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쥐뜯어 먹은 것처럼 너무 짧게 커트를 해놓는 바람에 미용실 가는 게 두려워 7달이 넘도록 방치하다시피한 머리칼이 꽤 많이 자랐다. 집에 있을 땐 머리가 짧을 때도 거치적거리지 말라고 앞머리를 넘겨 실핀으로 꽂고 있는 편이라, 머리가 길어진 뒤로는 늘 질끈 동여매고 산다. 여름엔 확실히 숏커트보다도 가뜬하게 하나로 묶은 머리가 시원하다. 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묶었었는데 가뜩이나 숱 적은 머리칼이 뽑혀 나오는 것 같아 머리끈도 몇 개 샀다. 예전부터 간간이 쓰던 검정 고무줄은 형편없이 늘어져 버려야 했다.
머리칼이 길어서 머리 고무줄을 상용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머리끈도 규격이라는 게 있는지 크기는 거의 일정하고 고무줄의 굵기만 좀 차이가 있다. 거기에 장식이 달렸거나 안 달렸거나의 차이. 사람 머리숱이 저마다 다른데 왜 고무줄은 일정한 길이로만 나오는지 새삼 불만이다. 물론 '고무줄'이므로 탄력성이 있어 두번 돌려 묶든 세번 돌려 묶든 묶는 사람 마음이니 상관없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정한 고무줄의 탄력성이란 게 뻔한 수준이라 무한정 늘어날 리 없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고무줄로 숱이 꽤나 많은 조카의 머리를 하나로 묶어보면 딱 두겹으로 돌리면 적당하다.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팽팽해서 머리칼이 뽑혀나오는 느낌도 없을 정도로. 그러나 똑같은 고무줄로 포니테일을 해도 알량한 내 머리숱엔 최소 세번은 돌려야 고정된다. 고무줄이 좀 느슨해 많이 늘어나는 건 네번도 돌려진다. 허나 그렇게 쓰다보면 고무줄이 금세 늘어나 헐거워져 망가지고 만다. 고무줄도 소모품인지 몇달 쓰다보면 힘없이 늘어지거나 안쪽의 고무줄이 끊어져 바깥쪽 실만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규격이 허물어진 고무줄로는 도무지 내 머리를 묶을 수가 없다. 한번 더 돌리자니 모자라고 그냥 두자니 헐겁고...
거의 매일 일어나자마자 손가락으로 슥슥 빗어 머리를 질끈 동여매며 염원한다. 나도 고무줄을 두번만 돌려 묶을 수 있을 정도로만 머리숱이 많으면 좋겠다고. 고등학교 때 아침마다 내가 늘 머리를 땋아주던 친구가 있었다. 머리숱이 하도 많아서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드라이를 쪼여도 다 마르길 기다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말린 뒤 그냥 산발을 해가지고 학교에 오는 아이였다. 샴푸도 엄청 든다고 했다. 긴 머리칼을 이리저리 모양내서 땋는 놀이를 즐기던 나는 하루는 디스코머리, 하루는 반고정 머리, 하루는 이단 땋기, 하루는 양갈래 머리, 하루는 그냥 포니테일, 하는 식으로 열심히 스타일을 바꿔주었다. 그 친구의 머리를 손으로 잡으면 한움큼이 넘어 일반 고무줄로는 제대로 묶을 수가 없었다. 파는 규격 고무줄로는 절대 두번 돌려지지 않는 굵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란 검정 고무줄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칭칭 동여 매 묶는 방식을 택했다. 고무줄 한쪽 끝과 머리칼 한손으로 잡고 다른 끝을 빙빙 돌려 마지막에 팽팽하게 딱 묶는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_-v
당시엔 사복을 입을 때라 검정 고무줄로는 마음에 차지 않아 그 위에 리본을 덧묶었다. 헤어밴드나 머리장식으로 쓸 수 있는 체크무늬, 땡땡이 무늬, 민무늬 리본을 각종 넓이로 팔던 시절이었다. 친구는 빨간색 체크무늬 리본을 좋아했던데 반해 나는 하늘색 바탕에 하얀 물방울 무늬가 있는 리본을 좋아해서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침 조회 시작 될 때까지 머리칼을 다 못 묶어서 담임한테 핀잔을 듣기도 했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머리 길이가 어깨에서 어느정도 넘어가면 반드시 묶어야 하는 두발 규정이 있었다)
나는 스무살 무렵에도 속알머리 없다고 놀림을 당할 정도였으니 지금 머리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도 최근에 산 제일 짱짱한 고무줄로 세번 돌려 머리를 묶고 풀리지 말라고 머리채도 빼다 말고 접어 끼워두었는데도 금세 느슨해지는 걸 보며, 문득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머리를 땋으려고 세 갈래로 갈라놓은 한 묶음이 내 전체 머리보다 굵었으니 최소한 머리숱이 내 세 배라는 뜻이다. 동년배 친구들 모두 이젠 흰머리도 소중해서 함부로 뽑지 않는다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 친구의 머리숱은 여전할지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그 숱많은 머리를 지금은 어떻게 하고 다닐까.
머리칼이 길어서 머리 고무줄을 상용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머리끈도 규격이라는 게 있는지 크기는 거의 일정하고 고무줄의 굵기만 좀 차이가 있다. 거기에 장식이 달렸거나 안 달렸거나의 차이. 사람 머리숱이 저마다 다른데 왜 고무줄은 일정한 길이로만 나오는지 새삼 불만이다. 물론 '고무줄'이므로 탄력성이 있어 두번 돌려 묶든 세번 돌려 묶든 묶는 사람 마음이니 상관없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정한 고무줄의 탄력성이란 게 뻔한 수준이라 무한정 늘어날 리 없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고무줄로 숱이 꽤나 많은 조카의 머리를 하나로 묶어보면 딱 두겹으로 돌리면 적당하다.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팽팽해서 머리칼이 뽑혀나오는 느낌도 없을 정도로. 그러나 똑같은 고무줄로 포니테일을 해도 알량한 내 머리숱엔 최소 세번은 돌려야 고정된다. 고무줄이 좀 느슨해 많이 늘어나는 건 네번도 돌려진다. 허나 그렇게 쓰다보면 고무줄이 금세 늘어나 헐거워져 망가지고 만다. 고무줄도 소모품인지 몇달 쓰다보면 힘없이 늘어지거나 안쪽의 고무줄이 끊어져 바깥쪽 실만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규격이 허물어진 고무줄로는 도무지 내 머리를 묶을 수가 없다. 한번 더 돌리자니 모자라고 그냥 두자니 헐겁고...
거의 매일 일어나자마자 손가락으로 슥슥 빗어 머리를 질끈 동여매며 염원한다. 나도 고무줄을 두번만 돌려 묶을 수 있을 정도로만 머리숱이 많으면 좋겠다고. 고등학교 때 아침마다 내가 늘 머리를 땋아주던 친구가 있었다. 머리숱이 하도 많아서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드라이를 쪼여도 다 마르길 기다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말린 뒤 그냥 산발을 해가지고 학교에 오는 아이였다. 샴푸도 엄청 든다고 했다. 긴 머리칼을 이리저리 모양내서 땋는 놀이를 즐기던 나는 하루는 디스코머리, 하루는 반고정 머리, 하루는 이단 땋기, 하루는 양갈래 머리, 하루는 그냥 포니테일, 하는 식으로 열심히 스타일을 바꿔주었다. 그 친구의 머리를 손으로 잡으면 한움큼이 넘어 일반 고무줄로는 제대로 묶을 수가 없었다. 파는 규격 고무줄로는 절대 두번 돌려지지 않는 굵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란 검정 고무줄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칭칭 동여 매 묶는 방식을 택했다. 고무줄 한쪽 끝과 머리칼 한손으로 잡고 다른 끝을 빙빙 돌려 마지막에 팽팽하게 딱 묶는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_-v
당시엔 사복을 입을 때라 검정 고무줄로는 마음에 차지 않아 그 위에 리본을 덧묶었다. 헤어밴드나 머리장식으로 쓸 수 있는 체크무늬, 땡땡이 무늬, 민무늬 리본을 각종 넓이로 팔던 시절이었다. 친구는 빨간색 체크무늬 리본을 좋아했던데 반해 나는 하늘색 바탕에 하얀 물방울 무늬가 있는 리본을 좋아해서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침 조회 시작 될 때까지 머리칼을 다 못 묶어서 담임한테 핀잔을 듣기도 했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머리 길이가 어깨에서 어느정도 넘어가면 반드시 묶어야 하는 두발 규정이 있었다)
나는 스무살 무렵에도 속알머리 없다고 놀림을 당할 정도였으니 지금 머리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도 최근에 산 제일 짱짱한 고무줄로 세번 돌려 머리를 묶고 풀리지 말라고 머리채도 빼다 말고 접어 끼워두었는데도 금세 느슨해지는 걸 보며, 문득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머리를 땋으려고 세 갈래로 갈라놓은 한 묶음이 내 전체 머리보다 굵었으니 최소한 머리숱이 내 세 배라는 뜻이다. 동년배 친구들 모두 이젠 흰머리도 소중해서 함부로 뽑지 않는다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 친구의 머리숱은 여전할지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그 숱많은 머리를 지금은 어떻게 하고 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