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월에 스팅의 심포니시티 투어 공연이 끝나고 나서, 후유증 비슷한 걸 앓으며 스팅 공연을 또 보려면 5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한참이나 공연후기 올린 블로그를 기웃거렸다. 근데 누군가 자신있게 단언한 사람이 있었다. 스팅, 1년 안에 또 투어 다닐 거니까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뭔가 좀 아는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인 것 같아서, 한국엔 언제오나 스팅 공식 사이트를 종종 확인했다. 그러더니 진짜로 전세계 투어 스케줄이 차츰 잡혔고, 유럽과 미주를 죄다 돌고돌고 돌아 이스탄불, 베이루트 등지에 이어 아시아 도시 차례가 도래했다. 또 다시 한겨울이긴 하지만 그게 어디냐!

드디어 서울 공연 날짜가 잡히고 티켓오픈일이 공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온갖 준비를 마쳤으나 ㅠ.ㅠ 막상

티켓오픈 정시에 아무리 재빨리 손을 놀려도 자꾸 순서를 놓친 뒤  성공한 자리는 무려 19번째줄. 컴퓨터도 새걸로 바꿨는데 우쒸! 갈까말까 망설이다 플로어석 거의 제일 뒷줄에서 봤던 작년에 비하면야 엄청 좋은 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암튼 속상했다. 공식 스팅 팬클럽 유료 멤버십 회원은 더 일찍 예매가능하다고 해서 무려 20달러나 내고 가입했는데, 다른 나라 예매링크는 죄다 들어가지는데 우리나라 예매링크만 먹통인 건 또 뭐냐! 공연 주최측이 어디였는지 모르겠으나, 여러모로 각성하라 각성하라! 티켓값은 무려 198,000원이나 받아처먹고도, 멋진 포스터 한장 안 만들어붙였으며 제대로 된 플래카드 한 장 없다니! 공연장 입구를 알리는 싸구려 플래카드도 공연 끝나고 나와보니 이미 치우고 없었다. 현대카드가 슈퍼콘서트 빌미로 티켓값 엄청 올려놨다고 불평했는데, 그래도 걔네들은 시스템이라도 빵빵했구나 싶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판 25주년 기념 앨범 역시 아무래도 짝퉁이 의심된다! +_+

게다가 이번에도 공연날 웬 폭설?! 그나마 작년 공연땐 차타고 가는 중에 폭설에 길이 막혀 지각사태를 빚었던 반면, 눈이 미리 내려 처음부터 차를 버려두고 간 덕분에 일찌감치 올림픽공원에 당도해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19째줄이라고는 해도 정가운데라 스팅의 표정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감지덕지. 폭설 때문에 30분 늦게 시작된 공연은 정말이지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2012년 12월 5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우왓... 허스키하면도 동시에 낭낭한 목소리 그대로인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으나 스팅의 외모가 더 젊어진 느낌! 스리살짝 비치면서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로 강조된 저 근육질의 몸매를 보라. ;-p

심포니시티 투어 때처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게 아닌데도 5인조 밴드의 완벽하게 꽉찬 연주와 편곡은 음향시설 열악한 체조경기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게다가 예전엔 짧은 인삿말도 고집스레 영어만 고집하더니, 요번엔 우리말로 '안녕 서울!' '고마워'를 외쳐준 스팅. 귀엽다잉...  ㅋ

중간중간 대놓고 관객의 호응과 떼창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서 일행 하나는 요번엔 왜 이렇게 관객한테 요구사항이 많으냐고 투덜거리기도 했으나, 나로선 관객과 혼연일체가 되려는 스팅의 노력에 사람들이 잘 안따라주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특히 우리 앞줄에 어린 딸 데리고 와 앉았있던 남자들 어쩜.. 박수도 안치고 계속 팔짱관람을 할 수가 있는지! 열살쯤 되보이는 딸아이는 심심해서 계속 핸드폰 게임만 열중하고;;; ㅠ.ㅠ)

예상 세트리스트를 찾아 미리 예습을 하긴 했으나 유럽쪽과 아시아 투어는 역시나 노래들이 좀 달라서 3분의 2만 적중했던 것 같다.  물론 예상했든 안했든 죄다 주옥같은 노래들이었지만서도... 어느덧 2시간 가까운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아 앙코르로 Every Breath You Take을 죄다 일어나 떼창으로 부르다, 또 한번의 앙코르 땐 열기를 가라앉히려는 듯 스팅이 직접 도미닉 밀러 대신 기타를 연주하며 Fragile을 불러줄 땐 아쉬움과 동으로 눈물이 다 핑 돌 것 같았다.

한국공연 공식사이트도 없어서 사진 퍼오기 힘들었다..

한국 관객이 워낙 열광적이라 특별히 앙코르 곡을 하나 더 해줬을지도 모른다는 흐뭇한 생각에 공연장을 빠져나왔는데, 중간에 만난 공연 스탭이 절대 양도할 수 없다는 세트리스트를 사진으로나마 찍어오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밀고 보니 ㅋㅋㅋ 다섯 곡의 앙코르 곡까지 죄다 짜여진 각본이었다. 결국 조삼모사였는데도 뿌듯한 걸 어쩌란 말이냐.

어째 후기를 투덜투덜 불평으로 시작한 탓에 그날의 감동이 반감된 듯하지만, 각본이었든 아니든 22곡의 노래와 연주는 모두 훌륭했고 아름다웠다. 두말할 것 없이 올 최고의 공연! d^^b

체조경기장을 2층까지 거의 꽉 채운 관객의 면면을 돌아보니 뜻밖에도 젊고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 공연때는 역시나 중장년 관객들의 비중이 엄청났던 것 같은데, 스팅의 매력을 이젠 젊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을까? 나이대가 좀 더 젊어진 듯한 관객층덕분에라도 머지않아 스팅의 내한공연이 또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아참.. 그나저나 스팅 팬클럽 공식 티셔츠는 신청한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 왜 안오는걸까나... 한국에선 공연 사전 예매도 안됐으니 20달러 내고 그저 그저 반팔 티셔츠 한벌 받는 게 혜택의 전부라는 얘긴데... 끙. 다음 공연땐 입고갈 수 있기를!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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