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충무아트홀

2월에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나서 간만에 다시 뮤지컬 선망이 돋아, 뭘 또 볼까 고민하다 고른 게 <몬테크리스토>였다.

<레미제라블>도 좀 기웃거려 보았으나 배우들도 별로 마음에 안차고, 어쩐지 그건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을 기다렸다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ㅠ.ㅠ) 봐야할 것 같았다.

 

암튼 요즘 유행하는데로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할엔 무려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4명이 번갈아 출연. 내가 본 건 임태경-정재은 공연이었다.

 

마음 같아선 한달간만 특별출연한 류정한이나 엄기준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임태경이 아니면 안된다는 일행 때문에... -_-;

 

째뜬 공연은 흡족했다. 임태경의 노래 실력이야 뭐 워낙 검증된 바이고, 작은 키 때문에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좀 모자라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소름돋는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두만.

 

간만에 뮤지컬을 보러 다닌 거라 요즘 추세를 잘 몰랐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완전 클래식한 무대장치와 연출력으로 승부하는 고전이라면 <몬테크리스토>는 '신기술'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편이다. ^^

3D 영상을 한껏 활용하여 시작 장면부터 영화를 보는 느낌이더니 항해 장면, 바다 배경 영상과 무대장치를 교묘히 함께 써서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시체 담긴 자루를 배우들이 무대에서 던지면, 이후 풍덩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자루의 모습은 영상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충무아트홀이 워낙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짧고 음향도 좋은 편이어서 2층 객석에서 보면서도 극에 빠져들 수 있었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도 인상적이었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며 노래도 다 좋았는데, 이상하게도 음악이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ㅋㅋ <레미제라블>은 영화만 보고도 온종일 곡조를 흥얼거렸었는데... 드라마에 비해 음악은 좀 약한 뮤지컬인가 싶었다.

 

그나저나 공연주최측에 불만이었던 점은, 발음도 어려운 '쿼드러플' 캐스팅 주연에 조연들도 대부분 더블 캐스팅이던데, 왜 그날그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이름을 공연장 그 어디에도 적어놓지 않는지? 물론 공연 예매 때 남녀 주인공 이름은 스케줄표에 올라 있었지만, 팸플릿을 보아도 조연은 그날 누가 나왔는지 짐작만 할 뿐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모시기 힘든 주연 배우 캐스팅에 힘쓰느라 그런 데는 여력이 없었던 걸까? 흥! 포토존이랍시고 곳곳에 입간판이며 대형 포스터 걸어놓았던데 그 보다 먼저 공연장 입구에 배우 이름 정도는 공지하는 예의가 필요하겠다. (캐스팅보드 있었다는데 내가 못본 듯;; 근데 어디 있었던겨?? 티켓 현장수령하고 팸플릿사고 카페가서 음료수 마시고 포스터 사진 찍어오고... 그동안에 왜 못봤을까나;; +_+)

 

다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열망까지 들게 하는 감동 폭발 공연은 아니었지만, 째뜬 꽤나 즐거이 감상했다. 공연은 8월 4일까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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