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투덜일기 2014. 1. 17. 07:49

무선전화기나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는다든지, 곰솥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외출을 한다든지 하는 아줌마 특유의 건망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건 아니다. 물론 주전자에 찻물 올려놓고 잠시 깜박해서 주전자를 태워먹은 전적이야 몇번 있지만 ㅠ.ㅠ 그건 아주 잊은 건 아니니까... 으음. 요즘 나를 가장 짜증스럽게 하는 깜박증은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까짓것 하면서 한번 더 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런 걸 까먹은 사실이 순순히 용서되진 않는 서글픈 기분...

 

누군가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서서 한참 휴대폰 통화를 하고 났더니, 외출하려던 참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완전 깜깜해져 허망했단 얘기를 위로랍시고 해주었다. 가방이 턱하니 거실 바닥에 놓여있는 걸 단서로 돌아온 길인가보다고 생각하며 신을 벗고선 그럼 다녀온 데가 어딘가 떠올려보니 그 역시 깜깜하더라나. 으윽. 다림질하다가 전화벨소리에 다리미를 귀에 댔다는 괴담만큼 섬뜩하진 않지만, 아줌마들의 서글픈 건망증 이야기는 참 끝도 없다.

 

암튼... 시간이 좀 지나면 칫솔이 젖었나 안 젖었나 만져보아도, 입안에서 혀를 놀려 치아를 점검해보아도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고, 칫솔질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도 그게 조금 전이었는지 어제였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원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관문 안 잠근 것 같아 뛰쳐올라가보아도 잠겼을 때가 많다고는 하지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은 가시질 않는다. 조만간 나도 하루에 한두번은 꼭 식탁 주변에서 나 여기 뭐 하러 왔더라 고민하는 울집 노친네처럼 되어가겠지. ㅠ.ㅠ 

 

아까 새벽에 밤참을 먹고 나서 곧장 이빨을 닦은 것도 같고 이따 닦아야지 미뤘던 것도 같고 통 생각이 나질 않아 결국 자러 들어가다 말고 양치질을 했더니 홀딱 잠이 다 깨버린 아침. 잠자리에 누워도 진실이 뭘까 고민할 게 뻔해서 여기다 미리 자백하기로 했다. ㅋㅋ 치아 마모 심하다고 치과에서 너무 열심히 닦진 말랬는데. 연이어 두번 닦은 거면 왠지 억울하닷.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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