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해두었던 블로그를 전시 기록할 때만 써먹는다... ㅎㅎ

친구 찬스로 23년 6월 22일. 합정지구에서 열리고 있는 힙한 전시회 보러 다녀왔다. 전시일정은 7월 9일까지!
전시장 전경을 밖에서 보면 이렇다. 

친구들이 찍혀서 가렸는데;;; 이 사진을 자세히 보고서야 전시 제목이 <손 잡듯, 느슨히>라는 걸 깨달았다. 전시 제목도 모르고 다녀왔군. ㅎㅎ

헝겊으로 민물가마우지를 이토록 정교하게 표현해내다니.. 예술가는 역시 다르다.

지하에서도 이어진 전시는…

공개할까말까 고민하다 뒷모습이라는 핑계로 올림. ㅠ.ㅠ 넘나 귀여운 친구 아드님,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요즘 전시 관람료가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대형 기획전시는 막 2만원도 넘는데; 다녀와서 느끼는 충족감과 뿌듯함으로 따지면 소소한 무료전시나 대형 유료전시나 별 차이가 없다.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과 선망이 늘 함께 하는 전시 관람... 언제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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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버드 티켓으로 만원에 예약했던 전시 5/17일에 보러 다녀왔다. 예약할 때만 해도 원고 마감 다 끝내고 휘휘놀고 있을 때라고 상상했으나, 나의 고질적인 슬럼프와 게으름 탓에 여전히 놀러다닐 형편이 안 될 때 쪽잠을 자듯 후다닥 시간 맞춰 다녀왔다. 전시 다 보고 나면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여운을 음미하려고 했으나, 그 계획도 전시장 입장 전에 흡입하듯 후르륵 찬 커피를 들이켜고 시작.

서울시립미술관은 공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옛날에 울 엄마가 근무하던 곳이라서 그럴까? 교복 입고 사환부터 일을 시작했다던 법원검찰청 사건과는 과연 어디쯤 있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언젠가 조카 어릴때 엄마도 모시고 둘러본 적 있었는데, 내부가 완전히 바뀌어서 어딘지 전혀 기억도 안난다고 하셨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 건물 외벽에 걸개로 걸려 있어서 특별히 찍어옴.

쩔그럭거리며 돌아가는 저 쓰레기(?) 같은 설치미술은 볼 때마다 이해가 어렵다. 암튼 이런 공간 좋아라..

 

사진촬영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전시실에서 이것저것 찍어옴. 호퍼와 부인의 관계를 알고 보니 역시 좀 남다르게 느껴졌던 모델들..

기념품숍에서 건진 것들. ^^;; 마그넷과 열쇠고리도 예쁘지만, 여러 굿즈 중에서 요즘엔 쓸모도 있고 기념도 되는 안경닦이를 사모으기로 했다. 

귀여운 열쇠고리는 한번 더 클로즈업. 

그림 속 주인공처럼 다리 그림자에 맞는 위치에 서서 촬영하는 곳이었으나... 누드였던 모델의 아픔이 풍경만으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친구가 전시안내 번역작업에도 참여했대서 유심히 글귀를 읽어보기도 했는데 ^^; 시간도 없고 작은 글씨에 멀미도 나서 나중엔 그냥 그림만 멀찍이서 감상하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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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4월 6일. 친구들과 사울 레이터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나에겐 완전히 금시초문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였으나 이미 전시를 보고 온 지인들이 되게 '힙한' 전시이며 공간도 색다르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볕 좋은 봄날 나들이로 딱이로군 하며 마음이 설렜다.
원래는 겨울에 어울리는 전시였던 모양으로, 옥상에서 빨간 우산 쓰고 눈내리는 풍경 찍은 인증샷을 많이 보기도 했는데 인기가 높아 5월말까지 연장 전시를 결정한 모양. 회현역 3번출구에서 189미터였던가 무척 가까우나 길을 잃기도 쉽다고 하더니만 쉽게 건물을 만나긴 했는데, 우리보다 앞서 계단을 올라, 후문인 듯한 나무 문을 밀어본 관람객1이 잠겼다고 하는 말에 허걱. 예약시간 이외엔 잠가두나 좀 난감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 미닫이 문이었어! ㅋ
후문은 지하에서 들어가도록 되어있고, 남산순환도로 백범광장 쪽에서 접근하면 차로도 접근 가능한 정문과 카페가 보인다. 암튼 우린 뒷문으로 들어가 약간 어질어질한 금속 통로(바닥 뚫린 길 싫어함)를 지나 건물 앞마당으로 향했다.

건물 옆면? 앞면에 붙어 있는 대형 포스터. 그러나 나에겐 너무나도 눈에 거슬리는 부제! 인노그레이트허리. ㅋㅋㅋㅋ 미치겠다. 저걸 왜 굳이 한글로??

나처럼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든가, 아니면 전시 기획하는 쪽에서도 민망했는지 티켓엔 부제가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로 바뀌어 있었고, 건물 정면에도 같은 문구가 보인다. 저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가 진짜 유혹적이었는데;; 전시를 12시에 예약한 관계로 점심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서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 점심 이후 커피 마실 집을 찾다찾다 들어간 곳에서 대실망한 이후, 피크닉 카페의 커피 맛은 과연 어땠을지 선망과 궁금함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나름 '핫'한 곳인듯 카페만 다니러 가는 사람들도 있나보다.

작가가 작품 제목을 붙이는 방식이 어찌나 독특하신지, 계속 제목 맞히기 내기를 하듯 짐작해보면 다 틀렸다. 내 눈에 주제로 보였던 피사체가 제목이 아닌 경우 많아서 제목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 이 작품은 아마도 (검은) 캐노피? 가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ㅎㅎ 무섭게 사진 찍는 내 모습이 반영에 잡힘. 

우리의 시선을 강탈했던 "주근깨 소녀" 그래도 이 제목은 무난히 맞힘 ㅋ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남산 풍경이 엄청 멋졌는데, 사진엔 확실히 감흥이 다 안담긴다. 케이블카 지나가는 것도 보이고...
한쪽 옆으로 마루를 깔아 놓고 남산방향으로는 큰 창을 내놓아 그리로 바라보이는 나무들과 풍경도 딱 "차경"으로 완벽한 공간 같았음. 건물 자체도 하나의 건축 예술품이구나 싶긴 했으나, 친구 하나가 다리가 좀 많이 불편했는데 4층까지 미로같은 전시를 보며 계속 땀 뻘뻘 걸어 오르는 수밖에 없었고, 역방향으로는 관람 불가라고 해서 약간 빈정 상했다. 난 전시 한바퀴 다 돈 다음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오래오래 보다 나오는 걸 좋아하는데 쩝...
게다가 역방향 관람이 안되면 4층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어쩌라고, 싶었더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아니 그럼 다리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관람 동선도 감안해야하는 게 아닌가???!!! 요즘 가뜩이나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꼴보기 싫어 죽겠는데, 단순히 지하철과 버스 이동도 어려운 마당이니 전시장 편의시설이야 오죽할까. 나중에 친구 다리가 더 불편해져서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면, 함께 하는 문화생활은 극히 제한되거나 불가능하리라는 게 화난다. 최소 5년간은  세상이 약자들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진 못하겠지 생각하니 참 슬픈 일이다. 그래도 계속 싸워야겠지만...

옥상 공간엔 갖가지 식물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음. 조팝나무 꽃도 피고!

 

모르는 새 친구가 찍어준 내 뒷모습 공연히 마음에 든다. 난 새싹이 돋아난 느티나무를 찍고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기능 이상해져서 레이아웃이 엉망이다. ㅠ.ㅠ )

 

바빠서 놀면 안되는 일정 속에 에라 모르겠다 나가 놀았던 거라 심신이 편치않고 마음 한구석이 계속 괴로웠지만 그래도 계절의 여왕은 봄이구나 실감하며 봄볕에 달구어진 등판이 잠시라도 따사로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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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마감에 힘써야하는 기간이지만, 작년에 너무 전시구경에 소홀했던 관계로 마구잡이로 약속을 잡아 1주일에 한번씩 전시구경을 다녔다. 벼르고 별렀던 조선의 승려장인 특별 전시는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해놓았다는 본관 상설전시 사유의 방 구경과 한꺼번에 볼 계획이었는데... ㅠ.ㅠ 결과적으로 특별전시 하나만 보고 말았다. BTS RM이 국박 사유의 방 전시를 보고 SNS에 올렸다니 당분간 아미들이 러시가 이어지겠지.... 그 전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아쉽다. 암튼 2022년 1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로 구경다녀온 이 전시 입장료는 5천원이고 3월 6일까지 계속됨.

보관의 저 정교한 디테일을 보라! 어휴...
일본에 반출됐다가 돌아와서 어깨에 붉은 글씨로 일본이라 써 있는 불상
석탑 안에 들어 있던 미니어처 불상들.. 귀엽다고 하면 안되나? ㅎ
현대작가와 콜라보도 어울리는 금빛 불상들

벌써 그날의 감동이 사라져가고 있다. 탱화 그리는 스님의 붓놀림이 놀라웠던 동영상도 인상적이고 볼 거리가 너무 많아서 약간 소화불량 느낌이었다. 이제는 전시 하나를 봐도 머릿속에 정리가 잘 안되는 기분. 그래도 암튼 보고팠던 전시 보며 허영심을 달래서 행복했다. 밖에 나가 점심 먹고 나서서는 다시 석탑들 줄지어 서 있는 마당 지나 용산 가족공원도 한 바퀴 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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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전시 관람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러시아 이콘 전시회였다. 지인 한 분이 이곳에서 해설 봉사를 하시는데 수년째 오란 말씀 안하시더니 요번엔 정말 꼭 볼만하다며 와보라고 홍보를 하셨다. 호객행위처럼 직접 찍은 동영상 하나를 틱 보내주셨는데 오오옷.. 단번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콘'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는데,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콘'과 같은 말일 테고,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유래했다고. 특히 '이콘'이라고 하면 동방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도 신앙을 담은 성화를 의미하는 듯.
위로의 방이라고 해야하나 콘솔레이션 홀이라고 적힌 별도의 공간에서 3차원 디지털영상을 틀어주고 있던데, 그것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나 같은 무종교인은 똑같은 기독교라도 천주교 공간은 개신교 공간보다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 또한 일종의 편견이겠지만 암튼. 이콘 전시를 보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holy'한 마음이 든다는 후문을 종종 들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예수나 성모의 존재자체보다는 그 초월적 존재를 성스럽게 떠받들고 소망하는 인간들의 경건한 모습과 노력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알고보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 자체도 예술! 게다가 이콘전시뿐만 아니라 상설전시, 기획전시도 볼 거리가 많았다. 한파가 몰려왔던 1월 12일 오전, 1시간정도 둘러보면 되겠거니 얕잡아봤다가 결국 다 못보고 나중에 다시 오자며 주린 배를 달래러 나와야했다.

지하1층 전시장 입구
손으로 만들지 않은 구세주..라나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해설하시는 분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역시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ㅋㅋ 번역 오류라고 생각했음. 손으로 그리지 않은 예수..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이콘 성화들을 돌아보며, 예수는 물론이고 동방박사들도 아시아 유색인이란 건 확실한가보다고 속삭였다. ^^;

러시아정교 제대는 5단으로 꾸민다던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고 암튼 계단식 성당 공간과 이콘 장식을 재현해놓았는데 아마도 천주교인이었다면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좋은 공간.

상설전시실. 내부 구조도 고딕성당 나무 형상 골조를 닮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올랐던 안뜰 예술품

곳곳에 놓인 예술품이 엄청나다. 디지털 화면으로 얼굴이 표현된 피에타도 멋졌는데 사진은 여기 안올리겠음.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방식이 바뀌어서 엄청 불편하닷!) 이콘 전시실 나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폭포와 파도와 모세의 기적까지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던 옥외 설치미술도 좋았고, 나중에 천주교 성지 관련 답사를 한번 더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무료이고, 2022년 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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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도 못뜨는데 어떻게 마그리트의 대작들이 한국에 왔을까 의아했었는데, 당연히 원작 전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장료가 15000원? 미친거 아니야? 씩씩댔으나 30% 할인받을 방법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일단 보기로 하고 볕좋은 날 일행과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 동안 인사동은 상전벽해... 곳곳이 낯설었고,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센트럴뮤지엄은 규모가 조계사 앞길까지 이어진 초대형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이었다. 마당에서 기웃기웃 옷구경도 하고 기념품가게도 들여다보고... 드디어 지하전시장으로 입장. 

주말 오전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도 사람들과 간격을 유지하느라 제법 신경을 써야 했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전시를 알고 잘도 찾아오는지. 

전시장을 둘러보니, 가족과 연인끼리 온 관람객들이 꽤 많았고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치.. 마그리트 작품이 사진빨이 잘 받긴 하지. ^^;;

원화가 아니라 프린트니 사진찍기가 자유로워서 그게 장점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작품 크기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전시장 벽 크기에 맞춰 작품을 집어넣어놓은 구성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래는 코로나 시대의 연인과 키스를 뜻하는 거 같다며 많은 연인들이 인증샷을 찍던 작품이다. 으음. 당연히 그림 제목 다 까먹음. 생각날까 싶어서 설명문도 같이 찍었으나 역시 기억 안난다. ㅠ.ㅠ 

 

투덜투덜 꿍얼꿍얼 트집을 잡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시장 디지털 영상 속을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과 줄 서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며, 결과적으로는 나도 즐기고 있었다. 그래 뭐 이 정도라도 나름의 문화생활 즐기는 거 좋지 아니한가. ㅎㅎ 

9월 13일까지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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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월 영화 & 책

놀잇감 2020. 2. 3. 01:35

2019년 각종 문화생활 베스트 포스팅은 적다 말고 그냥 비공개로 두었는데;; 과연 2020년은 제대로 기록을 남기게 될까. 암튼 일단 시작은 해보는 걸로.

= 영화 =

총5편을 보았다. 

*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 - 시리즈 마지막을 보려고 하니 전편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서 한번 더 챙겨보았으나 아직 마지막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보지 못했다. 내리기 전에 빨랑 봐야되는데;; 
* 가장 보통의 연애 - 설날연휴에 무료로 풀렸길래 봤음. 
* 유열의 음악앨범 - 역시나 연휴 동안 무료길래 봤다. 두 로맨스 영화 중에선 차라리 가장 보통의 연애가 좀 더 나았던 듯. 주인공들의 나이대와 관련이 있었을까? ㅎㅎ 벌써 잘 기억도 안난다. 
* 파바로티 -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영화다. 지인께서 음향특화된 영화관에서 보고싶다 하시었으나 이미 그런 곳은 없어졌고 시네큐브에서 하루 한번 정도 상영하고 있어서 다행. 오페라는 모르지만 파바로티의 노래 몇곡은 되게 좋아하는데 개인사는 모르는 게 나을뻔했다.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인류애를 펼쳤으나 주변 여자들에겐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처를 준 뻔뻔한 불륜남. 기대보다 음악도 많이 나오질 않고 초기 영상들은 당연히 화질도 음원도 구리다. 정작 꼭 보고싶다고 했던 일행은 옆에서 코를 골며 절반 이상 잠들었다. +_+

* 우리집 - 윤가은 감독,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주연. 1월에 본 5편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최고작이다. 아이들의 연기가 어쩜 그리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지. 어른인게 부끄럽더라.  배우들과 장면이 좋아서 화면 캡쳐도 했음.


= 책 = 

달랑 2권을 보았다.

* 백의 그림자 - 황정은 장편소설, 민음사

작년에 동네 서점에서 블라인드 선물(내용물이 뭔지 모르게 포장해 놓고 작품에 대한 힌트만 메모해놓는다)로 구매해놓고선 좀 읽다가 머리 맑을 때 읽고 싶어 좀 아껴두었다가 드디어 마무리. 생각해보니 요즘 한국 소설을 별로 안읽고 살았던 듯 신선하고 깔끔하니 좋았다.

*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 이다혜 지음, 현암사

재작년부터 페미니즘 관련 책들 몇 권 사두고 다 건드리다 말다가 완독한 게 드물다. 작년 연말에 <밀크맨> 북토크 행사때 진행자로 나온 저자를 보고서야 아 맞다, 그 책 마저 읽어야지 했다. 최근에 나온 책보다 역시 난 이 책이 더 좋았다. ^^; 

2월엔 좀 더 많은 문화적 소양(?)을 쌓게 되길 빈다. 전시도 책도 좀 다 보고, 보고프다고 생각한 영화도 좀 놓치지 말고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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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한 기분전환용으로 핸드폰에 있는 사진 정리 겸 지난 기록.

 

2019년 12월 13일. 한양도성을 동대문부터 숭례문까지, 광희문 거처 목멱구간을 오르내리고도 뭔가 더 미진한 기분이 든다는 일행과 함께 서울로7017을 걸었고, 옛 서울역사에서 <전기우주> 전시를 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 전기회로와 기계와 발전소 관련된 전시는 뭐 딱히 흥미롭지 않았으나, 최대한 옛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는 옛 서울역사는 건축물 자체로도 꽤나 볼만했고 둘러보며 뿌듯했다. 

 

재미난 광고포스터가 많았던 전시실
샹들리에는 안찍혔다만 귀여웠던 은방울꽃 모양 등과 가운데 기둥이 인상적
천장 스테인드글라스가 옛 문양일까 아닐까 한참 토론하다 최근 것이라 결론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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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늦은 정리

놀잇감 2020. 1. 3. 01:05

작년엔 블로그도 멀리했지만 대체로 뭔가를 정리하는 것 자체를 게을리했다. 삶이 엉망진창 뒤죽박죽 제멋대로 흘러간 느낌이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탁상달력과 메모를 토대로 대충이나마 한해 기록을 남긴다.

 

= 등산 (그나마 열심히 했으니 1번으로 기록)

3월 도봉산

4월 섬진강트레킹, 강화도 답사

5월 청계산, 가평 호명산

6월 삼척 쉰움산

7월 문경 대야산

9월 북한산 14성문 종주 중 7개 

10월 홍천 금학산, 과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11월 순천 조계산

12월 아차산&용마산 

그밖에 두어개 이빠진듯 남겨두었던 서울둘레길 스탬프를 모두 찍어 완주했고 (아직 완주증은 못 받으러감 ㅎㅎ)

한양도성 한바퀴 순성도 2번이나 완료.

걸핏하면 도지는 무릎건초염(근막염)과 사라져버린 알량한 근력과 폐활량을 되찾아 다시 산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새해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1월 1일에도 동네 산에 산책 다녀옴. 

 

= 전시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국립중앙박물관)

우리 강산을 그리다: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국립중앙박물관)

성북동 가구박물관 

세브란스 이승오 작가 종이공예화 

코엑스 서울 도서전

서울역 전기우주

2019년도 예정 전시를 20개쯤 적어두고 기대했는데 거의 못다녔다. ㅠ.ㅠ 호크니 전시를 결국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 

 

= 공연

Slow Life Slow Live 첫날 스팅, 루카스그레이엄, 코다라인

이윤애 제자 음악회(벨로)

연극: 대학살의 신, 안나마수나마라, 그남자 그여자, 2019톡톡

뮤지컬: 팬텀

 

= 영화

나랏말싸미

토이스토리4

겨울왕국2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www.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눈이 부시게 

나의 아저씨 (뒷북으로 몰아서 봄) 

 

= 독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지음

패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할로우 시티/영혼의 도서관 - 랜섬 릭스 지음/이진 옮김

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노지양 지음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이현정 옮김

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고정아 옮김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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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저녁에 떠나서 순천에서 1박하고 9일 새벽에 순천만을 돌아본 뒤, 곧장 조계산을 오르는 빡빡한 일정에 따라 나섰다. 경기 강원 근교 산이야 뭐 마음 먹고 친구들과 스케줄 짜면 갈 수는 있겠지만, 남도 쪽에 있는 산들은 이렇게 단체로 버스 타고 가는 기회가 아니면 가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모처에서 7시30분에 출발. 밤길이고 거의 다 가서도 길이 꽤 막혀서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버스에서 나눠준 김밥을 헐레벌떡 먹었지만 그래도 출출한 건 사실이고 결국 새벽 1시반에 라면에 계란 넣어 끓여먹고서야 뿌듯한 배로 몸을 뉘였다.

당연히 잠은 설쳤고, 계획대로 6시에 펜션을 출발해 순천만 돌아보기 시작. 으아.. 이 얼마만에 보는 여명과 일출인가.​

벌써부터 오리들이 꾸륵꾸륵 울어대며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높고 멀어서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맨 오른쪽 사진엔 활강하는 새 한마리가 찍혔다! 

7시 5분이 일출시간이라며 다들 헐레벌떡 용산전망대라는 곳을 오르는데... 에고에고... 날도 추웠고 길은 멀고.. 결국 맨앞 일행은 몰라도 다들 일출을 보는 건 실패했다. 그래도 올라간 보람이 있을 만큼 숲길도 풍광도 아름다웠음.

순천만 갯벌에서 자라는 갈대도 멋졌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동글동글한 섬과 구불구불한 물길, 멀리 보이는 섬들이 어쩜 그렇게 정겹고 에쁜지! 오른쪽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건 '함초'라고 한다. 함초소금이 분홍색인 이유가 있었어!

전날 밤에 미리 라면을 안 먹었으면 어쩔뻔했냐고 계속 투덜댈 정도로 이미 뱃속은 허기져서 꼬르륵꼬르륵 울어대고, 방한에 신경을 덜 쓴 관계로 내려올 땐 손시리고 춥고... 아침 식당에 가자마자 꾸역꾸역 밥으로 속을 채웠다.

​다행히 조계산 정상 장군봉을 향해 가는 대신 이왕이면 여유롭게 가을산을 만끽하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어 선암사에서 송광사 넘어가는 길로 모두 향했다. 얼마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대 사찰 중 하나인 선암사엘 드디어 가보는군 싶어 신이 났다. 까마득한 옛날 고딩 시절에 '여름수련회'로 갔던 통도사와 대흥사, 마곡사를 가본 걸로 친다면, 비교적 최근 답사로 다녀온 법주사, 부석사를 포함하고 이번 등산을 계기로 6개 클리어. 안동 봉정사만 가보면 되겠다. (그러나 통도사, 대흥사, 마곡사도 30여년전이 아닌 요즘 모습을 좀 보고싶다. ㅠ.ㅠ)


선암사에서 꼭 눈여겨보아야할 것들이 여럿이라고 현직 역사선생님이신 선배가 미리 준비한 동영상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는 걸 비몽사몽 대충 넘겼으나 그럼에도 선암사의 백미라는 승선교는 그 이유를 알겠더라.

승선교의 무지개 아치 안으로 쏙 들어오는 저 전각을 보려면 개울 아래로 내려가야하는데 ^^; 귀찮아서 난 내려가지 않았고 선배님들이 찍은 사진을 이렇게 퍼왔다. ㅎㅎ 내가 찍는다고 더 잘 찍을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 사진은 내가 직접 찍었음. 파란 하늘과 앞서 걸어가는 일행들의 뒷모습과 노란 단풍이 정말 예뻤다.

올 가을은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잎들이 물들기 전에 말라버리거나 타버리거나 오그라들어서 단풍이 별로 안 예쁘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단풍이 절정이 아닌 순천엔 예쁜 나무색이 정말 많았다. 

빨갛고 노란색, 그 중간색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냄. 그러나 역시 휴대폰으로 담아온 사진들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주지 못하고... 에효. 

이번에 처음 안 건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이 아니고 태고종 사찰이라는 것. 그래서 스님들이 입은 가사 색깔이 갈색이 아니고 새빨간 색이다. 태고종은 승려도 결혼을 할 수 있으니 각자 스님들별로 살림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요사채가 곳곳에 나뉘어 있고 크고 작은 암자도 자잘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런 구조의 절집은 정말 처음 보는 느낌.

 


어딜 찍어도 옆 건물 기와가 서로 겹쳐져 걸리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한옥집 짓고 살며 처마에 나도 풍경 매달고 싶으다.. ㅠ.ㅠ 


어딜 봐도 고풍스러운 사찰의 매력이 느껴졌는데... 꼭 보아야할 것 중 하나가 원통전 모란무늬 문살이라고 해서 홀로 앞장서 다니며 마구 찾아다녔으나 실패. ㅋㅋ 결국 선배님이 가르쳐주셨다. 내가 보러 다녔을 땐 문을 열어 젖혀놓고 예불 중이어서 보였을 리가 없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문살이다. 진짜 정교하고 아름답고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 고색창연하고... 

선암사의 '뒷깐'까지 서둘러 구경을 마친뒤 송광사로 출발했다. 스님들이 노상 다니는 길이라 수월하다매! 기막혀서... 돌계단이 끝이 없고 구간구간 경사는 또 왜 그리 가파른지. 잘난 척 스틱 없이 오르다가 결국엔 헉헉대며 스틱을 펼쳐들고 몸을 실었다. 다행인 것은 조계산엔 중턱에 보리밥집이 있어서 굳이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바라보이는 산자락에도 동글동글 단풍색이 예뻤는데...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추가한 4인 상의 위용.





몇번의 헉헉대는 고비를 넘긴 끝에 깔딱고개를 넘고 넘어 '원조 보리밥집'에 도착했다. 산속에 보리밥집도 심지어 여러개! ㅋㅋ 비닐하우스를 곳곳에 짓고 그 안에 평상을 깔아놓은 식이었는데, 배도 고팠지만 우와 쌈채소도 싱싱하고 반찬이 다 맛있었다. 한잔 곁들인 동동주인지 막걸리도 환상의 맛!

아침을 배불리 먹은 뒤 1시도 안 되어 맞은 점심시간인데도 밥한 공기 다 비벼서 이 한 그릇을 싹싹 다 먹어치웠었더니만 진짜 잘먹는다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아 예, 제가 간식은 안먹어도 밥은 엄청 잘 먹습니다요. 밥심으로 살지요.. 

이 원조집은 무려 1980년(!)부터 영업을 했대고 월요일엔 휴무란다. 도시락 없이 월요일에 조계산 등산하다 찾아가면 큰 낭패일듯. 혹시 모를 훗날을 위해 나도 기록해놓는다. (근데 과연 또 가게 될까? ㅠ.ㅠ) 



흡족하게 부른 두들기며 출발해보니 송광사까지 아직도 남은 거리가 3.5km쯤. 다시 수많은 돌계단과 비탈을 오르고 내려 드디어 송광사를 만났다. 정상만 안 갔지 거리로나 경사로 보나 힘든 등산은 똑같이 다 한 셈이었다. 다들 지치고 시간도 많이 지체되어 송광사 경내는 최대한 후다닥 돌아보기로. 

초록색부터 연두색, 노란색, 선홍색까지 모두 매달고 있는 환상적인 단풍나무들이 곳곳에 있었으나... 사진으로 찍으면 이 정도가 최선이다. ㅠ.ㅠ

​​선암사의 고색창연함에 너무 감탄했던 모양인지, 다분히 새것으로 갈아엎어 현대식 느낌이 풀풀나는 송광사는 상대적으로 별로 감흥이 없었다. 나름 멋진 건축이다 싶었던 회랑과 누각의 위용은 이 정도... ​

내가 귀찮아서 휙휙 찍은 사진들이 위와 같다면 다른 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모습은 또 좀 다르다. ^^; 

왼쪽은 내가 찍은 선암사의 해우소.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함! 그래서 난 안들어갔고.. 가보면 엄청 높아서 고소공포증이 느껴진다고 한다. 안 들어가길 잘했지. ㅋ

아이폰으로 대충 난사누군가 신형폰으로 찍어 공유해준 사진

이날은 아침 6시부터 펜션을 뛰쳐나가 집에 11시반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3만7천여보를 걸었더라. 하산 길에 무릎보호대를 했음에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른쪽 무릎이 아파 낑낑거렸고, 다음날 당연히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1박 2일간 이렇게 알차게 돌아보는 일정이 또 어딨겠나 싶어서 뿌듯했던 가을나들이. 단풍든 나무는 정말 실컷 다 보아서 여한이 없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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