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9.11.19 순천만, 조계산 선암사 송광사 6
  2. 2019.06.09 한국가구박물관 4
  3. 2018.11.21 북촌 익선동 낙원상가 2
  4. 2018.07.24 금원당 따라 걷기 1
  5. 2016.12.05 나도 근황 8
  6. 2016.05.16 경복궁 집옥재 8
  7. 2015.12.08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 리움 5
  8. 2015.06.02 석파정 그리고... 2
  9. 2014.07.02 경복궁 특별답사 5
  10. 2014.05.27 5월엔 3


11월 8일 저녁에 떠나서 순천에서 1박하고 9일 새벽에 순천만을 돌아본 뒤, 곧장 조계산을 오르는 빡빡한 일정에 따라 나섰다. 경기 강원 근교 산이야 뭐 마음 먹고 친구들과 스케줄 짜면 갈 수는 있겠지만, 남도 쪽에 있는 산들은 이렇게 단체로 버스 타고 가는 기회가 아니면 가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모처에서 7시30분에 출발. 밤길이고 거의 다 가서도 길이 꽤 막혀서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버스에서 나눠준 김밥을 헐레벌떡 먹었지만 그래도 출출한 건 사실이고 결국 새벽 1시반에 라면에 계란 넣어 끓여먹고서야 뿌듯한 배로 몸을 뉘였다.

당연히 잠은 설쳤고, 계획대로 6시에 펜션을 출발해 순천만 돌아보기 시작. 으아.. 이 얼마만에 보는 여명과 일출인가.​

벌써부터 오리들이 꾸륵꾸륵 울어대며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높고 멀어서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맨 오른쪽 사진엔 활강하는 새 한마리가 찍혔다! 

7시 5분이 일출시간이라며 다들 헐레벌떡 용산전망대라는 곳을 오르는데... 에고에고... 날도 추웠고 길은 멀고.. 결국 맨앞 일행은 몰라도 다들 일출을 보는 건 실패했다. 그래도 올라간 보람이 있을 만큼 숲길도 풍광도 아름다웠음.

순천만 갯벌에서 자라는 갈대도 멋졌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동글동글한 섬과 구불구불한 물길, 멀리 보이는 섬들이 어쩜 그렇게 정겹고 에쁜지! 오른쪽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건 '함초'라고 한다. 함초소금이 분홍색인 이유가 있었어!

전날 밤에 미리 라면을 안 먹었으면 어쩔뻔했냐고 계속 투덜댈 정도로 이미 뱃속은 허기져서 꼬르륵꼬르륵 울어대고, 방한에 신경을 덜 쓴 관계로 내려올 땐 손시리고 춥고... 아침 식당에 가자마자 꾸역꾸역 밥으로 속을 채웠다.

​다행히 조계산 정상 장군봉을 향해 가는 대신 이왕이면 여유롭게 가을산을 만끽하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어 선암사에서 송광사 넘어가는 길로 모두 향했다. 얼마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대 사찰 중 하나인 선암사엘 드디어 가보는군 싶어 신이 났다. 까마득한 옛날 고딩 시절에 '여름수련회'로 갔던 통도사와 대흥사, 마곡사를 가본 걸로 친다면, 비교적 최근 답사로 다녀온 법주사, 부석사를 포함하고 이번 등산을 계기로 6개 클리어. 안동 봉정사만 가보면 되겠다. (그러나 통도사, 대흥사, 마곡사도 30여년전이 아닌 요즘 모습을 좀 보고싶다. ㅠ.ㅠ)


선암사에서 꼭 눈여겨보아야할 것들이 여럿이라고 현직 역사선생님이신 선배가 미리 준비한 동영상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는 걸 비몽사몽 대충 넘겼으나 그럼에도 선암사의 백미라는 승선교는 그 이유를 알겠더라.

승선교의 무지개 아치 안으로 쏙 들어오는 저 전각을 보려면 개울 아래로 내려가야하는데 ^^; 귀찮아서 난 내려가지 않았고 선배님들이 찍은 사진을 이렇게 퍼왔다. ㅎㅎ 내가 찍는다고 더 잘 찍을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 사진은 내가 직접 찍었음. 파란 하늘과 앞서 걸어가는 일행들의 뒷모습과 노란 단풍이 정말 예뻤다.

올 가을은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잎들이 물들기 전에 말라버리거나 타버리거나 오그라들어서 단풍이 별로 안 예쁘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단풍이 절정이 아닌 순천엔 예쁜 나무색이 정말 많았다. 

빨갛고 노란색, 그 중간색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냄. 그러나 역시 휴대폰으로 담아온 사진들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주지 못하고... 에효. 

이번에 처음 안 건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이 아니고 태고종 사찰이라는 것. 그래서 스님들이 입은 가사 색깔이 갈색이 아니고 새빨간 색이다. 태고종은 승려도 결혼을 할 수 있으니 각자 스님들별로 살림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요사채가 곳곳에 나뉘어 있고 크고 작은 암자도 자잘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런 구조의 절집은 정말 처음 보는 느낌.

 


어딜 찍어도 옆 건물 기와가 서로 겹쳐져 걸리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한옥집 짓고 살며 처마에 나도 풍경 매달고 싶으다.. ㅠ.ㅠ 


어딜 봐도 고풍스러운 사찰의 매력이 느껴졌는데... 꼭 보아야할 것 중 하나가 원통전 모란무늬 문살이라고 해서 홀로 앞장서 다니며 마구 찾아다녔으나 실패. ㅋㅋ 결국 선배님이 가르쳐주셨다. 내가 보러 다녔을 땐 문을 열어 젖혀놓고 예불 중이어서 보였을 리가 없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문살이다. 진짜 정교하고 아름답고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 고색창연하고... 

선암사의 '뒷깐'까지 서둘러 구경을 마친뒤 송광사로 출발했다. 스님들이 노상 다니는 길이라 수월하다매! 기막혀서... 돌계단이 끝이 없고 구간구간 경사는 또 왜 그리 가파른지. 잘난 척 스틱 없이 오르다가 결국엔 헉헉대며 스틱을 펼쳐들고 몸을 실었다. 다행인 것은 조계산엔 중턱에 보리밥집이 있어서 굳이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바라보이는 산자락에도 동글동글 단풍색이 예뻤는데...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추가한 4인 상의 위용.





몇번의 헉헉대는 고비를 넘긴 끝에 깔딱고개를 넘고 넘어 '원조 보리밥집'에 도착했다. 산속에 보리밥집도 심지어 여러개! ㅋㅋ 비닐하우스를 곳곳에 짓고 그 안에 평상을 깔아놓은 식이었는데, 배도 고팠지만 우와 쌈채소도 싱싱하고 반찬이 다 맛있었다. 한잔 곁들인 동동주인지 막걸리도 환상의 맛!

아침을 배불리 먹은 뒤 1시도 안 되어 맞은 점심시간인데도 밥한 공기 다 비벼서 이 한 그릇을 싹싹 다 먹어치웠었더니만 진짜 잘먹는다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아 예, 제가 간식은 안먹어도 밥은 엄청 잘 먹습니다요. 밥심으로 살지요.. 

이 원조집은 무려 1980년(!)부터 영업을 했대고 월요일엔 휴무란다. 도시락 없이 월요일에 조계산 등산하다 찾아가면 큰 낭패일듯. 혹시 모를 훗날을 위해 나도 기록해놓는다. (근데 과연 또 가게 될까? ㅠ.ㅠ) 



흡족하게 부른 두들기며 출발해보니 송광사까지 아직도 남은 거리가 3.5km쯤. 다시 수많은 돌계단과 비탈을 오르고 내려 드디어 송광사를 만났다. 정상만 안 갔지 거리로나 경사로 보나 힘든 등산은 똑같이 다 한 셈이었다. 다들 지치고 시간도 많이 지체되어 송광사 경내는 최대한 후다닥 돌아보기로. 

초록색부터 연두색, 노란색, 선홍색까지 모두 매달고 있는 환상적인 단풍나무들이 곳곳에 있었으나... 사진으로 찍으면 이 정도가 최선이다. ㅠ.ㅠ

​​선암사의 고색창연함에 너무 감탄했던 모양인지, 다분히 새것으로 갈아엎어 현대식 느낌이 풀풀나는 송광사는 상대적으로 별로 감흥이 없었다. 나름 멋진 건축이다 싶었던 회랑과 누각의 위용은 이 정도... ​

내가 귀찮아서 휙휙 찍은 사진들이 위와 같다면 다른 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모습은 또 좀 다르다. ^^; 

왼쪽은 내가 찍은 선암사의 해우소.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함! 그래서 난 안들어갔고.. 가보면 엄청 높아서 고소공포증이 느껴진다고 한다. 안 들어가길 잘했지. ㅋ

아이폰으로 대충 난사누군가 신형폰으로 찍어 공유해준 사진

이날은 아침 6시부터 펜션을 뛰쳐나가 집에 11시반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3만7천여보를 걸었더라. 하산 길에 무릎보호대를 했음에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른쪽 무릎이 아파 낑낑거렸고, 다음날 당연히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1박 2일간 이렇게 알차게 돌아보는 일정이 또 어딨겠나 싶어서 뿌듯했던 가을나들이. 단풍든 나무는 정말 실컷 다 보아서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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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구박물관

놀잇감 2019. 6. 9. 16:48

그렇게 좋더란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벼르고 별렀으나 이제야 드디어 가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4월초쯤에 예매 사이트엘 들어갔는데도 5월 말밖에 자리가 없었다.

개인박물관치고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는 해설사의 말마따나 무려 1人 2만원. 근데 둘러보고 나오며 아깝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개인이 이 정도 한옥집과 고가구를 모으고 유지하기가 쉽진 않겠지. 오히려 꽤 규모가 크고 직원도 많던데 관람료와 대관료로 계속 박물관 유지가 가능할까 셈에 느린 나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예전엔 뜨르르하는 부자였을지 몰라도, 혹은 후대에 들어 재산관리를 잘못했는지 어쩐지 가구박물관과 부지가 경매에 나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나 아직 완전 부도나서 넘어가진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 나 구경가기 전에 경매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는데, 관람객은 계속 꽤 많은 듯.  

비내린 뒤 개인 하늘이 정말 푸르렀던 날이었다. 대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는데 10초쯤 뒤 건물 외부 포함 모든 사진촬영은 지정된 곳 이외엔 절대 금지라고 하더군. 으으 뻘쭘하여라. 그래도 눈치 못했는지 사진 당장 지우란 말은 하지 않았다. ㅠ.ㅠ 이렇게 공개된 곳에 올렸으니 삭제하라고 연락오면 그때 삭제해야지. 

​박물관 관장이 거의 고등학생 때부터 고가구 보는 눈이 있어 버려진 고가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설사가 하던데, 그런 안목을 갖춘 건 역시 집안에서 익히 골동품을 보고 자란 경험이 쌓여서 작용했을까? 우리 친가, 외가에도 옛날에 쓰고 있던 호족반, 개족반, 서안, 엄마가 시집올 때 해왔던 자개장... 이런 것들도 죄다 내버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쓰기 멀쩡한 상태였는데 불편해서 버렸을 리는 없고 깨지고 망가지고 그랬으니 버렸을 거다. 엄마의 혼수품이었던 자개장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엄청 무거워서 셋방살이 잦은 이사에 옮기기도 힘 들었지만 균형이 틀어져 이불장쪽 미닫이문이 잘 안닫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전시품 자개장처럼 엄청나게 화려하게 전면에 꼼꼼히 자개를 입힌 골동품도 아니었고 듬성듬성 도안을 넣은 자개가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던 것 같다. ^^; 

전통 고가구야 다 아름답지만 누가 하나쯤 가지라고 한다면 앉은뱅이 책상인 서안을 가장 탐내는 편인데, 평평한 건 사대부들이 쓰던 거고, 끝이 위로 말려 올라간 건 사찰에서 쓰던 '경상'이란다. 두루마리 경전이 되말리지 않도록 펼처놓기 좋게 만든 거라고. 오호 그런 거였군.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저렴이 서안도 위로 말려 올라간 형태였던 것 같다. 나중엔 사대부들도 아름답고 좋아보여 널리 썼다니 한국전쟁 이후에 유통되던 가구들도 비슷하게 만들어진듯. 

암튼 근데 전시품 중 요번에 가장 탐났던 건 뭐니뭐니해도 책함! 사진찍고 싶은데 못찍어오니 인터넷 이미지를 뒤졌다. 역시... 중앙지 기자에겐 사진을 찍게 해주는군. 

책의 권수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함째로 들고 이동해 읽었단다. 아.. 갖고 싶어라.. 사진 출처는 ㅈㅅ일보 +_+

1시간동안 다섯채 정도 되는 한옥과 그 안에 전시된 고가구를 둘러보고 나와서 드디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순정효왕후가 살았다는 한옥집 앞마당에 이르렀다. 사람들 없이 찍는데 성공. 

민망하지만 누마루쪽도 담긴 온전한 사진은 이것뿐이라 얼굴을 가렸다. ㅎㅎ 나중에 한옥을 짓고 살게 되면 나도 저렇게 창호지 분합문과 여닫이 유리문으로 이중문을 해달아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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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 베트남에서 지내다 잠시 귀국한 친구와 쌓은 5월의 추억 기록이다. 아이클라우드 용량 절약을 위해 사진 지우기 전에 후다닥 아까운 사진만 여기다 퍼놓았었는데 뒤늦게 정리한다. ㅠ.ㅠ 


​여긴 북촌의 무슨 공방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주방인듯한 문짝에 조르륵 올려둔 고양이 인형이 예쁘다.

​이 얼마만에 보는 펌프인가! 옛날 친가, 외가 마당에 모두 이런 펌프가 있었다. 빨갛게 녹이 슬었는데도 맑은 물이 올라와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몇년전에 월요일마다 엄마가 애청하시는 <우리말겨루기>에 '마중물'이 문제로 나왔는데, 엄마랑 나랑 동시에 답을 외쳐 서로 쳐다보며 웃었더랬지.

익선동의 어느 카페 마당이었던듯. 이때 가보고 오래된 좁은 골목과 학옥집들이 맘에 들어서 누굴 시내에서 만날 때마다 일부러 약속장소를 종로쪽으로 정해 거의 반년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갔더랬는데 벌써 이미 많은 곳이 변해버렸다. 아직 골목 곳곳에서 살림집으로 살고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시끄러울까 걱정되 되고;;

 

 

​같은 날 세운상가엘 왜 갔더라? 뭔가 행사가 있다는 안내문을 받았던 것 같다. 옥상에서 작은 공방 좌판이 열려 있었던 건 별 흥미가 없었는데, 그 옆 전시실에서 빈티지 그릇 벼룩시장이 열려 반색하며 구경했다. 


언제부턴가 종로구에선 한옥집들을 사들이고 개조해서 한옥문화원이라든가 한옥 체험관이라든가 한옥도서관으로 일반에 공개를 하고 있다. 궁궐 쌤들 따라서 북촌 답사 따라갔다 발견한 보물 같은 한옥집들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친구들도 데려갔다. 당연히 다들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 여름에도 누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정말 시원하다. 이날은 비가 와서 나름대로 또 운치가 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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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당 따라 걷기

놀잇감 2018. 7. 24. 18:13

역시나 시간이 막 남아돌던 시기에 양성평등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강의를 좀 들으러 다녔다. ^^; 거기서 따라간 답사지가 또 나의 나와바리나 마찬가지인 홍지문과 세검정, 백사실 계곡, 부암동이었다. 

금원당은 1817년에 원주에서 태어나 14살의 나이로 부모의 허락을 받아 남장을 한 채, 제천 의림지, 단양팔경, 금강산, 관동팔경, 설악산, 한양을 유람했던 조선시대의 놀라운 여성 여행가란다. 세상에나... 그 옛날에! 꽤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음은 틀림없으나, 이름은 알 수 없고 '금원'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세상에 이름을 날릴 것일랑 단념을 하고 분수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일종의 여행기인 <호동서락기>에 담긴 호방한 글이다. (이 책의 한문 번역은 <강원여성시문집>에서 옮긴 것이라고 하니 나 역시 출처를 밝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물론 반나절 만에 금원당의 여정을 다 따라갈 순 없는 일이고 한양 나들이를 했을 때 걸었던 창의문밖 여행 행적을 좇았던 것인데;;; 그간 다 가본 곳이었어도 새삼 느낌이 다르고 놀라웠다. 겨우 열넷, 열다섯 살에 전국이나 다름없는 조선의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느껴 열여섯 살에 스스로 관기가 된 조선 여인. 20대 중반엔 양반의 소실이 되어 다시 관서지방을 여행했고, 한양으로 돌아온 30세 무렵엔 유명한 문인 선비들과 삼호정 시사모임을 하며 교류했다고 한다. 34세때 드디어 여행기인 <호동서락기>를 쓰고 37세에 사망. 

제주 거상 김만덕이 임금에게 청해 금강산 유람을 했던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조선 시대 '한미한 집안'의 십대 소녀가 금강산, 설악산 유람이라니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우린 왜 입때껏 이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걸까? +_+

​탕춘대성의 출입문인 바로 이 홍지문 앞에서 읊었을 법한 금원당의 여행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산이 몹시 험준한데 성가퀴가 견고하다. 이것이 바로 북한산의 성지이다. 계획에 빈틈이 없고 일을 도모함에 그 뜻이 크고 치밀하여 선왕께서 뒤의 자손들을 위하는 까닭을 여기에서 우러러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세검정에서 백사실 계곡으로 오르던 길에 자리잡았던 사찰. 19세기 초에도 있었다는 것 같다.너럭 바위가 어마어마..

​이날도 꽤 더웠는데 푸르른 녹음과 깨끗한 백사실 계곡의 물소리가 참으로 좋았다.​

얼마전까지도 부암동 답사때 여기가 백사 이항복의 집터라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때 소풍왔던 곳이기도 하다! ㅋㅋ) 뭔가 더 기록이 발견되어 추사 김정희 별장터로 밝혀졌단다.

풀이 무성한 연못엔 물에 발처럼 드리워졌을 정자의 주춧돌 기둥만 남아있다

부암동 어느 지붕과 들장미가 예뻐서무슨 드라마에도 나왔던 집이라는데 이런 나무 질감 넘 좋다

저 멀리 백악의 한양도성이 보이고...


부암동 언덕 어디쯤.. 아마도 카페였던 것 같은 한옥집들의 아리따운 자태.. (저 노란꽃 이름이 '루드베키아'라고)

마지막으로 창의문에서 답사를 마쳤다. 숭례문이 불타 복원되면서 자하문으로도 불리는 창의문(북소문)은 ​한양도성의 대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화재다. 창의문 문루 천장에 있던 이 그림이 뭐였더라. +_+ 봉황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ㅋㅋ 까먹었다. ​

지난번 여러 화가들의 총석정 그림을 보며, 겸재의 금강산전도를 보며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나도 꼭 한번 금강산 구경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금원당 행적을 따라 걸으며 그 마음이 새삼 굳어졌다. 나름 '등산인'으로서도 금강산은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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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근황

삶꾸러미 2016. 12. 5. 22:56


본격 겨울을 앞둔 11월은 1년중에 내가 가장 넘기기 힘들어하는 달이어서, 괜한 우울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는데 올핸 그럴 겨를이 아예 없었다. 뭔가 대단히 분주한 일들이 많았고, 토요일이면 광화문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의 11월 우울증을 날려버린 공은 파렴치한 닭그네에게도 일부 지분이 있다. 수십년만에 국민대통합을 이룬 공이 그치에게 있듯이 말이다. 하여간 시국이 시국인지라 후다닥 일감 처리할 때 아니면 진득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 끼적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홧병으로 가슴이 콩닥거리면 머리가 텅 비거나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블로그형 인간성은 버릴 수가 없어서 짧은 여행기며 그날그날 단상들을 적어놓지 않고 계속 쌓이니 숙제 안한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연말 베스트 집계 하려면 기록해둬야하는데! 뭐 이런 심정? ㅎㅎ 해서 간단하게 사진위주로 뭐 하고 지냈나 근황 정리 시작.

2014년 가을에 법주사(부모님의 신혼여행지였다)에 함께 다녀온 이후로, 엄마는 가을만 되면 모녀 여행을 바라신다. 작년엔 그래서 부산엘 다녀왔는데, 올해는 전주와 담양을 여행지로 정했다. 엄마가 전주 학인당에 묵어보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왕비마마의 로망은 실현했으되, 결과적으로 한옥 민박은 노년의 엄마에게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났다. ㅠ.ㅠ 댓돌 위로 툇마루로, 높은 문지방 넘어 화장실로 오르락내리락해야하는 구조가 관절 부실한 노인에겐 부적절. 게다가 1년만에 왕비마마의 기력은 너무도 약해져, 좀체 걷질 못하셨다. 진짜 나이든 할머니구나 하는 걸 실감한 여행이어서 덩달아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넌 안 늙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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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집옥재

놀잇감 2016. 5. 16. 17:15


경복궁 집옥재는 궁궐 들어가서도 청와대 가까이 맨 안쪽... 건청궁 왼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고종이 서고로 쓰려고 창덕궁에 지었던 '청풍양식' 건물을 경복궁으로 옮겨왔단다. 

이건 올초 겨울에 찍어두었던 집옥재 사진. 현재는.. ㅠ.ㅠ 저 중앙계단을 막고 월대 옆으로 별도의 나무 데크 경사로를 깔아 출입시키고 있다. 전각 개방한 건 너무 기쁜데, 출입구 가설하느라 건물 모양새는 미워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르륵 이어진 저 세 채의 전각 중에서도 범상치 않게 벽돌로 쌓아 지은 가운데 건물이 청풍양식이 도입된 <집옥재>이고 오른쪽 전각은 완전 한옥 방식으로 지은  <협길당> , 왼쪽 정자는 <팔우정>이다. 각기 현판도 따로 걸려 있음. 조선말 한옥의 변천사랄지, 청나라 양식이 가미된  한옥 건축의 흐름이랄지 색다름을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건물이라, 팔우정 창문에도, 세 건물을 잇는 복도각에도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

내가 특히 좋아라 구경다니길 좋아한 건물이어서 언제고 꼭 들어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아 글쎄 뉴스를 보니 이번달부터 이곳이 도서관과 북카페로 재탄생했단다!

봉사하는 날 오전에 쉰목소리로 겨우겨우 한판 안내를 마치고선, 여유 있을 때 슬그머니 집옥재로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뉴스에서 얼핏 보긴 했지만, 서가며 책상이 다닥다닥 흉하게 놓여있으면 어쩌나 근심했는데 우왕... 시원시원한 공간배치 완전 마음에 들어! 가구며 부분 조명, 책상 가운데 놓여있는 앙증맞은 화분까지 다 예뻤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주로 <조선왕조 실록>, <일성록> 같은 전집류와 역사서인듯.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책이 많았다. ^^; 

​책 안보고 그저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아도 좋을 듯! 비오는 날은 또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나...

​늘 대청 마루 밖에서 고개를 쭉 빼밀고 겨우겨우 대들보만 올려다보았던 집옥재 우물반자 천장과 단청무늬도 제대로 보이고...!

북카페로 단장한 팔우정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이렇다. ㅠ.ㅠ  아이고 신선놀음이 따로없네그려. 선들선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가베'를 시키면 한복 입은 청년이 무려 '동드리퍼'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준다! 5천원이 아깝지 않아! ㅋㅋ 인력 문제인지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건 좀 안타까웠지만... 커피맛도 괜찮았음. (사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받고 촬영했음을 밝힘 ㅋㅋ)  

아래는 ​팔우정에서 내다본 경북궁의 북문, 신무문 사진이다. 건춘문과 더불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무문.. 저리로 나가면 바로 청와대 정문이라 경비가 늘 삼엄.. +_+

북카페에 비치된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책의 영역본, 일역본, 중역본이고, 아직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이 많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로 올라 새삼 회자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눈에 띄었음. 

카펫이 깔려 있어서 신을 벗고 <보라색 양단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  같아선 대청마루의 나무를 그냥 밟게 놔두지 싶었으나 뭐 전문가가 알아서 정한 것이겠지. (그러나! 옛날 70년대에 경회루에 카펫 깔아놓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용했을 당시 특히 엄청 마룻바닥이 벌레먹고 상했다고 들었음! 카펫이 능사가 아님을 문화재청과 경복궁 담당자는 꼭 깊이 고민하고 있기를~!) 

북카페든 도서관이든... 시간 많을 때 읽을 책 가지고 가서 실컷 노닥거리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왕의 서재에서 독서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겠어! 2층에 올라가보진 못하지만 이 만큼이라도 개방해서 전각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건 참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집은 사람 손길 발길이 닿아야 썩지 않는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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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전시 구경이겠거니 하면서 보러갔다. 리움미술관 예정 전시 중에서 연초부터 나름 기다리고 있었던 전시회인데, 지난번 <세밀가귀>가 워낙 뜻밖의 횡재였던 때문인지 오히려 이번엔 좀 실망했다. 한옥 사진들을 원없이 거대한 작품으로 보게 될 것을 기대했건만... 삼성 모니터 자랑인지 내 바람보다는 디지털 플래시를 너무 많이 써먹었더라. 어쩌면 고가의 사진집 책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고... (근데 6시가 다 돼서 거의 쫓기듯 나오는 바람에 책을 벌써 팔고 있는지 어쩐지 알아보지 못했다. 강연회도 좀 탐나던데 한번 더 가야하나... 으음..)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사진작가 6명이 궁궐, 사찰, 민가의 한옥을 멋지게 찍은 사진들과 옛 그림, 유물, 건축모형까지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장엄한 고요>라는 제목으로 종묘 제례를 담은 3채널 동영상도 인상 깊었고, 뜻밖에도 국보인 동아대 동궐도가 나와 있어서 신이 났다. 고려대 동궐도랑 같이 전시할 때 본 걸로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또 알현하다니! 동궐도 말고도 섬세하고 신기한 옛지도가 꽤 전시되어 있었음.

백악부터 경복궁, 관청거리까지 아주 정교한 모형

해인사 지형과 경복궁 앞 육조거리까지 정교한 건축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건 으아... 합동작업이겠지만 하나하나 붙이고 오리면서 멀미났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구경하는 나야 물론 고마웠지만...  건축하는 사람들 참 대단하다고 또 한번 생각. ^^


경복궁의 방향이 계자정향(? 계좌였던가? ㅋㅋ)이니 어쩌구... 만날 공부해도 모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암튼 정남향이 아니고 세종로와도 직선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옛 지도를 기본으로 만든 경복궁 모형도 육조 관청이 있던 거리를 똑같이 살짝 방향을 틀어놓았다. 신기방기...

​​

그밖에도 실제 한옥의 구조를 보여주려는 듯, 한쪽에 한옥집 대청이랑 방을 쬐끄맣게 만들어놨는데 신발 벗고 올라가보니 온돌방 부분은 뜨뜻하게 난방까지 되더라!  귀찮음을 무릅쓰고 신발 벗기를 잘했지.. ㅎㅎ


종묘 정전 회랑을 옆에서 찍은 사진도 좋았는데... 그건 뭐 전시장 밖에 장식해놓은 걸로나 담아오는 수밖에... ​

​왼쪽의 종묘 정전 회랑이랑 오른쪽 리움 미술관 통로랑 뭔가 대조적이면서 보기 좋다고 혼자 흐뭇했던 사진이다. 

아참.. 서도호의 <북쪽 벽>도 볼 수 있음. 전통건축에 대해서는 이만한 전시가 없겠구나 싶으면서도 플래시 말고 죄다 정지사진으로 제대로 고느넉하게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을 잠재우기가 힘들었다. 힝.. 

서도호, [북쪽 벽] 상대적으로 좀 귀퉁이에 전시되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 앞이라 어디서도 사진을 잘 못찍는 각도 ㅠ.ㅠ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일본 작가의 설치미술이 떡하니 놓여, 좀 생뚱맞다 싶은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슴 박제 2마리를 구입해서 영롱한 투명입자를 다닥다닥 붙인 작품이라고. 실제와 보이는 것의 괴리를 나타낸다나 어쩧다나...) 어쩐지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어울리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멋지게 성장한 외국인들이 건물로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화려번쩍한 검정색 밴에서 계속 내려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분위기 있는 금발 미녀와 그 파트너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질감 좋은 검정색 코트에 클러치백에... 향수냄새 폴폴...

뭔가 특별한 파티가 있나? 

평범한 차림의 나와 친구가 졸지에 생뚱맞은 저 사슴 꼴이구나 싶은 느낌을 언뜻 받으며 어슬렁어슬렁 건물을 나섰다. 퍽이나 신기한 경험 했네 그려. ㅎㅎ

전시는 2016년 2월 6일까지고, 입장료는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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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그리고...

놀잇감 2015. 6. 2. 21:49

이런저런 집안일로 한숨도 못자고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해놓은 약속이라 젖은 솜 같은 묵직한 팔다리를 움직여 일찌감치 아침부터 부암동으로 나갔다. 부암동 주민께 직접 설명 듣는 석파정 답사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은 몇년 전 자하문 터널 바로 앞에 서울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미술관 입장료를 내면 덤으로 후원 구경이 가능하다. 개관전 때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노상 버스 타고 오가는 길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구경하게 되진 않았는데, 아는 분 따라가면 입장료 안내고 석파정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뒤부턴 더 내 돈 주고 구경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계절 좋을 때 제발 한 번 데려가주세요... 그러면서 비벼대고만 있었던 것. 

재작년 가을 부암동 답사 땐 시간이 부족했던가 미리 이야기를 해놓지 않아서 석파정만 쏙 빼놓고 구경을 다녔었는데 요번엔 석파정이 '메인'이었고, 구한말 최초의 요정 가운데 하나였다는 '오진암'을 옮겨다 놓은 예쁜 한옥집'무계원'과 '윤웅렬 대감 별서'는 다시보기 같은 부록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석파정이 대부분...

뜬금없는 화장품 면세점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으로 득시글거리는 서울미술관 입구를 피해서 우리는 <삼계동>이라는 현판이 달린 옆문으로 입장을 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특혜는 석파정 후원을 공유하다시피 바로 윗집에서 살고 계신 이날의 주인공 덕분이었다. 부암동과 윤동주 문학관 해설도 하고 계신 C선생님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TV에 부암동 해설하시는 장면도 방송된 나름 유명인사시라 슬며시 이런 데 공개해도 되지 않을가 싶은데... 고민되면 나중에 삭제할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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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특별답사

놀잇감 2014. 7. 2. 23:16

궁궐에서 안내 자원봉사를 하면 일반 관람객이 못들어가는 전각 내부까지 속속들이 구경할 기회가 많을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그런 혜택이 별로 많지 않다. 특히나 경복궁은 청와대가 가까워서 보안요원들도 늘 상주하고 있고, 특히 인적 뜸한 북쪽 전각들은 속속들이 구경하려고 한가한 시간에 홀로 뒷담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 찍다가는 흠칫 놀랄 때도 많다. 전경인지 의경인지 암튼 곳곳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어느 틈에 나타나 주시하며 서로 막 워키토키로 '수상한 인물'이 접근중임을 보고하고 난리다. ㅋㅋ


세월호 관련 시위가 광화문과 시청앞에서 벌어지던 어느 주말 낮에는, 대학생들이 청와대 앞까지 기습적으로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는데 그때 이용한 통로가 경복궁이었단다. 대학생들(25세까지던가;;)은 입장료도 무료이고, 북쪽 출입구인 신무문 나가면 바로 청와대 입구이니, 누구 아이디언지 기발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 탓에 보안요원들의 경복궁 입구 감시가 더욱 삼엄해져, 야광조끼 입은 의경들 여럿 뿐만 아니라 선글라스 낀 사복 경찰(경호대 소속일까?) 같은 사람이 아주 까칠한 표정으로 입장권 내고 들어가는 주 출입구(흥례문) 앞에 서서 모든 이들을 주시한다. 듣자하니 언젠가는 사복입고 온 중학생들을 괜히 의심해 심문하기도 했다고...  


계속 경복궁 제모습 찾기 복원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고, 2030년까지 흥선대원군 중건당시의 80%를 복원한다는데, 경복궁이 정말로 제 모습을 찾으려면 청와대가 이사를 가야한다고 본다. 청와대가 경복궁 뒤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대통령 되고 나면 더더욱 지들이 '왕'이 된 거라 착각하는 게 아닐까? 정말로 스스로 왕이라고 여겼던 게 틀림없는 이승만은 심지어 경회루 한 귀퉁이에 정자(하향정)를 지어 전용 낚시터로 사용했고, 그 정자가 아직도 버젓이 남아있다. 없앨 것인가 말 것인가 논란이 많지만, 훼손의 역사도 역사인지라 보존하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문화재 보존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요즘에나 높아졌지, 독재정권 시절은 물론이고 군사정권을 거쳐 김영삼 시절까지도 대통령이 되면 경복궁을 아주 제 마당처럼 써먹으며 경회루 같은 데서 파티를 벌이고 했다는 거 같다. 문화재 훼손의 제일 큰 주범은 암만해도 한국인들이 아닐지.   


암튼 참 후지게도 지은 청와대는 양옥도 아니고 한옥도 아닌 얼치기에다 내부 시설도 엉망진창이라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감히 누구도 새로 짓자거나 옮기자는 말을 못했고, 앞으로도 쉽게 할 순 없을 거다. 가뜩이나 욕먹기 십상인 대통령이 저 편하자고 대통령 관저에 막대한 예산 들인다면 얼마나 국민들이 욕을 해대겠나. 영빈관 하나 제대로 없어서 외국 대통령들 오면 죄다 호텔에서 묵는 판국이니, 이왕 지으려면 품격있게 최소한 100년은 쓸 수 있게 잘 지어야할텐데 그걸 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흠.. 뾰족한 답은 없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경복궁에 초점을 맞추어 장기적으로 제대로 문화재 복원사업을 계획한다면 청와대를 옮겨야한다고 생각한다. 궁궐 관람중에 다다다다 요란하게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면 아우 정말 시끄러워서 원! 일제시대 지은 '경무대'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청와대 터는 진짜로 경복궁 후원이었다니깐! 언제가 되었든, 정말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나타나서 필요성을 검증받고 온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에 대통령관저를 정말이지 근사하고 아름답게 짓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경복궁 뒤쪽의 후원도 제 모습을 찾기를 한옥 및 문화재 애호가로서 바라고 있다. ^^; 


아우 뭔 딴 소리가 이렇게 길어졌다냐. 경복궁 휴관일인 화요일에 자원봉사자들 특별관람 했다는 거 보고하려던 포스팅이었는데 순 딴소리만... ㅠ.ㅠ 

하여간에 내가 꼭 들어가보고 싶었던 전각은 근정전, 향원정, 집옥재였는데, 그곳은 쏘옥~ 빼고 다니긴 했어도 나름 뿌듯했던 특별답사 사진 대거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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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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