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해당되는 글 76건

  1. 2021.01.21 남겨두고 싶은 기분 6
  2. 2018.07.19 근황 3
  3. 2017.01.02 2016 Best 9
  4. 2016.10.21 일단 탈출 7
  5. 2016.07.29 물음표 3
  6. 2016.06.14 황당하다 18
  7. 2016.06.13 신기하게도... 5
  8. 2016.06.01 빌어먹을 6
  9. 2016.03.07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2
  10. 2015.11.30 멍... 8

시작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삶이 따분하고 지겨워져 뭔가 막 더 배우고 싶어서 동네 도서관과 구청 교육 프로그램을 뒤졌던가? 아, 기억났다. 친구가 동네 구청 취미 프로그램에서 단돈 몇만원에 몇달간 베이킹을 배우는데, 재미도 있고 수업 끝나면 그날 만든 맛있는 빵을 한 아름씩 갖고 온다며 나도 찾아보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엔 구직을 위한 프로그램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신청 시기가 안 맞았다. 그러다 눈에 띈 마을강사 양성 교육 공문.

4주였던가.. 여름 방학 내 꽤 긴 기간 교육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의 수업을 들었고, 각자 다양한 아이디어로 자유학기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서 제출하면 인근 학교와 연계해주겠다고 했다. 할까말까 망설이다 대충 요식행위로 만들어 낸 프로그램은 당연하겠지만 아무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알바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니고 부업도 아니고 몹시 어중간한 시도는 관두고 본업에나 충실하자 싶었다. 그러다 돌연 다음해에 한 학교에서 수업 의뢰를 받았고, 그렇게 시작한 자유학년제 수업이 올해로 벌써 5년째다.

해마다 관둘까 말까, 들이는 시간과 품에 비해서 형편없는 강사료를 생각하면... 종종 본업에 지장을 주는 스케줄을 생각하면 그만두는 게 맞다 싶다가도, 또 불안한 미래를 1년 전에 미리 상상해보면 뭐라도 하고 있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도 싶고, 일단 학교에서 만나는 예쁜 아이들이 주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ㅠ.ㅠ 물론 재작년 같은 경우엔 몇몇 거친 아이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근데 또 그러다가 한두 명에게라도 묵묵히 위로를 받으면 다시 버텨나갈 힘이 생기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흔들렸던 2020년 학교는 정말 위기상황이었고,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수업도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서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병행한 학교도 있지만, 아예 전면 온라인수업으로만 결정한 학교도 있어서, 난생 처음 온라인수업을 여러가지 종류별로 준비해야하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구청측에서 여러가지 심화교육도 마련해주고, 먼저 온라인수업을 경험한 동료 선생님들이 쏠쏠한 노하우를 공유해주시고, 유튜브로 온갖 온라인플랫폼을 찾아 독학을 하고... 밤새워 PPT와 동영상을 만들었다 지웠다 반복하며 8월 내내 미쳤지 미쳤지, 이짓을 내가 왜 하고 있나 징징 울고 싶었던 것 같다.

째뜬 구글클래스룸과 EBS온라인클래스와 줌 화상수업을 오가며, 헐떡였던 2학기 자유학년제 수업이 1월 4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창의적인 글쓰기와 번역 문장 연습을 주로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대면수업이 아니면 학생들과 소통하기가 엄청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온라인 수업이어서 좋은 점도 꽤 있었고, 2020년에 만난 아이들은 역대 최고로 성실하고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교실에서 만났더라면 더 뛰어난 성과를 얻었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반대로 온라인으로 소통해서 내가 더 편견없이 공정하게 아이들을 대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발표력 좋고 참여도 좋은 몇몇 학생들 위주로 소통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매시간 활동지를 쓰게 하면서 일일이 들여다보고 격려하고 어떻게든 뭔가를 써내게 하려고 나로선 온갖 수단을 쓰지만;; 한 학기 내내 입 꼭 다물고 비협조적인 아이들에게는 나도 골이 나서 포기하기 쉽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연계 과제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고 서슬퍼런 경고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도 당연히 있다. 당당히 백지를 매번 내는 식이다. 교실 수업이었다면 활동지 써주기 전엔 집에 안보낸다고 복도에서 기다린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받아내는 편인데, 온라인 댓글로는 아무리 피드백을 신경써도 결국 제대로 글쓰기를 못시킨 경우가 있다. 줌으로 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엔 담임 선생님이 전화로 아무리 깨워도, 자느라고 못 들어온 아이도 있었고. ㅠ.ㅠ  그 학생은 다음 주 홀로 학교에 등교해 종일 학교 컴퓨터로 화상 수업을 들었지만,  그 다음주엔 그 수법도 통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비대면 수업을 한 학기 경험한 소감은, 나름대로 보람찼다는 것이다. 열네살 아이들은 아직도 참 어리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깊은 생각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교실 수업이든 온라인 수업이든 똑같이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나도 동영상 수업을 들어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자꾸 딴 생각을 하거나 슬며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운 적이 많다. 어른도 그럴진대 진짜로 재미있는 수업이 아니면 아이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글쓰기를 시키는 수업이라니!  나로선 재미나게 해본다고 최선을 다하지만 그 마음이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였는데...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피드백으로 내게 용기를 주었다. 쌤 수업 재미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수업을 하시나요.. 등등... 음화홧. 

나로선 당연히 힘이 나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PPT 자료도 더 열심히 다시 만들고, 구글설문지나 문서로 받을 과제도 정성들여 이리저리 고치고 최대한 활기차게 동영상을 녹화했다. 아이들이 낸 과제물엔 열심히 댓글로 피드백을 달고, 개성을 파악해 기록해두고는 계속 관심을 쏟았다. 물론 일일이 댓글로 응원을 보내고 조심스러운 글 한 줄에도 마구 칭찬을 날리느라, 당연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속으로 또 미쳤지 미쳤지 왜 이러고 앉았나 후회도 했지만...

그런 정성에 대한 보답일까, 아이들도 과제 댓글로, 수업 피드백으로 여러가지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해주어 기뻤는데 8주차 마지막 수업 마지막 과제 끝에는 한 학생이 제법 긴 쪽지를 적어두었고, 그걸 읽으며 난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돌았다. 우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공을 들인 노력과 진심이 통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던 것 같다. 

더보기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캡쳐해놓음 ^^;; 

글쓰기를 원래도 잘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문장력이라도 좀 더 생각을 깊이 했다거나 정성을 들인 표현은 금세 표가 나고 점점 발전하는 게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처음엔 힘들어하다가 막판에 잠재력을 쑥 펼쳐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하는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칭찬의 중요성을 정말 매번 느낀다. 위에 쪽지를 보낸 아이도 그랬지만, 한두번은 칭찬을 해주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괜히 해보는 소리겠거니 싶은걸까? 그럴 땐 뭉뚱그려 참 잘했어요, 라는 칭찬은 안통한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어느 문장과 표현이 마음에 드는지 콕 찝어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걸 기억했다가 다음번에 또 이어서 칭찬해주고... 아 물론, 강사 주제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게 쉽진 않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그야말로 허튼짓일 수도 있고.... 

지금 하는 번역 일을 사랑하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그 옛날에 첫 직장 다니지 말고 그냥 교사를 했어야하는 건데, 그럼 지금쯤 당당히 명예퇴직을 하고 연금으로 먹고 살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으나 이렇게 유사 교사체험을 한 뒤론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일주일에 몇 시간 수업 준비로도 이렇게 진이 빠지는데;; 난 아마 뼈를 갈아넣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교사 선배들의 짐작이 맞을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 모두 존경스럽다!

암튼 본업도 마감 못 맞추고 헐떡대면서, 딴짓하는 건 괜한 뻘짓 아닌가 싶다가도 또 어디가서 이런 보람을 느껴보겠나 싶은 마음에 2021년에도 결국 또 자유학년제 수업을 맡기로 했다. 번역가를 직업으로 추천하기에는 사실 현실적으로 너무도 막막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중1 아이들을 데리고 번역 수업을 해보면 해마다 장래에 번역가가 되어볼까 흥미가 생겼다는 아이들이 몇명씩 꼭 나온다. ㅋㅋ 해마다 영업 성공?! 그 아이들이 진짜로 번역가가 될지 그건 장담 못하지만, 그럴 생각에 글쓰기와 책읽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나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올해는 또 어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지만 온라인 수업 노하우도 얼추 생겼겠다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래 버려두었던 블로그에 또 이렇게 끄적거리는 이유는 분명 또 일이 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마감에 왜 일이 하기 싫을까. ㅠ.ㅠ 어쨌거나 뿌듯하고 벅찼던 느낌이 다 휘발되기 전에 이렇게라도 남겨두게 돼서 다행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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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투덜일기 2018. 7. 19. 18:33

최근 3-4개월간 정말로 일이 '하나도' 없어 팽팽 놀았다. 이른바 '입질'이라고 하는 번역 스케줄 문의조차 없는 걸 보며 번역가로서의 내 경력은 이제 휴지 조각이 되려나보다 비감에 젖었다. 그뿐인가. 최근 출간된 책엔 이런저런 사연으로 '옮긴이의 말'을 빼고 책이 나왔다. 표지 디자인과 제목 가지고 해외 저작권사에서 트집을 잡다가 결국엔 뭐라도 꼬투리를 빌미로 '양보와 협상'을 하는 의미에서 내 역자후기가 희생을 당한 거다. 와... 진짜... ㅠ.ㅠ

출간일정 빠듯하고 바쁘대서 날개에 인용된 일부 역자후기 영역도 내가 해줬었는데, 그걸 문제 삼아 책 내용과 분위기가 맞는지 봐야겠으니 역자후기 전체 원고를 번역해보내라는 연락이 왔다고 들었을 때 느낀 '빡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갑질은 세계 어디서나 있는 건가 싶고... 번역가 나부랭이는 갑도 을도 아니고 병이나 정.. 그 이하의 존재였던 거지. 속상한 건 결국 '옮긴이의 말에서 인용'이라는 글귀만 뺐을 뿐, 어차피 날개에도 언론 홍보자료에도 역자후기 내용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역시나 빠듯한 인쇄 일정을 감안하여 내가 '허락'한 결과다. 표지 디자인 다시 잡을 시간 없다는데 그럼 안된다고 하나!? 젠장..

일감이 끊긴 건 어차피 결국 다 자업자득일 거다. 내가 신용을 잃었든, 내게 주는 번역료가 부담이 되었든, 원고가 마음에 안들었든...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도 20년 넘게 불안감 속에서도 막연한 희망으로 어찌어찌 나름 '잘' 꾸려온 인생에 비해 최근 3년은 정말 참담했다고밖엔 할 말이 없다. 개인적인(가족의 무게 탓이다) 삶의 스트레스에 더하여 그 일 때문에도 며칠 내리 극한 짜증 상황에 몰리고 보니 혈압이 널을 뛰었는지 이명과 함께 눈에 실핏줄이 터지기에 이르렀다. 

진화를 거듭해온 인류가 아무리 용을 써봤자 DNA에 새겨진 인체와 모든 장기의 수명은 50살이 한계점이라는 내용을 어느 과학 책에서 보았다. 그 이후로도 무려 50년을 더 산다고 하는 '100세시대'는 그러니까, 타고난 인체의 수명 때문이 아니고 원시시대 인류보다 너무도 월등해진 영양과 의술의 발달 덕분이란다. 작년 올해 들어 나도 여기저기 아프고 병원 찾을 일도 많아진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뜬금없이 젊은 후배나 친구들의 중병 소식이나 부음을 들으며 이젠 정말 자다가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돌입했구나 싶다.

째뜬 우울한 이야기는 이쯤해두고... 여차저차해서 영화 자막 번역 일이 하나 들어왔다. 그간 계속 열받게 재방송만 내보내더니만! 올들어 통 일도 안하는데 자막에서 이름 발견했다고 종종 인사 받는거 그간 진짜 민망했다. ㅠ.ㅠ 단기간 백수 모면했구나 기뻐하며 드디어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ㅎㅎㅎ 컴퓨터 켜지도 않고 지낸 몇달간은 핸드폰으로 sns만 들여다본 듯. 막상 컴퓨터를 켜니 일은 뒷전이고 블로그 구경다니고 있네그려. 

그 또한 민망하지만 '주옥같은' 자막을 만들기 위해서 뭔가 좀 더 긴 호흡의 글은 끼적이는 연습이 필요했던 모양이라고 핑계를 대야겠다. 8월부턴 또 백수신세지만 일이 있는 짧은 기간 행복하게 신나게 일해야지... 라고 결심하면 뭘하나. 시험공부 앞두고 책상 정리하던 버릇 못 버리고 포스팅감이나 또 없나 찾고 있다. ㅎㅎ그러니 어쩌면 7월 내내 포스팅이 잦아질 확률이 높다는 근황 보고가 오늘의 포스팅 결론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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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Best

놀잇감 2017. 1. 2. 17:59

1. 2016년에 읽은 책

아 부끄럽게도 달랑 10권이다. 그것도 그림책 포함해서... 나부터 이렇게 책을 안 읽는데 출판업계가 망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매년 점점 더 책을 안 읽지? 올해는 사들인 책의 수도 예년에 비해 적었다. 여혐 범죄사건들을 접하면서 뭔가 나도 세상과 계속 싸우려면(?) 이론적인 재무장이 필요한 것 같아서 페미니즘 책을 읽고 정희진 책까지 세 권을 엮어 감상문을 쓰려고 했었는데 ㅠ.ㅠ 결국 안했다. 수다 떨 때도 종종 말문이 막히듯이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버벅버벅 버퍼링이 엄청나다는 걸 느끼며 좌절했다. 그래서 또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졌다. 글쓰기에 대한 유명인의 촌철살인 조언과 함께 이런저런 글쓰기 에피소드를 담은  <쓰기의 말들>은 막상 읽을 땐 뭐 이런 걸 책으로 다 만들었나 싶었으나, 다 읽고나선 포스트잇 붙여둔 글귀를 다시 들춰보며 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유려한 번역으로 이름 높은 고 장영희 선생의 <슬픈 카페의 노래>도 말맛, 글맛을 따져보느라 원문을 상상하며 다시 읽은 책이다.   

옛그림을 보는 법 - 허균 지음/돌베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나쁜 페미니스트 - 록산 게이 지음/노지양 옮김/사이행성

정희진처럼 읽기 - 정희진 지음/교양인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고빛샘 옮김/민음사

쓰기의 말들 - 은유 지음/유유출판사

슬픈 카페의 노래 - 카슨 매컬러스 지음/장영희 옮김/열림원

앵무새죽이기 - 하퍼 리 지음/김욱동 옮김/열린책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5분 스케치 - 김충원 지음/진선아트북


​베스트 3권 뽑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서 1권만 뽑는다면 단연 리뷰도 올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 2016년에 본 영화

셜록: 유령신부

캐롤

바닷마을 다이어리

굿바이 싱글

제이슨 본

국가대표 2

거울나라의 앨리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잭 리처: 네버 고 백

내부자들

귀향

나의 소녀시대

계춘할망

족구왕

의궤, 8일간의 축제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위쪽 9편. 혼자 보러간 건 내 취향대로 골랐으나, 이제보니 누가 보러 가자고 그래서 얼결에 본 영화도 많다. 암튼 2016년 최고의 영화를 뽑는다면 역시나 영화관에서 2번이나 본 <캐롤> ^^; 근데 베스트 세 편도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겠다. 귀여운 자매들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좋았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도 흐뭇하게 봤다. '걸크러시'라는 말이 유행하듯 나 역시 '언니들'이 활약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당연한가? ㅎㅎ




3. 전시/공연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 국립고궁박물관

창경궁을 보듬다 - 국립고궁박물관

윤동주문학관

Color Your Life - 대림미술관

변월룡 회고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호안 미로 특별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로이터 사진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 - 가나아트센터

임태경: 그대의 계절

One Love Concert: 임태경 외 ㅋㅋ


위 두 전시는 포스팅을 했으니, 세번째 베스트로 뽑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전시도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사진도 엄청 찍어왔으니 자랑 삼아서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입장료 3천원에 완전 눈호강한 느낌이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생활 공예품인데 구석구석 예쁘고 사랑스럽더라. 

공연은 임태경 광팬인 미쿡 친구의 소망 대리충족용으로 다닌 것. 체력 딸려서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에 공연장의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으로 거의 기절할 뻔 ㅠ.ㅠ 


4. 등산/여행

사패산, 계방산, 오대산, 운길산, 삼성산, 청계산, 아차산, 축령산, 광교산, 막장봉, 소리산, 선운산, 도봉산, 검단산, 천마산, 금강산(외설악), 북한산, 남산 둘레길, 전주 한옥마을, 담양 소쇄원, 공주, 아산, 여수 금오도, 대부도, 화담숲

 

계방산의 눈꽃여수 금오도의 초록 바다

한달에 2번씩 한번도 안빠지고 개근을 했으니 그만큼 많은 산을 다녔고, 스스로 뿌듯하다. 친구들과는 2월부터 주로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근교산을 돌아다녔는데 주변에 갈데가 그토록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 남산 둘레길도 고즈넉하고 예뻤다. 조금 멀리 가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운 산이 도처에... +_+ 내가 이렇게 열심히 등산 다닐 줄 진정 몰랐는데 ㅋㅋ 이 열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모녀 가을 여행에서 작년과 확 다르게 좀처럼 운신을 못하시던 왕비마마 왈, 너라도 다리 성하고 건강할 때 많이 다니라고.. ㅠ.ㅠ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베스트 산 셋을 꼽는다면

원없이 상고대와 설경을 본 계방산, 홀릴 듯 철쭉이 아름다웠던 축령산, 울산바위를 뒤쪽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금강산. 

 

5. 기타

그밖에 올해 사들인 음반은 노장 투혼으로 새 앨범을 낸 스팅의 <57th & 9th>와 미리 김칫국 마시며 떼창 연습하겠다고 산 콜드플레이의 <A Head Full of Dreams> 딱 2장이다. 콜드플레이는 음원으로 몇곡만 사서 듣다가 내한 소식에 팬심 발휘해 CD도 샀는데 첫 공연에 예매 실패하고 완전 광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추가공연 가게 되서 다시 애정하며 듣는 중. 스팅은 지난 앨범이 완전 뮤지컬 ost 여서 실망하고 옛날 노래만 듣다가 2016년에 그나마 신뢰와 애정을 회복했다. ㅎㅎ

드라마는 방에 있던 배불뚝이 TV가 완전 사망하는 바람에 잘 챙겨보지 못하고 있어서 기억나는 게 치즈인더트랩, 굿 와이프, 또 오해영, 닥터스, W, 역도요정 김복주, 도깨비 정도다. 주로 배우 선호도로 찾아보는 고로 공중파 드라마도 더러 보긴 하지만 손발 오글오글거리거나 전개가 마음에 안들어서 중간에 끊었다 다시 보고 그랬었다. 단막극 <페이지 터너>가 의외로 좋아서 탁상달력에 메모해둔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대체로 열광하며 신나게 즐겼던 드라마를 한 편 꼽으라면 <또 오해영>!(<굿 와이프>로 했다가 방금 마음 바꿈 ㅋㅋ) <굿 와이프>는  전도연의 약간 비뚤어진 입매와 자연스러운 주름 덕분에 연기가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고, 나나의 연기도 유지태도 다 괜찮았다. 제발 중년 배우들 얼굴에 티나게 이상한 짓좀 하지 말면 좋겠다. 서현진 연기 좋고 사랑스러운 건 알지만 에릭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또 오해영>은 재방송까지 막 다시 찾아보며 헤벌쭉 했던 기억이 이제야 새록새록 떠오른다. 에릭이 음향 엔지니어로 나오는데 그 직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제대로 보여주었던 점도 신선했고, 조연으로 나왔던 해영의 부모님이나, 예지원, 김지석 커플의 이야기도, 에릭의 이복동생 커플 이야기도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루지 않아 좋았다!  

그밖에 tv 프로그램에 상을 준다면 단연코 JTBC 손석희의 <뉴스룸>(뉴스룸 맨 마지막 노래 선곡까지 손석희가 직접 한다는 것 같다. 아아 이분은 정말... +_+ 기막힌 뉴스에 광분하고 허탈해 하다 마지막 흘러나오는 노래에 위로받고 그런 순간이 참 많았다), 그리고 에셰프의 활약이 놀라웠던 <삼시세끼 어촌편3>(에릭이 느릿느릿 신중하게 요리 할 거 다하면서 말도 별로 없는 거 진짜 마음에 들었다. 겸손하기까지 한 듯!), 일요일 밤에 생각나면 찾아봤던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방에 TV 없어서 잘 안 봤다더니 테순이같다. ㅠ.ㅠ)

2016년을 되게 빌빌거리며 암울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반백수치고는 잘 먹고 잘 놀러다니며 꽤 잘 살았던 것도 같다. 2017년에도 야금야금 재미난 일 찾아다니며 행복하게 지내봐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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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탈출

투덜일기 2016. 10. 21. 16:47

출판쪽 일 끊겨서 백수 됐다고 징징거리는 포스팅으로 여러 이웃의 위로를 받았으니 좋은 소식도 제일 먼저 여기에다 알려야 예의일 것 같다. ^^; 넉달 반만에 드디어 (책 번역 의뢰로 치면 거의 1년만의 희소식인듯) 책을 번역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휴우. 일단 안도의 한숨.

업계 지인들이 그간 내게 많은 조언을 했었다. 일단 몸값을 낮춰! 거래하던 출판사 담당자들이나 아는 출판사 사장님들한테 일 달라고 전화를 돌려! 아마존을 뒤져서 쓸만한 책 찾아 기획번역을 해! 등등... 하지만 겁쟁이인 나는 마냥 자괴감에 빠져 적극적인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허우적대고만 있었다.

그나마 옛날 영화 번역이라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감사한 일이다, 겸허하게 마음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길로 망하면 과연 다른 직업으론 뭐가 좋을까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편이었다. 주변에 1년씩 멍하니 기다려봐도 일감이 없어 부업하는 번역자들이 좀 많아야지. ㅠ.ㅠ 

이 업계도 빈익빈부익부여서, 출판사 편집자들도 번역가들의 최신 프로필을 온라인으로 살펴서 어떤 책을 작업했었나 최근엔 무슨 책이 나오나 근황을 확인하고 일감을 의뢰하기 때문에 만약 몇년 일 없이 논 사람으로 찍히면, 실력이 없든 성실함이 떨어지든 개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어서 일을 못하든 사정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쉽다. 그럼 완전히 도태되는 수밖에. 나 역시 그럴까봐 겁이 났던 거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 번역해서 넘긴 책은 뿌리 깊은 불황으로 출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니... 결과론적으로 난 올해 지금까지 딱 두 권의 책 밖에 못 낸 사람이다. 뭔가 퇴물 일보 직전의 느낌이 아닌가!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불황도 불황이려니와 최근 몇년간 마감일을 엄청 넘기며 불성실하게 굴었던 나의 게으름 탓이 다분할 것이다. 뭐든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문제가 발생하진 않으니까. +_+ 그러나 글줄로 밥먹는 사람들, 아니 인문학 관련 종사자 전체를 통틀어 마감 잘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으려나? 라는 핑계를 대며 단기 작업을 해야하는 요새도 며칠씩 마감을 어기고 담당자에게 늘 죄송하고 민망해한다. 아주 고질병이다. 다들 그런다고 해서 그게 옳은 건 절대 아닌데... 매번 애 먹이는 번역자에게 또 일을 맡겨준 분들에게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료는 고집 안부렸음. ㅎㅎ

재미 있는 건 이번에 맡은 소설도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외국이든 한국이든 요즘 웬만한 재미있는 책들은 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추세이니, 소설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원작을 번역해본 경험이 대부분 있지 않을까나. 사실 나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 번역서가 엄청 많은 게 아닌데도 은근히 영화 원작 소설 번역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도 같다. 워낙 영화와 책으로 둘 다 대박 난 경우가 딱 하나 있어서 그럴지도... 암튼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더 유명한 작품을 번역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여겨주면 나로선 그저 감지덕지 영광이다. 이번엔 제발 담당자 속썩이지 말고 잘해봐야지 ㅠ.ㅠ 마침 마감을 절대 어기면 안될 중대 이유도 생겼으니 굳게 마음을 다잡고 있다. 석달치 스케줄표를 아주 면밀하게 작성해 일일분량 달성기록을 적기라도 해야하려나... 아무튼... 아자아자 화이팅이다. 흥해라, 출판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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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투덜일기 2016. 7. 29. 22:06

얼마전 생일에 조카 ㅈㅎ이의 카드 내용을 읽고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고모 나이가 반백을 넘었네.. 어쩌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고모 아직 반백 안 넘었거든! 딱 반백이거든!! 만으로는 아직 사십대거든!

아무리 발악을 해도 무슨 소용이랴. 문득 오래 전 스물다섯 살 생일에 너도 이제 꺾어진 오십이라며 청춘 다 갔다고 놀려대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맙소사... 꺾어진 오십도 어쩐지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하물며 반백. ㅠ.ㅠ

제아무리 백세시대라고는 해도 내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건강설문 사이트 같은데서 계산해본 기대수명도 나는 78세쯤 나왔던 것 같고... ^^; 노후준비가 쉽지 않는 사람들에게 백세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확실한 저주다. 대체 몇살까지 일해서 벌어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번역을 평생직업으로 삼겠다고 정하면서, 막연하게 세운 계획은 60살까지만 일해서 나름대로 착실히 노후대비를 해 남은 생은 소박하게 놀고 먹어야지 하는 거였다. 정년 없는 직업이라 다행이야 그러면서... 근데 참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인생이 아님을 왜 진작 몰랐을까. 쥐꼬리만한 번역가 연봉 수입으로 꼴랑 60살까지 일해서 대체 2-30년을 어떻게 더 놀고먹겠다는 상상을 했던 것인지!

주변에 백수 됐다고 좀 징징거렸더니, 다들 기다려 봐, 곧 좋은 소식 있겠지 위로하다가도 하반기 접어들었는데 아직 아무 기미가 안보이는 눈치에 나보다도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미안하게스리. 심지어 알바 일도 좀 받았다. ^^; 푼돈이라 안 하겠다고, 들이는 품에 비해 벌이가 션찮다고 몇년 전 딱 거절했던 영상번역 일이다. 잔소리 말고 그거라도 일 하란 말에 얼른 오케이, 고맙다고 수그리고 들어갔다. 

다만 그 일이 또 언제까지나 보장되는 건 아니라서... 여전히 생각이 많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야 나름 재미나고 보람있게 절반 살았으니 나머지 절반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으로 재설계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이 나이에 과연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인턴>을 뒤늦게 엄청 재미나게 보면서, 막연하게 회사에 재 취업을 꿈꾸기도 하고... (누가 뽑아준다고!)

다늦게 교사자격증 내밀며 기간제 교사나 방과후교사 일자리를 알아볼까 (늙은 보조교사를 행여나!)

그렇다면 입시학원 강사나 과외선생 밖엔 길이 없나? (내가 제일 하기 싫어하던 일인데! ㅠ.ㅠ)

셈이 느리고 서비스마인드 부족해서 뽑힐 자신도 없지만 암튼 마트 캐셔 일도 50살 이전에 구해야한다던데...

누군가는 왕비마마 섭생에 힘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 사업을 해보라고 등떠밀기도 하고... (자본이 있어야지! ㅠ.ㅠ 반찬 가게를 하란 말쌈? 아니면... 건강음식 컨설턴트? ㅋㅋ)

조언이랍시고 속 뒤집어놓기 일쑤인 누군가는 이제라도 돈 많은 남편감을 찾아 '혼테크'를 하라며 권하기도 했다.. +_+ 

으휴. 

노희경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때때로 감동하며 봤지만, 그건 막강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대사빨 때문이었을 뿐, 내용만 놓고 보면 노년의 판타지라 은근 배알이 꼴리고 부아가 돋았다. 늙고 병들어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가난한 노인이 한 명도 없어! 캠핑카 타고 다니며 여행하며 럭셔리하게 보내는 노년이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ㅠ.ㅠ (물론 폐지주워 생활비, 용돈벌이 해야하는 독거 노인들만 나왔더라면 더 보고싶은 마음이 안들었겠지...) 

번역작가로 나오는 고현정은 어떻고! 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출판사 사장을 든든한 '빽'으로 두긴 했지만 (소형 출판사가 또 그렇게 돈이 많냐고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ㅋㅋ) 집과 차는 부자 엄마가 장만해줘서 그렇다 치고, 소설 쓰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곧장 책을 써서 출판이 된다고? 에라이~! 

째뜬 요즘 같아선 타임워프 해서 몇년 뒤 나의 미래에 살짝 다녀왔으면 좋겠다 싶다. 커다랗게 허공에 물음표로 떠 있는 나의 인생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훌러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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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투덜일기 2016. 6. 14. 15:17

조금 전에 모교 XXX 교수에게 소개를 받고 연락처를 알았다며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본인 이름도 용건도 없이 그냥 통화가능하다면 연락드리겠다... 는 내용. 뜨금없고 의아했으나 그러라고 했다. 


혹시나 일감 의뢰인가 하는 상상에 1퍼센트쯤 희망을 품었는데... ㅠ.ㅠ 방금 전화가 왔다. 대학원생인데 일을 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단다. 본인 이름도 말하지 않고 대뜸, 공부 마치고 일을 하고 싶어했더니 XXX 교수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연락처를 줬단다... 헐....  네? 어... 그럼 번역일을 하고 싶다는 건가요? 당혹스러워서 내가 다 말문이 막혔다.


뭐지? 내가 새끼번역가까지 두고 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 

내가 무슨 번역 브로커도 아니고 어떻게 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대학원생이라는 이 친구가 너무 떨려서 하려던 말을 제대로 전달 못한 건가? 


하도 황당해서 어떻게 통화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만 암튼.. 번역이라는 게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므로 내가 일을 줄 입장은 아니라는 것(나도 지금 백수거든! 이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ㅠ.ㅠ), 누군가 번역가 소개를 요청받았을 경우 서로 연결해줄 수도 있겠지만 경력 없는 사람을 근거 없이 추천할 순 없다, 게다가 요즘 출판계가 워낙 불황이라 기존 번역가들도 일감이 부족하므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근데 전화를 끊고 앉아 있으려니 화가 난다. 요즘 애들은 대체로 이렇게 앞뒤없고 예의가 없나?? +_+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이상한 애를 만난 건가? 어휴...  그나마 대뜸 전화 안하고 문자로 미리 예고를 했으니 다행이고 예절은 지킨 걸로 봐야하나? 


버럭 짜증나고 답답해져서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얼음을 우드득 우드득 깨물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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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책보따리 2016. 6. 13. 21:42

KBS 주말연속극의 충성스러운 시청자이신 왕비마마가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있다. <아이가 다섯>이라고... 근데 이상하게도 5월부터 주말마다 집안에 이런저런 행사며 일이 생겨서 본방을 계속 놓쳐 노친네의 아쉬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또 못봤네.... 그러시면서.

해서 얼마전 재방송 스케줄을 찾아 못본 회차들을 몰아보기 해드리다가 재미난(?) 상황을 맞닥뜨렸다. ㅋㅋ 별건 아니고... 등장인물들의 서점 데이트 장면에서 내가 번역한 책이 화면에 비춘 것!

놀랍게도 나는 한눈에 책을 알아보았다. 어라... 출판사에서 PPL을 시도했나? 그러기엔 너무 휙~ 성의없이 스쳐지나가던데... 

암튼 시작하는 연인들인 신혜선과 성훈의 알콩달콩한 서점 장면에서, 책 표지 예쁘다는 대사까지 등장!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엄마! 저거 내가 번역한 책이야! ㅋㅋㅋ

나중에 방송 끝나고 후르륵 올라가는 크레딧에서는 통 제휴사나 협찬사 이름을 찾아보는 게 불가능했고, 내가 장면 캡처에 능한 사람도 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ㅎㅎ 누군가 드라마 후기 올리며 곁들인 사진에 마침 그 장면이 있어서 살짝 퍼왔다. 

백수 되고 나니깐 익명 블로그에만은 늘 비밀에 부쳤던 책자랑도 막 하고 싶은 심리가 드는 건가? ;-p 캡처화면을 보니 확실히 PPL은 아니고 우연히 현장에서 표지 색감 때문에 골라든 책인듯, 일부러 책 제목을 CG로 지운 것 같다. 제목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래서 여기다 올려둘 용기도 생겼지만... 

하여간에 신기하다. 마침 그 드라마를 늦게라도 챙겨본 것도, 3월에 출간된 그 책이 새삼 드라마에 소품으로 사용된 것도, 내가 한눈에 그 책을 알아본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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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투덜일기 2016. 6. 1. 15:35


일년내내 책 한권 읽지 않으면서 매년 노벨문학상을 기대하는 한국인들을 비아냥거리는 기사가 언젠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고 했던가. 참으로 정확한 지적이다. 스마트폰과 그밖의 쉽고 재미난 오락거리 탓에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도, 책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한국사람들의 비율은 절망스러울 정도다. 특히 나처럼 책에 기대어 밥벌이를 해야하는 사람에겐 말이다.


어쨌든 요즘들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맨부커상>에 대해서 내게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엊그제는 70대이신 어느 선배님이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물으셨다. 맨부커상이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상인가? 근데 왜 난 금시초문이지? 내가 무식한 거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그렇게 훌륭한 작품이냐... 너는 읽어봤냐... ㅋㅋ 


일단 나 역시 세계 3대 문학상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노벨상이랑 맨부커랑 또 뭐라더라...? 

물론 맨부커상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수상작을 더러 읽어보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출판계에 꽤나 몸을 담고 있었고 외국소설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단언컨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7,80퍼센트는 이번에 한강의 책이 후보작에 올라 연일 뉴스에 언급되기 전에는, 아니 후보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며칠 언급되다 수상에 실패했다면 또 다시 그런 게 있는지조차 관심없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에 수상을 했고, 김연아, 박태환 때처럼 개인의 성취를 마치 국가의 쾌거인양 '한국이 해냈다'는 식으로 언론에 도배질을 해댔기 때문에 전 국민이 관심을 쏟아 열흘만엔가 50만부가 팔렸겠지. 


어떤 책이든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책 구매로 이어졌다면 무조건 반길 일이다. 일시적인 냄비현상이든 아니든, 소비 둔화의 최일선에 놓여 간당간당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듯한 출판계에서 한두권이라도 집중 조명을 받아 책이 팔린다는 게 어디냐! 한강의 소설이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서, 군중심리와 호기심에 휩쓸려 덜컥 책을 산 사람들이 진짜로 완독을 하거나 애서가가 되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지만, 선진국 따라하기 좋아하는 근성이 이번에도 발휘되어 노상 자기개발서나 힐링용 에세이만 읽어대던 사람들이 '문학'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째뜬 나 역시 한강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고(공모전 출신 한국 소설가와 주류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잘 안없어진다. ㅠ.ㅠ <소년이 온다>는 출간됐을 때 서점에서 좀 넘겨보다 말았다.) 맨부커상은 오르한 파묵, 줄리언 반스 같은 작가가 탔었는데(<내이름은 빨강>,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같은 책 들어보셨세요?-- 아니!) 모르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대답해 노년의 선배님을 안심시켜드렸다. 째뜬 그분은 워낙에도 계속 공부에 힘쓰며 더러 서점에 가서 책도 사시는 터라, 이참에 책을 사보실 요량인듯. 쉽게 설렁설렁 읽히는 책은 아닐 거라고 미리 귀띔하며 다 읽고 어땠는지 알려주시라고 부탁했다. 상빨 받은 <채식주의자>가 50만부 팔렸다니깐 어째 나는 영 사주고 싶지가 않아서 원... +_+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에 관한 논란은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면서도 내심으론 한국소설이든 외국소설이든 이참에 출판계가 반짝 되살아나, 마케팅비와 물류비 아까워서 다 만들어놓은 책도 묻혀놓고 눈치만 보고 있는 많은 출판사들이 다시 움직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열렬히 빌고 있다. 그래야 나도 먹고 살텐데!


눈물겹게도 5월말을 기점으로 드디어 나는 프리랜서 번역가에서 백수의 신세로 전락했다. 전업 번역가로 밥벌이를 시작한지 21년만의 일이다. ㅠ.ㅠ 중간에 용감하게 대학원공부를 빌미로 일을 쉬었을 때에도(2000년), 2013년에 미친 척 자체 안식년을 결정했을 때에도 놀랍게도 번역 일 의뢰는 거의 끊이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일이지만,  건방지게 일을 쉬어야하는 사정을 이야기하면, 계약기한을 넉넉하게 주겠다고 방학 때 맞춰 일을 해달라는 곳도 있었고, 안식년 운운했을 땐 '이러시면 안된다!'고 설득해 6개월만에 휴식을 접게 만드는 출판사도 있었다. 내 게으름 때문에 따박따박 일을 못넘긴 탓도 있지만, 길게는 1년, 짧게도 6개월치 계약은 늘 밑바닥에 <깔아놓고> 일을 해왔던 것 같은데.... 그런데.... 작년 말부터 정말이지 새로운 번역의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어떻게 작업 시간 되느냐고 묻는 전화나 이메일도 한 통 없는지!!? ㅠ.ㅠ


해서 작년에 미리 계약해두었던 올 1/4분기 작업건을 끝으로 원숭이는 완전히 줄을 놓치고야 말았다. 땅바닥에 아프게 떨어져서 뒹굴뒹굴... 아.. 정말 슬프다.  (물론 업계 일부 친구들은 내가 그간 계속 일이 끊기지 않았던 게 놀라운 미스터리라고 이야기한다. 같이 번역 시작했다가 접은 이들도 많으니깐)


요즘 백수라고, 일 없어서 한가하다고 말하면, 이 참에 여행도 다니고, 자주 만나 같이 놀자는 친구들도 있지만 몇년째 5월마다 종합소득세 신고하며 푹푹 한숨을 쉬었던 저연봉 프리랜서에겐 모든 게 사치 같다. 사정 모르는 어느 후배가, 선배님은 이제 일 안하고 사셔도 되지 않아요? 라고 물었을 때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젊어서도 그랬고 얼마전까지도 나는 나 한 사람쯤은 평생 부양하고 살 능력이 되는 줄 알았었다. 헌데 이젠 그럴 자신감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과연 이 직업으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하나? 지금 이 나이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ㅠ.ㅠ 일단 아르바이트 거리라도 좀 찾아야하나? 

 

누군가는 니가 아직 배가 덜 고팠다면서, 여기저기 연줄을 동원해 먼저 일 좀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한단다. 몸값도 좀 낮추고...  아아악~! 


빌어먹을.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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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겨우) 올 2번째 완독 책이다. -_-;;

스콧 스토셀/홍한별 옮김/반비/2015


​<애틀랜틱>지의 에디터이자 여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 스콧 스토셀이 30년에 걸친 자신의 불안증 병력을 눈물겹도록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불안'을 속속들이 해부한 책이다. 작가 본인은 '불안에 대한 문화와 지식의 역사'를 집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던데 그 말이 딱 맞다. 

인류가 탄생한 후부터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었을 때는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 불안이 언제부터 주목을 받고 병적인 기질로 받아들였는지,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기원전 사상가들의 저서, 성경을 거쳐 최근 심리학자, 정신과의사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었는지 총망라 되어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책 한권을 끝내는 데 엄청 오래 걸린 것도 다 그럴 만하다. ㅋㅋ 저자 본인의 에피소드와 가족력 부분은 아무래도 재미나게 읽히다가 온갖 이론과 약물과 학계 이야기가 나오면 마구 머리가 복잡해져서리...

그래도 대체로 재미나고 유익한 독서였다. 아마도 50년 넘게 우울증을 친구처럼 달고 계신 환자를 보필하고 있는 관계로, 왕비마마가 과거에 드셨던 약과 현재 드시고 있는 온갖 약이름이 다 언급되고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뭐 물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유전적으로 내가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서도) 계단 공포증이라든지 설치류 공포증,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이런 것들이 다 불안증 환자의 자질이라는 사실도 깊이 실감했다. ㅎㅎㅎ 내가 어딜 가든 길을 잃을 것에 대비해 운전하면서도 미리 표지판을 살펴두고, 산에 갈 때 꼭 나침반 챙겨가고 ^^; 매사에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경우의 수를 미리 꼽아보는 등등... 아이고 참... 그러면서도 이 정도 살면 이 책의 지은이에 비하면 훌륭한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ㅋ


지은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턴가 구토공포증 때문에 학교 가기가 무서웠고, 비행기도 무서워하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도 무섭고... 중요한 순간이 닥칠 때마다 그 스트레스로 무너져내렸단다. 결혼식 때도 당연히. 암튼 그래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5, 6세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온갖 약물과 술과 상담으로 불안에 맞서 버텨나가는 중이다. ㅠ.ㅠ 안타깝게도 불안증은 지은이의 어머니와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저자의 어린 딸에게도 이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 아주 잠깐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시스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병적인 불안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영장류 동물을 지켜보니 그 영향이 손자녀대에까지 미친단다. 으악, 그럼 나의 조카들도 혹시?? ㅠ.ㅠ

아주 오래전 첫조카 ㅈㅁ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가족을 그리고 그 밑에 특징을 써내는 수업을 했는지 나중에 공책을 가져왔는데 딴 사람은 다 까먹었어도 울 엄니 아부지에 대한 묘사는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돈을 잘 준다 
할머니: 걱정이 많다
ㅠㅠ

인간의 22번 염색체에 있는 COMT 유전자에 데이비드 골드먼이라는 사람이 "걱정꾼-싸움꾼 유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러니깐 지구상 인구 가운데 25퍼센트(울 엄마랑 나 포함!)가 걱정꾼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지은이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혹시 그 놀라운 방법이라도 읽게 되기를 몹시 바라며 책장을 넘겼지만,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이 책을 쓰느라고 또 여러 종류의 불안에 휩싸여 전전긍긍했던 이야기가 더 나올 뿐... 책 제목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이미 해답은 없다는 걸 직감했어야 했나? ㅎㅎ 원제는 My Age of Anxiety. 

낙담하는 독자(와 지은이 스스로)를 위한 마지막 위로는 많은 경우 "불안이 예술적, 창의적 재능과 같이 나타난다"(414쪽)는 주장이다. 찰스 다윈, 프로이트, 에밀리 디킨슨, 헨리 제임스, T.S. 엘리엇, 카프카, 프루스트... 우디 앨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휴 그랜트...  병적으로 불안에 시달렸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타인들의 감정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피기 때문에 직업적인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불안은 타인지향적 인간의 숙명이자 천형이다."라고 적은 옮긴이의 말 한 줄에 모든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
옮긴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어휴... 교재나 학술서 말고, 인문교양서 치고 주석이 이토록 빽빽하고 양 많은 책은 보다보다 처음이어서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번역하느라 얼마나 빡세게 고생을 했을지 웃음이 나다가 안쓰럽다가 괜히 화도 막 나고 그랬다. (어떻게 이런 책을 인세로!!!!) 




암튼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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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투덜일기 2015. 11. 30. 21:15

요즘 누가 잘 지내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곧장 안나온다. 어.. 으음.. 글쎄... 

그저 멍... 

머리가 작동을 잘 못하는 듯 누가 뭘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겠고, 뭔가 설명을 할 때도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고, 그래도 뭔가 애써보려는 의욕이 앞서다보면 괜히 버럭 화를 내고 앉았다. 


무작정 우울해지는 11월 탓이라고, 특히나 왜 또 그렇게 비는 내리는지, 혹은 대책없이 너무 열심히 놀고 난 뒤의 후유증이라고, 그도 아니면 진짜로 호르몬에 이상이 찾아온 '갱년기'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어쩌면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여행 다녀온 후기를 뭔가 알차게 기록해 놓고 싶다는 생각은 의외로 스트레스여서, 개학 앞두고 방학숙제 잔뜩 밀린 아이 같은 심정으로 괜히 월말을 앞두고 전전긍긍했었다. 사진만 미리 대충 골라 비밀글로 올려두고는 차차 수정해서 마무리해야지.. 그랬는데 그마저도 귀찮을 줄이야! 결국 배째라.. 숙제 안해가면 그만이다.. 그런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ㅎ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아 다 귀찮다, 춥다, 동면하고 싶다, 짜증부리는 일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별것 아닌데서 의미를 찾고 집착하고 미리 고민하는 나의 습관은 한해를 또 허송했나 반성모드 돌입과 함께 또 한 해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 공포에 사로잡히면서 그 증상이 극심해지는 것 같다. 


올해는 20주년이네 어쩌구 시건방떨다가 더 민망해진 게 아닐지. ㅠ.ㅠ 뜨르르하게 장소빌리고 지인들 초대해서 파티하겠다는 계획은 전격 폐기했다. 귀차니즘이 가장 크고, 시간도 너무 없고, 비용도 만만찮고... 막상 누굴 오라고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임시 준비위원 자처한 후배가 초대할 사람 목록부터 뽑으라는데-- 출판계 부터--으악.. 졸지에 무서워졌다) 그냥 조용히 자축하기로 마음을 바꿨음. ㅋㅋ  니가 그렇지 뭐. 회사에서 20년 근속상 준대도 자괴감에 빠져 시큰둥할 인간이 스스로 판을 벌이겠단 생각이 애당초 웃겼다. 


하여간 그래서 더욱 자중하며 새해까지 남은 한달을 잘 보내기로. (꼴랑 블로그에 몇줄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휴.. 큰일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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