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다'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21.12.25 엄마들은 왜 그럴까 4 6
  2. 2021.11.14 엄마들은 왜 그럴까 3 11
  3. 2020.02.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7
  4. 2020.01.14 죽을까봐 불안해 2
  5. 2019.06.04 예쁘면 뭐든 좋댄다
  6. 2019.04.04 굳이 왜 또... 2
  7. 2018.07.25 더워도 식탐 3
  8. 2018.04.24 손목 부실 8
  9. 2018.01.12 파랑이 여동생 2
  10. 2017.06.15 불편한 미용실 언어? 6

엄마들은 왜 속마음을 선뜻 털어놓지 않으실까. 표본의 수가 엄청 적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노모 얘기를 하다보면 역시나 공통되는 푸념 하나가 엄마의 말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최소한 세번은 권해야한다는 쓸데없는 '국룰' 때문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21세기에, 모녀지간에 아직도 그러는 건 시간낭비 감정낭비 아닌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요번 엄마 생일에 맛있는거 외식할까요? 아니 됐다. 귀찮게 뭘 나가 먹니. 간단히 집에서 먹자.... 근데 또 열심히 설득에 나서면, 영 싫은 눈치도 아니다. 물론 까칠한 딸의 설득이라는 것이 조근조근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서, 아 몰라! 집에서 밥 차리기 내가 힘들다고요! 뭐든 나가서 먹을 거야! 한중일양식 중에 고르세요. 안 고르면 내 맘대로 정할거야!... 이런 식으로 반협박을 하면 엄만 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선다. 솔직히는 원래도 그럴싸한 데 가서 외식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사실 울 엄만 본인의 욕망을 늘 감추고 살며 인고의 삶을 표방하는 어머니상은 아니다. 오래 우울증, 조울증을 겪으시면서 자기방어기제가 생겼는지, 아니면 늘 엄마를 중심으로 (이건 작고하신 아버지의 아내 사랑 영향이 크지만) 위해바치는 태도가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종종 내가 "울 엄만 모성애가 부족해!"라고 투덜거릴 만큼 본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시전하실 때가 많다. 나의 두 할머니들이 극진한 손주사랑으로 뭐든 손주 먼저 챙겼던 태도와 너무도 달라서 나로선 신기할 정도다. 또 예를 들자면, 울 할머니들은 과일이든 간식이든 웃 어른으로서 제일 먼저 챙겨드리면, 그걸 대체로 나나 어린 손주들에게 양보하셨다.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우리더러 더 먹어으라고 주신다든지. 근데 울 엄만 혹시라도 옆에서 빨랑 먹고 싶어 징징 우는 조카들에게 먼저 간식이나 과일을 챙겨주었다가는 엄청 뭐라고 하셨더랬다. 어른(당신)이 먼저지! 애들이 어디 버릇 없이!!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고는 실제로도 엄마 입으로 가장 먼저 들어감. ㅠ.ㅠ 딸기공주였던 큰 조카와 왕비마마 울 엄마의 은근한 알력 다툼 때문에 ㅋㅋ 옛날엔 따로따로 담은 딸기와 케이크를 동시에 딱 가져다 드리거나, 큰 접시에 공유용으로 내갔을 땐 양손으로 동시에 포크로 찍어 나눠드렸을 정도다.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 언제나 희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성애도 결국 사회를 위한 세뇌이자 이데올로기라는 데 동조함. 그렇기에 울 엄마의 당당한 가모장 태도를 응원하긴 하는데, 먹거리 장유유서와 관련된 원칙은 중시하면서 그 외 사안엔 왜 본인의 속마음을 단번에 내보이는 건 어려워하시는지 모르겠다. 모녀 여행이라도 떠났다가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반응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던가.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 여기 더 들렀다 갈까, 말까, 뭘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 앞에서 엄마의 첫 대답은 늘 "됐어." "괜찮아." 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짜증나서 쌩 돌아서기라도 해보면 섭섭한 눈치시고! 어휴.  

엄마도 이젠 내 더러운 성질머리 아실 때도 됐는데, 아직도 습관처럼 "엄만, 됐다. 니 마음대로 해."라고 하는 반응 때문에 속이 문드러진다. 그래서 요새 내가 도입한 방법은 질문하기 전에 먼저 협박(?)을 한다는 거다. 엄마, 딱 한번만 물을 거예요. 잘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ㅎㅎ (물론 이 방법도 잘 안 통할 때가 많다. +_+) 내가 너무 못됐나? 엄마들도 제발 이제 좀 자기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 좋고 싫은 것을 단숨에 입밖으로 내뱉으셨음 좋겠다. 여든살에도 맘대로 못하고 살면 넘 억울하지 않으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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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는 어려워도 암튼 물건 정리하기 원칙 중 1년간 안 입은 옷은 버려라, 가 정답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외출을 삼가다보니 1년간 안 입은 옷을 추려낸다면 아마 절반도 넘을지 모른다. 그러니 옷 버리기는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난 다음으로 하기로 하고...

그래도 엄마옷들 중에는 1년이 아니라 3, 4년간 꺼내보지도 않은 옷들이 더러 있어서 몇 개 버리려고 꺼내놓았다가 한판 싸움이 났다. 모녀간의 싸움이라는 것이 뭐 서로에게 잔소리를 연달아 늘어놓고 반항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엄마는 내가 안 입는 옷 좀 정리해서 버리자고 하면 꼭 "나도 갖다 버려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웃기는 건 또 내가 엄마 안 계실 때 몰래 버린 옷은 없어진 줄도 아예 모르신다는 점! 

노인들이 오래된 물건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 자신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신다고 --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니 진짜로 어깨뽕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연두+주황 체크무늬 재킷 같은 건 안 버리면 대체 어쩌시겠다는 건가? +_+  그나마도 요샌 버리는 게 아니고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거다, 옷 수거함에 넣어두면 수출된다더라 살살 달래서 설득해 엄마의 허락을 받을 때가 많지만, 도무지 입을 일 없을 것 같은 여우털 달린 (무거운) 롱코트라든지 엄청 비싸게 장만했으나 10년도 넘게 안 입은 무스탕이라든지, 버버리 롱트렌치코트 같은 건 아직도 옷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예 나도 갖다 버려라!"와 함께 세트로 엄마가 부르짖는 말 또 하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옷을 절대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간 못 버린 옷들을 다 껴안고 계시니 옷장이며 서랍장이며 옷방에 옷이 오죽 많겠나. 그러니깐 유행 지나서, 혹은 너무 무거워서 안 입는 옷들 싹 다 정리하고 새로 갑삭하고 편한 옷들로 몇 개 새로 장만하시자고 아무리 얘길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 있는 옷만 다 돌려 입어도 죽을 때까지 다 못입겠다나. 

그치만 오십대인 나도 이젠 무거운 옷 어깨 허리 아파서 못 입겠고 아무리 예뻐보여도 꽉 끼는 옷은 손이 안가게 마련인데 팔십대 노인이 무거운 옷들을 대체 어떻게 입으시겠다는 것인지... 엄마 옷 정리 문제로 싸웠다고  친구들에게  푸념했더니 역시나 그들도 깔깔 웃었다. 칠, 팔십대 엄마들 죽을 때까지 옷 안 사시겠다는 레파토리는 왜 다들 똑같으냐면서. 쳇.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작년 겨울에 편하게 입을 경량패딩을 사드렸고, 당연히 엄만 요새 가끔 병원 나들이 할 때 갑삭하니 거추장스럽지 않은 그 옷만 입으신다. 새옷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어휴. 

아끼는 삶이 습관과 태도가 되신 엄마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 좀 그러지 마십시다. 계속 좀 누리고 사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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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블로그에 로그인하다 보면 유입경로 순위에 사스SARS가 높이 떠 있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몇년 전 사스와 메르스MERS의 외래어표기가 왜 다른가 트집을 잡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R이 똑같이 모음 뒤 S앞에 있는데 사스는 사르스가 아니고 메르스는 메스가 안 된 이유가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요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시 '우한 폐렴'으로 불리다가 WHO 권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름이 굳어졌고, 영어명칭은 2019 novel Coronavirus(줄여서는 2019-nCoV)이다.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었지만,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부 발표와 언론,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확실히 사스와 메르스 때와는 체감하는 공포가 다르다. 과거엔 감염률과 치사율이 훨씬 높았는데도,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며 조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부에서도 '과할 정도'로 경계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을 설정했고, 아무래도 과거에서 배운 점이 있으니 현실적인 방역과 대처 방식도 달라졌다고는 하더라도 이렇게 연일 전염병 소식이 언론 1면을 장식했었던가? 카톡으로 날아오는 온갖 ~카더라 소식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정보는 또 어떻고!

지난 주말엔 원래 동문산악회에서 강원도 선자령으로 눈꽃산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간만에 원없이 눈세상을 볼 생각에 한껏 마음이 들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10km이상 걸어야한다기에 혹시나 체력이 딸릴까 염려되어 눈쌓인 동네 산에서 나름 특별훈련까지 마쳤는데.... 젠장. 바로 전날 눈꽃산행이 전격 취소되었다.

전염병 시국에 장시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다들 잘 한 결정이라고, 감사하다고 집행부를 칭송하는 글귀들이 어지럽게 단톡방에 올라왔다. 그런가? 나만 실망하고 섭섭했나? 겁나는 사람들 빼고 그냥 강행하기를 바랐던 내가 미친 건가? 난 오히려 아는 분들 3, 40명이 마스크 쓰고 버스타고 3, 4시간 이동하는 것이,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동승하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것보다  안전할 거라고 여겼다. 최소한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자진해서 안 나올 테니까 말이다.

째뜬 그건 내 생각이었고, 연세 많고 보수성향이 강한 선배님들이 대다수인 이 집단은 강원도로 등산을 떠나는 대신 남산 둘레길을 돌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중국인들의 통행이 많은 명동 주변을 우회하겠다는 말씀. 푸핫. 남산에 중국인들이 얼마나 관광을 많이 가는데! 그렇게 중국인들이 무서우면 남산엘 아예 가질 말아야하는 게 아닌가? 참나... 모순이 따로 없다. 째뜬 말은 안했어도 바이러스가 무서워 등산 신청도 안했는지 원래 예정보다 참석 인원은 10명이나 더 많아졌다. 선자령에 가려다가 실망해서 오히려 빠진 사람을 감안하면 (실은 나도 남산이면 가지 말까 아침에 깨자마자 고민했었다. ㅎㅎ) 코로나바이러스를 염려했던 사람은 더 많다는 의미였다. 

동대입구역에 모여 장춘단 공원부터 투덜투덜 남산 둘레길로 향하며 그나마 유익했던 건 그간 한양도성 목멱구간을 두어번 돌았고, 남산둘레길도 남측 숲길과 순환로 위주로 두번이나 돌아봤지만 동대입구쪽에서 진입해서 서울타워 옆으로 뚫린 숲길은 처음 가보는 새로운 길이어서 나름 신났다는 점이다. 속으로 다음에 친구들 데리고 또 가봐야지 생각했다. 숲길을 지나 서울타워 주변으로 접근했을 땐 우어.. 화장실과 매점 주변 방역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철 안과 역사에선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걷기 시작한 이후로 난 이미 숨이 가빠 될대로 되라 마스크를 벗어던진 상황. 솔직히 나는 까짓 코로나바이러스 따위 올테면 와봐라 뭐 이런 심정이었다. 혹시라도 걸리면 신상 털리고 행적 드러나는 게 쪽팔려서 그렇지 국가 비용으로 2주간 편히 격리병상에서 일이나 하지 뭐, 이런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했었다. 엄마 때문에 괴로운 심정으론 차라리 그쪽이 감옥 같은 집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느낌일 거라고 주변에 고백한 적도 있다.   

미생물학과 교수인 후배님의 말로는 첫 발생 직후 확산률로 볼 때 이 정도면 방역을 잘 하고 있는 게 맞고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과 마스크 쓰기만 잘 하면 별 문제 없을 거란다. 어차피 모든 감기 바이러스엔 치료제가 없고, 독감 치사율은 정확히 집계가 불가능해서 그렇지 최소 연간 100명은 사망한다고 보아야 하며, 어떤 학자들은 독감 사망자 수를 비율로 따져 그 열배인 1000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종 사망 원인이 폐렴이나 패혈증이기 때문에 독감이 원인으로 잡히질 않는다는 얘기다. 해서 해마다 노약자들은 독감 백신 맞으라고 홍보를 하는 것이고. 독감보다 치사율은 낮고 전염율은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종'이고 처음이라 겁나는 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온 나라가 공포에 휩싸여 괴담이 돌 정도인가?

암튼 지인들 가운데서도 가짜뉴스인지 진짜로 근거있는 뉴스인지 생각도 않고 열심히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을 퍼나르며 실제로 걱정에 휩싸인 분들은 공교롭게도 정치적 성향이 일치한다. 그분들은 모든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아야하며, 모든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추방하는게 옳다고,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치하면 큰일나는데 이번 정부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현대의 흑사병으로 곧 판데믹이 찾아와 엄청난 인명살상이 예상된다고, 일단 감염되면 완치되어도 폐가 섬유화되어서 죽을 때까지 고생할 거라고 '아는 의사'가 말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 아는 의사 이름은? 소속은? 물론 개인 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_+ 내가 괜히 공포분위기 좀 만들지 말라고, 팩트 체크가 필요한 사항인 것 같다고 반기를 들어도 그들에겐 소용없다. 나더러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니 정신차리라고 오히려 나무라심.  

폐는 병을 앓고 나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는 장기라고 한다. 울 엄마도 젊어서 폐결핵을 앓으신 적이 있는데, 검진 때마다 의사가 그곳을 묻는다. 폐렴을 심하게 앓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폐섬유화는 아주 심하게 오랜 기간 폐렴을 앓는 경우에 생기는 후유증이고, 최근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때문에 들어보았으며, 호흡곤란이 심해 산소호흡기를 늘 가까이 하고 살아야한다고 들었다. 근데 요번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은 벌써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후유증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말의 가능성으로만 그렇게 부들부들 떨 것 같으면 독감 치사율을 걱정하시라니깐요! 

독감이든 바이러스든 전염병이 창궐하면 조심하는 게 옳다. 그래서 다들 집밖에도 안나가고 가게마다 쇼핑몰마다 영화관마다 텅텅 비고 마스크 매진사태가 이어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여러모로 의심 많은 나는 또 궁금증이 인다. 과연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언론이, 정치인들이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댔을까? 물론 메르스 사태 때에도 야권이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은 있었지만 그땐 진짜로 의사를 포함해 수십명이 죽어나갔고, 정보를 숨기려 쉬쉬했었으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일제히 메르스 사태만 조명하며 환자들의 개인정보까지 캐내려들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아카데미상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각본상부터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모두 휩쓸면서 이 꿀꿀하고 찜찜한 전염병 시국을 잠시 잊을만한 희소식을 날려주었다는 점이다. 난 드물게도 아직 <기생충>을 보지 않은 사람이지만 ^^; (초창기에 보지 않고 뜸들이는 사이에 천만 영화가 되어버리면 난 에라잇.. 괜히 더 보기 싫어지는 마이너 취향이다) 싫어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생중계를 일부러 찾아보며 감동했다. 출판계에서 노벨문학상의 힘이 예전처럼 폭발적이진 않듯이 지난 몇년간 지켜보면 아카데미상의 힘빨도 별로여서 넘나 미국적인 아카데미 후보작들 인기도 시들하던데, 와... 이런 일이! 

현재 CNN 1면을 동아시아3국이 다 차지했다면서, 한국-기생충 아카데미, 중국-코로나바이러스, 일본-크루즈선 코로나환자 폭발, 이라는 인터넷 뉴스를 좀 전에 보았다. 개인적인 성취를 두고 무엇 하나 도와준 건 없는 나라가 나서서 (김연아, 박태환 때처럼) 국가적인 성취로 선전하는 거 딱 질색이지만, 암튼 워낙 독보적인 최초의 성과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오르려는 걸 애써 밀어냈다. 나와 관련된 온갖 행사, 교육, 자원봉사 일정까지도 다 취소되는 마당에, 어제의 쾌거 이후 나의 지인들 가운데선 슬금슬금 새삼 <기생충> 보러 영화관에 또 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전염병 시국에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영화 제목이 <기생충>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ㅋㅋ 나 역시 용감하게 <작은아씨들>을 개봉일인 내일 보려고 예매를 해두었다. 2주 전부터인가 씨네큐브와 몇몇 극장에서 아카데미 특별상영을 하는 걸 알긴 했지만 어쩐지 공식 개봉일에 보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원래부터 개인 위생 신경 안쓰고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나의 외출 및 영화 관람 동선이 겹칠 일은 없을 것 같다. 혹 겹치더라도 물샐 틈 없어보이는 방역에 더하여 내겐 마스크와 장갑이 있으니. ^^; 정말로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영화관이 파리를 날리는지 실제로 가보면 알겠지. 마스크 사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노상 뉴스에서 나오던데, 저렴하게 대량으로 인터넷 구입이 어려워서 그렇지 우리 동넨 지난주 약국에서도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 같은데서 다 팔길래 그 또한 좀 의아했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집에 황사마스크를 수십장씩 쌓아두고 살 리도 없지 않은가.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편인데, 지난 한달간 외출했을 때 어디를 들르든 없어서 못 산적 이제껏 한번도 없었다. 이 역시 내일 다시 둘러보겠음. 기레기들이 발로 기사 안쓰고 언론호도에만 힘쓰는지 어쩐지 나가보면 알듯. 그 결과가 나도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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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큰아들 전화를 받은 엄마. 십여분 전까지 작업실에 쫓아와 등 뒤에서 "어헝헝헝, 어떡해, 엄마 때문에 OOO(성까지 붙인 내이름)이 이상해졌어...엄마가 미쳐가지고 딸까지 미치게 만들었어.."라고 징징댄 게 무색하게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응, 엄마는 괜찮아. 잘 지내고 있어. 별 일 없어. 애들은 잘 있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 엄마 잘못이야, 니네는 잘못 없어...

 

우와, 저러니 얼핏 듣고 멀쩡하다고 할밖에. 나한텐 별별 헛소리 다 하시고 속을 뒤집으면서 왜 아들들한테는 멀쩡한 척 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웃으며 대꾸했다. 걔네들은 엄마의 본 모습을 모르니깐 괜찮다고 그래야지 그럼 어떡해? 걱정하잖아. 근데 넌 바로 옆에서 엄마 볼꼴 못볼꼴 다 봤잖아. 속일 수가 없지. 하하하.

기가 막혀서 나도 따라 웃었다.

 

잠자는 약 드시기 직전.

불안해, 불안해, 노래를 하는 엄마에게 대체 왜 그렇게 불안하냐고 물었더니 또 단박에 대답이 나왔다.

죽을까봐 불안해. 맨날 죽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 다 그짓말이야. 죽을까봐 불안해서 미치겠어. 그러니까 엄마 좀 감옥에 갖다 넣어. 경찰서에 연락해서 잡아가라고 그래.

 

대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다만 팔순에도 죽음이 두렵다는 게 솔직한 엄마의 마음이란 건 알겠다. 노상 살만큼 살았다고 중얼거리던 건 다 뻥이었단 말이지. 이상하다. 오십대인 난 지금도 죽음이 두렵지 않은데. 당장 삶이 끝난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건 없다. 난 나름 줄곧 아주 열심히 주어진 여건 안에서 퍽 즐겁게 살았고, 남은 중노년의 인생이 그닥 기대되지 않는다. 무슨 영화를 더 보겠다고...

 

하여간, 한해에도 여러번 발병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울 엄마의 증상을 수십년간 기록해 면밀히 연구했더라면 뭔가 근사한 업적을 이뤘을 것도 같다. 아닌가? 발표할 논문엔 환자의 표본 수가 더 많아야 하던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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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뭐든 예쁘면 혹하는 본능을 버릴 수가 없다. 자연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아름다운 대상에 더 끌리는 걸 어쩌란 말이냐. 암튼 예쁘면 다 용서되는 세상이 불만이면서도 나 역시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ㅎㅎ

심지어는 병원과 약국도 예뻐서 다니는 사람이 나였어! ㅋ 

원래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내과를 작년부터 한달에 한번씩 약 타러 다녔었다. 그런데 올초 와병으로 퇴원 후 약을 먹어도 계속 아픈 다리 통증 때문에 징징 울고 있을 때, 주말에 반찬 싸들고 왔던 막내올케가 그냥 그러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다른 병원에라도 다시 가보자고 나를 꾸짖으며;; 주말에도 늦게까지(무려 저녁6시까지)진료하는 옆 동네 병원을 찾아 나를 처음 그곳으로 데려갔었다. 

동네 병원이야 다 똑같지 뭐;; 그런 생각이었는데 첫눈에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다. 밤색 원목 바닥과 싱싱한 화분과 의자들이 언뜻 보면 카페 같은게 아닌가. 화려하게 꾸민 성형외과나 피부과 인테리어랑은 또 좀 다른 느낌. 의사 선생님도 조근조근 세심하고 친절했고, 간호사샘들도 꽤 여러명인데 시끄럽지 않고 다정했다. 내가 소리에 은근 민감해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 특유의 톤 높여 내지르는 목소리가 넘 싫다. 가뜩이나 통증 때문에 짜증 만빵인데 목청 높여서 이리 오시라 저리 오시라 5천원 되시겠다... 뭐 이런 말을 들으면 꽥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었다. 

작은 동네 의원엘 가보면 간호사를 많이 두지 않는데, 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함이란 걸 안다. 그러니 수납하랴 환자 안내하랴 바쁘고 어수선하고 간혹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러울 때가 있다. 근데 여긴 나이대가 골고루 분포한 간호사+직원들이 꽤 여럿이고, 환자마다 근처 약국을 안내하는 똑같은 멘트를 수십번 반복하면서도 다들 사근사근했다. 직원 복지가 괜찮은 모양이라고, 쓸데없는 생각까지 했다. 박봉에 시달리면 당연히 표정부터 찌들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작년부터 정형외과 외과 영상의학과 종류별로 동네 병원을 다니면서 나름 파악한 결론이다. 

하여간에 그 병원에서 다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가 원인미상의 내 통증에 또 별 소용이 없었다면, 병원 인테리어와 친절함이 마음에 들었든 말았든 다시 갈 생각을 안했을 텐데, 우왕... 그날은 약을 먹고 그나마 몇 시간 편히 잠을 잘 수 있었고 드디어 혜자로운 의사쌤과 약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게다가 토요일 늦은 오후에 진료하는 병원과 세트로 늦게까지 여는 근처 약국은 주택가 2층집의 1층을 개조해 쓰고 있었는데, 약국 또한 예쁜 게 아닌가! 병원 의사샘과 약국 의사샘이 아마도 부부가 아닐까? 올케랑 속닥속닥 추측하며 약을 지어나왔었다. 처음 몇번은 그냥 주택을 개조한 약국 외관이 정겨운가보다 했었는데 내부에도 내 취향의 장식품이 있더라는;; 

설리랑 마이크 브릭이 있다니! ^^ (인스타그램에도 올린 적 있는 옛날 ㅂ약국 내부) 

암튼 그래서 별로 가깝진 않지만 나름 옆 동네에 있는 이 내과병원과 약국에 꼬박 2달간 다니며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먹었고 결국 통증에서 차츰 해방되었다. 당연히 이젠 감기약도, 혈압약도 이곳으로 타러 다녔는데 우잉.. 3월 말 병원과 약국은 나란히 500미터쯤 떨어진 건물로 이사를 갔다. (함께 이사한 것만 봐도 분명 둘은 부부 관계이거나 인척이 틀림없다! ㅎㅎ). 

2달 만에 처음 이사한 병원과 약국엘 가봤는데, 약국엔 아쉽게도 브릭 장식품들이 다 사라져 아쉬웠다. 2층 주택의 낮은 천장과 벽을 활용한 인테리어여서 일반 건물엔 어울리지 않았거나 놓을 곳이 없었겠지. 그래도 여전히 베이지색 원목 장식장을 둘러 주인장의 담백함과 깔끔함이 반영된 약국 인테리어였던 것 같다. 

병원도 분위기가 전과 달라져, 훨씬 더 환하고 눈부신 느낌이었다. 흰 벽때문이겠지? 키다리 의자 놓인 벽에 작은 그림 붙여 놓고 화분 올려둔 건 마음에 들고 여전히 예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병원 인테리어. ^^ 뭐 물론 의사쌤과 간호사쌤들은 여전히 친절했고, 병원을 나서며 기분이 좋았다. 동굴로 드나드는 느낌이 드는 계단 벽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나? ㅎㅎ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며 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제발로 걸어서 병원엘 잘도 찾아간다. 아직도 좀 버티기 증상이 있지만 저번에도 요번에도 감기를 앓아보니, 예전처럼 그냥 며칠 버텨서는 그냥 지나가지도 않고 증상이 종합세트로 나타나 너무 힘들었다. 이 또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어쩌겠나. 이왕 갈 병원, 예쁘고 마음에 드는 곳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라 여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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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왜 또...

투덜일기 2019. 4. 4. 17:11

4월을 맞아 '진짜로' 열심히 일에 매진해야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난 굳이 왜 또 거의 휴면중인 블로그를 기웃대고 있을까나. 

휴대폰 중독자란 걸 인정한다.  IOS 업데이트 이후로 일주일마다 평균 내가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전주 대비 얼마나 시간이 늘고 줄었는지 통계가 턱 나오는데 그때마다 찔린다. 와.. 진짜 하루에 휴대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는 거 아니니. 민망해서 차마 그 시간까지 고백은 못하겠다.

암튼 일하기 싫어서, 심심해서, 아님 그냥 습관적으로 SNS를 종류별로 순례하고 뉴스를 읽고 음악을 고르고... 그러면서 간간이 들어온 쪽일은 뒷전이라 컴퓨터 앞에 오래 진득이 잘 앉지 않았다. 영화 일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빡세게' 몰아붙여야하는 작업이고 거의 매번 시간이 쫓겨 일주일 넘게 컴퓨터 앞에 앉더라도 딴짓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원인 모를 다리 통증으로 고생한 이후로는 한 자세로 두어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통점이 여실히 느껴지므로 불안해서 얼른 일어나 다른 짓을 하기도 했다.  그 다른 짓이란 물론 벌렁 매트리스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그러다 정신차리고 보니 올해도 1/4분기가 다 지나버렸다. 어머나! 언제!? 2019년을 병원에서 맞았고 1, 2월은 거의 내리 누워있던 관계로 올해는 이상하게 시간감각이 잘 탑재되질 않는다. 대체 언제 3월이 왔던 거고, 어느 틈에 지나간 거지? 게다가 4월인데 날씨는 또 왜 아직 이리 춥냐고! 겨울 코트를 자랑스럽게 입어도 추운 건 정말 반칙인데, 그래도 집앞 살구나무는 엊그제 다 피어버렸고, 벚나무도 10분의 1쯤 꽃을 피우며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그걸 보며 4월도 눈깜짝할 새 후딱 다 지나가버릴까 싶어 조바심이 나는데... 번역해야 할 원서에 챕터별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하루 일할 분량까지 다 나눠 놓았는데... ㅋ 가속도 붙일 생각은 안 하고 요번엔 초인적 작업력을 주실 '그분'이 언제 강림하시나 그 기대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로그나 되살리고 말이지... 으휴. 시답잖은 블로그 포스팅 하나 할래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이짓에 뛰어든 걸 보면, 그나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도 다시 통증이 나타날까봐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일 거라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  어쩌면 하도 게을리 해서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우리말 어휘력과 문장력을 미리 블로그로 슬슬 더 닦아 보려는 술수일 수도 있겠고. ^^; 해서 작년에 비공개로 야금야금 사진 위주로 올렸던 포스팅도 정리해 공개로 돌렸다. 앞으론 슬슬 심심해질 때마다 휴대폰과 씨름하는 대신 블로그에 허튼 글이라도 좀 쌓아볼까 하고. 하도 게을러서 나도 나를 못믿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뭔가 결심을 적어두면 말과 글의 힘에 기대에 뭐든 좀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더라.  휴대폰으로 요즘 뉴스와 댓글 보며 분노 폭발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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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식탐

놀잇감 2018. 7. 25. 21:55

​내 인스타그램엔 주로 먹거리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지만 하루에 인스타에 사진 여러개를 올리는 건 좀 민망하다. 그렇다고 블로그 포스팅 하루에 몇 개나 하는 건 안 민망하냐, 그건 또 아니지만... +_+ 블로그는 아무래도 부러 찾아 읽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노출되는 매체이고, 인스타그램은 접속과 동시에 타임라인에 여러사람의 사진이 무조건 주르륵 떠버리니까 뭔가 많이 올리면 폐를 끼치는 기분?

하여간에 각설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열심히 해야하는데 또 하기가 싫어져서 (적당한 단어와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핑계다 ㅠ.ㅠ) 오늘 해먹은 과카몰리 사진을 자랑해야겠다. 지난번 파피네 집들이에서 하도 맛있게 먹은 나초와 과카몰리가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마트 가서 밥블레스유의 지령을 받은 듯 나도 모르게 완도 활전복을 집어든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새 아보카도와 레몬, 베이컨을 카트에 담고 있더군. ㅎㅎㅎㅎ

그러고는 오늘 점심 때, 두부와 우유를 갈아 야매 콩국수를 해먹을까 싶었던 마음을 접고 과카몰리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아보카도 두개 중 하나가 좀 덜 숙성되어 잘 안 으깨졌지만 하는 수 없지. 파피한테 레시피를 좀 더 자세히 묻지 않았던 걸 후회하며 대~에충... 베이컨을 다져 볶아 키친타월에 기름을 빼놓고는 양파와 방울토마토 적당히 썰어 넣고 소금, 후추, 레몬즙 뿌려 과카몰리를 만들었다. 나초에 듬뿍 얹어먹듯, 오픈 샌드위치로 와구와구 먹을 작정으로다가. 

해서 미리 식빵 두조각을 넷으로 자른 뒤 과카몰리를 얹었다. ^^; 여기다 미숫가루 탄 우유까지 한끼로 먹으니 어휴 배불러...







좀 남은 과카몰리는 또 저녁때 양상추 샐러드에 얹어 먹었음.

빵에 얹어 먹을 땐 잘 몰랐는데 소금을 넘 많이 넣었는지 좀 짜더라. 암튼 파피한테 팁을 얻은 이 과카몰리의 매력은 쫄깃하게 씹히는 베이컨이 아닐지. 아보카도 사다가 절반 뚝 잘라서 껍질째 접시에 담아 발사믹 소스 살짝 끼얹어 숟갈로 퍼먹는 걸 '반찬'이라 우길 때도 있는데... 좀 귀찮긴 해도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더 '시원한 점심 메뉴'로 과카몰리 샌드위치는 시도해봐야겠다.











밥블레스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프로그램 보다가 또 혹해서 삼복더위에 해먹은 음식이 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잡채. -_-;; 최화정이 했던 말인가, 이영자가 했던 말인가.. 암튼 잔치 음식의 완성은 갈비찜과 잡채라는 말을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명절 때 갈비찜과 잡채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왜 있지 않은가? 사실 해마다 내 생일 즈음엔 왕비마마가 말짱하게 건강했던 적이 드문 것 같다. 해서 생일날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는 '요식 행위' 역시 매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비마마가 살림살이에서 손 놓은지가 몇년인데! 사실 간도 못맞추고 맛도 잘 못내신다. 그런데도 아들들이나 며느리들이, 혹은 친척들이 고명딸 생일에 엄니가 미역국은 끓여주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을 못하는 상황 또한 왕비마마가 못 견딘다는 것이 문제다. (아 제발 다들 좀 생일에 미역국 먹었느냐는 타령 좀 그만 하라규!)

아 난 정말 왜 요리를 잘해가지고! ㅋㅋ

째뜬 그래서 올해도 생일 전날 밤에 꾸역꾸역 노친네는 미역을 불리고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미역국을 끓여냈고(물론 나의 코치가 필요했다 ㅎㅎ), 생일날 아침 모녀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또 내가 가만 있을 순 없지 싶어 아침부터 복닥복닥 땀흘려 만든 것이 바로 이 잡채다. ㅎㅎㅎ 갈비찜은 달아서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잡채는 가끔 먹고 싶어져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만드는 반찬인데 뭐 내 생일 기념으로 못 만들쏘냐! 

칼질을 좀 무서워해서 채썰기가 서툴러서 그렇지 맛은 훌륭했다. 

아침부터 꾸역꾸역 미역국과 잡채에 밥을 먹고 나가 점심 때 또 함박스테이크를 먹어댔으며, 하필 초복날이라 저녁때 또 삼계탕을 끓였더니만... 요즘 가뜩이나 부실한 위는 탈이 나고 말았었다. 세끼를 다 과식하다니 원 멍청하기 이를 데가 없다. ㅠ.ㅠ


의식의 흐름처럼 또 이어서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그 다음날 바로 해먹은 월남쌈이다. ㅎㅎㅎㅎ

생일이자 초복날 도저히 삼계탕의 닭을  다 먹지 못하고 죽만 좀 퍼먹은 뒤 다음 날에도 닭죽으로 연명했었는데;;; 아무리 영계라도 퍽퍽한 닭가슴살의 처리 방법이 고민이었다. 그렇다면 라이스페이퍼에 싸먹지 뭐... ^^; 쪽쪽 찢어 맛살과 함께 월남쌈을 해먹었단 얘기다. 

폭염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끼니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게 슬프기도 하지만, 더워도 입맛이 없어도 또 꾸역꾸역 먹으면 먹어진다는 게, 먹고 싶은 음식이 끊임없이 생각난다는 게 어쩐지 식충이 같아서 부끄럽다. ​하지만 이영자의 외침대로 인생 뭐 있겠냐고!더욱이 이젠 차츰 늙고 병들어가는 것밖엔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중년의 인생이기에 더더욱 하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은 가능한 한 누리고 사는 게 옳다고 우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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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부실

투덜일기 2018. 4. 24. 00:00

어렸을 때부터 평생 한번도 키큰 축에 들어 본 적이 없다. 국민학교 들어갔을 땐 아마 전교에서 제일 작았다는 것도 같다. 암튼 체구는 늘 작아도 약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물리적인 힘이 약하고 체력이 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만, 덩치 큰 남자애들이 괜히 힘으로 괴롭히려 들면 울먹거리면서도 입싸움으로 맞서며 지지 않으려고 했다. 남동생들만 둘 있어도 꽤 오래도록 내가 녀석들을 보호(?)하거나 챙겨주는 입장이었지, 내가 보살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하다못해 집에 바퀴벌레나 돈벌레가 나타나도 두놈은 서로 니가 잡으라고 떠밀기만 할 뿐 재빠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꽥~ 비명을 지르며 내가 살생에 나서는 식이었다. 또 벌레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그냥 두고는 마음을 놓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으니 어쩌겠나. 

힘이 없어 보여서, 혹은 내가 여자라서 '열외'되는 특권도 때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배려해주는 척 하고는 뭔가 다른 걸 요구하기 십상이란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하던 시절, 커피 심부름을 하느니 나는 차라리 생수통을 낑낑대며 들어 꽂는다든지, 복사용지 박스 옮기는 쪽을 택했다. 힘 쓰는 일은 우리가 하잖아, 그러니깐 커피 정도는 타줄 수 있지 않겠냐, 책상에 걸레질 좀 죄다 해줘라는 놈들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내 사전에 '연약한 척'이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음료수병이나 캔을 못 따서 남자들에게 내밀며 "오빠, 이것 좀 따주세요" 따위의 말을 하는 여자들까지 은근히 째려보며 싫어했다. 우웩, 웬 내숭이냐! 쌀자루도 번쩍번쩍 들 수 있게 생겨가지고...


그런데 이제야 드디어 편협했던 나의 태도와 편견을 반성하고 있다. 음료수 병, 커피캔, 맥주캔을 힘 없어서 못 따겠다며 남자들 힘을 빌리던 여자들 중엔 정말로 손가락이나 손에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그 비율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니 자긴 손톱이 잘 부러진다면서 커피 캔 따는 걸 꼭 날 시키던 친구도 사실 있었다. 하기야 약한 척 내숭이 아니라, 힘자랑을 칭찬 받고 싶어 안달하는 단순한 남자들에게 옛다 일감을 안겨주는 현명한 처사였을 수도 있겠다. 힘에 부쳐도 난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야! 그러면서 끙끙 얼굴 시뻘게져가며 병뚜껑 돌려따는 내가 어쩌면 더 편협한 인간이었을 수도 있으려나.

하여간에 요즘 나는 병뚜껑 열기 분야에서 자신감과 독립심이 아주 바닥이다. 의사의 권고대로 요샌 한달 넘게 정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이런저런 호르몬과 염증수치가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데 영 효과가 더딘 모양이다. 걸핏하면 손목과 팔이 아파서 ㅠ.ㅠ 무거운 걸 들기도, 양념병을 열기도 힘에 부친다. 바삐 끼니 준비할 때, 무겁고 뜨거운 큰 냄비도 막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들던 순간의 괴력은... 더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에효.

가장 난적은 쨈병과 각종 소스 병이다. 진공상태가 되었거나 냉장고에 들어 있다가 나온 놈들은 특히 더! 다리 사이에 병을 끼우고 온 힘을 다해 낑낑대다가 결국엔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돌려야 병이 열린다. 후다닥후다닥 바쁘게 요리하다 말고 양손에 고무장갑 끼려면... 아오 짜증나.

나름 꽃무늬;;라고 오려보았다 ㅋ


마침 고무장갑 한쪽이 구멍났길래 묘안이다 싶어 손목 부분을 동그랗게 오려두었다. 작년에 캐나다에 갔을 때였나, 기념품숍에서 병뚜껑 열기 전용 실리콘 덮개를 본 적이 있었다. 꽃무늬가 예쁘게 들어간 녀석이었는데 가격보다는 너무 두꺼워서 사오지 않았다. 쨈병, 소스병 여는데는 쓸모가 있지만 작은 주스병, 소주병 뚜껑을 덮어 열기엔 너무 두툼했기 때문이다. 근데 주방용 고무장갑 두께면 완전 딱이지 않겠나. 요리하다 말고 귀찮게 손 닦고 말려 고무장갑 낄 필요도 없고. ㅎㅎ

이렇게 손바닥만하게 나름 꽃모양으로 오린 고무장갑 조각을 싱크대 걸이 한 구석에 걸쳐놓고 꽤나 요긴하게 써먹었다. 우리집에서 한달 지내다 간 (주로 설거지를 담당한) 친구에게 자랑도 했다. "내 아이디어 죽이지 않냐? 미국이랑 캐나다에선 얼핏 여러 가게에서 본 거 같은데, 한국에선 이런 거 안파나봐. 본 적 없어.." 라고.  

재수없게도 엄청 알뜰하고 지혜로운 주부인 척 했던 거다. 헌데 출국 전 다이소에서 온갖 편리한 살림도구를 장만해가겠다고 나선 친구가 주방도구 코너에서 예리한 눈썰미로 발견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다!



정확한 이름은 까먹었는데;; 병뚜껑 따개 도우미였던가... ㅋㅋㅋ 당연히 마데인차이나인 이 물건은 단돈 1000원에 이런 게 3장이나 들어있었다.

친구가 고무장갑 오린 거 얼른 버리고 이거 사쓰라며 쇼핑 카트에 넣어주었는데;;; 물론 나는 저 고무장갑 오린 것도 못 버리고 병뚜껑 열 일이 있을 때마다 두 개를 비교해가며 사용한다. ^___^

하긴 뭐 구멍뚤린 고무장갑 손목부분 얅게 잘라서 고무밴드 대신 사용하라는 살림 꿀팁도 본 적 있다. 노란 고무줄보다 튼튼해서 훨씬 요긴하다면서. 

다이소표 병뚜껑 도우미 3장과 저 분홍 고무장갑 조각을 함께 쓰면 앞으로 10년은 쓰지 않을까 싶은데;; 웬 궁색을 떠나 싶어 확 버릴까 하다가도 왠지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놔두고 있다. 뭐든 잘 못 버리는 나의 지병 탓도 있겠고.

아무려나 병뚜껑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매번 아메바스럽게 부실한 손목 상태를 까먹고 일단 무심히 힘을 써보고는 아야! 윽! 통증에 놀란 다음에야 비로소 이 고마운 고무재질 물건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어떻게 손이 아프단 걸 매번 까먹을 수가 있는지 원. ㅠ.ㅠ 아마도 나 말고 집안에 힘쓸 사람이 더 있다면 나도 당연히 얼른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예전에 냉장고에 넣어둔 장아찌나 피클 병을 열 때..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온힘을 다 주어도 잘 안 열려 끙끙대고 있거나, 도움을 청하면 아버지가 다가와 이그... 진작에 아빠를 시키지 그랬니. 하셨더랬다. 당신도 손이 작은 편이라 단숨에는 해결 못하고 힘깨나 쓰신 후에 병이 열리면, 별 것 아닌 일에도 퍽 으쓱으쓱 아버지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게 웃겨서 나도 일부러 거들었었다. 어이구, 울 아빠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몰라... 

집안에 큰 힘 써줄 남자가 없어도, 손목이 부질해져서 소주병 돌려따는 것도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지경이 되었어도 물론 모녀는 잘 살고 있다. 어떻게든 상황이 닥치면 다 살게 마련이다. 날이 궂은 날에는 팔꿈치까지 저릿저릿해서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도 마우스를 클릭해대는 것도 아예 힘겨운 날이 있다. 으음 그럼 손목받침대랑... 뭔가 또 다른 해결 방법이 있겠지? ㅠ.ㅠ

몸도 총체적으로 부실한데;; 밥벌이를 하지 않고도 남은 일생을 편히 사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돈벼락을 맞는 것 = 복권 당첨밖에 없는 것 같아서 얼마 전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본 복권 5장은 천원짜리 1장 빼고 모두 꽝이었다. 그럼 그렇지 싶으면서도 또 사볼까 하는 마음이 팔랑팔랑 자꾸 드는 건 변덕스런 봄날씨 탓일까. 에잇, 이래저래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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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여동생

투덜일기 2018. 1. 12. 21:17

벨로의 반려묘 귄이와 여동생 고양이 쥬비의 소식과 사진을 간간이 접하며 나도 모르게 슬몃 미소를 짓는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다. 고양이는 쳐다보는 것도 무서워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귄이 등을 쓰다듬었던 그 감촉도 생생하다. 생각보다 털이 꽤나 빳빳한 느낌이라 의외였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유일한 파랑이의)개털이랑 확실히 달라!

암튼.. 큰동생네 개 파랑이에게도 얼마전 여동생이 생겼다. 이름은 라거. 보리 빛깔이라서 맥주가 연상되어 이름을 그렇게 지었단다. 귀여운 암컷 강아지에겐 좀 안어울리는 듯도 하지만, 뭐 내가 인간도 중성적인 이름을 좋아하듯 남성적인 이름을 지닌 암컷 골든리트리버를 누군가는 멋지다고 해주기를. ^^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커지는 개를 아파트에서 키우기로 한 동생네의 결정에 일단 우려를 금치 못했지만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저질러진 일이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뒷말을 하겠나. 다만 중성화 수술을 했으되 수술 직전에 딱 한번 짝짓기의 맛(?)을 본 터라 가끔 수컷의 본능인지 인형에게 수상쩍인 부비적거리기를 시전하는 파랑이는 어쩌라고 여동생 강아지를 들여왔나, 파랑이가 좀 불쌍하긴 했다.

다행스럽고 기쁜 건 귀여운 새 반려견이 들어오면서 온 가족이 똘똘뭉쳐 파랑이와 라거를 같이 챙기며 마구 화목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애견 펜션엘 갔다질 않나, 파랑이와 라거를 조카 둘이 서로 자기 새끼라며 각각 데리고 잔다질 않나, 새로운 강아지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는 엄마의 편애를 아이들이 나름 알아서 보완해주는 모양이다. 기특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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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석달만에 미용실엘 다녀왔다. 3월중순인가 말에 갔었으니 꼬박 석달만이다. 머리가 단발을 훌쩍 넘어, 요즘 같은 더운 날엔 질끈 묶지 않고는 목덜미에 치렁치렁 간질간질 아주 괴로웠다.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못 견디고 달려나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그런 순간을 조금만 견디면, 아니 그럴 때 앞머리만 내손으로 살짝 잘라주기만 해도 또 한두달은 너끈히 참고 버틴다. 미용실에서 멍하니 몇시간씩 기다려야하는 게 너무도 힘겹고 시간도 아깝기 때문인데... 그런 힘겨운 시간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건 친하지도 않은데 어색하게 이어가야 하는 대화와 더불어 요즘 미용실에서만 쓰이는 듯한 특별한 언어습관 때문인 것 같다.

맨날 뭘 그렇게 도와드리겠다는 거냐!

주로 보조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쓰는 말인데... 자기가 행동 주체인데도 계속 도와주겠다고 말을 한다. ㅠ.ㅠ 

자리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가운 착용 도와드리겠습니다.

샴푸실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대 (착용이라고 그랬던가? 샴푸하는 동안 눈에 작은 수건 같은 걸 얹어주겠단 얘기다) 어쩌구... 도와드리겠습니다. 

마사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샴푸 마무리 도와드리겠습니다. 

타월 드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시) 자리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20분 뒤에 컬러 체크 도와드리겠습니다.... 으악! 그만 좀 하라고! 도와주긴 뭘 도와줘! 그냥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잖아!...라며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내 담당인 원장님은 카리스마 덕분인지 저런 언어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엔 머리에 시술하는 모든 내용과 절차를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게 상도의인지 그냥 처음에 설명했으면 그대로 묵묵히 순서대로 하면 좋겠구만, 두피 상태를 확인하겠다(소형 특수 카메라로 찍어서 막 보여준다. ㅠ.ㅠ) 스켈링을 하겠다, 세럼을 바르겠다....계속 과정을 설명한다. 때때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네. 네 그럴 때가 많다. 대답 안하면 또 한번 더 말해주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고.. ㅠ.ㅠ  

언젠가 포스팅에도 커트 잘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괜한 말 안 시키는 미용실이 내겐 꿈의 미용실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곳을 찾는다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런데 찾아다니겠다고 마루타 실험하듯 싸지도 않은 커트 비용 들여가며 메뚜기처럼 미용실 순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원. 째뜬 이 미용실 다니고부터 머리숱 많아졌다, 머리결 좋아졌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고보니 딴데로 바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머리칼이 갈수록 가늘어져 히마리가 하나도 없는데 숱 많아보이면 장땡이지.

암튼 너무 오래간만에 간 탓에 그간 엉망이 되어버린 머릿결 복구와 멋내기 염색(꿈의 카키색으로! ㅋㅋ)을 한꺼번에 하느라 장시간 주리를 틀듯 괴로웠는데, 거기다 직업병 있는 사람 고문하듯 자꾸만 말도 안되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거의 5분, 10분 간격으로 들으려니 미치는 줄. 

미용실에서 2시간 넘게 버티는 거 진짜로 싫어하는데... 다음엔 지레 저놈의 이상한 도와드림 화법 스트레스로 더 미용실 가기가 꺼려질 것 같다. 그나마 5만원이십니다.. 따위의 이상한 말투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던데 제발, 도와드림 화법도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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