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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8.11 추하다 2
  4. 2015.08.07 인형놀이 2
  5. 2015.08.03 슬픔이 6
  6. 2015.07.30 톱질 4
  7. 2015.07.28 접시 자랑 3
  8. 2015.07.25 조선의 왕비와 후궁 6
  9. 2015.07.24 냉방병 3
  10. 2015.07.20 빙수도 집에서 2

머리칼

투덜일기 2015. 8. 23. 23:45

3주쯤 전에 머리를 확 잘랐다. 점점 짧은 단발이 되어가다보니 아예 묶이지도 않고 어째 더 더운 것 같아서 30대 초반에 하던 경쾌한 커트 머리를 다시 시도해보기로 한 거였다. 가벼운 느낌의 갈색으로 염색까진 할수없겠지만 그래도 얼추 봐줄만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연예인이 한 예쁜 머리 사진을 가져가면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모델들의 예쁜 커트머리 사진 대신 당당하게 커트머리를 한 나의 옛날 사진을 찍어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해주세요... 미용사는 이건 단발 아니고 완전 커트인데요, 라면서 나의 결심을 되물었다. 네.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마지막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치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숱이 많아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기에 별 일 없을 줄 알았다. 15년의 세월로 얼굴은 좀 늙었지만 옛날 느낌은 비슷하게 나지 않을까 예상도 했다. 

서걱서걱 생각보다 많은 머리털이 숭덩숭덩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경을 벗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마, 샘플 사진도 있는데 완전 망치기야 하랴 싶었다. 드디어 커트가 끝나고 드라이도 마무리되고, 미용사는 안경과 함께 거울을 손에 쥐어주며 회전의자를 돌렸다. 허걱... 뒷머리를 거의 정수리까지 죄다 쳐놨다. 납작한 내 뒤통수 어쩔!! 

<시원하게> 자른 건 맞는데, 머리가 너무 짧아서 숱이 많아보이기는커녕 비맞은 생쥐꼴로 머리칼이 머리통에 착 붙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정수리부분 훤해져서 속상한데 왜 전체적으로 숱을 그리도 쳐놨을까나... 어휴... 미용실과 음식점에서 미용사와 요리사에게 밉보이는 게 제일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던데... 미용사는 1) 훨씬 어려보이고 2) 얼굴도 작아보이고 3) 완전 시원한 느낌으로 잘 어울린다고 호들갑을 떨며 자화자찬을 하는데 거기다 뭐라 그럴 수도 없고 돌연 소심 모드 발동하여, 속을 끓이며 그냥 나왔다. 으엉...하나도 안 예쁜데... 흑흑.. 그래도 최소한 머리 감을 땐 아주 간편하겠군, 샴푸 절약되겠다, 그러면서.

가족의 반응은 처절했다. 집안에 자꾸 안보던 남자가 돌아다녀서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 엄마의 총평이니 말 다했지. ㅋㅋㅋ 앞머린 또 왜 이렇게 짧아! 내가 머리칼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기는 하지만 흠흠... 도무지 드라이로도 감당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네모난 두상을 감출수가 없잖아. ㅠ.ㅠ 몇몇 친구들도 깜짝 놀라며 솔직히 비난을 날렸다. 왜 이렇게 짧게 잘랐어! 니가 오드리 헵번인 줄 아냐! (아닌 줄 알거든요...) 

머리를 자른 나를 본 사람들은 종종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왜 사람들이 머리칼을 확 자르면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요새도 여자애들이 실연하거나 인생에 큰 실패나 중대 결정을 앞두면 머리칼을 확 자르고 그러나? 남자들은 종종 삭발을 하는 것도 같지만 그건 다 두상 예쁜 사람들이 누리는 패션의 특권이던데. 하여간 "아무 일 없고 너무 더워서 잘랐다"는 나의 대답을 그들은 잘 믿어주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얼굴도 좀 안됐고 (위경련에 시달리면서 마감도 했거든요!) 표정도 안좋고... (당신들 꼴보기 싫어서 그래요!) 

째뜬 갑자기 괜한 관심 끌려고 머리칼 못살게 구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서 민망했다. 3주나 지났는데도 아직 보는 사람마다 깜짝 놀랄 정도니 처음엔 대체 얼마나 짧았던 걸까 실실 웃음도 좀 나고... 집안에 남자가 돌아다녀 흠칫 놀란다는 엄마 얘기도 수긍이 간다. 뒷머리를 하도 쳐놔서 어느 새 밑에 꼬리만 너무 보기 싫게 자랐길래 엊그제는 욕실에 가위 들고 들어가 손수 다듬기를 시도했다. (흥! 그 미용실 다시는 안갈 작정이기 때문에)  더 망칠 수도 없을 거라 여기며 문방구 가위로 싹둑싹둑 아랫머리를 다듬었더니 우와... 뒤통수가 훨씬 덜 납작해보인다! ㅎㅎ

한달쯤 더 길러서 또 다시 꿈의 미용실을 찾아 헤매다 15년전 사진을 들고 이 머리 해주세요.. 그래볼 작정인데 과연... 그땐 성공을 할까. 하기야 머리칼이 그때처럼 힘도 없고 숱도 더 적어졌으니 헛된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불끈. 어쨌거나 단발의 시대는 가고 당분간 다시 커트의 시대에 진입했다. 찰랑찰랑 긴 생머리나 사자갈기 같은 긴 파마머리는 내 생애 두번다시 없을 테고 앞으로 과연 나는 또 어떤 종류의 머리칼을 하고 다닐지 궁금하다. 할머니가 되어도 정녕코 할머니 뼈다귀 파마는 안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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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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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다

투덜일기 2015. 8. 11. 23:24

다른 곳도 아니고 교단에서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벌어진 성추행 관련 뉴스는 경악을 금하지 못하겠으나 돌아보면 이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어른 남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그야말로 고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병폐였다. 그 현실은 지금도 변하질 않았고 학교든 직장이든 그 어느 조직에서든 성희롱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나간 태도로 추한 행동과 언어생활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 


언젠가 <학교 때 이런 선생 꼭 있었다>는 주제로 옛날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다들 열변을 토했던 건 미친개, 변태 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던 기막힌 남선생들의 존재가 학교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벌이랍시고 여중생, 여고생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질 않나, 걸핏하면 여학생들 귓불을 만지고, 팔뚝 안쪽 살을 꼬집고, 등뒤에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탁 고무줄을 튕기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와락 껴안고... (다 우리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나 역시 여러차례 당한 일이다) 


그들이 '선생님'이라는 엄청난 권력의 소유자들이었기에 학생인 우린 그저 투덜투덜 뒤에서 욕이나 해댔을 뿐, 가끔 교련선생이나 여자 사회선생한테 고민상담을 하고 좀 말려달라고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사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가재는 게편, 여선생들은 니들이 행동을 잘하라고 오히려 우리 탓을 했던 것 같다. 니들이 자꾸 치마 짧게 입고 입술에 번쩍거리는거 칠하니깐 그렇잖아! 라면서.. +_+ 


그 옛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체로 회식이 죽도록 싫었던 이유는 1차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2차로 꼭 나이트클럽엘 가서는 노땅 상사들과 '부르스'라고 하는 춤을 춰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음악이 끝나고 느린 음악의 반주가 시작되면 여직원들은 눈치빠르게 '튕기듯' 다들 화장실로 도망치기 바빴지만, 그래도 몇번은 어쩔 수 없이 놈들에게 붙들렸었다. 춤추는 게 싫어서 테이블에 붙박이하는 여직원들도 '부르스 타임'엔 손목을 잡혀 질질 끌려나가기도 했고...으으으... 음흉한 인간들. 


90년대 초반임에도 회식 자리에 일부러 여직원들을 사이사이 앉히고 술시중 들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 그러면서. 쌈닭이었던 나도 기껏 반항한다는 게 아버지가 집밖에 나가서 절대 술 따르지 말라셨는데요... 라고 좀 빼보거나, 술 따르면서 확 엎지른다거나 해서 싫은 티를 내는 정도였다. 나중엔 그래 많이 많이 처먹어라, 그러면서 별 말 없이 따라주기도 했다. 치기가 극에 달했던 20대 후반 한동안은 취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말하고 욕해대는 걸 나의 술주정으로 삼은 적도 있었다. 물론 인간적으로 괜찮은 상사나 동료들도 있었고, 여직원들을 보호해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가끔 기분 좋게 마시다가  어느 정도 다들 이성을 잃고 추태를 부리기 시작하면 막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 같이 개가 되주마.. 야! 김부장! 너 재수없어!...


술자리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웬만하면 다음날 맨정신에 다시 거론하지 않는 너그러운 음주문화(?) 덕분에 상사에게 술주정했다는 이유로 내가 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취했다는 이유로 온갖 실수를 다 용서해주고 심지어 범죄까지도 심신미약상태라며 처벌을 경감해주는 사회적 용인이 더 큰 문제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성희롱, 성추행, 음주운전을 비롯해서 술에 취해서 한 실수는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취중실수는 용서해주는 사회적 관용 때문인지, 그걸 빌미로 맨정신엔 멀쩡 얌전했다가도 술만 취하면 이른바 '개'로 변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회사 동료들 중에도 더러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요주의 인물은 '기자'였던 친구 남편의 친구. 평소엔 말도 없고 조용히 구석에 짱박혀 있는 사람인데 술만 좀 들어갔다 싶으면 성격이 활발해지면서, 여자 옆으로 자리를 옮겨선 자꾸만 몸을 만지는 나쁜 손버릇이 있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 어깨나 팔을 스쳤을땐 어라 실수인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대번에 면박을 주지도 못하고 참게 되는 것. 친구는 우리 일행 중 한 사람과 그 남자를 엮어주려고 자꾸만 우리 모임 있을 때 남편과 그 남자를 동석시키곤 했는데, 막상 친구는 그 남자 바로 옆에 앉은 적이 없으니 놈의 손버릇을 알 리가 없었다. 나와 지인들은 한동안 예의를 지키려고 다들 한두번씩 팔이나 어깨를 잡히는 민망한 일을 겪고도 그 자리에서 제지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계속 참을 수는 없는 법. 일단 그 남자와 괜히 동석하는 자리가 싫다고 친구에게 주의를 주고는 못된 술버릇을 일제히 성토했다. 가장 나이가 어렸던 후배는 심지어 화장실 앞에서 허리를 잡히기도 했다고. 이 개자식을 정말!! 


속으로 벼르던 우리는 그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버릇을 지적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마침 신촌으로 마눌 데리러 온 친구 따라 쫄레쫄레 나타난 그 인간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 본인이 그런 나쁜 술버릇이 있는 걸 아느냐, 당신 한마디로 말해서 변태다, 계속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을 접대부 취급하는 거냐 뭐냐... 그 남자가 뭐라고 변명을 했던 것도 같은데 암튼... 그 인간은 두번다시 우리 모임에 불청객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듣자하니 신문사에서도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어 징계를 받았다던가, 얼마 안 돼 회사에서 짤렸다고 들었다. 그런 이상한 인간을 우리와 엮어주려 했던 친구와도 어쩐히 사이가 멀어져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었다. 


조직생활을 관두면서 20년 가까이 직접적인 성희롱 성추행 문제로 눈쌀을 찌푸릴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동안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 과거엔 대체로 용인된다고 (남자들만) 믿었던 폭력적인 언어와 성차별 논리가 확실한 문제거리라고 자꾸 대두되고 있으니 남자들도 좀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멀었다. 갑과 을, 권력을 쥔 자와 휘둘리는 자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패배주의에 젖은 못난 남자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건설적으로 변화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연배가 높다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예의상 대우를 잘 해주다보면 꼭 선을 넘는 추한 남자들이 있다. 물론 성희롱, 성추행은 남자들만 하는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시는 추한 여자들도 있다. 아무데서나 음담패설 꺼내고 맞받아치는 걸 대체 왜 인기비결 입담과 유머라고 생각하는지??!! 남편이랑 베갯머리에서나 할 대화라든지 아줌마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주책스럽게 떠들어대는 여자어른들을 보면 어휴... 그치만 주로 심하게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일은 오십대 이상 아저씨들의 추태다. 요샌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지들끼리 한탄하면서도 워낙 성희롱 언어와 행동이 몸에 밴 탓에 과연 어디까지 용납되고 안되는지 계속 실험을 해대는 것도 같고... 남자든 여자든 듣는 사람이 민망하고 기분 나쁘면 무조건 성희롱이라고 아무리 가르치고 짜증을 내도 그들은 안 변한다. 이번 성추행 교사 사건에서 보듯이 끼리끼리 덮어주고 눈감아 주고 무마해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거다. 공공연하게 패가망신을 당하게 하면 모를까...


놀랍게도 자원봉사로 만난 사람들 중에도, 등산 모임에서 스친 사람들 중에도 내 선에서 용납 안되는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이 포착되었다. 티나게 면전에서 면박을 주기도 하고 우회로로도 경고를 몇번 날렸는데 약간 조심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아니고, 과연 내가 이러면서까지 그런 인간들을 계속 보아야하는 건가 한심스럽다. 삽십대 같았으면 확 상을 엎어버렸을텐데... 나도 성질 다 죽었구나 싶은 자괴감도 좀 들고. 그런 인간들은 피하는 게 상책인데... 연줄연줄 뭐가 많아져서 확 짤라버릴 수도 없고 우쒸... 암튼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서로 껄끄러워지더라도 싸워야지. 가만 있으면 그게 옳은 줄 아는 인간들, 그냥 둘 순 없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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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놀잇감 2015. 8. 7. 00:53

이번엔 그럼 또 기분전환 용 포스팅이나 한번 해볼까나. ㅎㅎ 

플레이모빌 사들이기도, 레고 미니 피규어 시리즈별로 사들이는 것도 주춤했다. 좁아터진 집에 더는 수용할 데도 없고... 조카 넷 중에 고딩 하나 빼고, 초딩 셋이 다 나랑 장난감 갖고 놀기를 즐기던 것도 벌써 과거의 일. 올해 들어 중1, 초6이 된 머리 굵은 녀석들은 아직도 장난감 놀이를 하는 고모를 좀 유치하다고 비웃기 시작했다. ㅠ.ㅠ 그나마 열살짜리 막내가 아직도 어린이날과 생일에 레고 시리즈를 다 갖고 싶어서 몸살을 내는 지경이라, 간간이 둘만 몰래몰래(?) 지퍼백에 담아 치워놓았던 레고 피규어와 플레이모빌을 꺼내서 논다. 

그런데 두둥... 블로그 이웃 나무샘께서 인형놀이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심지어 인형 옷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셨다고... ㅋㅋ 그러더니 씐나게도 내게도 선물이 날아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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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투덜일기 2015. 8. 3. 23:45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감동적으로 봤다. 영화가 끝나고서... 짬나면 내리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아오.. 다들 그랬겠지만 빙봉 때문에 막판에 울었다. ㅠ.ㅠ 눈물의 가치와 슬픔의 역할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울 일이 많지 않다. 대놓고 널 울게 만들겠어 장담하듯이 빤하게 슬픈 영화나 현실은 어쩐지 피하고 싶고... 



캐릭터들이 다 사랑스럽지만 역시나 주인공은 슬픔이. 단발머리에 동그란 안경, 터틀넥 스웨터... 패션부터 좀 슬프다. 겨울엔 내가 즐겨 입고 또 좋아하는 차림이라 더 감정이입이 돼서 슬펐나? ㅎㅎ


계속 스트레스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말엔 그 정도가 극에 달했고 급기야 위경련이 일어났다. 앉아도, 누워도, 엎드려도... 어떤 자세로 있어도 뭉친 속이 괴롭고 아파서 몇시간을 식은땀 흘리며 낑낑대다가 응급실엘 가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위경련 때문에 응급실 간 사람 따라갔던 경험에 의하면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고서 진통제였던가 근육 이완제라던가 주사 한 대 놔주고서 의사는 스트레스 상황을 없애야 근본적으로 낫는다고 하나마나 한 소리를 했던 듯. 그래서 그냥 오후부터 무식하게 참다가... 밤중이 되어도 낫질 않으니 자꾸만 병원가자고 다그치는 엄마한테 싫다고, 아파서 말하기도 힘든데 왜 자꾸 말 시키냐고 빽 소리를 지르고는 엉엉 울었다. 어느 순간 아픈데 왜 참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가...


엄마도 스트레스 요인을 아는 지라, 그래 실컷 울어라 쯧쯧쯧 그러고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한참을 꺼이꺼이 울다보면 원래 좀 스스로 웃긴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울다가 웃다가 또 다시 아파서 울다가... 그러고 났더니 꽉 뭉쳐서 꼬여있던 위가 놀랐는지 좀 풀리는 게 느껴졌고 서서히 아픔도 잦아들었다. 휴우... 뻘개진 얼굴 식히느라  찬물로 어푸어푸 세수를 하다가, 슬픔이가 나를 살렸네,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머릿속에서 기쁨이랑 슬픔이랑 서로 껴안고 있을 것 같은 느낌? ㅎㅎㅎ 아직도 밥만 먹으면 위가 뭉치는 느낌이라 좀 두렵지만, 슬픔이를 중심으로 애들이 다 알아서 잘 달래주겠지.. 그러는 중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디즈니 픽사의 위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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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

투덜일기 2015. 7. 30. 01:10

분노와 부아가 치미는데 어떻게 풀어낼 방법은 없고 부글부글 속을 끓이느라 잠도 잘 못자고 스트레스가 극심해 이러다 내가 쓰러지겠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다 젖혀두고 동네 산을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정적'인 행동으로는 쉽게 풀리거나 해소될 마음 상태가 아니었다. 뭔가 와장창 부셔버리거나 '파괴적'인 짓을 하고 싶은 심정?


비 그친 마당을 내려다보다 옳다구나 공구함에서 톱을 꺼내고 전정가위를 챙겨 빨간 목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풀벌레와 모기가 달려들 것을 대비해 작업복으론 긴팔 티에 긴바지도 입었다. 티셔츠 목부분이 좀 많이 파여서 스카프도 매야하나 싶었으나 그럼 너무 더울 것 같았다. 그래, 혹시 달려드는 벌레와 모기는 휘휘 쫓으면 되겠지. 


그러고는 느닷없이 마당에 주책없이 가지를 뻗고 마구 자라난 사철나무와 앵두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땅이 얼마 없어선지 앵두는 해걸이와 상관없이 별로 열매가 잘 안맺히는 것도 같고 맛도 별로 없어졌다. 게다가 문제는 바로 사철나무! 조경수로 키우는 사철나무는 늘 다듬어줬어야하는데 몇년 전에 계단 쪽으로 뻗은 가지 하나만 대충 잘라내곤 방치했더니 키도 너무 크고 가지도 사방으로 쓸데없이 많이 뻗어서는 봄부터 쉴새없이 '더러운' 이파리와 꽃과 솔잎 같은 얇은 가지들을 미친듯이 떨궜다. 마당을 엄마가 거의 매일 쓰시는 데도 엉망진창, 사철나무 가지가 절반 이상 차고 위로 드리워져 자동차도 엉망진창 계속 거지꼴이었다. 


사철나무는 가지가 대체로 무른 편이고 오히려 앵두나무가 얇아도 가지가 단단해 톱질이 어렵다는 건 이미 몇년 전 가지치기로 터특한 상황. 장마비까지 잔뜩 맞았으니 더 잘 잘릴 것이라고 판단했고, 내 예상이 적중했다. 키 작은 앵두나무는 마당으로, 차고로 늘어진 가지들을 가차없이 잘라버렸고, 사철나무는 무조건 손 닿는 부분의 가지들을 하나하나 톱질로 잘라 나갔다. 


톱이라고 해봐야 톱날 길이가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휴대용 접이식 톱. 하지만 사철나무가 워낙 무른 편이라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톱질을 하면 굵은 가지도 잘려나간다. 지름 2, 3센티미터 정도 가지 쯤이야 껌이지, 으아아아 괴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잘라버렸고, 위치가 교묘해서 난간 위에 올라가도, 큰 화분 위에 올라가도 애매한 두툼한 가지까지 자르는 데 성공. 그러나 ㅠ.ㅠ 잘린 가지가 차고로 떨어지는 걸 대충 붙들어 빈 공간으로 조준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오만은 생각보다 무거운 가지가 차체 부딪치면서 움푹 파이는 결과를 낳았다. 아 젠장.


열 받은 김에 더 굵은 가지도 모두 잘라버리겠다고 결심하고 아예 차고에서 차를 빼 치웠다. 그러고는 또 다시 미친듯이 까치발을 들고서 쓱싹쓱싹 톱질... 또 다시 괴력을 발휘해서 지름이 7, 8센티미터는 될 듯한 굵은 가지까지 잘라내고 말았다. 굵은 가지는 워낙 무거워서 3분의 2쯤 자르면 부러져버렸다. 그러면 남은 부분만 대충 잘라내는 식. 부러지는 가지에 다치지 않도록 잘 피하는 게 관건인데 워낙 무성해서 별 탈 없이 엄청난 가지들을 차고로 떨어뜨렸다. 꽃 떨어지는 거 더러워서 미워하던 무궁화나무도 뿌리부터 다 썪었는지 올해는 잎이 나질 않고 있었는데, 사철나무 가지 떨어지면서 무궁화나무도 기둥이 중간쯤에서 같이 부러져 나동그라졌다. 아싸.  


마음 같아선 사철나무를 아예 없애버리고 싶지만, 기둥이 꽤나 튼실해 양손아귀로도 다 안 잡힐 만큼 굵어진 터라 그러려면 전기톱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걸 어디서 구하나. 구한다 해도 함부로 쓸 자신도 없고...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차고 난간 담장 위로 올라가서 더 많은 사철나무 가지를 자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사다리도 세 칸 이상은 못 올라가는 몸이니 원.. 


산책 나가셨던 엄마는 대체 혼자서 무슨 짓이냐 깜짝 놀라면서도 마당이 다 훤해졌다고 좋아라... 문제는 잘라낸 엄청난 가지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 불법쓰레기 투기가 되겠으나 할 수 없지, 잘 들어올릴 수도 없이 무겁고 내 키보다 큰 거대한 가지들을 질질질 끌고 골목 어귀로 나가서 난간 너머 아카시아 나무 숲에 내던졌다. 낑낑낑.. 온 몸이 땀으로 다 젖었다. 하지만 스스로 나의 괴력이 계속 놀라울 뿐! 계단과 차고를 꽉 채운 무성한 나뭇가지 더미를 옮기느라 낑낑대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옆집 아저씨가 나와서 나뭇가지 버리는 걸 도와주셨다. 옷 버리니깐 그냥 두시라고 해도, 혼자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도 묵묵히 도와주심. ㅠ.ㅠ 


결국 잘라낸 나뭇가지를 다 내다 버리고 마당과 차고를 쓸어 깨끗이 치우고, 나뭇가지 하나와 함께 장렬히 떨어져 전사한 빈 화분의 잔해도 다 해결한 뒤, 진흙더미에서 뒹군 것처럼 더럽혀진 옷을 벗고 씻었다. 달려드는 벌레를 대충 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더워서 소매를 잠시 걷었던 패착으로 손목 언저리에 한 방, 목덜미와 턱 밑에 각각 한방. 세 군데를 물렸다. 저녁까지도 사지가 멀쩡하길래  우와 체력이 진짜 엄청 좋아졌구나 생각했더니.... ㅋㅋ 아드레날린이 이제야 소진되었는지 삭신이 쑤시기 시작한다. 손아귀와 어깨 아픈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목은 왜 아프지? ㅎ 이를 악물었나? 그럼 턱이 아파야 정상인데... 아.. 계속 고개 처들고서 높은 가지 톱질해서 그런가? 


자학이 따로 없구나 싶은 몸쓰기 경험이었지만, 파괴적인 에너지로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니 됐다. 마당은 훤해졌고, 사철나무 썩은 잎과 꽃으로 자동차 더러워지는 일도 좀 줄 테고 모기도 덜 꼬이겠지. 그걸로 됐다. 힘쓰는 사이 잠깐 분노의 이유를 잊었으니 됐다. 삭신이 쑤셔 킥킥 웃음이 나는 순간이라도 애초에 톱질을 왜 시작했었는지 그 이유를 잊을 수 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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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자랑

놀잇감 2015. 7. 28. 22:45

친구가 도자기 공방하는 친구에게 특별 주문해서 만든 스누피 접시를 선물했다 ^^
아까워서 전시해놓고 구경해야겠다고 했더니 매일 사용하는 막접시로 만들어 달랬다며 당장 쓰라고 종용. 사용 인증샷도 보내라고... 
해서 받아온 날로 당장 샐러드를 담아 먹었고 진짜로 거의 매일 써먹으며 친구에게 보고용 사진을 찍었다 ㅎㅎ

포스팅을 위한 삶을 인증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니 사진은 접어야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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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에서 8월 30일까지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경복궁이 뜨끈뜨끈 했던 자원봉사 날, 여전히 메르스 여파로 외국 관람객은 드물고 내국인 관람객 역시 해설엔 관심을 안 보이길래  무더위도 피할 겸 고궁박물관으로 '피서'를 가 전시 설명을 들었다. 

오래도록 사극에서 하도 왜곡된 모습만 부각되어 조선 왕궁의 여인들이라고 하면 으레 왕 한 사람을 놓고 궁중암투나 벌이고 세도정치와 당파싸움에 희생되고 마는 좀 한심한 존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연히 그렇지만도 않았고 의외의 재미난 모습들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왕에 버금가는 최고의 존재였으니 말이다. 왕이 지존이라 품계가 없듯, 왕비도 품계가 없단다. 내명부 품계는 후궁부터 1품, 2품... 단계별로 희빈, 소의, 숙의 같은 명칭이 주어진다고. 

왕의 대례복인 구장복에 온갖 복잡한 뜻이 담겨있듯, 왕비의 대례복과 장식에도 별별 의미가 다 많아! (벌써 다 까먹었음 ㅋㅋ) 암튼 실제 영친왕비가 입었던 옷도 있고, 복원된 왕비의 복장도 있고... 볼 거리 읽을 거리가 쏠쏠한 전시다. ​

​꽤 크게 제작한 이 전시포스터를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해서 좋아라 받아내선 고이고이 집까지 모셔왔는데 아오... 좁아터진 우리집에 붙이기엔 포스터가 워낙 크고, 이렇게 두 장 연결해서 나란히 붙일만한 벽이 없다. ㅠ.ㅠ 따로 붙이면 느낌이 안사는데 잉.. 하는 수 없이 이층 올라오는 계단 벽에 붙여야하나... 그러는중. 에효


아래 사진은 왕비가 가례(혼례식) 때 입었던 대례복 '적의'(翟衣)를 마네킹에 입혀놓은 거다. 아래 깔린 멍석도 실제 유물인데 끝부분이 짤렸더라. 옷에 들어간 꿩무늬가 글쎄 그 옛날에도 자수를 놓은 게 아니고 죄다 직조한 거라고! +_+ 대한제국 들어 고종이 황제를 칭한 뒤 황복을 입었듯이 황후는 저 꿩무늬가 12줄인데.. 영친왕비는 급이 좀 아래라서 9줄 들어간 걸 입었다네. (원래 왕비의 적의는 그러니깐 모두 꿩이 9줄) 머리장식이 하도 거대하여 저러고 하루종일 있으면 담 걸리는 건 피할 수 없겠다. 보석들이 거짓말 좀 보태서 주먹만하다.. ㅋㅋ

이옷들은 원삼인데.. 품계에 따라 색깔 구분이 있다고 들었으나 벌써 깜깜. 빨간색이 왕비였던가... 노란색이 왕비였던가. 황색이 왕을 뜻하니 노란색이 왕비 옷이었을 것도 같고... ㅎ 곤룡포가 빨간색이니 빨간색이 왕비였을 것도 같고... 으음.. 황색 곤룡포는 고종이 황제를 칭하고 나서나 입었으니 저 노랑색은 순정효황후 때나 입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요 장면 설명할 때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해설을 못 들었다. ㅠ.ㅠ 기억나는 건 '원삼'의 깃 부분이 겹치지 않고 둥글게 마주치도록 되어 있어서 원삼이라는 듯. 웬만한 저고리는 다 깃이 겹쳐지지만 예복 중에선 저렇게 깃이 안 겹쳐지고 둥글게 맞섶으로 처리된 게 많다는 것 같음. 하여간 원삼은 앞 자락이 짧고 뒷자락이 길다! ^^

그밖에 왕비가 출산을 할 때 이부자리를 어떻게 겹겹이 깔고 배치했는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지만 일단 원자를 바라는 마음으로 태어나자마자  '군자남면-군자는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나라를 다스린다'의 원칙에 맞도록 왕비는 남쪽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ㅋㅋ) 출산 후 태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산후 구완은 어떻게 하는지 별별 게 다 기록으로 남아있고 궁중문학이랄지 왕실 여인들의 호방하거나 애틋한 필체와 글씨도 볼 수 있다. 혜경궁 홍씨와 명성황후 글씨에 새삼 깜놀. 명필이더라... 

왕실잔치를 그린 병풍 그림도 미국에서 원본을 빌려와 전시하고 있는데 아오 섬세하여라... 흐릿하게 사진으로만 뽑아가지고 구경하다가 실물을 알현하니 한참을 감탄하며 봤다. 대충 휘리릭 둘러본 거라 한번 더 꼼꼼히 봐야지 싶으나 과연... 고궁박물관은 무료전시 치고 매번 훌륭한 기획을 하는 듯! 10주년 기념전시라 좀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3만8천원인가 하는 전시도록도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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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투덜일기 2015. 7. 24. 01:40

머리가 지끈지끈 깨질 듯 아프고 어질어질, 콧물이 찍.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오묘하게 느낌이 좀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그동안 살아온 경험치로 볼 때 감기 두통과 냉방병으로 오는 두통은 똑같이 머리 한쪽만, 혹은 두개골 가장자리쪽만 아픈 편두통인데도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감기 때 두통은 손오공 머리띠가 조이듯 머리통을 쥐어짜는 것 같다면 냉방병 편두통은 깔짝깔짝 갈고리로 두개골 안쪽을 후벼파는 기분? 뭐 암튼 후자가 더 기분나쁘다. 


서민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도 전기값 아끼느라고 1人당 선풍기 한대씩 끼고 지내다가 정 못 견딜 정도가 되어야 에어컨을 켜는 편인데, 일단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선풍기 한 대 갖고 할머니랑 손녀딸이 자꾸 싸우질 않나 집안 온도도 더 올라간 것 같고 할아버지 체질을 닮았는지 십대소녀가 하도 더워하셔서 걸핏하면 에어컨을 틀어댄다. 에어컨 켜는 방식도 적정온도와 미풍 혹은 자연풍을 고수하는 노친네나 중년과는 달라서 무조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강풍으로 찬바람이 당장 쓩쓩 흘러나와 시원해야 직성이 풀린다. 잔소리를 하면 자긴 아직 더우니깐 추우면 나더러 옷을 입으라고.. 


열대야도 아닌데 어젯밤에도 에어컨을 틀어놓더니만 일부러 찬바람을 피해다녔는데도 금세 오한이 들더니 밤새 머리가 지끈지끈... 새벽에 누워도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ㅠ.ㅠ 냉방병엔 뭐가 약이더라 생각도 안나고, 그냥 복날이니 삼계탕 먹어서 이열치열로 다루리라 생각했는데, 목요일이라 합창연습 다녀오신 엄마도 어지럽고 머리아프시단다. 아침에도 좀 그랬는데 합창연습 하는 강당에서 에어컨 바로 앞에 앉아서 더 그런 것 같다고. 거기다 설사까지. 자꾸 빙수에다 아이스크림에다 얼린 요구르트에다 찬 걸 찾아드시더라니 쯧쯧..  


가능하면 두통약 안먹고 버티려고 온종일 양미간을 찡그린 채 괜한 신경질을 팍팍 부리며 참아도 도무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서야 비로소 머리랑 몸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덥다고 비싼 전기를 돌려 에어컨을 틀고 또 그래서 다시 추워져 몸은 병이 나고 여름마다 이 무슨 어리석은 도돌이표인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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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도 집에서

놀잇감 2015. 7. 20. 19:49

작년 여름부터 밀탑 밀크빙수의 맛을 알아버린 왕비마마.
괜히 백화점 갈 일을 만들어 빙수 먹고 가자고 꼬드기더니 내가 거듭 협조를 안하자 혼자서도 유유히 사먹고 들어오기도 하신다. 너 없으면 내가 못먹을 줄 아냐 신공. +_+ 

당분 중독이라고 구박하면서도
어쩔 수 없으니 차라리 집에서 우유 얼리고 냉동 망고랑 연유 사다가...
유자청 끼얹어서 요즘 유행하는 유자망고 빙수를 만들어 바친다.
통조림 단팥은 못 미덥고 단팥까지 만들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대신에 사흘에 한번이야요! 장담하지만 오늘이 사흘짼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분명 엊그제 주말에도 해바친 것 같은데... 으음. 해서 오늘은 일부러 딴때보다 작은 그릇에... ㅎㅎ 요건 아마 모르실듯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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