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에 해당되는 글 103건

  1. 2017.06.15 불편한 미용실 언어? 6
  2. 2017.02.05 하기 싫은 일 4
  3. 2016.10.31 욕이 모자란다 3
  4. 2016.05.04 콜록콜록 6
  5. 2015.10.06 TV 먹방의 거짓말 6
  6. 2015.08.11 추하다 2
  7. 2015.06.03 이게 뭔가 4
  8. 2014.09.28 산에서 싫은 사람 10
  9. 2014.09.17 생각보다 8
  10. 2014.08.27 산에서...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석달만에 미용실엘 다녀왔다. 3월중순인가 말에 갔었으니 꼬박 석달만이다. 머리가 단발을 훌쩍 넘어, 요즘 같은 더운 날엔 질끈 묶지 않고는 목덜미에 치렁치렁 간질간질 아주 괴로웠다.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못 견디고 달려나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그런 순간을 조금만 견디면, 아니 그럴 때 앞머리만 내손으로 살짝 잘라주기만 해도 또 한두달은 너끈히 참고 버틴다. 미용실에서 멍하니 몇시간씩 기다려야하는 게 너무도 힘겹고 시간도 아깝기 때문인데... 그런 힘겨운 시간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건 친하지도 않은데 어색하게 이어가야 하는 대화와 더불어 요즘 미용실에서만 쓰이는 듯한 특별한 언어습관 때문인 것 같다.

맨날 뭘 그렇게 도와드리겠다는 거냐!

주로 보조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쓰는 말인데... 자기가 행동 주체인데도 계속 도와주겠다고 말을 한다. ㅠ.ㅠ 

자리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가운 착용 도와드리겠습니다.

샴푸실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대 (착용이라고 그랬던가? 샴푸하는 동안 눈에 작은 수건 같은 걸 얹어주겠단 얘기다) 어쩌구... 도와드리겠습니다. 

마사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샴푸 마무리 도와드리겠습니다. 

타월 드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시) 자리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20분 뒤에 컬러 체크 도와드리겠습니다.... 으악! 그만 좀 하라고! 도와주긴 뭘 도와줘! 그냥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잖아!...라며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내 담당인 원장님은 카리스마 덕분인지 저런 언어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엔 머리에 시술하는 모든 내용과 절차를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게 상도의인지 그냥 처음에 설명했으면 그대로 묵묵히 순서대로 하면 좋겠구만, 두피 상태를 확인하겠다(소형 특수 카메라로 찍어서 막 보여준다. ㅠ.ㅠ) 스켈링을 하겠다, 세럼을 바르겠다....계속 과정을 설명한다. 때때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네. 네 그럴 때가 많다. 대답 안하면 또 한번 더 말해주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고.. ㅠ.ㅠ  

언젠가 포스팅에도 커트 잘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괜한 말 안 시키는 미용실이 내겐 꿈의 미용실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곳을 찾는다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런데 찾아다니겠다고 마루타 실험하듯 싸지도 않은 커트 비용 들여가며 메뚜기처럼 미용실 순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원. 째뜬 이 미용실 다니고부터 머리숱 많아졌다, 머리결 좋아졌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고보니 딴데로 바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머리칼이 갈수록 가늘어져 히마리가 하나도 없는데 숱 많아보이면 장땡이지.

암튼 너무 오래간만에 간 탓에 그간 엉망이 되어버린 머릿결 복구와 멋내기 염색(꿈의 카키색으로! ㅋㅋ)을 한꺼번에 하느라 장시간 주리를 틀듯 괴로웠는데, 거기다 직업병 있는 사람 고문하듯 자꾸만 말도 안되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거의 5분, 10분 간격으로 들으려니 미치는 줄. 

미용실에서 2시간 넘게 버티는 거 진짜로 싫어하는데... 다음엔 지레 저놈의 이상한 도와드림 화법 스트레스로 더 미용실 가기가 꺼려질 것 같다. 그나마 5만원이십니다.. 따위의 이상한 말투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던데 제발, 도와드림 화법도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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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

투덜일기 2017. 2. 5. 23:47

나름 취미생활이랍시고 헐거운 조직에 다시 들어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언젠가는 겪을 수도 있는 일이란 걸 알고는 있었고, 그래서 그 전에 때려쳐야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했었지만 어영부영 머뭇거리다보니 결국 발목을 잡혔다. 이런 걸 미련스럽다고 해야하나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그냥 우유부단한 건가 잘 모르겠고 그저 스스로 한심하다. 

아직도 종종 대체 내가 왜 아직도 이짓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면서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궁궐 자원봉사 일은 교육부터 따지면 올해로 벌써 4년째에 접어든다. 경력 챙겨야하는 회사생활도 아닌데 애당초 왜 3년은 채워야지 했었나 의문이지만, 일단 3년쯤 하고 나면 계속 할지 말지 뭔가 확고한 결심이 설 줄 알았다. 하지만 확고한 결심은 개뿔. 여전히 이 일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며 의미를 찾느라 가끔 신경질을 부린다. 

너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문제이니 운동 삼아 2주에 한번 궁궐 산책도 하고 잘 지은 한옥 구경이나 하지 뭐, 하는 게 가장 큰 핑계이고 지난번 폭설이 내린 다음날엔 정말로 감탄을 자아내는 궁궐의 설경을 보며 그래 이 맛에 나오는 거지, 했었다. 하지만 그밖엔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고 있으니.. 에효..

놀라운 건 에라이 그만 때려치워야겠다 생각할 때 좀 찔리는 것도 그곳에서 시작된 인간 관계 때문이고 또 넌덜머리가 나서 다시는 꼴도 보기 싫은 이유 또한 그곳의 인간 관계 때문이다. 어디나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고 괜히 싫은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 월급 때문에 버티는 회사도 아니고 대체 난 왜 이러고 있는 걸까나.. 심지어 올해부턴 순서가 돌아와 '총무'란 걸 맡게 됐다. 으악! 골치아파라... 

근데 또 나란 인간이 뭐든 주어진 일은 '잘하고 싶어하는' 병'이 있어서 슬렁슬렁 대충은 못 지나가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활동일지도 기록해야하고, 회비 수입지출도 관리해야하고... 어떤 조직이든 만만하고 말 잘 듣고 일도 제법 하는 사람은 일이 몰리게 되어 있다. 절대 그런 캐릭터로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구성원 중에서 처음엔 심지어 '막내'였고 몇년이 흘러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세명이나 생겼지만 아직 젊은 축에 들다보니 눈깜짝할 새에 계속 뭔가 일이 주어진다. 참 내..

궁시렁궁시렁 투덜투덜거렸지만 어쨌든 1월이 가고 2월 순서도 한 차례 지나가 총 26번 활동일 중에 23번이 남았다. 23번만 버티면 해방이다 그러면서 중간에 몇번 언제 빠져서 누구에게 임시 총무일을 넘길까 호시탐탐 노리는 중.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3번은 빠져야지 그러고 있다. 어차피 개근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등산 모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작년에 개근하는 게 아니었다. 젠장. 첫해엔 계속 따라다닐까 말까 고민도 많았으니 절반이나 갔을까, 둘째 해에도 마감이다 집안행사다 바빠서 몇번 빠졌었는데 3년째인 작년엔 할일도 별로 없겠다 등산의 묘미도 좀 알았겠다 정말 열심히 체력단련까지 해가며 따라다녔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날 너무 성실히 본 게 문제!

무슨 기념문집인가 뭔가 만들때도 완전 독박을 쓰고서 쓸데없는 노동력을 착취당했는데! 이번엔 또 뭔 일을 맡기려고! 1월 등산은 마침 위에 적은 임무가 겹쳐서 처음부터 빠졌고, 올해 달력 정리하며 보니 다달이 둘쨋주에 아버지 기일에다 이런저런 집안 행사가 많아 빠질 날이 쎄고 쎘던데 눈치가 수상하다. 학연지연을 타파해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놈의 '연줄' 때문에 제대로 '거절의사'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다. 분명 싫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하는 선배들 정말 와... 결국엔 늘 <더러우면 내가 떠나야지> 카드밖엔 쓸 게 없는 것 같다. 

암튼 그래서 올해는 이래저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할 조짐이 보인다. 재미삼아 본 토정비결은 올해 운수 되게 좋다고 그랬는데... ㅋㅋ 괜히 시간만 쳐들이고 기껏해야 욕만 먹을 이상한 일들 대신에, 금전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일이 많아져야한다규! 속으로 이렇게 끙끙 앓으면서 또 막상 나가서는 어르신들 앞이라 크게 싫은 내색 못하고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열심히 몸바쳐 일하는 모습이 상상돼서 더 짜증이 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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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 모자란다

투덜일기 2016. 10. 31. 13:53

반려견을 키우는 개엄마, 개아빠들이 주변에 많다. 당연히 '개'와 관련된 욕을 들으면 펄펄 뛰며 화를 낸다. 개가 얼마나 충성도 높고 성실하고 영리한데 어떻게 '개 같다'느니 '개만도 못하다'느니 하는 것이 욕이냐, 오히려 칭찬이면 칭찬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조카네 개를 가끔 보아도 맞는 말이다. '개새끼'나 '개자식'은 이제 더는 욕이 아니고 많은 인간들에게 칭찬이다. 충직한 개 정도만 살아도 훌륭한 인간이므로, 앞으로는 점점 더 개와 관련된 새로운 표현이 탄생하지 않을까. 

근데 내가 가끔 입이 거칠어지는 인간이어서 욕을 아예 끊고 살 순 없어, 종종 하는 말이 '미친X, 미친O'이었다. 특히 4년 전부터 그 욕을 가장 많이 들어온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요즘 하나하나 드러나는 추한 진실을 들여다보면 '미친O'이라는 욕도 오히려 칭찬이다. 어쩔 수 없이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 대한 폄하 발언이므로 미쳤다는 말 역시 옳바른 용어가 아니다. 제정신으로 살기엔 이미 무리인 이 나라에서 미치는 게 뭐 어때서?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인간은 그저 사악하고 또 사악하고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생각이라곤 아예 할 줄 모르는 존재다. '--충'이라는 욕 또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그 인간에겐 곤충이라 욕하기도 벌레들이 아깝다. 촌충, 십이지장충 같은 기생충 정도라면 모를까.

그 인간 지지율이 17%니 14%니 하는데, 아직도 그만큼이나 지지하는 무뇌 인간들이 남아있다는 게 더 절망스러운 것 같다. 하긴 여론조사의 정확성도 믿을 수 없으니 훨씬 더 낮은 수치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마감 핑계로 지난 토요일에 촛불집회에 못나가고는 계속 찜찜하다. 과연 모든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날까, 손석희와 JTBC를 믿고 기다려봐야지 싶다가도 검찰 하는 꼬라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 나라는 정말 어디까지 얼마나 속속들이 썩은 걸까.

통째로 썩어빠져 무기력한 검찰과 나라꼴과는 달리 저들은 벌써 무섭게 상황을 은폐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전직 대통령도 데려다가 모욕적인 검찰조사로 자살로 몰아넣은 인간들이 공항에서 곧장 긴급체포도 모자랄 범죄자는 충분히 쉬며 거짓말 짜맞출 시간까지 배려해 모셔가는 상황은 정말 무섭다. 그들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로 읍소한 뒤 모르쇠로 버티는 작전을 시전하기로 한 모양이다. 어휴, 파렴치한들. 제발이지 다들 빨랑 잊지 말고 이 분노의 불길이 계속 타올라 끝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전 6월에도 그랬고, 결국 이 나라에서 믿을 건 그래도 국민들이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때보다 윗대가리들이 더 철저하게 썩고 부패시스템이 견고해졌다는 것이겠지. 순siri가 빼돌린 돈만 국고에 환수해도 많은 분야에서 뿌리 깊은 불황이 얼마나 해소될까, 뭐 그런 핑크빛 전망과 이상이나 떠올리고 있는 내가 돌연 한심스럽지만 암튼... 불끈 주먹쥐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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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투덜일기 2016. 5. 4. 16:52

심한 목감기에 걸렸다. 늑골이 아프고 뱃가죽이 땡기도록 발작적인 기침을 해본지가 언제였던가 싶다. 

일단은 약국에서 사온 종합감기약으로 버터보려 했으나.. 딴 때 같으면 약 두알 삼키고 푹 자면 거뜬하더니 요번엔 나흘을 꼬박 종합감기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나보다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하도 성화를 해대서 내발로 병원에도 갔었다. 나름 호흡기 치료도 받고 한뭉치쯤 되는 약을 처방받아 닷새나 먹었는데도 기침은 그대로! 생각해보니 왕비마마는 감기로 1달 내내 병원엘 다녔으나 기침은 기침대로 하면서 결국 앓을 만큼 앓고나서야 감기가 떨어졌었다. 인류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처방해주는 약은 죄다 증상완화제일뿐 감기를 박멸하는 약은 없으렸다. 해서 하루치 남은 약은 내던져버리고 다시 민간요법으로 선회했다.  ㅋㅋ  푹푹 끓인 대추생강차 자꾸 마셔주기.


정말로 차를 마시는 동안엔 약 먹었을 때보다 기침이 덜 나왔다. 문제는 화장실 다니기 귀찮고 끓이기 귀찮아서 이틀 마셔대고는 그냥 또 내버려두게 된다는 점.


감기는 약을 먹으면 2주, 안먹으면 보름 걸려야 낫는다는 속설이 맞다면... 이제 나을 때가 되었다. ^^; 두통으로 시작해서 근육통으로 넘어갔다가 기침이 심해졌고, 딱 2주만인 어젠 다시 머리가 깨지게 아파 토할 것 같을 지경이어서 비도 오고 캄캄하겠다 에라 모르겠다 종일 누워 빌빌거렸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볕이 화창해진 오늘은 다시 좀 살만해진듯... 기침 횟수가 꽤 적어진 듯도 하다. 빌어먹을 감기, 좀 떨어져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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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거짓말이 아니고 취향과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심많은 성격 답게 먹거리에 관한 한 TV 속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TV 맛집 선정에 관한 검은 뒷거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종종 유명 맛집에도 적용됨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다니러 오는 LA 친구가 이번 11월에 방문계획을 알려오며, 가고픈 곳 먹고픈 것들을 미리 알려왔다. 신나게 여행 계획과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친구가 가고프다고 한 집 중에서 한 군데는 내가 퇴짜를 놓았다. '탕수육'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유명 요리사의 중식당이었다. 

마침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이전에 세번쯤 가보았지만 단연코 그 집 '탕수육'은 별로였다. ^^; 물론 며칠 전에 예약해두어야 먹을 수 있는 '동파육'과 파삭파삭한 '군만두'가 맛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먹느라 바빠 대충 찍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어왔을 정도. ㅋㅋ

이것이 동파육당연히 이건 군만두

하지만 탕수육은.. 너무 달고 딱딱하고 별로였는데! 하필 울 오마니 생신날 온 가족을 대동하고 갔던 터라,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이 맛없어서 우린 '다시는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집 탕수육이 전국 최고라고 셰프들도 인정하는 맛이라는 격찬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뜨악해졌다. 흠.. 그날만 유독 요리사들이 우리가 먹을 탕수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까?  째뜬 그 이전에도 이 중식당을 추천한 지인들(ㅂㄹ와 D양)도 탕수육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_+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려해도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LA친구에겐 소문만큼 맛도 없고 예약도 어렵다고 일러주었다. 차라리 그 주변에 셀수없이 많은 다른 화교 운영 중식당을 아무데나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은 보장할 수 있다고... ㅎㅎ

또 한군데 소문과 달리 실망스러웠던 집은 '손만두'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내가 가본 날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으음.. 막상 먹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로 보아 다시 가고픈 곳은 아니었다. 마치... 열심히 요리학원에 다닌 새댁이 때깔은 좋게 상을 차렸는데 음식 맛은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그 음식점의 특징이라고는 해도, 굳이 그 돈 주고 사먹으러 다니고 싶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가겠지만...


알록달록 예쁜 손만두를 일부러 포장해서 사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솔직히 나는 도무지 저런 형광색을 보면서는 식욕이 돋질 않았다. ㅠ.ㅠ 참으로 입맛과 취향은 가지가지다. 

둘이 먹을 만두전골이 3만8천원인가 했던 거 같은데, 재료를 죄다 국산으로 좋은 것만 쓴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지 않나? 물론 눈물나게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 가격도 저항이 없겠지만, 나로선 좀 ㅎㄷㄷ 아까웠다.  

(이 사진은 식탐을 달래는 보관용이 아니라 만두색이 놀라워서 언제고 포스팅하려고 올초에 찍었는데 참 오래도 묵혔다가 써먹는다) 


요즘은 정말 TV채널만 돌리면 어디서도 요리사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활약하는 먹방, 쿡방을 볼 수 있다. 식탐가로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제이미올리버쇼, 헬스키친, 마스터셰프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얼마전까지도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집밥백선생까지 줄줄이 챙겨보았지만 이젠 다 시큰둥해졌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대결, 맛집 탐방을 하는 판국이니 원... 식상해하는 이들이 나뿐은 아닐테고, 머잖아 또 유행타듯 다들 휙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간혹 엄청난 극찬 요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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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다

투덜일기 2015. 8. 11. 23:24

다른 곳도 아니고 교단에서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벌어진 성추행 관련 뉴스는 경악을 금하지 못하겠으나 돌아보면 이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어른 남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그야말로 고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병폐였다. 그 현실은 지금도 변하질 않았고 학교든 직장이든 그 어느 조직에서든 성희롱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나간 태도로 추한 행동과 언어생활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 


언젠가 <학교 때 이런 선생 꼭 있었다>는 주제로 옛날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다들 열변을 토했던 건 미친개, 변태 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던 기막힌 남선생들의 존재가 학교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벌이랍시고 여중생, 여고생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질 않나, 걸핏하면 여학생들 귓불을 만지고, 팔뚝 안쪽 살을 꼬집고, 등뒤에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탁 고무줄을 튕기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와락 껴안고... (다 우리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나 역시 여러차례 당한 일이다) 


그들이 '선생님'이라는 엄청난 권력의 소유자들이었기에 학생인 우린 그저 투덜투덜 뒤에서 욕이나 해댔을 뿐, 가끔 교련선생이나 여자 사회선생한테 고민상담을 하고 좀 말려달라고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사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가재는 게편, 여선생들은 니들이 행동을 잘하라고 오히려 우리 탓을 했던 것 같다. 니들이 자꾸 치마 짧게 입고 입술에 번쩍거리는거 칠하니깐 그렇잖아! 라면서.. +_+ 


그 옛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체로 회식이 죽도록 싫었던 이유는 1차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2차로 꼭 나이트클럽엘 가서는 노땅 상사들과 '부르스'라고 하는 춤을 춰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음악이 끝나고 느린 음악의 반주가 시작되면 여직원들은 눈치빠르게 '튕기듯' 다들 화장실로 도망치기 바빴지만, 그래도 몇번은 어쩔 수 없이 놈들에게 붙들렸었다. 춤추는 게 싫어서 테이블에 붙박이하는 여직원들도 '부르스 타임'엔 손목을 잡혀 질질 끌려나가기도 했고...으으으... 음흉한 인간들. 


90년대 초반임에도 회식 자리에 일부러 여직원들을 사이사이 앉히고 술시중 들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 그러면서. 쌈닭이었던 나도 기껏 반항한다는 게 아버지가 집밖에 나가서 절대 술 따르지 말라셨는데요... 라고 좀 빼보거나, 술 따르면서 확 엎지른다거나 해서 싫은 티를 내는 정도였다. 나중엔 그래 많이 많이 처먹어라, 그러면서 별 말 없이 따라주기도 했다. 치기가 극에 달했던 20대 후반 한동안은 취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말하고 욕해대는 걸 나의 술주정으로 삼은 적도 있었다. 물론 인간적으로 괜찮은 상사나 동료들도 있었고, 여직원들을 보호해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가끔 기분 좋게 마시다가  어느 정도 다들 이성을 잃고 추태를 부리기 시작하면 막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 같이 개가 되주마.. 야! 김부장! 너 재수없어!...


술자리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웬만하면 다음날 맨정신에 다시 거론하지 않는 너그러운 음주문화(?) 덕분에 상사에게 술주정했다는 이유로 내가 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취했다는 이유로 온갖 실수를 다 용서해주고 심지어 범죄까지도 심신미약상태라며 처벌을 경감해주는 사회적 용인이 더 큰 문제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성희롱, 성추행, 음주운전을 비롯해서 술에 취해서 한 실수는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취중실수는 용서해주는 사회적 관용 때문인지, 그걸 빌미로 맨정신엔 멀쩡 얌전했다가도 술만 취하면 이른바 '개'로 변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회사 동료들 중에도 더러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요주의 인물은 '기자'였던 친구 남편의 친구. 평소엔 말도 없고 조용히 구석에 짱박혀 있는 사람인데 술만 좀 들어갔다 싶으면 성격이 활발해지면서, 여자 옆으로 자리를 옮겨선 자꾸만 몸을 만지는 나쁜 손버릇이 있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 어깨나 팔을 스쳤을땐 어라 실수인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대번에 면박을 주지도 못하고 참게 되는 것. 친구는 우리 일행 중 한 사람과 그 남자를 엮어주려고 자꾸만 우리 모임 있을 때 남편과 그 남자를 동석시키곤 했는데, 막상 친구는 그 남자 바로 옆에 앉은 적이 없으니 놈의 손버릇을 알 리가 없었다. 나와 지인들은 한동안 예의를 지키려고 다들 한두번씩 팔이나 어깨를 잡히는 민망한 일을 겪고도 그 자리에서 제지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계속 참을 수는 없는 법. 일단 그 남자와 괜히 동석하는 자리가 싫다고 친구에게 주의를 주고는 못된 술버릇을 일제히 성토했다. 가장 나이가 어렸던 후배는 심지어 화장실 앞에서 허리를 잡히기도 했다고. 이 개자식을 정말!! 


속으로 벼르던 우리는 그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버릇을 지적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마침 신촌으로 마눌 데리러 온 친구 따라 쫄레쫄레 나타난 그 인간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 본인이 그런 나쁜 술버릇이 있는 걸 아느냐, 당신 한마디로 말해서 변태다, 계속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을 접대부 취급하는 거냐 뭐냐... 그 남자가 뭐라고 변명을 했던 것도 같은데 암튼... 그 인간은 두번다시 우리 모임에 불청객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듣자하니 신문사에서도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어 징계를 받았다던가, 얼마 안 돼 회사에서 짤렸다고 들었다. 그런 이상한 인간을 우리와 엮어주려 했던 친구와도 어쩐히 사이가 멀어져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었다. 


조직생활을 관두면서 20년 가까이 직접적인 성희롱 성추행 문제로 눈쌀을 찌푸릴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동안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 과거엔 대체로 용인된다고 (남자들만) 믿었던 폭력적인 언어와 성차별 논리가 확실한 문제거리라고 자꾸 대두되고 있으니 남자들도 좀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멀었다. 갑과 을, 권력을 쥔 자와 휘둘리는 자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패배주의에 젖은 못난 남자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건설적으로 변화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연배가 높다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예의상 대우를 잘 해주다보면 꼭 선을 넘는 추한 남자들이 있다. 물론 성희롱, 성추행은 남자들만 하는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시는 추한 여자들도 있다. 아무데서나 음담패설 꺼내고 맞받아치는 걸 대체 왜 인기비결 입담과 유머라고 생각하는지??!! 남편이랑 베갯머리에서나 할 대화라든지 아줌마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주책스럽게 떠들어대는 여자어른들을 보면 어휴... 그치만 주로 심하게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일은 오십대 이상 아저씨들의 추태다. 요샌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지들끼리 한탄하면서도 워낙 성희롱 언어와 행동이 몸에 밴 탓에 과연 어디까지 용납되고 안되는지 계속 실험을 해대는 것도 같고... 남자든 여자든 듣는 사람이 민망하고 기분 나쁘면 무조건 성희롱이라고 아무리 가르치고 짜증을 내도 그들은 안 변한다. 이번 성추행 교사 사건에서 보듯이 끼리끼리 덮어주고 눈감아 주고 무마해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거다. 공공연하게 패가망신을 당하게 하면 모를까...


놀랍게도 자원봉사로 만난 사람들 중에도, 등산 모임에서 스친 사람들 중에도 내 선에서 용납 안되는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이 포착되었다. 티나게 면전에서 면박을 주기도 하고 우회로로도 경고를 몇번 날렸는데 약간 조심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아니고, 과연 내가 이러면서까지 그런 인간들을 계속 보아야하는 건가 한심스럽다. 삽십대 같았으면 확 상을 엎어버렸을텐데... 나도 성질 다 죽었구나 싶은 자괴감도 좀 들고. 그런 인간들은 피하는 게 상책인데... 연줄연줄 뭐가 많아져서 확 짤라버릴 수도 없고 우쒸... 암튼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서로 껄끄러워지더라도 싸워야지. 가만 있으면 그게 옳은 줄 아는 인간들, 그냥 둘 순 없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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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최근엔 본 게 없고, 작금의 현실에 딱 맞는 영화구나 생각난 건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아웃브레이크>다. 찾아보니 95년작. 무려 20년이나 된 영화라는 얘기다. 나 같은 중년 말고는 다들 존재조차 모르는 영화일 것 같다. 암튼 그 영화를 나는 에볼라 바이러스 얘기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모타바 바이러스라는 것도 같다.  에볼라든 모타바든, 제3세계에서 생겨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전해져 떼죽음을 일으키는 이야기인데 그 전파 경로로 북한의 배가 등장한다. 할리우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20년전 이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아프리카 원숭이를 밀수해 동물원에 팔아먹는 비위생적인 배와 선원의 국적이 북한이었다. 위생이나 방역에 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무지와 더러움과 응징의 대상으로 나오는 영화속 북한 선원들이 그 옛날에도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팅 후 북한 배와 선원이 아니고 그냥 한국인이었다는 제보 입수. 내 기억이 틀린 것 같다. 맞다.. 북한 배가 어떻게 미국 항구에 정박을 한다고 나 원참;;;)  


세월이 흘러 20년 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사들은 한국이 주요 시장이라면서 다른 세계 주요도시보다 영화개봉을 먼저 하기도 하고, 그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영화촬영을 한다고 그러면 유례없이 정부까지 나서서 교통을 통제해주고 기꺼이 장소를 '무료' 제공하지만 정작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과 한국의 모습은 듣자하니 별로 매력적이지도 우호적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국가 홍보에 신경을 쓴다해도 대다수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사우스'인지 '노스'인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뭉뚱그려지기 십상이다. 기껏해야 전쟁에 준하는 심각한 군사대치 상황 국가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평창올림픽도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그렇게 유치하려고 애썼지만 '평양'이랑 알파벳 철자가 너무 비슷해서 선수들이 죄다 평창 대신 평양으로 날아가 북한에 억류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지리에 젬병인 나도 한반도에서 정확히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는 평창보다야 '평양'이 외국인들에게도 워낙 더 유명할 것 같다. 최소한 북한의 수도인걸.  


째뜬 무능력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 국가와 국민들의 후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이번 메르스 상황을 보며, 조만간 또 재미난 한국 배경 할리우드 시나리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개인 문자와 카톡으로는 어디선가 하루에도 몇번씩 메르스 환자가 접촉했다는 병원 명단과 예방법이 날아오고, 심지어 1번부터 30번까지(?? 기막혀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_-;) 확진 판정 환자들 명단이라면서 그들의 신상명세까지 떠도는데 -- 병원 관계자로부터 받아 전한다는둥, 담당 공무원이 최측근 지인들에게만 공개한 거라는 둥 -- 정부는 제대로 사태파악도 못한 채 우왕좌왕, 그러면서 문제의 병원 명단을 공개할 의미는 없다고 계속 한심스럽게 눙치고... 유언비어라면서 퍼뜨린 사람이나 잡아들이려 하고...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관리랍시고 한다는 게 하루 두 번 전화로 위치 확인하는 게 전부란다. 그러니 일반인, 의료진 할 것 없이 암 생각없이 골프치러 지방 가고, 환자들 진료하고... 하하하.


어제 끝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제도가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서 약자를 감싸줄 수밖에 없다는 봄이 대사가 인상 깊었는데, 이 나라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도 제도도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개개인이 각자 제 살길을 찾아보거나 그냥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이 노력해서 정말로 각자 제 살 길을 찾을 수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 암담한 나라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희망이 없는 곳이란 걸 어쩜 이렇게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 어떻게 이렇게도 자주 생겨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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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또 피곤해도 잠이 안오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래서 다시 동네 앞산엘 올라갔다. 숲의 기운을 받으면 바짝 땡겨진 뇌주름도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감기몸살 기운도 좀 남았고,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솔숲과 메타세콰이어숲에서 나름 절반의 효험은 얻고 온 것 같다. 하지만 기분 전환으로 찾은 산에서도 싫은 사람들을 종종 맞닥뜨려 와락 짜증이 인다. 아... 공기 좋고 호젓한 숲길 좋고 야생화 예쁘고 가을 하늘도 푸르른데 꼭 사람이 공해다 공해.


첫째는 휴대용 라디오나 mp3로 크게 음악틀고 다니는 사람들! 주로 할아버지들이 많이들 그러는데, 할머니들도 더러 있다. 음악은 거의 어김없이 조악하게 녹음된 뽕짝. 하기야 며칠 전엔 나름 우아한 경음악(엘리베이터에서 많이 들려오는;;) 을 틀고 가는 아주머니도 만났고, 가끔 야구중계 dmb를 크게 틀고 가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 당췌 시끄러워서 원! 이런 분들은 이어폰이 없어서 그런다기보다는 뭔가 자랑삼아 더 그러는 것 같다. 종묘나 종로3가 주변엔 어르신들을 위해 아예 뽕짝 수천곡이 이미 다 들어있는 저렴한 mp3 겸 라디오를 판다던가... ㅎ 그러니깐 그런 분들 사이에선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다니는 게 나름 신문물의 얼리어댑터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지...


둘째는 먹을 거 잔뜩 싸와서 아무데나 돗자리 펴고 질질 음식물 흔적 남기는 사람들. 서울 근교나 멀리 설악산엘 가도, 동네 앞뒷산을 가도 먹거리 싸와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소풍'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과일껍질과 나무젓가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에다 투척하는 꼬라지를 보면 확~ 때려주고 싶다. 농약과 왁스 묻은 귤껍질, 바나나 껍질 그런 건 수십년 지나도  안 썩는다는데! 나무젓가락도 마찬가지고! 으으으... 게다가 남은 반찬도 그냥 막 내버리고 가서 숲속에도 벌과 나비 대신 X파리들이 막 날아다닌다. ㅠ.ㅠ (난 안 올라갔지만 글쎄 설악산 중청휴게소 주변에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파리떼가 엄청나단 얘길 들었다;;)


셋째는 술 먹고 등산하며 마구 떠드는 사람들. 얼린 막걸리나 맥주캔 하나 둘 싸가지고 가서 정상에서 캬~ 입맛 다시는 것까지 뭐랄 순 없지만 음주를 위해 등산하는 사람들이 가만 보면 꼭 있다. 중턱에서 널브러져 술판 벌리는 족속들은 뭐 서울 근교 산에 가면 어디나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등하산할 때도 떠들썩하니 시끄럽다. 어쩜 입을 한번도 안 쉬고들 놀리는지... ㅠ.ㅠ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넷째는 요즘 가을 되면서 출몰한 족속인데, 바로 산에서 불법으로 밤과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다. 다람쥐랑 청솔모 같은 들짐승 먹이니깐 가져가지 말라고 곳곳에 팻말과 플래카드가 붙어있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등산로 아닌곳까지, 노란 테이프로 막아놓은 곳에도 굳이 넘어가서 위험스레 구석구석 나뭇잎을 파헤친다. 어디선가 꺾었는지 주웠는지 굵직한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겸 막대기를 들었다는 것이 내가 관찰한 그들의 특징. -_-;; 국립공원에선 그런 사람들 단속하는 이들도 있나본데, 동네 산이야 어차피 밤나무, 도토리나무가 대규모로 자라지도 않으니 단속까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아주 신들이 나셨다. 하지만 요샌 소나무 재선충 방재작업이 워낙 전국적으로 실시되므로 함부로 숲에서 도토리나 밤 주워다가 먹으면 맹독성 농약에 노출되어 큰일날 수도 있다던데... 어휴. 하긴 들짐승들도 농약 묻은 도토리나 밤을 먹으면 무사하지 못하려나? 째뜬 아슬아슬한 비탈길이나 벼랑 쪽으로 내려가서 도토리나 밥 줍는 어르신들(이런 분들은 또 할머니들이 많다;;) 위태위태해서 못보겠다. 제발 쫌!!! 


사람 공해 싫다고 내 몸 위한 운동을 아주 안할 순 없고... 그런데 또 스트레스 풀려고 오른 숲에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젠장. 아예 남들에게 시선을 아예 안주고 무시하면 그뿐인데 문제는 결국 내 오지랖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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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투덜일기 2014. 9. 17. 03:15

생각보다 소망교회 관련해서 임시삭제조치 된 글의 복원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번 이창하 씨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했을 땐 나의 복원신청이 곧장 받아들여졌던 듯 나중에 글이 다시 살아났었다. 그땐 임시삭제된 글을 외부인은 보지 못하더라도 본인만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읽어본 뒤 도대체 어느부분이 명예를 훼손한 거냐고 따져물을 수 있었던 듯...

그런데 이번엔 3년이나 지나 내용도 가물가물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글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복원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휴 참 기가 막혀서...

담당자에게 벌써 여러번 메일을 보내보았으나 계속 똑같은 대답뿐... 이러다가 3년전 그 글을 그냥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왜 이렇게 억울한지...


도대체 2011년 3월 16일자  http://ynot.tistory.com/770 <잡다> 포스팅이 어떤 내용인지 나 역시 궁금해 죽겠다.

휴대폰으로 블로그 접속해서 검색해 얻은 결과, 앞부분 몇줄이 나와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태그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죄다 푸념한 모양인데... 흠... 아무리 하찮은 글나부랑이라도 아까워서 삭제된 글 내용이라도 이메일로 복사해 보내달라고 담당자에게 부탁해놓았다. 과연 그 부탁은 들어줄까?? 




다음/티스토리에서 이런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니깐 정이 똑 떨어져서, 진짜로 문제의 포스팅이 복원되지 않으면 이참에 블로그를 옮길까 생각도 하고 있다. 국내포털은 또 이런 사태를 안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하나... 돈내고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겠고 구글 같은곳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하여간 그래서 요즘 더더욱 블로그질 하기가 싫어지고 있다. 8년이나 가꿔온 이 공간을 졸지에 확 폐쇄하자니 물론 아쉽기도 하고... 아니 티스토리를 포기하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여기 올린 모든 포스팅을 백업해서 옮길 방법이 사라진 것 같아(방법이 있는데 내가 무식해서 모르는 걸지도;;;) 죄다 못 가져가는 게 아쉬운 거다. 폐쇄하지 말고 그냥 떠난 뒤 여기가 쓰레기통이 되거나 말거나 새로 시작을 해야하나... +_+ 아 귀찮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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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투덜일기 2014. 8. 27. 17:11

지난 주말에 경기도내 어느 산엘 갔는데 거기서도 가짜 땡중을 보았다. 전철역이나 사람 많은 데 불전함 놓고 꽝꽝 목탁두들기는 사람들 대부분 승적도 없이 그냥 옷만 어서 사다입은 가짜 땡중이라고 주변에 주의를 시키는데, 그런 사람들이 산중턱에도 있었다! 어휴... 대개 산속에 절이 있으니 사람들이 의심없이 믿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날 산봉우리를 세개나 넘어야 한대서 삐질삐질 땀흘리며 헉헉대고 계단을 오르다 뜬금없는 목탁소리에 엥~ 쳐다보니 역시나 불전함 앞에 놓고 결식아동 돕는 성금으로 쓴다는 표지판과 함께 명함도 한 갑 놓여 있었다. 멀리서도 꽝꽝 요란하게 두들기기만 하는 목탁소리를 들으니 분명 제대로 교육받은 적 없는 땡중임이 분명한데, 결식아동돕기 팻말과 명함에 잠시 의구심을 갖던 찰나, 결정적인 사기꾼 증거가 땡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하반야바라밀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크하하핫.. 그럼 그렇지!


불교에 대해서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반야심경>과 <천수경>. 이 둘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듯 절에서 드리는 '예불'에 빠지지 않고 외는 불경들인데 반야심경의 첫소절이 바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반야심경의 정식 이름이기도 하고. ^^; 강수연이 주연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맨 마지막 반복구절. 


그렇다면 천수경의 첫소절은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엄마 따라 하도 절에 다녀서, 그리고 고등학교땐 따로 학생회 활동도 좀 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외고 있는 구절인데... ㅋㅋㅋ 그 땡중은 둘을 아무렇게나 뒤섞어서 읊어댄 거다!  그것도 사람들 귀에 익숙한 구절만 쏙쏙 뽑아서 반야심경 한 줄, 천수경 한 줄, 또 반야심경 한 줄... 아 놔...  그 노력을 가상하다고 해야할지, 이왕 외울 거 좀 더 신경써서 외우지 그랬냐 핀잔을 줘야할지... 암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회엘 열심히 다니는 친구에게 가짜중이란 증거를 이야기하며 올라가다보니 200미터 쯤 뒤에 똑같은 땡중이 한 명 더 있었다. 한 패거리겠지? 


쯧쯧쯧... 승복 사입으려면 비쌀텐데 투자비 꽤나 많이 들었겠다, 불전함 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애썼지만 흥,  망해라, 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첫번째 산봉우리에 거의 당도하니 이번엔 우렁찬 '아이스께끼~' 외침소리가 우릴 반겼다. 산꼭대기까지 갖고 올라가서 음료수며 아이스께끼며 엄청 비싸게 받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나는 절대 외면하는 편인데(먹고난 쓰레기 사람들이 사방에 막 버리는 것도 싫다!) 누군가 값을 물어보니 1500원이란다. 엇, 다른 산에선 2천원 받던데! 단 거 먹으면 더 목말라진다고 주장하는 편이었으나, 그날은 슬슬 당떨어질 때도 됐고 또 일행이 사주신다고 해서 다리도 쉴 겸 낼름 받아먹었다. 중간에 막대기 버릴 데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하며 끝까지 다 먹고 버리고 가야한다고 우겨대면서. ^^


아직도 낮엔 꽤나 뜨거운 날씨에 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고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땡중과 아이스께끼 아저씨 둘 다 서울 근교 산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무거운 상자를 짊어지고 등산로를 올랐겠지만 본인의 자부심도 그렇겠고 참 얼마나 가치가 다른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설마 산중턱 아이스께기 장사에도 정해진 영역이나  자릿세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랑 1500원짜리 멜론 맛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노동의 소중함이니 부가가치니 소비효율이니 하는 얘기까지 막 덧붙이며 께끼 아저씨한테는 온갖 칭찬이 쏟아졌었다. 물론 좀 전에 우리가 지나쳐온 땡중에게 시주하는 이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당연히 수입도 엄청 차이가 나지 않을까? 목탁을 두들기며 불경을 외는 것도, 아이스께끼를 목청껏 외치는 것도 똑같은 노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기꾼의 눈속임과 엄연한 상업 행위를 동등하게 바라볼 순 없다. 물론 국립공원 관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상업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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