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7.1도

투덜일기 2012. 2. 3. 03:59

어제 서울 기온이 무려 영하 17.1도였다. 체감온도는 당연히 영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2월 한파로는 55년만이라나 뭐라나. 내 기억으론 평생 겨울 날씨를 다 합쳐도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암튼 이런 날은 그냥 집에 콕 박혀 있어야 좋을 텐데 하필 엄니 병원 예약일이었다. 시내 곳곳에 시동 안 걸리거나 시동 꺼져버린 차들이 널려 있다는 뉴스도 들었겠다, 이틀 전 쌓인 눈도 먼저 치워야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미리 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6-7센티미터쯤 쌓인 눈을 걷어내는데 어휴... 털장갑 낀 손이 금세 시렵고 뻣뻣해졌다. 어이춰!! 그나마 단번에 시동이 걸려주어 어찌나 기쁜지 원.
 
낮이라 기온이 꽤 올랐는데도 온도 확인을 해보니 영하 10도. 거리엔 다니는 차도 드물어 원래 집에서 10-15분쯤 걸리는 병원까지 딱 6분 걸렸다. 히터에서도 간신히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문제는 주차권 뽑는 기계 앞에서 창문이 열리다 말고 잘 안내려가더라는 것. 눈맞고 나서 녹았던 물이 얼어붙어 아예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전에도 겪어봤으나, 이번엔 반뼘쯤 내려가다 말고 윙윙거리기만 했다. 켁. 강추위에 옥외역에서 지하철 문이 안닫혀 난리가 났다더니만 그 비슷한 현상인가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차문을 열고 주차권을 받았다. 그 추위에 한데 서서 주차권 뽑아주는 사람들 불쌍도 하여라...

오늘도 서울은 영하14도까지 내려간단다. 그렇게 춥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추위 속으로 나설 것이다. 문득 남극의 혹한을 묵묵히 견디느라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모여 번갈아가며 온기를 나누는 펭귄들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방안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며 그래도 동면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나는 비유하자면 부모의 발등을 딛고 따뜻한 뱃속(영하 40도를 넘는 남극의 추위 속에서도 펭귄의 뱃속은 35도를 유지한단다;;)에 들어있는 철부지 새끼펭귄 쯤 되려나. 한겨울의 쨍한 추위가 한여름 더위보다 훨씬 낫다는 사람들을 나로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기록적인 한파 때문인지 나도 쨍하고 얼얼한 추위에 한 자락 제정신이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몇달치 먹이를 한꺼번에 먹어 몸을 불린 채 겨울잠을 자도, 봄에 깨어나면 체중이 절반으로 줄어 굶어죽기 직전이라는 곰탱이보다야 그래도 매일매일 타고난 식탐을 만족시키며 노동하는 쪽이 낫겠다. 아무렴. 그렇긴 해도 영하 17도는 좀 심했다. 주말부턴 풀린다고 했으니 부디 더는 무시무시한 추위야 오지 마라. 입춘이 바로 내일인데 말이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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