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371건

  1. 2015.05.08 5월 8일 3
  2. 2015.04.28 4월 28일 8
  3. 2015.04.23 먹고살기 2
  4. 2015.04.18 그랬다고.. 7
  5. 2015.04.15 모둠 과제 발표? 9
  6. 2015.04.11 몰라요 5
  7. 2015.04.07 4월 7일 6
  8. 2015.04.06 냉이 7
  9. 2015.04.04 꽃대궐 7
  10. 2015.04.02 단비 4

5월 8일

투덜일기 2015. 5. 8. 20:27

아카시아꽃 향기를 처음 느낀 건 7일이었다. 5월5일에 엄마랑 앞산을 오르러 나갔을 때만 해도 연두색 봉오리로 매달려있더니만, 외출했다가 어버이날 만찬을 위해 장을 봐가지고 낑낑대며 언덕을 오르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먼저 반겼다. 아카시아 향기를 즐길 여유도 없이 계속 우울한 나날.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이렇게 우울한 어버이날이 또 있을까.


지금은 그누구보다도 효자인 큰동생. 장손이라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고등학생때 잠시 방황을 하며 엄마 속을 무던히도 썩였었다. 그때 엄마가 벼르고 별렀다는 말. 너도 장가가서 어디 너랑 똑같은 자식 나서 속 좀 썩어봐라... 


엄마들의 저런 바람은 반드시 이뤄진다던가... 동생은 실제로 요즘 자식 때문에 엄청나게 속을 썩고 있는데, 울 엄마는 정말로 당신의 발언 때문에 그렇게 됐나 싶어 맨날 회개하고 속죄기도를 올린단다. 그런데 속없는 자식놈은 다 커서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엄마가 바란 대로 됐잖아!"라며 부모 원망을 하고, 늙은 엄마는 또 그 말에 상처를 받는다. 


이래저래 마음 상하고, 즐거이 모여 왁짜지껄 밥 먹을 상황도 아니라 동생들에게 가정의달 행사로 모이지 말자고 했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 내가 너무 바쁘다. 섭섭하지 않다. 진짜로 마음이 안내킨다. 엄마가 싫단다....


그래도 막내동생네는 일요일에 잠시 다녀갔고, 큰동생네는 장손 ㅈㅎ이가 대표로 어버이날 카네이션 사들고 왔다. 그래, 어쩐지 육회 감을 좀 많이 사고 싶더라니. 잘 됐네. 부리나케 전복구이에, 샐러드 두 종류에, 육회무침까지 한상을 차린뒤 밥을 푸려고 보니 아뿔사, 밥통에 밥이 한 그릇밖에 없다. ㅠ.ㅠ


점심은 파스타 해먹으면서 '보온'으로 켜져있는 밥통에 새밥이 한통 가득 든 줄 알았다. 누가 뭐래도 '밥은 내가 해요'라는 엄마의 주장을 '참'으로 만들기 위해서 쿠쿠 밥솥에 밥하기는 엄마 몫인데 맙소사, 한 그릇 남았던 밥은 당연히 아침에 엄마가 드셨어야 했던 거다. 하지만 어버이날 아침을 홀로 손수 차려드시기 싫었던지, 나에겐 밥 먹었다 거짓말(!)을 하고 고구마로 떼웠던 전말이 너무 늦게 드러났다. 으악...


어버이날이고 뭐고 길길이 날뛰며 왜 밥먹는 거 가지고 거짓말 하냐고 버럭버럭 소리를 치다가 다 차려놓은 밥상이 식어가는 가운데 씩씩대며 새로 밥을 앉혔다. 올 어버이날은 이래저래 망했다. 

Posted by 입때
,

4월 28일

놀잇감 2015. 4. 28. 18:19

또 다시 1년만에 휴관일의 경복궁 특별 관람.


5월로 다가온 각종 궁궐축제를 앞두고 궁궐마당은 온갖 리허설로 분주했고, 준비 덜 된 답사 진행은 몹시 서툴렀다. 잠도 못자고 다른 급한 일까지 제끼며 달려갔던 터라 마냥 늘어지는 시간 관리엔 짜증이 버럭 났지만...


왕비의 시선으로 교태전 툇마루에서 바라본 아미산 화계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만개한 모습을 사나흘 밖에 안 보여주는 모란의 절정 모습을 몇년만에 처음 보았으니 그걸로 됐구나 싶다. 





언제나 중국인들로 바글거리는 내전 마당도 텅 비어 좋았고, 툇마루에 앉아 올려다보는 줄줄이 이어진 기와지붕들도 좋았다. 궁궐 마당을 자전거 타고 휙 가로지르는 경복궁 담당자가 어찌나 부럽던지! 줄무늬 옷까지 입으니 얼핏 <마지막 황제>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  마침 하늘엔 금방 비행기가 날아갔나, 가늘게 흰 선이 그려져 있었다.






오랜 복원공사 끝에 드디어 문을 여는 수라간에서 발견한 우물. 옛날 돌과 요즘 돌은 확실히 색깔이 다르다. 



향원정은 이왕이면 중고딩때 사생대회에서 그린 그림 구도로 뙇~



이제야 확실히 모란이랑 작약을 구분할 줄 알겠다. 목본이니 초본이니 하는 이론적인 구분은 만날 들어봐야 헛것이고 이파리가 다르다. 넓고 평평한 잎은 모란, 좁고 반짝이는 잎은 작약. 확실히 꽃도 모란이 더 크고 탐스러운 듯... 

Posted by 입때
,

먹고살기

놀잇감 2015. 4. 23. 00:21

어느날의 밑반찬이다. 

넉넉히 만들어서 멸치볶음이랑 피클까지 4종세트로 막내고모네도 날라다주었다. 그랬더니 고모가 레시피를 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대충 적어보낸 걸 여기도 퍼다놓는다.착한 조카 코스프레. 


새송이버섯 장조림


1. 달걀을 완숙으로 (7-8분) 삶아 까놓는다
2. 새송이버섯을 씻어 통으로 절반만 자른다
3. 냄비에 버섯을 넣고 간장과물 1:1 정도의 비율로 넣고 10분쯤 끓인다. 버섯에서 물 많이 나오니 물 많이 넣을 필요 없음. 
4. 고기장조림처럼 통마늘 생강 풋고추 넣어서 향긋한 맛 추가
5. 끓기 시작하면 작은불로 줄여서 10분쯤 졸이다가 버섯에 간장색이 다 뱄다 싶으면 삶은 달걀 넣고 뒤적이며 같이 좀더 조린다
6. 식은 다음에 버섯을 쪽쪽 찢어서 그릇에 담으면 끝.


브라질식당에서 먹은 비나그래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콩샐러드(?) 


1. 파프리카 빨강, 노랑, 주황, 적양파(없으면 그냥 양파), 오이, 당근, 적채(적양파 들어가면 생략가능), 토마토(좀 단단한 걸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콩알만하게 자른다.

2. 통조림 옥수수 국물 꽉 짜서 넣고 캐슈넛이랑 아몬드, 삶은 병아리콩 넉넉히 넣고 청*원 프렌치발사믹 소스에 버무리면 끝. 

3. 파슬리 가루 좀 뿌려주고....

그밖에 아보카도, 소금 좀 넣고 삶은 울타리콩을 넣어도 된다. (위 사진엔 통조림 옥수수 빠졌다)


Posted by 입때
,

그랬다고..

투덜일기 2015. 4. 18. 01:30

4월 16일엔 추모집회엔 나도 나가서 촛불 하나 들어야하지 않을까 며칠 고민했지만 나가지 못했/않았다. 꺼려지는 핑계는 너무도 많았다. 같이 나갈 사람도 없고... 비도 온대고... 일도 바쁘고... 다음날 아침부터 자원봉사 나가야하는데 체력이 될까... 분명 차벽치고 길 막고 강력진압할텐데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을까 엄마가 걱정할텐데... 구차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그냥 나가기 싫었다는 게 맞다. 절실하지 않았던 거다. 냉장고가 거의 다 비어 장을 보러가야한다고 며칠째 별르면서도 내키질 않아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집에 처박혀 있었다. 


마침 다음날은 궁궐에 봉사나가는 날이란 핑계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뉴스는 보지 않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진동으로 돌려놓은 휴대폰 울림에 금방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몇분 남긴 시간, 휴대폰 화면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오는 전화번호는 잘 안받는데, 시간이 시간인 만큼 괜스레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걸 느끼며 전화를 받았더니 큰조카 ㅈㅁ이가 대뜸 "고모, 어디야?" 물었다. 당연히 집이지 어디겠니... 근데 니 전화는 어쩌고!!


버스 타고 집에 가려다가 친구랑 1시간째 버스 안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집보다 고모네 집이 가까우면 엄마가 고모네로 가서 자라고 했단다. 와서 자는 거야 당연히 괜찮은데 문제는 집이 효자동인 친구를 어쩌냐는 것. 초저녁부터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고 시내에서 이리저리 시도했지만 어디로도 접근할 수가 없었단다. 일단 같이 오라고, 당장 내려서 전철 끊기기 전에 전철로 최대한 가까이 오든지, 어떻게든 은평차고지로 갈 거라는 버스에 계속 남아 있다가 종점 도착하면 내가 데리러 가든지 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버스는 막힌 길을 피해 명동으로 서울역으로 돌고돌아 우리 동네 전철역앞을 지나더라며 버스에서 내렸다고 40분쯤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너무 늦어 마을버스가 있을지 모르겠다, 택시를 탈래, 데리러 갈까 했더니 걸어와도 되겠단다. 어차피 시내에서 막힌 길 피해 종로로 을지로로 엄청 걸어다녔는데 2정거장쯤 더 걷는 거 일도 아니라나.


씩씩하게 대꾸하더니만 막상 집에 온 두 아이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지. 벌써 새벽1시. 애기들, 고생했다, 조금 쉬다가 길 뚫렸나 알아보고 친구는 효자동 집까지 고모가 데려다주면 되지 않겠니 했더니 일단 배가 고프시다고...  라면 끓여줄까 했더니 웬일로 싫단다. 다른 간식 거리는 없는데.... 그럼 복음밥? 오케이... 다행히 스팸 통조림 하나 있는 거에다 자투리 채소를 다져넣고 남은 밥 한통을 다 볶았다. 내심 아침에 조카 먹여보낼 한 그릇을 남길 요량이었는데.... 결국 위대한 십대 둘은 그 많은 밥을 다 먹어치웠다. 다이어트한다고 맨날 굶지를 말든지 야식을 많이 먹지를 말든지... 자연히 잔소리가 나오려는 걸 꿀꺽 삼켰다. 그냥 살아만 있어도 고마워해야할 아이들인데 까짓것 야식 좀 많이 먹어서 살찌면 어떠니...


뉴스를 검색해보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위대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고. 광화문 주변에 둘러친 차벽은 웬만해선 아침까지 버틸 것 같고 우리집에서 효자동으로 접근하는 길도 청와대 길목이라 막아놓았기 십상일 것 같았다. 친구도 그냥 재워보내기로... 배부른 십대 둘은 배를 두들기며 낄낄 깔깔 실컷 수다를 떨다가 2시를 한참 넘겨 잠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5시반부터 깨워달라더니만 5분만 더, 10분만 더...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깨우러 다니는 한편, 고기도 없이 대충 미역국을 끓이고, 없는 반찬대신 한 덩어리 남았던 돼지고기 목살을 녹여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냄새를 피우면서 구워먹였다. 어휴... 학부형 엄마들은 이짓을 맨날맨날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아침 시간에 애들 깨우느라 소리치고 밥 해먹이고 그러는 게 더 없는 소원이 된 부모들이 있다는 걸 뒤늦게 생각해냈다. 


애들을 보내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많아 느릿느릿 외출준비를 하다가, 몸 편하게 버스타고 잠깐 눈을 붙여야지 생각하며 경복궁 가는 버스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짧았다. 버스는 세검정부터 이미 거북이걸음... 전날밤부터 광화문 바로 앞에서 농성중이라잖니... 그래서 광화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경복궁으로 드나들려면 주차장 입구나 서쪽 쪽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 형광노랑색 조끼를 입은 의경들이 경복궁 주변에도 골목마다 모퉁이마다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도 밤새 그렇게 지키고 서 있었을까, 얼굴을 살피게 되는 건 이제 그 아이들도 어느덧 다 내 아들뻘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라꼴이 엉망이라 니들도 고생이 많다. 


굳게 닫힌 광화문과는 상관없이 이날 경복궁엔 현장학습을 나온 단체 어린이 관람객이 넘치고 또 넘쳤다. 안내해설을 예약했던 인천의 어느 초등학교는 주변에 버스조차 세울 틈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궁궐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경복궁 주변에서 시위자들에게 세월호 관련 유인물을 받아들고 아무 생각 없이 궁궐 문을 들어선 중학생 아이들은 의경들의 검문을 받고 입장을 제지 당했다가 인솔교사의 강력한 항의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길에서 나눠주는 종잇장을 받아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유인물을 받아든 아이들도 죄가 없고, 상부 명령으로 그런 유인물 소지를 막아야하는게 의무인 의경들도 죄가 없는 건 마찬가지. 청와대 코앞이라 늘 굳은 얼굴로 입구에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 의경 아이들도 실은, 가끔 궁에 유명인이 나타나면 신이 나서 같이 사진찍자고 청하는 이 땅의 해맑은 청년들이다. 그 옛날 학창시절처럼 경찰병력을 무조건 '짭새'라고 부르며 적대시할수만은 없는 세대가 되고 말았구나 싶다. 시위대에게 캡사이신 최루액 뿌리고 물대포 쏘아대는 건 분명 공권력 남용이지만, 잘못은 그러라고 명령을 내리는 책임자들에게 있지 맨 앞에서 방패와 곤봉들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은 또 무슨 생고생인가. 


광화문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경복궁과 그 너머 광화문 광장의 풍경은 참으로 참으로 대조적이었겠구나 싶은 하루. 오전 오후 두번이나 목이 찢어져라 해설을 하기도 했지만 담장 안쪽에 있다는 게 뭔가 죄스러워서 흥이 나질 않아 이상스레 고단하고 심신이 쳐졌다. 과연 나는 여기서 왜 이렇고 있는 걸까.... 회의가 깊어졌다. 

Posted by 입때
,

모둠 과제 발표?

투덜일기 2015. 4. 15. 18:26

6학년짜리 조카가 어제 저녁에 난데없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엄밀히는 조카가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올케가 전화를 해서... +_+ 학교에서 '직업탐구'와 관련된 모둠 과제 발표가 있는데, 조카녀석이 자기 고모가 번역하는 사람인데 만나보면 어떻겠느냐고 같은 모둠 아이들에게 의견을 냈고 다들 동의를 했다나. 아 근데 왜 나한테는 미리 말도 안하고! 


암튼 과제 발표 및 제출 기한이 내일이므로,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노는 날인 오늘 당장 인터뷰할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했다. 아 놔;;; 조원은 남자2, 여자 2인데, 여자애들은 다 바빠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없고 조카와 친구가 인터뷰를 진행하면, ppt파일 만드는 건 여자애들이 담당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조카는 여자애들이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추측했다. 말로는 학원에 간다지만 어차피 평일이라 당연히 오후에 갈 텐데, 오전이나 점심때쯤 한두 시간 짬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그냥 귀찮은 거라고...  말을 듣고 보니, 애 엄마도 아니면서 돌연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여자애들 워낙 영악해서 수행평가에서 특히 탁월한 솜씨를 보여 남자애들이 감히 따라가지도 못한다더니만... 귀찮고 생색 안나는 일은 남자애들 시키고, 지들은 그럴듯하게 다 해 놓은 과제 발표만 맡겠다는 심보인가? -_-+++


아무튼 난데없는 상황에 팔불출 고모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저 따라나서는 수밖에. 으휴...

그래도 계속 투덜투덜... 출판사나 주변에서 하루 전에 이런 인터뷰 하라고 통보하면 절대 안해주는데!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려면 미리 질문지를 주고 준비를 시켜야지! 했더니 녀석은 공책 반장 찢어 적은 질문 10가지를 쓱 내밀었다.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력조건, 이제껏 번역한 책, 번역하며 느낀점, 포기하고 싶었던 적, 앞으로의 활동 계획.... 으아 인터뷰 질문이 꽤나 날카로웠다. 언젠가 대학생 애들이 물어본 내용이랑 하나도 다르지가 않잖아! 누가 정한 질문이냐고 물으니, 역시나... 다들 의논을 하긴 했지만 여자애 중 하나가 적어줬단다.


또 준비할 건 없으냐고 물었더니 번역한 책들 몇권 가져가라고. 심드렁하게 대충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어떤 책을 가져갈지 콕 찝어서 골라주었다. 영화 덕에 초 베스트셀러 됐던 그 책이랑... 번역과정에서 녀석이 계속 참견했던 최근 시리즈물이랑.... ^^;;

그러고는 약속장소로 가며 조카가 한 마디 또 했다. 너무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인터뷰 해 줘, 고모! +_+


아무렴입쇼,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ㅋㅋ


사진도 찍어야해? 

응, 근데 얼굴 공개되는 거 싫으면 모자이크 처리해줄게. 

땡큐.. 근데 인터뷰 내용은 받아적을 거야, 녹음할 거야? 

받아적기도 하고 녹음도 할 거야. 근데 음성변조도 해줄게. 

으잉? 어.... 얼굴 모자이크 하고 음성변조하고 그러면... 좀 범죄자 같지 않을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으음.. 고맙긴 한데...

내맘이야!

아, 눼;; 그러세요 그럼...


덩치만 컸지 둘째라 집에선 아직도 애기처럼 굴고 노상 휴대폰 게임만 하는 것 같더니만, 밖에서 보니 녀석은 또 느낌이 달랐다. 뭔가 더 훨씬 의젓하고 진지하고... 친구랍시고 엄마를 대동하고 나타난 아이는 덩치가 조카녀석의 절반도 안되는 깡마른 몸매에 테리우스 머리! @.,@ 여자애들 못지 않게 찬찬하고 똘똘한 아이였고, 조카놈이 시키는 대로 인터뷰 질문과 진행은 그 녀석이 도맡았다. 조카 녀석은 마치 엔지니어나 PD라도 되는 듯 음성녹음을 실행하고 질문과 대답을 대충 메모하고, 내 대답이 길어지면 입모양으로 너무 길다고 눈치주고 그만 줄이라고 손짓을 하질 않나, 나름 총지휘 역할. 인터뷰 시작과 끝 마무리 멘트도 소곤소곤 친구에게 사주했다. ㅋㅋ 


카페 한 구석에 앉아서 녀석들이 시키는 대로 따박따박 대답하고 앉아 있으려니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민망하기도 하고 녀석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아 요즘 애들은 5, 6학년이면 벌써 이런 모둠 과제 발표를 하는구나. 중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생때도 수업에 조별 과제발표 꼭 있다던데 우왕... 


다른 모둠은 의사, 교수도 만나러 가고, 학교 선생님을 인터뷰하기로 한 애들도 있고, 방송국도 가고 했다는 말에 괜한 자격지심이 든 나는 다들 뭔가 직업이 더 빵빵한데, '겨우' 번역가로 경쟁이 되겠어? 물었더니 '당근'이란다. 뭐 그렇다면야 안심... 


남은 건 아이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ppt를 얼마나 근사하게 만들어 발표를 하느냐는 건데, 결과물이 어떨지 진짜로 궁금해진다. 대담 원고 정리하고 사진 앉히고 그러는 건 아무래도 인터뷰에 직접 참여한 애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었는데 과연? 요즘 열혈 부모들은 따로 숙제 전담 과외선생을 붙이거나 전문가한테 돈을 주고라도 화려한 ppt 파일을 의뢰하고 난리라던데, 조카네 모둠 아이들은 겨우 반나절 머리 맞대고 어떤 걸 만들어낼지...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갈만 얹으려고 했던 여자애들은 어떻게 거들기로 했을지 (조카는 걔네들이 도와준 게 하나도 없으니 이름을 아예 빼버리겠다고까지! ㅋㅋ)...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앉았다. 


하여간에 조카 덕분에 퍽 색다르고 신기하고 오글거리는 경험이었다. 계속 뭔가 더 밥벌이가 좋은 ㅠ.ㅠ 재미난 일은 없을까 기웃기웃하면서 자학했던 마음도 애들 질문에 대답하며 새삼 반성이 되었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가난하지만 무엇보다 보람 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중요하지 암;;; ㅠ.ㅠ) 

Posted by 입때
,

몰라요

투덜일기 2015. 4. 11. 11:25

50년 가까이 같이 산 엄마한테서 가끔 아직도 신기한 점이 발견된다. 오 놀라워라. 사람 참... 몰라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젠 속속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오만이었던 거다.


왕비마마에게서 어제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활자중독증'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주변의 다독가나 인문학 전공자나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이 특징은 그 어떤 활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광고전단지나, 심지어 화장실 낙서도 죄다 읽어야한다고. 나도 약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중독'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혹은 눈이 피곤하면 자잘한 글자 피해 질끈 눈감기도 하고 관심없는 분야는 단호히 외면할 수 있다. 헌데 울 엄마는 하이고...


공식적인 '안산 벚꽃축제'가 오늘부터라기에 우리는 일부러 어제 꽃놀이를 나섰다. 집앞에도 벚꽃이 한창 만개했지만 꽃길을 걸으려면 역시 나가는 수밖에. 실은 꽃놀이 핑계대고 자락길을 한 바퀴 끌고 돌 심산이었다. 총 7km이고 보통 걸음으로 2시간 반 걸린다는데, 동네 주민이면서도 우린 아직 한번도 완주해본 적이 없었다. 작년 가을에 후배들 데리고 거의 한바퀴 돌긴 했지만 자락길 중간에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온 터라 완주라곤 할 수 없으니...


좀 무리인 것 같았지만 암튼 결과적으로 자락길 완주엔 성공했다. 4시간만에. ^^; 안산 자락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만들어놓은 길이라 별 걱정을 안했는데, 우리집에서 자락길 입구까지 가는 오르막길과 계단이 복병이었다. 자락길 진입 시작도 전에 2, 3번이나 쉬었을 정도. ㅋㅋ 자락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도 중간중간 벤치가 보일 때마다 무작정 주저앉아 쉬어야하는 저질체력 노친네를 모시고 너무 무리하는 건가 더럭 걱정도 되었지만, 1/3쯤 갔을 때 중단하려면 너무 늦기 전에 되돌아가야한다고 했더니, 본인이 완주 의지를 불태웠다.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고 왕비마마를 놀려대긴 했지만, 중간에 벤치에서 만난 어느 아줌마가 매일 한 바퀴씩 도는데 안 쉬고 걸으면 2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4시간이면 절반씩 걷고 쉬었다는 의미다. 70대 노친네가 뭐 그만하면 선방이라고 인정. 느릿한 걸음이야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조를 맞추기로 했지만, 가뜩이나 시간이 오래 걸려 답답한 상황(내가 원래 성질이 급해서 걸음이 좀 빠르다)에 불을 붙인 건 바로 엄마의 '활자중독증'.


자락길 곳곳에 위치를 알리는 번호 팻말이 붙어 있고, 갈래길마다 표지판도 붙어 있는데 아오, 왕비마마는 그걸 죄다 소리내어 읽어야 지나치신다. 현재 위치 12-1, 너와집 442미터, 봉수대 1.2킬로미터... 설상가상, 서대문형무소 주변이기 때문인지 자락길 곳곳에 항일인사의 활약상이나 남긴 글이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그 또한 서서 다 읽어야 지나가시는 거다! 으으으... 

김지섭은 나도 금시초문... -_-;


근대역사와 인물에 대해서 널리 알린다는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산에 가면 흔히 나무에 묶어놓은 '입산금지' 표시처럼 펄럭펄럭 천조각에 여기저기 난간과 나무에 노끈으로 매달아놓은 모양이 내 눈엔 심히 거슬렸건만, 오마니는 모르는 사람 많다며 또 열심히 그 앞에 서서 읽고 계시더라는..


"힘드니까 일부러 서서 쉴라고 다 읽는거지!"라고 내가 퉁박을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나무 이름 팻말이며 지난 식목일에 심은 듯 새로 묘목에 달아놓은 성명 꼬리표, 스틱 및 아이젠 사용 금지하고 달리기도 하지 말라는 자락길 주의사항, 바위에 적어놓은 오래된 낙서까지 빠짐없이 중얼중얼중얼... +_+


장장 4시간(집에서 나간시간부터 따지면 무려 4시간 40분)에 걸친 자락길 완주를 치하하는 의미로 탕수육과 잡채밥을 사드리고는 (실은 나도 고단해서 집에 와 저녁 차리기 싫었다;;ㅎㅎ) 기어코 내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활자중독증이야! 


다달이 날아오는 사학연금 회보랑 서대문구 소식지를 하나도 안 버리고서 챙겨뒀다가 두고두고 읽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거였나. 난 또 그냥 못버리는 병인 줄 알았지 거기 찍힌 활자에 탐닉하시는 건 줄은 몰랐지 뭔가. 사람 참.. 몰라요... 


저 앞에 또 뭐라고 적혔나 보자... 힘차게 걸어가는 오마니;;





Posted by 입때
,

4월 7일

놀잇감 2015. 4. 7. 15:12

​우리집앞 벚꽃은 오늘자로 만개했다는 기록용 포스팅... ^^; 

작년엔 꽃도 탐스럽고 버찌도 엄청 열렸는데 올해는 꽃도 작고 열매도 부실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사방에서 각종 벌들이 날아와 붕붕대며 꿀을 채취하는지 수분을 시키는지 아주 바쁘다. 손가락 굵기만한 대형 뚱보 벌들도 있어서 접근하기 무셔워라...

​탐스러운 꽃송이를 담아보려고 베란다에 나가 알량한 줌으로 당겼으나 흐리다... 날씨도 흐리고 도움이 안되네. 

잠깐 햇빛 비친 사이에 다시 나가서 몇장 더... 아.. 사진 진짜 못찍는다. ㅠ.ㅠ  

아래층 아저씨가 벚나무가지가 너무 무성하다고 옆집에 '민원'을 넣는바람에 제일 큰 벚나무의 제일 튼실한 가지 하나가 작년 겨울에 잘려나갔다. 겨우내 베란다 앞이 환해진 건 좋았는데 막상 벚꽃이 피어나니 베란다 난간까지 넘실넘실 드리워졌던 꽃가지가 사라진 게 좀 아쉽다. 

째뜬 꽃사진 잘 안나온 건 ​순전히 찍사 솜씨가 모자란 건데도 며칠 전 계단에서 떨어뜨려 나뒹군 구형 아이폰 탓이라고 속으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 요는 얼른 새폰을 갖고 싶다는 것! 아 근데 어디서 살지(대리점? 온라인샵?) 뭘로 살지(기종은 정했는데 무슨 색?), 밖에 나가기가 귀찮;;; 


Posted by 입때
,

냉이

투덜일기 2015. 4. 6. 11:15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요즘 냉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거라 향이 옛날 같지 않다, 는 것이 엄마의 총평. 까다로운 노친네가 트집을 잡거나 말거나, 나는 식탁에 앉아 된장찌개 한 입 떠먹은 순간 입안으로 확 퍼지는 냉이 향기에 나도 모르게 아, 봄맛이네....그랬다. 음식의 '맛'이란게 대부분 기억의 총합이고 추억이라더니만, 봄마다 먹어온 냉이 된장찌개가 내 두뇌에 그렇게 새겨놓은 탓일 거다. 냉이를 먹으면 봄이다, 이런식으로.  


잔털에 붙은 흙이며 지저분한 잎사귀 떼어내고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냉이는 봄이 되어도 내가 즐겨 사는 재료가 아니다. 그런데도 봄에 냉이로 국이든 찌개든 나물이든 한번쯤은 해먹어 줘야 봄을 봄답게 맞는 것 같은 마음 역시 오랜 세월 세뇌된 머리가 짜내는 계절성 습관이겠지? 마트에 나온 냉이를 조금 째려보다가 (아 손질하기 귀찮아;;) 기어코 카트에 한 팩 넣었으니 하는 말이다. 


어렸을 땐 봄에 꼭 엄마가 끓여주는 쑥국, 냉잇국이 싫었다. 쑥국은 너무 쓰고, 냉잇국에선 흙냄새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카 ㅈㅎ이가 '걸레냄새가 난다'며 모든 버섯을 치떨리게 싫어하고 못먹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조카들은 싫은 음식은 죽어도 안먹고 버텨도 되지만, 그 옛날 어린 나는 싫은 음식도 꾸역꾸역 참고 먹어야했다. 편식은 안 돼! 음식 귀한 줄 알아야지. 음식 남겨서 버리면 죄받는다. 지옥에 가서 평생 버린 음식 다 먹어야 된대. 몸에 좋은 거야. 무조건 먹어... 밥상에서 이런 말로 잔소리를 했던 건 주로 할아버지와 엄마였다. 때로는 꼴깍꼴깍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느라고 눈물이 핑 돌면서도 (검정색 수건처럼 생긴 천엽이라든지, 금방이라도 피가 줄줄 흐를 것 같은 생간, 살코기보다 허연 비계와 껍데기가 더 많은 돼지고기 수육!) 난 또 '솔선수범' 착한 누나 역할에 힘쓰느라 씹지도 않고 대충 꿀꺽 삼키고는 칭찬을 듣는 쪽을 택했다. (완강하게 싫다고 왜 말을 못했니... 응?) +_+ 


어쨌든 쑥국 싫어! 냉잇국 맛없어! 엄마한테 투정을 부려도 아예 안 먹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닌가? 그냥 내가 괜히 잘난척 하느라고 먹으라는 대로 다 따라 먹었을 수도 있겠다. 편식 심한 막내동생은 막 울면서 끝까지 버텼을텐데! 닭백숙은 좋아라 먹었어도, 누런 기름이 둥둥 뜬 백숙 국물은 아버지 빼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엄마는 어떻게든 그걸 우리한테 다 먹이려들었었다. 하지만 막내는 차라리 맨밥을 빡빡 빨아먹으면 먹었지 절대로 안 먹고 도리도리... 어떻게든 '영양가 많은' 닭국물을 먹이겠다는 일념하에 엄만 라면 좋아하는 막내를 위해, 백숙국물로 라면을 끓여바쳤지만 한 입 딱 먹어본 막내는 그 좋아하는 라면도 외면했다는 일화를 아직도 가끔 들려주신다. 막내동생의 막내아들 ㅈㅇ가 편식 심한 건 다 지 애비 닮아서 그런 거라며...


씁쓸한 맛이 나는 음식 맛을 즐기게 되면 그게 다 컸다는 증거라던가. 하지만 씁쓸한 쑥국과 흙냄새 풀풀나는 냉이를 언제부터 거부감 없이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참, 냉이 향을 흙냄새로 느끼는 건 나뿐일까? 하긴 뭐, 익힌 당근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나는 어려서부터 석유 냄새로 인식했고, 익힌 당근을 억지로 먹으면 버스멀미 하는 느낌에 시달렸다. 그래서 지금도 별로 즐기진 않음.  암튼 쑥이나 냉이를 딱히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계절맞이 절차로 참아넘기다 보니 먹을만하게 되었다가, 오랜 습관이 쌓이면서 조건반사처럼 계절에 따라 내가 먼저 찾게 된 거다. 제철 음식, 제철 과일은 어떤 영양제보다 몸에 좋다는 이야기에 심히 혹했을 수도 있다. 워낙 먹는 거에 탐닉하는 인간이라서... ㅎㅎ 


모전녀전이라고 어제 성묘가며 들른 떡집 앞에서 엄마는 차창을 내리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쑥개떡'도 있으면 사오라고... ㅎㅎ 그렇지, 봄은 또 쑥개떡의 계절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이른 탓인지 아쉽게도 쑥개떡은 보이지 않았다. 쌀가루보다 쑥이 더 많이 들어가 떡인지 쑥뭉침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그 옛날 엄마표 쑥개떡 역시 난 별로 안좋아했다. 이름도 마음에 안들어.. 개떡이 뭐냐 개떡이... 오죽하면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속담이 있을라고. 떡이라면 모름지기 맛있는 소가 들어간 바람떡이나 송편, 고소한 콩가루를 입힌 인절미, 달콤한 백설기 정도는 돼야지 말이야. 어려서는 바람떡이나 송편, 절편을 먹을 때도 꼭 '하얀색'만 골라먹었고, 쑥색은 절대 피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쑥떡 쪽에 먼저 손이 간다.게다가 단 음식들이 싫어지면서는 제일 먼저 손이 가는 떡이 쑥절편... ^^; 


그렇다고 제철음식 먹으러 주꾸미 축제니, 새우축제니 하는 데 굳이 찾아갈 만큼의 부지런함은 없다. 일단 '축제'라고 이름붙은 공간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이 싫어! 특별히 더 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동네 횟집에도 '봄 도다리', '주꾸미 입하'라고 적혀 있지만 그건 별로 땡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억지로든 즐겨서든 많이 먹어본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내심 그래서 다행이다. 밥순이의 삶이 꽤 오래 되어도 아직 어류를 맨손으로 손질하는 거 영 마뜩찮다. 봄마다 도다리 쑥국 이런 거 끓여먹고 싶어진다면 얼마나 귀찮겠나! 어우 비린내 생각만해도.. ㅠ.ㅠ 그나마 냉이가 낫지. 올봄 추억의 제철음식은 어제 먹은 쑥절편이랑 냉이 된장찌개로 만족하겠다! 


Posted by 입때
,

꽃대궐

놀잇감 2015. 4. 4. 21:21

계속 흐린 날씨가 아쉬웠던 어제 경복궁.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꽃들이 뙇~~!

매화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는 그래도 매화가 맞다고 하고, 누구는 복숭아꽃이라 하고, 누구는 살구꽃이라고 하고... ㅋㅋㅋ 암튼 예쁜 봄꽃인 것만 확실하다. ^^ 맑고 파란 하늘 배경이었더라면 금상첨화겠으나, 안개가 낀 듯 구름이 내려앉은 흐린 잿빛 하늘 배경으로도 나름 운치 있다.​

자경전 꽃담 앞 살구꽃

사진 비율이 달라진 것으로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다. 나도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눌러댔는데 막 다 흔들리고 흐리고 구도 엉망이고.. ㅠ.ㅠ 해서 다른 선생님이 찍으신 사진으로 대신 퍼왔음.  ​

안 그래도 예쁜 꽃담 앞에 예쁜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꽃대궐이구나 싶은 광경. 그러나 아쉽게도 경회루 수양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해서 올해는 구경 못하고 넘어갈듯. 2주에 한번으론 모든 꽃잔치를 다 만끽하기기가 어렵다. 

​역시나 딴분 사진. 할미꽃이 이렇게 집단으로 피어있다뉘.. 작년에도 봤지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마치 튤립같지 않은가?? ^^;

이건 확실히 매화거든요..

이건 다시 내가 2주전에 찍은 태원전 앞 매화 사진.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던 터라 만개한 꽃이 몇개 없었는데도 향기가 정말 그윽했고 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붕붕 거렸었다. 덕분에 벌까지 포착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어제 2주만에 다시 찾아갔더니 전날 밤 내린 비에 꽃은 거의 다 떨어지고 시들고... ㅠ.ㅠ 

헐겁든 쫀쫀하든 확실히 조직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일부 사람도 싫어졌고 한옥과 역사 공부도 시들하지만... 아직은 예쁜 꽃보며 궁궐 마당에서 걷는 운동(?)하는 걸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중. 이러다 지치면 뭐 나가떨어지겠지. ㅋㅋ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건 순전 뻥이다. 어디 감히...  추한 인간보다는 꽃이 확실히 더 향기롭고 아릅답다. 암... 

Posted by 입때
,

단비

투덜일기 2015. 4. 2. 17:03

가뭄이 심해 소양강댐이 막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지경이라더니 엊그제부터 틈틈이 비가 내린다. '단비'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학창 시절 지리 과목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강수량 관련된 부분은 그래도 꽤 잘 알아먹었던 것 같다. 일단 비와 눈에 내가 관심이 많으니깐! 게다가 지리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1년 강우량 중에서 대부분이 장마철에 한꺼번에 다 내린다는 것, 그래서 장마철 물난리나 '태풍'을 엄청난 '재해'라고만 여기지만 사실 태풍도 간간이 올라와서 전국에 비를 뿌려줘야 농사에 '엄청' 도움이 된다는 것, 바닷물도 태풍으로 한번 확 뒤집어져야 영양분이 골고루 섞여서 양식장도 잘된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아주 실감나게 고향 이야기를 덧붙여가며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걸 내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라고. ㅋ


며칠 반짝 낮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가더니만 그제 내린 비에 힘을 얻었는지 계속 꽃눈 상태로 버티던 집 앞 벚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가 어제부터 순식간에 팝콘 터지듯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꽃을 셀 정도. 가뭄 탓이려나, 꽃잎이 오종종 작고 볼품 없는 느낌이다. 해마다 벚꽃 일기를 쓰듯 만개한 시기를 블로그에 비교연재(?)하고 있는데 작년엔 올해보다 더 빨리, 3월 말부터 피었다고 적혀 있다. 올해는 며칠 늦었다는 얘긴데, 과연 만개 시점은 며칠일까? ^^


오늘 오후부터 또 다시 큰 비가 내린다더니만 조금 전부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 봄비에는 꽃송이가 거뜬히 버텨준다는 것도 예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뚝. 주말부터는 또 집앞에서 꽃잔치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걸핏하면 미세먼지다 황사다 뿌연 봄 하늘이 엄청 못마땅했는데, 그제 내린 비로도 어느정도 씻겨내렸겠지만 이번 단비로 완전 싹~ 깨끗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봄꽃 빛깔도 더 예쁠 듯. 요즘에도 식목일 되면 학교마다, 회사마다 거국적으로 나무 심으러 가고 그럴까? 내가 회사 생활 할 때는 되게 싫은 행사였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또 신나게 나설 것도 같다. 물론 까다롭게 토양과 그 산에 어울리는 묘목의 종류까지 따져가며 심어야한다고 까탈을 부리긴 하겠지만... 째뜬 이번 식목일은 단비 내리고 나서 온 산의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을 때라 나무 심기도 좋겠지. 


식목일에 나무는 안 심고 우리는 늘 그 즈음 일요일에 성묘를 간다. 주변에 헤이리와 파주 아울렛, 프로방스가 있어서 이젠 대가족 스무명이 성묘 끝내고 밥 한번 먹으려면 식당 찾는 게 여간 힘들지가 않다. 두부마을이나 한정식집에서 줄줄이 대기표 번호 들고 기다렸다 먹기도 하지만, 요번엔 김밥이랑 먹을 것 '사'가지고 가서 소풍 겸 놀기로 했다. 작년 한식땐 큰올케랑 나랑 둘이 나눠서 김밥을 '싸' 갔는데 김밥 달인과 외양부터 비교되서 민망했었다. 요샌 둘 다 바쁘니 패스~ 아버지 좋아하시는 영양센타 통닭이나 넉넉히 사갈 작정. 


그러니 아무리 단비라도 일요일엔 그쳐야하느니라! 미리미리 얼른얼른 다 쏟아지도록... 내려라, 얍!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