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가 기존 사료를 잘 안먹고 외면하는 통에 새로운 사료를 주문하고, 또 작년에 마련해준 집이 5식구 살기엔 비좁은 듯하여 새집과 스크래처를 사나르는 걸 보시더니 엄마가 나더러 “아주 상전을 모시는구나!”라고 했다. 음.. 그건 아닌데요… ㅎㅎ 저의 최고 상전님은 뭐니뭐니해도 왕비마마시지요. 설마 울 엄니 고양이까지 질투하시는 건 아닐테고.. ㅋ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파는 사료 공구로 이번에 사들인 사료는 캐츠맘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사료통에 담아줘봤는데 잘 먹는다! 전연령 사료라서 아깽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문을 꼼꼼히 읽어봐도 그건 또 아닌 모양이어서.. 로얄캐닌 수유모냥+아깽이용 사료도 추가로 구입했다.

두가지 사료를 한 접시에 같이 놓아줘 봤더니, ㅎㅎㅎ 연이는 역시 입맛이 고급인듯 입자가 더 곱고 비싼 로얄캐닌을 먼저 싹 다 먹고 그 담에 캐츠맘을 먹더라. 아깽이들을 위해서 더 작은 그릇에 담아 따로 놓아주어봤는데;; 누가 먹은 건지 사료가 줄어드는 게 보이다가 다음날 보니 가벼운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음. 예전에 내가 늦잠자면 연이랑 진이가 야옹야옹 울어대며 빨랑 밥달라고 밥그릇으로 쓰던 본죽 플라스틱통 뒤집어 탕탕 소리내던 거 생각나서 좀 웃었다. 아무래도 넘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은 냥이들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아깽이들도 당연히 물을 먹는데, 물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아 가벼워지면 앞발로 짚었다가 홀딱 엎기도 한다. 사료와 물을 담아주는 곳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집게를 써야하거나 내가 의자 놓고 높은 창문틀을 넘어가야하는 관계로 좀 더 그럴듯한 밥상을 마련하는 건 아직 좀 미적거리고 있다. 집게로 집어올리기 어려운 그릇은 나도 쓰기 힘듬!
아무튼 두 종류 사료를 함께 쏟아준 뒤 수시로 엿보니 아깽이들 중에서도 이미 두어 녀석은 건사료를 아그작아그작 깨물어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확실히 젖과 사료를 둘 다 먹는 느낌;; 명실공히 이유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연이네 집은 다이소에서 사온 이사용 박스+고보협 겨울집 이중구조인데 처마밑 모퉁이에 잘 놓아두었어도 우다다다 간간이 연이가 하늘이와 몸싸움을 벌이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불안하게 자꾸만 위치가 변하길래, 예전 김장김치 누를 때 쓰던 넓적한 돌멩이 2개를 오른쪽 안 구석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날씨 더워지면서 냥이들이 검은색 겨울집과 외부 박스 사이저 비좁은 틈새에 다 모여 자는 모습 발견! 시원한 돌멩이가 좋았던 걸까?

집이 2채다. 22년 6월 1일 투표 후 오른쪽 새집 장만해옴 ^^

아깽이들이 건물과 축대 틈새로 들어가서 자거나 쉬는 것도 알지만 비오는 날엔 아무래도 보송보송한 집안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고, 다섯 마리가 지내기엔 비좁아보여 지방선거 투표날 다이소에 가서 이사용 박스를 하나 더 사왔다. 연이뿐만 아니라 아깽이들도 저 지붕위에 올라가 노는 걸 좋아하고 그 위에서 잠도 자기 때문에 받쳐줄 스트로폼 집이 없는 새 박스는 3면의 접는 부분을 다 잘라냈다. 그래야 애들이 올라가도 쳐지지 않을 듯? 역시나 안쪽엔 위치를 잡아줄 벽돌 1장 넣어놨고 원형 스크래처도 구비했다. 연이도 아깽이들도 물결무늬 스크래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저게 벌써 2개째임. 사진 위에 잘 보면 은박지 뭉친 것도 있는데 처음엔 호기심 생기는 듯 좀 갖고 놀더니 외면중.

아깽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노는 시간은 오전 8시 전후...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다. 싸구려 플라스틱 지붕을 뛰노는 우다다다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아깽이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거나 연이가 탁탁 쳐주는 꼬리를 잡고 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휘어잡거나 개미 구경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벨로가 물려받았다며 보내준 냥이들 장난감. 공을 굴리며 노는 식인데 무얼 가장 좋아할지 몰라서 우선 제일 만만한 걸 들이밀어 보았다.

호기심이 제일 많은 줄무늬 아깽이

다른 애들은 무서운지 죄다 틈새로 도망치고, 연이마저 슬그머니 비켜 달아난 가운데 요녀석만 슬금슬금 다가와 주시하더니 만지지도 못하고 엄마냥 눈치만 보다가 후퇴. 에효... 이틀인가... 며칠 동안 놓아둔 그 자리에 있더니 문득 오늘 내다봤는데 장난감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닌가! 엥? 사진에 보이는 바닥이 아래층 베란다 지붕이고, 여기가 내가 밥과 물을 놓아주는 위치. 이곳에서 2미터쯤 벗어나야 내 방 창문 바로 아래 놓인 연이네 집인데;;; 연이가 장난감을 이 먼거리로 옮겨 내동댕이 쳤다고?!

마당에 내려가보니 뒷마당 한 구석에 장난감이 떨어져 있었다. ㅎㅎㅎ 아깽이들 뛰노는 마당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라 여긴 걸까? 암튼 뭉쳐준 은박지 3개 중에 2개도 함께 뒷마당 풀숲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장난감은 좋아할지? 며칠 뒤에 다시 슬그머니 다른 종류로 놓아주고 지켜봐야겠다. 어떻게 노는 건지 내가 시범을 보여줘야 애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도 싶은데 워낙 나를 무서워하니 원... (고양이 전문가 지인의 말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호기심 있는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만져보고 스스로 터득한다고 함. 근데 그건 사회성 뛰어난 반려묘 얘기 아닐까? 연이와 아깽이들은 1년이나 밥준 나도 뜨악하게 보는 애들인데;; ㅠ.ㅠ)

하여간 아래는 오늘 찍은 귀한 사진이다. 연이랑 아깽이 지붕에서 잠자는 거 한번 찍어보겠다고 숨죽여서 소리 안나게 창문 열고 찍어봤는데 사진 열어보니 이미 눈치챈 연이가 눈을 살짝 뜬 게 보임. 예민한 녀석. 그러나 내가 얼른 물러나주었더니 그대로 눈감고 계속 오수를 즐겼다. 아깽이가 젖을 먹는데도 낮잠 자는 여유. 내가 다 뿌듯하다. 

22년 6월 6일.

집 2채를 연이와 아깽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내다보았는데, 연이가 집밖에 홀로 앉아 양쪽 집에서 나누어 잠을 자는 아깽이들을 의젓하게 지키는 모습도 보이고, 연이가 원형 스크래처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사진처럼 지붕에서 자기도 한다. 새집은 아무래도 지붕 면적이 너무 좁은 듯? 날개를 괜히 잘랐나 싶기도 한데, 관찰용 시야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ㅋㅋ

암튼 어제로 연이의 아깽이들이 태어난지 만 6주가 지났다. 아깽이들도 사료를 먹으면서 변화가 온 것인지 막내로 추정했던 하양이는 체구가 쑥 자라면서 움직임도 활발해진 반면, 맨 마지막 사진에서 젖을 먹고 있기도 하고 장난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줄무늬 아깽이(과거 젖먹을 때 욕심쟁이였는데)는 엄마 젖만 고수하는 건지 현재 체구가 가장 작아졌다. 눈빛도 가장 흐린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고 1, 2, 3, 4호 구분도 모호해져서 하양이, 점박이, 줄무늬, 까망이.. 이렇게 구분하는 중. 아 빨리 이름을 정해야하는데;; 이제껏 나온 후보작이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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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며칠 동안 어디론가 감추어 보이지 않았던 새끼냥들은 비가 오던 날을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
비오는 날 홀로 옛집 지붕에 앉아 연이가 왼쪽 축대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니만 그 밤에 다시 집이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새끼냥들을 이주 시킨 것 같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내방 창밖에서 희미하게 꼬물꼬물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그간 황송하게도 새끼냥들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껏 3마리까지 발견됐다. 총 3마리를 낳은 게 맞을까?
겨울집 바로 밖에서 연이 품에 안겨 3마리가 동시에 젖을 먹고 있는 장면을 딱 한번 목격했는데 (무척 섭섭하게도) 여전히 나를 엄청 경계하는 연이는 훔쳐보는 시선을 눈치채자 마자 벌떡 일어나버렸고, 새끼냥들은 포르르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해서 도무지 새끼냥들의 사진을 찍어 자랑할 새가 없었는데...정확히 태어난지 4주차 되던 지난 일요일! 집밖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던 새끼냥 한마리를 포착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

왼쪽이 연이가 낳은 새끼냥. 오른쪽은 작년 이맘때 엄마냥 양양이와 진이. 이젠 둘 다 없다. ㅠ.ㅠ

 

그러고는 또 며칠이 지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연이네 겨울집은 압착스티로폼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고 그마저도 또 내가 놓아둔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들어 있는데다 바닥엔 담요가 깔려 있다. 침입자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도록 겨울집 입구를 내방 창문쪽 벽을 향하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새끼냥들이 넘 더운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역시나 영리한 연이는 새끼냥들을 옛날 자기가 살던 공간으로 옮겨놓았더라! 거기가 어디냐면 위 오른쪽 옛 사진에 보이는 축대와 아래층 배란다 지붕 틈새다. 작년 가을이었나 이사용 수납박스를 사다가 집을 만들어주기 이전, 양양연진 가족은 저 지붕 틈새에서 살며 비를 피하고 잠도 자다가 내가 사료를 놓아주면 슬그머니 나와서 먹곤 했었다. 물론 처음엔 나를 겁내느라 베란다 창문만 열어도 연이와 진이는 틈새로 쏙 모습을 감추었다. 그 당시에도 저 틈새는 내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주 내내 사료를 주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연이는 바로 섀시 문앞에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노려보았고, 얼핏 담벼락 틈새로 숨어드는 새끼냥들의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설치류에 질색하는 걸 알고 창문을 못 열게 하려는 시도인지, 아니면 혹시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나중에 갖고 놀 장난감인지 도무지 판단은 어렵지만 원래 살던 집 옆에 놓어준 저 스크래처 위에 메마른 생쥐 한 마리를 놓아두었다. .ㅠ그리고 또 하나. 사냥을 다니는 건지 어쩐지, 연이는 또 건사료를 통 먹지 않는 까탈스러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내내 임신 중에도 잘만 먹던 프로베스트캣 초록색 사료를 어느틈엔가 잘 안먹더니 이제는 입도 안대고, 내가 만들어준 특식이나 츄르, 습식 사료만 홀라당 먹고 남기는 게 아닌가! 출산 후에 입맛이 달라졌나? 아니면 특식만 먹으면서 입이 고급이 되었나?닭가슴살이나 고기를 삶아주어도 첫날은 잘 먹고, 그 다음날 냉장고에 넣어뒀던 걸 또 주면 안 먹는 행태를 보이기는 했었다. 너무 차가운 게 싫었던 것인지도... 암튼 건사료를 통 안먹으니 습식사료 파우치를 사다가 줘봤는데, 그 중 제일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고등어+연어 맛을 또 며칠 전부터는 잘 안먹는다! 아이고... 있던 사료는 하늘이를 비롯한 동네냥들에게 주기로 하고 연이를 위해선 고양이보호협회에서 파는 캐츠맘 사료를 공구했다. (아직 도착 안함)아무튼... 또 한동안 연이네 겨울집은 또 다시 버려진 것처럼 보였었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날씨가 또 다시 서늘해졌다! 밤에는 10도 안팎으로, 나로서도 꽤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 며칠 전엔 또 소나기도 내렸다. 그러자 부지런한 연이가 후다닥 후다닥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내방 창밖에서 들려왔고, 새끼들을 다시 따뜻한 겨울집 안으로 옮기려나보다 추측했다.

다시 오늘. 아침 7시 조금 넘었을까. 밖에서 연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니, 고양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소리로 소통하지 않는다던데. 야오야옹 울음소리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내는 거라던데. 나를 부르나? 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연이가 나 한번 쳐다보고 집안 한 번 쳐다보고 계속 울어댔다. 어쩌란 거니? 스크래처 위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생쥐 사체 때문에 제대로 쳐다도 못보겠구만.. .ㅠ 암튼 왜 그러냐, 연이야, 나더러 출동하라는 거냐 암만 물어봐도 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양이 번역기 진짜 시급함. 그러더니 안되겠는지 연이가 자기네 집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안에서 새끼냥 한마리를 물고 나왔다. 설마 죽은 건가! 식겁했는데 그게 아니고 푹 잠들어 있었던 듯 새끼냥 한 마리는 연이한테 물려 이동하다가 몸부림을 치며 앙탈했다. ㅋㅋ 아하... 다들 담벼락 틈새로 이동시켜야하는데 잠꾸러니 새끼냥 한 마리가 말을 안 들으니 위험하다고 독촉하느라 울어댄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이쯤해서 피해줘야 할 것 같아 창문을 닫고 후퇴했다.밤에 잠을 잘 땐, 집사도 조용하고 창문도 깜깜하고 안전하다 싶으니 예전대로 겨울집을 이용하고, 낮에는 혹시라도 내가 접근해서 새끼냥들을 훔쳐갈까봐 1년전에 살던 담벼락 틈새로 새끼들을 옮겨놓는 모양이라고 짐작된다. 마침 거기는 바로 사료 놓아주는 밥자리 앞이다. 겨울집이 놓인 곳과는 거리상으로 한 2미터쯤? 연이가 정말 모성애 강한 똑똑한 엄마구나 싶다가도, 아니 1년째 밥 챙겨주고 집 장만해주고 낚싯줄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던 나를 이토록 심하게 경계하는 건 또 너무 섭섭하고 얄밉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집사를 못 믿니! ㅋ하여간 오늘 점심때 또 야옹야옹 에옹에옹 꼬물꼬물 소란이 일어서 미리부터 휴대폰을 준비해 들고 베란다 섀시문을 열었다. 희미한 소리로 미야미야 울던 건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새끼냥 한 마리였다.

아직 구분 못하겠으나 편의상 1호라고 부르자.

미야미야 울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ㅎㅎㅎ 아가야, 엄마는 어디 가고 왜 울어? 하고 물으니 틈새로 쏙 사라짐.
그럼 연이는 어디서 우는 건가 살펴보니 겨울집 쪽에서 또 다른 새끼냥을 물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물어다 옮기던 바로 그 잠꾸러기 같았다. 아니 엄마가 틈새로 옮겨놨는데 그새 또 집안으로 도망친 건가? ㅋㅋㅋ

요 녀석은 검정과 갈색무늬보다 흰털 부분이 많아서 연이를 가장 많이 닮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이는 말썽쟁이 새끼냥 녀석을 틈새로 쓱 밀어넣고는 나를 쳐다보며 에옹에옹 울어댔다. 어쩌라는 걸까. 비키라고? 가버리라고? 녜녜, 섀시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사료는 얼마나 먹었나 확인하니 습식사료도 1/3만 먹은듯. 에효...
최대한 안전하게 새끼들을 지키려는 연이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고 놀랍다. 가끔이라도 새끼냥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기쁜 일인데 사진에 보이는 새끼냥 1호의 눈꼽이 건강한지 어쩐지 걱정도 되고 사료를 잘 안 먹어서 홀쭉해진 연이의 건강 상태도 염려스럽다. 출산 이전까지만 해도 연이 사진을 보여주면 털도 반지르르 하고 귓속도 깨끗하고 전문가 눈에도 퍽이나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었는데 흠...
집냥이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고 길냥이로 최대한 잘 돌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느 범위까지일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 연이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수유 끝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옳을텐데 그럼 새끼들은? 포획은 어떻게? ㅠ.ㅠ 일단 네 식구(추정) 쑥쑥 잘 자라고 건강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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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4월 6일. 친구들과 사울 레이터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나에겐 완전히 금시초문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였으나 이미 전시를 보고 온 지인들이 되게 '힙한' 전시이며 공간도 색다르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볕 좋은 봄날 나들이로 딱이로군 하며 마음이 설렜다.
원래는 겨울에 어울리는 전시였던 모양으로, 옥상에서 빨간 우산 쓰고 눈내리는 풍경 찍은 인증샷을 많이 보기도 했는데 인기가 높아 5월말까지 연장 전시를 결정한 모양. 회현역 3번출구에서 189미터였던가 무척 가까우나 길을 잃기도 쉽다고 하더니만 쉽게 건물을 만나긴 했는데, 우리보다 앞서 계단을 올라, 후문인 듯한 나무 문을 밀어본 관람객1이 잠겼다고 하는 말에 허걱. 예약시간 이외엔 잠가두나 좀 난감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 미닫이 문이었어! ㅋ
후문은 지하에서 들어가도록 되어있고, 남산순환도로 백범광장 쪽에서 접근하면 차로도 접근 가능한 정문과 카페가 보인다. 암튼 우린 뒷문으로 들어가 약간 어질어질한 금속 통로(바닥 뚫린 길 싫어함)를 지나 건물 앞마당으로 향했다.

건물 옆면? 앞면에 붙어 있는 대형 포스터. 그러나 나에겐 너무나도 눈에 거슬리는 부제! 인노그레이트허리. ㅋㅋㅋㅋ 미치겠다. 저걸 왜 굳이 한글로??

나처럼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든가, 아니면 전시 기획하는 쪽에서도 민망했는지 티켓엔 부제가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로 바뀌어 있었고, 건물 정면에도 같은 문구가 보인다. 저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가 진짜 유혹적이었는데;; 전시를 12시에 예약한 관계로 점심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서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 점심 이후 커피 마실 집을 찾다찾다 들어간 곳에서 대실망한 이후, 피크닉 카페의 커피 맛은 과연 어땠을지 선망과 궁금함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나름 '핫'한 곳인듯 카페만 다니러 가는 사람들도 있나보다.

작가가 작품 제목을 붙이는 방식이 어찌나 독특하신지, 계속 제목 맞히기 내기를 하듯 짐작해보면 다 틀렸다. 내 눈에 주제로 보였던 피사체가 제목이 아닌 경우 많아서 제목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 이 작품은 아마도 (검은) 캐노피? 가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ㅎㅎ 무섭게 사진 찍는 내 모습이 반영에 잡힘. 

우리의 시선을 강탈했던 "주근깨 소녀" 그래도 이 제목은 무난히 맞힘 ㅋ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남산 풍경이 엄청 멋졌는데, 사진엔 확실히 감흥이 다 안담긴다. 케이블카 지나가는 것도 보이고...
한쪽 옆으로 마루를 깔아 놓고 남산방향으로는 큰 창을 내놓아 그리로 바라보이는 나무들과 풍경도 딱 "차경"으로 완벽한 공간 같았음. 건물 자체도 하나의 건축 예술품이구나 싶긴 했으나, 친구 하나가 다리가 좀 많이 불편했는데 4층까지 미로같은 전시를 보며 계속 땀 뻘뻘 걸어 오르는 수밖에 없었고, 역방향으로는 관람 불가라고 해서 약간 빈정 상했다. 난 전시 한바퀴 다 돈 다음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오래오래 보다 나오는 걸 좋아하는데 쩝...
게다가 역방향 관람이 안되면 4층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어쩌라고, 싶었더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아니 그럼 다리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관람 동선도 감안해야하는 게 아닌가???!!! 요즘 가뜩이나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꼴보기 싫어 죽겠는데, 단순히 지하철과 버스 이동도 어려운 마당이니 전시장 편의시설이야 오죽할까. 나중에 친구 다리가 더 불편해져서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면, 함께 하는 문화생활은 극히 제한되거나 불가능하리라는 게 화난다. 최소 5년간은  세상이 약자들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진 못하겠지 생각하니 참 슬픈 일이다. 그래도 계속 싸워야겠지만...

옥상 공간엔 갖가지 식물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음. 조팝나무 꽃도 피고!

 

모르는 새 친구가 찍어준 내 뒷모습 공연히 마음에 든다. 난 새싹이 돋아난 느티나무를 찍고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기능 이상해져서 레이아웃이 엉망이다. ㅠ.ㅠ )

 

바빠서 놀면 안되는 일정 속에 에라 모르겠다 나가 놀았던 거라 심신이 편치않고 마음 한구석이 계속 괴로웠지만 그래도 계절의 여왕은 봄이구나 실감하며 봄볕에 달구어진 등판이 잠시라도 따사로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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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도 있었고 게으름 탓도 있어서 전시 구경이 너무나도 뜸했던 2021년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굶주린 사람처럼 3주째 전시장을 휘저었음. 대규모 박수근 전시를 보았던 기억이 있어 언제인가 블로그를 뒤져보니 2014년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가나아트센터로 보러 갔었다고 적혀 있다. 그새 8년이 흘렀다니... 그때 전시가 더 인상 깊었던 것도 같은데, 박수근 그림에 대한 애정은 어쩐지 모든 한국인에게 '국룰'이 된 것 같아서 요번 전시도 여전히 좋았다. 이건희 컬렉션이 포함되었다는 것 같았으나 주로 소품 위주라 딱히 새로이 보이는 작품이 많은 듯한 느낌은 아니고, 다른 개인소장품도 많아서 암튼 대작들은 다 볼 수 있다. 

게다가 당시 어둡고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인지 깜깜한 전시장에 은은하게 작품만 도드라지게 조명을 받는 분위기가 고즈녁하고 참 좋았다. 맘에 드는 그림 앞에서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감상하는 묘미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랄까.  

브로셔 표제작품 [나무와 두 여인]

작품 사진도 휴대폰에 실컷 담아왔지만....그날의 어둠컴컴한 전시실 분위기를 주로 담은 사진으로만 골라 올린다.  미술관 구경다니더라도 제발이지 이젠 엽서라든지 포스터 따위 사모으지 말아야지 결심했지만, ㅠ.ㅠ 결국 마스킹 테이프랑 맨 마지막 사진 속 작품인 [나무와 두 여인] 포스터 그림은 사오고야 말았다(아기 업은 소녀 그림과 둘 중에서 끝가지 고민함. ㅎㅎ 그리고 액자에 표구된 그림은 무려 35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거침없이 사들고 가는 걸 목격하고 부러웠음.) 더 이상 그림 걸 벽도 안 남은 주제에!! 째뜬 일단 고이 잘 모셔두었다. 포스터를 살 때엔 2013년에 사다붙인 브레송 사진 포스터를 이참에 부악~ 떼어버리고 대신 박수근 그림을 걸 작정이었는데... 와서 보니 또 찢어버리기가 아깝네그려. ㅋㅋ 

째뜬 허영심 가득한 문화생활은 여기에 모아두지 않으면 제대로 기록해둘 방법이 없으니 원 코로나 시국에 돌아다닌 게 민망해도 꾸역꾸역 적어둔다. 전시는 2022년 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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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마감에 힘써야하는 기간이지만, 작년에 너무 전시구경에 소홀했던 관계로 마구잡이로 약속을 잡아 1주일에 한번씩 전시구경을 다녔다. 벼르고 별렀던 조선의 승려장인 특별 전시는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해놓았다는 본관 상설전시 사유의 방 구경과 한꺼번에 볼 계획이었는데... ㅠ.ㅠ 결과적으로 특별전시 하나만 보고 말았다. BTS RM이 국박 사유의 방 전시를 보고 SNS에 올렸다니 당분간 아미들이 러시가 이어지겠지.... 그 전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아쉽다. 암튼 2022년 1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로 구경다녀온 이 전시 입장료는 5천원이고 3월 6일까지 계속됨.

보관의 저 정교한 디테일을 보라! 어휴...
일본에 반출됐다가 돌아와서 어깨에 붉은 글씨로 일본이라 써 있는 불상
석탑 안에 들어 있던 미니어처 불상들.. 귀엽다고 하면 안되나? ㅎ
현대작가와 콜라보도 어울리는 금빛 불상들

벌써 그날의 감동이 사라져가고 있다. 탱화 그리는 스님의 붓놀림이 놀라웠던 동영상도 인상적이고 볼 거리가 너무 많아서 약간 소화불량 느낌이었다. 이제는 전시 하나를 봐도 머릿속에 정리가 잘 안되는 기분. 그래도 암튼 보고팠던 전시 보며 허영심을 달래서 행복했다. 밖에 나가 점심 먹고 나서서는 다시 석탑들 줄지어 서 있는 마당 지나 용산 가족공원도 한 바퀴 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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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전시 관람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러시아 이콘 전시회였다. 지인 한 분이 이곳에서 해설 봉사를 하시는데 수년째 오란 말씀 안하시더니 요번엔 정말 꼭 볼만하다며 와보라고 홍보를 하셨다. 호객행위처럼 직접 찍은 동영상 하나를 틱 보내주셨는데 오오옷.. 단번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콘'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는데,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콘'과 같은 말일 테고,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유래했다고. 특히 '이콘'이라고 하면 동방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도 신앙을 담은 성화를 의미하는 듯.
위로의 방이라고 해야하나 콘솔레이션 홀이라고 적힌 별도의 공간에서 3차원 디지털영상을 틀어주고 있던데, 그것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나 같은 무종교인은 똑같은 기독교라도 천주교 공간은 개신교 공간보다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 또한 일종의 편견이겠지만 암튼. 이콘 전시를 보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holy'한 마음이 든다는 후문을 종종 들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예수나 성모의 존재자체보다는 그 초월적 존재를 성스럽게 떠받들고 소망하는 인간들의 경건한 모습과 노력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알고보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 자체도 예술! 게다가 이콘전시뿐만 아니라 상설전시, 기획전시도 볼 거리가 많았다. 한파가 몰려왔던 1월 12일 오전, 1시간정도 둘러보면 되겠거니 얕잡아봤다가 결국 다 못보고 나중에 다시 오자며 주린 배를 달래러 나와야했다.

지하1층 전시장 입구
손으로 만들지 않은 구세주..라나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해설하시는 분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역시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ㅋㅋ 번역 오류라고 생각했음. 손으로 그리지 않은 예수..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이콘 성화들을 돌아보며, 예수는 물론이고 동방박사들도 아시아 유색인이란 건 확실한가보다고 속삭였다. ^^;

러시아정교 제대는 5단으로 꾸민다던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고 암튼 계단식 성당 공간과 이콘 장식을 재현해놓았는데 아마도 천주교인이었다면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좋은 공간.

상설전시실. 내부 구조도 고딕성당 나무 형상 골조를 닮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올랐던 안뜰 예술품

곳곳에 놓인 예술품이 엄청나다. 디지털 화면으로 얼굴이 표현된 피에타도 멋졌는데 사진은 여기 안올리겠음.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방식이 바뀌어서 엄청 불편하닷!) 이콘 전시실 나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폭포와 파도와 모세의 기적까지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던 옥외 설치미술도 좋았고, 나중에 천주교 성지 관련 답사를 한번 더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무료이고, 2022년 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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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도 못 지키고 노상 바삐 허덕이는 가운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제주여행까지 다녀왔으니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해서 어디도 자랑 못했던 제주 여행기를 후딱 적어보련다.

여행멤버는 나 포함 넷. 놀랍게도 엄마랑 아줌마들 따라서 여행 가고 싶어했다는 친구1의 중학생 딸이 합류하게 되었다. 과거 1박2일 여행 경험상 이 친구들은 그냥 집을 떠나 공간이동을 했고 가사일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에 더 방점을 찍는다는 걸 알기에 나도 뭘 많이 보고 경험해야겠다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주도인데 뭐... 뭘 한들 안 좋겠어! 

숙소가 제주시 근처 대명콘도 소노벨이고 일정도 2박3일이라 여행코스는 북동부로 제한하기로 원래 계획을 세웠다. 길바닥에서 운전하며 보내는 시간 아까워! 4명이 각자 하나씩 꼭 가고픈 여행지를 지정하기로 하여, 사전 미팅에서 정해진 곳은 1 스누피가든(나) 2 우도(친구1) 3 성산일출봉(친구2). 그러나 중학생인 친구딸이 키티 광팬이라, 남쪽으로 좀 치우치긴 했지만 마지막날 헬로키티아일랜드가 일정에 추가되었다. 

첫날. 11월 18일(목). 이 얼마만에 타보는 비행기던가 두근두근 설렘설렘. 여행은 준비하고 미리 상상할 때 더 설레는 듯도 하다. 수능날 탓인지 5분씩 10분씩 스케줄이 뒤로 밀려 제주에 도착하니 거의 1시가 다 되었다. 렌터카 픽업후 곧장 제주 시내에 있는 유리네로 갈치조림 먹으러 갔다가 스누피 가든으로! 3시쯤 도착했는데 바로 앞 주차장은 만차이고 건너편 주차장도 얼추 꽉 차 있었다. 핫 플레이스 맞구먼. 

첫날: 11월 18일(목) 일정에 맞춰 스누피 후드티 입고 가서 더 신남 ㅋ

6시까지 3시간 꽉 차게 놀면서도 후반부엔 시간이 모자라 친구들은 기념품가게로 먼저 향하고 나 혼자 대표로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스탬프를 찍어야했다. 실내보다 실외 정원이 훨씬 더 좋았고 입장료 아까운 줄 모르고 신났었다. 친구2도 스누피 광팬이라 모든 일정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첫째날. 저녁으론 숙소 근처에서 검색해 흑돼지+해물구이를 먹었다. 

둘쨋날. 11월 19일(금) 우도+성산일출봉. 

우도에는 렌터카를 못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당연히 성산항에 주차후 우도행 배를 탔는데 의외로 배에 실리는 렌터카가 많았다. 미니전기차 운전에 자신이 없었던 친구들은 이때부터 불만을 표함. 렌터카 들어가도 되네! 어 그러네;; ㅎㅎ 민망. 예전처럼 우도에서 미니전기차를 3시간 빌려서 한 바퀴 일주를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친구1이 초보운전자이고 겁이 많아 절대 속도를 못낸다는 것. 친구2는 운전면허증은 있으되 아예 운전할 엄두도 못냄. 내 파트너는 친구딸 ^^; 우리 둘은 신나게 속도를 높여 해변을 달리는데 친구네 차는 좀처럼 따라오질 못하고;; 결국 가다 서다 기다리다 서로 잃어버리고 헤매고 ㅋㅋㅋ 

우도+성산일출봉

제대로 바다구경도 못하고 허겁지겁 시간 맞추느라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았으면 우도를 가지 말걸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 이렇게 바다가 맑고 깨끗하고 예쁜데. 고객님들은 죄다 1분 컷. 사진 찍고 이제 가자고 하심. ㅠ.ㅠ  해물짬뽕과 소라짜장면, 땅콩아이스크림에 대한 고객님들의 만족도도 그저그랬음. ㅎㅎ 그나마 검멀레 해안에서 모터보트가 우릴 위해선지 괜히 한바퀴 뺑 돌며 동그란 궤적을 남겨주어 뿌듯.

암튼 우도에서 나와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며 내게 가장 시급했던 건 카페인! 아침에 숙소에서 한잔 내려 마시고 오긴 했지만 멀미하는 친구딸래미 신경쓰며 렌터카로 살살 운전하려니 이래저래 스트레스. 진한 커피로 속을 달래고 이제 좀 제대로 걷나보다 싶었더니 성산일출봉을 꼭 가고픈 코스로 꼽았던 친구2가 자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_+ 엥? 친구를 어떻게 혼자 두냐. 그럼 나도 같이 있을까? 하고 나서는 친구1 (역시 걷기 싫었던 것;;) 다행히 (그리고 놀랍게도) 딸래미가 나서서, 아니 카페에 앉아 있을 거면 제주도까지 뭐하러 왔느냐고 ^^;; 해서 얼결에 두 모녀+나만 성산일출봉에 올라갔다 내려옴. 숙소 들렀다가 저녁은 함덕 <다퍼주는 횟집>에서 모듬회+방어특선+산낙지. 역시나 검색했는데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엄청 화려하진 않았고, 나름 배불리 흡족.

마지막날. 11월 20일(토) . 숙소 바로 앞이 함덕해수욕장인데 코앞에서 내다보이는 해변을 결국 한번도 안 걷고 갈 수는 없다며 아침에 친구 딸래미 씻는 사이 나 혼자서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했더니 친구2가 마지 못해 따라나섬. 카페 델문도에서 저녁에 커피 한잔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으나 결국 못함. 이제껏 어떤 여행 멤버든 원래 내가 젤 게으른 편이었는데;; 요번엔 내가 젤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제주도가 아니고 어째 서울 근교로 친구들 모시고 다니는 느낌 같아서;;  

셋째날은 애당초 일단 비워뒀던 일정에 키티아일랜드가 추가된 거라 아침 일찍 서귀포쪽으로 내려갔다. 소노벨제주 로비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입장료 할인해 미리 끊을 수 있음! 스누피가든(여긴 오히려 현장에서 할인받은 듯)처럼 실내외로 전시장이 나뉘고 루프가든도 있고 뭐 그런 줄 알았는데 ㅋㅋ 달랑 건물 하나에 주로 유치원생이나 초등생 아가들이 주고객층인듯 어른들이 우르르 온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도 친구딸래미가 신나서 사진과 동영상을 오백장쯤 찍어달라고 (첫날부터 내가 그녀의 쓸만한 찍사로 선택됨) 해서 열심히 협조했고, 아이가 키티애호가로서 정말로 기뻐하니 우리도 흐뭇.  

11월 20일(토) 아침의 함덕 해변과 키티아일랜드와 새별오름

 점심은 수제피자를 먹었는데 이름 까먹음. +_+ 맛은 괜찮았으나 신발 벗고 들어가는 좌식 테이블이라 좀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서울행 비행기는 6시, 렌터카는 4시까지 반납하기로 한 터라 시간도 넉넉하니 억새밭으로 유명한 새별오름엘 들르자고 즉흥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는데... 막상 주차장에 차를 대니 친구1, 2모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 여기서 본 걸로 충분하다나. 그나마 중학생소녀는 멋진 사진을 더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나와 둘이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경사가 가팔라지는 5분의1지점쯤(정확히는 나도 모름. 총 왕복 시간 대비 짐작만 할 뿐이다) 갔을까, 날아드는 벌레(하루살이)가 많다며 정상까지 가는 건 포기. 에효. 사실 새별오름은 지난번 친구들+친구언니들과 함께 왔을 때도 딱 거기까지만 가고 돌아섰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아주머니들은 왜 그렇게 걷는 걸 싫어하시는지. 째뜬 소녀의 바람을 무시할 순 없으므로 아쉬워하며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제주도에 왔으면 최소한 오름을 2개는 봐야지 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자 괜한 욕망이었던 것. ㅎㅎ

이젠 시간이 너무 붕 떠버리고 말았다. 해서 굳이 서쪽으로 향해 애월해변을 굽이굽이 돌아 바닷가 드라이브를 한 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서 모래사장을 좀 걸을까, 물으면 다들 되셨다고...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 거 싫다고 ㅎㅎ), 렌터카 회사에서 멀지 않은 용두암에라도 갈까 다시 방황 시작. 그러나 고객님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용두암을 가기 전에 현무암 해변을 발견하고 그냥 차를 세웠다. 

뭔가 계속 아쉬웠던 나와 달리, 마지막날은 거의 패키지 제주여행 온 것처럼 알차게도 돌아다닌다며 고객님들 즐거워하심. ㅎㅎㅎ 그럼 되었다! 

일찌감치 렌터카 회사에 차를 돌려주고는 제주공항에 들어갔는데 우와;;; 면세점이며 터미널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쇼핑에 신이난 세 여인들과 달리 나는 그만 혼이 빠져버리고 말았고 ㅠ.ㅠ 먼저 탑승구 앞에 가서 기다리게 있겠다고 슬그머니 달아났다. 거의 산소부족을 느꼈음. 그러나... 주말 비행기는 계속 연착되고 사람들은 바글바글... 결국 7시40분이었던가.. 햄버거로 저녁을 대충 떼우고서야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홀로 가이드에 운전까지 완벽했다며 친구들은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나는 완전 기진맥진. 여행으로 에너지가 차오르는 대신 완전 방전되는 요상한 느낌의 여행이었다.

부디 다음번에 제주도를 간다면 훨씬 더 여유롭게 올레길도 좀 걷고, 한라산도 오르고, 오름도 걷고, 숲길도 많이 다니고 제대로 힐링하고 싶으다. ㅠ.ㅠ 그러려면 이 멤버들과는 취향이 넘 다르다. 이 친구들은 요번에 못간 남서쪽 제주투어를 내년에 다시 계획하겠다고 하심. 중학생소녀와 나의 쿵짝이 너무나 잘 맞았는지, 그 소녀도 단1초의 망설임 없이 또 따라가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성사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진짜로 가게되면 아마 그때도 난 고객님들의 '니즈'에 맞춰 열심히 다니고 나서 투덜투덜하겠지. ㅎㅎ  

아참. 요번에 느낀 점. 1) 제주도 렌터카 전기차 빌리기 그리 쉽지 않다! 가격도 비싸고 제일 먼저 없어짐. 충전소 걱정에 빌려도 되나 좀 걱정했었는데 너무 일찍 알아볼 땐 아예 예약날짜가 안뜨더니 열흘쯤 전에 예약하려니 불가. 아이오닉 한번 타보고싶었는데 아쉬웠다. 꿩대신 닭으로 빌린 렌터카는 소울. 차 괜찮더군. 기록용으로 남기자면 이용한 렌터카 회사는 '제주속으로'  2) 우도에 렌터카도 진입하고 전기차에 자전거에 씽씽이까지, 어휴 정신없어서 길도 좀 헤맸다. 예전엔 아무 어려움 없이 한바퀴 일주했는데 요번엔 막 중간에 길 잃어버리고, 친구 찾아 삼만리하고 ㅠ.ㅠ 째뜬 대여료는 2대 7만원. 3시간이었던가 3시간 30분이었던가. 넉넉하다고 했었는데 점심먹고 헤매고 그러느라 빠듯했음. 우도 땅콩 안 사온 건 후회. 3) 제주 해변 경치는 북쪽보다 남쪽이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거 같다. (하긴 거의 잘 보고 다니지도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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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양양연진 2021. 9. 11. 18:12

귀여운 길냥이 남매/형제/자매(성별 모름 ㅠ.ㅠ) 연진이와 만난지 어제(9월 10일)로 만 세 달이 지났다. 어미냥 양양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연이와 진이만 우리집 창밖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름 우리 사이에도 진전이 있는 듯 해 기쁘다. 척박한 환경에서 야생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간과 넘 친해지지 않아야 옳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연진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버릴 수가 없다. 째뜬 영리한 연진이는 매일 밥 주는 시간이 되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전 9시쯤 사료와 츄르를 담아주는데, 어느날인가 전날 과음으로 내가 좀 게으름을 부렸더니 창밖에서 와다다다 와다다다 쿵쿵 뛰어다니다가 (축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면 쿵 소리가 남) 덜그럭 덜그럭 밥그릇 내팽개치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 미안미안.. 얼른 일어나는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창밖으로 내다보니 본죽 통이 저 멀리 구석에 거꾸로 처박혀 있고, 연이 진이 두 녀석이 나를 딱 기다리고 있었다. (두번째 사진 ^^;;) 영리한 녀석들. 

(티스토리 뭔가 이상한지 사진이랑 본문 편집 잘 못하겠다. ㅠ.ㅠ) 

8월 말즈음인가, 아직도 내가 모습을 보이면 밥 먹다 말고 도망치는 연이 모습 포착함. 위협적인가 아닌가 돌아서서 살피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미묘이신지. 

낚시 놀이기구로 처음 놀아본 날. 연이만 호기심을 보임

축대 위 담장은 어미냥인 양양이가 늘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던 곳인데, 거기가 햇빛 맛집인지 연이 진이도 종종 거기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창문을 열면 귀찮은 듯 눈을 뜨고 달아날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들. ㅎㅎ 미안. 

9월 9일이 한국 고양이의 날이라길래 한참 놀아주기 시도! 첨엔 뚱하게 관찰중. 
진이는 겁쟁이인지 놀이에 관심 없고 연이만 열혈 참여.

깃털 달린 물고기 인형이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인 걸 연이는 알아차린 것 같다. 오늘도 잠깐 같이 놀았는데;; 진이는 올듯말듯 아직도 망설이고 연이는 거침없이 달려들어 탁 낚아챈 뒤, 다시 나더러 들어올리라는 듯 쳐다본다. ㅋㅋㅋ 춤추는 것처럼 나온 연이 사진 넘 귀엽고 예쁘다. 

용인에서 1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캣맘 친구는 밥 주기 전에 이름 부르면 서너마리는 이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연이 진이는 택도 없다. 그냥.. 칩입자 냥이들 피해가며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지난주에 한번 더 집사의 도움으로 검냥성묘 물리쳤는데 다른 고양이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는 듯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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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 해도 스노우캣 블로그에 올라오는 냥이 사진도 무서워서 잘 쳐다보지 못하던 나는 이제 없다. 주변에 반려묘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부터 차츰 익숙해지다가, 아깽이를 입양한 지인네 집에 가서 실물까지 알현하고 나니, 고양이는 무서운 영물이 아니고 (과거 공포증은 모두가 어려서 본 <전설의 고향>과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탓이다!) 키우고 싶지만 역량이 모자라서 그냥 지켜보며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 되었다.

그 때문일까 몇달 전 고양이들에게 집사로 선택되는(선배 냥집사들의 표현이다. ^^;;) 일이 벌어졌다. 중학생들에게 현재 자기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종종 요구하는데, 요즘 내 머릿속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길냥이 가족인 "양양연진" 이 생각이 거의 절반은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2021년 6월 7일부터 시작된 "양양연진"과의 인연을 적어보기로 한다. 

엄청 오래된 다세대주택인 우리집의 구조가 좀 독특해서 집 바로 뒤가 축대이고, 내 방 창문을 열면 아래층 뒷베란다 지붕이 축대와 건물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 초여름 활짝 열어둔 창문 밖에서 아주 가느다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야옹'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어려울 만큼 들릴듯말듯 흐느끼듯 작은 울음소리. 방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아기 고양이 두 마리한테 젖을 물리고 있던 어미 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사실 이 사진은 첫날 찍은 게 아니고 며칠 뒤다. ^^; 첫날엔 당연히 당황해서 서로 숨고 도망치기 바빠 (나는 왜?;;)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너무나도 작은 새끼고양이와 어미냥에게 뭐든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황태포를 잘라 물에 적셔서 마실 물과 함께 내다보며 계속 동향을 살폈다. 그러나 이틀간 냥이 가족은 다시 오지 않았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준 황태포도 그대로였다. ㅠ.ㅠ 나 때문에 보금자리를 떠나 도망친건가 몹시 걱정하며, 혹시 모르니 외출했다 돌아오며 고양이 통조림을 사온 날 냥이 가족은  다행스럽게도 다시 나타났다. 나의 집사생활이 시작된 거다. ^^; 

근엄한 어미냥 양양이

얼른 사료와 츄르를 주문하고 본죽 통으로 사료와 물을 담아줄 식기를 삼아,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었다. 냥이들을 보며 떠오른 대로 이름도 지어주었으니.. 어미냥은 양양, 아깽이들은 색이 연해서 연이, 진해서 진이. 합해서 '양양연진'. 냥이들 사진을 주변에 자랑하면 셋다 미묘라고 칭찬이 자자한데 사실 양양이는 사진발을 잘 안받는다. 표정이 늘 시크하고 뚱해서 ^^; 실물보다 사진이 별로임. ㅋㅋ

처음엔 보기만 해도 하악질을 해대던 양양이는 열흘쯤 지나자 사료 셔틀을 하는 인간임을 대충 짐작했는지, 내가 방충문을 열고 말을 걸며 사료준비를 시작하면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고만 있게 되었다.

 

 

아깽이들은 물론 문여는 소리만 나도 도망치기 일쑤지만 가끔 몰래 접근해서 엄마냥과 함께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거나 축대를 짚고 쭉쭉이를 하는 귀여운 모습도 포착했다. 

얼굴 반쪽에 무늬가 들어간 요 녀석이 바로 진이다.

처음엔 진이가 더 활발하고 잘 노는 것 같더니만... 나중엔 연이가 더 몸집도 크고 잘 돌아다닌다.

21년 6월 17일 비온 뒤 털을 말리고 있는 양양이
미묘의 정석 연이 ㅠ.ㅠ 

비오는 날 비 피할 곳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 같아 스티로폼 상자에 구멍을 뚫고 차양도 덧댄 다음 안에 수건을 깔아주었는데, 수건이 엉망진창으로 접혀 더러워진 걸 보니 애들이 들어가기는 하는 모양인데, 자주 이용하진 않는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암튼 저 안에 사료통을 놓아준다. 

진이 & 연이:  도망치다말고 사랑스럽게 쳐다봄 ㅠ.ㅠ 21. 7. 9. 
드물게 찍는데 성공한 가족사진. 21. 7. 11.
양양이 독사진. 21. 7. 13. 의젓하다
역시 21년 7월 13일 가족사진. 

7월 내내 연일 35도를 넘나들던 폭염 속에서도 연진이는 쑥쑥 자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몸집이 한배 반쯤 커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료를 먹는 양은 점점 줄었다. 입맛이 없는 건가 병이 난 건가 염려했더니 집냥이들도 그런다는 듯해서 조금 마음을 놓았으나... 똑같은 사료 양을 주어도 이틀이나 갈 정도로 먹는 게 시원찮은 것 같았다.

그러다 이유를 깨달았다. 양양이가 사라져버린 거다. 고양이 기척만 나도 내다보기를 며칠이나 반복했으나 늘 연이와 진이 뿐... 양양이는 아깽이들을 버리고 떠난 것 같았다. 

 엄마냥의 부재를 내가 확실하게 인지한 건 8월 1일. 아직 어리고 연약한 새끼들을 두고 양양인 어디 간 걸까, 얘들이 벌써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잠깐 어딜 다니러 간 걸까... 걱정스러워서 밤에 잠이 다 오질 않았다. 

이 왼쪽 사진이 바로 8월 1일에 찍은 것. 

고아가 되었다고 느껴서 그런지 둘 다 표정이 불안하고 측은해보인다. 처음과 달리 진이는 겁이 엄청 많아서 가까이 오는 일도 거의 없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달아난다. 사료를 줄 때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연이 혼자일 때가 많았다. 해서 나는 또 진이가 어디 병이 난 건가, 다른 길냥이한테 공격을 당한 거나 아닌가 별 걱정을 다하게 되었다... ㅠ.ㅠ 

 

 8월 10일 홀로 나타난 연이

 

간간이 나타나는 침입자 고양이 때문이었는데, 급기야 8월 17일 새벽 5시 반. 창밖에서 요란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짝짓기때 우는 소리와는 또 다른 뭔가 급박하고 공격적인 울음소리였다. 무더위 탓에 창문을 활짝 열고 잔 터라 후다닥 잠이 깬 나는 달려가 뒷 베란다 창문을 확 열어보았다. 축대와 아래층 베란다 지붕 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미친듯이 울어대고 있는 검은 무늬 성묘 한 마리!

아니 이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내가 나타나 위협하자 녀석은 줄행랑을 쳤지만 성묘답게 멀리 떨어져서 계속 노려보는 것 같았다. 잠을 자는둥마는둥... 무슨 기척만 들리면 창밖을 내다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연진이는 만 하루 동안 모습을 감추었고 사료 주는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츄르를 듬뿍 부어주면 금방 냄새 맡고 나타나는 녀석들이 한밤중이 되도록 사료를 멀리하다니. 난 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다음날 연이와 진이는 다시 씩씩하게 사료를 먹으러 나타났고, 오늘도 침입자 고양이의 공격 시도가 있었으나 내가 쫓아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녀석도 꽤나 예쁜 길냥이인데;;; 양양연진이 구역이라 내가 지켜주는 수밖에 없다. 뒷 마당에 사료를 부어준 적도 있는데 그건 또 입도 대지 않았다. 양양연진이가 사는 곳이 아늑해보여서 빼앗으려는 걸까. 어휴. 연진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연약해서 성묘의 공격으로 다치거나 쫓겨나게 될까봐 걱정이다.

두달 넘게 자랐는데 너희 언제 성묘 될래... 엄마 양양이는 돌아오라 돌아오라! 인간지킴이는 아직 두 아깽이 보호에 자신이 없단 말이다. 흑흑. 어쟀거나 오늘도 수북하게 사료를 담아주었다. 

21년 8월 21일 바로 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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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15일까지 밤차로 떠나 1박 3일. 코로나 상황에 자랑할 건 아니므로 사진만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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