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에 해당되는 글 503건

  1. 2022.09.06 그럭저럭 2
  2. 2022.04.19 비문증 2
  3. 2022.04.07 22년 벚꽃일기 - 4월 7일 1
  4. 2021.06.10 나의 코로나 백신일기 3
  5. 2021.04.09 2021 벚꽃일기 3월30일 만개
  6. 2020.07.09 화병(火病)
  7. 2020.05.12 재난지원금 기부 실수 3
  8. 2020.04.23 철마다 옷타령 3
  9. 2020.04.02 2020 벚꽃일기 1
  10. 2020.03.05 마스크를 어쩌나 2

그럭저럭

투덜일기 2022. 9. 6. 16:27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이었던가? 검색해보지 않아서 시인 이름 틀릴 수도 있는데 암튼 문득 근황을 포스팅하려고 빈 창을 여니 저 글귀가 생각났다. 왜 사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만큼 심각하게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지만 하여간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계속 암울하다. 환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나의 쓸모에 대한 믿음이 점점 줄기 때문이다.

우선은 내가 일을 너무 못한다. 노는 계획은 빠짐없이 다 지키면서 (그건 누군가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정작 마감일을 지켜야하는 일은 작년부터 올해 내내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심지어는 3주 넘게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기도 두렵고 꺼려지는 증상이 있을 지경이었다. 이런 게 슬럼프인가? 아니면 그냥 미루다미루다 포기하는 비겁병에 걸린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성인ADHD의 주요 증세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던데,, 이러면서. (핑계를 찾고 있는지도..)

암튼 그럼에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리고 내가 SNS에 그럴싸하게 포장해 올리는 겉모습으로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산에도 열심히 갔고, 염원하던 설악산 대청봉도 다녀왔다. 그러고는 며칠 후유증 핑계로 누워서 핸드폰만 만져대서 그렇지... 해설이 재개된 궁궐 봉사도 시작했고, 둘레길도 2주에 한번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러니 이젠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복병은 2학기부터 다시 시작된 자유학년제 수업. 똑같은 주제인데도 이젠 내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기력도 심히 많이 소모된다. 마스크 쓴 채로 2시간 수업 떠들고 오면 목 아프고 맥빠져서 또 누워서 한침 쉬어야하는 신세. 벌써 6년째 하고 있는 일이지만, 중학생 아이들의 반짝거림이 좋긴 했지만, 이젠 그만큼 힘들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애들 수업은 끝내기로 결심했다. 본업도 충실하지 못하는 주제에 한눈까지 팔다니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돈벌이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라;; 벅찬 보람과 그럴듯한 포장 만으로는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기가 싫어졌다. 

연이네 식구는 그 뒤로 전혀 소식이 없다. 정말로 누군가 다른 돌보미를 만나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죄책감과 불안함 때문인지 며칠 전엔 연이를 마지막으로 본 비오던 날 모습이 꿈에 나왔다.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창문 아래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던 연이의 눈빛이 영영 떠나기 전 작별인사였구나, 하고 내가 중얼거리는 꿈이었다. 어쨌든 매일 연이네 사료를 놓아주던 곳에 똑같이 사료는 놓아두고 있고, 밤 사이 몰래 먹으러 다녔던 주인공이 하늘이였다는 걸 얼마 전 확인했다. 지난주엔가는 영역 다툼을 하는지 하늘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투닥거리고 울어대는 요란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개입하지 않는 게 낫다 싶어 모르는 척 그냥 두었다. 그 이후엔 하늘이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누가 승리자인지 모르겠다. 째뜬 앞으론 연이처럼 정성을 들여 내가 또 여러 길냥이를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왕비마마는 봄에 심층검사를 했는데도 치매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판정을 받았으나(사실 정신과 처방으로 이미 치매 예방약인 아리셉트를 드시고 있어서, 초기 치매 치료와 다를 것도 없다고 한다.) 단기 기억력은 너무 심히 나빠져서 똑같은 말을 1분만에 반복하는 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초기 치매면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몇 번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산책을 하거나 끼니를 대신 챙기게 하고 싶은데 그냥 '경도 인지장애' 정도로는 등급 받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이번 정부 예산이 줄어들어서 거동이 힘들지 않는 한, 공단에서 등급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루 종일 괜히 누워만 계시는 노년의 육신이 얼마나 더 빨리 망가질지 뻔한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젠 내가 산책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귀찮다며 이불을 뒤집어 쓰심. 선배와 친구들은 그냥 엄마 하고 싶은대로 두라고 한다.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고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다나. 정말로 운동 좀 하시라고 잔소리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져 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 거의 포기 상태다. 

올해 초 새해결심을 돌아보면 1 내려놓는 삶,  2 약속 잘 지키기, 3 일본어 배우기, 4 10년 프로젝트로 100대 명산 도전... 이 정도였던 것 같은데 3, 4번에 너무 치중했나, 일에 대한 의욕은 내려놓고, 가장 중요한 일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 차차 책상 앞에 앉는 연습부터 해야하는 상황인데, 밀린 원고 독촉이 말도 못한다. 출판사 담당자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할 따름. 오늘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제일 먼저 블로그 순례부터 하고 있으니 원. 그럭저럭 하루를 또 말아먹고 있다는 결론이... ㅎㅎ.

그래도 예전엔 글의 힘을 빌어 블로그에 결심을 남기면 하는 척이라도 했던 것 같으니, 책상에 앉은 김에 오늘은 목표한 진도를 좀 나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제 좀 정신 좀 차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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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

투덜일기 2022. 4. 19. 16:42

오늘 아침 일찍 또 엄마 모시고 병원 진료 가야해서 간밤에 잠을 잘 못잤다. 알람을 맞춰두고도 중간에 자꾸 깨고 또 꿈인지 생시인지 연이 울음소리에 퍼뜩 놀라 창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암튼 그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집에 와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데 컵에 실오라기 같은 게 걸쳐있는 게 아닌가. 앗.. 그게 아니네. 머리카락인가... 한 것도 잠시, 이 가느다란 실오라기 또는 또르르 말린 머리카락 같은 것이 마구 옮겨다녀!

주변에 선배님들 왕언니들이 많이 계신 관계로 익히 들어본 적 있었기에 직방으로 답을 알았다. 비문증이네. ㅠ.ㅠ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 결과는 아래와 같다.

비문증은 실같은 검은 점, 떠다니는 거미줄, 그림자 또는 검은 구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시신경유두부에 유착되어 있던 신경교조직이나 농축된 유리체 또는 동반된 유리체출혈이 후유리체박리로 인해 자유로이 유리체강내에 떠다니고 환자가 이를 자각하는 것이다.
후유리체 박리는 유리체 피질과 망막 내경계막이 분리되는 것을 지칭하며 중심와 주변 후극부에서부터 시작된다. 후유리체박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간주될 수도 있지만, 노인에서의 유리체-망막유착에 따른 합병증 발생 위험을 경감시키는 예정된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비문증 [vitreous floaters]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한자로 飛蚊症이고 가운데 글자는 '모기 문'인데 한글로는 '날파리증'이라네. 모기가 웽웽 날아다니는 것 같은 궤적이라 저런 이름이 붙었을까? ^^; 주변 누군가는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다가 자꾸 액정을 쓸어도 잡티가 안 사라지더라고도 하더니, 오늘 나도 처음 증상을 느낀 것. 눈앞을 아른거리는 검은 실오라기는 눈을 깜박일 때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고 왼쪽 눈에만 증상이 있다. ㅠ.ㅠ 처음엔 후유리체박리? 어쩐지 무시무시해서, 안과 가야하나? 걱정스러워 동네 안과를 검색하다가 말았다. 결국엔 눈의 노화란 얘긴데... 일단 몸과 눈의 피로가 좀 사라지면 나아지지 않을까도 싶고, 늙어서 그렇다는데 뭐, 하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다.

엊그제 트위터에서 보았던가. 38세가 지나면 몸이 무료구독 끝났으니 이제부터 유료구독 시작이라며 아우성을 친다고 하던데 나야 이미 오십대니 차근차근 온 몸의 장기들이 망가져가는 게 당연하겠구나 싶다.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고, 웃고 울어서 생긴 나의 주름살도 사랑할 거라고 원칙은 세워두었지만, 막상 꺼려하며 드물게 찍힌 사진 속의 나는 점점 매우 낯설다. 아, 팔자주름이 이렇게 깊어졌구나. 이중턱이 더 심해졌구나. 동그랬던 얼굴이 이젠 네모가 되었네...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나도 모르게 들이밀고 있는 거다. 제발 사진 찍어주면 액정 손으로 꼬집어 땡겨 보며 자기 흠좀 잡지 말라고 어느 후배님이 타박을 한 적이 있다. 근데 굳이 땡겨 확대해보지 않아도 미워진 걸 어쩌나. ㅎㅎ

휴대폰 사진첩의 기능 하나는 몇년 전 오늘 니 모습과 추억이라면서 옛 사진을 자꾸만 들이미는 것인데... 그러니 잊고 싶어도 실감을 안할 수가 없다. 불과 2, 3년 전만해도 표정이 얼마나 더 싱그럽고 젊은지 ㅎㅎ 나쁜 생각 괴로운 생각만 하면 얼굴이 금세 못생겨진다는 걸 잘 안다. 오늘처럼 잠 못자고 일어나 느릿느릿 비협조적인 노모와 함께 사람 바글거리는 대학병원 진료과를 2곳이나 섭렵하고 처방전 받아 약국 찾아가고 어쩌고... 얼굴에 얼마나 심술이 붙었을지 안봐도 알겠다.

그나저나 어쩌면 이 블로그는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의 질병 기록장으로 남지 않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암튼 오늘을 기록해둔다. 오십대중반에 비문증 생겼음. 그냥 두고보면서 추후 예후도 기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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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은 좀 일찍 4월 2일에 다 피었고, 벚꽃은 4월7일 오늘자로 만개 선언하며 사진 남겼다. 점점 더 소홀해지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지난 십수년의 역사와 투덜거림이 다 모여있는 이곳을 완전히 손에서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번 번역한 책에 각종 디지털 인터넷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인터넷 세상에서 인간은 절대 잊힐 수 없다는 게 표제 작품의 주제였다. 이곳 블로그 말고도 SNS 몇군데 계정을 습관처럼 매일 드나들고 있는데;; 내가 죽을 날을 대충 안다면 난 그 공간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것마저도 난 아마 오랜 기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하겠지. 사이버세상에서도 내 흔적은 다 지우고 가겠노라, 결심한 적도 있는데 또 나의 소멸 이후에 누군가 남아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쓰레기로 잊혀지더라도 한동안은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진짜 마음이 왔다리갔다리. ^^
아이고 화창한 벚꽃일기 남기겠다고 들어와서 이 무슨 암울한 소리를 끼적이고 있는지. 암튼 올 봄에 꽃이 좀 늦게 핀걸 봐서도 짐작되듯이 날씨는 계속 좀 쌀쌀하게 느껴지는데도, 우리집은 벌써 살구꽃 벚꽃 모두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엎어진 별꽃이 가득하다. 만개하자마자 지는 벚꽃. 좀 아쉽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하늘색이 약간 보정되서 더 파랗게 나왔지만 그래도 오늘 미세먼지 상태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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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뒀던 블로그 부활은 역시 코로나. ㅎㅎ

5/31 잔여백신 신청. 설악산 스케줄 때문에 더 미리 신청 못한 게 속상.
네이버와 카카오톡에 동네 병원 몇군데 나누어서 예약알림 신청하고도 못미더워 평소 다니던 내과엔 친히 전화로 연락처 남김.
이른바 3중 예약 ^^;

6/9 오후 3시반
열흘만에 처음으로 동네 이비인후과로 네이버 알림이 떴으나 ㅠㅠ 4시까지 병원가야 한다는데 하필 포천에서 출발해 운전중이었음. 엄청 아까워 발만 구름.

6/10 오늘 오후 5시반
전화로 명단 예약했던 내과에서 잔여백신 있다고 연락와서 15분만에 튀어감.

평생 독감주사 한번 맞은 적 없는 오십대 중반 인물인 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완료.

주사바늘 무서워서 ㅜㅜ 소형주사기 보지도 못하고 외면했는데 주사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안아팠음.

2시간 경과 현재로선 아무 느낌 없는데
의사샘 설명으론 발열은 8시간 이후부터 날 거고
애매한 나이인 오십대의 심한 면역반응(근육통 고열 몸살) 평균 비율은 50:50이라고. 과연 나는 어느쪽일지 궁금하다. AZ 백신 맞은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 대체로 하루 이틀은 아팠다는데 아예 멀쩡했단 사람도 없진 않으니 과연?

예후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뭔가 되게 큰 빽이 생긴 느낌이다. 2주만 조심하면 항체 생기겠지! 나 백신맞은 사람이라규.
2차 접종은 8/26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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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가장 먼저 피었다는 서울 벚꽃
집앞에도 3/29일부터 활짝 피었더니
3/30일에 가장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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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

투덜일기 2020. 7. 9. 21:23

원래도 간간이 불면이지만 월요일 이후 며칠째 잠을 잘 못자겠다. 옥스포드사전에도 우리말 발음 그대로 올라있다는 '화병'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범죄자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나라에서 오늘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뉴스는 "호기심에 그랬다"는 성범죄자의 서사와 변명을 그대로 뉴스에 옮겨준다.

도대체 왜 드럽게 남이 대소변 보는 장면을 몰래 찍어 소장하고 보고싶어하는지 나로선 죽었다 깨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건 '호기심'이 아니라 그냥 변태성욕이고 범죄다. 왜 뉴스도, 사법부도 늘 성범죄자의 입장을 대변할까? 기자나 데스크 책임자가 남자라서? 그런 언론의 태도 역시 성착취범 공화국이 되어버린 이 나라의 성범죄 카르텔을 공고하게 만들며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사법주권? 개풀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다는 욕밖에 안나오는 웰컴투비디오 손정우의 미국송환 무산으로 앞으로는 더욱 더 많은 꿈나무 성착취범이 나올 거라는 예측에 공감한다. 1년간 감옥에 들어가는 대가로 10억을 준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남자 청소년들에게 물으면(어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거의 100퍼센트 감옥에 다녀오겠다는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인생 한 방이지! 라면서.

손정우는 소아성애자들이 생후6개월, 돌쟁이 아기들의 내장이 파열될 정도로 잔인하게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포함하여, 12세 미만 남녀아동의 성착취 영상물로 44억을 벌어들였고, 결혼을 핑계로 감형을 받기 위해 베트남 여성 매매혼으로 단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뻔뻔한 얼굴 하나 공개하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이 되었다. 범죄 수익의 환수는 개뿔, 더러운 범죄 수익은 대한민국 최고 변호사들을 고용해 풀려나는 비용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N번방의 피의자들중 십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다. N번방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도 그 수법을 따라 십대 소녀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판매하려 시도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다. 디지털과 IT 강국의 아이들은 성범죄와 성착취도 놀이처럼 접근한다. 손정우 사건으로 과연 아이들은 무얼 배웠을까. 컴퓨터만 있으면 가장 쉽게 인간을 착취해서 돈버는 방법이 있고, 이 나라는 그런 범죄에 엄청난 선처와 이해와 호응을 보내준다는 걸 배웠을 거다.

판사, 의사, 정치인, 경찰, 교사,교수, 기자, 군인, 공무원, 은행원, 회사원, 학생.... 성착취범들의 직업은 이 세상의 직업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진 것 같다. 그냥 공기처럼 어디에나 도처에 다 있다는 뜻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외출했다가 어디든 화장실에 들렀을 때 혹시 불법카메라가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냥 병적인 강박증이 아니다. 애들 학교에도 선생이란 놈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는 상황인걸!

거기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대통령은 성착취범 정치인에게 조화를 보내며 든든한 뒷배임을 자인했다. 장례식장은 웬만하면 가지도 말라 질본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이 시국에 성착취범 안희정은 당당하게 정치인들의 조문을 받으며 세를 과시했다. 출소 뒤 얼마 후에 여우 같은 그 ㅅㄲ가 다시 정치판에 기웃거린대도 놀라울 게 없는 나라다.

그뿐인가. 임신한 여교사에 대한 성판타지가 어쩌구저쩌구 돼지발정제 못지않은 왜곡된 여성관을 지녔을 뿐더러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걸 책으로도 써낸 ㅌㅎㅁ을 자꾸만 청와대로 불러들일 때부터 물론 알만했다. 알만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너무나 실망스럽다.

트위터에선 청와대 주소 문재인대통령 앞으로 책 <김지은입니다>를 보내자는 통쾌한 아이디어가 공감을 얻고 있다. 책꽂이가 꽉 차서 나도 당분간 더는 책을 안 살 작정이었는데 나도 그 책을 주문했다. 이 울화와 격분을 담아 뭐라도 행동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거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고 말테다.

사법정의는 언제나 약자들 앞에서 죽어 있었지만, 성범죄의 피해자에겐 특히나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은 심지어 죽은 뒤에도 인터넷에 떠돌지만 가해자들은 A모씨, B모씨로 언급될 뿐 떳떳하게 잘만 살아간다. 엊그제는 N번방 유료회원 중 성인 두 사람은 사회적 지위를 감안하여 신상공개가 기각되었다. 사법부는 성범죄를 예방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는 집단일까? 평생 뒷바라지 속에 공부나 하면서 달달 법조문이나 외운 것으로 친 시험으로 얻은 자들이 휘두르는 권리가 너무 거대하다.

손정우 미국송환을 기각한 가ㅇㅇㅅ 판사가 대법관 후보라는 소식에 그걸 막으려는 청와대 청원은 40만명을 넘어섰다. 1심에서 성범죄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구하라의 자살을 이끌어냈던 Oh ㄷㅅ 판사가 N번방 사건을 맡았을 때도 청와대 청원으로 물러나게 한 적이 있지만, 정말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려면 너무도 고달프다.

코로나19 대처로, 재난지원금으로 약간 차오르려던 국뽕은 아 그럼 그렇지, 하는 체념으로 금세 바뀌었다. 소시오패스가 틀림없는 것 같은 이상한 대통령을 갖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도 성범죄자들은 최소한 이름과 얼굴이라도 노출되지 않나 말이다. 대체 왜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그렇게 범죄자들의 인권을 높이 사주었지? 국회의원들은 부디 정치 세싸움하지 말고 입법 의무에 충실해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법과 범죄자인권보호법부터 좀 없애주기 바란다.

오죽하면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했을라고. 죽어버린 사법정의를 믿지 못하므로 자꾸만 사적 복수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몇년 전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뉴스에 대한 포스팅으로 글이 삭제당하는 일을 겪었던 터라, 미리 깨갱하듯 이 글에도 판사 이름을 이니셜로 바꾸면서 짜증이 버럭 난다. 이거야 말로 개인적 의견의 자유 말살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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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가 실수로 기부했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니 왜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좀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 하며 의아했었다. 

바로 어제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신용카드 회사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해드렸고, 버퍼링도 없이 공인인증서나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단번에 금세 끝나는 간편한 과정에 흐뭇했다. 그런데 뉴스에 등장하는 기부금란 표시 화면을 보니 어째 느낌이 쎄~~~ 했다. 금액을 적어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금액을 적으면 그 금액을 기부한다는 뜻이었어! 어어... 나도 금액 적었는데...

째뜬 나는 오늘 신청일이라 무사히 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치고서 금액 확인 문자까지 받은 뒤, 왜 울 오마니는 어제 바로 재난지원금 신청되었다는 확인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다시 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ㅠ.ㅠ 실수로 몽땅 재난지원금 기부해버린 똥 멍청이가 바로 나였다! 내 지원금도 아니고 엄마 지원금을! 헉! 

재빨리 검색해보니 당일 밤 11시30분까지는 곧장 다시 홈페이지에서 착오로 인한 기부금 취소와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도 취소 불가능하다며 각종 포털과 SNS에서 강제기부를 유도한 정부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난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기부는 어차피 강제가 아닌데 어떻게 취소가 불가능하겠어? 뒤늦게라도 시스템 보완이 됐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러나 취소 안 되면 어쩌나 엄청 쫄렸음을 고백한다. 내 실수를 털어놓자 대인배이신 엄마는 40만원 어치 떡 사먹은 셈 치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게 아니죠! 헛똑똑이+똥멍청이 인증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그런 실수를... 😭콜센터 전화 연결은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들 탓인지 30분을 넘겨 1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대기상태였지만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으니...

결국 기부금 취소 신청이 가능했다! 다만 확인문자를 따로 보내주진 않을 거라 이틀 뒤쯤 재확인해보라고 함. 평소에 사람들이 왜 한글을 읽고도 이해를 잘 못하냐고 노상 궁시렁거렸는데 남탓 할일이 아니었다. 빤히 읽고도 손이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제대로 읽었다고 읽었어도 머리에서 이해가 안되는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다시는 문해력으로 남들 손가락질 하지 않으리! 

째뜬 카드사마다 기부금과 신청금 항목이 좀 헷갈리는 건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강제 기부, 착오 기부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항목을 구성했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보이던데--그러니까 정부 욕하며 특히 주의해야한고 알리는 단체 카톡방 공지도 2개나 받았다--진짜로 그랬을까? 돈 나눠주며 굳이 욕을 먹으려고 그런 짓을? 그냥 한 페이지 안에서 직관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려다가 그런 폐단이 생겼을 거라 믿고 싶다. 그러니 앞으로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하실 이웃분들은 주의깊게 잘 살펴보시기를... (참고로 오마니의 신청 카드사는 BC카드였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스러워서 트위터에도 남겼지만 여기다 구구절절 반성을 해야 바보짓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못되면 내 잘못보다는 남탓을 하는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가도 요번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 역시 항목 헷갈리게 해놓은 페이지 구성과 기부 취소 어렵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엄청 욕했으니 말이다. 며칠 내로 착오 기부금 취소와 관련된 메뉴가 더 잘 보완되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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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옷타령

투덜일기 2020. 4. 23. 11:08

곤도 마리에의 책은 한권도 안 읽어봤지만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그 사람의 정리 원칙은 정말 많이 들어보았고 공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단촐하게 정리하고 살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싶어도, 그건 넓은 공간과 수납장이 확보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일뿐, 수십년된 집에서 수십년된 물건에 둘러싸여 비어 있는 벽이 하나도 없는 옛날 집에 붙박이로 살면서 웬 미니멀리즘! 거기다 우리 모녀는 물건을 잘 버리지도 못한다.

암튼 여러 물건 가운데 가장 골칫거리는 역시나 옷이다. 계절별로 10벌인가 5벌만 남겨두고 다 버린 뒤 돌려입고 살라는 충고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것 같은 기묘한 현실 앞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 요즘 밀라논나 장명숙님의 유튜브를 구독중인데, 30년씩된 옷도 아직 고쳐입고 갖고 있는 걸 보면서 음.. 과연 나도 체중관리만 계속 잘 하면 그리고 욕심만 버리면 가능도 하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내 옷장에 든 옷 중에서 2, 30년씩 계속 입을 만큼 기본기가 확실하고 가치있는 옷이 얼마나 되려는지 의문도 덩달아 따라온다.

물론 내 옷장에도 20년된 재킷이나 셔츠, 정장이 있다. 우선 두 동생들 결혼할 때 장만한 정장이 두벌. 둘 다 기본형이고 원단도 고급이라 지금 입어도 훌륭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딱 떨어지는 정장에 몸을 맞춰 딱딱하게 유지하는 걸 못견디는 것이 문제다. 그 외에도 결혼식 교복이라 부르는 정장류 옷들이 거의 다 15년 이상 20년은 된 듯하다. 옛날처럼 결혼식 갈 일이 자주 없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ㅋ (그러나 머잖아 친구들의 자녀 결혼식이 다가오겠지;;)

째뜬 철마다 옷타령을 하는 건 전 국민, 아니 전지구인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싶다. 기억력 탓인가 작년 이맘때 대체 뭘 입었는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 게다가 들쭉날쑥 이상해진 날씨도 한몫한다. 트렌치코트 같은 건 도무지 입을 타이밍을 모르겠다. 요즘처럼 갑자가 다시 추워져서 패딩입은 사람들도 보이는 4월말. 현명한 옷입기는 뭘까? 든든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거의 50일만에 미용실에 외출했다 추워서 덜덜 떨며 집에 왔더니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졌다. 

울 엄마의 경우는 '철마다 옷타령'과 '죽을때까지 더는 옷을 사지 않겠다' 입장을 수시로 반복하신다. 외출을 앞 두고 무얼 입고 나가나, 입을 옷이 왜 없지? 작년엔 뭘 입었지?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서, 옛날 옷들은 주로 좀 무거운 편이니 가벼운 옷으로 하나 장만하자고 하면, 금세 태도가 돌변한다. 나 옷 많다, 80이면 살만큼 살았다, 죽을 때까지 있는 옷만 다 입어도 못 입는다... 실제로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기간이 길어지면 한 계절을 통째로 날리기 때문에 못 입고 넘어가는 옷들이 꽤 많은데, 요번처럼 몇달째 집안에 갇혀 사는 전염병 시국엔 오죽할까. 

올 아카데미시상식의 클라이막스 작품상 시상 장면은 기생충 호명으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겠지만, 그보다 먼저 내 눈엔 제인 폰다의 등장으로 더욱 인상깊었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어깨에 걸치고 나온 빨간색 코트 때문이었다. 드레스에 웬 코트? 

게다가 제인 폰다는 무려 1937년생. 울 엄마보다도 3살이나 많다! 그런데도 여전히 환경운동가이며 여러 사회문제에 열렬히 목소리를 드러내는 투사다. 그리고 이 빨간 코트는 제인 폰다가 그레타 툰베리를 지지하며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더는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옷을 사지 않겠다는 의미로 마지막으로 장만한, 아마도 저항의 의미를 담은  빨간색 코트였던 것.

작년에 제인 폰다는 뉴욕에서 매주 금요일 환경시위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체포되는 행동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고 이 때 매주 입었던 빨간색 코트가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들고 나왔던 옷이다. 영화제의 한 순간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적인 문제를 열심히 전하는 놀라운 태도에 다시 한 번 존경심이 든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지만, 싼 옷 사서 금세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뿐만 아니라 청바지도 환경오염의 주역이라고 한다. 화학약품으로 물을 들였다 뺐다 하면서 엄청난 물을 사용한다는 듯.  에효.

저날 아카데미 시상식에 제인폰다가 입고 나왔던 드레스 역시 당연히 재활용이었다고 한다. 수십년전 칸 영화제 때 입었던 드레스라는데, 협찬으로 명품 드레스 빌려 입는 우리나라 대다수 연예인들과 상황이 좀 다른 걸까? 암튼 여든살이 넘어서도 수십년전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놀라운 몸관리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영화제 직후였나 기생충 작품상 이야기와 더불어 내가 제인 폰다의 빨간 코트 이야기를 꺼냈더니 후배들의 중론이, 제인 폰다는 좋은 옷들이 워낙 많으니 안 사고 입어도 되겠지만 우린 안 돼!  ㅎㅎㅎ

암튼 그래도 더는 살림을 늘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지 몇 년. 새 물건을 들이려면 동종의 옛 물품을 버려 가지수라도 맞추자고 노력하며 살았고 가능하면 옷은 사지 않고 버텨볼 작정을 했었다. 작년엔 터져나가려는 옷장과 서랍에서 진짜로 최근 3년간 안 입은 옷들은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정리해 아름다운 가게에 대거 기증했고, 약간 여유로워진 옷장을 보며 꽤 흐뭇했다. 한꺼번에 열벌은 사도 되겠어,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ㅎㅎ 올 들어선 곧바로 전염병과 함께 소비 심리 위축! 물론 프리랜서의 불안한 경제사정도 감안해야 할 일이다. 

째뜬 제인폰다보다 세살 어린 여든살의 엄마는 오늘 코로나19 창궐 이후 중지 되었던 초하루 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거의 4개월만에 처음으로 홀로 버스틀 타고 서오릉 앞에 있는 절까지 외출을 감행하시었다. 그리고 추워진 날씨 '덕분에'  다행이라며 2월에 사드린 새 모직 코트에 스카프를 칭칭 매고 나가셨다. 음. 나는 마지막으로 산 옷이 작년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질 않지만 암튼 제인 폰다 따라하기는 우리 모녀 둘 다 쉽진 않을 것 같다. 나이들수록 기분도 옷차림도 추레하면 안되잖아...가 우리에겐 아주 좋은 핑계다. 어쨌거나 저 높은 곳에 목표를 두고 존경하며 계속 노력은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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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벚꽃일기

투덜일기 2020. 4. 2. 13:49

서울에도 다른해보다 벚꽃이 훨씬 일찍 피어 만개했다는 뉴스를 한참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서북권인 우리집은 확실히 좀 늦었다. 그래도 작년 포스팅을 찾아보니 일주일에서 열흘은 빨리 핀 게 맞다. 작년엔 4월 8일에 기록을 남겼음.

바로 아래 사진은 팝콘 터지듯이 꽃들이 팍팍 피어나기 시작하던 월요일 3월 30일의 모습이다. 계속 날씨도 화창하고 하늘도 파랗고 사진으로만 보면 더할나위 없이 꽃놀이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인데... 역병시국이기도 하고 마감중이기도 하고, 마음은 바빠도 잠깐씩 베란다 문 열고 나가서 나가서 구경했다. 

 

그러고는 이틀 뒤인 어제. 만우절날의 벚꽃. 집이 동향이라 벌써 해 방향이 넘어가 첫날 점심 먹고 찍은 사진이 우중충했던 게 아쉬워 이날은 오전에 좀 부지런을 떨었고, 끄트머리에 봉우리가 좀 남았어도 젤 예쁘게 찍힌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가지 맨끝 봉오리까지 다 피었으나... 벌써 맨 처음 핀 꽃들은 다 떨어져 휘날리기 시작했다. 마당 한 가득 하얀 꽃들이 깔려있다. 

좀 더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다하면 더 예쁘게 찍을 수도 있겠으나 ㅎㅎㅎ 이미 어제 최고의 작품을 건졌다고 생각하니 막 난사하게 됨. 이렇게 잔인한달 4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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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이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나는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 미세미세 앱에서 검은 바탕에 해골표시를 보여주며 "최악,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고 뜬 걸 보면 잠시 각성해서 마스크를 써봤지만 자꾸만 안경에 서리는 김 때문에 시야가 가려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숨이 가빠졌다. 호흡기가 약한 건지, 단순히 폐소공포증의 일환으로 마스크 쓰기가 답답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숨차서 쓰러지느니 그냥 미세먼지를 마시겠다고 결심하며 살았다. 100세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의미에서 미세먼지로 수명을 좀 단축하지 뭐, 그런 심보도 얼마간 작용했다. 

과거를 돌이켜보아도 나는 숨가쁜 걸 잘 못견디는 체질이다. 워낙 옛날 사람이라 ^^; 초등학교(실은 국민학교) 및 중학교 시절 마당이 넓고 한옥도 양옥도 아닌 벽돌 집체에 파란색이나 주황색 기와를 얹은 집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당연히 화장실은 마당 제일 외진곳에 있는 푸세식이었고, 세수는 마당 수돗가에서 엄마가 큰솥에 미리 데워놓았거나 연탄보일러에 연결된 온수통에서 더운 물을 퍼날라다가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랬었다. 그러니 당연히 목욕은 대중목욕탕에 가야 가능했다. 헌데 내가 덥고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찬 대중목욕탕을 잘 못견딘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주말에 엄마에게 끌려 목욕탕엘 가면 숨을 잘 못쉬겠고 어지러워서 자꾸만 밖으로 물을 마시러 나가거나 찬물을 갖고 놀다가 많이 혼나곤 했다. 체육을 워낙 못하는 몸치이지만, 그 중에서도 체력장 과목인 오래달리기를 엄청 힘들어했던 것도 뭔가 호흡과 관련이 있지 않으려나 싶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서도 오래 쇼핑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두통이 찾아온다. 여러모로 예민한 심신을 가졌지만 산소 농도에 특히 민감한가? 몇년전에 거금 들여서 개인 건강검진을 했을 때, 운동 부하와 폐기능은 멀쩡하다고 했으므로 그냥 순전히 내 기분에 의한 증상일지도 모르겠다. 째뜬 어려서부터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일맥상통하게 난 숨가쁜 상황을 못견디므로, 보건용 마스크가 필수인 이 전염병 시국이 특히 난감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지만 노상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다. 장보기가 귀찮아서 1년째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을 받았었는데, 다들 인터넷 장보기에 몰려드니 당일배송은 언감생심 지난 주말엔 이틀 뒤로 배송시간이 떴다. 나는 장봐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가 텅텅비도록 버틴 다음 다시 장을 보는 사람인지라... 당장 반찬거리와 쌀이 떨어졌는데 당일배송이 안되면 몸소 사러 나가야한다. ㅠ.ㅠ 해서 요샌 오히려 귀찮게 장보러 나가는 일이 많았으니 참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어쨌든 집순이 노모와 함께 사는 프리랜서는 마스크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3년전에 사두었다가 안쓰고 내버려둔 것부터, 2월 중순에 정말 마스크가 구하기 힘든가 동네 마트에 가서 한두개씩 사온 것까지 엄마 모시고 병원 다닐 때 쓰기엔 충분했다. 마스크가 진짜로 바이러스를 막아주는지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곧장 전염병 보균자나 개인위생을 소홀히하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수 있으니 눈치 보여서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일부 종교인들이 비밀리에 암약하며 사회를 집단 감염시킨 상황을 보면 실제로 어디에서 누굴 만날지 몰라 두렵고 조심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못믿어 연일 눈빠지게 BBC와 CNN 코로나 관련 뉴스를 섭렵해 얻은 정보로 보자면 KF마스크를 써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고글까지 완벽하게 쓰면 모를까, 아니 고글과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했더라도 손에 바이러스를 묻혀와 집안 어딘가를 만져서 바이러스 흔적을 남겨뒀다면 말짱 꽝이다. 집에 오자마자 손 씻었는데 들어갈 때 목욕탕 문 손잡이 바이러스를 묻혀뒀더라면? 으악... 일단 손씻기가 엄청 중요하단 것만은 잘 알겠고, 핸드폰도 잘 소독해야겠고... ㅎㅎ 암튼 해외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건용 마스크 썼다고 방심했다가 개인 위생에 더 소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마스크는 그냥 환자나 의료진에게 양보하라고, 수급에 어려움 생길 수 있으니 사지도 말라고 권한다. 온 국민에게 1일1마스크 공급 안하면 정책 실패라고 난리치는 나라는 정말 전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 일본은 바이러스 테스트키트도 모자라다고 난리구만... 겨우 마스크 가지고 참.  

그나마 다행인 건 의료진과 환자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도록 마스크 안사기 운동도 나름 벌어지고, 천마스크 쓰기도 장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어차피 KF94를 쓰면 숨가빠져 코를 내놓아야하는 형편인데 뭐하러 그걸 고집하나 싶어 검정색 천마스크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유튜브를 보니 행주나 키친타월을 이용한 사제마스크 만드는 영상도 꽤 보이길래 집에 있는 빨아쓰는 행주 2종류 사이에 필터 대신 정전기청소포를 잘라 빵끈과 함께 넣어 양면테이프로 붙인뒤 고무줄은 실로 꿰매어 넣는 방식으로 1회용 3겹마스크도 하나 만들어보았는데 ㅋㅋㅋ 한번 쓰고 버리기엔 들이는 품이 너무 아까워 또 만들게 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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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행주 마스크는 철사까지 넣어 착용감이 그럴듯하지만 역시나 숨쉬기는 좀 힘들어서 최애 마스크는 검정색 천마스크다 ㅋ

우선 마스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취지에 동감하기도 하지만, 게을러서 5부제 구입 날짜를 맞춰 공적마스크를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종로와 명동 등지에서 개당 4천원씩 막 박스째 놓고 파는 마스크는 괘씸해서 사주고 싶지도 않으며, 미세먼지 마스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차단해줄 거라 할 거라 믿지도 않으므로 나는 당분간 천마스크를 쓰겠다! 보건용마스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도 일부 국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물건이겠으나... 어휴 그 수많은 의료폐기물과 일회용품들은 나중에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5천만명 중에 천만명이 매일 마스크를 쓰고 버린다면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쓰레기는... ㅠ.ㅠ 어쩌면 이번 전염병 창궐은 생명체인 지구에 가장 해로운 인간을 퇴치하려는 몸부림의 일환일 수도 있겠는데, 인간들은 안간힘을 쓰며 살아남으려고 또 다시 지구를 더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현실은 정말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맞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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