(?)이고, 일요일에 한음파 공연도 잡혀 있어 팬들이 여럿 그리로 움직일 예정이라 내게도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쾌재를 부르며 나는 곧장 3일권을 끊고 7월말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음파 팬들이야 1일권을 끊고 오겠지만 나는 뭐 간간이 다른 주민들과 만나서 놀면 되겠지(;;그러나 폭염으로 인하여 이 상상은 헛된 꿈이 되고 만다 ㅋ)

 

 

Posted by 입때
,

 

얼마만에 발레를 보러 간 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10년? +_+

볼만한 발레 공연은 워낙 비싸고, 비교적 저렴한 국내 발레단의 공연은 좀 실망스럽다는 편견 때문이다. 언젠가 연말에 보러간 <호두까기인형>에서 군무 때마다 발레리나를 들어올리는 발레리노가 '끙' 힘주는 느낌 뿐만 아니라 쿵쿵 대는 발소리까지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간 발레 공연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번 강수진 공연을 꼭 보고싶다는 친구가 나섰다. 그래, 나도 그 유명하다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강수진의 공연은 한번 보고싶었다. 게다가 이 공연은 강수진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춘희' 역할의 <까멜리아 레이디>가 아닌가. 허나 공연을 며칠 앞둔 상황이라 가장 좋은 VIP석(25만원)은 표가 남아있지도 않았고, 어차피 뒤에서 볼 거라면 친구는 제일 부담없이 저렴한 B석(5만원)에서 보자고 했다. ㅠ.ㅠ 그래도 A석(10만원)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결과적으로 친구의 판단은 옳았던 것 같다. 남아있는 A석도 죄다 3층이었던 듯(신포도 이론).

 

3천원 주고 빌린 오페라글라스로 들여다보아도 강수진의 표정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3층 꼭대기 좌석이긴 했지만,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는 고전 발레와 드라마 발레의 구분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높은 도약과 신기에 가까운 회전을 중심으로 연기를 펼치는 것이 고전발레이고, 현란한 발레 기술보다는 표정과 연기가 더 중요한 것이 드라마 발레란다. 발레 기술과 동작이 우아함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표정이 풍부한 강수진은 단연코 드라마 발레에 최적화된 발레리나이고.

 

뒤마의 <춘희>가 원작이므로 나는 당연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음악에 맞춰 발레 연기가 이어지려니 짐작했었다가 좀 놀랐다. 전혀 아니네! 1부 끝나고서야 헉헉대며 다시 계단을 내려가 사온 팸플릿을 보니 음악은 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아니면 소나타란다.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악과 줄거리와 강수진의 연기가 어찌나 잘 어우러지는지... 1, 2, 3부 공연이 죄다 언제 끝났나 싶었다. 3, 40만원씩 하는 클래식 공연에 비하면,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도 듣고 발레도 보는 이런 공연은 25만원을 내도 아깝지 않았겠다. 그러니까 그렇게 죄다 좋은 좌석이 매진이었겠지.

 

내가 예매할 때만 해도 2백석 가까이 남아있던 B석도 공연때 보니 거의 다 차 빈자리가 드물었다. 그렇게라도 다들 강수진의 공연을 보고싶었다는 뜻이다. 친구에게 들으니 강수진이 <까멜리아 레이디>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단다. 무대가 너무 멀어서 계속 아쉬웠지만 나 역시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 기뻤다. 더불어 30대 시절 강수진의 연기는 어땠을지 아쉽고 궁금했다. 언젠가 TV 중계로 강수진의 다른 작품을 보며 감탄한 적 있는데, 발레도 역시 현장에서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예술이었다. 로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본 뒤로 눈을 버려(?)서 웬만한 수준의 발레 공연은 눈에도 차지 않는다는 친구도 다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왜 세계 정상의 발레단이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다들 깃털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대단한 춤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마르그리트 역의 강수진도 한숨나게 매혹적이었지만 아르망 역할의 마데인 라데마케르도 최고였다.

두 사람의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이 그야말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대. 발레 동작의 마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도, 손끝 하나 발걸음 하나에 담긴 사랑과 절망 같은 감정을 다 알겠더라. ㅠ.ㅠ

 

우스개 소리로 친구와 한탄했다. 같은 사람인데 저들은 몸을 저리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쓰건만, 우리 몸뚱아리는 왜 이 모냥이냐고... 발레는 너무 인체를 가혹하게 학대하며 이루어낸 예술이라 마음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끔있지만, 막상 그런 시련을 딛고 정상에 오른 무용수들의 춤과 몸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래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팸플릿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강수진의 프로필 사진도 퍼왔음. ㅎㅎ 

 

아 참, 좌석이 아무리 나빴어도 이번 공연은 정말 보기를 잘했다고 거듭 인정하지만 다시는 세종문화회관 3층 좌석에서 무슨 공연이든 보지 않을 작정이다. 2층엔 가봤어도 3층은 처음이었는데,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려면 어쩔 수 없는 공연장 설계임을 알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앞으로 쏟아질까봐 겁나서 쉬는시간마다 계단을 드나들며 덜덜 떨었다. 좌석 간격도 어찌나 좁은지 사람이 앉아 있으면 지나갈 수조차 없다. ㅎㄷㄷ 예전에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비슷하게 경사 급한 꼭대기 좌석에서 본 뒤 한동안 공연 보다 자리에서 앞으로 굴러떨어지는 꿈을 꿨었다. 이번에도 보나마나 또 객석에서 굴러 떨어지는 꿈을 꾸겠군, 생각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아직까지 안 꿨다. ㅎ 객석의 열악함보다는 멋진 공연의 인상이 워낙 깊고 훌륭했기 때문이려니 한다. 

Posted by 입때
,

한음파 공연

놀잇감 2012. 4. 22. 17:41

지난 금요일 상상마당에서 한 한음파 단독공연에 다녀왔다. 공연 보러가는 일이 거의 연중행사인 내가 한음파 공연을 보는 건 벌써 세번째. 처음 구경은 작년 여름 일산 호수공원에서 무슨 페스티벌을 할 때였고, 두번째는 언젠가 홍대앞 '빵'에서 Lowdown30이랑 합동공연을 했을 때고, 요번이 드디어 2집 발매기념 단독공연. 얼마전 EBS 공감 녹화때도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감중이라 고사했었다. 늘그막에 뜬금없이 이 무슨 팬질인가 싶은데, 사실 난 아직 한음파의 팬이라고 할 수 없다. 열혈팬의 '열심전도'에 부화뇌동하는 정도랄까? ^^;

 

 

한음파라는 밴드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가 공연을 따라다니게 된 건 순전히 이 밴드의 리드보컬(포스터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붉은 재킷 입은 분)에게 '마두금'을 배운다는 지인 덕분이다. 악보도 못 보는 주제에 악기 열망은 또 늘 품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마두금 한번 배워보실래요?"라는 떡밥에 돌연 솔깃했다. 일단 어떻게 생긴 악기인지 구경부터 하고, 또 캔맥주 마시며 사이비이건 아니건 작게나마 록 페스티벌 분위기를 느껴볼 욕심에 따라나선 것이 첫 만남. 몽고의 토속 악기라는 마두금은 꽤나 멋지게 생겼는데, 줄이 두개 뿐이라 얼핏 느끼기엔 해금의 확대판 같다. 톤은 다르지만 소리도 비슷한 듯하고... '마두금'이란 이름에서 짐작되듯, 갈기까지 달린 말 머리모양의 악기다. 허나 내가 배우고픈 악기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랑은 뭔가 안 어울리게 생겼어!

 

게다가 이 밴드의 음악도 내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느낌이었다. 내가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이런 걸 워낙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단 너무 어렵고 장중하고 암울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묵직한 음악이 듣고 싶을 때도 있겠으나 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듯한 소통의 순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난 역시 과거지향적인 어쿠스틱 파. ㅋㅋ 따끈한 2집 신곡을 일부 들을 수 있었던 두번째 공연에서도 역시 같은 느낌. 연주도 잘하고 사운드도 빵빵한데 CD를 선뜻 사고싶진 않았다. 그런데 또 EBS 공감에 나온 걸 보니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어라 꽤 좋은 곡도 있었네.

 

해서 요번 단독공연은 한음파를 계속 주시할까 말까를 결판짓는(?) 나름의 잣대로 삼을 작정이었다. 2집에 실린 곡들은 많이 발랄, 경쾌해졌고 대중성도 좀 겨냥한 것 같다고 지인은 부추겼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게스트로 나온다는 블랙백과 국카스텐의 라이브가 궁금한 마음이 더 컸다. ;-p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경쾌해진 곡들이 있기는 했으나, 밴드의 연륜(?) 때문인지 파릇파릇 블랙백이나 국카스텐의 음악과 비교하면 역시 대체로 묵직 웅장. (보컬 본인은 '어둡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나는 보컬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편인데 창법이랑 목소리도 내 취향엔 별로. 발음 꼬아부르는 거 싫엇! 2부 게스트로 나온 국카스텐이  노래 흉내내는 데 빵 터졌다. 맞다 맞다, 나는 가사전달 정확한 발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컨디션도 별로 안 좋은데 스탠딩 공연을 보려니 힘들어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바닥에 앉기도 하고 벽을 차지하고 기대도 보았으나 공연 후반부, 나는 결국 의자 하나 없는 공연장 맨 뒤 깃발 디딤돌 같은 곳에 걸터 앉아야 했다. 에구구. 게다가 공연장 에어컨이 어찌나 빵빵한지 손이 시렵다 못해 지릿지릿 저려왔다. 편하게 공연 보겠다고 가방이랑 재킷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들어왔는데, 에어컨을 그렇게 세게 틀 줄이야. ㅠ.ㅠ 덜덜 떨리고 허리 아파서 공연이고 나발이고 어서 끝났으면 하고 바랐던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행운권 추첨이 시작됐다. 내가 예매할 때만 해도 겨우 40번째라 공연장 완전 썰렁하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했었는데, 공연장은 얼추 꽉 찼고 어쨌거나 최측근 팬들과 초대권으로 온 사람들과 별도로 매긴 듯한 예매 관객 행운권 순번 가운데 내가 70번이었다. 행운권 추첨 같은 거엔 워낙 운이 없는 걸 알면서도, 다섯 명 중 한 사람은 기타를 준다니 혹시 내가 타게되면 열심히 기타를 배워야지! 턱도 없는 꿈을 잠시 꾸었다. 그런데 맙소사, 세번째로 싸인 CD를 받는 사람에 70번을 부르는 게 아닌가! ㅋㅋㅋ 맨 뒤에 앉아 있다가 얼결에 홍해를 가르는 모세처럼 사람들을 헤치고 맨 앞으로 나아가 CD를 받아들곤 민망하여 얼른 다시 맨 뒤로 도망쳤다. 

 

행운권 추첨에 고무된 나는 결국 2집 CD를 사서 공연후 사인회를 하는 멤버들에게 사인도 받았다. 글씨 잘 쓰는 사람들에 대한 선망(대체 선망 없는 분야가 뭐냐!)도 있는데, 우와 두어분은 글씨체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사인이야 뭐 뮤지션이니까 늘상 연습해서 멋지게 만들었겠지만 글씨를 잘 쓰는 건 타고나야 하는 것. 게다가 허클베리핀에서 십여년간 드럼을 치다 한음파로 합류했다는 드러머의 미모(?)와 말간 피부가 코앞에서 보니 단연 빛이 났다. ㅋㅋ 공연 볼 때 옆에서 교수님, 교수님! 외치며 미친듯이 열광하는 아가들이 있더니만, 드러머가 그 교수님이라는 듯(포스터 사진 제일 왼쪽;;).  

 

나랑은 좀 안맞는 밴드라고 생각하면서도 공짜 CD 한장에 사인회 줄서기까지 하다니, 참 부화뇌동의 진수를 보여주는 게 아닐지. 째뜬 자꾸 들으면 좋아지려나 더 들어보긴 해야겠다. ㅋㅋ

 

왼쪽이 행운권 추첨으로 받은 EP <잔몽>

오른쪽이 새로 나온 2집 <Kiss from the Mystic>.  

팬도 아니면서 이런 인증샷까지 찍어올리다니 이 무슨 짓인가 싶으면서도, 일단 이런 인디 밴드들은 좀 더 널리 알려 혹시 모를 팬 확보에 도움을 주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랑은 안맞아도 누구에겐가는 잘 맞는 음악일 수도 있으니까. ^^;

 

더불어 마두금도 소개. 이웃들 가운데 마두금에 관심 있는 분들도 문의 환영. ㅋㅋㅋ  

열광하는 밴드든 아니든, 저질체력으로 서서 구경하기가 힘들었든 말든, 어쨌거나 한참 뒤에도 귀가 찡찡 울리는 라이브 공연을 보았던 건 좋았고, 맛있는 치맥 뒤풀이는 더 좋았다! ㅎ

 

 

 

 

 

 

 

 

 

 

 

 

 

 

 

Posted by 입때
,

올해도 어김없이 제일 어린 조카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미 녀석의 끼가 얼마나 출중한지 깜짝 놀라며 감탄했기에 올해도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녀석은 요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울 엄마의 촌평을 그대로 빌리자면, "비싼 돈 주고 가서 본 뮤지컬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신났다". 정말로 무대가 어찌나 화려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한지 주최측에서 심혈을 기울인 티가 팍팍 났다. 집중력이 5분, 10분도 안되는 꼬마애들을 데리고 얼마나 진을 빼며 연습을 시켰을지 선생님들의 노고도 노고려니와, 개인당 대여섯 개는 되는 출연분량에 따라 율동과 노래, 때로는 대사를 연습하고 무대를 오르내리며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했을 아이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어휴... 감탄과 더불어 탄식도 절로 나왔다.

10여년 전, 첫조카가 유치원을 다닐 때만 해도 재롱잔치는 그야말로 유치원 강당에서 선보이는 원생들의 소규모 발표회였다. 의상이래봤자 흰티에 청바지, 한복 정도였고 동식물 역할 같은 특수의상도 유치원 선생님들이 약소하게 꾸며 만든 소품이었던 것 같다. 아, 그때도 운동복이나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시범을 보이는 순서는 있었다. 헌데 몇년 지나지 않아 둘째조카 때부터 재롱잔치가 점점 규모도 커지고 화려해지더니, 요샌 의상이며 조명이 가히 아이돌 그룹의 단체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전문 시스템을 동원하고 체육관 같은 공연장을 빌려 '빵빵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 역시 관람을 매우 즐겼기 때문이다. 유치원 재롱잔치의 목적이 아이들의 성취감과 발표력, 혐동심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번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원장님들의 마음도 알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의구심이 떠나질 않았다. 어차피 의상비며 소요비용을 학부형들이 부담해야하는 형편임을 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똑같이 무대의상비를 부담했는데, 자기 아이가 입고 나온 무대의상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공연장 대관 형편 때문에 평일 저녁 6시로 잡힌 재롱잔치를 나로선 기쁜 마음으로 보러갔지만, 직장 사정상 참석 못하는 부모는 없을까 괜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정말로 콘서트장에 오듯 형광글씨 요란한 피켓까지 만들어들고 집안 식구들 대거 동원해 온 가족들도 있는 반면, 그럴 형편이 안되는 집안도 당연히 있지 않겠나. 작년엔 우리도 피켓이랍시고 스케치북에 색종이를 오려 급조한 응원판을 들었으나, 올해는 쿨하게 스마트폰 전광판을 이용하기로 했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조카의 순서가 아니더라도 앙증맞은 아이들의 몸놀림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웃음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특히 올해는 완전히 모든 출연 프로그램의 '메인'을 꿰차고 무대 중앙에서 제일 열심히 신나게 정확한 동작으로 춤과 연주를 보여주는 조카 덕분에 어깨까지 으쓱했다.

그.러.나. 까칠한 인간의 취향은 어디 가도 드러나는 법. 대체로 훌륭했다고 평할 수 있는 공연이건만 중간중간에 눈쌀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몇번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싶은 시대착오적인 면이랄까.

Posted by 입때
,

2011년 한해 정리

놀잇감 2012. 1. 6. 10:19

 


게으름 뒷설거지 하느라 연말연시는 늘 쫓기듯 바쁘지만 그래도 노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한해 정리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는데 차일피일 미룬 이유는 우유부단한 속성 탓에 좀체 항목별로 셋을 뽑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_-; 마음에 꼭 드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도, 베스트 사유를 쓰는 것도 은근히 시간 많이 걸리는 일이라 스스로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또 그런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또 이렇게 얼렁뚱땅 하고만다. 2011 베스트 포스팅. ㅋㅋ




7. 2011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멍하니 살았다.
적고 보니 두 마디로군.
아무리 돌이켜봐도 베스트나 워스트로 뽑을 만한 기억도 없고, 뭘 딱히 지른 것도 없는 것 같고(기껏해야 연말에 산 거위털 이불 정도?), 인상 깊은 사건도 없이 그저 소소한 아쉬움 뿐이다.
그래서 베스트 항목을 더 뽑으려야 뽑을 수도 없었다.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2011년을 보내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차라리 빨리 가버려서 속 시원.


8. 2011년 번역작업
달랑 3권이 출간됐다. 그중 하나는 두권짜리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8월 이후 하반기 출간된 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마도 출판 불황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합작품일 듯.
작업한 책은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벌려놓은 수만 잔뜩이다. 스스로 채찍질이 필요. 그래서 일부러 적어놓았다. 정신 차리라고 쫌!


9. 2012년의 계획이라면
1. 일과 관련해서 좀 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것
2. 조금 긴 여행 (홀로 두고갈 엄마 걱정도 덜었겠다, 여행비 모을 욕심에 더욱 열심히 일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3. 기타든 그림이든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싶단 소망을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을 발휘할 것
4. 큰 마음 먹고 이사 (과연;; ㅎㄷㄷ)


_M#]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