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잘하세요'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20.05.12 재난지원금 기부 실수 3
  2. 2020.04.23 철마다 옷타령 3
  3. 2020.03.05 마스크를 어쩌나 2
  4. 2016.09.21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2
  5. 2016.06.14 황당하다 18
  6. 2016.03.30 이 동네.. 2
  7. 2015.06.28 영화와 현실 6
  8. 2015.04.18 그랬다고.. 7
  9. 2015.02.09 달라도 너무 다르다 10
  10. 2014.08.23 소망교회? 8

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가 실수로 기부했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니 왜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좀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 하며 의아했었다. 

바로 어제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신용카드 회사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해드렸고, 버퍼링도 없이 공인인증서나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단번에 금세 끝나는 간편한 과정에 흐뭇했다. 그런데 뉴스에 등장하는 기부금란 표시 화면을 보니 어째 느낌이 쎄~~~ 했다. 금액을 적어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금액을 적으면 그 금액을 기부한다는 뜻이었어! 어어... 나도 금액 적었는데...

째뜬 나는 오늘 신청일이라 무사히 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치고서 금액 확인 문자까지 받은 뒤, 왜 울 오마니는 어제 바로 재난지원금 신청되었다는 확인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다시 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ㅠ.ㅠ 실수로 몽땅 재난지원금 기부해버린 똥 멍청이가 바로 나였다! 내 지원금도 아니고 엄마 지원금을! 헉! 

재빨리 검색해보니 당일 밤 11시30분까지는 곧장 다시 홈페이지에서 착오로 인한 기부금 취소와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도 취소 불가능하다며 각종 포털과 SNS에서 강제기부를 유도한 정부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난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기부는 어차피 강제가 아닌데 어떻게 취소가 불가능하겠어? 뒤늦게라도 시스템 보완이 됐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러나 취소 안 되면 어쩌나 엄청 쫄렸음을 고백한다. 내 실수를 털어놓자 대인배이신 엄마는 40만원 어치 떡 사먹은 셈 치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게 아니죠! 헛똑똑이+똥멍청이 인증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그런 실수를... 😭콜센터 전화 연결은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들 탓인지 30분을 넘겨 1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대기상태였지만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으니...

결국 기부금 취소 신청이 가능했다! 다만 확인문자를 따로 보내주진 않을 거라 이틀 뒤쯤 재확인해보라고 함. 평소에 사람들이 왜 한글을 읽고도 이해를 잘 못하냐고 노상 궁시렁거렸는데 남탓 할일이 아니었다. 빤히 읽고도 손이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제대로 읽었다고 읽었어도 머리에서 이해가 안되는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다시는 문해력으로 남들 손가락질 하지 않으리! 

째뜬 카드사마다 기부금과 신청금 항목이 좀 헷갈리는 건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강제 기부, 착오 기부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항목을 구성했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보이던데--그러니까 정부 욕하며 특히 주의해야한고 알리는 단체 카톡방 공지도 2개나 받았다--진짜로 그랬을까? 돈 나눠주며 굳이 욕을 먹으려고 그런 짓을? 그냥 한 페이지 안에서 직관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려다가 그런 폐단이 생겼을 거라 믿고 싶다. 그러니 앞으로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하실 이웃분들은 주의깊게 잘 살펴보시기를... (참고로 오마니의 신청 카드사는 BC카드였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스러워서 트위터에도 남겼지만 여기다 구구절절 반성을 해야 바보짓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못되면 내 잘못보다는 남탓을 하는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가도 요번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 역시 항목 헷갈리게 해놓은 페이지 구성과 기부 취소 어렵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엄청 욕했으니 말이다. 며칠 내로 착오 기부금 취소와 관련된 메뉴가 더 잘 보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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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옷타령

투덜일기 2020. 4. 23. 11:08

곤도 마리에의 책은 한권도 안 읽어봤지만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그 사람의 정리 원칙은 정말 많이 들어보았고 공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단촐하게 정리하고 살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싶어도, 그건 넓은 공간과 수납장이 확보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일뿐, 수십년된 집에서 수십년된 물건에 둘러싸여 비어 있는 벽이 하나도 없는 옛날 집에 붙박이로 살면서 웬 미니멀리즘! 거기다 우리 모녀는 물건을 잘 버리지도 못한다.

암튼 여러 물건 가운데 가장 골칫거리는 역시나 옷이다. 계절별로 10벌인가 5벌만 남겨두고 다 버린 뒤 돌려입고 살라는 충고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것 같은 기묘한 현실 앞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 요즘 밀라논나 장명숙님의 유튜브를 구독중인데, 30년씩된 옷도 아직 고쳐입고 갖고 있는 걸 보면서 음.. 과연 나도 체중관리만 계속 잘 하면 그리고 욕심만 버리면 가능도 하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내 옷장에 든 옷 중에서 2, 30년씩 계속 입을 만큼 기본기가 확실하고 가치있는 옷이 얼마나 되려는지 의문도 덩달아 따라온다.

물론 내 옷장에도 20년된 재킷이나 셔츠, 정장이 있다. 우선 두 동생들 결혼할 때 장만한 정장이 두벌. 둘 다 기본형이고 원단도 고급이라 지금 입어도 훌륭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딱 떨어지는 정장에 몸을 맞춰 딱딱하게 유지하는 걸 못견디는 것이 문제다. 그 외에도 결혼식 교복이라 부르는 정장류 옷들이 거의 다 15년 이상 20년은 된 듯하다. 옛날처럼 결혼식 갈 일이 자주 없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ㅋ (그러나 머잖아 친구들의 자녀 결혼식이 다가오겠지;;)

째뜬 철마다 옷타령을 하는 건 전 국민, 아니 전지구인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싶다. 기억력 탓인가 작년 이맘때 대체 뭘 입었는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 게다가 들쭉날쑥 이상해진 날씨도 한몫한다. 트렌치코트 같은 건 도무지 입을 타이밍을 모르겠다. 요즘처럼 갑자가 다시 추워져서 패딩입은 사람들도 보이는 4월말. 현명한 옷입기는 뭘까? 든든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거의 50일만에 미용실에 외출했다 추워서 덜덜 떨며 집에 왔더니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졌다. 

울 엄마의 경우는 '철마다 옷타령'과 '죽을때까지 더는 옷을 사지 않겠다' 입장을 수시로 반복하신다. 외출을 앞 두고 무얼 입고 나가나, 입을 옷이 왜 없지? 작년엔 뭘 입었지?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서, 옛날 옷들은 주로 좀 무거운 편이니 가벼운 옷으로 하나 장만하자고 하면, 금세 태도가 돌변한다. 나 옷 많다, 80이면 살만큼 살았다, 죽을 때까지 있는 옷만 다 입어도 못 입는다... 실제로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기간이 길어지면 한 계절을 통째로 날리기 때문에 못 입고 넘어가는 옷들이 꽤 많은데, 요번처럼 몇달째 집안에 갇혀 사는 전염병 시국엔 오죽할까. 

올 아카데미시상식의 클라이막스 작품상 시상 장면은 기생충 호명으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겠지만, 그보다 먼저 내 눈엔 제인 폰다의 등장으로 더욱 인상깊었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어깨에 걸치고 나온 빨간색 코트 때문이었다. 드레스에 웬 코트? 

게다가 제인 폰다는 무려 1937년생. 울 엄마보다도 3살이나 많다! 그런데도 여전히 환경운동가이며 여러 사회문제에 열렬히 목소리를 드러내는 투사다. 그리고 이 빨간 코트는 제인 폰다가 그레타 툰베리를 지지하며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더는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옷을 사지 않겠다는 의미로 마지막으로 장만한, 아마도 저항의 의미를 담은  빨간색 코트였던 것.

작년에 제인 폰다는 뉴욕에서 매주 금요일 환경시위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체포되는 행동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고 이 때 매주 입었던 빨간색 코트가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들고 나왔던 옷이다. 영화제의 한 순간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적인 문제를 열심히 전하는 놀라운 태도에 다시 한 번 존경심이 든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지만, 싼 옷 사서 금세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뿐만 아니라 청바지도 환경오염의 주역이라고 한다. 화학약품으로 물을 들였다 뺐다 하면서 엄청난 물을 사용한다는 듯.  에효.

저날 아카데미 시상식에 제인폰다가 입고 나왔던 드레스 역시 당연히 재활용이었다고 한다. 수십년전 칸 영화제 때 입었던 드레스라는데, 협찬으로 명품 드레스 빌려 입는 우리나라 대다수 연예인들과 상황이 좀 다른 걸까? 암튼 여든살이 넘어서도 수십년전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놀라운 몸관리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영화제 직후였나 기생충 작품상 이야기와 더불어 내가 제인 폰다의 빨간 코트 이야기를 꺼냈더니 후배들의 중론이, 제인 폰다는 좋은 옷들이 워낙 많으니 안 사고 입어도 되겠지만 우린 안 돼!  ㅎㅎㅎ

암튼 그래도 더는 살림을 늘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지 몇 년. 새 물건을 들이려면 동종의 옛 물품을 버려 가지수라도 맞추자고 노력하며 살았고 가능하면 옷은 사지 않고 버텨볼 작정을 했었다. 작년엔 터져나가려는 옷장과 서랍에서 진짜로 최근 3년간 안 입은 옷들은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정리해 아름다운 가게에 대거 기증했고, 약간 여유로워진 옷장을 보며 꽤 흐뭇했다. 한꺼번에 열벌은 사도 되겠어,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ㅎㅎ 올 들어선 곧바로 전염병과 함께 소비 심리 위축! 물론 프리랜서의 불안한 경제사정도 감안해야 할 일이다. 

째뜬 제인폰다보다 세살 어린 여든살의 엄마는 오늘 코로나19 창궐 이후 중지 되었던 초하루 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거의 4개월만에 처음으로 홀로 버스틀 타고 서오릉 앞에 있는 절까지 외출을 감행하시었다. 그리고 추워진 날씨 '덕분에'  다행이라며 2월에 사드린 새 모직 코트에 스카프를 칭칭 매고 나가셨다. 음. 나는 마지막으로 산 옷이 작년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질 않지만 암튼 제인 폰다 따라하기는 우리 모녀 둘 다 쉽진 않을 것 같다. 나이들수록 기분도 옷차림도 추레하면 안되잖아...가 우리에겐 아주 좋은 핑계다. 어쨌거나 저 높은 곳에 목표를 두고 존경하며 계속 노력은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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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이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나는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 미세미세 앱에서 검은 바탕에 해골표시를 보여주며 "최악,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고 뜬 걸 보면 잠시 각성해서 마스크를 써봤지만 자꾸만 안경에 서리는 김 때문에 시야가 가려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숨이 가빠졌다. 호흡기가 약한 건지, 단순히 폐소공포증의 일환으로 마스크 쓰기가 답답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숨차서 쓰러지느니 그냥 미세먼지를 마시겠다고 결심하며 살았다. 100세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의미에서 미세먼지로 수명을 좀 단축하지 뭐, 그런 심보도 얼마간 작용했다. 

과거를 돌이켜보아도 나는 숨가쁜 걸 잘 못견디는 체질이다. 워낙 옛날 사람이라 ^^; 초등학교(실은 국민학교) 및 중학교 시절 마당이 넓고 한옥도 양옥도 아닌 벽돌 집체에 파란색이나 주황색 기와를 얹은 집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당연히 화장실은 마당 제일 외진곳에 있는 푸세식이었고, 세수는 마당 수돗가에서 엄마가 큰솥에 미리 데워놓았거나 연탄보일러에 연결된 온수통에서 더운 물을 퍼날라다가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랬었다. 그러니 당연히 목욕은 대중목욕탕에 가야 가능했다. 헌데 내가 덥고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찬 대중목욕탕을 잘 못견딘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주말에 엄마에게 끌려 목욕탕엘 가면 숨을 잘 못쉬겠고 어지러워서 자꾸만 밖으로 물을 마시러 나가거나 찬물을 갖고 놀다가 많이 혼나곤 했다. 체육을 워낙 못하는 몸치이지만, 그 중에서도 체력장 과목인 오래달리기를 엄청 힘들어했던 것도 뭔가 호흡과 관련이 있지 않으려나 싶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서도 오래 쇼핑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두통이 찾아온다. 여러모로 예민한 심신을 가졌지만 산소 농도에 특히 민감한가? 몇년전에 거금 들여서 개인 건강검진을 했을 때, 운동 부하와 폐기능은 멀쩡하다고 했으므로 그냥 순전히 내 기분에 의한 증상일지도 모르겠다. 째뜬 어려서부터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일맥상통하게 난 숨가쁜 상황을 못견디므로, 보건용 마스크가 필수인 이 전염병 시국이 특히 난감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지만 노상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다. 장보기가 귀찮아서 1년째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을 받았었는데, 다들 인터넷 장보기에 몰려드니 당일배송은 언감생심 지난 주말엔 이틀 뒤로 배송시간이 떴다. 나는 장봐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가 텅텅비도록 버틴 다음 다시 장을 보는 사람인지라... 당장 반찬거리와 쌀이 떨어졌는데 당일배송이 안되면 몸소 사러 나가야한다. ㅠ.ㅠ 해서 요샌 오히려 귀찮게 장보러 나가는 일이 많았으니 참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어쨌든 집순이 노모와 함께 사는 프리랜서는 마스크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3년전에 사두었다가 안쓰고 내버려둔 것부터, 2월 중순에 정말 마스크가 구하기 힘든가 동네 마트에 가서 한두개씩 사온 것까지 엄마 모시고 병원 다닐 때 쓰기엔 충분했다. 마스크가 진짜로 바이러스를 막아주는지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곧장 전염병 보균자나 개인위생을 소홀히하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수 있으니 눈치 보여서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일부 종교인들이 비밀리에 암약하며 사회를 집단 감염시킨 상황을 보면 실제로 어디에서 누굴 만날지 몰라 두렵고 조심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못믿어 연일 눈빠지게 BBC와 CNN 코로나 관련 뉴스를 섭렵해 얻은 정보로 보자면 KF마스크를 써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고글까지 완벽하게 쓰면 모를까, 아니 고글과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했더라도 손에 바이러스를 묻혀와 집안 어딘가를 만져서 바이러스 흔적을 남겨뒀다면 말짱 꽝이다. 집에 오자마자 손 씻었는데 들어갈 때 목욕탕 문 손잡이 바이러스를 묻혀뒀더라면? 으악... 일단 손씻기가 엄청 중요하단 것만은 잘 알겠고, 핸드폰도 잘 소독해야겠고... ㅎㅎ 암튼 해외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건용 마스크 썼다고 방심했다가 개인 위생에 더 소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마스크는 그냥 환자나 의료진에게 양보하라고, 수급에 어려움 생길 수 있으니 사지도 말라고 권한다. 온 국민에게 1일1마스크 공급 안하면 정책 실패라고 난리치는 나라는 정말 전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 일본은 바이러스 테스트키트도 모자라다고 난리구만... 겨우 마스크 가지고 참.  

그나마 다행인 건 의료진과 환자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도록 마스크 안사기 운동도 나름 벌어지고, 천마스크 쓰기도 장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어차피 KF94를 쓰면 숨가빠져 코를 내놓아야하는 형편인데 뭐하러 그걸 고집하나 싶어 검정색 천마스크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유튜브를 보니 행주나 키친타월을 이용한 사제마스크 만드는 영상도 꽤 보이길래 집에 있는 빨아쓰는 행주 2종류 사이에 필터 대신 정전기청소포를 잘라 빵끈과 함께 넣어 양면테이프로 붙인뒤 고무줄은 실로 꿰매어 넣는 방식으로 1회용 3겹마스크도 하나 만들어보았는데 ㅋㅋㅋ 한번 쓰고 버리기엔 들이는 품이 너무 아까워 또 만들게 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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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행주 마스크는 철사까지 넣어 착용감이 그럴듯하지만 역시나 숨쉬기는 좀 힘들어서 최애 마스크는 검정색 천마스크다 ㅋ

우선 마스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취지에 동감하기도 하지만, 게을러서 5부제 구입 날짜를 맞춰 공적마스크를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종로와 명동 등지에서 개당 4천원씩 막 박스째 놓고 파는 마스크는 괘씸해서 사주고 싶지도 않으며, 미세먼지 마스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차단해줄 거라 할 거라 믿지도 않으므로 나는 당분간 천마스크를 쓰겠다! 보건용마스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도 일부 국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물건이겠으나... 어휴 그 수많은 의료폐기물과 일회용품들은 나중에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5천만명 중에 천만명이 매일 마스크를 쓰고 버린다면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쓰레기는... ㅠ.ㅠ 어쩌면 이번 전염병 창궐은 생명체인 지구에 가장 해로운 인간을 퇴치하려는 몸부림의 일환일 수도 있겠는데, 인간들은 안간힘을 쓰며 살아남으려고 또 다시 지구를 더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현실은 정말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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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바쁜데 계속 마음이 시끄러웠다. 이도저도 아니어서 도무지 한가지에 집중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움. 뭔가 여기다 푸념이라도 적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남부끄러운 제 얼굴에 침뱉기 같아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 옛날 가증스럽게 일기장에 원하는 바를 적어 책상에 올려두고 '일부러' 발견되는 작전을 쓴 것처럼 보이면 곤란하다 싶기도 하고. 

암튼 일주일 가까이 곰삭이다보니 드디어 얼추 정리가 된 것 같다. 그간 내가 믿어왔던 건 혼자만의 판타지였다는 걸로 결론을 내리니 갑자기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서로 최선을 다했으나, 태생적인 한계 탓에 진심이 좀처럼 가 닿지 않는 관계도 있음을 인정하면 되는 거였다. 존재 자체가 부담인 관계에선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틀어지고 괜한 오해를 낳는 것을.... 다들 일정 거리를 두고 사는 관계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뭐 잘났다고 그 거리를 좁히려 들었을까나. 바보처럼... 나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이미 그렇게 스스럼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더랬다. 결국 다 내 잘못이다. 

또 한번 나에게 대실망. 이번에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쓸데없는 욕망, 그리고 스스로를 너무 큰그릇으로 착각하는 게 나의 패착이었다. ^^; 생각과 실천을 일치시키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고...  그래서 여기서 다 놓아버리기로 했다. 안되는 걸 붙들고 미련떠는 건 그만 하기로.  

어제부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1절 가사 때문이다. 구구절절 내마음일세.. ㅎㅎㅎ


김광진,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지닌 모든 관계를 담담하게 정리하고 위로하기에 정말 딱인 노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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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투덜일기 2016. 6. 14. 15:17

조금 전에 모교 XXX 교수에게 소개를 받고 연락처를 알았다며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본인 이름도 용건도 없이 그냥 통화가능하다면 연락드리겠다... 는 내용. 뜨금없고 의아했으나 그러라고 했다. 


혹시나 일감 의뢰인가 하는 상상에 1퍼센트쯤 희망을 품었는데... ㅠ.ㅠ 방금 전화가 왔다. 대학원생인데 일을 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단다. 본인 이름도 말하지 않고 대뜸, 공부 마치고 일을 하고 싶어했더니 XXX 교수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연락처를 줬단다... 헐....  네? 어... 그럼 번역일을 하고 싶다는 건가요? 당혹스러워서 내가 다 말문이 막혔다.


뭐지? 내가 새끼번역가까지 두고 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 

내가 무슨 번역 브로커도 아니고 어떻게 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대학원생이라는 이 친구가 너무 떨려서 하려던 말을 제대로 전달 못한 건가? 


하도 황당해서 어떻게 통화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만 암튼.. 번역이라는 게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므로 내가 일을 줄 입장은 아니라는 것(나도 지금 백수거든! 이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ㅠ.ㅠ), 누군가 번역가 소개를 요청받았을 경우 서로 연결해줄 수도 있겠지만 경력 없는 사람을 근거 없이 추천할 순 없다, 게다가 요즘 출판계가 워낙 불황이라 기존 번역가들도 일감이 부족하므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근데 전화를 끊고 앉아 있으려니 화가 난다. 요즘 애들은 대체로 이렇게 앞뒤없고 예의가 없나?? +_+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이상한 애를 만난 건가? 어휴...  그나마 대뜸 전화 안하고 문자로 미리 예고를 했으니 다행이고 예절은 지킨 걸로 봐야하나? 


버럭 짜증나고 답답해져서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얼음을 우드득 우드득 깨물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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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투덜일기 2016. 3. 30. 16:58

언덕배기에 주로 엄청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빌라들이 혼재되어 있는 이 동네의 특징은 '노인들'이 많이 산다는 점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이름을 새긴 노란색 봉고차들이 더러 다니긴 하는데, 오래 전 ㅈㅁ이가 그랬듯이 아이들을  배웅하고 맞이하러 나오는 사람들은 젊은 부모가 아니라 할머니들인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아주 골목마다 본가에 다니러온 자식들 차들로 더더욱 미어터진다. 어떤 동네는 젊은이들이 주로 살아서 명절 때 골목이며 주차장이 텅텅 빈다던데...


얼마전부터 회춘하다시피 이것저것 열심히 활동하며 지내고 계신 우리 엄마를 비롯해 이 동네 노친네들도 상당히 바쁘게 살아가시는 것 같지만, 병마는 피할 수 없는 법. 동네 산책을 가려고 비슷한 시간에 나서면 아마도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노인들을 한두분 꼭 만난다. 보행 보조기나 네발 달린 지팡이를 짚고서 어렵사리 한발 한 발 걸음을 옮기며 운동에 열심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내가 동네 산꼭대기에 갔다가 돌아오는 동안 한두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집앞 골목을 오가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반신불수가 되어 한쪽 몸이 대단히 불편해보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얼마나 재활을 열심히 했던지 몇달 뒤 훨씬 수월해진 걸음걸이로 걸어다니는 걸 본 적도 있고, 매일 지팡이를 짚고 집앞 벤치에 나와 있던 꼬부랑 할머니가(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거셨더랬다. 내가 간단하게 장을 봐가지고 걸어올라치면 뭐뭐 샀느냐고, 오늘 반찬 뭐 해 먹을 거냐고... 묻는다든지) 겨울 지나고 나서 통 보이질 않아 궁금해했더니 그예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오지랖 넓은 울 엄마가 빨간 조끼 할머니 왜 안 보이시느냐고 언덕너머 빌라 사람들한테 물어봤단다.) 


하여간에 작년 가을부턴 깡마른 체구에 늘 새카만 파카를 입고서 처음엔 며느리인지 딸인지 누군가의 부축을 받다가, 나중엔 홀로 지팡이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하던 할아버지를 산책길에 자주 만났었다. 그 할아버진 아마도 매일 그 시간에 운동을 했을 테지만 나는 산책을 나가는 날도 있고 안 나가는 날도 있었으니까.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유독 그 할아버지를 잘 기억하는 건, 아 글쎄 중풍에서 회복도 덜 된 그 할아버지가 비틀비틀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다 말고 비스듬히 서서 꼭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었다. 아오 보기 불안해서 원! 벤치에나 앉아서 피우시던지! 그게 아니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으면 담배를 끊으셔야지 말이야!


간혹 바람이 불어 내쪽으로 날아오는 담배연기가 싫기도 했지만 남일에 괜히 부아가 났다. 일주일에 등산 3번 다니는 걸로 건강관리 한답시고 술담배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고집불통 우리 아버지도 떠오르면서... 으휴, 할아버지들이란! 


오늘은 산책이 아니고 약국에 갈 일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갔는데 한쪽 옆으로 자동차들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 지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던 길에서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날아왔다. 엥? 빌라나 자동차에서 누가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나? 두리번두리번거려도 잘 모르겠더니만 길 맨 끝에 와서야 담배냄새의 연유를 알게 되었다. 


늘 새카만 파카 입고서 지팡이 짚고 다니셨던 그 왜소한 할아버지가 봉고차 바로 옆에 세워둔 전동휠체어에 앉아 언덕 아래쪽 내부순환로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으음... 내가 지나가는 소리에 흘긋 돌아보시는데, 나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 (빨간 조끼 할머니와 달리 원래도 인사하고 그러는 사이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더 마르고 얼굴도 새까맣고 더 쪼그라들은 것 같은 체구.... 아 담배를 끊으셔야 한다니깐요! 아니다, 그게 소소한 삶의 낙이라면 그냥 담배라도 즐기다 가시는 게 옳은 건가? 짧은 순간 혼자 괜한 생각에 속을 끓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약국에 들렀다가 10여분만에 다시 그 길로 돌아오는데... 할아버지의 전동 휠체어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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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

투덜일기 2015. 6. 28. 22:08

줄리엣 비노쉬와 조니 뎁이 나왔던 영화 <초콜릿>. 찾아보니 2000년 작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이고 세월무상. 영화관에 가서도 봤지만 이후 케이블에서도 가끔 해줘서 몇번 더 본 적이 있다. 식탐녀답게 '음식'이 나오는 영화는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넋놓고 보는 편이라, <초콜릿>은 아마도 조니 뎁에 대한 팬심으로 보러갔다가 초콜릿 열망까지 부풀리게 됐던 것 같다.


아무튼 책이든 영화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혹은 기분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감상 포인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맨 처음 볼 땐 아마도 조니 뎁한테 매혹됐겠고... 이어 줄리엣 비노쉬가 만든 초콜릿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을 법한데... 나중엔 노년의 엄마 때문인지 주디 덴치 이야기가 오래 남았었다. 


영화에서 주디 덴치는 어떤 이유인지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손자를 거의 만날 일 없는 당뇨병환자 할머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마법의 초콜릿으로 꽉 막힌 마을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주디 덴치는 줄리엣 비노쉬 덕분에 손자와 화해하고, 초콜릿이 죄다 들어가는 음식으로 파티를 연 자리에서 금지된 음식들을 마음껏 먹고는 그날밤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금지된 음식인 달콤쌉쌀한 초콜릿을 마음껏 먹고 죽다니... 영화를 보면서는 강렬한 백합 향에 질식해서 숨을 거두는 방법 만큼이나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질병 때문에 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행동을 못하게 되는 불행과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 가운데서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한 건강 쪽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그게 이성적, 합리적이기도 하고. 비록 구차한 인생이라고 한탄은 하겠지만서도.


근데 막상 현실에서 용감무쌍하게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버럭 화가 난다. 


사례1. 당뇨병 환자이신 지인의 아버지. 혈당조절용 먹는 약 단계를 넘어서 매일 인슐린 주사기를 배에 푹푹 꽂으셔야 하는 단계로 한 차례 발가락 절제수술까지 받으셨다. 당연히 식사요법이 매우 중요하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간식으로 좋아하는 단팥방을 한꺼번에 두세 개씩 드신단다. 어차피 인슐린 맞을 건데 뭐 어때! 이러면서... ㅠ.ㅠ 혈당조절이 잘 안되면 말초혈관이 또 막혀서 발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어쩌시려고... 아오...


사례2. 과일광이신 우리 엄마. 과일에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많이 들어 건강식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과당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과일을 많이 먹는 건 별로 좋지 못하단다. 가령, 건강검진 받았을 때 나더러도 과일은 하루 사과 반개 정도만 먹으라고 했었다. 하물며 당뇨병환자인 우리 엄마야 오죽하랴! 근데 삼시세끼 후식으로 과일을 골고루 한개씩 후딱후딱 해치우셔야 직성이 풀리는 건 도무지 고쳐지는 습관이 아니다. (그나마도 자제해서 하루 세번 과일 한알씩이지, 맘껏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참외 한 광주리도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왕비마마의 주장.) 

헌데 요번에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용종 4개를 떼어냈고, 이틀간 죽을 먹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과일도 금지. 헌데 이 노친네 내시경 사흘 전부터 과일을 금지당한 관계로(실은 너무 괴로워하시길래 내가 사과랑 토마토 갈아드렸단 말이다!) 이틀을 더 과일을 굶으려니 죽을맛이었나보다. 아침 댓바람부터 자고 있는 딸을 깨워 과일 먹으면 안되느냐고 성화. 단칼에 안된다고 잘랐는데, 알고보니 벌써 천도복숭아 한개 잡수셨다고. +_+ 정 드시고 싶으면 갈아드린다니깐 아 놔;;;

용종 제거하고 난 상처에 클립으로 찝어놔서 자극적이고 거친 음식 드시지 말라는 건데... 으으으...


사례3. 류마티스 환자 작은아버지. 류마티스 치료약이 워낙 독해서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래서 간 수치가 높아졌다고... 그러니 조심해야한다고... 하지만 '똥고집'은 집안 내력인듯, 힘든 일은 좀 쉬셔야한다, 술은 절대 안된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완전 무시. 그러더니 이 양반 결국 얼마 전 간성혼수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기야 등산으로 다져진 건강이라 자신하며 술담배 매일 즐기던 울 아버지도 큰소리 치다가 졸지에 가셨으니 그 피가 어디 가랴)  병명은 알코올성 간경화. 아... 기가 막히다 정말. 류마티스 약만도 문젠데 거기다 술까지. 60대 남자들의 무대뽀 정신은 정녕 아무도 못말리는 것인가.


그깟 과일 하루만 더 참지 왜 식탐을 못 버리느냐는 잔소리에 뭐 어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라며 '아몰랑 화법'을 시전하신 엄마한테 버럭버럭 한참 화를 내고는 독설로 마무리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니깐!' 나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요행을 바라다가 큰 코 다친다는 것, 후회할 땐 이미 늦었다는 걸 사람들은 왜 잘 모를까. 물론 나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님을 안다. 남들 잘 때 자야한다고, 모든 사람들의 몸에 돌아다니는 암 세포를 죽이는 건강한 호르몬은 밤에 자야 나온다고, 스트레스와 화는 암세포를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다 알면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걸 뭐. 그러니깐 반성한다는 얘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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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투덜일기 2015. 4. 18. 01:30

4월 16일엔 추모집회엔 나도 나가서 촛불 하나 들어야하지 않을까 며칠 고민했지만 나가지 못했/않았다. 꺼려지는 핑계는 너무도 많았다. 같이 나갈 사람도 없고... 비도 온대고... 일도 바쁘고... 다음날 아침부터 자원봉사 나가야하는데 체력이 될까... 분명 차벽치고 길 막고 강력진압할텐데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을까 엄마가 걱정할텐데... 구차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그냥 나가기 싫었다는 게 맞다. 절실하지 않았던 거다. 냉장고가 거의 다 비어 장을 보러가야한다고 며칠째 별르면서도 내키질 않아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집에 처박혀 있었다. 


마침 다음날은 궁궐에 봉사나가는 날이란 핑계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뉴스는 보지 않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진동으로 돌려놓은 휴대폰 울림에 금방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몇분 남긴 시간, 휴대폰 화면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오는 전화번호는 잘 안받는데, 시간이 시간인 만큼 괜스레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걸 느끼며 전화를 받았더니 큰조카 ㅈㅁ이가 대뜸 "고모, 어디야?" 물었다. 당연히 집이지 어디겠니... 근데 니 전화는 어쩌고!!


버스 타고 집에 가려다가 친구랑 1시간째 버스 안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집보다 고모네 집이 가까우면 엄마가 고모네로 가서 자라고 했단다. 와서 자는 거야 당연히 괜찮은데 문제는 집이 효자동인 친구를 어쩌냐는 것. 초저녁부터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고 시내에서 이리저리 시도했지만 어디로도 접근할 수가 없었단다. 일단 같이 오라고, 당장 내려서 전철 끊기기 전에 전철로 최대한 가까이 오든지, 어떻게든 은평차고지로 갈 거라는 버스에 계속 남아 있다가 종점 도착하면 내가 데리러 가든지 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버스는 막힌 길을 피해 명동으로 서울역으로 돌고돌아 우리 동네 전철역앞을 지나더라며 버스에서 내렸다고 40분쯤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너무 늦어 마을버스가 있을지 모르겠다, 택시를 탈래, 데리러 갈까 했더니 걸어와도 되겠단다. 어차피 시내에서 막힌 길 피해 종로로 을지로로 엄청 걸어다녔는데 2정거장쯤 더 걷는 거 일도 아니라나.


씩씩하게 대꾸하더니만 막상 집에 온 두 아이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지. 벌써 새벽1시. 애기들, 고생했다, 조금 쉬다가 길 뚫렸나 알아보고 친구는 효자동 집까지 고모가 데려다주면 되지 않겠니 했더니 일단 배가 고프시다고...  라면 끓여줄까 했더니 웬일로 싫단다. 다른 간식 거리는 없는데.... 그럼 복음밥? 오케이... 다행히 스팸 통조림 하나 있는 거에다 자투리 채소를 다져넣고 남은 밥 한통을 다 볶았다. 내심 아침에 조카 먹여보낼 한 그릇을 남길 요량이었는데.... 결국 위대한 십대 둘은 그 많은 밥을 다 먹어치웠다. 다이어트한다고 맨날 굶지를 말든지 야식을 많이 먹지를 말든지... 자연히 잔소리가 나오려는 걸 꿀꺽 삼켰다. 그냥 살아만 있어도 고마워해야할 아이들인데 까짓것 야식 좀 많이 먹어서 살찌면 어떠니...


뉴스를 검색해보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위대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고. 광화문 주변에 둘러친 차벽은 웬만해선 아침까지 버틸 것 같고 우리집에서 효자동으로 접근하는 길도 청와대 길목이라 막아놓았기 십상일 것 같았다. 친구도 그냥 재워보내기로... 배부른 십대 둘은 배를 두들기며 낄낄 깔깔 실컷 수다를 떨다가 2시를 한참 넘겨 잠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5시반부터 깨워달라더니만 5분만 더, 10분만 더...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깨우러 다니는 한편, 고기도 없이 대충 미역국을 끓이고, 없는 반찬대신 한 덩어리 남았던 돼지고기 목살을 녹여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냄새를 피우면서 구워먹였다. 어휴... 학부형 엄마들은 이짓을 맨날맨날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아침 시간에 애들 깨우느라 소리치고 밥 해먹이고 그러는 게 더 없는 소원이 된 부모들이 있다는 걸 뒤늦게 생각해냈다. 


애들을 보내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많아 느릿느릿 외출준비를 하다가, 몸 편하게 버스타고 잠깐 눈을 붙여야지 생각하며 경복궁 가는 버스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짧았다. 버스는 세검정부터 이미 거북이걸음... 전날밤부터 광화문 바로 앞에서 농성중이라잖니... 그래서 광화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경복궁으로 드나들려면 주차장 입구나 서쪽 쪽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 형광노랑색 조끼를 입은 의경들이 경복궁 주변에도 골목마다 모퉁이마다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도 밤새 그렇게 지키고 서 있었을까, 얼굴을 살피게 되는 건 이제 그 아이들도 어느덧 다 내 아들뻘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라꼴이 엉망이라 니들도 고생이 많다. 


굳게 닫힌 광화문과는 상관없이 이날 경복궁엔 현장학습을 나온 단체 어린이 관람객이 넘치고 또 넘쳤다. 안내해설을 예약했던 인천의 어느 초등학교는 주변에 버스조차 세울 틈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궁궐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경복궁 주변에서 시위자들에게 세월호 관련 유인물을 받아들고 아무 생각 없이 궁궐 문을 들어선 중학생 아이들은 의경들의 검문을 받고 입장을 제지 당했다가 인솔교사의 강력한 항의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길에서 나눠주는 종잇장을 받아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유인물을 받아든 아이들도 죄가 없고, 상부 명령으로 그런 유인물 소지를 막아야하는게 의무인 의경들도 죄가 없는 건 마찬가지. 청와대 코앞이라 늘 굳은 얼굴로 입구에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 의경 아이들도 실은, 가끔 궁에 유명인이 나타나면 신이 나서 같이 사진찍자고 청하는 이 땅의 해맑은 청년들이다. 그 옛날 학창시절처럼 경찰병력을 무조건 '짭새'라고 부르며 적대시할수만은 없는 세대가 되고 말았구나 싶다. 시위대에게 캡사이신 최루액 뿌리고 물대포 쏘아대는 건 분명 공권력 남용이지만, 잘못은 그러라고 명령을 내리는 책임자들에게 있지 맨 앞에서 방패와 곤봉들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은 또 무슨 생고생인가. 


광화문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경복궁과 그 너머 광화문 광장의 풍경은 참으로 참으로 대조적이었겠구나 싶은 하루. 오전 오후 두번이나 목이 찢어져라 해설을 하기도 했지만 담장 안쪽에 있다는 게 뭔가 죄스러워서 흥이 나질 않아 이상스레 고단하고 심신이 쳐졌다. 과연 나는 여기서 왜 이렇고 있는 걸까.... 회의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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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일도 그렇고 산에 쫓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작년엔 이상스레 '남자어른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 점점 더 은둔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간 내가 어울리던 사람들의 성비를 따진다면 극단적으로 여자들이 많았고 이른바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다보니 '회식문화'도 덩달아 멀리 하고 살았는데, 새삼 다시 '꼰대스러움'으로 무장한 남자 어른들과 부대끼는게 영판 낯설고 힘들고 종종 짜증스러웠다. 그러면서 느낀 그들의 특징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 악수를 좋아한다. 얼마만에 만나든 무조건 인사와 동시에 악수를 나눈다.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코스프레인가?


2. 그럴싸한 직함과 호칭 붙이기를 좋아한다. 'OOO선생님'이나 'OOO선/후배님'이 공식적인 호칭이라고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굳이 사람따라 구분해서 김사장님이니, 정이사니, 회장님이니, 유박사, 이교수...따위의 직함을 부른다. 나에게도 민망하게 자꾸  'ㅂ작가'라는 칭호를 주려 한다. 작가 아니거든요! 라고 대꾸하기도 지친다. 혹 백수나 전업주부다 싶으면 '김프로', '최선수'라고 부르기도... 그렇게 직함에 목매는 그들의 심리를 나로선 정말이지 모르겠다. 


3. 모든 취미활동은 결국 끝나고 술을 마시기 위한 전초전이다. 등산도, 테니스도, 골프도, 심지어 자원봉사도... 최종 목표는 '끝나고 한잔'이 틀림없다. 


4. 일단 외출한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까지 다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는 것이 집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여기며 으스댄다. 내가 보기엔 술자리 차수를 늘리려는 꼼수 같은데...


5.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과묵하고 말이 없다는 건 순전 뻥이다. 그들은 수다스럽기 짝이 없고 시끄러우며 직업군이나 교육의 정도와 상관 없이 관심분야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침튀기며 몇시간도 떠들어댈 수 있다. 심지어 아무 의미없는 개똥철학까지도 지겹게 설파하는데, 그러다 종종 술자리에서 자기 주량을 넘긴 뒤 주책과 객기를 부린다. 


6. 유머랍시고 이상한 이야기나 케케묵은 옛 농담을 하며 자기가 굉장히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니며 알려주는 이도 있는데(주로 요상망측한 건배사... 아오 진짜;;), 더러 성희롱에 해당되는 여성 비하 발언을 잘못인줄도 모르고(알면서 그러는지도;;) 주워섬기며 낄낄댄다. 


7. 오십대든, 육십대든, 칠십대든 별 상관없다. 그들은 연배 낮은 모든 여자들에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 불리기를 갈구한다. 할배가 더 어울리는 호칭임에도... 어휴.


물론 드물긴 하지만 '남자어른'임에도 배려깊고 세심하고 점잖은 이도 만났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확실히 여자들과 더 잘 어울린다. 집단으로 모이면 더욱 공격적이고 꼰대스러워지는 마초들의 세계에서 그들은 역시나 소수자였기에 이해의 폭이 남다른 것 같았다. 다수의 '남자어른들'을 보며 저들은 나와는 확실히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유형이구나 뜨악해지다가도 그나마 그런 분들 덕에 어렵고 짜증나는 순간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좀 거리를 두고 남의 일처럼 구경하기 시작하면 또 그보다 재미난 시트콤이 따로없다. 재주만 있다면 캐릭터 쏙쏙 잡아서 소설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의외의 복병으로 힘들게 구는 '여자 어른들'도 종종 본다. 울 왕비마마와도 또 다른 신인간형. ㅋㅋ 요즘 울 엄니가 걸핏하면 '너도 늙어봐라!'고 내게 장담을 하시는데,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싶은 행태의 목록을 차곡차곡 적어놓고 자주 상기하면 좀 도움이 되려나... 


아무튼 이왕이면 아름답게 늙겠다!고 결심하며 휴대폰엔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바탕에 깔아놓았다. DDP에서 오드리 헵번 전시회도 하던데 거기도 한번 다녀오고 싶고... 젊어서도 늙어서도 계속 아름답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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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회?

투덜일기 2014. 8. 23. 03:03


티스토리 다음 측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받았다. 내가 올린 글이 권리침해 신고로 삭제조치되었다는 것이 메일의 요지. 전에도 한번 겪어보았지만, 누군가 권리침해 신고를 하면 티스토리/다음 측은 무조건 해당글을 삭제해버린다. 그러고는 30일 이내에 복원신청하라고만 통보. 아 열받는다.

권리침해신고자는 소망교회를 대리하는 단체라는데, 대체 그 단체 사람들은 내가 올린 블로그의 글을 제대로 읽기나 한 것일까?? 어떤 글인지 다시 읽어보려해도, 삭제조치 되었으니 확인할 길도 없다. 기가 막혀서...

주변에 독실한 기독교인들도 많고 심지어 목회자 친구도 있기 때문에, 단언컨대 내가 함부로 저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썼을리가 없다. 그래서 아... 더 열받고 화난다. 

 

일단 복원신청을 해놓기는 했는데, 아 진짜 함부로 '개독교'라 일반화해 욕하고 싶지 않지만 자기네 교회 이름 들어갔다고(실제로 글에 언급이 됐는지 아닌지 기억도 안남) 명예훼손 운운 협박하며 게시물 삭제시키는 행태는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티스토리 다음 측에선 또 한달간 뜸들이다 슬쩍 메일 보내 복원조치되었습니다 어쩌구 하며 빠지겠지. 온라인 공간에서 함부로 누군가를 욕하고 있지도 않는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카더라는 유비통신으로 사람들 생각을 어지럽히는 건 물론 지양되어야하지만, 그누구보다 찌라시 언론과 포털이 앞장서서 못미덥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고 유통하고 있으면서, 힘없는 개인한테만 이딴 식으로 말하고 글쓰는 자유를 막는 짓거리는 정말 못마땅하다. 

소망교회? 단체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뭐하는 데서 대체 뭘 걸고 넘어졌는지 어디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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