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들이 다녀가고 난 뒤 일주일이나 지나서 장롱 밑을 뒤졌다. 조카들이 집에 오면 거의 빠지지 하고 하는 놀이가 있는데, 선물받은 컵받침(코르크에 금속을 덧씌워 호주 특산 동물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을 투호놀이 하듯, 운전대 커버(역시나 선물 받은 딸기 캐릭터가 매달린 운전대 커버는 1년쯤 사용하다 이후 장난감으로 쓰인 역사가 더 길다) 안에 던져 넣는 거다. 놀이 이름을 짓는다면 <투반> 정도 되려나? 컵받침을 되도록 많이 넣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그리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6개를 던져도 난 2개 이상 넣는 적이 별로 없다. 아무렴. 그래서 거의 막내 지우와 동률 꼴찌. 제대로 조준해서 원형 커버 안에 잘 던져 넣어도 컵받침이 가벼워 막 튕겨나간다. 똘똘한 녀석은 그래서 튕겨 넣기 권법을 선보이기도.
암튼 그런데 지난주말엔 지우가 던진 컵받침 하나가 장롱 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전에도 들어간 적이 많았지만 빤히 보여 금세 꺼낼 수 있는 깊이였다면 이번엔 아예 보이질 않았다. (동그라미를 장롱쪽이 아니라 벽쪽에 놓으면 밑으로 들어갈 일도 없을 텐데 참 머리 나쁘다. 하지만 이미 방바닥엔 던지기 라인이 스티커로 붙어 있기 때문에;;;) 랜턴으로 비쳐도 안보일 정도. 하는 수 없이 꼬챙이를 넣어 더듬더듬 후려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어휴... 뭉텅이 먼지와 함께 별별게 다 나왔다. 우선은 집안에 사차원의 세계로 향하는 구멍이 있나 의심하게 만들었던, 사라진 책 한권. 분명 머리맡에 두고 읽던 책이 어느 순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이상했더니만 장롱밑에 들어갔을 줄이야. 그 다음으론 몽당연필 한 자루. 긴 연필 한 자루. 실핀. 휴지조각 다수. 그림 그리다 말았거나 낙서가 적힌 이면지 여러 장. 백원짜리 동전. 물론 문제의 컵받침도 맨 마지막에 찾았다.
물건 사이사이로 꾸역꾸역 나오는 먼지뭉치와 머리칼에 넌덜머리를 내며 지난번 도배 장판 새로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참 많은 것들이 장롱 밑에서 발견되었다. 없어진 줄도 몰랐던 머리띠, 귀걸이, 동전, 조카 양말 한 짝 같은 것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장롱 밑에 들어가 있던 건 결국 먼지 덮인 내 정신줄 한 가닥이었구나 싶어 아득했다. 이제 찾았으니 다시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그런데 다른 가닥들은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원.
암튼 그런데 지난주말엔 지우가 던진 컵받침 하나가 장롱 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전에도 들어간 적이 많았지만 빤히 보여 금세 꺼낼 수 있는 깊이였다면 이번엔 아예 보이질 않았다. (동그라미를 장롱쪽이 아니라 벽쪽에 놓으면 밑으로 들어갈 일도 없을 텐데 참 머리 나쁘다. 하지만 이미 방바닥엔 던지기 라인이 스티커로 붙어 있기 때문에;;;) 랜턴으로 비쳐도 안보일 정도. 하는 수 없이 꼬챙이를 넣어 더듬더듬 후려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어휴... 뭉텅이 먼지와 함께 별별게 다 나왔다. 우선은 집안에 사차원의 세계로 향하는 구멍이 있나 의심하게 만들었던, 사라진 책 한권. 분명 머리맡에 두고 읽던 책이 어느 순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이상했더니만 장롱밑에 들어갔을 줄이야. 그 다음으론 몽당연필 한 자루. 긴 연필 한 자루. 실핀. 휴지조각 다수. 그림 그리다 말았거나 낙서가 적힌 이면지 여러 장. 백원짜리 동전. 물론 문제의 컵받침도 맨 마지막에 찾았다.
물건 사이사이로 꾸역꾸역 나오는 먼지뭉치와 머리칼에 넌덜머리를 내며 지난번 도배 장판 새로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참 많은 것들이 장롱 밑에서 발견되었다. 없어진 줄도 몰랐던 머리띠, 귀걸이, 동전, 조카 양말 한 짝 같은 것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장롱 밑에 들어가 있던 건 결국 먼지 덮인 내 정신줄 한 가닥이었구나 싶어 아득했다. 이제 찾았으니 다시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그런데 다른 가닥들은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