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한 6.4 지방선거 유인물 봉투가 계속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고도 외면하다가 드디어 내다버릴  박스랑 종이 챙길 때 한꺼번에 버리려고 우편물을 열었다. 어우 복잡하여라. 전단마다 공약이며 신상명세며 재산목록 같은 걸 꼼꼼이 읽는다고 살펴보긴 했으나 참... 대체로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현 정부를 심판하긴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야당도 딱히 못 미더운 이 심정, 대부분의 국민들과 같은 마음 아닐까나.


째뜬 흥미로운 인물도 하나 발견했다. 초등학교(엄밀히는 국민학교) 동창이 시의원 후보로 나선 것. 얼마 전 골목길 살리기 프로젝트였던가, 동네 쉼터 만들기 운동이었던가 암튼 그만그만한 다큐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엇, 놀랐던 바로 그 동창이었다. 한두 번 같은 반이었던 적은 있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고, 까무잡잡하고 운동을 잘했던 것 같고 남자애들보타 키가 한참 커서 개구쟁이 사내녀석들을 혼내주는 역할을 맡았던가.. 뭐 그렇다. 중학교도 같은 델 다녔지만 역시나 친분은 없었고, 15살 이후론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TV를 보며 이름과 얼굴이 단박에 떠올라 놀라웠던 그 친구(라고 불러도 좋을지 원;;)의 경력사항을 보니 내세울 건 'OO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역임' 밖에 없다. 그야말로 주부대표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건데... 흠. 잘 할까? ^^ 그 보다는 환경운동 하는 사람처럼 TV에 얼굴 내밀고 그런 게 다 계산된 정치적 포석이었나 싶은 것이 찝찝하기도 하다. 하기야, 사람들 대표로 정치판에 나서려면 얼굴 파는 걸 마다해선 안되겠지! 단지 일면식이나 학연, 지연이 있다고 뽑아주겠단 건 아닌데, 일단 내가 싫어하는 당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근데 어떻게 그 동창은 결혼을 하고도 친정 동네를 안 떠나고 계속 살며 자기 애를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보냈을까, 그게 더 신기하닷.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엔 교육감도 중대한 문제인데 조짐이 좋질 못하다. 진보쪽 후보는 너무 인지도가 낮고 애들 후려잡는 정책으로 유명한 현 교육감은 앞서가던 고OO 후보의 가족 문제로 호기를 만난 상황. 매일 밤10시까지 꼬박 학교에 붙잡혀 '야자'를 해야하는 조카를 위해서라도 좀 바꿔보렸더니만 쯧쯧쯧. TV에 나와 연예인인 듯 알랑거리는 인물치고 쓸만한 사람 없다는 나의 편견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패널이랍시고 TV에 나와 앉아 노상 아줌마들 팬관리 할 때부터 알아봤더라니. 흥. 


괜한 호기심에 나도 사전투표를 한번 해볼까도 생각했으나 도무지 누굴 뽑아야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어서, 공식 투표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마다 늘 자포자기 '최선'보다는 '차악'을 뽑아오긴 했지만 아 왜 점점 정치는 퇴보하고 있는 걸까. 인물이 없어도 정말 너무 없다. 하기야 정책도 안 보이고, 야당들의 비전도 없다. 망할 놈의 나라. 


투표용지가 무려 7장이나 된다는 이번 선거. 아리까리 도무지 자신 없는 문제를 풀 때 영 아니올시다인 보기부터 지워나가듯이 절대 싫은 후보 지우기는 끝내 놓았으되 두어개 남은 보기에서 영 우유부단함을 떨칠 수가 없다. 아우, 대체 누굴 뽑나 그래. 선거 때만 되면 데자뷰를 느끼는 늘 비슷한 포스팅.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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