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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1 SARS/사스/사르스/MERS/메스/메르스 5
  2. 2015.06.05 아버지 2
  3. 2015.06.03 이게 뭔가 4
  4. 2015.06.02 석파정 그리고... 2
  5. 2015.05.29 새 이웃 7
  6. 2015.05.26 세금의 달 5월 4
  7. 2015.05.26 부처님오신날 2
  8. 2015.05.25 모란과 작약 8
  9. 2015.05.21 이해
  10. 2015.05.13 5월 신록 2

요즘 메르스와 자주 비교되고 있는 사스(SARS)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이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重症急性呼吸器症候群)으로 번역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화인민공화국 광둥 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을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에 의해 발병한다. 보통 잠복기는 2 ~ 7일이며, 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다. 역시나 검색으로 긁어온 내용을 인용하자면 "메르스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으로서, 박쥐에 있던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기 전염병인 사스(SARS)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비교되고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기 환자와 메르스 환자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하며, 서로 사촌뻘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궐하는 추세로 보면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KORS)라고 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오고, 메르스라는 이름이 공포스러우니 우리말인 '신종변형감기' 정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더 웃긴 제안도 들려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명명제안이 아닐수 없다. 언제는 영어병 환자인양 아무데나 영어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걸 좋아하더니 새삼 왜??


째뜬 똑같은 네 단어로 된 영어 병명을 약자로 줄여 부르면서 SARS 때는 '사스'라고 'R'을 빼먹더니만, 요번에 MERS는 왜 'R' 발음을 넣어서 '메르스'라고 읽는지 궁금해죽겠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이야 기본 원칙이 있다고 하면서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달라져 사람 속터지게 만들지만, 이런 초대박뉴스에 등장하는 영어단어의 명명법은 외래어표기법이나 맞춤법에 별로 관심없는 언론에서 먼서 쓰고 유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어느 놈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죄다 따라 쓰는 거다. 요즘 웬만한 기사 하나 올라오면 모든 언론에서 똑같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베껴다 적는 것처럼.


아무려나, 그 제일 처음 명명한 누군가는 왜 사스 때의 발음을 전범으로 삼지 않고 '메르스'라고 적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사스 때처럼 R 없이 '메스'라고 하면 수술용 칼 생각이 나서 그랬을까?  cork의 올바른 표기가 '코르크'이므로 실은 사스 때도 '사르스'라고 했어야 옳은 것 같다. 근데 왜 그땐 아무도 '사르스'라고 부르지 않았지?? 


울 엄만 '메르스' 발음이 어려워서 한동안 '메르치' 혹은 '메르시'라고 불렀었다. 그때마다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메르치-며르치-멸치', 또는 '메르시-Merci-메르씨보꾸-멸치볶음'의 연상작용 때문이었다. 두 가지 다 결국 멸치와 연결되다니.. ㅎㅎㅎ 공교롭기도 하여라. 거기다 더불어서 불어로 '똥'을 가리켜 욕설로 잘 나오는 '메르드(Merde)!'까지 떠올리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세트다. 이 나라의 현 메르스 정국과는 물론 '메르드'가 가장 잘 어울림. 프랑스인의 발음은 '메흐드'에 가깝게 들리겠지만 어디까지나 프랑스어 R의 '올바른' 외래어표기법은 ㄹ. 


메스든 메르스든, 정부의 재난대처 무능력과 늑장 대응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버린 감염환자들이 빨리 쾌유되고 전국가적인 공포에서도 곧 벗어나게 되기를 빈다. 이 나라에선 국민의 목숨을 국가가 절대로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큰 사건으로 깨우쳐주지 않아도 우린 이제 다 알고 있는데...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형 재난사고를 수시로 겪고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매번 허둥대는 꼬라지만 보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한다는 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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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놀잇감 2015. 6. 5. 17:59

* 스포일러 있음

정말로 간만에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갔다. 대학에서 희곡을 가르치는 친구가 학기중 한두번씩 학생들이랑 '할인' 단체관람을 간다기에 기회 되면 나도 끼워달라고 미리 옆구리를 찔러두었다. 학기초엔 <M버터플라이>를 봤다기에 아, 난 <아버지>보다 그게 더 보고 싶은데! 라며 속으로 아쉬웠지만 이번에라도 끼워준 게 어딘가 감지덕지했다.

<아버지>는 작년인가에도 이순재/전무송 더블캐스팅으로 꽤 화제를 일으킨 연극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세일즈맨의 죽음>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란다. 올해는 아버지 역에 전무송/권성덕/김명곤 트리플 캐스팅이었고, 우리는 수요일 수업에 맞춘 관람이라 권성덕 씨가 아버지로 나왔다. 까마득한 옛날 수업시간에 배운 <세일즈맨의 죽음>보다는 확실히 절절한 신파 분위기^^가 전해졌지만 그래도 한국 현실에 맞게 꽤나 잘 각색한 느낌이었다. 

엄청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가 한순간에 일용직 인생으로 몰락한 아들과 백화점 계약직 딸의 이야기가 꽤 비중있게 추가됐다. 색달랐던 건 극중 아버지 이름이 '장재민'인데 아들 동욱 역할 배우를 '박재민'이 했다는 것. 요즘 TV에서 안보인다 했더니 연극을 하고 있었더군. 일요일 아침에 아직도 하나 모르겠는데 <출발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리키김이랑 막상막하 운동하는 모습만 본 것 같은데 무대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박재민이 누구냐면^^

연극 보면서 아들 나올 때마다 속으로 우와, 키 되게 크다, 얼굴 진짜 작다, 잘생겼다! 감탄하며 봤음. ㅋㅋㅋㅋ 나도 이럴 정도니, 젊은 연예인들이 종종 연극무대로 눈길을 돌리는 건 퍽이나 반가운 일이다. (너무 유명한 아이돌이 티켓파워로 갑질하는 건 문제겠지만서도...) 쉬는 시간없이 1시간 50분쯤 쭉 공연하는데 내용을 알기 때문일까 막판엔 좀 지루했고, 아버지 역할의 비중이 워낙 크고 대사도 압도적으로 많아서, 가끔 대사 처리가 매끄럽지 않고 버벅거릴 땐 조마조마 하기도 했으나(내가 왜? ㅋㅋ) 무대가 워낙 아담해서 몰입하기엔 좋았다. 

평일이었고 메르스 공포가 슬슬 시작되고 있을 때라 그랬겠지만 관객이 너무 적어서 내가 더 걱정됐다. 단체로 간 우리 말고 일반 관객은 열명도 안됐던 듯. 동양예술극장 처음 가보는데 소극장치고 깔끔하고 위치도 조용하고 괜찮던데... 문화사업, 예술하는 사람들 좀 안 망하고 잘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나. (연극 좀처럼 안보러 다니는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거 좀 웃기긴 하다) 

째뜬 할부 인생, 소모품 인생 소시민 아버지의 애환을 담은 연극 끝나고서 몇몇 아이들이 눈물을 훔치는 걸 보았다. 하지만 난 신파엔 도저히 눈물이 안나올 뿐이고 ㅜ.ㅡ

극장이 작지만 객석은 1, 2층으로 나뉘어 티켓은 1층 객석이 5만원, 2층 객석이 3만5천원. 오픈런인지 언제 끝난다고 안 적혀있었던 것 같다. 주조연 이외에도 더블캐스팅, 트리플 캐스팅이 많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좋았다. 연극배우 특유의 발성법과 목소리가 나는야 좋더라. 워낙 오래 공연한 검증된 작품이라 그렇겠지. 하여간에 간만에 문화생활 허영기를 채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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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최근엔 본 게 없고, 작금의 현실에 딱 맞는 영화구나 생각난 건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아웃브레이크>다. 찾아보니 95년작. 무려 20년이나 된 영화라는 얘기다. 나 같은 중년 말고는 다들 존재조차 모르는 영화일 것 같다. 암튼 그 영화를 나는 에볼라 바이러스 얘기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모타바 바이러스라는 것도 같다.  에볼라든 모타바든, 제3세계에서 생겨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전해져 떼죽음을 일으키는 이야기인데 그 전파 경로로 북한의 배가 등장한다. 할리우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20년전 이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아프리카 원숭이를 밀수해 동물원에 팔아먹는 비위생적인 배와 선원의 국적이 북한이었다. 위생이나 방역에 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무지와 더러움과 응징의 대상으로 나오는 영화속 북한 선원들이 그 옛날에도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팅 후 북한 배와 선원이 아니고 그냥 한국인이었다는 제보 입수. 내 기억이 틀린 것 같다. 맞다.. 북한 배가 어떻게 미국 항구에 정박을 한다고 나 원참;;;)  


세월이 흘러 20년 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사들은 한국이 주요 시장이라면서 다른 세계 주요도시보다 영화개봉을 먼저 하기도 하고, 그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영화촬영을 한다고 그러면 유례없이 정부까지 나서서 교통을 통제해주고 기꺼이 장소를 '무료' 제공하지만 정작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과 한국의 모습은 듣자하니 별로 매력적이지도 우호적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국가 홍보에 신경을 쓴다해도 대다수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사우스'인지 '노스'인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뭉뚱그려지기 십상이다. 기껏해야 전쟁에 준하는 심각한 군사대치 상황 국가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평창올림픽도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그렇게 유치하려고 애썼지만 '평양'이랑 알파벳 철자가 너무 비슷해서 선수들이 죄다 평창 대신 평양으로 날아가 북한에 억류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지리에 젬병인 나도 한반도에서 정확히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는 평창보다야 '평양'이 외국인들에게도 워낙 더 유명할 것 같다. 최소한 북한의 수도인걸.  


째뜬 무능력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 국가와 국민들의 후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이번 메르스 상황을 보며, 조만간 또 재미난 한국 배경 할리우드 시나리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개인 문자와 카톡으로는 어디선가 하루에도 몇번씩 메르스 환자가 접촉했다는 병원 명단과 예방법이 날아오고, 심지어 1번부터 30번까지(?? 기막혀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_-;) 확진 판정 환자들 명단이라면서 그들의 신상명세까지 떠도는데 -- 병원 관계자로부터 받아 전한다는둥, 담당 공무원이 최측근 지인들에게만 공개한 거라는 둥 -- 정부는 제대로 사태파악도 못한 채 우왕좌왕, 그러면서 문제의 병원 명단을 공개할 의미는 없다고 계속 한심스럽게 눙치고... 유언비어라면서 퍼뜨린 사람이나 잡아들이려 하고...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관리랍시고 한다는 게 하루 두 번 전화로 위치 확인하는 게 전부란다. 그러니 일반인, 의료진 할 것 없이 암 생각없이 골프치러 지방 가고, 환자들 진료하고... 하하하.


어제 끝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제도가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서 약자를 감싸줄 수밖에 없다는 봄이 대사가 인상 깊었는데, 이 나라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도 제도도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개개인이 각자 제 살길을 찾아보거나 그냥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이 노력해서 정말로 각자 제 살 길을 찾을 수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 암담한 나라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희망이 없는 곳이란 걸 어쩜 이렇게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 어떻게 이렇게도 자주 생겨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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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그리고...

놀잇감 2015. 6. 2. 21:49

이런저런 집안일로 한숨도 못자고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해놓은 약속이라 젖은 솜 같은 묵직한 팔다리를 움직여 일찌감치 아침부터 부암동으로 나갔다. 부암동 주민께 직접 설명 듣는 석파정 답사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은 몇년 전 자하문 터널 바로 앞에 서울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미술관 입장료를 내면 덤으로 후원 구경이 가능하다. 개관전 때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노상 버스 타고 오가는 길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구경하게 되진 않았는데, 아는 분 따라가면 입장료 안내고 석파정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뒤부턴 더 내 돈 주고 구경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계절 좋을 때 제발 한 번 데려가주세요... 그러면서 비벼대고만 있었던 것. 

재작년 가을 부암동 답사 땐 시간이 부족했던가 미리 이야기를 해놓지 않아서 석파정만 쏙 빼놓고 구경을 다녔었는데 요번엔 석파정이 '메인'이었고, 구한말 최초의 요정 가운데 하나였다는 '오진암'을 옮겨다 놓은 예쁜 한옥집'무계원'과 '윤웅렬 대감 별서'는 다시보기 같은 부록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석파정이 대부분...

뜬금없는 화장품 면세점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으로 득시글거리는 서울미술관 입구를 피해서 우리는 <삼계동>이라는 현판이 달린 옆문으로 입장을 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특혜는 석파정 후원을 공유하다시피 바로 윗집에서 살고 계신 이날의 주인공 덕분이었다. 부암동과 윤동주 문학관 해설도 하고 계신 C선생님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TV에 부암동 해설하시는 장면도 방송된 나름 유명인사시라 슬며시 이런 데 공개해도 되지 않을가 싶은데... 고민되면 나중에 삭제할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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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웃

투덜일기 2015. 5. 29. 01:27

엄마네 집쪽 아래층에서 6,7년쯤 살던 주류 도매상 아저씨네(한때 몸집 거대한 잡종 진돗개 '곰돌이'를 키우며 온 동네를 괴롭게 했던;;)가 얼마 전 이사를 가고, 집주인이 다시 이사를 올거라며 수리를 한참 하더니만 결국엔 또 세를 놓은 모양이었다. 아래층 집주인이 워낙 괴팍하고 싸움도 욕도 잘해서 온 동네에 죄다 인심을 잃은 '장로님'이시라 엄마는 그 아저씨가 다시 이사온다는 소식에 지레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떡하니 이삿짐 트럭이 도착한 날 전혀 다른 사람이 인사를 하자 퍽이나 놀랐다고 했다. 


듣자하니 이전 세입자와 금전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어서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게 일종의 비밀이었다나 뭐라나. 암튼 우리로선 천만다행이었다. 다가구주택임에도 오래된 집이라 주차공간은 한대밖에 없어서 그 아저씨 이사오면 주차 문제로 싸우기 싫어서라도 내가 차를 골목에 대야지 그러고 있었는데 오예~! ㅋㅋ 게다가 새로 이사온 아래층 아줌마는 노상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다가 콧노래를 부르며 마당에 빨래를 널면서 벌써부터 울 엄마와 서로 좋은 인상을 주고받은 모양이었다. 이사 후 두번째 마주쳤을 때 이미 차 마시러 좀 들어오세요~ 그랬다나. 오지랖 넓은 할머니이긴 해도 선뜻 응하기 뭣해서 엄마는 일단 사양을 했다는데, 그간 몇번 얼굴 마주친 거 치고는 놀랍게도 신상명세를 벌써 다 파악해오셨다. +_+ 하기야 울 엄마도 우리 모녀 신상을 대충은 다 공개한 듯, 며칠 전 외출하는데 오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마당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어머니 인상이 참 좋으세요. 좋은 분이랑 이웃되서 반가워요."라고 말했다. @.,@


나는 당황해서 우물쭈물 뭐라고 대꾸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암튼 엄마가 '캐내온' 아래층 이웃의 정보는 남편이 영국인이고 다 큰 아들이 하나 있는데 다른 집에서 살면서 가끔 들른다는 것. 그리고 이사온지 얼마 안 돼 영국에 보름간 다녀오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울 엄마가 마당 화분 몇개와 스티로폼 통에 상추와 고추 모종을 사다 심어놓고 매일 물을 주는 걸 보면서, 부러워서 자기도 그 옆 화분에 상추랑 치커리 따위를 심었다고 했단다. 집 빈 동안에 아들이 다녀갈 수도 있으니 놀라지는 마시라고. 


새 이웃이 영국에 간 사이 울 엄마는 또 그집 채소 화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물 안주면 금방 말라죽을 텐데... 내가 우리 화분 주면서 같이 물을 줘야하나... 아픈 다리로 이층에서 물조리 한 통 갖고 내려가는 것도 힘든데 내가 대체 왜?.. 뭐 이런 생각을 하셨던 거다. 다행히 그 사이 비가 몇번 내렸고, 시들시들 말라가는 채소를 차마 그냥 보아넘길 수 없었던 엄마는 간간이 조리에 받아간 물을 아껴가며 이웃 화분에도 나눠주었던 듯했다.


오지라퍼 할머니는 아래층 이웃이 돌아오기를 괜히 오매불망 기다렸다. 기껏 심은 모종 다 말라죽으면 어떡하냐. 아들이 다녀는 가던데 화분에 물은 안주는 것 같더라. 물 덜 줘서 축 늘어진 모종 불쌍해서 어쩌냐... 제일 안쪽 화분은 팔이 안 닿아서 물을 줄래도 줄 수가 없던데...  아 놔;;;;


보름이 지나고 드디어 아래층 이웃이 돌아온 듯했지만, 엄마의 관찰 결과 더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살지 않아 사람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채소 모종은 계속 축 늘어져 말라가고 있다고 또 성화를 하셨다. 아 진짜! 엄마! 상추모종 천원에 다섯개라며! 고추모종도 그렇고! 죽으면 좀 어때요! 물 주기 귀찮아서 죽이기로 했나보지! 아래층 아줌마 만나면 그간 내가 화분에 물 줬다고 생색내고 싶은 거예요??? 그거 아니면 제발 남의 일에 간섭도 걱정도 좀 하지 마세요!! 


그러더니 며칠 전에 드디어 아래층 영국남자랑 마당에서 뙇 마주쳤다는데 당황해서 엄마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하고 들어왔다고 '안녕하세요' 그럴 걸 그랬다고 후회 또 후회.... ㅠ.ㅠ 난 또 버럭했다. 아니, 할머니를 봤으면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했어야지, 엄마가 왜 미안해하고 그러냐고! 그리고 영국사람들 원래 쌀쌀맞으니깐 곰살맞게 인사받는 거 바라지도 마셔! (그간 효녀 코스프레 한 얘기만 적어서 그렇지, 내 본모습은 이렇게 표독스럽다;;;)


사실 나도 이 동네 3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원래부터 잘 알던 이웃이 아니고선 같은 골목 주민들에게도 선뜻 인사를 하게되질 않는다. 오지랖 넓은 엄마 덕분에 나는 반장 아줌마도 알고, 야쿠르트 아줌마도 알고, 같이 실버합창단 하시는 옆 빌라 안X분 할머니도 알지만, 저들은 은둔형 인간인 나를 잘 모르는 게 확실하다. 제대로 하는 외출이 아닌 한 꽁지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후드를 뒤집어 쓰고 나가기 때문에 어차피 인사를 해도 몰라본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원래 마구 상냥한 스타일도 아니고 뭐... 


하여간에 엄마는 혹시나 또 영국인 남자와 마주치는 경우를 대비해서 당황하지 말고 '안녕하세요'라고 하겠다고 시뮬레이션 연습까지 마치셨는데 이후 아줌마도 아저씨도 대면한 적이 없단다. 오히려 나는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골목 어귀에서 하얀 '난닝구'에 반바지 차림 + 왕뿔테 안경을 쓴 배불뚝이 영국 아저씨랑 마주쳤지만 바로 집앞이 아니라 인사하기도 웃기고 해서 당연히 모른체했다. 나도 마당에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연습이라도 미리 해둬야하는 건가. ㅋㅋㅋ 


그간 런던아줌마' 블로그를 통해서 영국사람들이 얼마나 '못버리는 병'에 걸린 환자들인지 전해듣기도 했지만 가끔 마당구석에 정말 신기한 물건들이 하나씩 놓여서 시선을 끈다. 최소 50년은 된 것 같은 다 떨어진 구식 여행가방이라든지, 다리가 기울어진 나무 의자라든지... (그럴 때마다 울 엄만 또 혼자 꿍얼꿍얼 하신다. 아니 그런 물건은 이사올 때 버리고 와야지 왜 다 갖고 와서 새삼 쓰레기를 만드나 그래..)


어쩌면 그 이웃집에서도 위층에 '이상한' 할머니 모녀가 산다고, 귀찮아 죽겠다고 꿍얼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이웃이란 아무래도 서로 적응해나가는 기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나저나 그 옆집, 내방 쪽 아래층엔 이사온지 6개월도 넘었는데 아직 사람 구경을 하지 못했다. 사람이 사는 흔적도 없고...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체납고지서를 보내다보내다 못해 사람이 나와, 그 집에 사람 안 사느냐고 우리집을 두들기고 물었을 정도. 이웃사촌이란 말은 사라진지 오랜 도시에서 암튼 새 이웃 덕분에 포스팅도 하고 나도 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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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달 5월

투덜일기 2015. 5. 26. 16:26

정신없이 사느라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만난 프리랜서 친구가 종합소득세 신고했느냐고 물었다. 잉? 난 우편물도 안왔던데? 우편물 안 왔더라도 홈택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신고할 수 있으니 어서 하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뭐든 질질 끌다가 막판에나 겨우 하지 않으면 마감일을 넘기기 일쑤인 내가 행여나 일찍, 공식 우편물도 날아오기 전에 세금신고를 할 리가 없다. 마지막주에 하면 되겠거니 그냥 또 잊고 있었더니 주말 직전에 우편물이 드디어 도착했다.


나는 간편장부 대상자라 세무서에 갈 것도 없고 그냥 인터넷으로 신고하면 되니까 얼마간 끙끙대면 되겠지 했더니, 오지랖 넢은 친구가 주말에 또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는 신고양식이며 시스템이 다 바뀌어서 더 헷갈린다, 나중에 헤매다 기한 넘기지 말고 얼른 신고해라...  그렇다면 오케이. 조금 전 점심 먹고 분연한(?) 마음으로 홈택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친구 말이 맞았다. 작년까지는 지들이 다 알아서 기입해놓은 총 수입액의 명목을 눌러, 총액이 맞는지 아닌지 자체 확인할 수도 있고, 항목별로도 링크가 많이 되어있어서 기부금 공제 항목도 영수증만 있으면 본인이 따로 입력이 가능했는데 그런 게 죄다 사라졌다! 게다가 시스템이 죄다 바뀌었는지 원래 회원인데도 재가입해서 로그인하라고 하고, 비회원로그인도 가능하다지만 메뉴가 제한되고 아우 불편해!! 

 

하는 수없이 통장 2개의 1년치 수입액을 다 뽑아 계산해서 맞춰보고, 기부금공제는 그냥 포기했다. 기부금공제를 받으려면 별지 서식 45호를 작성해서 세무서에 제출하라는데, 별도 증빙서류 제출해야하면 인터넷 신고할 때도 작성할 수 있게 해야지 뭐냐!!! 일단 신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증빙서류 제출하라는 메뉴가 있긴 하지만 거긴 기부금 공제 서식이 생성되지 않았다. 기부금은 아예 공제해주지 않겠다는 꼼수가 아니고 뭐냣! 5월에 세무서 가면 얼마나 줄을 오래 서서 기다려야하는데... 그러고도 전자신고하라고 한쪽 구석에 있는 컴퓨터로 내몰기 일쑤... 옜다 먹고 떨어져라 하는 마음으로 그냥 기부금 공제는 빼고 신고를 마쳤다.


부양가족 공제도 없지(울 엄마는 막내동생이 부양가족으로 신고하는 게 관례), 자녀공제도 없지, 출산, 입양 공제도 없지.... 이번에 공제되는 거라고는 표준세액공제 7만원이랑 전자신고 공제 2만원뿐이다. +_+ 젠장젠장... 째뜬 알량하게나마 원천징수로 뜯어갔던 세금 환급되는 거나 기다리는 수밖에. 작년 내가 벌어들인 수입을 확고하게 '숫자'로 확인하는 이 맘때는 참으로 마음이 참담하다. 이거 벌자고 노상 밤새고 있는 거구나 내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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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투덜일기 2015. 5. 26. 01:38

빨간날이라서 논다는 것 말고는 (어차피 준백수 프리랜서에겐 빨간날도 큰 의미는 없다) 대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날이지만... 그래도 '불자'이신 왕비마마에겐 퍽 중요한 날이고, 가뜩이나 요즘 맘고생이 심하신 걸 아는지라 동네 개천변에 만들어놓았다는 '코끼리등과 사자등'을 보러 부처님오신날 저녁 밥먹고 나서 슬슬 산책에 동반해드렸다. 

위로도 잘 크고는 있지만 그래도 제 사촌들보다는 자꾸만 옆으로 늘어나는 비중이 큰 조카 ㅈㅎ이도 억지로 운동시킬 겸 끌고 나갈 요량이었는데, 이 짓궂은놈 좀 보게. 굳이 방울토마토를 지퍼백에 싸가지고 나가서 먹겠다고 우겼다. -_-; 그러더니 걸어가는 내내 굳이 토마토 봉지를 내게 들게 하고는 하나씩 꺼내먹으며 하는 말. "지금 나와서 걸으며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이거 한 알 칼로리가 더 높을걸! 흥!" ㅠ.ㅠ 내가 졌다....

개천변 산책로엔 코끼리등과 사자등만 켜놓은 게 아니라 꽤 큰 등 4개를 밝혀놓았고, 어느 사찰에서 주최를 한 건지 뭔가 요란하게 석가탄신일 축하연 같은 게 벌어지고 있었다. 성악가들의 합창이 스피커에서 왕왕대며 흘러나오고.... 아 젠장. 시끄럽고 사람 많은 거 딱 질색인데... 아이팟까지 귀에 꽂고 나간 조카는 시끄러워서 자기 음악 안들린다고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빨랑 집에 가자고. ㅋㅋ 그러나 왕비마마는 은근히 성악 공연이며 대금 연주에 관심을 보이는 눈치이니 곧장 들어올 순 없었다. 애당초 명색이 부처님오신날 기념 왕비마마 위로차 나간 밤산책인데. 

해서 적당히 어슬렁거리다 시끄러운 산책로를 등지고 돌아왔다. 마침 사회자가 이상한 음악 틀어놓고 사람들 무대로 나와서 춤추게 하려는 순서여서 단호히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그런 건 울 엄마도 민망하고 주책스럽다며 싫어하셔서 어찌나 다행인지. 원래 '동이족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중국 역사책에도 나와있다지만, 아오... 우리나라 사람들 누가 시키기만 하면 장소불문하고 뛰쳐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신명나게 노는 거 나로선 좀체 이해가 안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용기와 끼는 다들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원. 

째뜬 이번 행사를 위해서 새로이 만든 건지, 광화문 연등행렬 할 때 썼던 걸 재활용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봄밤에 밝혀둔 코끼리등, 사자등, 부처등은 다 예뻐보였다. 왕비마마는 오전에 절에 가서도 열심히 '우리의 웬수바가지'를 위해 특별축원을 하고 기도를 했다는데 과연... ^^ 종교도 회의적이지만 특히 기복 신앙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엄마의 기도는 늘 짠하고 안쓰럽다. 

아참.. 나는 방울토마토 지퍼백 들고나가느라 휴대폰도 안 챙겼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ㅈㅎ이가 협조해주었다. 아이폰6는 야경에 강하다더니 역시... 나도 얼른 바꿔야겠다! (뜬금없는 결론이네 ㅎ 그치만 꽤 멀리 개천 안쪽에 설치된 등을 줌으로 당겨 막 찍었는데 이 정도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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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과 작약

놀잇감 2015. 5. 25. 02:29

나는 어린 시절 '모란'이라는 꽃을 선덕여왕 위인전에서 처음 알게 됐던 것 같다. 꽃은 화려하고 예쁜데 향기가 없다는 걸 선덕여왕이 그림만 보고도 척 맞혔다나 뭐라나... 벌과 나비 없이 꽃만 그려서 향기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요새도 선덕여왕 위인전에 그런 얘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란에 향기가 없어서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는 건 뻥이다. 그냥 모란 그림에는 벌과 나비를 안 그리는 게 전통 그림 양식이었겠지. 그런 그림들을 익히 본 후대 사람들이 선덕여왕 일화도 지어낸 게 아닐까나? -_-;


무튼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다. 어린 시절 선덕여왕의 모란과 울 할머니가 가끔 치시는 민화투의 '목단'이 같은 꽃이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ㅋㅋㅋ

 ㅎㅎㅎ 이제보니 화투 모란꽃도 예쁜 것 같네... 


어쨌거나 모란은 일찌기 당송시대부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고 역사적으로도 그 의미가 계속 이어졌던지 조선시대 궁궐과 종묘에서도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쓰인다. 주로 병풍으로...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 '일월오봉도'라고 하지만, 모란도 역시 궁궐의 모든 주요 의전행사에 쓰이는 그림이었단다. 혼례식, 장례식, 관례식 할 것 없이 전부! 종묘에 가보면 각각의 신주를 모신 제단에 일월오봉도 말고도 모란병이 이중으로 둘러쳐져 있단다. 저렇게 기암괴석 위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모습을 화려하게 그린 것이 일반적.


저런 그림을 보면 아 모란이로군, 하고 아는 척은 하겠는데 실물로는 모란과 작약을 오래도록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모란은 목본식물이고, 작약은 초본식물이다(뿌리만 살아있고 줄기는 겨울되면 다 시들지만 역시나 다년생 ㅠ.ㅠ)'라고 알면 뭐하냐고! 꽃을 봐도 구분이 안되는데.... +_+


작년에 내가 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용산가족공원 정원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올리면서 내가 아마 모란이라고 했다가 작약으로 바꿨던가.. 암튼 작년만해도 아리까리 구분하는데 통 자신이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래 사진 석장은 죄다 작약이다. 

2014년 5월 23일에 찍어온 작약


특히나 아래 연분홍 작약이 수술 모양이 오묘해서 이런 게 다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량종은 별별 모양이 다 있으니 원.... 

보시라.... 지식백과에서 퍼온 작약사진이다..

작약도 노란 꽃술...



그렇다면 모란은???

내가 파악한 바로 구분법은 오로지 이파리!!

올해 경복궁에서 내가 찍어온 모란꽃을 다시 보자..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똑같은 구도와 색깔 꽃을 찍어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작약 사진 비슷한 걸로 위에 퍼왔으니 일단 넘어가자. (아오... 지난주에 입궐해보니 교태전 후원에 작약도 잔뜩 피었던데 아까비;;;)

2015년 4월 28일에 찍은 모란



잎사귀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모란은 잎이 넓적하고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다면, 작약은 잎이 뾰족뾰족 작고 좁고 좀더 딱딱하게 생겼다. 개량종인지 어쩐지 몰라도 꽃도 모란이 훨씬 크고 탐스러운 느낌. (궁궐에 심은 거라 유독 그럴지도.... ^^a)


모란은 흔히 '꽃중의 왕'이라고 하여 왕실에서 특히 사랑했던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도 모란이 먼저 핀단다. 2주쯤? 게다가 모란은 기껏해야 닷새에서 일주일밖에 꽃을 못 볼 정도로 금세 지는데 작약은 이래저래 '짝퉁'스럽게도 모란보다 늦게 피어서 꽃도 좀 더 오래 버틴다고. ㅋㅋ 


근데 또 헷갈리게도 영어로는 모란도 작약도 모두 peony! 구분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나 모란/작약 차이점에 연연할 뿐, 서양애들 눈엔 그냥 다 '피오니'인 거다! 쳇... 

찾아보니 둘다 '미나리아재비 목'에 속한대고

모란의 학명은 Paeonia suffruticosa

작약의 학명은 Paeonia lactiflora

서로 사촌이 틀림없다. 아니.. 자매인가? ^^; 


암튼... 4월에 핀 걸 봤다 싶으면 모란일 확률이 높고

5월에 본 건 작약이겠거니 , 특히 5월 중순 이후에 봤다면 무조건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막연한가?

째뜬 나는 이제 이파리로 구분할 수 있다규~~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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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투덜일기 2015. 5. 21. 23:37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라는 단언을 하지 않겠다고 노력은 하는데 자꾸만 그 말이 튀어나온다. 그냥 입장이 다르고, 태도가 다르고, 습관이 다르고, 생각도 다를 뿐 그게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님을 알면서도 내 잣대에 맞지 않으면 자꾸만 '이해 불가' 타령을 하는 걸 보니 이젠 나도 말랑말랑한 사고가 불가능해진 꼰대 기성세대로 굳어가고 있는가 해서 두렵다.


늙은 딸의 짜증에 여유롭게 "너도 늙어봐라" 신공으로 대적하는 노친네도 어렵고, 그 어떤 잔소리에도 "뭐래?"라며 무시하는 십대도 어렵고, 참자 참자 사랑으로 덮어주자, 주문을 외우면서도 수시로 버럭버럭 화가나는 내 마음도 어렵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궁극적으로 네 편'이라는 신뢰를 주기란 참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느끼는 중이다. 


무튼.. 5월이 조바심 속에서 이렇게 가고 있다. 이런 날들도 나중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웃으며 옛말하는 추억이 될 거라 믿어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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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신록

놀잇감 2015. 5. 13. 00:24

4월 못지 않게 5월도 이 나라엔 잔인한 달, 가슴아픈 달이지만... 그래도 이 무렵 연두색 나무들은 참 예쁘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색깔이 다 있나 싶어지는 잎사귀들. 머리도 팔다리도 무거운 날이었지만 그래서 더 일부러 산엘 따라갔었고, 가길 잘했다. 여전히 빌빌댔으나 그래도 체력이 꽤 쓸만해졌음을 실감했다. 올라갈 땐 꼬래비에서 둘째로(총 35명중;) 간신히 정상을 올라, 남들 다 도시락 펴고 절반쯤 먹고 있을 때 합류했는데 내려올 땐 중간 정도의 성적. 다들 놀라워했다. 일단 A팀이었다는 거! B급인생도 좋지만... 예쁜 능선을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욕심부렸다가 후회없이 뿌듯했다.

 


대구 비슬산. 1083m. 휴식 포함 총 산행시간 5시간 30분. 헥헥거리느라 사진들은 죄다 남들이 찍은 것들;; 산중턱에 펼쳐진 진달래밭이 장관이라는데, 꽃이 다 졌어도 오즈의 마법사 노란 벽돌길이 떠오르는 저 나무길은 진짜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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