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22.04.07 사울 레이터 사진전
  2. 2020.10.02 시든 꽃 1
  3. 2020.05.08 연어 덮밥 3
  4. 2020.04.02 2020 벚꽃일기 1
  5. 2019.04.08 2019 집앞 벚꽃 2
  6. 2018.07.24 금원당 따라 걷기 1
  7. 2018.05.14 잉여생활 7
  8. 2018.05.07 다시 아까시꽃의 계절 4
  9. 2018.01.30 취미 자수 시작 5
  10. 2017.12.31 2017년 4월 29일(토) - 피코리베라 & 패서디나 4

22년 4월 6일. 친구들과 사울 레이터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나에겐 완전히 금시초문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였으나 이미 전시를 보고 온 지인들이 되게 '힙한' 전시이며 공간도 색다르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볕 좋은 봄날 나들이로 딱이로군 하며 마음이 설렜다.
원래는 겨울에 어울리는 전시였던 모양으로, 옥상에서 빨간 우산 쓰고 눈내리는 풍경 찍은 인증샷을 많이 보기도 했는데 인기가 높아 5월말까지 연장 전시를 결정한 모양. 회현역 3번출구에서 189미터였던가 무척 가까우나 길을 잃기도 쉽다고 하더니만 쉽게 건물을 만나긴 했는데, 우리보다 앞서 계단을 올라, 후문인 듯한 나무 문을 밀어본 관람객1이 잠겼다고 하는 말에 허걱. 예약시간 이외엔 잠가두나 좀 난감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 미닫이 문이었어! ㅋ
후문은 지하에서 들어가도록 되어있고, 남산순환도로 백범광장 쪽에서 접근하면 차로도 접근 가능한 정문과 카페가 보인다. 암튼 우린 뒷문으로 들어가 약간 어질어질한 금속 통로(바닥 뚫린 길 싫어함)를 지나 건물 앞마당으로 향했다.

건물 옆면? 앞면에 붙어 있는 대형 포스터. 그러나 나에겐 너무나도 눈에 거슬리는 부제! 인노그레이트허리. ㅋㅋㅋㅋ 미치겠다. 저걸 왜 굳이 한글로??

나처럼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든가, 아니면 전시 기획하는 쪽에서도 민망했는지 티켓엔 부제가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로 바뀌어 있었고, 건물 정면에도 같은 문구가 보인다. 저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가 진짜 유혹적이었는데;; 전시를 12시에 예약한 관계로 점심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서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 점심 이후 커피 마실 집을 찾다찾다 들어간 곳에서 대실망한 이후, 피크닉 카페의 커피 맛은 과연 어땠을지 선망과 궁금함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나름 '핫'한 곳인듯 카페만 다니러 가는 사람들도 있나보다.

작가가 작품 제목을 붙이는 방식이 어찌나 독특하신지, 계속 제목 맞히기 내기를 하듯 짐작해보면 다 틀렸다. 내 눈에 주제로 보였던 피사체가 제목이 아닌 경우 많아서 제목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 이 작품은 아마도 (검은) 캐노피? 가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ㅎㅎ 무섭게 사진 찍는 내 모습이 반영에 잡힘. 

우리의 시선을 강탈했던 "주근깨 소녀" 그래도 이 제목은 무난히 맞힘 ㅋ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남산 풍경이 엄청 멋졌는데, 사진엔 확실히 감흥이 다 안담긴다. 케이블카 지나가는 것도 보이고...
한쪽 옆으로 마루를 깔아 놓고 남산방향으로는 큰 창을 내놓아 그리로 바라보이는 나무들과 풍경도 딱 "차경"으로 완벽한 공간 같았음. 건물 자체도 하나의 건축 예술품이구나 싶긴 했으나, 친구 하나가 다리가 좀 많이 불편했는데 4층까지 미로같은 전시를 보며 계속 땀 뻘뻘 걸어 오르는 수밖에 없었고, 역방향으로는 관람 불가라고 해서 약간 빈정 상했다. 난 전시 한바퀴 다 돈 다음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오래오래 보다 나오는 걸 좋아하는데 쩝...
게다가 역방향 관람이 안되면 4층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어쩌라고, 싶었더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아니 그럼 다리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관람 동선도 감안해야하는 게 아닌가???!!! 요즘 가뜩이나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꼴보기 싫어 죽겠는데, 단순히 지하철과 버스 이동도 어려운 마당이니 전시장 편의시설이야 오죽할까. 나중에 친구 다리가 더 불편해져서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면, 함께 하는 문화생활은 극히 제한되거나 불가능하리라는 게 화난다. 최소 5년간은  세상이 약자들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진 못하겠지 생각하니 참 슬픈 일이다. 그래도 계속 싸워야겠지만...

옥상 공간엔 갖가지 식물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음. 조팝나무 꽃도 피고!

 

모르는 새 친구가 찍어준 내 뒷모습 공연히 마음에 든다. 난 새싹이 돋아난 느티나무를 찍고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기능 이상해져서 레이아웃이 엉망이다. ㅠ.ㅠ )

 

바빠서 놀면 안되는 일정 속에 에라 모르겠다 나가 놀았던 거라 심신이 편치않고 마음 한구석이 계속 괴로웠지만 그래도 계절의 여왕은 봄이구나 실감하며 봄볕에 달구어진 등판이 잠시라도 따사로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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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아픈 손가락 2020. 10. 2. 18:58

간만에 리시안서스 한다발을 사다가 꽂아두고 하도 예뻐서 연일 감탄하고 있다. 주로 식탁에 놓아두고 밥 한숟갈 먹고 씹으며 쳐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데, 희한하게도 엄만 나와 계속 시각이 다르다.

원래도 엄만 꽃을 좋아하면서도 '절화'를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으신다. 생명을 똑 잘라 죽여서 꽃아놓기 때문이란다. 불자의 마음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예쁜 꽃 좀 곁에 두고 보려고 사온 나로선 좀 심술이 난다.

이번에도 신이 나서 꽃다발을 꽂아두고 이쁘지, 이쁘지? 묻는 내게 엄만 대뜸 "꽃이 꼭 조화같다"고 대꾸했다. +_+ 꽃도 잎도 모두 조화처럼 생겨서 신기하다고. 시니컬하시기는...

리시안서스가 좀 하늘하늘한 꽃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리어카 좌판에서 산 거라 덜 싱싱했는지 사온지 사흘째부터 한두 송이씩 좀 말라가며 시들기 시작했다. 난 가끔 시든 꽃도 거꾸로 말려 오래 두고보는 인간인지라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엄만 연일 가위를 들고 시든 꽃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내 눈엔 아직 멀쩡해보이는 꽃도 꽃잎 가장자리가 말랐다며 어서 잘라버려야겠다고. 아니 왜?!

오늘로 닷새째.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이나 시든꽃을 솎아낸 꽃은 처음 저날보다 거의 3분의 1은 줄어들었는데;; 오늘 저녁 식탁에서도 엄만 밥을 먹는 내내 매의 눈으로 또 잘라버릴 꽃을 찾는 눈치였다. 아 놔 진짜! 아직 다 멀쩡하구만. 엄마, 그냥 제일 싱싱하고 예쁜 꽃만 보면 안돼? 왜 예쁜 꽃 놔두고 계속 시든 꽃만 쳐다봐요?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누가 우울증환자 아니랄까봐! 설마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 거야? 

사과를 한 상자 두고 먹을 때 썪은 사과부터 먹는 사람과 제일 잘 익고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이 있다나 뭐라나, 그게 삶의 태도일 수도 있다는 우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썪은 사과는 물론 미리 다 골라내 멀쩡한 사과를 보호해야겠지만... 좋은 거, 맛있는 걸 늘 제일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끼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다. 그러다가 다 썪히기 십상이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을 때도 엄만 젤 덜 단 과일부터 먹는다. 예를 들면 방울토마토, 사과, 참외 등의 순서. 먼저 단 과일을 먹으면 다음 과일은 맛이 없어진다나. 의도적으로 노력을 했던건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나는 제일 먼저 좋아하는 과일을 먹는다. 새콤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므로 사과, 참외, 토마토의 순이기 쉽다. 달지 않은 토마토를 맨 마지막에 먹어야 입가심도 될 것 같고. 

우울증 환자의 특징인지, 아니면 없이 산 기억이 있고 아끼는 것이 생활화된 구세대 여성의 특징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반찬을 앞두고도 엄마의 태도는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내가 기껏 솜씨를 부려 새로 만든 메인 요리를 앞에 두고도 엄마의 첫번째 젓가락질은 '없애버려야 할' 오래된 반찬을 향하기 일쑤다. "저거부터 다 먹어치우자"라는 논리인데, 어차피 그게 마지막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냥 새 반찬은 좀 아껴야겠다는 심리일까?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지 반찬도 눈앞에 있는 것만 공략하는 느낌이라 요샌 아예 식판처럼 큰 접시에 반찬 할당량을 정해 밥과 함께 담아드린다. 그러면 또 군말없이 새 반찬부터 드시는 걸 볼 수 있다. 

울 엄만 정말 연구대상이다. 나로선 아무리 탐구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명절을 앞두고 엄마 친구들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을 때, 엄마의 대꾸방식도 참 여전하다. 엄마 친구분들은 병든 엄마를 오래전부터 챙기는 나를 대견해하고 칭찬하시는데, 엄만 맞장구를 치다가도 곧바로 딸 흉을 본다. 소곤소곤 뒷담화가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니 듣건말건 상관없다는 태도다.  "맞아, 내가 딸 때문에 사는 거지. 쟤 없었음 벌써 죽었겠지. 근데 쟤가 성질이 드러워서 나랑 맨날 싸워. 잔소리가 말도 못해..."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매번 대꾸가 똑같다. 저렇게 자기 의견에 솔직한데 왜 우울증이지 싶을 때도 있다. 저것도 방어기제인가?

암튼 난 하필 시든 꽃만 유심히 바라보고 매번 썩은 과일부터 골라 먹는 그 비관적 태도에 물들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중이다. 내 눈에 꽃은 대체로 시들어도 예쁜데.  드라이플라워도 있구만요. 남은 것중에 제일 맛있는 사과를 골라 먹으면 매번 끝까지 제일 맛있는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낙관론, 눈 가리기 아웅이라도 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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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덮밥

식탐보고서 2020. 5. 8. 20:59

 

어버이날 행사는 늘 주말에 미리 당겨서 동생들과 모여 밥을 먹지만, 정작 당일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지나기가 좀 그래서 어차피 먹는 밥이지만 또 한번 메뉴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해서 작년 어버이날엔 스테이크를 구워 곁들이 채소와 함께 접시를 채웠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다음주 채혈을 앞두고 있어서 최소 일주일간은 나름 눈가리고 아웅 건강식으로 열량을 제한하는 중이라 가벼운 메뉴로 연어덮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칭찬에 워낙 인색하신 엄마가 맛있다 맛있다 여러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 처음 만들어본 거라 간이 어떨까 걱정했는데 간도 딱 맞았기에, 다음에도 참고하려고 여기에 기록해둔다. 

그리고... 마트에 나간 김에 카네이션도 사왔는데 ㅠ.ㅠ 아이비랑 카네이션을 예쁘게도 섞어 잘 키웠네 생각하며 들고 와보니 꽃은 조화였다. 나 원 참. 그 옆에 카네이션만 있는 화분도 있었는데 꽃이 별로 안 예쁘길래 탐스러운 것으로 골랐더니 럴수럴수 이럴수가. 눈이 삐었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재료: 생연어 200g(2인분), 양파 1/4개, 다진 마늘 약간, 간장 1과 1/2숟갈, 참기름 1숟갈, 설탕 1티스푼, 고추냉이 약간, 후추, 요리술, 달걀노른자, 무순

 

1. 생연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오미자요리술에 담가 10분쯤 냉장고에 넣어둔다.

2.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에 간장, 설탕, 참기름, 고추냉이, 후추를 넣고 휘휘 젓는다.

3. 재웠던 연어를 건져 요리술을 잘 짜낸 뒤에 양념장에 버무린다.

4. 뜨거운 밥은 좀 식혀야 한다고 해서 그릇에 미리 담아 더운 기운을 뺐다. 담아놓은 밥 위에 양념한 연어와 무순을 올리고 맨 위에 달걀노른자를 얹는다.

5. 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비벼 먹으면 됨. 

연어보다 달걀노른자가 주인공처럼 나왔다. ㅋㅋ 연어를  칼로 길쭉하게 잘랐지만 결국 비빌 땐 가위로 더 잘라드려야했다. 다음엔 깍둑썰기로 해야지. 내가 찾아본 레시피엔 부추나 쪽파를 넣으라고 했는데, 마트에 가보니 너무 거대한 양을 사기 꺼려져 내맘대로 무순을 넣어봤는데 완전 딱이었다. 다음엔 무순을 더 많이 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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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벚꽃일기

투덜일기 2020. 4. 2. 13:49

서울에도 다른해보다 벚꽃이 훨씬 일찍 피어 만개했다는 뉴스를 한참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서북권인 우리집은 확실히 좀 늦었다. 그래도 작년 포스팅을 찾아보니 일주일에서 열흘은 빨리 핀 게 맞다. 작년엔 4월 8일에 기록을 남겼음.

바로 아래 사진은 팝콘 터지듯이 꽃들이 팍팍 피어나기 시작하던 월요일 3월 30일의 모습이다. 계속 날씨도 화창하고 하늘도 파랗고 사진으로만 보면 더할나위 없이 꽃놀이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인데... 역병시국이기도 하고 마감중이기도 하고, 마음은 바빠도 잠깐씩 베란다 문 열고 나가서 나가서 구경했다. 

 

그러고는 이틀 뒤인 어제. 만우절날의 벚꽃. 집이 동향이라 벌써 해 방향이 넘어가 첫날 점심 먹고 찍은 사진이 우중충했던 게 아쉬워 이날은 오전에 좀 부지런을 떨었고, 끄트머리에 봉우리가 좀 남았어도 젤 예쁘게 찍힌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가지 맨끝 봉오리까지 다 피었으나... 벌써 맨 처음 핀 꽃들은 다 떨어져 휘날리기 시작했다. 마당 한 가득 하얀 꽃들이 깔려있다. 

좀 더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다하면 더 예쁘게 찍을 수도 있겠으나 ㅎㅎㅎ 이미 어제 최고의 작품을 건졌다고 생각하니 막 난사하게 됨. 이렇게 잔인한달 4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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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집앞 벚꽃

투덜일기 2019. 4. 8. 11:52

작년엔 블로그에 벚꽃일기 포스팅을 안했더군. SNS에만 자랑했던 모양이다. 암튼 작년엔 4월 4일에 만개했다고 선언을 했었는데..

올해는 오늘 날짜로 만개했다고 봐야하나 내일로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사이에 너무 추웠던인지 가지끝엔 아직 꽃들이 덜 피었는데도 마당 한 가득 꽃잎이 떨어지는 중이다. ㅠㅠ 벚꽃의 탐스러움도 작년만 못한 것 같고...​

​하지만 뭐;; 며칠 전에 석촌호수 벚꽃축제 시작날 가서 본 벚꽃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는 두 그루 벚나무가 훨씬 아름답다. 

살구꽃(꽃자루가 없어 가지에 딱 붙어 핀다)



벚나무보다 일주일쯤 먼저 피기 시작한 살구꽃은 이제 막 꽃송이째 떨어져내리는 중인데;; 올해는 살구가 확실히 해걸이를 할 모양이다. 나무가 죽어가는지 아예 꽃이 피지 않은 가지도 많고 꽃도 성글성글... 그래도 이렇게 봄날이 아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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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당 따라 걷기

놀잇감 2018. 7. 24. 18:13

역시나 시간이 막 남아돌던 시기에 양성평등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강의를 좀 들으러 다녔다. ^^; 거기서 따라간 답사지가 또 나의 나와바리나 마찬가지인 홍지문과 세검정, 백사실 계곡, 부암동이었다. 

금원당은 1817년에 원주에서 태어나 14살의 나이로 부모의 허락을 받아 남장을 한 채, 제천 의림지, 단양팔경, 금강산, 관동팔경, 설악산, 한양을 유람했던 조선시대의 놀라운 여성 여행가란다. 세상에나... 그 옛날에! 꽤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음은 틀림없으나, 이름은 알 수 없고 '금원'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세상에 이름을 날릴 것일랑 단념을 하고 분수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일종의 여행기인 <호동서락기>에 담긴 호방한 글이다. (이 책의 한문 번역은 <강원여성시문집>에서 옮긴 것이라고 하니 나 역시 출처를 밝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물론 반나절 만에 금원당의 여정을 다 따라갈 순 없는 일이고 한양 나들이를 했을 때 걸었던 창의문밖 여행 행적을 좇았던 것인데;;; 그간 다 가본 곳이었어도 새삼 느낌이 다르고 놀라웠다. 겨우 열넷, 열다섯 살에 전국이나 다름없는 조선의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느껴 열여섯 살에 스스로 관기가 된 조선 여인. 20대 중반엔 양반의 소실이 되어 다시 관서지방을 여행했고, 한양으로 돌아온 30세 무렵엔 유명한 문인 선비들과 삼호정 시사모임을 하며 교류했다고 한다. 34세때 드디어 여행기인 <호동서락기>를 쓰고 37세에 사망. 

제주 거상 김만덕이 임금에게 청해 금강산 유람을 했던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조선 시대 '한미한 집안'의 십대 소녀가 금강산, 설악산 유람이라니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우린 왜 입때껏 이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걸까? +_+

​탕춘대성의 출입문인 바로 이 홍지문 앞에서 읊었을 법한 금원당의 여행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산이 몹시 험준한데 성가퀴가 견고하다. 이것이 바로 북한산의 성지이다. 계획에 빈틈이 없고 일을 도모함에 그 뜻이 크고 치밀하여 선왕께서 뒤의 자손들을 위하는 까닭을 여기에서 우러러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세검정에서 백사실 계곡으로 오르던 길에 자리잡았던 사찰. 19세기 초에도 있었다는 것 같다.너럭 바위가 어마어마..

​이날도 꽤 더웠는데 푸르른 녹음과 깨끗한 백사실 계곡의 물소리가 참으로 좋았다.​

얼마전까지도 부암동 답사때 여기가 백사 이항복의 집터라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때 소풍왔던 곳이기도 하다! ㅋㅋ) 뭔가 더 기록이 발견되어 추사 김정희 별장터로 밝혀졌단다.

풀이 무성한 연못엔 물에 발처럼 드리워졌을 정자의 주춧돌 기둥만 남아있다

부암동 어느 지붕과 들장미가 예뻐서무슨 드라마에도 나왔던 집이라는데 이런 나무 질감 넘 좋다

저 멀리 백악의 한양도성이 보이고...


부암동 언덕 어디쯤.. 아마도 카페였던 것 같은 한옥집들의 아리따운 자태.. (저 노란꽃 이름이 '루드베키아'라고)

마지막으로 창의문에서 답사를 마쳤다. 숭례문이 불타 복원되면서 자하문으로도 불리는 창의문(북소문)은 ​한양도성의 대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화재다. 창의문 문루 천장에 있던 이 그림이 뭐였더라. +_+ 봉황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ㅋㅋ 까먹었다. ​

지난번 여러 화가들의 총석정 그림을 보며, 겸재의 금강산전도를 보며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나도 꼭 한번 금강산 구경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금원당 행적을 따라 걸으며 그 마음이 새삼 굳어졌다. 나름 '등산인'으로서도 금강산은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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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생활

놀잇감 2018. 5. 14. 10:59

보통 사진이 들어가는 내용은 휴대폰으로 사진만 먼저 올려놨다가 텍스트는 나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넣고 포스팅을 완성하는데;; ㅠ.ㅠ 일 없다고 컴퓨터를 아예 멀리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완성되지도 않은 포스팅을 공개하다니 창피하도다.. ㅎㅎ 그럼에도 계속 컴퓨터 전원조차 켜지 않는 게으른 나날을 며칠 보내고 이제 겨우 긴 메일을 써야해서 자리 잡고 앉았다. 

비공개로 차곡차곡 쌓아둔 포스팅 갯수가 꽤 되는데;; 영화나 전시, 책 본 후기는 아무래도 좀 더 공들여서 생각하며 써야하니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다. 노상 침방나인 같은 자수 포스팅이나 하고 있으려니 그 또한 민망하여 저어하였으나 노출된 김에 또 핑계삼아 자랑질을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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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폭발로 인해 틈틈이 이어지는 취미생활의 기록이다. 아마 손목과 팔꿈치가 아프지 않다면 며칠에 하나씩 뭔가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으나, 하루이틀 빡세게 바늘을 쥐고 나면 손가락마디까지 죄다 뻣뻣해져서 그나마 다행히 쉬엄쉬엄 하고 있다. 


​나름 작품 완성 순서대로 설명해보자면...

1. 컵받침


음력 1월이었던 작은올케 생일 선물로 만든 작품이다. 자수책을 보며 본인이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랐고, 브로치 같은 건 잘 안하고 다니니 실용적인 컵받침이 좋겠다고 주문했다. 

뒷면엔 퀼트용 천을 골라 꿰맸더니, 친구가 뒷면이 더 예쁘다는 망언을 하며 약을 올렸다. 프린트 원단이 더 예쁜데 고생되게 이런 짓을 뭣하러 하느냐고.. ㅋㅋ 

그러게... 손자수, 손뜨개, 손바느질... 요즘 같은 디지털, IT 최강 시대에 왜 이런 아날로그 회귀성 노동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뭐...내눈엔 이게 더 예쁘니까? ^^*

나름 생일선물이라고 리본으로 묶어 포장해 건넸더니, 생일 주인공은 아까워서 어디 컵받침으로 쓰겠냐며 벽에 걸어놔야겠다고 했다. 아니 그럼 안 되지! (오른쪽 아래는 재단이 잘못돼서 크기가 좀 다르고 정사각형 아니라고 클레임 들어왔었다;; ㅋ)

얼마간 걸어뒀다가 컵받침으로 쓴다고 하더니만 요샌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컵받침으로 첫작품이었는데, 컵을 올려두려면 무늬를 가장자리쪽으로 작게 넣어 컵을 올려도 자수가 보이도록 하는 도안을 써야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치만.... 난 계속 우길란다. 컵받침도 가운데 무늬가 더 예쁘다! ​

집에 가서 이렇게 걸어두었다고 보내온 인증샷이다


2. 꽃 브로치

장미와 수국을 표현한 건데 그래보이나? ^^;


​이건 전작에 이어 음력1월 마지막날 생신이었던 울 왕비마마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꼬물꼬물 노상 자수를 놓고는 있는데 막상 당신에겐 하나도 선물을 안해드려 속으로 좀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마침 생신도 돌아오겠다, 얼른 브로치를 수놓았다. 왕비마마 취향에 맞게 분홍분홍, 보라보라한 느낌의 장미와 수국.

여기저기 달아보다가 니트 조끼에 가장 잘 어울린다며 몇번 하고 다니셨더랬다. 









1, 2번 선물은 같은 날 증정식을 했으므로, 포장 완제품(?)도 함께 찍어봄



3. 이니셜 브로치


한달동안 동거하고 있던 친구가 1, 2번 선물 제작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 게다가 또 3월말 출국 바로 다음주가 생일이었으니 하나 작품을 만들어주겠다고, 뭐든 골라보라고 호기롭게 자수책을 들이밀었더랬다. 

허나 친구는 고생스럽게 뭘!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식이었다. 그럼 내 맘대로 젤 쉬운 꽃브로치 하나 만들어준다고 협박했더니 팬심 폭발하여 '그분'의 이니셜을 새겨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ㅎㅎ 그분이 사인할 때 덧붙이는 옆으로 뚱뚱한 하트까지 나름 도안도 팬클럽을 여기저기 뒤져서 새기고 꾸며 선물했다. 

자수실을 완전히 구비하지 않은 때라... 이제보니 잔잔한 꽃색깔이 좀 더 다채로웠으면하는 마음이 있네그려. 암튼 이 브로치는 친구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4. 별자리 컵받침

아주 수월하고 시간 덜 드는 단색 도안을 골라 또 다시 꼼지락꼼지락 만들어본 컵받침 세트. 

열심히 다렸더니 번떡번떡 ㅋㅋ

이 또한 크기가 살짝 제각각이다. 아 몰랑. 공산품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모서리 꿰매서 뾰족하게 뒤집기가 만만칠 않았다. 핑계라면 앞뒤로 제법 두툼한 리넨천을 붙였더니만... ㅎㅎ


5. 꽃 브로치 again


엄마한테 만들어드린 장미꽃 자수를 분홍바탕에 놓아본 것. 이십대부터 입때껏 핑크공주로 살고 있는 후배를 위해 고른 배색이다. ^^; 

근데 이런 꽃자수 브로치는 나 같은 사람이나 좋아라하지 개인적인 스타일상 막상 받고도 처치곤란으로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코백 같은데나 달면 모를까... 근데 또 딱 떨어지는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에코백 패션을 모른다! ㅋㅋ








6. 자수 손수건

마지막으로 주문(?)받은 선물이다. 설날에 모였을 때 큰올케는 손수건용 자수 도안을 골랐다. 원래는 파우치에 놓인 꽃다발이었는데 자수 손수건을 갖고 싶으시다고...

해서 지난주 생일에 맞춰 완성하느라 다시 손수건이랑 실을 더 사러 동대문에 다녀온 후에야 마무리된 작품. 레이스까지 달려있는 자수용 손수건을 찾으려 발품을 꽤 팔았으나 못 구하고 ㅠ.ㅠ 오버로크 처리된 1500원짜리 손수건을 사와 가장자리를 홈질로 꿰맸다. 자수가 아까워서 그냥 놔둘 수가 있어야지!

원본사진과 비교샷 ^^

원본은 바탕이 베이지색이라 꽃봉오리가 흰색이지만, 흰바탕인 손수건인지라 연노랑으로 바꿨고, 주인공의 주문대로 선물받을 이의 이니셜도 새겨넣었다. 내가 해놓고도  계속 감탄하며 사진도 여러장 남김 ㅋㅋ

원래는 한쪽에만 꽃다발을 수놓을까 했으나...

반대편이 넘 심심할까봐.. 그리고 또 나의 이니셜도 어딘가 남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 전문가의 도안을 따라한 게 아니고 내 맘대로 배열해놓고 막 예술가적 감수성 폭발했다고 자뻑모드.. ;-p





마지막 완성 포장샷까지... ㅠ.ㅠ 

결국 이 작품을 끝내고선 이틀간 손목과 팔꿈치에 파스를 붙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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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꽃과 나무 전문가샘들께 들으니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가 맞단다. 서양이름 아카시아는 열대 원산지인 다른나무라는 듯. 아무튼.. 어느새 갖가지 나무의 연둣빛 이파리 색이 점점 진해가는 가운데 달콤한 향기가 동네를 진동하는 계절이 왔고... 외출하려고 언덕길을 내려가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꽃송이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해 휴대폰을 꺼냈다. 작년에도 아까시꽃 개화기록을 블로그에 했던가 안했던가. +_+a 아까시꿀 따는 거 딱 하나 용도 이외엔 토양에도 숲의 식생에도 죄다 도움 안되는 '나쁜' 나무라고 하지만 그래도 예쁘고 향기로워 나는 좋아할란다. 동네 축대 위, 시멘트 길 옆에서도 안죽고 씩씩하게 자라면 제 몫은 다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잎줄기 하나 따들고 가위바위보 하면서 누가누가 많이 따나 내기할 친구가 바로 곁에 없는 것이 다만 섭섭할 따름이다.


나름 정사각형으로 자른다고 잘랐는데 똑같이 못 잘랐구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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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자수 시작

놀잇감 2018. 1. 30. 01:00

내가 충동적으로 자수를 해볼까 생각했던 적은 전에도 몇번 있었다. 공주였던가 어느 약선밥상 밥집에서 수제 자수브로치를 팔고 있었는데, 진짜 간단한 꽃 수놓아놓고 막 만원 만오천원...(비싸다면서 결국 샀다 ㅋㅋ) +_+ 인건비를 감안해야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텐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들어보면 그냥 사는 게 차라리 싸다는 걸 절감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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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인 토요일. 매일같이 호텔 조식을 챙겨먹던 습관을 깨면 안된다면서 ^^; 친구는 전날 마켓에서 사온 버터식빵을 굽고 달걀 프라이 한개를 곁들여 커피와 함께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원래는 친구 부모님 댁에 들러서 인사도 드리고 가져간 홍삼 선물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쿨한 어머니께서 오지 말라고 전화를 하셨다. 몸이 좋지 않아 손님 맞을 형편과 기분이 아니라고... 친정 엄마랑 만나면 괜한 잔소리 듣는 게 일이라면서 친구 S도 차라리 잘됐다고 했다. 물론 사실 나도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는 거 부담스럽고 싫었다! 만세이~ ㅎㅎ

더욱 여유로운 아침 시간... 전날 돌려두고 잔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 말린 뒤 차곡차곡 개며 벌써부터 슬슬 돌아갈 짐가방을 쌌다. 외출해서 종일 돌아다니고 밤중에 들어오면 짐 챙길 시간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

이날의 일정은 일단 S의 LA 친구들이자 나와도 안면이 있는 J님의 집들이에 가는 것이었다. 각자 먹을 것을 한두 가지 담당해 싸가지고 가는 식이었는데, 친구S는 워낙 요리와도 담쌓은 데다 전날까지 빡세게 서부일주 로드트립을 하고 온 걸 감안하여 디저트와 과일을 '사가기로' 담당했었다.

행선지는 그라나다힐스애서 LA를 거쳐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야하는 피코 리베라. 주말이라 차가 안막히면 4,50분쯤 걸리는 곳이란다. 

화창하고 구름 한점 없는 날씨! 드디어 하늘색 미니의 뚜껑을 열고 좀 달려보기로 했다. 미친년 꽃다발처럼 너풀거리는 머리칼과 볼살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일종의 실험? ㅋㅋ

이날 찍은 미니 시승 사진을 여행기 첫편에도 올렸었지만 ^^; 암튼 속도계에 보이듯이 시속 2,30킬로미터까지만 뚜껑 열고 달리기에 적당한 느낌이었다. 시속 40킬로미터를 넘어서면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근데 또 너무 차가 빨리 달릴 땐 바람의 저항 때문인지 뚜껑을 덮는 게 불가능하단다. 로컬(지방도로의 의미?)에서 기분 낸다고 뚜껑 열고 달리다 어리바리 닫을 때를 때를 놓쳐 그대로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꼼짝없이 목적지까지 미친바람을 맞으며 가는 수밖에 없다고... ㅎㅎ

친구가 이미 겪어본 일이라나. 해서 우린 고속도로 진입 전에 얼른 뚜껑을 닫고 음악을 틀었다. 으음.. 미니를 장만한다고 해도 난 원래 컨버터블을 살 마음이 없었지만, 컨버터블이 아니어도 장거리 고속도로를 달리는 용으로 만들어진 차는 아니란 걸 완전 실감했다. 승차감이 어찌나 나쁜지! 게다가 뒷좌석은 또 얼마나 좁은지! ㅋㅋㅋ 예쁘니깐 다 용서가 되는 차이긴 하지만, 클래식하고 귀여운 외관과 달리 운전하는 느낌도 꽤나 육중하고, 일단 내 형편으론 한국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이때를 기점으로 미니쿠페는 나의 (현실을 감안한) 드림카 목록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ㅠ.ㅠ

LA를 지났을 때쯤이던가... 고속도로에서 배트맨이 탔을 성 싶은 길쭉하고 희한한 차 발견! 그러나 워낙 빨리 슝~ 지나가버려 제대로 못찍었다. 미국 고속도로에선 생김새도 색깔도 워낙 다양한 자동차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맥퀸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카> 주인공들이 막 도로에서 돌아다녀! ㅎㅎ

J님의 타운하우스엔 우리가 1착으로 도착. 한국에서 공수한 조각보와 커튼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집구경에 나섰다. 한국도 타운하우스가 유행이지만... 나도 능력이 된다면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독립성이 혼합된 타운하우스에 살고싶다. ㅠ.ㅠ 

곧이어 도착하신 분들이 한아름씩 안고 온 음식 덕분에 화려하고 어마어마해진 잔칫상을 보라! +_+ 이 중 떡볶이와 김밥만 '사'가지고 온 것이고 나머지는 다 손수 놀라운 솜씨로 만들어 온 음식들이다. 정말.. 배가 찢어지도록 과식을 했다. 친구 S는 넘 느끼하다고 괴로워했지만 내 입엔 해산물 크림 파스타가 단연 최고! 느무느무 진하고 맛있고 푸짐했다. ㅎㅎ

맛있는 두 종류 김치부터 시계방향으로... 해산물 크림 파스타, 떡볶이, 도토리묵 무침, 잡채, 김밥, 오징어 및 야채 튀김의 순이다. 내가 찍은 사진 아님 ^^;;

우리가 사간 케이크는 결국 꺼내지도 못했던 디저트 테이블...

예쁜 약식 또한 C님이 손수 만들어오신 것인데... 한국서 날아온 나 때문에 죄다 특별히 좀 더 신경을 쓰셨다고 해서 감동을 받았다. 내가 뭐라고;; ㅎㅎ 

배가 너무 불러서 거의 각자 여기저기 소파와 식탁 의자에 널브러져 괴로워하던 차.. 우리는 언니들의 호출을 받았다. 두 언니는 <라라랜드>에 나온 명소인 해변과 시장(?)을 돌아보고 쇼핑도 하며 하루를 보냈으니, 출국 전날 저녁은 다시 또 다 함께 만찬을 즐겨야하지 않겠냐는 것. 암요, 그래야죠. 

LA 시내 E언니 집에 친구의 차를 세워놓고 다시 넷이 한 차로 옮겨타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LA 바로 옆에 있는 올드 패서디나. 쇼핑가와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있는 나름 관광지? 고급 부티크도 있고, 일반 쇼핑몰도 많은 거리엔 여행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아시아인들이 특히 바글바글거렸다. 

큰 길에서 발레파킹을 부탁한 뒤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이 이어졌다. 아직 해지려면 먼 캘리포니아 봄의 오후 햇살은 6시가 다 되어도 뜨겁고 강렬했다. 

우리의 마지막 만찬은 또 다시 이탈리아 음식 사촌인 그리스 음식. ㅋㅋ 미국식 대형 스테이크를 부담스러워하니깐 젤 만만한 게 파스타 종류일수밖에. E언니가 예약해둔 '산토리니'는 K언니도, 친구 S도 예전에 가본 곳이라고 했다. 나만 처음이야! S는 배가 너무 불러서 늘 시키던 그릴드 깔라마리 (구운 새끼 오징어? ㅋㅋ) 한두 마리만 먹고 말 거라며.. 2주 가까이 이어지는 먹부림 고문에 괴로워했다.   

식당에 올라갈 때만 해도 내려와선 야심차게 디저트로 젤라토를 먹어야지 했으나 나중엔 생각도 나지 않았다 ㅎㅎ



그치만 마지막 만찬인데 그냥 맨숭맨숭 깨작거릴 순 없지... 저는 상그리아도 마실래요! 

이 사진의 햇살과 분위기를 보고 누군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갔다 왔느냐고 물었었다. 으음... 이왕이면 그리스라고 해주지..

째뜬 이 식당의 이름은 '산토리니'였다니까!

술이 약한 S는 곧 운전을 해야하고, 계속 감기로 고생한 K언니도 알코올은 조심해야 하므로 상그리아는 2잔만 시켰는데, 하필 안에 든 과일 중에 망고가 보여서... 망고 알레르기가 있는 E언니는 맛만 살짝 보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 

내 입엔 완전 맛있었는데... 친구 S는 한 모금 마셔보더니 독해서 싫으시다고...

연일 밤마다 술을 마셔댄 덕분에 여행기간 동안엔 나의 간이 튼튼해졌거나 혹은 알코올에 대한 면역이 생겼거나(둘 다 근거 없는 억측임을 잘 안다) 중독이 된 건지 정말로 저녁만 되면 술이 땡겼었고, 과음한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늘 거뜬했다. 요샌 밤에 맥주 한 캔 마시고도 다음날 힘들 때가 많은데.. 쩝.. ㅠ.ㅠ 



K언니가 이날 먹은 메뉴를 나중에 깔끔하게 정리해 보내준 사진이다. 

이제 보니 배부르다면서 많이도 시켰군.. ㅎㅎ 지중해식이라서 건강에 좋다고, 다 살 안찌는 음식이라면서 E언니가 또 이것저것 시켰던 것 같다. 주말에 예약씩이나 하고 와서 네 사람이 음식을 너무 적게 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라면서.. ㅎㅎ 하긴, 총 음식값의 20-25%를 팁으로 주어야하니 음식을 적게 시킬수록 팁도 적어질테니 그말도 맞다. 암튼 이번 여행에선 매번 밥먹고 내가 팁을 계산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느무도 행복했다! 모든 귀찮은 일을 도맡아준 E언니한테 축복을!


오른쪽은 에피타이저 중에서 일행들이 가장 좋아라 먹곤 한다는 구운오징어. 그릴드 깔라마리 클로즈업한 거다.

개인접시에 덜어서 K언니가 따로 찍어 공유해준 사진. 이게 오징어라고? 꼴뚜기 아닌가? 내가 괜히 따지고 들며 궁금해하자 친구가 그냥 좀 먹으라고... 너 또 집에 가서 이거 해먹을라 그러지! 놀려댔다.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좀 볶다가 레몬갈릭 소스 뿌리고 시금치 넣으면 완성될 것 같긴 하다 ^___^




마지막날 기념으로  친구와 나의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고 휴대폰을 들이대는 K언니에게 거의 보름간 얼굴이 이따만한 보름달이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순간이 찍혔다.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그리워서 스티커를 활용한답시고 마구 공개한다. 

한국에서 간 나는 덥다고 반팔차림으로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데, LA주민인 친구는 춥다고 외투를 걸쳤다. 하긴 전날까지도 아침저녁으론 오리털패딩을 입고 다녔던 친구다. 

6시부터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가 나올 때쯤엔 바글바글 음식점 테라스 자리가 한군데도 빈 테이블 없이 꽉 들어찼는데,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은 정말 우리밖에 없더라. 서로 '비쥬'를 하며 쪽쪽 친한 척 한 사이도 자리잡고 앉으면, 각자 시킨 음식만 죽어라 먹을 뿐, 절대 한 입 먹어볼래 권하는 법도 없다. ^^;; 우린 또 그게 신기해서 주변 테이블 사람들이 '각자' 매몰차게 밥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와.. 어떻게 피자도 한 조각 안 나눠주고 혼자 다 먹냐며... ㅎㅎ

식당에서 나와선 부른 배를 꺼뜨리느라 잠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눈요기만 할 작정이었는데;; K언니가 남편 선물이며 딸 선물을 마구 고르기 시작하면서, 나도 괜히 갭에 들어가 할인하는 품목 중에 긴 랩스커트와 스트라이프 티셔츠, 모자까지 충동구매를 했다. 그러고 보니 요번 여행에서 치즈와 트러플 오일 말고는 나를 위해  처음 한 쇼핑이었다! 노느라고 쇼핑할 시간도 없는 여행이었구나야...

눈요기하다가 나중엔 언니들과 헤어져 전화통화를 하고서야 겨우 다시 만나, 발레 파킹 부탁했던 자리로 돌아왔는데 와... 우리 앞에서 차를 기다리던 두 아시아인(중국어를 썼다) 아가씨들은 옷부터 핸드백, 신발까지 샤넬로 도배를 했더군. 그러고도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바리바리 손에 들고 있었다. 어머나 관광객 아닌가봐, 무슨 차 타고 왔나 보자.. 그러면서 지켜보았는데 역시나 주차요원이 가져다준 차도 벤츠였다. 미국에선 벤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지만 흠... 

중국 갑부들이 워낙 많아져서 유학보낸 자식들 중엔 그렇게 고급 차와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하고 다니는 애들이 많다고 했다. 차이나 머니의 힘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도 구경하다니 오 놀라워라.

E언니의 차에 올라 다시 LA 시내로 들어갔다가, 헤어져 친구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암튼 뭐 그렇게 뿌듯하고 배부르고 꽉찬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집에 와서 마저 짐을 정리하며 냉장고에 남겨두었던 캔맥주를 또 마셨던가 말았던가... 그 기억은 가물가물.

친구가 팬클럽 활동(?) ^^ 때문에 휴가때마다 거의 1년에 한번은 한국에 나오고 있기 때문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덜했던 것 같다. 예전엔 내가 미국엘 가든 친구가 한국엘 나오든 최소 3, 4년은 있어야 얼굴본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며 이별을 아쉬워했지만, 국내 있는 친구들보다 카톡도 더 자주하지, 1년에 한번 한국에 오면 우리집에서 아예 숙식하며 지내지... 그러다 보니 곧 또 볼텐데 뭐!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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