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에 해당되는 글 233건

  1. 2023.08.08 세계 고양이의 날 1
  2. 2022.09.06 그럭저럭 2
  3. 2022.07.16 연이가 안보인다 1
  4. 2022.06.23 설이, 점이, 묵이 2
  5. 2022.06.08 줄무늬 아깽이… 2
  6. 2022.06.06 상전? - 6월5일로 6주차 4
  7. 2022.05.30 4마리였다! 5
  8. 2022.05.17 새끼냥들 사라짐 1
  9. 2022.04.25 연이 엄마 되다 2
  10. 2022.03.17 연이와 하늘이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란다. 88 이 두 글자가 고양이 두 마리의 뒷모습이라는 주장도 있고.. 암튼 고양이의 날 기념 네이버에 뜬 고양이 그림과 고양이 발바닥 커서 변화도 귀워여서 캡쳐했다. ㅎㅎ

저 발바닥 커서를 누르면 다른 고양이가 내려오는데 그 순간은 포착 못함. ㅠ.ㅠ

사람은 안변한다던데,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발정기때 고양이 울음을 마구 저주하던 과거를 떠올리면 또 이래저래 변하는 게 인간인가보다. 암튼 연이와 아깽이들은 그 이후 영영 사라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혹시나 해서 매일 놓아주던 고양이 사료와 물은 다른 고양이가 와서 열심히 먹는 중이다. 워낙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데, 고양이 얼굴도 구별 못하는 건 마찬가지여서 흰바탕에 검정 무늬가 들어가고 꼬리가 줄무늬인 길냥이 한 마리는 연이가 아니란 것만 확실히 알겠고 하늘인지 아닌지도 미지수다. 하늘이는 작년까지 분명 눈이 연한 하늘색이었는데;; 커가면서 달라졌을 수도 있고...
올봄엔 발정기 울음소리가 며칠이나 이어졌고, 장마철 동안엔 치즈냥 아깽이 몇 마리가 내 방 밖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것도 목격했었다. 혹시나 연이네처럼 자리를 잡으려나 지켜보았으나 비 개자마자 사라짐. 하기야, 진짜로 덜컥 보금자리를 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나중에 연이네가 돌아올 수도 있는데 싶어서. 
몇년 뒤에도 잊지 않고 옛 터전에 돌아오는 길냥이들 얘기는 그냥 도시 전설일까 진짜일까, 궁금하다. 암튼 고양이의 날인걸 미리 알았더라면 매일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에게 특식이라도 챙겨줬을텐데 너무 밤늦게 알았다. 작년에 남았던 츄르며 유산균, 영양제는 품종묘 키우는 친구에게 모두 줘버려서 딱히 특식 줄만한 게 집에 있지도 않으니 어쩌겠나. 길냥이의 평균수명이 2,3년 밖에 안된다는데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녀석은 제발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거 주워먹지 말고 더 오래 건강하길 빈다. 
블로그를 거의 방치하고 살다가 비공개로 적어뒀던 전시 기록 두 개를 공개로 돌린 김에 이 공간을 되살려보려는 시도인데... 쉽지가 않군. 긴 슬럼프 끝에 말솜씨 글솜씨 모두 퇴화되고 있는 중이다. 노상 다른 직업  뭐 없을까 고민만 하게 되고... 
잡스러운 문장 맺기가 이토록 어려워서야 글줄로 밥벌이가 되겠냐고!! ㅠ.ㅠ 민망해서 급 종결.
 

Posted by 입때
,

그럭저럭

투덜일기 2022. 9. 6. 16:27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이었던가? 검색해보지 않아서 시인 이름 틀릴 수도 있는데 암튼 문득 근황을 포스팅하려고 빈 창을 여니 저 글귀가 생각났다. 왜 사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만큼 심각하게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지만 하여간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계속 암울하다. 환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나의 쓸모에 대한 믿음이 점점 줄기 때문이다.

우선은 내가 일을 너무 못한다. 노는 계획은 빠짐없이 다 지키면서 (그건 누군가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정작 마감일을 지켜야하는 일은 작년부터 올해 내내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심지어는 3주 넘게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기도 두렵고 꺼려지는 증상이 있을 지경이었다. 이런 게 슬럼프인가? 아니면 그냥 미루다미루다 포기하는 비겁병에 걸린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성인ADHD의 주요 증세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던데,, 이러면서. (핑계를 찾고 있는지도..)

암튼 그럼에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리고 내가 SNS에 그럴싸하게 포장해 올리는 겉모습으로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산에도 열심히 갔고, 염원하던 설악산 대청봉도 다녀왔다. 그러고는 며칠 후유증 핑계로 누워서 핸드폰만 만져대서 그렇지... 해설이 재개된 궁궐 봉사도 시작했고, 둘레길도 2주에 한번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러니 이젠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복병은 2학기부터 다시 시작된 자유학년제 수업. 똑같은 주제인데도 이젠 내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기력도 심히 많이 소모된다. 마스크 쓴 채로 2시간 수업 떠들고 오면 목 아프고 맥빠져서 또 누워서 한침 쉬어야하는 신세. 벌써 6년째 하고 있는 일이지만, 중학생 아이들의 반짝거림이 좋긴 했지만, 이젠 그만큼 힘들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애들 수업은 끝내기로 결심했다. 본업도 충실하지 못하는 주제에 한눈까지 팔다니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돈벌이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라;; 벅찬 보람과 그럴듯한 포장 만으로는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기가 싫어졌다. 

연이네 식구는 그 뒤로 전혀 소식이 없다. 정말로 누군가 다른 돌보미를 만나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죄책감과 불안함 때문인지 며칠 전엔 연이를 마지막으로 본 비오던 날 모습이 꿈에 나왔다.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창문 아래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던 연이의 눈빛이 영영 떠나기 전 작별인사였구나, 하고 내가 중얼거리는 꿈이었다. 어쨌든 매일 연이네 사료를 놓아주던 곳에 똑같이 사료는 놓아두고 있고, 밤 사이 몰래 먹으러 다녔던 주인공이 하늘이였다는 걸 얼마 전 확인했다. 지난주엔가는 영역 다툼을 하는지 하늘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투닥거리고 울어대는 요란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개입하지 않는 게 낫다 싶어 모르는 척 그냥 두었다. 그 이후엔 하늘이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누가 승리자인지 모르겠다. 째뜬 앞으론 연이처럼 정성을 들여 내가 또 여러 길냥이를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왕비마마는 봄에 심층검사를 했는데도 치매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판정을 받았으나(사실 정신과 처방으로 이미 치매 예방약인 아리셉트를 드시고 있어서, 초기 치매 치료와 다를 것도 없다고 한다.) 단기 기억력은 너무 심히 나빠져서 똑같은 말을 1분만에 반복하는 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초기 치매면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몇 번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산책을 하거나 끼니를 대신 챙기게 하고 싶은데 그냥 '경도 인지장애' 정도로는 등급 받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이번 정부 예산이 줄어들어서 거동이 힘들지 않는 한, 공단에서 등급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루 종일 괜히 누워만 계시는 노년의 육신이 얼마나 더 빨리 망가질지 뻔한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젠 내가 산책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귀찮다며 이불을 뒤집어 쓰심. 선배와 친구들은 그냥 엄마 하고 싶은대로 두라고 한다.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고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다나. 정말로 운동 좀 하시라고 잔소리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져 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 거의 포기 상태다. 

올해 초 새해결심을 돌아보면 1 내려놓는 삶,  2 약속 잘 지키기, 3 일본어 배우기, 4 10년 프로젝트로 100대 명산 도전... 이 정도였던 것 같은데 3, 4번에 너무 치중했나, 일에 대한 의욕은 내려놓고, 가장 중요한 일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 차차 책상 앞에 앉는 연습부터 해야하는 상황인데, 밀린 원고 독촉이 말도 못한다. 출판사 담당자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할 따름. 오늘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제일 먼저 블로그 순례부터 하고 있으니 원. 그럭저럭 하루를 또 말아먹고 있다는 결론이... ㅎㅎ.

그래도 예전엔 글의 힘을 빌어 블로그에 결심을 남기면 하는 척이라도 했던 것 같으니, 책상에 앉은 김에 오늘은 목표한 진도를 좀 나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제 좀 정신 좀 차리시지.

 

Posted by 입때
,

사흘째 연이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젖을 물리는 모습을 더러 봤는데 장마비가 쏟아지던 7월 13일 아침에 마주친 걸 마지막으로 계속 연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양양이가 두달만에 연이와 진이만 두고 사라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덜컥 겁이 난다.
설점줄묵이가 태어난 것이 4월 24일. 이제 아깽이들이 80일정도 되었는데 벌써 젖을 떼어도 되는 걸까? 암튼 좀 쎄한 느낌을 받은 건 지난 월요일부터였다. 그간 평소 연이가 쉬거나 낮잠을 잘 때는 아깽이들과 함께 뒷베란다로 내다보이는 아래층 지붕 그늘에서 함께 모여 있었다. 꾸벅꾸벅 졸거나 자면서도 아깽이들이 연이의 젖을 물고 있는 것 같아서, 연이 진짜 덥고 답답하겠다며 안쓰러워 할 정도였다. 헌데 그날 낮엔 연이와 아깽이들이 다 따로 따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연이는 아예 축대 철망 너머에서 홀로 낮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리면 아깽이들 있는 쪽을 내려다보았다. 아깽이들이 더 어릴 땐 밤에도 낑낑거리고 울면 득달같이 연이가 다가가 보살펴주곤 했는데, 이젠 아무리 울어도 (젖달라고 우는 소리 같았음) 멀찍이서 지켜보며 밤중엔 어리광 떨지 말라고 나무라는 것 같기도 했다. 밤에 자다가 아깽이들이 울어대서 랜턴 켜고 비춰보면, 연이가 오히려 나를 보며 애처롭게 에옹 에옹 울었다.

솔직히 오랜 시간 돌봐온 연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아깽이들보다 크기 때문에 그간 나는 연이가 좀 안타까웠다. 엄청난 모성애로 새끼들을 키우고는 있지만, 자꾸만 얼마나 귀찮고 고단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천방지축 아깽이들은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통에 악취가 심해졌고, 연이 혼자 깨끗하고 고고하게 지낼 때와는 창밖 연이네 집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연이진이는 양양이한테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인지 화장실을 축대 철망 너머에 두고 있었던 듯, 한번도 대변 덩어리 때문에 파리가 꼬이고 악취가 풍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이네 아깽이들은 내방 창문 바로 바깥에 있는 자기네 집들 뒤쪽에 조금 쌓인 흙더미 구역을 화장실로 사용했다. 보다 못한 내가 모래를 퍼다가 흙더미를 더 높여주었으나, 딱 한번 모래를 파고 대변을 본 뒤 흙을 덮었을 뿐, 그 다음날부터는 그냥 또 아무데나 똥을 싸놓았다. 심지어는 연이가 작년부터 애용하는 받침대인 스티로폼 상자 위에도!
집냥이든 길냥이든 집과 화장실을 가능하면 멀리 떨어뜨려 두라던데, 이젠 집 두채 바로 뒤가 화장실인 셈이다. 지들도 악취가 싫은 건지 겨울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던 모습은 차츰 사라지고, 연이네 가족은 울 엄마네 집쪽 반대편 지붕으로 낮잠터를 옮겼었다. 대변을 싹 다 치우고 다시 모래를 덮은 뒤 고양이 탈취제를 사다가 뿌려주고 해보아도, 아깽이들의 무차별 대변투척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암튼 그래도 연이는 아깽이들을 핥아주고 젖을 물리며 함께 놀아주곤 했는데, 7월 11일과 12일은 같이 사료와 츄르만 먹은 뒤 홀로 축대 너머에서 편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인 거다. 저녁 준비하려고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에 내놓다가 연이와 눈이 마주쳐 손을 흔들어주고는, 그래 너도 새끼들 지키느라 그간 힘들었겠지, 낮잠이라도 편히 자라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7월 13일. 그날은 장마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 연이와 아깽이들이 걱정돼 내다보니 연이 홀로 흠뻑 젖어서 돌아다니다가 창밖 박스 집앞에 다가와 앉았다. 연이야, 너 왜 비 맞고 돌아다녀? 물으니 쓱 올려다볼 뿐 묵묵부답. 비오는 날 늘 그러듯 츄르를 얹은 사료를 처마 안쪽 집안에 놓아주고는 외출했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아그작아그작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묵이와 점이가 사료를 먹고 있는데, 어라 사료 양이 아침에 준 거의 그대로였다. 연이야,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밤에 창문만 열어도 에옹, 혹시라도 내가 아깽이들 해꼬지할까 걱정되는 건지 특식을 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울음을 울었더랬는데.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7월 14일. 비가 그쳐 사료와 츄르를 원래 자리에 놓아주며 연이를 아무리 불러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엔 부시럭부시럭 사료 준비하는 소리만 들려도 베란다 창문 밖 적당한 거리에서 울며 대기하는데 왜? 아깽이들 세 마리만 후다닥 놀라 저 만치 숨었다가 츄르를 핥아먹었다.
7월 15일. 외출 전 아침 일찍 아깽이들을 살피고 사료 줄어든 양을 확인했다. 건사료를 빻아서 아깽이들용으로 놓아주었는데, 절반 이상 남은 걸 보니 밤새 연이가 와서 먹은 흔적도 없었다. 여전히 연이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이틀은 굶을 수 있다고 하니, 어디 탐험을 갔더라도 배가 고파서라도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연이야, 어딜 간 거니?
7월 16일. 연이는 오늘도 실종상태다. 아깽이들은 어미가 없으니 더욱 의기소침 날 보면 겁에 질려 구석에 숨고, 사료와 츄르를 놓아주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 마음 놓고 먹어라, 창문을 닫고 기다리다 한참만에 열어보니 위에 얹어준 츄르만 사라졌다. 연이 젖 대신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할텐데, 물 좀 마셔, 니네 엄마 어디 갔니, 물어보아도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불안해죽겠다. 오늘로 사흘째인데 대체 연이는 어디에 있을까? 폭우 속에 돌아다니다 혹시 아파서 어디 쓰러져 있으면 어쩌나 불안하다. 설상가상 좀 전엔 고양이 발정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연이가 벌써?! 후다닥 내다보니 낯선 누렁검정 고양이 한 마리가 철망 너머에서 울어대고 있었다. 아깽이들은 벽틈으로 다 숨어버리고... 눈싸움만으로는 물러나지 않아서 결국 집게를 휘둘러 쫓아보냈다.
연이의 출산과 육아가 너무 괴로워보여서, 찬 바람이 불면 꼭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주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혹서기엔 중성화수술 신청을 받지도 않고, 원래도 수유기간에는 수술을 해주면 안되므로 더위가 한풀 꺾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야지 작정한 거다. 친구네 고양이와 비교하니 지난 1년간 사료를 잘 챙겨 먹였다고 해도 새삼 연이가 성묘 치고도 얼마나 작고 연약한 고양이인지 알 수 있었다. 작년 어미 양양이와 비교해도 연이가 좀 더 작은 것 같다. 그 몸으로 네 마리나 낳아서 돌보려니 힘에 부칠만도 했을 듯.
작년에 새끼를 두고 양양이가 사라졌을 때 내가 섭섭하고 괴씸해하자,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므로 함부로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되며 호르몬이 유발한 모성 본능이 사라져 제 갈 길 갔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초보 엄마냥인 연이 편이어서 천방지축 말도 안 듣고 지저분한 새끼들을 돌보다 지친 연이가 에라 모르겠다 가출을 감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엄마냥 연이를 힘들게 만든 아깽이들도 얄밉고 아빠로 추정되는 하늘이도 밉고...
아무튼 연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

연이네 아깽이들 이름을 드디어 정했다. 실은 봄여름가을겨울도 가장 마지막까지 물망에 올랐다. 봄과 함께 떠나버린 줄무늬 아깽이를 봄이라고 하고, 남은 세 아이들을 여름, 가을, 겨울로 부를까 싶었던 것. 그러나 그렇게 애들 이름을 정하면 부를 때마다 언제나 봄이와 함께 연상될테고, 계절 지날 때마다 어쩐지 불안할 것 같았다. 또한 연이, 진이가 외자 이름이어서 두자 이름 부르는 거 은근 귀찮게 느껴졌다. 외자 이름 단촐하고 경제적(?)이고 부르기 편하고 좋다! 게다가 임시로 불렀던 하양이=설(雪), 점박이=점(點), 까망이=묵(墨). 이렇게 부르면 직관적으로 딱딱 연결되고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다.  

왼쪽부터 묵이, 점이, 설이

고양이는 숫자를 세지 못하기 때문에 연이가 아깽이 한 마리 없어진 거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친구 말을 들으니 뭔가 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연이도 아직 두살 애기인데 아깽이 세마리 돌보기도 너무 고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깽이들이 점점 자라고 몸도 커져서 연이한테 매달려 다퉈가며 젖먹는 걸 보면 좀 안쓰럽다. 30도 넘는 날씨에 젖먹이들 엉겨붙어 있으면 얼마나 더 더울까.

좌: 6월9일 연이와 묵이, 우: 6월22일 위부터 설이, 묵이, 점이 

아깽이 네 마리중 가장 막내라고 여겼던 설이는 어느덧 가장 움직임이 활발하고 덩치도 우람해져, 형제들에게 장난을 제일 먼저 거는 편이다. 묵이도 설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서 걸핏하면 겨울집과 바깥 박스 사이 틈새로 들어갔다가 못나오고 울어 연이가 구출해내야 한다. 현재 체구도 가장 작고 얌전한 녀석은 점이다. 눈꼽도 제일 많이 낀 모습이라 걱정했는데 셋이 우당탕탕 뛰놀거나 레슬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또 안심이 된다.  

위 오른쪽 사진에 놓인 동그란 스크래처는 비 맞지 말라고 처마 안쪽으로 놓아두면 녀석들이 계속 밀어내서 늘 지붕 끄트머리에 가 있기 일쑤였다. 떨어질까 조마조마해서 잠자리채로 안으로 당겨놓으면 언제나 또 그 자리... 알루미늄 호일 뭉치는 그냥 작은 것 하나만 스크래처 안에 담아 두번째 집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제일 큰 뭉치가 스크래처 안에 들어 있었다. 공굴리기 하듯 갖고 놀다가 영차 안에 던져 넣은 걸까? 귀여워라. 가끔은 드르륵드르륵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돌멩이를 굴리며 놀고 있다! ㅋㅋ 놀이동산 꾸미듯이 친구가 보내준 장난감들을 놓아주었으나 거의 외면하고 구경만 하는 것 같다. 길냥이들은 자연과 노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지붕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멈춰 있던 스크래처는 결국 어젠 마당으로 떨어뜨렸더라. 얼른 주워다가 다시 집앞에 놓아주었다. 위 사진은 6월 19일에 찍은 점이와 묵이. 묵이 눈과 표정이 가장 초롱초롱 건강해보이고, 점이가 가장 비실비실 아파보였다. 연이한테 내가 혀를 날름날름 시범을 보이며 아깽이들 그루밍 좀 더 해주라고 잔소리를 꽤나 했는데 그게 먹힌 걸까.. 그래도 눈상태가 차츰 나아가는 모습이다. ㅠ.ㅠ 

고양이 애호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어떻게든 아깽이들을 잡아 병원에 데려갈 것인가 고민도 오래 했었는데, 일단 접근도 쉽질 않고 벽틈으로 숨어버리는 아이들을 잡을 방법도 막막한 가운데 연이가 그래도 엄마 노릇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겁쟁이 준집사는 그냥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병원에 데려가거나 사진으로 눈약을 처방받더라도 약을 자주 넣어줘야한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ㅠ.ㅠ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도 없어서 아깽이들 눈에 좋다는 영양제와 유산균 영양제를 구매했다. 유산균은 나도 아직 안 먹어봤는데 ㅋㅋ 암튼 면역력이 높아지면 연이도 아깽이들도 더 건강해지겠지 싶어서 처음엔 물에 타서 줘보다가, 무색무취라더니 물 색깔이 약간 변해서 애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그 뒤론 그냥 사료와 츄르에 섞어준다. 아깽이들의 섭취량까지 미세하게 적용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연이 젖을 통해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

 

좌: 6월 16일 낮잠 가족 줌으로 도촬. 우: 어제 마당에서 주워온 스크래처에 들어가 노는 설이.

어제만 해도 날이 더워서 그간 한낮엔 주로 늘어져서 낮잠을 자다가 아침 일찍과 저녁무렵에 시끄럽게 뛰놀곤 했는데,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니 또 걱정이다. 억수로 쏟아질 땐 처마 밑 상자 안이라도 빗물이 좀 튀길 것 같아 좀 아까 골프 우산을 살짝 씌워놓았다. 연이와 세 아깽이 모두 축축하고 눅눅한 장마철을 건강하게 무사히 잘 넘기길 빌뿐이다.

 

Posted by 입때
,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연이의 아깽이들 네 마리중 줄무늬 아깽이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220424-220608. 6월5일이 탄생 6주차였으니 46일의 짦은 생이었다. 초반부엔 수유싸움에서도 우세하고 놀이도 활발했는데 어느 틈에 서열에서 밀려난 걸까. 최근들어 체구가 가장 작아져 안쓰러웠고, 외톨이로 혼자 구석에서 졸고 있거나 형제들 다 젖 먹고 난 뒤 혼자 연이 품에 안겨 남은 젖을 빠는 모습이라 원래 얘가 막내였나 궁금해 했는데, 오후에 내다보니 두번째 집 바로 앞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자듯 누워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엔 식빵굽는 자세로 늘 웅크리고 잤던 것 같은데, 옆으로 쓰러져 다리를 뻗고 잠든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연이는 상황을 모르는 듯 지붕 위에서 잠을 자며 세 아깽이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넷이 뭉쳐 잠에 빠져들었다. 줄무늬 아깽이 한마리만 바닥에...

믿고 싶지 않아서 에이 설마, 하며 낮잠 자고 나면 다 같이 일어나 뛰놀기를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 때까지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연이는 창문으로 내다보는 나를 올려다보며 에옹 한번 울더니 다른 아깽이들을 물어서 사료 그릇 앞쪽으로 멀리 데려갔다. 나에게 도움을 청한 걸까. 초보 준집사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여기저기 검색을 해본 뒤에 수건과 상자를 마련해들고 베란다 섀시 문을 넘어갔다. 연이는 이리저리 불안하게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하악질을 몇번 하고는 저만치 멀어져 이내 포기하는 것 같았다.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줄무늬 아깽이 사체는 너무 가볍고 연약해서 조심조심 수건으로 감싸 올리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대체 왜...?

조금 전 뒷마당 아까시 나무 아래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손바닥 만한 흙마당이라도 집뒤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길냥이 가족을 돌보면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건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그간 너무 설레발을 치고 자랑삼아서 뭔가 벌을 받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안좋다. 내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해야지 싶다가도 연이를 중성화수술 시키지 않은 게 후회되면서 또 자책하게 된다. 남은 아깽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고양이 감기라든지 뭔가 병에 걸려서 다른 아이들도 같이 앓으면 어떡하지?

나만 보면 숨어버리는 아깽이들은 무늬와 체구로 구분할 뿐 아직 얼굴도 똑똑하게 보지 못했다. 처음 한달째와 달리 요즘들어 눈꼽이 좀 끼어 있는 것도 같고... 그야말로 멘붕이다. 연이에겐 남은 세 아깽이들 잘 지키고 키우라고 괜한 잔소리를 하며 안쓰러워서 간식을 더 부어주었다. 갑자기 모든 게 두려워졌다. 

가장 최근 사진이 다 줄무늬 아깽이 사진이다. 슬픈 아이러니

Posted by 입때
,

연이가 기존 사료를 잘 안먹고 외면하는 통에 새로운 사료를 주문하고, 또 작년에 마련해준 집이 5식구 살기엔 비좁은 듯하여 새집과 스크래처를 사나르는 걸 보시더니 엄마가 나더러 “아주 상전을 모시는구나!”라고 했다. 음.. 그건 아닌데요… ㅎㅎ 저의 최고 상전님은 뭐니뭐니해도 왕비마마시지요. 설마 울 엄니 고양이까지 질투하시는 건 아닐테고.. ㅋ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파는 사료 공구로 이번에 사들인 사료는 캐츠맘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사료통에 담아줘봤는데 잘 먹는다! 전연령 사료라서 아깽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문을 꼼꼼히 읽어봐도 그건 또 아닌 모양이어서.. 로얄캐닌 수유모냥+아깽이용 사료도 추가로 구입했다.

두가지 사료를 한 접시에 같이 놓아줘 봤더니, ㅎㅎㅎ 연이는 역시 입맛이 고급인듯 입자가 더 곱고 비싼 로얄캐닌을 먼저 싹 다 먹고 그 담에 캐츠맘을 먹더라. 아깽이들을 위해서 더 작은 그릇에 담아 따로 놓아주어봤는데;; 누가 먹은 건지 사료가 줄어드는 게 보이다가 다음날 보니 가벼운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음. 예전에 내가 늦잠자면 연이랑 진이가 야옹야옹 울어대며 빨랑 밥달라고 밥그릇으로 쓰던 본죽 플라스틱통 뒤집어 탕탕 소리내던 거 생각나서 좀 웃었다. 아무래도 넘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은 냥이들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아깽이들도 당연히 물을 먹는데, 물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아 가벼워지면 앞발로 짚었다가 홀딱 엎기도 한다. 사료와 물을 담아주는 곳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집게를 써야하거나 내가 의자 놓고 높은 창문틀을 넘어가야하는 관계로 좀 더 그럴듯한 밥상을 마련하는 건 아직 좀 미적거리고 있다. 집게로 집어올리기 어려운 그릇은 나도 쓰기 힘듬!
아무튼 두 종류 사료를 함께 쏟아준 뒤 수시로 엿보니 아깽이들 중에서도 이미 두어 녀석은 건사료를 아그작아그작 깨물어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확실히 젖과 사료를 둘 다 먹는 느낌;; 명실공히 이유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연이네 집은 다이소에서 사온 이사용 박스+고보협 겨울집 이중구조인데 처마밑 모퉁이에 잘 놓아두었어도 우다다다 간간이 연이가 하늘이와 몸싸움을 벌이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불안하게 자꾸만 위치가 변하길래, 예전 김장김치 누를 때 쓰던 넓적한 돌멩이 2개를 오른쪽 안 구석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날씨 더워지면서 냥이들이 검은색 겨울집과 외부 박스 사이저 비좁은 틈새에 다 모여 자는 모습 발견! 시원한 돌멩이가 좋았던 걸까?

집이 2채다. 22년 6월 1일 투표 후 오른쪽 새집 장만해옴 ^^

아깽이들이 건물과 축대 틈새로 들어가서 자거나 쉬는 것도 알지만 비오는 날엔 아무래도 보송보송한 집안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고, 다섯 마리가 지내기엔 비좁아보여 지방선거 투표날 다이소에 가서 이사용 박스를 하나 더 사왔다. 연이뿐만 아니라 아깽이들도 저 지붕위에 올라가 노는 걸 좋아하고 그 위에서 잠도 자기 때문에 받쳐줄 스트로폼 집이 없는 새 박스는 3면의 접는 부분을 다 잘라냈다. 그래야 애들이 올라가도 쳐지지 않을 듯? 역시나 안쪽엔 위치를 잡아줄 벽돌 1장 넣어놨고 원형 스크래처도 구비했다. 연이도 아깽이들도 물결무늬 스크래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저게 벌써 2개째임. 사진 위에 잘 보면 은박지 뭉친 것도 있는데 처음엔 호기심 생기는 듯 좀 갖고 놀더니 외면중.

아깽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노는 시간은 오전 8시 전후...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다. 싸구려 플라스틱 지붕을 뛰노는 우다다다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아깽이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거나 연이가 탁탁 쳐주는 꼬리를 잡고 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휘어잡거나 개미 구경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벨로가 물려받았다며 보내준 냥이들 장난감. 공을 굴리며 노는 식인데 무얼 가장 좋아할지 몰라서 우선 제일 만만한 걸 들이밀어 보았다.

호기심이 제일 많은 줄무늬 아깽이

다른 애들은 무서운지 죄다 틈새로 도망치고, 연이마저 슬그머니 비켜 달아난 가운데 요녀석만 슬금슬금 다가와 주시하더니 만지지도 못하고 엄마냥 눈치만 보다가 후퇴. 에효... 이틀인가... 며칠 동안 놓아둔 그 자리에 있더니 문득 오늘 내다봤는데 장난감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닌가! 엥? 사진에 보이는 바닥이 아래층 베란다 지붕이고, 여기가 내가 밥과 물을 놓아주는 위치. 이곳에서 2미터쯤 벗어나야 내 방 창문 바로 아래 놓인 연이네 집인데;;; 연이가 장난감을 이 먼거리로 옮겨 내동댕이 쳤다고?!

마당에 내려가보니 뒷마당 한 구석에 장난감이 떨어져 있었다. ㅎㅎㅎ 아깽이들 뛰노는 마당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라 여긴 걸까? 암튼 뭉쳐준 은박지 3개 중에 2개도 함께 뒷마당 풀숲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장난감은 좋아할지? 며칠 뒤에 다시 슬그머니 다른 종류로 놓아주고 지켜봐야겠다. 어떻게 노는 건지 내가 시범을 보여줘야 애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도 싶은데 워낙 나를 무서워하니 원... (고양이 전문가 지인의 말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호기심 있는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만져보고 스스로 터득한다고 함. 근데 그건 사회성 뛰어난 반려묘 얘기 아닐까? 연이와 아깽이들은 1년이나 밥준 나도 뜨악하게 보는 애들인데;; ㅠ.ㅠ)

하여간 아래는 오늘 찍은 귀한 사진이다. 연이랑 아깽이 지붕에서 잠자는 거 한번 찍어보겠다고 숨죽여서 소리 안나게 창문 열고 찍어봤는데 사진 열어보니 이미 눈치챈 연이가 눈을 살짝 뜬 게 보임. 예민한 녀석. 그러나 내가 얼른 물러나주었더니 그대로 눈감고 계속 오수를 즐겼다. 아깽이가 젖을 먹는데도 낮잠 자는 여유. 내가 다 뿌듯하다. 

22년 6월 6일.

집 2채를 연이와 아깽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내다보았는데, 연이가 집밖에 홀로 앉아 양쪽 집에서 나누어 잠을 자는 아깽이들을 의젓하게 지키는 모습도 보이고, 연이가 원형 스크래처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사진처럼 지붕에서 자기도 한다. 새집은 아무래도 지붕 면적이 너무 좁은 듯? 날개를 괜히 잘랐나 싶기도 한데, 관찰용 시야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ㅋㅋ

암튼 어제로 연이의 아깽이들이 태어난지 만 6주가 지났다. 아깽이들도 사료를 먹으면서 변화가 온 것인지 막내로 추정했던 하양이는 체구가 쑥 자라면서 움직임도 활발해진 반면, 맨 마지막 사진에서 젖을 먹고 있기도 하고 장난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줄무늬 아깽이(과거 젖먹을 때 욕심쟁이였는데)는 엄마 젖만 고수하는 건지 현재 체구가 가장 작아졌다. 눈빛도 가장 흐린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고 1, 2, 3, 4호 구분도 모호해져서 하양이, 점박이, 줄무늬, 까망이.. 이렇게 구분하는 중. 아 빨리 이름을 정해야하는데;; 이제껏 나온 후보작이 다 좋다. ^^; 

Posted by 입때
,

4마리였다!

양양연진 2022. 5. 30. 15:52

연이 출산이후 만5주째인 어제 드디어 연이네 온가족을 알현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핏얼핏 수유장면 훔쳐볼 때마다 젖먹이 새끼냥이 3마리 뿐이었는데 ㅠㅠ 연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니! 새삼 또 감격이고 안쓰럽다.

어제 촬영에 성공한 가족 사진 중에서 오후에 한번 더 시도했던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몸처럼 엉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이 눈빛은 여전히 좀 경계하는 듯해서, 얼른 소리 안나게 찍고 창문을 닫았다.

22년 5월 29일 만5주차.

어제 감격하며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바로 이거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이 조금씩 다 흐리지만 이거나마 감지덕지.

22년 5월 29일

창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에 너무 놀라서 헛.. 얼어붙었다가 얼른 눈을 찡긋찡긋 하며 나는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열심히 연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랬더니 마음이 통했는지 연이가 쓱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사진에서 보듯 다들 아빠인 하늘이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흰색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아가냥들이다. 연이는 갈색 무늬가 정말 예쁜데 하나도 안 닮음. 모두 고등어야!

그나마 위 사진 왼쪽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녀석이 흰바탕이 가장 많아 연이를 젤 많이 닮았다. 근데 가장 막내인듯 수유다툼에서 늘 밀려나 맨 마지막에 억지로 파고들거나 형님들 다 먹고난 뒤에 혼자 연이 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궁..

사실 어제 종일 호시탐탐 연이네 가족을 엿보고 있었다. 5주쯤 됐으면 말이지 이제 준집사에 대한 경계도 좀 누그러져야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연이야 연이야 많이 불러주고, 황태포 간식도 넉넉히 주고... 그러느라 사진도 여러장 건졌는데 총 네마리인 줄 몰랐을 때 가장 극성인 두 녀석이 엄마를 독차지하는 모습 포착. 

22년 5월 29일. 점박이 얼룩이와 물결무늬 고등어 이 두 마리가 가장 활동적인듯.
22년 5월 29일.

두마리가 젖을 먹는 저 사진을 찍자마자 연이는 기분이 나쁜지 벌떡 일어나 몸을 피했는데, 연이가 일어나자 점박이 얼룩이는 벽틈으로 몸을 숨겼던 반면 물결무늬 고등어는 끝까지 엄마 젖을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집안으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갔다. 덩치도 제일 큰 것 같음.

22년 5월 29일

얼결에 난사하며 대충 건진 사진이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아야 나중에 찾아보며 구분하기 쉬울 것 같아서 모두 저장해놓으련다. 위 왼쪽 사진에서 드러누워 얼굴만 보이는 아가냥이 가장 하얀색바탕이 많은 막내(추정) 꼬물이다.몸집도 가장 작고 걸음걸이도 가장 위태위태. 위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아이가 아마도 내가 처음 독사진 찍은 1호가 아닐까? 등부분이 거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음. 아직 얼굴 구분도 못하겠고 네 마리나 되니 헷갈려 죽겠다! ㅎㅎ

4마리를 언제나 제대로 다 구분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네 마리 이름을 뭘로 짓나 고민중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매란국죽. ㅋ 그러나 넘 구리다! 연이처럼 외자 이름으로 하려니 동서남북, 청백단흑, 조율이시, 이딴 거나 생각나고 말이지... 예쁜 이름 추천 바랍니다! ㅋㅋ (그러나 이제 이 블로그엔 오는 이가 별로 없고;;) 외자로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봄여름가을겨울이 떠올랐다. 암튼 1호부터 4호까지 엄마냥 연이 속썩이지 말고 젖 먹으며 싸우지도 말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Posted by 입때
,

양양연진 가족이 나를 찾아왔던 작년 6월부터, 양양이가 사라지고 10월쯤엔 진이도 안보이게 된 뒤 홀로 남은 연이한테 점점 더 아늑한 집과 밥자리를 마련해주고서 생긴 가장 큰 걱정은 내가 곁에 없을 때 고약한 침입자냥이 해꼬지를 하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었다. 그간은 다행히 내가 1박2일간 집을 비워도 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었는데... 지난 토요일 진안 마이산엘 다녀오느라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집을 비운 사이... 새끼냥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흑...

22년 5월 12일. 밖에 나와 쉬고 있던 연이 모습. (새끼냥들은 집안에)

며칠 전인 금요일 13일까지도 연이와 새끼냥들은 집안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매일같이 집 바로 앞에 물과 사료 그릇을 놓아주면 연이는 머리만 구멍으로 내밀고 하악하악... 나를 위협했다. 제아무리 호르몬과 본능의 힘이라지만, 1년간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건 연이의 출산 이후 다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야생성을 유지하고 인간에게 거리감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라 여기면서도 내심 섭섭했다. 언제는 막 창문 방충망에 매달려서 집안으로 들어올 것처럼 굴더니! 쳇... 암튼 사료 접시 집으려 손만 내밀어도 냥냥펀치 당할 것 같은 느낌에 조심조심하긴 했어도, 새끼 한마리를 얼핏 보기는 했었다. 연이처럼 새하얀 새끼가 아니라 하늘이처럼 검은무늬가 더 많아 고등어 느낌의 보송보송한 새끼냥은 아직 눈도 채 못뜬 듯 취침중이었고 연이가 하도 위협적이라 곧바로 후퇴했는데, 나의 그 행동이 연이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걸까? 물론 이제와선 후회해도 쓸데없다. ㅠ.ㅠ

토요일 새벽에 내다보았을 때 사료는 넉넉히 남아 있길래 물만 보충해주고 떠났고, 긴 등산에 지친 몸으로 늦은 밤중에 귀가해서는 당연히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등산 뒤풀이에서는 하필 돼지 등갈비 구이를 먹었는데 다들 배가 부른 상태라 엄청 많이 남았고, 양념도 전혀 안된 고기니 다들 반려견과 반려묘 가져다주겠다며 비밀봉지에 주섬주섬 남은 갈비를 챙겼다. 당연히 나도 연이 몫을 챙겨왔길래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근육통 작렬하는 다리를 억지로 들어올려 베란다를 넘어갔는데....    

사료 주기 전에 놀랄까봐 늘 연이야, 연이야 부르면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하악하악~ 소리를 내던 연이가 안보였다.  어쩐지 느낌이 쌔~~... 집안을 들여다보니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왜!!! 고양이 모성애가 출산후 2주차까지 극단적으로 높다는 ㅁㅈ의 말을 들었기에 그간은 그려려니 했었다. 그래도 이제 3주차에 접어들었으니 꼬물꼬물 새끼냥들이 기어나와 바람을 쏘이지는 않을까, 연이도 서서히 나에게도 곁을 내줄지도 몰라 상상하며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았던 것이 연이에겐 위협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흑흑흑.. 사진 찍는 소리가 거슬렸나? ㅠ.ㅠ

암튼 허망한 마음에 사료그릇과 물그릇 놓아두는 자리를 원래 베란다 창문 밑으로 옮겨놓고선 연이야 연이야 불러대니 어디선가 에옹~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담벼락 쪽에서 나타난 연이가 익숙한 츄르 냄새 때문인지 다가오긴 하는데 전처럼 내가 보는 앞에서 덥석 먹기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경계중인 게 느껴져서, 오냐, 무사하니 되었다, 싶어서 물러났다가 슬며시 다시 다가가 보니 허겁지겁 식사중.

22년 5월 15일. 새끼냥들 사라진 뒤 홀로 와서 갈비 뜯는 연이

아무래도 왼쪽 방향 어디엔가 새끼를 숨겨둔 듯 먹다말고 그쪽을 자꾸만 바라봄. 살코기와 갈비 두 대를 함께 놓아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갈비 두 대가 모두 사라졌다. 양치질을 시켜줄 수 없으니 치아관리를 위해서 뭔가 딱딱한 것도 좀 줄 필요가 있다고 고양이 전문가께서 조언해주심.

품종묘 협회 회원이라는 지인에게 연이 사진을 보내주고 새끼냥들이 사라졌다고 징징댔더니만, 나를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 새끼들을 숨긴 게 아니라, 내가 없던 하루 사이 침입자냥이 위협을 해 현재 집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거나 혹은 이제 3주차에 접어들어 밖에 나와 꼬물꼬물 놀기 훈련을 해야하는 아가들에게 위해한 환경이라 (지붕 아래로나 축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 옮겼을 수도 있으니 너무 염려말라고 위로해주었다.

연이 입장에서 집을 옮긴 이유를 상상해보면...

1) 집사가 자꾸 기웃대며 새끼냥을 노린다. 도망치자

2) SOS 울음으로 알리면 늘 잠자리채로 침입자를 쫓아주던 집사가 종일 안보이는데 깡패냥 출현. 이 집 안 되겠네, 이사가자

3) 이제 새끼냥들 걷고 노는 훈련 시켜야하는데 환경이 너무 개방되어 있고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네, 이사가자. 

그밖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암튼 새끼냥들을 숨긴 새로운 보금자리가 어디일지, 한 마리 한 마리 입에 물고 위험한 담장과 축대를 오르내리며 이사를 했을텐데, 연이도 작년 요맘때 천방지축 갓난 아기였단 걸 생각하면 너무 놀랍다. 

새끼냥들이 사라진지 오늘로 벌써 3일째. 다시 연이와 신뢰를 쌓고, 집사가 요주의인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려고 매일 같은 시간에 다양한 간식과 특식으로 연이를 유혹하고 있다. 근데 출산 전에는 꽤나 잘 먹던 삶은 멸치는 외면하심. 입맛이 바뀌었나... 

일단 베란다 문을 열고 연이야 부르면 멀리서도 에옹~ 대답을 하고 좀 있으면 슬그머니 나타난다. 오늘은 그래도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내가 문 닫고 사라지기 전에 와서 츄르부터 할짝할짝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고온 새끼들이 걱정되는지 잠깐 먹고는 금세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원래도 한번에 폭식 안하고 수시로 먹는 스타일이니, 잠깐 요기하고 다시 새끼보러 갔다가 틈 나면 와서 먹는 건가?

고양이가 인간의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고 하니, 좀 전에 창문 밑에서 쉬고 있던 연이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새끼들 어디에 숨겼니? 걱정하지 말고 새끼들 다시 데리고 와라. 여기가 제일 안전해.... 안 그러니? 연이는 알아들었는지 못알아들었는지 계속 대꾸를 하듯 울다가 잠시 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번 더 에옹에옹 울더니 가버렸다. 

이제 바람이라면 작년에 양양이가 연이랑 진이를 데리고 나타나 함께 사료와 츄르를 먹고 지냈듯이, 걸음마를 다 익힌 새끼냥들을 거느리고 연이가 다시 옛집에 보금자리를 트는 것이다. 근데 한번 버리고 떠난 집에 길냥이가 다시 오는 경우가 있나?? ㅠ.ㅠ 뭔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연이 출산 직전에 방향을 바꿔놓았던 집과 박스를 완전히 연이 어린 시절 살던 때 예전 그대로, 입구가 안쪽 벽을 바라보도록 돌려놓았다. 연이 없는 새 혹시 다른 녀석이 집을 차지할까봐 그것도 걱정이다. 해서 부시럭 소리 날 때마다 내다보고는 있는데 아직은 계속 연이만 오가는 듯 했음. 

대체 연이는 새끼를 몇 마리나 낳았는지, 모두 건강하고 무사한지 너무 너무 너무 궁금하다. 제발 새끼들 좀 보여주라, 연이야!

Posted by 입때
,

연이 엄마 되다

양양연진 2022. 4. 25. 16:25

22년 4월 24일. 연이가 출산을 했다. 지난번 발정기 때 기묘하게 울었고 하늘이와 묘하게 꼬리잡기를 하듯 놀았으니 그냥 지나갈리 없겠지 생각하면서도 배가 부른 건지 어쩐지 통 모르겠더니만 ㅠㅠ 오늘 심상치 않게 조용하고 사료 먹으러도 안나타나서 집 방향 돌려주려 다가갔다가 집안에 웅크려 하악질하는 연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나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 같으면 겁쟁이 연이는 내가 다가가면 후다닥 집에서 튕겨나와 달아났을텐데! 집안에서 꼼짝도 안하면서 하악질만 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조용히 물러나 아무래도 이상해서 황태포를 입구에 던져주니 슬그머니 나와서 먹는데… 엉덩이와 꼬리 부분이 피에 젖어있는 게 아닌가! 출산한지 얼마 안된 게 틀림없었다. 에고에고 갑자기 멘붕이 왔다. 출산박스 여럿 만들고 담요 갈아줘야한댔는데… 어쩌나. 하지만 그건 집고양이 얘기고 지금은 내가 접근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잔뜩 예민해져 있을 테고 내가 접근하면 새끼냥 훔쳐가려는 시도로 여길 수도 있을 거다. 

매일 내가 사료와 물을 놓아주는 위치는 연이 집에서 2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베란다 창턱 너머로 내가 집게를 이용해 놓아주기 편한 장소다. 연이는 새끼냥들 때문에 집주변에서 꼼짝도 안하는 것 같으니 얼른 츄르를 얹은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연이네집 바로 앞에 놓아주고 물러났다. 역시나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하악질을 했다. 걱정마, 너 먹을 거 챙겨주는 거야.. 조심조심 물러났다.

불과 3일전 4/21에 찍은 사진이다. 날씬해보였는데;;

-------

4월 25일. 출산 만 하루가 지난 오늘. 어젯밤에 미리 불고기감과 황태를 푹푹 끌이고 잘게 잘라 미리 산후 특식을 만들어 놓았다. 뜨거울 때 주면 안되지 않겠나. 점심 무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연이야~ 부르니 연이가 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평소처럼 야옹야옹 울었다. 오야... 맛있는 특식을 주마. 그러나 내가 또 베란다 턱을 넘어 집으로 다가가자 집안으로 숨어들어 하악하악~~. 집 앞에 특식과 평소 먹던 사료와 츄르를 나란히 놓아두고 물러났다.

방으로 돌아와 창문으로 내다보니, 배가 고팠던 건지 허겁지겁 특식도 먹다가 츄르도 먹다가 왔다갔다 신나게 먹는 모습이 보였다. 어제 피로 물들었던 꼬리와 엉덩이 부분은 이제 거의 다 깨끗하게 마른 상태. 약간 누리끼리한 자국만 남았다. 목욕도 안하고 어떻게 그렇게 깨끗해지는지 신기하다. 암튼 연이가 밥먹는 동안 꼬물꼬물 새끼냥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의젓한 엄마냥이 된 연이가 얼른 집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사람이 선견지명이란 게 있는걸까? 그간 연이 겨울집에는 입구에 두툼한 비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점점 날씨가 더워지면서 연이가 집안에 안 들어가고 집밖 바닥이나 지붕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보여 통풍이 안되나보다 싶어 출산 바로 전날 그 비닐커튼을 뜯어버렸었다. 그리고 안에 넣어주었던 겨울용 발방석도 꺼내버렸다. 연분홍과 노랑색이었던 방석이 회색이 된데다 고양이털이 북실북실 묻어 있어서 혹시라도 연이가 임신한 게 맞다면 위생상 깨끗한 담요만 있는 게 낫다고 여긴 거였는데, 바로 다음날 출산을 하다니! 공교롭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물론 보온용 방석이 있는 게 더 나았을지 어쩔지 잘 모르겠다. 

대체 새끼는 몇 마리나 낳았을지 궁금해 죽겠지만, 연이 엄마였던 양양이도 처음에 딱 두 마리만 데리고 나를 찾아왔었고, 연이 배를 보아도 임신한 티가 별로 나질 않았으니 되게 여러마리일 것 같지는 않다고 추측만 할 뿐이다. 꼬물꼬물 우는 소리로는 두세 마리 같기도 하고... ㅠ.ㅠ 작년 6월초에 양양연진 식구를 처음 만났고 크기로 보아 한달쯤 된 것 같다고 짐작했으니 연이는 아직 만1살도 안된 아이다. 근데 엄마냥이 되었다니! 본능적으로 새끼를 잘 보살피고 있을까... 집안에서 꼼짝도 안하는 걸로 봐선 그러는 것 같다.

어제 오후 침입자냥1(검냥이)이 슬며시 다가와 연이네집 입구를 노려보는 걸 발견하고 쫓아주었다. 그 뒤로 하늘이도 잠시 다녀갔는데, 하늘이가 왔을 땐 연이가 야옹야옹 울면서 집밖으로 나와 들이받는 것 같길래, 이놈시키! 소리쳐 역시나 위협해 쫓아버렸다. 하늘이는 내가 끝까지 쫓아가지 못한다는 걸 아는 녀석이라 좀 멀리 떨어져서 한참 지켜보던데;;; 아빠 노릇하러 온 거였으면 어쩌나 좀 걱정됐다. 하늘이는 한쪽 눈 아래쪽에 약간 누리끼리한 상처가 남아서 얼굴 구분이 가는데 그 외 검냥이들은 통 구분을 못하겠다.

밤새 혹시나 또 침입자냥들이 연이네 식구를 위협할까봐 걱정이 된 건지 새벽4시까지 잠도 오질 않았다. 고양이들이 야행성이라 그런지 그간 추이를 보면 새벽 4-6시 사이에 연이가 자지러지게 울며 SOS를 청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암튼 오전 시간은 무사히 넘어갔는데, 특식 배달한 뒤 한시간쯤 지났을까 오후에 다시 연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먹을 것을 노리고 접근한 침입자냥인듯. 녀석은 내가 창문을 열자마자 철창 너머로 도망치고, 연이는 허겁지겁 남은 특식을 먹어치웠다. 새끼냥 젖을 먹이려면 물도 많이 먹어야한다는데 물은 별로 안줄어든 듯... 신경이 자꾸만 연이네한테 쓰여서 한쪽 귀는 아예 바깥으로 향한 것 같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도 자꾸만 안방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새끼냥들 무사히 쑥쑥 커서 어서 귀여운 모습 알현하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ㅎㅎ 

Posted by 입때
,

연이와 하늘이

양양연진 2022. 3. 17. 15:46

연이는 지난 겨울 혹한을 잘 넘겼다. 난생 처음 지내는 겨울일 테니 영하11도가 넘는 날은 핫팻을 겨울집에 넣어주기도  했지만, 적응력을 높이는 게 좋다는 조언도 있고 해서 결국 박스째로 사들였던 캠핑용 대형 핫팩은 다 쓰지 못하고 남았다. 다시 겨울이 찾아오기까지 안 굳고 잘 남아 있을까. ㅎㅎ

암튼 연이의 성별은 암컷이었던 모양이다. 2월 중순 연이는 이상하게 괴로운 소리를 내며 발정기 울음을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봄가을에 밤마다 울어대는 발정기 고양이들 울음 소리에 엄청 욕하고 싫어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발정기 암컷이 우는 건 너무 배가 아파서라니 ㅠ.ㅠ 안쓰럽고 짠해서 빨랑 발정기가 지나가길 빌었다.

물론 걱정도 많이 했다. 발정기 울음을 듣고 수컷이 찾아오면 사료랑 물이랑 뺏기는 거 아닐까? 겨울집=연이 보금자리가 바로 내방 창밖에 있는데 인간의 소음과 너무 가까운 곳이라 짝짓기가 가능할까? 별별 걱정이 다 들었던 것이다. 암튼 아으~아으~ 괴롭게 울어대던 연이의 울음소리가 며칠이나 이어지던 밤, 창밖에서 우당탕탕 난투극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일인가 싶어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겨울집을 가운데 두고 (힘도 좋지, 둘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벽에 붙여놨던 집이 밀려나와 있었다) 연이와 하늘이가 뱅글뱅글 돌며 쫓기 놀이 같은 걸 하고 있었다.

하늘이가 누군고 하면, 그간 걸핏하면 연이와 연이 집을 노리고 접근했던 칩입자냥이다. 눈동자가 약간 하늘색이 돌아 하늘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연이 사료를 탐내지 못하도록 따로 뒷마당 벽 위에 밥자리를 만들어 매일 저녁 따로 사료를 챙겨주고 있었다. 물론 사료를 따로 챙겨줘도 이 녀석은 연이 집이 탐나는지 2-3일에 한번씩 슬쩍 축대 철망을 넘거나 벽을 타고 접근해 연이가 질색팔색 울어대게 만들었다. 자지러지게 연이가 울면 왜 왜 왜 ! 고함치며 내가 출동해서 잠자리채로 녀석을 쫓아주곤 했었는데;; 헐.. 그 녀석과 짝짓기를 하기에 이른 모양이다!

발정기 동안엔 둘이 싸우던 때의 울음소리가 들린 적이 없고 약간의 하악질 + 그냥 몸싸움만 벌이는 듯 했으므로 나는 조용히 창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대체 길냥이의 발정기 짝짓기는 며칠이나 지속될까 궁금했는데, 연이의 발정기 울음소리는 차차 줄어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또 궁금해졌다. 연이는 과연 임신을 했을까? 작년 5월에 태어났다고 치고 9개월이 지났으니 이미 연이도 성묘라지만 워낙 체구가 작은데; 그래도 단번에 임신을 했을지 어쩔지... 길냥이의 임신 확률은 백퍼센트일까?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니 길냥이들은 전략적으로 여러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해 새끼들의 아비가 누군지 아예 모르게  하고, 실제로 서로 다른 수컷의 새끼를 동시에 임신할 수도 있단다. 연이 주변에 얼씬거린 수컷이라고는 하늘이밖에 못봤는데 과연...

발정기 동안에는 애교도 안부리고, 사료를 줄 때도 가까이 다가와 양양거리기는커녕 멀리 떨어져 지그시 쳐다보기만 했던 연이는 거사 이후 다시 야옹야옹 울며 놀아달라거나 빨랑 사료를 내놓으라고 한다거나 손을 내밀면 붕붕이를 하며 만져보기도 하는 등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   

3월 초: 내방 창문을 열면 연이가 이렇게 눈을 맞추고 야옹야옹 인사한다

발정기 이후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연이가 좀 꼬질꼬질해졌다는 것. ^^; 세수도 언제나 깔끔하게 해서 새하얀 털의 자태를 자랑하더니만 요샌 위 사진처럼 눈꼽이 좀 덜 닦인 얼굴이고, 몸을 바르르 털면 노란 먼지가 풀풀풀. 

그러다가 얼마 전엔 하늘이랑 연이랑 둘이 엄청나게 싸움이 붙어서 온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연이가 울어댔는데 내가 잠자리채로 협공에 나섰지만 흥분한 연이는 달아나던 하늘이를 멀리까지 뒤쫓아갔고, 담장 너머 어딘가 안보이는 곳에서 하늘이가 연이를 깨물었다(혹은 할킨 걸까?). ㅠ.ㅠ 엉덩이쪽 옆구리에 털이 움푹 파일 정도로 물린(혹은 할킨)자국이 보였는데 피는 나지 않은 것 같고, 튀어 날아오르듯 도망쳐온 연이는 한참 숨을 헐떡이다 물을 마시고는 제집으로 쏙 들어갔다. 하늘이 이 나쁜 자식!

하늘이는 별로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하늘이 입장에서 보면 헷갈릴 만도 할 것 같다. 하늘의 입장의 가설을 세워보면 아래와 같다.

1) 작년부터 집도 밥도 여유로운 암컷 길냥이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옆에 인간 집사가 자꾸 나타나 훼방을 놓아 목적 달성이 어렵다. 그래도 계속 얼씬거리는 중. 2) 갑자기 발정기 울음으로 이 암컷이 나를 유혹함.  3) 그래 좋다, 짝짓기 성공. 이제 넌 내 애인이다. 4) 이상하다, 짝짓기할 땐 언제고 이 암컷이 다시 나를 멀리한다. 인간도 다시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먹튀냐?! 5) 인간도 이상하다. 밥 챙겨줄 땐 언제고 암컷 냥이 옆에만 가면 잠자리채로 쫓아버리네? 어쩌란 거냐.

하늘이는 몸집도 연이의 1.5배-2배 가까이 되고 뭔가 연륜이 있어보인다. 내가 저리 가라고 버럭 고함을 질러도 멀리 도망치지도 않는다. 어차피 창밖으로 못나가니 담장 너머 철망 너머까지 쫓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 듯하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빤히 보다가 금세 다시 접근을 시도할 때가 많다. 한 겨울에 창문 열고 헤드렌턴으로 어둠을 비춰가며 녀석과 한참 대치하려면 어찌나 춥던지 원;; 

하여간 하늘이는 오늘 아침에도 연이가 집안에서 쉬고 있는 사이 집밖에서 얼씬거리다가 연이의 구조신호(으으으으.. 낮게 위험신호를 보냄)를 받은 내가 창문 열고 쫓아내야했다. 연이와 하늘이의 영역 다툼은 과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길게 외출을 해야할 때면 혹시라도 연이가 하늘이한테 해코지를 당할까봐 걱정스러워서, 오자마자 무사한지 확인하는데 입때껏^^; 연이는 다행히도 자기 집을 잘 지켜왔다. 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2달. 앞으로 진짜로 새끼를 낳을지 어쩔지 모르겠는데, 양양연진 세 마리를 창밖에서 처음 맞닥뜨렸던 경이의 순간이 또 기대되기도 하고, 제발 이번 발정기엔 그냥 잘 넘어갔길(?) 비는 마음도 있다. 앞으로도 포획틀 대여하고 어쩌고 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것까지는 시도할 자신이 없으니, 그냥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수밖에.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