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르스와 자주 비교되고 있는 사스(SARS)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이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重症急性呼吸器症候群)으로 번역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화인민공화국 광둥 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을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에 의해 발병한다. 보통 잠복기는 2 ~ 7일이며, 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다. 역시나 검색으로 긁어온 내용을 인용하자면 "메르스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으로서, 박쥐에 있던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기 전염병인 사스(SARS)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비교되고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기 환자와 메르스 환자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하며, 서로 사촌뻘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궐하는 추세로 보면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KORS)라고 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오고, 메르스라는 이름이 공포스러우니 우리말인 '신종변형감기' 정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더 웃긴 제안도 들려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명명제안이 아닐수 없다. 언제는 영어병 환자인양 아무데나 영어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걸 좋아하더니 새삼 왜??


째뜬 똑같은 네 단어로 된 영어 병명을 약자로 줄여 부르면서 SARS 때는 '사스'라고 'R'을 빼먹더니만, 요번에 MERS는 왜 'R' 발음을 넣어서 '메르스'라고 읽는지 궁금해죽겠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이야 기본 원칙이 있다고 하면서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달라져 사람 속터지게 만들지만, 이런 초대박뉴스에 등장하는 영어단어의 명명법은 외래어표기법이나 맞춤법에 별로 관심없는 언론에서 먼서 쓰고 유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어느 놈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죄다 따라 쓰는 거다. 요즘 웬만한 기사 하나 올라오면 모든 언론에서 똑같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베껴다 적는 것처럼.


아무려나, 그 제일 처음 명명한 누군가는 왜 사스 때의 발음을 전범으로 삼지 않고 '메르스'라고 적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사스 때처럼 R 없이 '메스'라고 하면 수술용 칼 생각이 나서 그랬을까?  cork의 올바른 표기가 '코르크'이므로 실은 사스 때도 '사르스'라고 했어야 옳은 것 같다. 근데 왜 그땐 아무도 '사르스'라고 부르지 않았지?? 


울 엄만 '메르스' 발음이 어려워서 한동안 '메르치' 혹은 '메르시'라고 불렀었다. 그때마다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메르치-며르치-멸치', 또는 '메르시-Merci-메르씨보꾸-멸치볶음'의 연상작용 때문이었다. 두 가지 다 결국 멸치와 연결되다니.. ㅎㅎㅎ 공교롭기도 하여라. 거기다 더불어서 불어로 '똥'을 가리켜 욕설로 잘 나오는 '메르드(Merde)!'까지 떠올리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세트다. 이 나라의 현 메르스 정국과는 물론 '메르드'가 가장 잘 어울림. 프랑스인의 발음은 '메흐드'에 가깝게 들리겠지만 어디까지나 프랑스어 R의 '올바른' 외래어표기법은 ㄹ. 


메스든 메르스든, 정부의 재난대처 무능력과 늑장 대응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버린 감염환자들이 빨리 쾌유되고 전국가적인 공포에서도 곧 벗어나게 되기를 빈다. 이 나라에선 국민의 목숨을 국가가 절대로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큰 사건으로 깨우쳐주지 않아도 우린 이제 다 알고 있는데...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형 재난사고를 수시로 겪고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매번 허둥대는 꼬라지만 보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한다는 게 더 무섭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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