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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3 소망교회? 8
  2. 2014.07.08 종교인이 문제다 10
  3. 2014.06.02 누굴 뽑나 7
  4. 2014.02.24 흰머리 1
  5. 2014.01.17 깜박깜박 6
  6. 2013.05.22 흰머리 미스터리 15
  7. 2012.12.20 월동준비 10
  8. 2012.03.13 은행 16
  9. 2012.02.07 미국산 스테이크? 8
  10. 2012.02.03 영하 17.1도 6

소망교회?

투덜일기 2014. 8. 23. 03:03


티스토리 다음 측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받았다. 내가 올린 글이 권리침해 신고로 삭제조치되었다는 것이 메일의 요지. 전에도 한번 겪어보았지만, 누군가 권리침해 신고를 하면 티스토리/다음 측은 무조건 해당글을 삭제해버린다. 그러고는 30일 이내에 복원신청하라고만 통보. 아 열받는다.

권리침해신고자는 소망교회를 대리하는 단체라는데, 대체 그 단체 사람들은 내가 올린 블로그의 글을 제대로 읽기나 한 것일까?? 어떤 글인지 다시 읽어보려해도, 삭제조치 되었으니 확인할 길도 없다. 기가 막혀서...

주변에 독실한 기독교인들도 많고 심지어 목회자 친구도 있기 때문에, 단언컨대 내가 함부로 저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썼을리가 없다. 그래서 아... 더 열받고 화난다. 

 

일단 복원신청을 해놓기는 했는데, 아 진짜 함부로 '개독교'라 일반화해 욕하고 싶지 않지만 자기네 교회 이름 들어갔다고(실제로 글에 언급이 됐는지 아닌지 기억도 안남) 명예훼손 운운 협박하며 게시물 삭제시키는 행태는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티스토리 다음 측에선 또 한달간 뜸들이다 슬쩍 메일 보내 복원조치되었습니다 어쩌구 하며 빠지겠지. 온라인 공간에서 함부로 누군가를 욕하고 있지도 않는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카더라는 유비통신으로 사람들 생각을 어지럽히는 건 물론 지양되어야하지만, 그누구보다 찌라시 언론과 포털이 앞장서서 못미덥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고 유통하고 있으면서, 힘없는 개인한테만 이딴 식으로 말하고 글쓰는 자유를 막는 짓거리는 정말 못마땅하다. 

소망교회? 단체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뭐하는 데서 대체 뭘 걸고 넘어졌는지 어디 두고보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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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에서 살인죄로(그것도 노수녀님을 죽였다고;;) 복역하던 가톨릭 신부의 죽음과 그 장례를 놓고 논란이 인다는 해외뉴스를 보았다. 아니 성직자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현대에서 종교란 단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고, 성직자 역시 그냥 하나의 직업이란 생각에 점점 동조하게 된다.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있듯, 성직자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의 동기와 이유와 성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어려운 곳, 낮은 곳에서 소신껏 봉사하는 성직자들도 물론 많겠지만, 그건 그냥 개인의 성향일 뿐 성직자가 아니면서도 그러는 착한 사람들도 많은 걸 뭐.


어마어마한 재산 규모와 예산을 집행하는 개신교 대형교회들도 그렇고, 괜히 길 막아놓고는 문화재 보호명목으로 절에 안가는 사람들한테까지 입장료 받아 챙기는 불교계 사찰들도 그렇고 그들에겐 종교가 그러니까 그냥 세금포탈에 엄청 이로운 수익사업에 지나지 않는 거다. 전국 어느 절엘 가보아도 '기와불사'라면서 돈 내고 기와에 이름 적어 소원성취하라고 적혀있는 안내문이 빠지질 않아 눈쌀이 찌푸려진다. 개신교의 십일조 논리도 그렇고, 가톨릭의 성금이나, 불교계의 불전함이나 왜 신을 섬기는 일에는 꼭 돈이 빠지지 않을까. -_-; 


줄곧 심신이 건강했던 엄마는 얼마전부터 약간 흥분과 불안증세를 보였다. 짐작되는 이유도 여럿이었다. 


첫째, 작년 여름에도 그러더니만, 담당자가 공무원 성과주의에 빠진 건지,  암튼 엄마가 다니는 보건소 부설 실버합창단이 무슨 대회엘 나간다고 했다. 작년엔 서울 지역만 참가하는 합창대회엘 나갔고, 거기서 당당히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전국대회라서 예선도 거쳐야한다는데, 엄마는 작년 대회준비를 앞두고도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했다. 자기만 틀려서 민폐 끼치면 어쩌나, 입장순서와 동작 순서를 헤매면 어쩌나 뭐 그런 이유였다. 부모들 기쁘게 하자고 유치원 선생들이 재롱잔치 준비로 애들 잡는 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작년에도 욕심 많은 지휘자 선생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었다. 헌데 올해는 전국대회라니, 노친네의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진 것 같았다. 하루종일 집에서 CD를 틀어대고 가사를 외우고... 가사 안외워져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으억~!!! 하마터면 구청 사이트에 민원 넣을 뻔했다. 노친네들 성취감 고취도 좋지만,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도 많으니 괜한 고생 시키지 말고 큰일 벌이지 말라고...  일단은 참고 있다. 


둘째, 12살 조카를 3주 넘게 돌보는 건 나름 평화로운 모녀의 일상에 파격이었고 당연히 노친네에게도 스트레스였다. 지네 집에선 TV도 안켜는 애가 우리집만 오면 할머니방 TV를 점거하다시피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맞벌이로 돈 번다고 애 교육 망치는 건 아닌지, 장사는 잘 되는지도 염려했고, 운전수에 보모 노릇하느라 늙은 딸 고생하는 건 또 안쓰러워보였던 모양이다.   


셋째, 엄마가 다니는 절의 신도회장을 지냈던 어떤 아줌마가 지지난주에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간 듣자하니 그 '보살님'은 좀 말도 함부로 하고 오지랖이 넓은 수준을 떠나 좀 주책스러워 밉상인 짓을 많이 하는 유형이었다. 고인을 두고 꼬치꼬치 따지기 좀 뭣하지만 이런 식이다. 울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루비반지(결혼 25주년때 아버지가 해주신 것)를 보더니 알이 좀 작지만(!) 예쁘네.. 라면서 대뜸 빼보라고 하더란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루비를 유리에 대고 문지른 뒤, 유리에 안붙는 걸 보니 이거 가짜네! 그랬단다. +_+ 그 일로 엄마는 그 아줌마를 속으로 미워하고 (나라도 엄청 미워했을 거다!) 상종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다는데, 그분이 덜컥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 거다. 아니 그 아줌마 암 걸려 돌아간 게 왜 자기 탓인가! (물론 노인들에게 주변 사람들의 부고가 알게 모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 모르는 바 아니다.)


어쨌든 1, 2, 3번의 스트레스 원인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차츰 해결이 돼 나갔다. 1번은 내가 민원 넣어서 합창대회 무산 시키면 오히려 울 엄마가 더 괴로워할 것 같아서 열심히 가사 외우기를 거들며, 노친네들은 합창 틀리는 게 묘미라고 세뇌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재미있어서 웃는다고.. -_-; 2번은 올케가 직원을 뽑으면서, 조카가 우리집에 오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됐고, 3번은 일단 그런 찜찜한 마음을 내게라도 털어놓았으니 치유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ㅋ 우울증환자 보필 30년이면 이 정도 심리파악 풍월은 가능해짐을 양해바람)


저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은 2, 3주 지나면 풀리기 마련인데도, 이상하게 노친네의 불안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무언가 신경쓰이는 일이 더 있다는 의미였다. 길가다 이상하게 웃는 여자얘기부터, 누가 재활용품 이상하게 버려놨더라는 얘기까지 시시콜콜 별의별 것을 다 내게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양반이, 대체 그게 뭔데 나한테 숨길까. 


안되겠다 싶어서 이틀전 달래는 척 집요하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뭔가 나한테 말 안하고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분명 있다. 그게 뭔지 어서 털어놔라... 그런 거 없다고 발뺌을 하던 엄마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나중에 편지로 쓰겠다;;고 말했다. 엥? 딱 감이 왔다. 왜, 누구한테 돈 빌려줬다가 떼이셨나? 아님 절에다가 돈 갔다주셨나?  답은 후자였다.


사찰마다 교묘한 수익사업이 참 다양하겠지만, 이노무 절의 수익사업 가운데 하나는 '천불' 모시기였다. 나는 가보지도 않아서 모르겠는데 암튼 불화 전시회도 열었다는 유명한 화가(?)가 부처를 손바닥만하게 천 명이나 그린 벽화를 조성(아마도 화가의 그 노역까지 '보시'라는 이름으로 공짜로 재능기부 받았을 거다)하고 그 부처 그림 하나하나를 개개인의 이름으로 분양(?)해 돈을 버는 식이다(그림 아래 이름표라도 달아주려나? -_-;;) 우리 동네 있던 절이 새 절을 지어 서오릉 근처로 이사가면서, 그런 이야기가 있을 때 울 엄니도 당연히 하나쯤 도맡을 줄 알았고, 그러려니 했다. 결국 큰동생 이름으로 알량한 부처그림에 백만원을 쾌척하셨다. (백만원X1000 명이면 10억. 뭐 재산이 몇백억씩 된다는 대형교회완 쨉도 안되는 수준이겠으나, 나는 얘기 듣고 기가찼다.) 


그게 한 1, 2년 전이던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 그런데 알고보니 그 이후에도 (불교신자도 아닌 딸 잘 되라고;;) 내 이름으로도 부처그림에 또 한번 돈을 냈었대고, 최근엔 노친네 본인 이름으로도 또 하나 부처그림값(?)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원래도 부자 신도들은 한집에서 막 10개씩 척척 맡아서 돈내고 그런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수익사업이 원할하게 마무리가 안되니 마지막 바겐세일이라도 하듯--물론 깎아주는 건 아니지만--남은 그림을 분양했던 모양)  그것도 5개월 할부로. ^^*


어차피 엄마 재산(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것 같지만 그냥 연금 통장 정도 ㅋㅋ)은 본인이 관리하시고,  종교생활에 드는 소소한 비용이며 본인 용돈 쓰시는 것 역시 내가 전혀 상관하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남기신 배우자 연금이 엄마 쓰시기엔 넉넉해서 어찌나 감사한지. 그저 감지덕지할 뿐. 그런데 공교롭게 얼마 전 내가 목돈으로 들어온 원고료 일부를 선심쓰듯 간만에 용돈으로 드리며 토를 달았다. 엄마가 놀러다니고 옷사입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주는 거야, 홀라당 절에 갔다주지는 마셔. 그러면 다시는 용돈 안 줄 거임~


아무래도 복을 받아 편안하게 이 세상 하직하려면 정성스러운 금강경 필사뿐만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도 천불 모시기에 동참해야할 것 같아서, 돈 내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 바로 그 시점에 하필 내가 저런 말을 하며 돈 봉투를 안겼으니... ㅋㅋㅋ 노친네는 차마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 했던 거다. 딸 속이고 하지 말라는 짓 하자니 제발이 저리셨겠지...


사연을 다 듣고 나니 헛웃음이 나면서도 버럭버럭 화가 났다. 돈독 오른 땡중들에게! 순진한 '보살님'들 꼬드겨서 이런저런 수익사업 챙기는 불교계의 작태에! 설교든 설법이든 성직자라는 양반들이 노친네들 앉혀놓고 복을 짓고 선행을 베풀어야 천당이며 극락 간다고, 그리고 그 선행을 돈과 연결시키는 빤한 술수에! 종교단체에 전재산 홀라당 갖다 바치고 길바닥에 나앉는 노친네들 얘기가 그리 먼 사연이 아닐 수도 있다니! 눈뜰 욕심에 분수도 모르고 공양미 삼백석에 딸 팔아먹은 심봉사 같은 인간을 내가 얼마나 혐오하는데! 


으으으... 째뜬 약속은 약속이고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하셔야겠기에 내가 결론을 내렸다. 할부는 무슨 할부, 5달이나 신경쓰는 거 절대 반대이니 내일 당장 송금해주고 끝냅시다.... 송금할 계좌번호나 내놓으시오...


심신이 불안해지면 울 엄만 벌써 얼굴표정부터 달라진다. 행동도 안절부절하지만, 특히 나만 알 수 있는 미묘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눈두덩 부분의 주름 방향이 달라져 위로 약간 치솟는 것. ^^;  내가 호랑이눈 됐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3주 가까이 이상하게 절반쯤 호랑이눈이 되었던 노친네 눈주변 주름이 저 대화 이후 하루만에 평온하게 내려앉았다.... 으휴. 


엄마가 속얘기를 차마 못하고 몇주간 끙끙대다 털어놓은 뒤 맘 편해졌듯이, 나도 여기다 시시콜콜 죄다 하소연을 하고나면 나도 반나절쯤 계속해서 투덜투덜, 종교는 둘째치고 탐욕스런 종교인들이 문제야, 순진한 신자들이 문제야, 으억 내돈은 아니라도 3백만원 아까워! 라며 씨근덕대던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지만...  하여간 이번에 또 한번 깨달은 건 내 맘대로 함부로 일반화한 '일부' 종교인들의 탐욕스런 수익사업과 나의 편협함?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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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6.4 지방선거 유인물 봉투가 계속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고도 외면하다가 드디어 내다버릴  박스랑 종이 챙길 때 한꺼번에 버리려고 우편물을 열었다. 어우 복잡하여라. 전단마다 공약이며 신상명세며 재산목록 같은 걸 꼼꼼이 읽는다고 살펴보긴 했으나 참... 대체로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현 정부를 심판하긴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야당도 딱히 못 미더운 이 심정, 대부분의 국민들과 같은 마음 아닐까나.


째뜬 흥미로운 인물도 하나 발견했다. 초등학교(엄밀히는 국민학교) 동창이 시의원 후보로 나선 것. 얼마 전 골목길 살리기 프로젝트였던가, 동네 쉼터 만들기 운동이었던가 암튼 그만그만한 다큐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엇, 놀랐던 바로 그 동창이었다. 한두 번 같은 반이었던 적은 있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고, 까무잡잡하고 운동을 잘했던 것 같고 남자애들보타 키가 한참 커서 개구쟁이 사내녀석들을 혼내주는 역할을 맡았던가.. 뭐 그렇다. 중학교도 같은 델 다녔지만 역시나 친분은 없었고, 15살 이후론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TV를 보며 이름과 얼굴이 단박에 떠올라 놀라웠던 그 친구(라고 불러도 좋을지 원;;)의 경력사항을 보니 내세울 건 'OO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역임' 밖에 없다. 그야말로 주부대표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건데... 흠. 잘 할까? ^^ 그 보다는 환경운동 하는 사람처럼 TV에 얼굴 내밀고 그런 게 다 계산된 정치적 포석이었나 싶은 것이 찝찝하기도 하다. 하기야, 사람들 대표로 정치판에 나서려면 얼굴 파는 걸 마다해선 안되겠지! 단지 일면식이나 학연, 지연이 있다고 뽑아주겠단 건 아닌데, 일단 내가 싫어하는 당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근데 어떻게 그 동창은 결혼을 하고도 친정 동네를 안 떠나고 계속 살며 자기 애를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보냈을까, 그게 더 신기하닷.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엔 교육감도 중대한 문제인데 조짐이 좋질 못하다. 진보쪽 후보는 너무 인지도가 낮고 애들 후려잡는 정책으로 유명한 현 교육감은 앞서가던 고OO 후보의 가족 문제로 호기를 만난 상황. 매일 밤10시까지 꼬박 학교에 붙잡혀 '야자'를 해야하는 조카를 위해서라도 좀 바꿔보렸더니만 쯧쯧쯧. TV에 나와 연예인인 듯 알랑거리는 인물치고 쓸만한 사람 없다는 나의 편견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패널이랍시고 TV에 나와 앉아 노상 아줌마들 팬관리 할 때부터 알아봤더라니. 흥. 


괜한 호기심에 나도 사전투표를 한번 해볼까도 생각했으나 도무지 누굴 뽑아야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어서, 공식 투표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마다 늘 자포자기 '최선'보다는 '차악'을 뽑아오긴 했지만 아 왜 점점 정치는 퇴보하고 있는 걸까. 인물이 없어도 정말 너무 없다. 하기야 정책도 안 보이고, 야당들의 비전도 없다. 망할 놈의 나라. 


투표용지가 무려 7장이나 된다는 이번 선거. 아리까리 도무지 자신 없는 문제를 풀 때 영 아니올시다인 보기부터 지워나가듯이 절대 싫은 후보 지우기는 끝내 놓았으되 두어개 남은 보기에서 영 우유부단함을 떨칠 수가 없다. 아우, 대체 누굴 뽑나 그래. 선거 때만 되면 데자뷰를 느끼는 늘 비슷한 포스팅.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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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투덜일기 2014. 2. 24. 17:09

외출 직전 옷을 다 차려입고서 전등 스위치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봤는데 정수리에서 뭔가 반짝. 손가락 한마디 만큼 자란 흰머리다. 또 그 자리네. 쪽집게를 찾아들고 새치 소탕작전. 급한 마음에 그 옆 검은 머리칼 한올을 먼저 뽑고서야 성공.  아까비. 어릴 때부터 머리숱이 적고 올이 가늘어 정수리가 훤했는데,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러다 대머리 되는 거 아닌가. 요샌 여성 대머리도 흔하다던데.

 

머리칼을 자꾸 뽑으면 모근이 아예 죽어버려 어느 순간 다시는 새 머리칼이 나지 못한단다. 좀 더 지나면 흰머리 한 오라기도 아쉬워 절대 뽑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기에 나중엔 나도 그냥 백발을 염색도 않고 자랑삼아 다니리라 마음 먹어보지만 아직은 반사적으로 흰머리 소탕을 시도한다. 특히 쭈뼛 서듯 홀로 삐죽이 튀어나오는 정수리 흰머리는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어! 아 글쎄 지난 번엔 지하철 타고 가다 내리려고 문앞에 섰는데 유리창에 비친 정수리 부분이 또 반짝. 어찌나 거슬리는지 개찰구 빠져나가 화장실까지 가기도 전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얼른 서서 흰머리를 뽑았다. 남들이 보면 미친여자인가 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참을 수가 없는 걸...

 

염색 않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어서, 맏이 주제에 3남매 중 흰머리가 제일 덜 나는 편이어서 고맙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50살 될 때까지 좀 참아주라, 하고 흰머리한테 애걸하고 싶어진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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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투덜일기 2014. 1. 17. 07:49

무선전화기나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는다든지, 곰솥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외출을 한다든지 하는 아줌마 특유의 건망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건 아니다. 물론 주전자에 찻물 올려놓고 잠시 깜박해서 주전자를 태워먹은 전적이야 몇번 있지만 ㅠ.ㅠ 그건 아주 잊은 건 아니니까... 으음. 요즘 나를 가장 짜증스럽게 하는 깜박증은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까짓것 하면서 한번 더 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런 걸 까먹은 사실이 순순히 용서되진 않는 서글픈 기분...

 

누군가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서서 한참 휴대폰 통화를 하고 났더니, 외출하려던 참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완전 깜깜해져 허망했단 얘기를 위로랍시고 해주었다. 가방이 턱하니 거실 바닥에 놓여있는 걸 단서로 돌아온 길인가보다고 생각하며 신을 벗고선 그럼 다녀온 데가 어딘가 떠올려보니 그 역시 깜깜하더라나. 으윽. 다림질하다가 전화벨소리에 다리미를 귀에 댔다는 괴담만큼 섬뜩하진 않지만, 아줌마들의 서글픈 건망증 이야기는 참 끝도 없다.

 

암튼... 시간이 좀 지나면 칫솔이 젖었나 안 젖었나 만져보아도, 입안에서 혀를 놀려 치아를 점검해보아도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고, 칫솔질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도 그게 조금 전이었는지 어제였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원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관문 안 잠근 것 같아 뛰쳐올라가보아도 잠겼을 때가 많다고는 하지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은 가시질 않는다. 조만간 나도 하루에 한두번은 꼭 식탁 주변에서 나 여기 뭐 하러 왔더라 고민하는 울집 노친네처럼 되어가겠지. ㅠ.ㅠ 

 

아까 새벽에 밤참을 먹고 나서 곧장 이빨을 닦은 것도 같고 이따 닦아야지 미뤘던 것도 같고 통 생각이 나질 않아 결국 자러 들어가다 말고 양치질을 했더니 홀딱 잠이 다 깨버린 아침. 잠자리에 누워도 진실이 뭘까 고민할 게 뻔해서 여기다 미리 자백하기로 했다. ㅋㅋ 치아 마모 심하다고 치과에서 너무 열심히 닦진 말랬는데. 연이어 두번 닦은 거면 왠지 억울하닷.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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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인들은 대부분 머리를 새카맣게 염색해 10년쯤 젊어보이는 쪽을 택하는 게 대세지만, 왕비마마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보다 더 늙게(!) 보는 경우가 많아 가끔 속상해하시면서도, 염색비 안들어 좋고 머릿결 좋아져서 좋단다. 정말로 몇달에 한번씩 미용실에서 염색했을 땐, 가느다란 머리칼이 파시시 까슬까슬 비비면 금세라도 다 바스라질 것처럼 윤기가 없더니, 염색 안한 이후엔 머리칼도 굵어지고 윤기도 생겨났다. 완벽한 백발이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좀 지저분해 보이는 은발이지만, 다른 할머니들의 까슬까슬 파시시한 인공적인 검은 머리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내가 보기에도 마음에 든다.

 

나 역시 염색을 안한지 10년쯤 된 것 같다. 예전엔 나도 검정머리는 고집스럽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미용사의 권유에 따라 지조 없이 밝은 갈색, 붉은 갈색, 자연 갈색 돌아가며 머리칼을 염색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다 귀찮아졌다. 염색을 많이 하면 모발의 유전자가 변형된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신경이 안 쓰인건 아니지만 (그건 파마도 마찬가지라던데 뭐;;), 보통 6개월씩 미용실을 안가고 앞머리만 집에서 대강 자르곤 하는 나에게 두세달 만에 다시 모근을 물들여줘야 하는 염색은 너무 귀찮은 일. 비용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왕비마마처럼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도 굳어졌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물론 남들에 비해 좀 늦게 세기 시작한 머리털 덕분이었다. 주변을 보면 삼삽대에 이미 수많은 새치가 나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염색을 한다는 이도 있고, 염색을 안하면 스컹크 수준이라 주변에서(특히 배우자와 아이들이) 더 질색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사십대 들어서 한두 개씩 새치가 나는 정도여서, 비록 머리숱이 지극히 적음에도 새치가 보이면 뽑아버리는 쪽이었다. 그런 내게 친구들은 머리칼 한올이 소중한데 그걸 왜 뽑느냐고! 호통을 쳤다. -_-; 더욱이 나는 이십대부터 정수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알머리 없는 사람이었거늘.

 

허나 오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작년부터는 나에게도 흰머리가 '다량으로' 출몰하기 시작했다. 끝은 검은데 중간부터 흰머리인 것도 보이고(모근이 드디어 늙은 거다 ㅠ.ㅠ) 아예 흰머리로 나는 것들도 양쪽 옆통수에 각각 열개씩 출현! 얼마 전엔 정수리에 바짝 서서 난 흰머리를 왕비마마가 뽑아주셨다. 옆으로 누워있으면 그냥 놔두겠는데 튀어나와서 보기 싫다고...

 

우리는 원래도 잡곡밥을 먹어왔지만, 오래전부터 아버지가 염색약 알레르기 때문에 염색을 포기한 이후로는 서리태와 흑미를 꼭 밥에 넣어 먹어왔고, 서리태 콩자반도 밑반찬으로 자주 등장한다. 검은콩, 흑미, 오징어 먹물 따위의 블랙푸드를 먹으면 좋다니까 먹긴 하면서도 정말로 검은머리가 나는데 도움이 되는지 어쩐지는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왕비마마는 작년부터 머리칼이 다시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마 위쪽 머리는 거의 다 새하얬었는데 거기서부터 검은머리칼이 사이사이 나왔고, 귀밑머리 부분도 다시 검게 변하는 중. 왕비마마는 내가 먹거리를 잘해먹여서 회춘하는가보다고 (원래 노인들의 흰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피부도 젊어지는 회춘은 90살 넘어야 하는 거라고 들었다;;) 좋아하신다. 검게 변해가고 있는 왕비마마의 은발은 동네 미용사 아줌마도 인정하는 사실.

 

그런데 똑같이 서리태, 흑미 넣은 잡곡밥 먹고 콩자반은 엄마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데(콩을 잘먹어 '콩순이'란 별명도 있었던 나는 어린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콩자반을 노상 싸줘도 좋아했었다) 왜 나는 흰머리가 점점 많아지고 왕비마마는 검은머리가 새로이 나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이듦을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흰머리가 많이 나도 염색은 안하고 버티겠다면서 흰머리가 보이는 족족 뽑아버리고 싶은 나의 이 심보는 또 뭔가? ㅠ.ㅠ

 

머리칼 한올한올이 소중한 나이란 건 나도 알지만, 자꾸 뽑아버리면 모근이 스무번쯤 머리칼을 내놓다가 결국 말라죽고 만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들었지만, 당분간은 흰머리가 보이는대로 족족 소탕하고 말 기세다. 흰머리 자꾸 난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머잖아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 정도면 감지덕지라고, 그나마 여지껏 먹어온 서리태와 흑미 효과를 본 것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친할머니를 닮아서 (식성은 확실히 닮았다) 머리가 하얗게 세지는 않을지도 모른다고, 왕비마마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위로를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속상한 건 속상한 거고 남들과의 비교우위로는 성에 차질 않는다. 중년 이후의 삶이란 확실히 심신의 늙어감에 적응하는 과정인 듯한데, 노안도 그렇고 흰머리도 그렇고 적응과 체념보다는 버럭 화가 나고 슬퍼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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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투덜일기 2012. 12. 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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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가 들어간 유일한 영어단어라나 뭐라나(이는 확실히 틀린 주장이므로 오해 없도록 미리 밝혀야겠다;; ㅋ), 그래서 누구에게든 선물하기 딱이라는 장갑. 우산이나 스카프처럼 사도사도 욕심이 생겨 겨울마다 기웃거리게 된다. 가죽장갑은 끼나마나 손시려울 것 같아 처박아둔지 오래고, 여러가지 장식 요란한 벙어리장갑은 아무래도 끼고 나서기 민망해진 나이라는 자격지심이 앞서고... 

결국 작년에 회색 털실장갑을 하나 사 끼었다. 또 '스님용' 장갑을 산 거냐고 놀림 좀 받았지만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뭐. 게다가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사두었던 옷핀모양 단추도 직접 달아놓고는 어찌나 뿌듯하게 끼고 다녔는지.

그런데 지난번 영하 십몇도 혹한에 나가보니 안에 부숭부숭 안에 털이 든 이중장갑 끼고 온 사람이 몹시 부러워 올해 또 한 켤레 사들였다. 겨울엔 그저 오리털 패딩이 최고라며 기럭지 넉넉한 깜장 패딩과 함께 월동준비는 완벽하게 끝냈노라고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어젯밤 돌연 평범한 월동장비로는 버틸 수 없는 빙하기가 시작됨을 느꼈다.

그렇다면 답은 결국 상식이 통하는 따뜻한 곳(그런 곳이 정말로 있다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지구 다 망가뜨리고 나면 다른 행성 개척해 떠나 살겠다는 허황한 꿈과 뭐가 다른가 싶긴 하다)으로 떠야하는 게 아닐까, 상투적이고 가볍기 짝이 없게도 그것이 제일 먼저 든 생각. 감상적 패배주의에 빠지면 안된다는데 난 꼭 그런 심정이다. 희망이 있나? 5년 전과 똑같은 기시감이 가장 두렵다. 절대로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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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투덜일기 2012. 3. 13. 18:24

이런저런 이유로 세군데 은행의 통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주 거래은행은 어디까지나 한군데고 나머지 두 군데는 통장이 어디있는지, 인터넷뱅킹 신청을 했었는지 안했었는지도 까마득할 만큼 이용 빈도수가 거의 없다. 그 은행이 나의 주거래은행이 된 이유는 그저 첫 직장에서 급여통장을 개설한 곳이었고 계좌번호가 외우기 매우 쉽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른 데 계좌도 외우긴 하지만 숫자가 한두개씩 더 있어서 복잡해! 거의 모든 자동이체도, 모든 수입 입금계좌도 그 통장으로 해놓은 터라, 거래내역만 뽑아보면 따로 가계부도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산 것이 어언 이십여년이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이놈의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지점수가 확 줄어, 집근처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다행히 작업실 바로 앞에 지점이 있어 그리 불편한 점은 없었으나 통장정리하기도 귀찮은 김에, 오로지 인터넷과 텔레뱅킹으로만 거래하는 e통장으로 바꿔버렸다. 인터넷뱅킹과 현급출납기 사용시에는 언제나 수수료 무료라는 점도 나에겐 딱이었다. 어차피 현금 찾을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라고 위로하면서. 현금이 급하면 언제든 며칠은 완전 무이자로 빌려주는 왕비마마도 집에 계시니 별로 불편할 것도 없었다. 좀 귀찮기는 해도 인터넷 뱅킹으로 집 근처에 있는 다른은행으로 송금해놓았다가 은행근무 시간 내에 돈을 찾으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도 귀찮을 땐 에라 모르겠다, 은행들 돈 많이 벌어처먹어라, 하면서 수수료를 물고 아무데서나 돈을 찾기도 했고. 

누군가 은행계좌를 물을 때 내가 그 은행 이름을 대면, 거기 없어지지 않았나? 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간 별다른 착오가 생긴 적은 없었다. 앞에 영어알파벳이 붙긴 했어도 옛날 은행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이놈의 은행 이름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sc제일은행도 불편했는데 이제는 아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란다. 외국계 은행임을 공표하는 이 이름이 나는 심히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은 현금출납기에서 은행코드 확인할 때 sc제일은행이라고 나오는 것 같은데, 설마 저 긴 이름을 죄다 쓸 리는 없고 어떻게 줄여쓰려나? 그야 뭐 그 은행 사람들이 걱정할 일이고 나로선 누군가 은행계좌 물을 때 불러주거나 적어주어야 하는 저 길고 불편한 이름이 싫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저 은행을 주 거래은행으로 고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매달 고정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제와서 세금우대 급여통장을 개설할 리도 없고, 아무리 오래 거래를 해왔더라도 알량한 번역 수입만으로는 저 대단하신 은행에서 우수고객으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이제부터 온갖 자동이체며 계약서 계좌를 다른 데로 바꾸고 나면, 송금 수수료 우대 쯤이야 어느 은행에서든 받아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혹 아닌가? ㅋ). 아무튼 가끔가다 계약서 쓸 때 단출하게 'OO은행' 대신에 무려 다섯자나 더 많은 저 은행 이름을 손글씨로 쓰는 장면을 생각하면 우선 치떨리게 싫다. 손으로 뭐든 남 앞에서 글씨 쓸 일이 있으면 별안간 부끄러워 쪼그라드는 것 같은 심정이 드는 지 오래됐다. 타닥타닥 두들기는 자판에만 익숙해져 손글씨는 정말 개발새발, 뭔가 특히 공적인 일로 양식 같은 걸 채울 땐 민망하기 그지없다.

굳이 글씨 핑계가 아니더라도, 은행의 신용도나 자산규모를 떠나, 금융회사마저 외국자본이 침투한지 오래인 이 사회의 현실이 나에겐 이제 겨우 실감된다는 게 좀 소름끼친다. 언젠가는 이 나라 은행이 모두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으나, 일단은 정리해고를 밥먹듯이 하고 노조 탄압에 압장선 외국계 은행에 내가 단순히 타성 때문에 의리를 지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뜻이다. 해서, 드디어 결심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핸드폰 번호를 계좌번호로 개설할 수 있다는 은행에 새로이 주거래 계좌를 트기로. 각별히 게을러진 탓에 과연 언제 은행까지 발걸음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여기에 다짐을 적어두었으니 허튼 소리로 남진 않겠지. 아 물론... 그 수많은 자동이체를 죄다 변경하려면 진땀깨나 흘리긴 할 것 같다. 부디 다들 인터넷으로 변경 가능하기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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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원산지를 속여 판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4백톤 가까이 된다는 뉴스를 보니, 까먹은 포스팅이 떠올랐다. 당시엔 분기탱천하여 곧장 포스팅하겠다 마음 먹어놓고, 왜 까먹었을까나.

얼마 전 모임에서 어쩌다보니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게 됐다. 소수 인원이라면 몰라도 6-7명쯤 되는 인원이 돌연 레스토랑에 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다니 좀 뜬금없는 일이었는데, CJ 계열사에 다니는 후배 하나가  그날 하필 여자친구도 데려왔겠다 뭔가 우아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직원가 할인을 꽤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순순히 응했다. 주말이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미 두어번 퇴짜를 맞은 뒤끝이어서, 예약을 안하면 거의 자리잡기도 어려운 듯한 분위기(들어가자마자 예약하셨느냐고 묻더군;;)에 7명이 6명 좌석에 끼어앉기로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광교쪽 종로통 단독 건물의 4층엔 와인까지 시켜놓고 분위기를 잡은 연인이나 가족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왁자지껄 메뉴판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최고급 스테이크의 가격이 10만원을 넘기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5, 6만원대의 중간가격 스테이크가 무려 <미국산>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꼼꼼이 메뉴를 읽어보니 프라임 어쩌구라면서 10만원 넘는 최고급 스테이크와 3만4천원짜리 안심 스테이크 딱 두 종류만 국내산 쇠고기고, 그 중간 가격대 메뉴와 제일 싼 2만2천원짜리 찹스테이크까지 전부 미국산 쇠고기였다. 우엑~!

웬만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를 쓰던데, 어째서 거긴 미국산 쇠고기를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TV에도 노상 미국산 쇠고기를 선전해대는 수입업자측과 정부가 설마 대기업 CJ에 압력을 넣었을라고? 어쨌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엄마랑 조카까지 데려가 촛불을 불태웠던 내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을 순 없는 일, 선택의 여지는 안심스테이크 딱 하나 뿐이었다. 10만원 넘는 스테이크를 내 돈 주고 사먹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음식점에 가서 여러명이 다 똑같은 메뉴로 <통일>하는 거 정말 촌스럽고 싫은 행동이라 여기지만, 그날 우린 어쩔 수 없었다. 까칠하게 내가 미국산 쇠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말했으니 다른 애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했을 수도 있겠으나, 우린 계속 CJ 다니는 후배에게 제발 회사 게시판에 항의 좀 하라고 놀려댔다. 단둘이 와도 풀코스로 와인까지 시키고 부가세 포함하면 수십만원은 쉽사리 넘길 고급 스테이크집에 미국산 쇠고기가 웬말이냐고!

문제의 안심스테이크. 280g이라고 적혀있던 것 같은데 참.. 조촐하다

국내산이라는 메뉴 표기를 믿고 다들 안심스테이크를 시켜 먹기는 했지만 나는 속으로 매우 찜찜했다. 혹 국내산 쇠고기 안심이 아니면 어쩐다? 원산지 표시를 속였거나, 요리사가 실수로 미국산 쇠고기랑 국내산 쇠고기의 저장고를 혼동했다면? 마침 국내산 안심이 떨어져 에라 모르겠다 미국산 안심을 대신 내놓은 거라면? +_+ 밖에 나가 먹을 땐 어쩔 수 없이 호주산 쇠고기까지 허용하지만(사실 원산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음식점에서도 쇠고기는 잘 사먹지도 않는다!), 집에서 먹는 쇠고기는 아무리 비싸도 한우를 고집하고 있거늘(비싸면 차라리 먹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다). 젠장. 부가세 포함 4만원 가까이 되는 스테이크가 미국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씹어 삼키면서도 영 맛이 나질 않았다. 그뿐인가! 나눠 먹으려고 시킨 시저샐러드엔 하필 큼지막한 앤초비가 생선형체 그대로 막 놓여있어 비린내가 나질 않나... ㅠ.ㅠ 원래 앤초비는 곧 이탈리아 멸치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피자나 파스타에 들어가 익은 것은 그나마 눈 딱감고 먹어줄 수 있지만 날것은 도저히... 흑흑.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미국식 본고장 스테이크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음식점이라나. 그러니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를 써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땐 원산지에 대한 별 생각없이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광우병을 우려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던 건, 미국내에선 유통되지도 않는 18개월 이상 쇠고기와 부산물까지도 규제없이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규! 질 낮은 중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하여 무조건 <싼것>만 찾는 우리나라 무역업자들이 더 문제임을 잘 알고 있듯,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못할까 나는 항상 그게 더 걱정이다. 보란듯이 원산지를 속여파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존재하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려나 결론은 한 가지. 가격대비 별로 맛도 없고 번거로워 코웃음쳤던 <더플레이스>에 이어, <더 스테이크 하우스>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하는 짓이야 늘 그렇지만, 특히나 삼성일가가 하는 일이 뻔하겠지만, CJ 그럼 안되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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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1도

투덜일기 2012. 2. 3. 03:59

어제 서울 기온이 무려 영하 17.1도였다. 체감온도는 당연히 영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2월 한파로는 55년만이라나 뭐라나. 내 기억으론 평생 겨울 날씨를 다 합쳐도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암튼 이런 날은 그냥 집에 콕 박혀 있어야 좋을 텐데 하필 엄니 병원 예약일이었다. 시내 곳곳에 시동 안 걸리거나 시동 꺼져버린 차들이 널려 있다는 뉴스도 들었겠다, 이틀 전 쌓인 눈도 먼저 치워야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미리 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6-7센티미터쯤 쌓인 눈을 걷어내는데 어휴... 털장갑 낀 손이 금세 시렵고 뻣뻣해졌다. 어이춰!! 그나마 단번에 시동이 걸려주어 어찌나 기쁜지 원.
 
낮이라 기온이 꽤 올랐는데도 온도 확인을 해보니 영하 10도. 거리엔 다니는 차도 드물어 원래 집에서 10-15분쯤 걸리는 병원까지 딱 6분 걸렸다. 히터에서도 간신히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문제는 주차권 뽑는 기계 앞에서 창문이 열리다 말고 잘 안내려가더라는 것. 눈맞고 나서 녹았던 물이 얼어붙어 아예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전에도 겪어봤으나, 이번엔 반뼘쯤 내려가다 말고 윙윙거리기만 했다. 켁. 강추위에 옥외역에서 지하철 문이 안닫혀 난리가 났다더니만 그 비슷한 현상인가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차문을 열고 주차권을 받았다. 그 추위에 한데 서서 주차권 뽑아주는 사람들 불쌍도 하여라...

오늘도 서울은 영하14도까지 내려간단다. 그렇게 춥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추위 속으로 나설 것이다. 문득 남극의 혹한을 묵묵히 견디느라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모여 번갈아가며 온기를 나누는 펭귄들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방안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며 그래도 동면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나는 비유하자면 부모의 발등을 딛고 따뜻한 뱃속(영하 40도를 넘는 남극의 추위 속에서도 펭귄의 뱃속은 35도를 유지한단다;;)에 들어있는 철부지 새끼펭귄 쯤 되려나. 한겨울의 쨍한 추위가 한여름 더위보다 훨씬 낫다는 사람들을 나로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기록적인 한파 때문인지 나도 쨍하고 얼얼한 추위에 한 자락 제정신이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몇달치 먹이를 한꺼번에 먹어 몸을 불린 채 겨울잠을 자도, 봄에 깨어나면 체중이 절반으로 줄어 굶어죽기 직전이라는 곰탱이보다야 그래도 매일매일 타고난 식탐을 만족시키며 노동하는 쪽이 낫겠다. 아무렴. 그렇긴 해도 영하 17도는 좀 심했다. 주말부턴 풀린다고 했으니 부디 더는 무시무시한 추위야 오지 마라. 입춘이 바로 내일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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