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사랑'에 해당되는 글 89건

  1. 2017.02.24 방금 웃긴 일 6
  2. 2015.07.14 십대는 어렵다 2 6
  3. 2015.07.08 십대는 어렵다 10
  4. 2015.05.21 이해
  5. 2015.04.15 모둠 과제 발표? 9
  6. 2015.01.25 지우 가족의 띠 그림 9
  7. 2014.08.18 못 생기고 매력이 없어서
  8. 2014.07.24 고교생 연인? 7
  9. 2013.09.26 모빌의 완성 2
  10. 2013.05.25 급식 15

방금 웃긴 일

놀잇감 2017. 2. 24. 12:35

방금 낯선 번호로 문자가 쏟아졌다... 엄마 전화좀?????
의아해할 새도 없이, 곧바로 독촉의 ㅇ 세례가 이어졌다.


답장을 안하면 계속 문자가 올 것 같아서 나도 답을 했고... 혜림양은 결국 실수를 눈치챘다. 난 괜히 즐거워서 깔깔 눈물나게 웃다가 이건 포스팅 감이야! 했다 ㅎㅎㅎ


좀 저렴한 십대 특별 요금제를 쓰는 아이들은 월말이 되면 알(?)이 떨어져서 종종 전화를 못 걸고 받기만 한다. 그나마 아이메시지는 아이폰끼리 무료니깐 뭐;;

근데 여기서 재미 있는 건 애당초 이 아이가 내게 문자를 잘못 보낼 수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번호를 잘못 눌러서 나에게 문자가 왔다는 건... 자기 엄마 폰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았단 뜻이잖아!!! ㅋㅋㅋ

시크하고 쿨한 척하는 나의 조카들도 휴대폰 사고나서 한참 동안이나 제 엄마아빠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모나 할머니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들이나 손수들에게 시시때때로 안부 문자를 날리던 왕비마마는 당연히 손주들에게 오래도록 답 문자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조카 ㅈㅎ이에게 왜 할머니 문자를 씹느냐고 물으니...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자꾸 문자를 보내서 잘 읽지도 않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애들이라 휴대폰을 잘도 잃어버리고 망가뜨리곤 해서 새 폰으로 개비를 할 때마다 나 역시 굽실굽실 제발 고모 번호 좀 저장해놓으라고 간청을 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괴씸해하면서도, 이젠 '고모'라는 이름으로 번호가 저장된 걸 알면 은근 기쁘다. 근데 또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일도 발생했다. 

며칠 전엔 아 글쎄 대뜸 조카 하나가 전화를 걸더니, "고모 이름이 뭐였지?" 묻는다. ㅠ.ㅠ 깜박 까먹었다나........ 웃프다는 심정이 뭔지 순간적으로 실감하며 이름을 알려줬다. 야! 고모 이름은 독특해서 까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너무한다! 그러면서 @.,@

암튼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혜림 양의 실수 문자로 조카들에 대한 괜한 섭한 마음이 누그러지다니, 완전 아전인수격 해석임을 아는데도 은근히 위로가 된다. 요즘 애들 다 그렇지 뭐 하는 마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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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2

투덜일기 2015. 7. 14. 21:1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건 아니고 (대나무숲의 메아리도 무섭다;;) 비밀블로그에 5월중순부터 매일 따로 문제적 십대와 사는 고충을 일기로 적고 있는데 역시 스트레스 해소는 혼자 끄적이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해서 '문제적' 십대 씹기 포스팅 제2탄을 적어보기로. ㅋㅋ


대부분의 어린이도 그렇지만 십대는 채소를 제대로 안 먹고, (오로지) 고기를 좋아한다. 중고등학생을 둔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침마다 고기반찬을 해대게 될줄은 정녕 몰랐다. 친구들이 새벽부터 삽겹살을 굽기도 하고 갈비, 스테이크도 해먹이고 그런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을 땐 그냥 무쇠도 씹어먹을 남자애들 키우는 엄마들의 극성이려니 했었다. 어차피 오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고등학생은 집밥을 딱 한끼 아침에만 먹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으로 챙겨먹이는 걸 아침에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 특히 요즘 남자애들은 공부도 공부지만 '키' 크는 게 중요하여, 아침에 고기 먹고 부지런히 학교 가서 얼른 또 농구 한판 때려주신다고... +_+ (186센티미터가 목표라나!) 고3되면 체력이 국력이라 엄마들도 저학년땐 의외로 아침운동을 지지한다네. (애들 수업시간에 존다고 체육 시간에 운동시키면 항의전화하는 엄마들 얘기는 또 뭔가.. 암튼 요지경 ㅋㅋ)


근데 이미 성장판이 닫혀버린 이노무 지지배도 꼬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먹는다. 지네 집에서는 반찬투정 안하고 그냥 주는대로 먹었다는데 아 왜! +_+ (왜겠냐, 니가 만만한거지;) 놀랍게도 이 아이는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가서 아침밥을 먹으며 잠을 완전히 깨는 것이 습관이다. 잠도 덜 깬 아이 치고는 참 밥이 잘도 넘어간다고 놀랄밖에. 암튼 그래서 밥 먹으라고 수십번 깨우면 겨우 눈을 뜨자마자 묻는다. 반찬 뭔데?  으으으으...


최소한 달걀말이나 달걀찜은 있어줘야 하고, 주로 먹고싶다고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 돼지고기 김치찜, 닭갈비, 훈제오리... +_+ 가뜩이나 두 모녀 엥겔계수도 높았는데 고기대장 십대까지 와 있으니 식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아침부터 닭갈비, 순대볶음 같은 거 만들고 있노라면 한숨이....  돌연 성질나고 땀 빼기 귀찮아지면 종종 몸에 나쁘거나 말거나 햄, 소시지, 베이컨, 명란젓(공주 취급 받던 시절부터 이상하게 좋아하던 반찬;;)으로 떼우고 있다. 십대들은 또 가공식품을 좋아하니깐!


십대들은 니옷내옷이 없다. 이건 이 아이 하나만 그러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수년째 지켜봐온 경험치도 있고, 얼마 전 TV에 중학생이 된 최진실 딸이 나왔는데 비싼 파카 사줬더니 친구랑 바꿔입었다고 할머니가 잔소리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아이고 쟤도 그러는구나 싶었다. 암튼 서로 옷 많아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 새옷이랍시고 사줘도 금방 보이질 않는다. 그옷 어쨌냐고 물으면 자기보다 친구한테 더 잘어울린다고 결론이 나서 바꿔입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고가의 옷인 경우 얼렁 찾아오라고 난리치면 알았다면서 차일피일.... 계절이 바뀌고서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아이는 생일이 12월이라 주로 나와 할머니한테서 고가의 외투를 선물로 받아내는데 ㅠ.ㅠ 제대로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물어보면 친구네 집에 있다고...  그래서 이제 다시는 옷을 사주지 않겠다 결심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요번에 사준 셔츠도 입고 다니는 거 한 사흘 봤나... 어느날 문득 친구랑 바꿔입고 왔다더니 한달 넘게 안 받아온다. 바꿔입었던 옷은 또 딴아이한테 넘어갔다던데 ㅋㅋㅋ 암튼 친구 돌려줘야한다면서 빨아놓으라던 후드 티 몇 개가 아직도 그냥 옷방에 널려있다.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셰어카가  서서히 유행하고 있더더니만, 이 아이들은 셰어클로딩이냐 뭐냐. 난 아무리 돌이켜봐도 친구한테 괜스레 옷을 빌려입었거나 빌려준 적이 드문 것 같다. 비오는 날 쫄딱 젖었거나 음식 먹다가 대박 쏟아서, 친구 옷을 빌려입고 온 적은 있었다만 옷이 마음에 들거나 예뻐서 서로 바꿔입고 빌려입는다는 건 쫌... 그래도 친구가 안 입는다고 준 옷을 즐겨 입은 적은 있으니 이해해야 하는 건가. +_+ (가만 생각해보니 약간 '날나리'였던 사촌언니는 가끔 내 옷을 빌려가거나 자기 옷을 내게 '잠시' 빌려줘 입히려고 들었던 것도 같다. 대학 들어가자 마자 그 언니는 아직 십대였던 내게 자기 옷을 입혀선 가끔 신촌 '디스코장'엘 데려갔었다. ㅎㅎ) 집에서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입은 옷이 달라지는 십대들.. 생각해보면 지들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흠...


딴 십대는 모르겠고 우리집에 있는 십대 지지배는 이어폰으로 음악듣다가, 문자질 하다가,  TV보다가 그냥 소파에서 잠든다. 일찌감치 잠자리로 쫓으면 싫단다. 그렁그렁 코고는 소리 내며 잤으면서 아직 안잔다고 큰 소리도 친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게 편하다고...(아 물론 지네 집에서 침대생활 하다가 바닥에서 자려니 불편한 걸 수도;;) 종종 새벽 5시까지 안자고 떠들어댈 때도 있었지만 지도 체력이 딸리는지 그래도 요샌 3, 4시엔 잠드는 편인데 3시 전에 방에 가서 자라고 깨우면 일단 거부한다. 아 왜?! 그러다가 최소 3시는 넘어서 한번 더 잔소리를 해야 방으로 퇴청... 으휴.


역시나 모든 십대가 그러는 게 아님은 알지만 암튼 우리집에 있는 십대는 대화를 기피한다. 뭘 좀 꼬치꼬치 물으면 아왜?/뭐래.../아 몰라/몰라도 돼/저리가... 따위로 차단막을 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애한테 어디서 만나냐고 물어도 대답은 "몰라"다. 얘기하기 싫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다 시시콜콜 엄마에게 털어놓는 사춘기 십대들도 여전히 간혹 있다기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데 (과거의 나도 대체로 그랬다. ㅠ.ㅠ), 아주  심한 경우, 후배 하나는 중학생 아들 목소리를 일주일간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단다. 어린시절처럼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 좀 시킬라치면 인상 팍 쓰면서 제 방으로 쾅 문닫고 들어가기를 시전한단다. 조카는 사생활에 관한 게 아닌 한은 그래도 최근엔 대꾸를 해주기도 하고 제가 먼저 뭘 묻기도 해서--가령, "고모 이거 입으니깐 나 뚱뚱해보이지 않아?"라든지--좀 나아졌다고 믿고싶지만 여전히 속을 모르겠다. 말 대꾸 좀 해주는 것 같아서 얼른 다가가 앉으면 대번에 저리가라고 쫓는다. 무슨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원... 


또한 십대는 휴대폰이 생명줄이다.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질 않는다. 자면서도 손에 쥐고 있을 정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노무 지지배는 최신형 아이폰6를 산지 두달 만에 잃어버렸다. 어떻게 한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가 그걸 잃어버릴 수 있는지는 불가사의다. 배터리가 떨어져서 못쓰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변명. 게다가 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학교에 빼앗겼다고 거짓말 했다가 들통난 사건에 이어, 마지막달 휴대폰 요금이 수십만원에 이르러 (아마 이것이 집에서 쫓겨난 결정적 원인이었을지도 ㅠ.ㅠ) 꼬진 기계로라도 새로 휴대폰을 사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착신 정지해놓고 약정기간 동안 기계값만 계속 내기로 한듯. 물론 요즘 십대는 휴대폰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혹시 '공기계'라는 것을 아시는지? 나 같은 사람은 한번 휴대폰을 사면 마르고 닳도록 망가질 때까지 쓰고 가능하면 기기도 반납해서 혜택을 받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2년 약정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새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쓰지않는 스마트폰 '공기계'가 더러 있는 모양. 해서 이 아이도 언제부턴가 누가 '빌려줬다'는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를 들고다닌다. 나도 영문을 잘 모르겠는데 그런 공기계는 일반전화도 안 되고 휴대폰 문자로 본인 확인을 해야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카톡도 불가능하지만, 음악을 듣는 건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가능할 뿐더러 음성 통화기능도 쓸 수가 있단다! 그니깐 나나 제 부모는 절대 아이와 연락이 안되지만 페이스북을 하는 친구들 끼리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물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난점이 있다--메시지와 통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물론 조카의 페이스북은 죄다 잠가놓아서 나로선 친구신청도 안되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ㅠ.ㅠ 


째뜬 이제 방학이 딱 일주일 남았다고,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적 십대는 방학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 (왜 안 그렇겠나. 잔소리는 좀 하지만 퍽 만만한 고모와 할머니와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TV가 있는데;;) 아이 부모도 딱히 데려갈 마음이 없다. 애가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갈 수도 없는 거고.. 데려다 놓고 또 속끓일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 만빵이지만 이제 방학했으니 무조건 집에 가라고 쫓아낼 배짱은 솔직히 없다. 고모랍시고 이게 잘하는 짓인지 전혀 확신이 없음에도.... 더 먼 곳으로 튕겨져나갈까봐 우리가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걸, 아이는 벌써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하여간에 십대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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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투덜일기 2015. 7. 8. 22:20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말이 요즘 애들은 종이 다른 인류인 것 같다고 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알쏭달쏭, 그냥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실제로 희곡수업의 연장선에서 단체로 연극관람을 따라갔던 날 목격한 장면인데, 15학번이라는 여학생이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떠들다 말고 좀 떨어져 서 있는 우리(그러니깐 늙다리 교수와 교수 친구들)에게 달려오더니 한껏 애교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교수님, OO이가 자꾸 놀려염. 때려주떼염!" +_+ 

놀란 우리들이 나중에 은근히 친구를 놀렸다. 야, 너 대학교수 아니고 유치원 보모 같더라... 


물론 한두 명의 행동으로 다 싸잡아서 손가락질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암튼 스무살 아이들도 제 앞가림 잘 못하고 유아적 행동양식을 버리지 못할진대, 십대는 오죽하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고 몸에서 사리가 나오든 말든 의연하게 버티려고 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렵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혹은 집에서 쫓겨난 십대 조카를 데리고 지낸지 두달이 다 되간다. 팔자에도 없는 고등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새벽밥 해먹이고, 종종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밤마다 안자고 노는 애한테 빨랑 좀 자라고 하소연하고, 그래봤자 소용없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아침이면 눈도 못뜨는 애를 열댓번씩 깨워서 또 아침을 먹이고... 으악... 


친구네 자식들은 대체로 너무도 모범생이어서 사교육도 제대로 안받고 대학에 척척 들어가거나, 특목고에서도 막 장학금을 받는 우수학생이거나, 혹간 재수를 하고 있더라도 제 부모 위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들이던데, 살다살다 이런 십대는 정말 금시초문이다. (물론 그간 감추어졌던 속썩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 전해 들으며 약간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양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ㅠ.ㅠ) 


엄청난 세대 차이 뿐만 아니라 과거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아도 약간 반항기는 있었으되 대체로 '모범생' 범주에 들었던 내가 '문제적' 십대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조카가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벌점 전교 1위를 도맡았던 아이인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필 또 심히 규율이 엄한 학교를 다니긴 했다. 교복 치마 길이, 머리, 화장, 수업태도, 지각, 결석... 가뜩이나 까다로운 학교에서 조카는 그 모든 규정을 다 무시하고 거듭 위반했다. 님좀짱이심;;) 째뜬 뭐, 학교에서 치마 짧다고 머리 염색했다고 화장 진하다고 뭐라 그러는 건 나도 웃기는 규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냐고... (교사들은 상관있다고 말할 테고 현실적 통계로도 어쩌면 상관 있겠지만 암튼...+_+)


물론 학교가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고 몸에 배게하는 교육공간임은 알지만 매사 온몸으로 반항하는 존재도 한둘 있어야한다고 쿨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그밖에도 내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십대의 행동양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체 왜 그럴까 계속 고민해보지만 결론은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 그냥 그들은 그런 또래라고 봐야하는 걸까. 


일단 이 녀석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밤새도록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하며 킬킬거린다. 학교 안 갈거냐고 아무리 잔소리 해도 소용없다. 잠이 안온다는 것이 핑계. 휴대폰 화면 오래 들여다보면 뇌파가 이상해져서 잠 안오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 따위는 개나 주라지..


아침엔 깨워도 당연히 못일어난다. 5분만, 10분만... 꼼지락거리다가 결국 매일같이 지각이다. 학교에서 지각비를 걷으면 뭘하나. 별 소용도 없다. 그러고선 학교 가면 당연히 수업시간 내내 엎어져 자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할 지언정 '화장기 없는' 얼굴로는 절대 등교하지 않는다. ㅠ.ㅠ 이젠 아주 차안에서 화장 마무리하는 것에 맛을 들여서 노상 나를 운전수로 써먹는다. 지각을 하든 말든 혼자 가! 라고 큰소리도 몇번 쳐보았지만... 이 무대포 십대는 보란듯히 1교시를 가뿐하게 째는 시간에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섰다. 맙소사...  결국 엄청난 지각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ㅠ.ㅠ 


신발 신는 방법도 이상하다. 남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큰 운동화에, 여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작은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어 신는다. 아대체 왜??? 전족하는 옛날 중국 여자들도 아니고! 째뜬 요즘 여자애들은 신발이 앙증맞아 보여야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원래 사이즈와 상관없이 발을 구겨넣어 운동화도 작게 신는다. 운동화 사주러 갔다가 자꾸 내 운동화보다도 작은 걸 산다고 해서 한참 싸웠는데(중학생때만 해도 240 신던 아이가 지금 225를 신겠다고!), 조카애만 이상한 게 아니고, 요즘 여학생들 대체로 다 그렇다는 신발가게 직원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운동화 디자인도 앞코가 짧아서 발이 작아보이는 모양이 인기란다. +_+ 반면에 남자애들은 한두치수 크게 신는 게 멋이라고. 280 정도는 신어줘야 키크고 늘씬한 남자로 인정된다나 뭐라나. 


하의실종이 대세임은 알지만, 십대들은 치마도 반바지도 너무 짧다. 처음에 몸만 달랑 우리집으로 온 터라 당장 입을 옷을 사줘야했는데 맙소사.. 백화점에선 층층마다 뺑뺑 돌았어도 아예 옷을 살 수가 없었다. 내 눈엔 충분히 짧은 미니스커트와 반바지도 너무 길어서 촌스러우시다고... ㅠ.ㅠ 결국 길거리 패션 천국인 이대앞으로 가서 길이가 딱 한뼘밖에 안되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영 마뜩찮은 요란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남방을 사줘야했다. 끙...


공부는 원래 타고난 것이고, 취미 없는 공부를 강요할 마음도 없으나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평소와 아무런 차이 없이 TV 리모컨 아니면 휴대폰만 갖고 씨름하는 아이를 보며 이젠 잔소리할 전투력도 상실했다. 어차피 고등학생 된 이후로는 조카네 집에서도 방에 교과서 한 권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책은 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물건이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란다. 당연히 연필이나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닌다. 묵직한 화장품 파우치만 등교 필수품. @.,@ 그냥 학교만 잘 다녀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든 놀라운 십대와 사는 건 하루하루 참으로 스트레스다. 오매불망 방학하기만 기다리는 중. ㅠ.ㅠ  방학만 해봐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도 다시 늬집으로 쫓아낼거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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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투덜일기 2015. 5. 21. 23:37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라는 단언을 하지 않겠다고 노력은 하는데 자꾸만 그 말이 튀어나온다. 그냥 입장이 다르고, 태도가 다르고, 습관이 다르고, 생각도 다를 뿐 그게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님을 알면서도 내 잣대에 맞지 않으면 자꾸만 '이해 불가' 타령을 하는 걸 보니 이젠 나도 말랑말랑한 사고가 불가능해진 꼰대 기성세대로 굳어가고 있는가 해서 두렵다.


늙은 딸의 짜증에 여유롭게 "너도 늙어봐라" 신공으로 대적하는 노친네도 어렵고, 그 어떤 잔소리에도 "뭐래?"라며 무시하는 십대도 어렵고, 참자 참자 사랑으로 덮어주자, 주문을 외우면서도 수시로 버럭버럭 화가나는 내 마음도 어렵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궁극적으로 네 편'이라는 신뢰를 주기란 참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느끼는 중이다. 


무튼.. 5월이 조바심 속에서 이렇게 가고 있다. 이런 날들도 나중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웃으며 옛말하는 추억이 될 거라 믿어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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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과제 발표?

투덜일기 2015. 4. 15. 18:26

6학년짜리 조카가 어제 저녁에 난데없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엄밀히는 조카가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올케가 전화를 해서... +_+ 학교에서 '직업탐구'와 관련된 모둠 과제 발표가 있는데, 조카녀석이 자기 고모가 번역하는 사람인데 만나보면 어떻겠느냐고 같은 모둠 아이들에게 의견을 냈고 다들 동의를 했다나. 아 근데 왜 나한테는 미리 말도 안하고! 


암튼 과제 발표 및 제출 기한이 내일이므로,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노는 날인 오늘 당장 인터뷰할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했다. 아 놔;;; 조원은 남자2, 여자 2인데, 여자애들은 다 바빠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없고 조카와 친구가 인터뷰를 진행하면, ppt파일 만드는 건 여자애들이 담당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조카는 여자애들이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추측했다. 말로는 학원에 간다지만 어차피 평일이라 당연히 오후에 갈 텐데, 오전이나 점심때쯤 한두 시간 짬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그냥 귀찮은 거라고...  말을 듣고 보니, 애 엄마도 아니면서 돌연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여자애들 워낙 영악해서 수행평가에서 특히 탁월한 솜씨를 보여 남자애들이 감히 따라가지도 못한다더니만... 귀찮고 생색 안나는 일은 남자애들 시키고, 지들은 그럴듯하게 다 해 놓은 과제 발표만 맡겠다는 심보인가? -_-+++


아무튼 난데없는 상황에 팔불출 고모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저 따라나서는 수밖에. 으휴...

그래도 계속 투덜투덜... 출판사나 주변에서 하루 전에 이런 인터뷰 하라고 통보하면 절대 안해주는데!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려면 미리 질문지를 주고 준비를 시켜야지! 했더니 녀석은 공책 반장 찢어 적은 질문 10가지를 쓱 내밀었다.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력조건, 이제껏 번역한 책, 번역하며 느낀점, 포기하고 싶었던 적, 앞으로의 활동 계획.... 으아 인터뷰 질문이 꽤나 날카로웠다. 언젠가 대학생 애들이 물어본 내용이랑 하나도 다르지가 않잖아! 누가 정한 질문이냐고 물으니, 역시나... 다들 의논을 하긴 했지만 여자애 중 하나가 적어줬단다.


또 준비할 건 없으냐고 물었더니 번역한 책들 몇권 가져가라고. 심드렁하게 대충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어떤 책을 가져갈지 콕 찝어서 골라주었다. 영화 덕에 초 베스트셀러 됐던 그 책이랑... 번역과정에서 녀석이 계속 참견했던 최근 시리즈물이랑.... ^^;;

그러고는 약속장소로 가며 조카가 한 마디 또 했다. 너무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인터뷰 해 줘, 고모! +_+


아무렴입쇼,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ㅋㅋ


사진도 찍어야해? 

응, 근데 얼굴 공개되는 거 싫으면 모자이크 처리해줄게. 

땡큐.. 근데 인터뷰 내용은 받아적을 거야, 녹음할 거야? 

받아적기도 하고 녹음도 할 거야. 근데 음성변조도 해줄게. 

으잉? 어.... 얼굴 모자이크 하고 음성변조하고 그러면... 좀 범죄자 같지 않을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으음.. 고맙긴 한데...

내맘이야!

아, 눼;; 그러세요 그럼...


덩치만 컸지 둘째라 집에선 아직도 애기처럼 굴고 노상 휴대폰 게임만 하는 것 같더니만, 밖에서 보니 녀석은 또 느낌이 달랐다. 뭔가 더 훨씬 의젓하고 진지하고... 친구랍시고 엄마를 대동하고 나타난 아이는 덩치가 조카녀석의 절반도 안되는 깡마른 몸매에 테리우스 머리! @.,@ 여자애들 못지 않게 찬찬하고 똘똘한 아이였고, 조카놈이 시키는 대로 인터뷰 질문과 진행은 그 녀석이 도맡았다. 조카 녀석은 마치 엔지니어나 PD라도 되는 듯 음성녹음을 실행하고 질문과 대답을 대충 메모하고, 내 대답이 길어지면 입모양으로 너무 길다고 눈치주고 그만 줄이라고 손짓을 하질 않나, 나름 총지휘 역할. 인터뷰 시작과 끝 마무리 멘트도 소곤소곤 친구에게 사주했다. ㅋㅋ 


카페 한 구석에 앉아서 녀석들이 시키는 대로 따박따박 대답하고 앉아 있으려니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민망하기도 하고 녀석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아 요즘 애들은 5, 6학년이면 벌써 이런 모둠 과제 발표를 하는구나. 중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생때도 수업에 조별 과제발표 꼭 있다던데 우왕... 


다른 모둠은 의사, 교수도 만나러 가고, 학교 선생님을 인터뷰하기로 한 애들도 있고, 방송국도 가고 했다는 말에 괜한 자격지심이 든 나는 다들 뭔가 직업이 더 빵빵한데, '겨우' 번역가로 경쟁이 되겠어? 물었더니 '당근'이란다. 뭐 그렇다면야 안심... 


남은 건 아이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ppt를 얼마나 근사하게 만들어 발표를 하느냐는 건데, 결과물이 어떨지 진짜로 궁금해진다. 대담 원고 정리하고 사진 앉히고 그러는 건 아무래도 인터뷰에 직접 참여한 애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었는데 과연? 요즘 열혈 부모들은 따로 숙제 전담 과외선생을 붙이거나 전문가한테 돈을 주고라도 화려한 ppt 파일을 의뢰하고 난리라던데, 조카네 모둠 아이들은 겨우 반나절 머리 맞대고 어떤 걸 만들어낼지...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갈만 얹으려고 했던 여자애들은 어떻게 거들기로 했을지 (조카는 걔네들이 도와준 게 하나도 없으니 이름을 아예 빼버리겠다고까지! ㅋㅋ)...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앉았다. 


하여간에 조카 덕분에 퍽 색다르고 신기하고 오글거리는 경험이었다. 계속 뭔가 더 밥벌이가 좋은 ㅠ.ㅠ 재미난 일은 없을까 기웃기웃하면서 자학했던 마음도 애들 질문에 대답하며 새삼 반성이 되었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가난하지만 무엇보다 보람 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중요하지 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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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그림을 별로 안 그린다는 지우. 아주 가끔씩만 기발한 착상과 솜씨를 보여주곤 하는데, 새해 들어선 자기네 식구들을 띠 동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어찌나 디테일한지... ㅋㅋㅋ

2015년 1월 3일 지우 10세 (3월에 3학년됨^^)


주말에도 노상 출근해 애들과 얼굴 마주칠 일 드물다는 돼지띠 아빠는 일벌레 돼지란다. 워낙 바빠서 가방 열린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이라고.
말띠 형아는 공부벌레의 이미지. 너무 열심히 공부하느라 눈에 핏발이 섰다. ㅋ
토끼띠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트레드밀을 걷고있다. 요새 특히 운동에 힘쓰고 있다나.
마지막으로 개띠 본인은 침대에 드러누워 빈둥거린다. 야 조용히 해... 라면서 ㅋㅋㅋ

어제 가보니 그림 옆에 성격과 특징도 적어놨던데 화가께서 자기 항목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설명해놓았다. 평소 담날이 시험인지 아닌지 통 관심없이 제 맘대로 사시는 편이라고... ㅋㅋ

양띠 고모 그림도 좀 그려주십사 부탁했더니 포복절도할 작품을 선사해주었다. ^^;;
2015년 1월 3일 지우 10세

그림 왼쪽의 양은 고모와 동갑이신 이모 양의 모습. 치킨과 피자를 비롯한 온갖 음식들을 차례로 비워 앞쪽에 빈접시를 쌓아놓고 계시다. 내가 알기론 키도 크고 날씬한 분인데 저런 탐식양으로 그려내다니 ㅎㅎㅎㅎㅎ

오른쪽 고모 양의 모습에서 북실북실 검은 양털과 함께 주의 깊게 봐야할 건 개구진 표정으로 양팔에 매달려 양을 괴롭히고 있는 말과 호랑이다. 그들은 바로 말띠 지@이형과 호랑이띠 정O이 누나!
지우는 저 두 남매가 평소 얼마나 고모를 못살게 구는지 안 봐도 다 알고 있었던 것! (하긴 지난번 제삿날 지우가 홀로 남아 자고가게 되자, 지@이 형아는 지우에게 '잠 안자고 고모를 괴롭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죄다 전수해주고 갔고, 함께 남았던 정O누나의 만행?을 다음날 아침 지우가 일부 목격하긴했다;;) 

양팔에 두놈을 매달고 ㅠㅠ 길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 팔 모양은 설마 하트인가? 너무 사실적이고 웃겨서 아주 배꼽을 잡았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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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할아버지의 방한 뉴스를 볼 때였나.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통령이 나란히 한 화면에 잡힌 걸 보고 열두살 조카가 한 마디 했다. 

둘 다 결혼 안 한 사람끼리 만났네. 

어 그렇네, 맞장구를 쳤더니 대뜸 묻는다. 

대통령 되면 결혼 못하는 거지? 

엥? 그런 게 어딨어. 지금이라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 근데 하기 싫어서 안했겠지. 할 사람이 없었거나. 

진짜? 아.. 못 생기고 매력이 없어서 못했겠구나. 

(맞다고 대꾸하려다 보니 문득 나까지 도매급으로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생겼고, 고모는 달라! 라고 말하기엔 녀석이 보기에도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내 몰골이 늘... 엉망이어서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어.... 그런가.... 


그나저나 녀석, 예리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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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연인?

투덜일기 2014. 7. 24. 17:50

번역하다보면 오래 고민해 봐도 뾰족하게 일대일로 이거다 싶게 대응하는 답이 안나오는 말들이 더러 있다. 'highschool sweetheart'도 그런 말이다. 곧이 곧대로 '고교생 연인'이라고 하면 얼마나 웃긴가! 그냥 아무개랑 아무개는 고등학교 때 사귀었다.. 정도로 풀어쓰는 차선책을 택하는 게 낫다. 요새도 가끔 고등학교 때 사귄 첫사랑이랑 결혼하는 이들이 더러 있나본데 (대표적인 주자로 차태현이 있다;; ㅋ) 옛날엔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이 케이스의 대표주자는 단연코 울 부모님이다;; +_+)했다고 들었다. 결혼시기가 지금보다 빨랐으니 아무래도 더욱 그랬겠지.


하여간 외국에선 최근까지도 '고교생 연인'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한국보다는 더 높고(그래봤자 걔들도 고딩때 사귄 애인과는 절반 이상 졸업 후나 대학 들어가면서 헤어진다고;;)  대체로 어린 마음에 확 결혼했다가는 몇년 못 살고 헤어지는 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만 해도 일반 이혼율이 40퍼센트를 넘는다는 것 같은데, 어린 부부들이야 오죽할까!


요즘처럼 너도나도 장수하는 100세 시대와 발을 맞추려면, 평균 수명 40세 안팎일 때 만들어진 결혼제도와 일부일처제는 '개나 줘버려'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최소한 배우자를 3번은 바꿔가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나! ㅋㅋㅋ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말로 자신과 잘 맞는 파트너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냥 웃어넘기기엔 나름의 타당성도 있다. 살아봐야 아는 점이(어떤 건 살아봐도 잘 모르지 않나?) 어디 한두가지여야 말이지... 그렇다고 덜컥덜컥 쉽사리 결혼하고 또 헤어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개인의 성향차이고 선택의 차이겠거니 할 따름. 


얼마 전 번역하다 책에 나온 '고교생 연인' 이야기의 추이에 유달리 신경을 쓴 이유는 아무래도 나의 조카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도 그렇고 그간 남자친구 있느냐고 그렇게 묻고 의심해도 절대 없다고 딱 잡아떼시던 우리의 ㅈㅁ공주. (중딩땐 진짜로 없었던 건지도...)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남친과 동네에서 데이트 하다가 온 가족에게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 하필 울 엄마랑 나도 간 날이라 밖에서 저녁 먹고 나서 평소와 다른 뒷길로 움직이던 중이었는데, 그야말로 '고교생 연인'의 실루엣이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딱 걸려들었다. ㅎㅎㅎㅎㅎ 


고2때 만난 남자랑 8년 연애 끝에 결혼해 40여년을 같이 살고도 다시 태어나도 그 남편과 살겠다는 순애보를 고집하는 할머니는 당장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뭐하는 집 아들인지 알아보라'고 성화를 부리시고, 공주 아빠는 얼굴이 굳었다. (남자애가 뭐 저렇게 못 생기고 키도 작고 비실비실하냐!) ㅋㅋㅋㅋ 물론 당시 겉으로는 다들 웃는 얼굴로 창문을 내리고는 반갑다, 니가 ㅎㅈ이구나, 나중에 또 보자, 집으로 놀러와라... 다정하게 대해주었음을 밝혀둔다. (조카의 카톡 프로필 글귀에서 우린 ㄱㅎㅈ이란 애가 남친일 수도 있다고 이미 추측하고 있었다!)


아무튼 '쿨한 고모 코스프레'에 충실하려는 나는 울 공주 결혼하려면 그 전까지 남친 열명도 더 갈아치울 테니 염려 말라고, 이제 겨우 고1인데 뭔 걱정이냐고 코웃음을 쳤다. 본인이 예쁘니깐 남친 외모도 안보고 사귀네, 엄청 훌륭하네 뭐, 남자애가 착한가보다... 너스레를 떨면서... (근데 내심 나도 그 남친 ㅎㅈ이가 그리 맘에 들진 않았다. ㅠ.ㅠ 이놈의 외모지상주의자!) 


이후로도 조카에게 남친 얘기 물어보면 절대로 대답도 안해주고 버럭 화만 내기 때문에 조카의 카톡 프로필 글귀나 보면서 둘 사이를 짐작할 뿐이었다.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가끔 보란듯이 엄청난 남친 욕설을 적어놓는다든지 수상한 글귀가 떠오르면 둘이 헤어졌나 싶기도 했는데, 또 금세 잘 만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젠 막 남친이 집으로 놀러도 오는 사이라나... ㅠ.ㅠ 


그러더니 급기야 좀 있으면 사귄지 200일이라고 선물(커플 시계!)까지 준비중이시란다. 그것도 영원한 봉 고모의 스폰서를 받아서.. 끙... 그냥은 스폰서 못해주겠고 와서 할머니 어깨 주무르기 알바라도 하면 시급으로 비용을 까주겠다고 했더니만 진짜로 방학 첫날인 오늘 건너왔다. 주말에 제발 좀 놀러오라고 할머니랑 고모가 애걸복걸 할 때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쳇... 아 놀라운 풋사랑의 힘이여~! 


업고 안아 재우며 키운 첫조카가 벌써 17살이 되어 연애질을 한다는데 허거걱 그간의 세월이 놀랍기도하려니와 고딩 연인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데이트를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하며 자꾸 실실 웃음이 난다. 중간고사 기간 땐 둘이 울 동네 구립 도서관에도 같이 간 모양인데 (아우 귀엽다!) 자리가 없어서 헤매다 둘이 밥 얻어먹으러 우리집에도 왔었다. 이쯤 되면 건전하고 착한 연인이라고 인정. 다만 조카가 자꾸 다이어트에 열 올리지 않도록 남친 녀석이 좀 살이 쪄주면 좋겠다. ㅎ 


200일 기념 커플아이템 마련을 위해 (공주께선 그간 남친이 사준 커플링을 두번이나 잃어버리셨다고 +_+) 일종의 알바를 하러 온 건데, 나 원참 할머니 어깨는 10분씩 겨우 두번이나 주물렀나.... 히히호호 남친이랑 통화를 하지 않으면 카톡하느라 정신이 없더니 30분에 걸쳐 곱게 '풀메이크업'을 하고는 데이트나가신단다. 계속되는 조카의 봉노릇... 기분이 그닥 나쁘지는 않은데, 이거 괜찮은 건가 좀 염려는 된다. 조카 남친의 봉노릇까지 하는 고모라니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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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의 완성

놀잇감 2013. 9. 26. 16:15

기분 꿀꿀할 땐 뭐니뭐니해도 언제나 약발 백퍼센트인 조카 그림 자랑이 답.

찾아보니 벌써 2007년도의 일이다. 막내고모 작품 전시회에 조카들 셋과 두 올케가 합작으로 그림과 모빌을 만들어 걸었었다.  

 

구린 휴대폰으로 찍어서 작품이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사진에서 얼핏 보이듯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매달렸던 모빌작품이 전시장 방 하나의 맨 중앙에 걸려 있었다.

전시가 끝나고 막내고모는 특별하게 나한테만 녀석들 그림을 하나씩 매달아 총 네 개의 사포 그림이 달린 모빌을 선물했다. 나는 감사히 아이들의 모빌 작품을 방문 앞에 매달고는 작업하러 드나들 때마다 쳐다보며 흐뭇해했다.

 

문설주에 걸어놓은 길쭉한 모빌을 지저분한 집안 풍경 없이 담는 것이 불가능해, 작품 전체 사진은 눈물을 머금고 생략. ㅋ

 

째뜬 지우가 그려놓은 작품 속에선 그 느낌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10월, 지우 6세 때

당시 내가 지내는 거실 공간을 거의 그대로 담아 조금씩 변형한 모습이다. 그림속 중앙의 사진 액자는 할머니와 제 아빠라는데 원래는 내가 이십대 중반에 찍은 옛날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지금은 엄마네로 옮겨놓은 소파에 엉덩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 화가 본인인 지우. 테이블에 놓은 화병과 레고 로봇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카네가 놀러오면 늘 신발 십여켤레가 나란히 복작거리는 현관 묘사도 일품.

그러나 이번에 눈여겨볼 건 저게 뭔가 싶은 그림 맨 오른쪽의 모빌 형상이다. 누나가 그린 꽃과 형들이 그린 곤충모양의 사포 모빌을 제대로 표현해놓았다. ㅎㅎㅎ

 

아마 저 그림을 그린 무렵이었던 것 같다. 지우는 왜 사포 모빌에 자기 그림은 안 매달렸는지 궁금해하더니, 너무 어려서 누나 형들이랑 같이 못 그렸다니깐 자기도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옳타구나 싶어, 그럼 고모가 사포를 사놓을 테니 담에 같이 그려서 맨 끝에 지우 작품도 매달자고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어영부영 세월이 흘러... ㅠ.ㅠ

 

원래 어린아이들은 중요한 약속을 절대 잊지 않는다. 어른들이나 설렁설렁 넘어갈 뿐. 얼마 전 지우는 또 다시 내게 그 약속을 상기시켰고 드디어 철물점에서 사포를 사다가 작품활동에 돌입했다.

 

 

2013년 9월, 지우 8세 (사포에 크레파스)

우툴두툴 새카만 사포에(150번 정도가 적당할 듯. 난 처음 80번 샀다가 실패하고 180번을 사왔는데... 전문가께서 좀 더 굵어야 질감표현이 더 좋다고 하시었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걸 어린 화가가 얼마나 신나하는지, 몇년이나 약속을 까먹었던 게 민망하고 미안했다.

 

처음 그린 작품은 형아들을 따라서 주로 곤충. 잠자리, 집게벌레, 지네를 그리더니만 다음엔 포도 양(?)과 바나나 상어를 형상화했고...

 

작품활동은 다음날로도 이어졌다며 추후 작품 사진이 내게도 날아왔다.

 

 

캬오~ 그림이 더 예뻐졌고, 나는 모빌 작품 구성 상 딱 하나만(그리고 형아들과의 형평성의 원칙에 준하여...) 골라 매달아야 할텐데 과연 어느 걸 매달아달라고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분홍색 공룡도 탐나고... 외눈박이 몬스터도 귀엽고... 우잉..

 

허나, 작품의 완성도는 역시나 전문가이신 막내고모께 맡겨야할 일. 추석날 올 때 낚싯줄이랑 착색제 챙겨오시라 당부했고, 작품 선정도 화가에게 맡겼다.

 

 

 

 

그리하여... 누나, 형아들의 그림과 색감이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낙점된 것은 바로 외눈박이 괴물. ^^; (너무 길쭉하기만한 지네는 모빌로 부적당하다고 퇴짜를 맞아, 결국 내 전용 책갈피로 하사받았다 캬캬)

 

 

 

두둥~~!

6년만에 드디어 조카 넷이 모두 합작한 모빌작품이 완성되었다. 예전 전시에 순서를 달리하여 매달았던 터라 정민이의 꽃 아래쪽에도 구멍이 나 있었는데, 요번에 그걸 활용해 매달았으니 명실공히 완성품.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는 걸 찍느라 엄청 힘들었다. 작품 다섯개(맨 위엔 정민이의 해바라기 그림--맨 꼭대기 사진에서 보이는--이 중심을 잡고 있어 여기도 큰누나&고명딸 프리미엄이 좀 있긴 하다 ㅋ)가 다 개성이 있어 새삼 볼 때마다 미소가 벌벌 흐른다. 

 

지우 작품으로만 또 하나 완성시킨 모빌은 나중에 놀러가서 어떻게 아름답게 매달려 있나 확인할 작정이다. 

 

모빌 작품 완성을 기념해서라도 재미가 있든 없든 <몬스터 대학교>를 봐줘야하는뎁;;;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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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투덜일기 2013. 5. 25. 12:47

나는 급식과 대체로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어려선 당연히 도시락 세대였고, 그 이후엔 선택의 여지가 조금은 있다 하나 단체급식과 다를 바 없는 저렴한 학생식당의 '스텐' 식판과 푸슬푸슬 찐밥과 배식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싫어서 가능하면 교문 밖 분식집에서 차라리 라면을 먹었다. 그도 아니면 하숙하는 친구의 월식 식권을 축내거나...  배식구 근처에서 풍기는 그 혐오스러운 냄새를 누군가 '잔반' 냄새라고 가르쳐주었다. 어쩔 수 없이 쌓인 음식물쓰레기의 냄새. 저렴한 밥을 먹는 대가로 반드시 본인이 큼지막한 그릇에 쓸어모아 두어야 하는 오물그릇. 방금 맛나게 먹은 음식들이라 해도 한데 뒤섞여 국물과 함께 처참하게 모여 있으면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그 자태. 배식구와 퇴식구가 아무리 멀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그 잔반의 냄새가 나는 정말이지 토나오게 싫었다.

 

급식에 대한 인식이 완전 바닥인 나와 달리, 유치원이며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어김없이 급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요즘 아이들은 또 생각이 다르겠지 싶으면서도 여전히 염려스럽다. 누군가는 엄마들이 도시락 싸기에서 해방된 게 여성참정권만큼이나 중대한 일이라고 하고, 웬만한 학교는 부실한 엄마표 집밥보다 급식이 훨씬 더 알차다는 말도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급식 담당 외식업체와 교장의 담합이나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를 공급하다 걸린 사건이 종종 있는 마당에, 애들 급식이 정말로 영양과 맛 면에서 합격점인지 어쩐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나도 최근 다시 3500원짜리 구내식당 밥을 2주에 한번 먹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나마 식판은 아니고 큼지막한 스텐 대접을 주로 쟁반도 없이 덜렁 국그릇과 함께 들고가 먹지만 단체급식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구나 느낀다. 잔반통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 중이라고 사방에 적어놓은 덕분인지 퇴식구 앞에 놓여있는 잔반통은 흔히 식당에서 뼈통으로 쓰는 작은 스텐그릇이고, 주로 국국물만 버려지는 것 같다.(아마도 자주 비우겠지;;) 언젠가 심히 배가 고팠던 내가 밥을 좀 많이 퍼서 덮밥 양념을 달라고 내밀었더니, 아주머니가 밥 많아서 남기겠다고 덜고 오라고 했다.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내가 봐도 많았다. 그대로 시도했다면 꾸역꾸역 다 먹었을지 남겼을지 그건 모를 일이지만;;) 얼른 전기밥통에 다시 덜어냈다. 자기가 푸는 음식 양도 잘 조절을 못하는데 다른 사람이 퍼준 급식밥을 말없이 다 먹어치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뜬금없이 급식과 잔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막내조카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급식 때문에 고전중이라고 들은 탓이다. 원래 좀 편식이 심하고 양도 적어 염려를 했지만, 유치원에선 그래도 잘 먹는 편이라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훈육방식은 유치원 선생님과는 당연히 다르고, 오십대 베테랑 선생님들이 주로 맡는 1학년 급식은 종종 '억지로 참고 빨리 먹기' 훈련인 것 같다.

 

집에선 밥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으라고 가르치는데 아 왜!? 거기다 '국물' 문제가 또 큰 걸림돌이란다. 우리집은 특히 가계 모두 고혈압 인자가 있어서 간을 최대한 싱겁게 하는 편임에도 '국물은 다 먹지말고 남겨!'가 식탁의 모토다. 수년간 잔소리를 해댄 끝에 왕비마마는 요새 아예 국과 찌개를 젓가락으로 드실 때도 많다. 실버아카데미에서도 매번 강조한단다. 한식의 국물만 안 먹어도 나트륨 섭취량을 대거 줄일 수 있다고. 작은올케는 국을 아예 안 끓여먹을 때가 많단다. 국이 꼭 있어야 밥먹는 식구들이 아니니 상관없다.

 

헌데 조카의 담임선생님은 국을 국물까지 다, 남김없이 먹어야하는 걸 급식교육의 모토로 삼으신 분인가보다. 먹기 싫으니까 아이들이 국은 조금만 달라고 해도, 그걸 또 용납 안하신단다. 모든 반찬을 적당량 다 남기지 말고 먹어야한다고. 아 대체 왜!?!? -_-;; '밥먹기 속도와 국'에 대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틈 사이에서 된통 고생하는 건 물론 조카녀석이다. 먹기는 싫은데 버리진 못하게 하고... 그러다 보니 맨날 밥을 늦게 먹어서 선생님한테 미운털 박히고 혼나고... 심지어 얼마전엔 점심시간 끝나도록 식판을 못 비운 우리 조카에게 국 다 먹을 때까지는 어림도 없다며 홀로 책상에 식판을 두고 5교시를 지내게 했단다. 다른 애들 다 책 펴놓고 공부하는데 혼자 냄새나는 식판 앞에놓고 앉아있으면서 여덟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부 학교에선 환경과 아이들 편식 고치기의 일환으로 반마다 나오는 급식 잔반의 양으로 담임 선생님들 인사고과 점수를 매기는 데도 있다고 들었다. (아 정말 학교가 미쳤다;)  인사고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잔반이 제일 많이 남은 반 선생님은 교장한테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암튼 급식 때문에 아이의 수업권을 박탈했다는 얘기를 전화통화 하다가 전해들은 나는 대번에 "그 선생 미친 거 아냐?"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이들의 편식을 고쳐주려는 의도도 알겠고, 음식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방침도 알겠고, 1학년이니깐 더더욱 학교 규율에 적응시키려 더 엄하게 한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밥 늦게 먹는다고 선생님이 아이를 미워(?)하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얘기들 들어보니 조카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한테 한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달리기에서 무려 1학년 전체에서 1등을 했다는데, 그거야 담임의 판단력이 개입할 수 없는 분야라서 어쩔 수 없었을 거다. 그 외엔 밥 늦게 먹고 국물 안 먹고, 숫기 없어서 발표 잘 안하고, 수업중에 친구가 말시키면 대답해주다가 걸려서 수업시간 내내 팔 들고 벌 서고, 엄마가 치맛바람 일으키며 찾아다니지도 않는 조카녀석은 그냥 밉상으로 찍혔구나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 하나는 미술학원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뜨르르 실력을 인정받았던 조카의 그림을 담임 선생님은 여태 단 한번도 칭찬해주지 않았다.

 

그림 잘 그렸다고 교실 뒤에 붙여놓고 상도 주었다는 아이들 작품을 가서 보고온 올케 역시 당연히 마음이 상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제도권 교육에서 원하는 '얌전한' 그림이 따로 있다지만, 디테일한 스케치 묘사력과 색채감과 아이디어가 정말로 남다른(! 팔불출인 거 안다 ㅋㅋ) 그림을 몰라보다니 쳇. 아무리 전문가가 아니라도 미술시간에 과정을 둘러보면 누가누가 얼마나 열심히 그리는지 척 대번에 알지 않을까? 특히나 칭찬과 격려가 중요한 1학년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편애의 마음이 들더라도 골고루 상을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그리다 만 거 같은 그림인데도 순전히 밥 빨리 먹고 담임 말에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그렸다는 이유로 잘 그렸다고 상주고 교실에 붙여놓고 그럼 안되는 거 아니냐고!! 애들 그림이 죄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뭔가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지!!

 

급식 문제로 여전히 선생님한테 만날 혼난다는 조카에게 얼마전엔 내가 못된 반항을 가르쳐보았다. <우리 할머니가 국 국물 먹으면 고혈압 걸린다고 먹지 말랬어요!>카드를 써보라고 한 거다. ^^;; 그럼 선생님도 좀 이해를 해주거나, 속으로 엇뜨거라 하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숫기 없고 선생님한테 아직은 잘보이고 싶어하는 조카는 당연히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단다. 어휴...

 

내가 조카였다면 급식 때문에라도 매일매일 학교 가기가 싫을 것 같다. 점심시간만 되면 미리부터 먹기 싫은 국물 흡입할 생각에 체기가 돌지나 않을까. 조카는 원래 집에서 밥 먹을 때도 양이 작아서 몇 숟갈 먹고는 배부르다며 끝내는 아이다. 오죽하면 몸매가 자코메티의 조각 같을라고. 그렇게 먹고도 콩나물처럼 키는 쑥쑥 자라주니 고맙다. 하여간 학부모 면담때 급식 국물 갖고 애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선 강력하게 항의(?) 내지는 읍소라도 하겠다던 올케는 역시나 아이 맡긴 약자라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왔단다. 미운털 더 박히면 어떻게 해요... 라고. 아아악~~~! 묘안도 없으면서 암튼 요즘 급식만 생각하면 속이 상하다. 여덟살 아이는 계속되는 담임과의 대립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째뜬 보지도 못한 조카네 담임선생님을 엄청 미워하고 있다. 당신이 인정 안해도, 지우 실력은 어디 안간다규! 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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