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에 해당되는 글 103건

  1. 2011.11.21 빌어먹을 모기 8
  2. 2011.10.27 커피집 불만 9
  3. 2011.07.21 새주소 10
  4. 2011.07.15 개미 소탕작전 8
  5. 2011.05.28 세상이 쌈닭을 기른다 8
  6. 2011.05.26 이웃 복도 복 4
  7. 2011.05.25 그녀들은 없다 13
  8. 2011.04.08 때문이야 15
  9. 2011.01.09 모피 유감 8
  10. 2010.12.26 주전자 12

빌어먹을 모기

투덜일기 2011. 11. 21. 02:26

잠결에 오른쪽 귓가에서 앵~ 모기 소리를 들었다. 모기와의 동침은 있을 수 없는 법. 알고서야 그냥 잘수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딸깍 전등을 켰다. 잠결에도 얼른 안경을 찾아 쓰고 눈에 초점을 모아 사방을 살폈다. 갑작스레 전등이 켜지면 모기란 놈도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벽에 꼼짝않고 붙어 있었다. 뒷걸음질을 쳐 휴지를 뽑아들고는 살그머니 다가가 단숨에 후려쳤다. 벽과 휴지에 놈의 새빨간 선혈이 묻어났다. 쯧쯧쯧... 가엾은 엄니가 한방 물리셨나보구만. 그래도 내가 복수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불을 끄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근데 엄마를 물어뜯은 모기가 어떻게 닫은 문새를 뚫고 내방으로 들어왔을까 잠결에 의문이 들었으나 궁금증보다는 잠이 우선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목덜미에 딱 드라큘라 흡입자국 위치에 난 빨간 자국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때려잡은 모기는 바로 내 피를 실컷 빨아먹고서 몸이 무거워 유난히 요란하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던 놈이었다는 것을. 우어어어!!! 잡았으니망정이지 그냥 놓쳤더라면 얼마나 더 약이 올랐을까. 날이 추워져도 좀체 사라질 줄 모르는 빌어먹을 모기들!

요즘 거의 평균 하루에 세 마리꼴로 모기를 때려잡고 있다. 문틈을 다 막아놓아도 화장실 배수구로 들어온다기에 일부러 배수구 위에 대야를 얹어 원천봉쇄를 하는데도 모기들이 수시로 출몰을 한다. 마트엔 모기매트도 철수했대서 더 살 수도 없는데 젠장! 뿌리는 모기약으로 승부를 걸어보지만, 허브향으로 산 탓인지 살충능력이 별로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얼핏 맞아서는 어림도 없고 직접 두어번은 쏘아주어야 겨우 죽으니 원. 하기야 살충성분이 너무 강하면 사람에게도 해롭다던가. -_-;

그동안 모기들은 주로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따라들어왔다. 옛날 속담을 곧이곧대로 믿으시는 엄마는 처서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지기 때문에 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지난주 가을모기에게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하고는 가까스로 그 믿음을 버렸다. 요새 모기는 겨울에도 펄펄 살아 날뛰는 것을! 어제도 세 마리나 죽였으니 온종일 현관문을 열지 않고 지나간 일요일엔 날아다니는 모기가 없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조금 전 두마리를 사살했다. 급한 마음에 모기 스프레이를 찾을 새도 없이 손바닥으로 날아가는 모기를 잡고나면, 안데르센 동화였던가 그림동화에서 '한방에 일곱'이라고 적은 띠를 두르고 영웅 취급을 받았던 소년 생각이 난다. 한방에 일곱은 아니지만 하루에 서넛은 나도 퍽퍽 해치우고 있다. 혹시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면 거기다 모기가 알을 낳을 수도 있대서 확인해봤지만 장구벌레 같은 건 없다. 다만 잎이 무성한 화분에 모기들이 숨어있을 확률이 높긴 하다. 지난 여름 앵두나무에도 그렇게 모기들이 많이 숨어있더니만!

드디어 영하권으로 떨어진 서울 날씨. 현관문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모기들은 이제 드디어 다 얼어죽었으려나? 아니면 교활하게도 또 어느 하수구로 다들 숨어들어 배수구를 막아놓은 목욕탕 대야가 열릴 순간을 노리고 있으려나? 지금도 모기를 유인하느라 요란하게 숨을 내뱉는 중이다. 어쩐지 한 마리 더 잡아 오늘의 평균량을 해치워야 안전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빌어먹을 모기야 어서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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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 불만

투덜일기 2011. 10. 27. 17:25

지난번 추석때였나. 두 올케와 둘러앉아 명절노동에 힘쓰는 도중에 둘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언니, 옛날에도 좀 까칠했지만 요샌 심히 까칠해졌어요, 라고. 스스로 까칠한 인간인 건 알고 있었어도 '심히' 티나게 그 소양이 발전했다니 좀 찔렸다. 원래도 버럭버럭 화를 잘 내는데 동생들한테도 그랬었나? -_-a 며칠 전엔 동생이 뭘 부탁한 일로 통화를 하다가 막 언성을 높이며 쪼잔하게 굴었더니(분노의 대상이 동생은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 저쪽에서 큰동생이 길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이 누나를 어쩌면 좋으냐고 속으로 중얼대는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그렇다고 사소한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배포는 안되니 또 단순하게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

오늘은 후배랑 시내에서 점심 먹을 일이 있어, 이왕이면 매상 올려준다고 안국동 트윈트리타워에 가서 수제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고는 건물 1층에 있는 Think Coffee로 수다자리를 옮겼다. 나는 이미 커피를 한잔 마셨으므로 아메리카노 작은 걸(S, 3800원)로 두잔 주문하며 머그잔에 담아 달랬더니 머그잔 커피는 중간 크기(M, 4300원)부터 판매한다고 했다. 엥? 뭐시라고? 머그잔이 크면 거기 양껏 담아주면 되지 머그잔으로 마시려면 큰 걸로 주문하라는 시스템은 또 뭐냐? 은근 빈정이 상했다. 그제야 카운터 옆에 세워놓은 컵 사이즈가 눈에 들어왔다. 별다방 콩다방을 비롯한 커피집엘 내가 요즘 잘 안다녀 거기도 최근 바뀌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크기 컵이 아 글쎄 겨우 자판기 종이컵 만한 게 아닌가! 공정무역이니 저온 로스팅이니 어쩌니 해도 Think Coffee가 별로 맛은 없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는데, 게다가 양까지 적다니 돌연 화가 났다. 어쨌든 나는 머그잔에 나름 양껏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므로 돈을 천원 더 내고 크기를 바꿨다.

투덜투덜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 있다가 카운터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왔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떡하니 종이컵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철저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일부러 종이컵에 안먹고 머그잔에 마시려고 사이즈까지 바꿨는데 종이컵에 담아주는 무신경함은 뭐냐고! 우리가 시킨 거 아닐지도 몰라 재차 확인했다니 맞단다. 와락 열이 오른 내가 머그잔 주문했는데 어찌된 거냐고 따졌다. (까칠해지면 소심이에서 돌연 쌈닭모드로 변신!) 그제야 머그컵에 다시 담아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얼빵한 직원... 만약에 머그잔이 보온중이었다면 나는 그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이 집어드는 머그잔은 그냥 선반 꼭대기에 아무렇게나 엎어져 있는 것들이었다. 이미 종이컵에 따랐던 커피를 다시 차가운 머그잔에 부어 주겠다는 거냐!? 또 한번 열받음 -_-;;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됐다고 말하며 그냥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점심시간 이후라 거의 빈자리 없아 바글거리는 사람들 모두 플라스틱컵 아니면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보나마나 빤했다. 직원들이 머그잔 설거지하기가 싫었겠지! 콩다방에서 알바를 했던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장 인원이라는 게 빤한데 설거지까지 하려면 시간없고 힘들어서 굳이 원하는 손님이 아니면 모르는 척 종이컵에 준다고. 그리고 제일 진상손님은 조각 케이크 시켜서 먹으며 접시와 포크 뿐만 아니라 머그잔과 쟁반에 크림 묻혀서 설거지 복잡하게 만드는 인간이라고. 보통 쟁반은 행주로 슥~ 닦고 만다는데, 쟁반 설거지까지 하려면 싫기야 싫겠지. 하지만 그게 그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커피전문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수준이고 그들이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현실 때문에, 노고를 감해주는 의미로 소비자가 종이컵을 무조건 수용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고용주와 노동자간에 사회가 개입하여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머그잔과 종이컵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인데, 머그잔에 달라는 손님까지 종이컵에 담아주는 건 대체 무슨 무대포 정신일까나. 커피는 따뜻한 머그잔에 마셔야 제맛이란 말이다, 이놈들아! 이런 지경이니 어떤 진기한 커피를 시켰더라도 맛있을 리 없었지만 냉정히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정녕 맛있는 커피는 아니었다. 흐리지도 않은데 밍밍한 건 뭔지. 차라리 햄버거집 커피가 더 훌륭했음.

수다를 이어가면서도 내 머리 한 구석엔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Think Coffee 안되겠네. 담에 다신 오나 봐라. 담부터는 옆동에 있는 별다방에 갈 거다. (실은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갔을 땐 밤이라 카모마일차를 시켰고 머그잔에 달라고 했었음. 나중에 합류한 일행은 별 말 안했는지 종이컵에 커피를 받아왔고.) 커피집 게시판에 소비자불만 올릴까? 확 가열찬 불매운동을 펼칠까? +_+ 니들 까칠한 인간 잘못 건드렸어! 소비자 입장 대신 이젠 업주 입장에서 요식업계(?) 비즈니스를 바라보게된 동생들은 아마도 띨빵한 직원이 깜빡하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뭐 그리 쪼잔하게 속을 끓이냐고 한 마디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마음 상한 건 절대 안 잊는 뒤끝 엄청 긴 쪼잔한 소인배인걸... 그리고 애당초 머그잔에 마시려면 작은사이즈 커피는 주문도 안된다고 하는 것부터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게시판 불만 접수나 불매운동 같은 건 게으름 덕분에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저 이런데다 하소연하고 마는 거지. 혹시라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프랜차이즈 관계자 검색에 걸려 직원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인 거고 아님 마는 거고. 나야 뭐 다시 안가면 그만이니까... 와이파이 잡으려면 비밀번호 입력해야하는 것도 불편했다고! 흥! 융통성없고 요령 없는 그 직원은 끝까지 정점을 찍었다. 매장을 나서며 마침 출입구가 음료 내주는 데 바로 옆이라 빈 컵과 쟁반을 내밀었더니 (다른 커피집은 그러면 주방까지 가져다준데 오히려 감사하며 선뜻 받지 않나?) 굳이 구석쪽 반납대를 가리키며 거기다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하시더군. 우엑~! 혹시나 커피집 관계자가 와보고선, 예전 허위학력 건축가처럼 무작정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이라 티스토리에 삭제를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하려나 어쩌려나 두고볼 작정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정식 법적 소송이 아닌 한 티스토리측에서도 한달간 글 비공개로 해뒀다가 다시 공개하는 걸로 마무리됐으니 나도 겁날 거 없다. 정당한 소비자 불만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면 더더욱 그 커피집 영업방침을 알게되겠지. 분명 말해두지만 나는 얼토당토않게 괜히 트집잡는 블랙슈머가 아니고 단지 종이컵 두개 소비 안 되도록, 또한 잘 안식는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가 '무시당한' 일개 힘없는 소비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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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투덜일기 2011. 7. 21. 21:29

서울시 @@@구 □□로 37길 XX-X
정부가 우리집에 부과한 새주소다. (원래 주소는 서울시 @@@구 OO2동 XXX-XXX)
지번 찾기 쉬우라고 길마다 정했다는 새주소의 편리함 여부는 내 상관할 바 아니고, 그냥 마음에 안든다. 익숙한 것을 버리기가 원래 힘든 법이지만,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취향도 갖고 있는 터라 단순히 낯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따져보면 나는 이 동네에서 35년을 훨씬 넘겨 살았다. 20년 넘게 산 이 집 이전에도 우리집 주소는 번지만 달랐지 늘 OO동이었다. 전월세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지 꽤 됐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막 6개월마다 이사를 다녔다. 아이가 셋이라 시끄럽다고 집주인이 계약연장대신 계속 쫓아냈다고 들었던 듯하다. 해서 우리는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길 하나를 마주하고 반대편 주택가로, 주소상으로는 OO2동에서 OO4동으로, 다시 OO3동으로  하도 이사를 다녀 옛날 손글씨로 적던 주민등록 등본을 떼면 주소 적는 난이 빽빽하다못해 넘쳐날 정도였다. 같은 구를 벗어나지 않은 건 할아버지댁과 가까이 있기 위함이라고 해도 부모님은 대체 이 동네가 뭐 그리 좋다고 고수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전셋값이 다른 동네보다 쌌을까?

어쨌든 밤늦게 택시 잡기 어렵고 집값은 저렴해도 워낙 오래 터를 잡고 산 동네라 OO동이라는 주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상하다. 명목상 번지수가 바뀌었대도 물론 너 어디사니, 하는 질문엔 다들 원래 동네 이름을 대겠지만 당최 새 주소는 써먹고 싶은 느낌이 안든다. 그나마 이 동네에선 새주소명 의의신청 움직임은 없었던 것 같다. □□로에 붙은 □□동 이름이 우리 동네보다 더 부자 동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초동 방배동 사람들은 '우면로'라는 새주소를 못마땅히 여겨 결사반대를 했다고 들었다. 원래는 다 평창동이었는데  새주소명이 '세검정길'과 '평창길'로 나뉘어 근거 없이 차별받는다고 단체 이의신청을 했다는 아파트 단지 이야기도 들렸다. 다 집값과 상관 있기 때문이란다. -_-;

이재에 어두워 집값 같은 건 전혀 모르겠고 30년 넘은 우리집이야 주소명 바뀌었다고 값을 더 쳐줄 리도 없다. 나는 다만 발음도 착하고 정겨운 OO동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더는 못쓰게 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새주소는 당연히 아직 외지 못했다. 요번에 날아온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는 당연히 원래 주소를 적었다.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부터는 다 바뀌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나는 언제까지 원래 주소를 고집할 수 있을까?

한 동네에 너무 오래 살아서 너무 많은 이웃과 서로 알고 있기에 인사하기도 귀찮고 민망해 확 이사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새 동네에서 터를 잡고 사는 것과 원래 오래도록 산 동네에서 동네 이름을 빼앗기는 것은 확실히 기분이 다르다. 현정부가 하는 일마다 족족 마음에 안들어 무조건 닥치고 싫다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새주소가 필요했던 건지 잘 납득하기가 어렵다. 전화도 안걸고, 심지어 초인종도 안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올라와 물건을 전해주고 가는 수많은 택배기사님들은 새주소를 사용해도 그렇게 귀신같이 찾아와줄까? 아마도 내겐 그게 제일 큰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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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소탕작전

투덜일기 2011. 7. 15. 03:16

하도 오래 된 집인 데다 주변에 나무와 풀이 많아서 온갖 곤충(사마귀, 노린재, 호랑나비 따위 뿐만 아니라 온갖 해충 포함;;)들과 자주 맞닥뜨리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와 개미는 없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었는데 그 자랑이 무색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주 엄마네 부엌에 개미가 출현 한 거다! 안경을 끼기는 했으나 작은 물체는 돋보기가 필요한 엄마는 '새까맣고 엄청 빠르고 아주 작은 벌레'가 토스터기 주변에 나타나 그걸 잡느라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렸다고 말했다. 몇 마리 못잡고 다 도망가버렸다나. 엄마는 그 뒤로 검은 점만 봐도, 하나못해 후추가루 한 알갱이만 봐도 다 움직이는 것 같은 노이로제에 시달렸다. 혹 바퀴벌레 새끼가 나타났나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진상파악을 해보니, 다행히도 개미였다. (개미가 바퀴벌레보다는 깨끗할 거라는 근거 없는 나의 믿음은 과연 옳을까?) 어쨌거나 아주 작은 불개미는 아니고 길이가 한 3mm쯤 되는 개미 녀석들이 최초 출현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서너시간 쯤 뒤 이번엔 싱크대에서 헤매고 있었다. 정말 어찌나 몸놀림이 빠른지 몇마리 잡기도 전에 달아났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인가 추적해보니 뒷베란다로 올라온 모양이었다.

나는 곧장 개미박멸을 위한 '검색'에 돌입했다. 사용후기에 '노벨평화상'이라도 주고 싶다는 말까지 올라와 있는 과립형 '잠자*'와 '개미박*' 제품이 괜찮은 듯했다. 얼른 약국에 가서 두 종류 개미약을 사와 개미 출몰 지역에 붙여놓았다. 원래 개미는 자꾸 죽이면 일개미 개체수가 줄어드는 걸 염려한 여왕개미가 더 많은 개미알을 낳기 때문에 함부로 죽이면 안된단다. 먹이인 척 유인해 과립형 약을 가져가 서로 나눠먹게 하면 여왕개미까지 모두 박멸할 수 있다고 설명서에 써 있었다. 최초 개미가 발견된 식탁 주변과 싱크대 주변, 뒷베란다 문 근처 다섯군데에 개미약을 붙여놓고 다음날 확인했더니, 문에 붙여놓은 약만 몽땅 사라져 빈통이었다! 다른 약은 거의 그대로인데! 해서 같은 자리에 새 약을 더 붙여놓고 계속 개미가 출몰하는지 지켜보았는데 우왕~ 정말 이틀만에 개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하기야 나타난 것도 순식간에 갑자기 나타났으니 걔네들이 운 나쁘게 길을 잃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먹을 것도 없는 데서 우왕좌왕 방황하는 것 같긴 했음)

안심하고 있으려는 찰나, 아 글쎄 그제는 내 방에서 엄마가 또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하곤 말했다. 엄마가 진짜 노이로제에 걸렸나보다. 자꾸 까만 점들이 움직이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착각이 아니라 새로운 종의 개미였다! 다른 집이라서 개미 종류도 다른지 엄마네 집 개미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였다. ㅠ.ㅠ 이미 퇴치 경험이 있어서 크게 당황하진 않았지만 하필 개미가 나타나는 곳이 내방 문틈이라 앞으로 잠은 다 잤구나 싶기도 하고, 개미 사라질 때까지 컴퓨터방에서 잘까 고민을 했다. 어쨌거나 또 다시 개미약을 문앞에 붙여놓고 주의 깊게 관찰을 했더니 이놈들은 워낙 몸집이 작아서 그런지 비실비실 움직임도 느리고 벽을 기어오르다간 이내 미끄러져버렸다. 그러니 미끄러운 플라스틱 통안으로 기어오르는 건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인 듯했다. 결국 약통 입구를 놈들이 들어가기 좋게 낮추고 각도를 문턱과 똑같이 만들어준 다음 불까지 끄고 지켜보자(불이 환하면 점으로 착각하게 만들려는지 놈들이 안움직이더라!) 드디어 놈들이 한마리씩 약통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투명한 개미 약통을 살피니 조금 과립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다. 여전히 개미는 문턱 아래로 한 마리 기어다니고... 이 종의 개미에겐 약이 효과가 없는 것인가 두려워했던 것도 잠시, 만 하루가 지나자 결국 이번 개미도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캬... 신기하다고 할밖에!

생각해보니 난데없이 개미들이 종별로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건 폭우 때문인 것 같다. 원래도 우리 마당엔 온갖 크기의 개미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앵두도 딱 한번 따고 안따먹어 죄다 바닥에 뒹굴었으니 폭우 내리기 전까지는 아마 먹이도 충분했을 거다. 게다가 벚나무인 줄 알았던 옆집 나무 세 그루 중 하나는 살구나무여서 열매가 꽤 많이 열렸기에 익으면 따먹으려고 별렸더니 나보다 먼저 새들이 죄다 파먹어 그 잔해까지 우리 마당으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하도 비가 많이 오니 땅속 개미굴은 다 물바다가 됐을 테고 먹이는 빗물에 쓸려 다 사라지고.. 그러다보니 먹이를 찾아 떠난 일개미 원정대가 벽틈을 타고 이층까지 올라온 게 아니었을지. 그런데 사악한 인간은 약을 쳐서 또 씨를 말려버리려 들었고...

뉴스를 보니 폭우 때문에 전국에 피해가 말이 아니다. 곧 제철이라 오매불망 맛볼 날을 기다렸던 달콤한 복숭아는 출하를 며칠 앞두고 다 썩어버렸대고 물에 잠긴 게 아니라 아예 진흙에 덮여버린 논도 부지기수란다. 가뜩이나 살인적인 물가인데 만만했던 채소값도 하늘까지 치솟을 예정이래고... 이재민들이 또 수백명이라는데 이 마당에 개미타령 하고 있으려니 문득 부끄럽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얘기였나. 암튼 아무리 장마라지만 이제 비 좀 그만 내려서 비 피해도 더는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얘기로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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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더운데 으으으 열 뻗칠 일을 방금 또 겪었다.
조금 전 서너집 건너에 사는 이웃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하얀 봉투를 하나 들고서. 엄마에게 서명을 받으러 왔단다. 아까운 세금으로 왜 쓸데없이 돈 있는 집 애들까지 무상급식을 줘야하느냐며, 그걸 반대하는 서명이란다. 헛...

모른 척 내방으로 건너와 그냥 앉아있으려니 속이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간 엄마에게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 일당과 강남 부자들에 대한 욕을 실컷 해대며 왜 무상급식이 평등교육권인지 설명해드리긴 했지만, 엄마는 옆집 아줌마가 10분 이상 떠들어대면 그냥 쫓아버릴 욕심에 내용파악도 없이 그냥 서명을 해줄 사람이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일단 우리 모녀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사람이고 오세훈, 이명박 일당의 이상한 돈지랄이 더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포문을 열고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해 언성이 높아졌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라고 적혀 있는 하얀 서류 봉투의 정체도 의심스러웠다. 대체 무슨 관계로 오세훈 일당 꼬봉 노릇을 하시는 거냐고 아주머니에게 따져묻기도 했다. 쌈닭기질이 제대로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아주머니 왈, 남편이 한국전쟁참전 유공자라 무슨 위원회에 한 자리 차지하고 계신단다. 영문도 없이 거기서 그 봉투가 날아와 서명을 받으라는 지령이 떨어져 그 임무를 하는 수 없이 아주머니가 떠맡았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하도 서슬이 퍼렇게 언성을 높이며 이명박 오세훈 욕을 해대니까 말문이 막혔을 뿐이지, 처음 오자마자 살금살금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들어 울 엄마를 설득한 논조를 보면 무비판적인 딴나라당 지지자임이 틀림없었다.

어휴...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한나라당의 주민투표 청원 서명운동이 강남서초구 주민들과 보수 노인층을 중심으로 조직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손길이 우리집까지 뻗치고 보니 화가 치민다. 하기야 보수 우익단체들은 늘 한나라당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었음을 잘 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조직을 이용해 민심인 척 억지로 세를 모으고 있다니. 복지 포퓰리즘 추방이라고? 참 이름 하나는 잘도 갖다 붙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카드로 뽑았던데, 재원마련에 대한 계획도 없이 일단 지지율 떨어지는 거 막으려고 시작한 일이니 그것도 엄연히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면 어쩔 셈인가?
 
정신나간 놈들.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90퍼센트를 넘겼으니 일부 부유계층 이외엔 어느집이나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이 큰 부담이므로  반값 등록금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일이다. 대학등록금 문제가 복지 포퓰리즘이니 뭐니 해서 당략으로 싸울 일이 아니듯이 전면무상급식 문제도 아까운 국민의 세금 운운하며 눈가리고 아웅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국민 세금이 아까우면 쓸데없는 삽질이나 저지르지 말란 말이다!

오세훈파 아주머니가 아직도 가지 않았다. -_-; 오래 눌러앉아 지치게 만들어 서명을 받으려는 전략인가? 한판 붙고 후퇴했으니 다시 가서 서명 파일 열어보자고 할 수도 없고 으으으... 얼음물이나 벌컥벌컥 마시며 참는 수밖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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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복도 복

투덜일기 2011. 5. 26. 17:01

그동안 시나리오를 거의 수십번은 고쳐썼을 것이다. 다짜고짜 쌈닭형, 비굴 간청형, 도도한 충고형, 험상궂은 협박형, 대면회피 서면통보형, 일방적인 민원신고처리, 반상회 추진... 아래층 똥개 문제를 그 집 사람들에게 어떻게 항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야기다.

1년도 넘게 고민만 했을 뿐 속 시원히 아래층 사람들과 맞서지 못하고 여기다 애먼 욕만 써대면서 급기야 불만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치기 직전이었다. 이젠 날도 더워져 베란다문을 열고 살아야하는데 온집안을 뒤흔들듯 목청껏 짖어대는 놈의 울대를 맨손으로라도 끊어버리고 싶은 심정;;

밤늦게나 집에 들어오는 아랫집 식구들을 언제 찾아가야할 것인지도 난감해서,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현관문에 붙여놓는 방법도 생각할 지경이었는데... 두둥... 어제 얼떨결에 똥개 주인한테 불만을 토로했다. +_+ 저녁 설거지를 하는데 이 미친개가 깽깽거리며 우는 소리를 막 내기 시작했다. 우렁차게 짖는 소리와는 또 다르게 귀청을 찢을 듯 파고드는 소리에 확 열이 오른 나는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쿵쾅쿵쾅 아래층으로 내려가 놈을 호통쳤다. 조용히 못해! 그랬더니 놈은 나를 잡아먹을 듯 짖어대며 뛰어올라 쇠사슬을 쩔렁거렸고 그 순간 개주인 등장!

그동안 수십번 고쳐썼던 시나리오 덕분인지 안녕하세요, 인사에 이어 주절주절 불평이 터져나왔다. 1년 넘게 고민하다 이제야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푸념으로 시작하여 대체로 비굴 간청형이었던 것 같아(개 짖는 소리 때문에 일을 많이 못해 생계에 지장이 있다는 말도 했다;; 완전 과장은 아니라고 속으로 되뇌임) 내심 좀 부아가 치밀었다. 차근차근 도도하게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져서 굴복시키는 상상을 너무 오래 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개주인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_-v

게다가 이사를 갈 지도 모르는다는 말에 어찌나 반갑던지 이사 전까지는 참아보겠다는 말이 새어나오려는 걸 얼른 혀를 깨물었다. 전세집 구하기 어렵다는데 그러다 이사 안가면 어떻게 하라고! 째뜬 어젯밤에는 전기충격 목줄을 매달았는지 개가 짖다 말고 낑낑대는 양상을 보이더니 계속 조용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으면 진즉 이야기할 걸, 괜히 망설였나 싶을 정도였다. 그놈의 똥개가 전기충격에 죽어나든 말든.. 내 알바 아니었다. 독약 사다먹여 죽일 생각도 했는데 놈이 괴롭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그러나.
오늘 놈은 다시 홀로 남아 마당을 점령한 채 평소처럼 짖어대고 있다. 아우 씨... 골목에 차만 지나다녀도 짖는 놈의 횡포를 하루 종일 기록해 보고서라도 작성해야 하나, 소음측정기로 피해정도를 규명해야 하나, 2차로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암담하다. 앵두가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놈의 위혐 없이 앵두를 따먹으려면 그전에 해결되야 하는데, 어쩌나 젠장. 이웃 복도 참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몰염치한 아래층 집 사람들은 1년 넘게 신고 한번 안하고 무던히 참아준 이웃들 잘 만난 걸 과연 알기나 할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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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들이 영어에 미친 요즘과 달리 꽤 구세대인 나는 당연히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처음 영어를 접했다. 그때 처음 느낀 영어에 대한 인상이 무엇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참 복잡하고 남녀차별적인 언어구나 하는 생각은 줄곧 이어졌다(고등학교 진학 후 불어를 만나 형용사마저 성별을 달리하는 걸 보고 더욱 경악했지만;;). 인칭별로 달라지는 be동사도 이상하고, 시제별 동사변화(특히 불규칙 동사!)도 이상하고 특히나 인칭대명사는 참 이상했다. 그냥 '그 사람, 그분, 걔'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성별따져서 he/she 나누는 것도 웃기고 '그녀'라는 말도 웃겼다.

정확한지는 자신이 없지만 시사영어사판 중1 교과서 첫과 즈음에서 She가 등장했을 때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영어선생이 "그녀는 OOO입니다"라고 한 설명을 '그년은'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이 수업시간에 욕을 하다니! 나처럼 오해한 아이들이 꽤 있었던듯 누군가 킥킥 웃기도 했던 것도 같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영어와 '그녀'라는 말이 우리말에 도입된 역사는 아직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명실공히 여성을 가리키는 인칭대명사로 번역서뿐만 아니라 국내 문학이나 언론, 방송, 일상생활에 뿌리 깊이 자리를 잡았다. 다만 원래도 대명사를 잘 쓰지 않는 우리말 습관 때문에 입말에서만큼은 그다지 사용되지 않을 뿐이다. 구어체에서는 '그녀'뿐만 아니라 '그', '그들'도 잘 쓰이지 않는다. 괜히 욕을 바가지로 먹고 싶다면 일상적인 입말로 저런 인칭대명사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녀가 오늘은 좀 늦네. 그녀에게 전화 좀 해봐." "그들은 언제 오니?"라는 식으로. -_-;

번역과 관련된 노하우나 경험담을 담은 책을 보면 'he/she'를 번역할 때 '그/그녀'를 적절히 사용하라는 조언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엄마, 할머니, 심지어 여동생을 가리키는 대화에서도 계속 꿋꿋하게'그녀'라고 해놓은 번역서를 만나면 아주 난감하다. 특별히 가족을 남으로 대하는 인물이거나 성격상 후레자식이 아니고서야... 쩝...
또 한 가지, 쓸데없이 복수명사에 얽매여 '들'을 붙이지만 않아도 초짜 티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팁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선 사물에 복수형을 붙여 <거리마다 쏟아져 나온 자동차의 홍수 속에서...>라는 식으로 쓰면 틀린 건 아니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마다'라는 조사와 '홍수'라는 표현에서 이미 거리와 자동차 여럿의 이미지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 학생들, 어른들, 애들, 노인들처럼 사람의 경우엔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그녀들'이다.

똑같이 '걔'나 '그사람', '그분'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그녀로 나누어 성차별을 했던 he/she도 여럿이 뭉치면 사이좋게 다시 그들/they 하나로 통합된다는 기본적인 영문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영어로는 똑같이 they인 말을 한글에선 왜 굳이 '그녀들'로 바꾸게 된 걸까? man이 남자이면서 인간을 대표하는 것처럼 '그'의 복수형인 '그들'이 3인칭복수형의 대표가 되는 것에 열이 뻗친 이 땅의 여성주의자들이 우리말 번역에라도 별도의 복수형을 만들어야겠다고 주장한 것은 설마 아닐테고...

그 정도로 언어를 연구했다면 3인칭 여성 단수로 '그녀'가 당연한 듯 쓰이기 전에는 '그'나 '저'가 성차별없이 공용으로 쓰였음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는데 말이다. 이제껏 작업한 번역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설이었던 터라 '그녀'의 효용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더러 이름으로 바꾸기도 하고 생략도 해보지만, '그녀'를 아주 안쓰고는 못배긴다. 그만큼 '그녀'는 이제 우리말과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인정한다. 그건 그렇다쳐도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그녀들'은 확실히 아니다 싶다. 소설가나 시인 앞에 굳이 '여류'를 붙여 폄하하는 태도처럼 나에겐 참으로 못마땅하고, 특히나 잡지와 광고에서 수시로 쏟아지는 '그녀들' 때문에 너무 싫어서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녀들의 발칙한 반란이 시작된다.'
'독하게 성공한 그녀들의 비법을 소개한다.'
'잘 나가는 그녀들이 여기 다 모였다'
우웩~~~~!!!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된 우리말에 그녀들은 없다(영어에도 없다니깐!!). 그들이 있을 뿐이다. 걔들, 또는 그분들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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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이야

투덜일기 2011. 4. 8. 12:47

차두리가 이상하게 엇박으로 몸을 움직이며 "간 때문이야~"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CF를 볼 때마다 비싯 웃음이 난다. 그 제약회사는 그 광고에 힘입어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니, 확실히 성공한 광고 사례다. 차두리의 매력과 중독성 강한 CF송 덕분이기는 하겠지만, 내 생각엔 어린시절부터 누구나 "@@때문이야!"라고 핑계대는 화법에 익숙해서 광고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게 아닐까 싶다. 친구랑 놀다가도 "너 때문에 망쳤잖아!"라거나 "쟤 때문에 안 놀아!", 부모나 동생에게 "엄마(너) 때문에 TV 못 봤잖아!"라고 했던 기억 누구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종일 비 내린다고 괜히 분위기 잡다가 정말로 호박 부침개 부치면서 빈속에 먼저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더니 전도 술도 어찌나 맛이 있던지 헬렐레 기분까지 좋아졌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간만에 마신 술에 적응이 안됐는지 금세 알딸딸, 결국엔 초저녁에 뻗고 말았다. 밀린 일 할당량은 어쩌라고 술을 마셨던고 나중에 후회해봐도 소용없는 일. 벌개진 얼굴로 누워 속으로 외쳤다. 비 때문이야! 호박 부침개 때문이야! 맥주 때문이야!

물론 시작은 나 때문이다. ㅋㅋ
 

광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차두리의 간 영양제 광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반대로 요즘 볼 때마다 내가 기분나빠하는 광고가 하나 있으니, 바로 ㅇ사의 브랜드 광고다. 아리따운 아이돌 여가수들이 떼로 몰려나와서 엄마를 하녀 부리듯 "엄마, 시원한 물 한잔 부탁해~!", 세수하고 나서는  "엄마, 수건 좀 부탁해!"라는 식으로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며 "부탁해~!"라고 외치다가 그럼 엄마는 누구한테 부탁하느냐고 묻는 줄거리다. 엄마는 ㅇ사에 부탁하면 된다나. 악!!!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진짜 짜증난다. 신경숙의 소설이 워낙 잘 나가니까 그 제목을 패러디했다는 건 알겠으나, 내 맘에 안드는 건  안드는 거다. 물론 아직도 자식을 하늘 떠받들듯 공주 왕자 모시듯 보필하는 엄마들이 세상엔 많겠지만 이건 뭐, 물 한잔도 엄마에게 시켜먹으라고 대놓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뭐냐고! 나의 조카들은 대여섯 살만 되면 물은 자기가 알아서 따라먹을 수 있더구만, 왜 다 큰 멀쩡한 지지배들이 겨우 손톱 칠하느라고 엄마를 부려먹는지 원. 혹시라도 그 광고 때문에 애들이 새삼스레 엄마를 더 부려먹게 될까봐 염려하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_-a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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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유감

투덜일기 2011. 1. 9. 16:15

왕비마마와 내가 옷에 대한 취향이 사뭇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의견통일이 이루어진 부분은 모피 코트에 대한 거부감이다. 젊어서는 모피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고 특히 노년에 접어들면 모피, 특히나 밍크 코트 한벌쯤은 갖고 있어야 면이 선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므로, 엄마가 예순살 즈음부터는 겨울마다 나도 아버지도 계속 왕비마마의 의향을 물었다. 한벌 사줄 테니 골라보시라고 말이다. 한벌에 몇천만원까지 한다는 초고가의 모피는 못 사줘도 '까짓것' 몇백만원짜리는 사주겠다며 몇번이나 백화점엘 모시고 나가 입혀본 적도 있었다. 엄마가 내심 갖고 싶은데 괜히 사양하는 '척'하는 거라면, 백화점까지 가서 입어본 다음에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실 것이라는 게 우리의 짐작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억지로 걸쳐는 보았으되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원래 우리 모녀는 웬만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옷을 잘 입어보지 않는다. 입어보고 나면 소심한 성격에 점원에게 미안해 마음에 안들어도 얼떨결에 사버리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모피 코트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왕비마마의 거절 이유는 우리가 듣기에도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첫째로는 불자로서 수백마리 짐승을 죽여 만든 옷을 걸치고 절에 다니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고, 둘째로는 당신 몸이 뚱뚱해서 그렇게 짐승털가죽 옷을 입은 본인의 모습이 한 마리 곰처럼 흉측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말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모피코트를 입지 않은 사람은 울 엄마밖에 없더라면서 그게 속이 상했는지 아버지는 잊을만 하면 한번씩 계속 백화점 모피 매장으로 왕비마마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왕비마마는 밍크 코트 대신에 밍크털이 깃과 소매에 장식된 무스탕이나, 오리털, 모직 코트를 대신 사거나 차라리 아버지랑 세트로 등산 점퍼를 장만해 들어오셨다. 그러고 나서는 지난 몇년간 나는 왕비마마의 모피 취향이 변했는지 아닌지 떠보기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올 겨울, 왕비마마의 나들이라고 해봤자 한달에 한번 동창모임 아니면 절에 가는 것 이외엔 죄다 병원 정기검진이긴 하지만 노친네들이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밍크 코트'를 보니 새삼 또 찔려 왕비마마에게 물었다. 엄마도 이젠 밍크코트 한 벌 입으시지, 라고. 그랬더니 단박에 싫으시단다. 더 뚱뚱해보일 거라나. 그럼 살 빠지면 입으실 거냐고 했더니 그도 아니란다. 오히려 입고 싶으면 너나 입으라고, 통 크게도 한벌 사주시겠다고, 요즘엔 젊은 애들도 많이들 입나보더라고, 한 술 더 뜨는 거다. -_-; 징그러워서 개털도 잘 못쓰다듬을 뿐더러, 특히 실감나게 생긴 밍크털은 더 소름끼쳐서 소매나 깃장식도 못 견딜 판국인데 무슨!

이렇게 모피 혐오증 환자처럼 굴고는 있지만 나도 짐승털이 얼마나 따뜻한지는 알고 있다. 할머니 유품 중에서 스웨터 말고도 내가 또 챙긴 물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밤색 토끼털 목도리다. 다행스럽게도 토끼 눈과 꼬리까지 실물처럼 재현해놓은 그런 모양이 아니라(그런 거라면 무서워서 절대 갖겠다는 소리 안했을 거다. 할머니 밍크 코트를 외면했던 것처럼;;) 둥글게 코트 깃처럼 생긴 집게형 목도리라 모직코트를 즐겨 입던 시절엔 정말 거의 매일 두르고 다녔다. 비록 이제는 몇년째 장농에 그저 매달려 있기만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가죽코트 사면서 안에 입는 토끼털 조끼가 덤으로 생겨 입어본 적도 있다. 그나마 변명이라면 내가 일부러 모피를 추구해서 장만한 건 아니라는 정도지만, 토끼털은 괜찮고 밍크 코트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과연 나도 더 '늙으면' 취향이 바뀔지 그건 모르겠으나, 어려서는 모피가 징그럽다고 나와 동감하던 친구들도 중년에 접어들더니 슬슬 모피에 눈길이 가고 호피무늬가 좋아진다고들 고백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나는 요즘 모피 코트 디자인이 제 아무리 세련되게 바뀌었다고 해도, 깜찍 발랄하게 새하얀 모피를 입은 젊은 아가씨들을 보아도 전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데 말이다. 호피무늬 싫은 거야 예전에도 포스팅했던 적이 있을 정도고! (좋아하는 배우가 배역 때문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호피무늬 걸치고 나오면 호감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선호 배우 명단에서 제명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혹독하게 추운날 잠깐 만나 밥을 먹었던 친구는 나 싫어할까봐 제일 뜨뜻한 모피 코트를 못입고 나왔다고 툴툴거렸다. 그 친구는 그 옛날부터 걸어다니면 반드시 팔짱을 껴야 하는데, 모피 걸치고 나온 날은 내가 내내 사모님이라고 놀려줄 뿐만 아니라 팔짱도 금지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내 취향을 고려해 하루쯤 모피를 포기한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긴 것, 짧은 것, 색깔 연한것, 조끼형까지 일일이 갖고 있는 모피 코트를 들먹이며 효용성을 피력하는 사모님에게 결국 나는 '고급스러운' 취향을 존중해 줄 터이니 그만 입닥치라고 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까마득한 옛날에 결혼할 때도 시어머니 혼수로 모피코트를 해드리고 저도 모피를 받았던 것 같다. 어차피 물려받을 거라 생각하고 좋은 걸로 바치기로 했다던가.

암튼 그렇게 뜨뜻하다는 모피 코트에 대한 왕비마마의 거부감이 진심인지 아닌지, 진심이었더라도 혹시 변하는지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떠볼 작정이다. 왕비마마가 계속 싫다고 하시면 몹시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하겠지만, 못 이기는 척 입겠다고 하셔도 매몰차게 친구에게 하듯 팔짱을 못끼게 하지는 말아야지 마음먹고 있다. 곰 한마리나 바야바 같은 왕비마마를 모시고 다니는 일은 정말 싫겠지만, 뭐 그렇게 또 따뜻하다니까... 원시 시대엔 겨울에 누구나 모피를 몸에 두르고 다녔을 텐데 뭐... 암... 혹시 내가 하도 질색팔색을 하니까 왕비마마가 모피 입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계신 건 아닌가 슬며시 걱정스럽기도 하다. 빤딱이 여우털 프린세스 라인 패딩을 사다 입으라고 강요 받았을 때 내가 난감했던 것처럼, 나 또한 내 취향을 노친네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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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투덜일기 2010. 12. 26. 21:17

과학이나 상식으로 접근하면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나 혼자 굳게 믿고 있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바로 물 끓이기.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으니까 (여기서 고도나 물의 순도는 논외로 하자;; 복잡한 거 모른다) 30초를 끓이든 1분을 끓이든 5분을 끓이든 물의 온도는 똑같을 테고 성분이 달라지거나 하지도 않을 거다. 그런데 나는 주전자 꼭지에서 수증기가 팍팍 올라올 만큼 꼭 물을 '팔팔' 오래 끓여야만 커피 포함 모든 차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오랜 편견은 아마도 생수나 정수기가 생활화되기 이전에 수돗물로 모든 찻물을 끓이던 시절 수돗물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원두커피와 친해지기 이전에 생겨난 것이고, 특히 인스턴트 커피를 탈 때는 반드시 해당되는 '진리'였다. 

내가 녹차를 몹시도 싫어하면서 떫고 비린내 나고 비위에 거슬리는 맛이 난다고 주장하면, 녹차 애호가인 친구는 내가 찻물 온도를 못 맞춰서 그런 거라고 코웃음을 치지만 그 친구가 청정지역에서 수행자들을 위해 재배한 특수 녹차를 다관까지 갖춰놓고 만들어줘 봐도 도무지 녹차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도 집에서 왕비마마 녹차 만들어 드릴 때 물 뜨거우면 더 떫어지니까 충분히 식혀서 티백을 넣는단 말이닷! 드물게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도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드립 전용 주전자는 없더라도 일단 물을 팔팔 끓인 다음에 사기로 된 작은 주전자에 일단 옮겨 대강이나마 물의 온도를 90도쯤으로 맞춘(다고 생각한다 ^^;)다. 물을 붓는 게 아니라 아예 푹푹 오래 끓여야 하는 대추차나 둥글레차, 생강차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향긋하거나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감돌 때까지 약한 불에 뭉근히 끓여야 제격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집집마다 없는 집이 거의 없다는 무선주전자를 사고 싶지도 않고 전혀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이미 탁 하고 꺼져버리는 경박함도 마음에 들지 않고, 일단 그렇게 끓다 만 물로는 커피믹스에 금방 부어도 맛이 없다니깐! +_+ 내가 근거 없는 이 이론을 제시하면 더러 동의를 하면서 무선주전자 작동 버튼을 한번 더 눌러 두번 끓인다는 이도 있다. 코코아든 커피믹스, 녹차든 홍차든, 캐모마일 차든 국화차든, 일반 주전자로도 물을 좀 덜 끓였거나 무선주전자로 물을 끓여 타면 뭔가 미묘하게 덜 된 맛이 느껴지는데, 이게 순전히 나의 무선주전자 불신 탓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원두커피의 경우는 에스프레소를 희석할 때도 끓인 물을 적정온도로 식혀 부어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고, 드립 전용 주전자까지 필요한 드립커피는 더 말할 것도 없으니 커피물을 팔팔 오래 끓여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순전히 억지이고 오류일지 모른다. 강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커피전문점 사장님도 전기 무선주전자로 끓인 물을 드립 주전자에 담아 (그 과정에서 적정온도인 90도가 될 거라고 했다) 커피를 만들더라. ㅋ 그저 내가 좀 구식이고 아날로그형 인간이고 사소한 데 집착하는 구석이 있다고 인정할 뿐이다.

문제는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있는 무선주전자와 달리 가스불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팔팔 끓이다가는 자칫하면 주전자를 태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미 내가 '해먹은' 주전자가 서너 개는 되는 듯하다. 나처럼 정신 나간 장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위해 익히 발명된 '삐삐 주전자'가 있기는 하지만, 난 또 시끄러운 그 물건도 혐오하는 사람이다.-_-; 예쁘장한 법랑 주전자로 찻물을 끓어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걸 어쩌랴. 그래서 찻물을 올려놓고 수다를 떨거나 딴짓을 하다 허거걱 놀라 달려가는 경우가 간간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물이 다 졸아들지 않아 새로 끓이기만 하면 될 때도 있지만 심한 경우엔 법랑에 금이 갈 정도로 쇠가 달구어져 십년감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도 딸기 무늬가 들어간 법랑 주전자를 그렇게 망가뜨려 보냈건만, 얼마 전 아끼던 '에**' 주전자를 또 그렇게 해먹고 말았다. ㅠ.ㅠ 한두 잔 타기 위한 찻물을 올려 놓으면 반드시 그 옆에서 지키다가 임무를 완수해야 함을 원칙으로 정했으면서, 거의 1년 주기로 그 원칙을 까먹는 탓이다. 이쯤 되면 집집마다 아줌마들이 왜 무선주전자로 정착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차 한 잔 탈 물을 끓이는 데는 1분도 안걸린대고, 가스불을 켜면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도 없으니 탄소배출량도 적을 거라고 누군가 주장하던데, 그 진위는 몰라도 1년에 한번씩 주전자를 태워먹어 새로 사는 것보다는 그쪽이 환경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래봤자 나는 또 일반 주전자를 사들이겠지만서도... 

쓰던 법랑 주전자를 태워먹은지 몇달 됐는데도 아직 새로 안(못)사고 엄마네 삐삐 주전자를 빌려다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살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다. 또 다시 편하고 익숙한 '에**' 주전자로 살것인가(그렇다면 또 어떤 무늬로??), 그냥 법랑주전자이긴 하되 별로 안 예뻐도 저렴한 것으로 부담없이 장만할 것인가, 아니면 이왕 사는 거 더욱 깜찍한 무늬가 들어간 고가의 유럽산 법랑 주전자를 살 것인가(이 또한 브랜드와 무늬가 여러가지다 -_-;) 우유부단한 마음으로는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가 없다. 으휴. 앞으로 또 태워먹지 말란 법이 없으니 너무 비싼 건 안 사는 게 나을 것도 같지만, 또 고가의 주전자라면 아끼느라 더더욱 조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니 계속 갈팡질팡이지! 까짓 주전자 하나로도 꾸질꾸질 청승맞게 (문득 하이킥 해리 생각나는 조어로다;) 이러고 고민하는 내가 참 싫다. 주전자 태워먹는 나는 더욱 싫고! 물 끓이는 것조차 집착하는 내가 제일 싫은 건가? 아무려나 차 마시는 기분이 안 나서라도 얼른 주전자를 사긴 해야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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