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투덜일기 2014. 2. 24. 17:09

외출 직전 옷을 다 차려입고서 전등 스위치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봤는데 정수리에서 뭔가 반짝. 손가락 한마디 만큼 자란 흰머리다. 또 그 자리네. 쪽집게를 찾아들고 새치 소탕작전. 급한 마음에 그 옆 검은 머리칼 한올을 먼저 뽑고서야 성공.  아까비. 어릴 때부터 머리숱이 적고 올이 가늘어 정수리가 훤했는데,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러다 대머리 되는 거 아닌가. 요샌 여성 대머리도 흔하다던데.

 

머리칼을 자꾸 뽑으면 모근이 아예 죽어버려 어느 순간 다시는 새 머리칼이 나지 못한단다. 좀 더 지나면 흰머리 한 오라기도 아쉬워 절대 뽑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기에 나중엔 나도 그냥 백발을 염색도 않고 자랑삼아 다니리라 마음 먹어보지만 아직은 반사적으로 흰머리 소탕을 시도한다. 특히 쭈뼛 서듯 홀로 삐죽이 튀어나오는 정수리 흰머리는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어! 아 글쎄 지난 번엔 지하철 타고 가다 내리려고 문앞에 섰는데 유리창에 비친 정수리 부분이 또 반짝. 어찌나 거슬리는지 개찰구 빠져나가 화장실까지 가기도 전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얼른 서서 흰머리를 뽑았다. 남들이 보면 미친여자인가 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참을 수가 없는 걸...

 

염색 않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어서, 맏이 주제에 3남매 중 흰머리가 제일 덜 나는 편이어서 고맙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50살 될 때까지 좀 참아주라, 하고 흰머리한테 애걸하고 싶어진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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