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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1 이번엔 청치마 재활용 11
  2. 2015.03.25 전도 7
  3. 2015.03.23 필리핀 동전 10
  4. 2015.03.19 새벽 커피 3
  5. 2015.03.06 쇠고기 무국 11
  6. 2015.03.05 이케아 5
  7. 2015.02.25 아른아른... 8
  8. 2015.02.24 눈길 등산 4
  9. 2015.02.09 달라도 너무 다르다 10
  10. 2015.02.03 들이기와 버리기 4

지난번에 서랍장을 정리해 옷을 또 한 보따리 내놓으며, 청치마가 눈에 띄였다. 청바지와 달리, 십대소녀가 발랄하게 입는 미니스커트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어떻게 입어도 멋내기 어려운 옷이 청치마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생각. (근데 그땐 왜 샀니;;) +_+ 수지 정도나 된다면 모를까. 암튼 그치만 또 아까워서 도저히 못 버리고(진짜로 몇번 안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ㅋㅋ) 10년도 넘게 서랍장에 모셔뒀던 걸, 재활용함에 내던지지 않기로 새삼 결정한 이유는 에코백으로 리폼해야겠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지난번 청바지로도 한번 만들어봤으니, 치마로는 완전 식은죽 먹기 아닐까나.  


하지만 재봉틀 없이 또 손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난항과 게으름과 건망증이 겹쳐 그간 시도를 안하고 있었는데, 뭐든 잉여짓은 괜히 더 바쁠때 하게 되는 묘한 심리가 또 발동했다. 마침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안감으로 쓸만한 천도 발견했겠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바느질을 시작했다. ^^; 


청치마는 밑단을 조금 잘라서 끈으로 쓸 천을 확보하고 그냥 아래를 꿰매면 일단 몸통 완성! 앞뒤로 주머니가 있으니 안감에 굳이 주머니를 달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의외로 가방끈 부분... 데님 천을 접어서 두겹으로 꿰매는 거 힘들고 천도 모자랄 것 같아 덧붙일 용도로 체크무늬 원단을 따로 사왔는데 천조각 아낄 욕심에 재단 방향을 아무케나 했더니 막 늘어나는 게 아닌가... ㅋㅋ 다림질 귀찮아서 손으로 꽉꽉 접어 자국 만든 뒤 꽉 쥐고 하느라 손가락에 쥐날뻔...


ㅋㅋㅋ 끈 달기 전 나름 과정샷이다. 


시접이 겹쳐진 데님천에 바늘 꽂느라고 진짜 손이 부들부들... 재봉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웬간한 재봉틀로는 저 두꺼운 가방끈을 박을 수 없을 거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론 안감 넣기~ 

듬성듬성 대충 꿰맨 안감을 뒤집어서 가방 안쪽에 씌워놓은 상태로 아직 겉천과 연결 전..

작년여름 방학때 ㅈㅎ이랑 같이 바느질 놀이 하며(?) 오래 된 수건으로 만든 고래 쿠션이 바늘쌈지 노릇하느라 찬조출연했다. 왼쪽에 시커먼 천이 가방끈 안쪽에 덧댄 원단이다. 


커피잔 패턴이 귀여운 안감 위쪽을 안으로 접어넣고 공그르기나 감침질로 마무리하면 끝!

가방의 실제 색감은 오른쪽에 가깝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청원단이어서... 

두번째라서 확실히 완성도가 첫번째 만든 것보다 훌륭하다고 자화자찬! 노상 들고다니던 검정색 천가방을 조카에게 빼앗기고나니 만만하게 들고다닐 가방이 없어서 가방을 하나 새로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당분간 가방 쇼핑욕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ㅋㅋㅋ 완전 마음에 든다.


손끝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도 계속 폭발하는 생산성을 주체하지 못해 심지어 머리띠도 만들었다. ^^; 

손뜨개로 떠서 안에 솜까지 넣어 여기저기 브로치로 달고 다니던 은색꽃을 그냥 목공풀로 검정머리띠에 붙였다. 요새 머리모양이 맘에 안들고 속알머리가 자꾸 훤히 들여다보여서 머리띠를 애용중이다보니괜스레 머리띠 욕심 만땅.. ㅠ.ㅠ 


하지만 머리띠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싶어도, 테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윗머리가 네모난' 내 두상에 잘 맞고 한참 하고 댕겨도 옆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편한 머리띠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헐렁하면 또 머리숱도 없어서 막 흘러내리기도... 

거기다 안경까지 써야하니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해서 좀 잘 맞는다 싶은 머리띠는 장식이 떨어지거나 망가져도 안버리고 재활용.. ^^; 그런 덕분에 이 또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ㅋㅋㅋ 안쪽 어딘가 '핸드메이드'라고 라벨이라도 붙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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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투덜일기 2015. 3. 25. 17:55

대화든 글이든 종교는 웬만해선 피해야할 주제임을 알지만 생각난 김에 일단 적어봐야겠다.

 

교인이 아니어도 어렸을 때 친구 따라 교회에 가본 경험들은 '누구나' 다 있으려나? 하여간에 서울 장안엔 요새도 그 옛날에도 교회는 동네마다 서너개씩 교파도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내 친구 중엔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지식과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어린 친구들이 기독교 신자가 되고나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으니, 그건 바로 '열혈 전도' 심리였던 것 같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친구가 지옥불에 떨어진다는데, 어리고 순진한 마음에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 그렇다고 무작정 교회로 끌고 갈 순 없는 일이고 (더욱이 우리집에 놀러 와 보면 대문과 안방에 부적도 붙어 있는데!), 적당한 기회를 보다가 불쌍한 친구를 자기네 교회로 데려가는 날을 만들곤 했다. 각종 과자와 사탕으로 온 동네 아이들을 다 유혹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더할 나위 없는 전도 주간이었고, 그 밖에도 '부흥회'라나 해서 자기가 연극을 하니 보러 오라고, 맛있는 것도 준대, 라며 내 손을 이끌기도 했다.

 

거절 잘 못하는 병은 그때부터 익히 발현되어 있었으니, 불교신자인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도 (가정환경조사서 종교 항목에도 매년 버젓이 '불교'라고 적기도 했었다) 나는 '딱 한번만' 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마다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나 크리스마스 발표회는 주로 저녁 시간이어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영악하게도 나는 '숙제'와 '일기' 핑계를 댔던 것 같다. 선생님이 다녀와서 일기 쓰랬어, 라고 하면 무사 통과되는 식.

 

목청 높여 고래고래 소리치는 목사님의 설교는 좀 무서웠지만 멋진 옷을 맞춰 입은 합창단의 노래는 좋았던 것 같고, 과자와 사탕을 봉지에 담아 일일이 나눠주는 것도 신났다. 하지만 친구 소개 순서에 일어나서 이름을 말하는 시간이 오면 심장이 막 쿵쾅거렸다. 과자 욕심에 자기소개 시키고 돌아가며 교인들이 막 친한척하는 것만 없으면 그런 초대에 자주 응할 텐데, 하는 마음도 있었던 듯...


암튼 문제는 그렇게 부흥회나 성탄절 특별 예배에 쫓아가고 나면, 이후에도 일요일 아침마다 친구가 찾아와 같이 교회에 가자고 졸라댄다는 사실! 아 놔;;; OTL  엄마가 딱히 교회를 못다니게 했던 것 같진 않은데 (학창시절 울 엄마도 불교신자 외할머니에 대한 괜한 반발심에 교회 다닌 적 있단다 ^^;) 친구따라 '주일학교'에 따라갈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아침잠이 많다는 것. 생각해보니 일요일 아침에도 어쩔 수 없이 몇번 교회엘 끌려간 적이 있었는데 곧바로 못할 짓이다, 라고 느꼈던 듯하다. 너무 피곤해... 그리고 따로 남겨 성경공부 시키는 것도 싫고... 


한번은 니가 교회엘 안다녀서 천당에 못가고 지옥에 갈까봐 걱정되서 자기 전에 맨날 기도까지 한다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자기는 '모태신앙'이라고 하도 진지하게 말을 해서, 나는 그말이 엄청 심각하고 무서운 낙인처럼 느껴졌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모태신앙이면, 일요일에도 절대 늦잠 못자고 교회에 가야하고 뭐든 먹을 거 앞에서 손부터 나가는 나와 달리 중얼중얼 기도부터 올려야하는 구나... 나는 모태신앙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뭐 그런 생각?


심지어 대학생 시절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끔 친구따라 교회 가기는 몇년에 한번씩 연중행사로 이어졌다. 은근히 나를 전도하고 말겠다는 친구들의 고집과 인내심 덕분이었을까? 거절을 제대로 못하기도 했지만, 당시엔 그저 재미 삼아서, 친구가 맘에 품은 '교회 오빠'의 얼굴을 확인하러 한번 가주마,혹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서 새 신자 동원 잔치에 할당 머릿수를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 어느새 집사님이 되신 친구가 새로 지은 교회에서 특별 예배를 올리는 날엔 선물 준다고 꼬드기며, 와서 제발 자리 좀 채워줘... 그러기도 했고. 그러면 다른 교회엘 다니는 친구도, 성당엘 다니는 친구도, 무소속(?)인 나도 무료 장소 제공 받고 모임 하는 셈치자 하며 참석을 해줬던 거다.


하지만 교인 친구들도 내가 '전도'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30년지기 친구 하나가 새삼스레 자기네 교회에 한번 오라고 옆구리를 찔러대고 있다. 특별히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러니깐 그냥 한번 가주는 걸로 끝이 아니란 얘기!), 순전히 내가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마음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 내가 그간 너무 징징거렸던 탓일까? 카톡으로 몇번 그런 얘기를 하길래, 종교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냥 두라고 킥킥 거렸는데  요번엔 아예 자기네 교회 안내 팜플렛까지 가지고 와서 (영어 예배를 보는 교회란다) 열혈 전도를 하시네. 돌연 스트레쑤~! 


하여간 그래서인지 어제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개천변 공원에서 미스코리아 띠처럼 어깨에 'OOO구 제7교구'라고 적힌 노란 띠를 두른 교인들이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외치며 행인들의 팔을 잡는 걸 보며 반사적으로 얼른 멀리 도망쳤다. 만인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기꺼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나... 싫은 사람은 그냥 좀 내버려두었으면. 나 이만하면 그럭저럭 행복하단 말이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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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동전

투덜일기 2015. 3. 23. 02:11

엄마가 백원짜리인줄로 알고 받아온 거스름 돈 중에 하나가 알고보니 필리핀 동전이었다. 1페소짜리인데, 얼핏 보기에 크기와 두께, 색깔이 딱 백원짜리였다. 같이 섞어서 건네주면 누구라도 쉽사리 골라내지 못했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1페소의 환율은 대략 25원. 엄마는 75원을 손해본 거다. 그래도 엄마가 동전 분류하다 이상한 걸 알아차렸으니 좀 다르긴 다르다는 얘긴데, 이 사건을 두고 모녀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엄마: 생각할수록 괴씸하고 억울하다. 어디서 잘못 줬는지 따져야겠다. 약국인가? 목캔디를 샀던 마트인가? 또 어디를 들렀더라? 300원 거슬러 받은 데가 있었는데? 어디더라? 아이고 치매가 왔나, 왜 생각이 안나냐. 어딘지 확실히 알아야 찾아가서 따질텐데. 바보같이 거스름돈 속이는 것도 모르다니 눈이 삐었다. 시력이 많이 나빠졌나. 안경이 안 맞나. 안과에 가봐야겠다. 백내장 수술해야 되는거 아니니. 속상해죽겠네. 화난다. 근데 이 동전을 어떡하지? 버릴 수도 없고 어디 써먹나? 공항에나 가야 외국 동전 기부통 있던데... 

(참고로.... 엄마의 정신 건강 상태가 요즘 좀 저조하다. 별다른 이슈는 없는데... 그냥 환절기 봄탓일까...) 

= 째뜬 철저한 자책파에 알뜰 이타주의자.  


나: 진짜 비슷하게 생겼네. 거슬러 준 사람도 모르고 줬을지 몰라요. 설마 알고도 손해 안볼라고 얼렁뚱땅 눈나쁜 할머니들한테 넘기는 건가? 그럼 사기꾼인데! 음.. 그냥 잊어버리셔. 100원 내가 줄게! 혹시 옛날에 우리나라 500원짜리 동전이랑 일본 500엔이랑 비슷해서 자판기로 환치기했다던데(해서 일본은 500엔 동전의 재질과 색깔을 아예 바꿔버렸단다) 필리핀에서도 설마 조직적으로 동전 들여와 유통시키는 거 아냐? (막 음모론 꾸며댄다) 써먹긴 뭘.. 그냥 버려요. 외국돈도 동전은 바꿔주는 데도 없고, 어차피 겨우 25원이라니까! (실은 책상 서랍에 일본 동전, 미국동전, 영국동전, 호주 동전, 뉴질랜드 동전.... 등등이 한 뭉치 들어있다. -_-; 근자엔 여행가도 동전까지 악착같이 쓰고 들어오는 편이지만, 과거엔 신기하다고 괜히 종류별로 남겨오던 때가 있었다. 1달러짜리 동전 신기하지? 이러면서 친구가 준 것도 있고... 하지만 책상 속 서랍 외국 동전의 절반 이상은 아버지의 여행 흔적이다...)       

= 어디까지나 철저한 남탓파에 이기적인 귀차니스트.


우울증 탓이겠지만, 자꾸만 백원짜리 동전 하나 때문에 속을 끓이는 엄마를 보다 못해 몹쓸 필리핀 백동전을 빼앗아 10원짜리 통에 치워버렸다. 그러면서 문득 유통의 유혹을 느꼈다. 동전지갑을 따로 쓰다보니, 마트 갈 때 카트 빼는데 필요한 백원짜리를 자꾸 까먹어서 (천원짜리도 없어서 심지어 만원짜리 내고 동전 거스른 적도 있다. 짜증;;) 차에도 몇 개 놓아두고, 테이블 차키 옆에도 1개, 화장대 옆에도 1개 늘 굴러다니고 있는데.... 진짜로 보기만큼 백원짜리랑 혼용가능한지 카트에 넣어볼까 싶은 거다. ^^; 물론 어마어마한 이름의 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겠지만... 애당초 그놈의 필리핀 돈이 돌고 돌아 하필 우울증환자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든 이유도 누군가 호기심에 슬쩍 써먹어봤기 때문이 아닐까나? 


혹시나 진짜로 필리핀에서 환율 4배 장사 하려고 조직적으로 1페소 동전을 들여온 건 아닌가,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나 검색해보니 전혀 없는 듯. ㅋㅋㅋ 이거 최초 발견이라며 신고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그려. (물론 귀찮아서 절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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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커피

투덜일기 2015. 3. 19. 05:46

어릴 때 모기에 물리면 집에선 주로 물파스를 발라주었는데, 물리자마자 바로 바르면 모를까 자면서 이미 한참이나 긁어버려 새빨갛게 부풀어오른 다음 날 즈음엔 물파스를 발라도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괜히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시커멓게 변하기나 할 뿐. 그래서 대신에 나는 전해들은 '민간요법'(?)을 더 선호했다. 모기 물린데를 손톱으로 꾹 눌러 열십자로 자국을 남기는 거다. 아픔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손톱으로 꽉 누르다 보면 통증 때문에 가려운 느낌이 가려지는 효과랄까. 특히 모기나 벌레가 침을 꽂은 바로 그곳을 정확하게 열십자의 한가운데로 눌러줘야 효과가 직방이라는 나름의 원칙도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피를 내기도 했지만...


넘어지거나 찢겨서 어딘가 피가 나고 아플 때도 지혈을 핑계로 상처 부분을 모질게 꽉 누른 적도 있는 걸 보면 꽤나 자학성향이 있는 건가 싶다. 이 새벽에 위가 부은 듯 더부룩하고 쓰라린데도 굳이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커피를 넘기며, 이 또한 벌레 물린 데를 손톱으로 지져대거나 상처를 더 짓누르는 과거의 행동과 다를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면 대체 커피를 언제 마시란 말인가! 빈 속에도 마시지 마라. 밥먹자마자 바로 마시는 것도 미친 짓이다. 수면의 질을 위해선 늦은 오후에도, 잠자리 직전에도 마시지 마라.... 쳇... 


따지자면 지금 마시는 새벽 커피는 내겐 잠들기 전 너무 늦게 마시는 커피에 해당할 테고, 어제 날이 꿀꿀했던 관계로 적정 카페인 양(원두커피로 두 잔)은 이미 넘어버렸으니 어쩌면 아예 잠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또 성난 위는 더 아플 테고, 요즘들어 종종 말썽을 부리는 무릎도 더 아플테고 날카로운 신경에 더 까칠해질 테고.... ㅋㅋ 매사에 미리 온갖 경우의 수를 따져보다 제풀에 지치고 마는 버릇대로 이미 다 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결국 커피를 선택했으니, 결론은 아마도 내가 참 청개구리라는 것? 빈속에 찌르르 느껴지는 카페인의 자극(물론 나의 상상이겠지만;;)과 쾌감이 나빠봤자 설마 애연가들의 새벽 담배만큼 하랴,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려나 이 커피 맛있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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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무국

식탐보고서 2015. 3. 6. 01:40

한밤중에 일하다 말고 종종 국을 끓인다. 큰 냄비에 잔뜩 국을 한번 끓이면 꼬박 서너끼는 먹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 딱 엄마가 홀로 챙겨드실 아침에 먹을 국이 없으면, 괜히 신경이 쓰여서 일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저녁 설거지 하면서 미리 생각해서 찌개나 국을 만들어놓기도 하는데, 오늘은 냉동실에 얼려놓은 고기 녹이는 걸 너무 늦게했다. 


여름엔 당연히 잘 안 끓이고, 봄과 가을에도 종종 생략하지만, 추운 겨울 동안엔 밥상에 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아무리 반찬을 많이 해놓아도 밥순이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은 자격지심에 휩싸인다. 뜨끈한 국물은 고혈압의 적! 아무리 싱겁게 끓인다 해도 국물은 남기시오! 찌개랑 국도 그냥 젓가락으로 건더기 위주로 먹기! 밥상머리에서 온갖 잔소리를 해대면서 또 국물이 없으면 찔리는 건 뭔가. 쳇...


해동한 쇠고기를 덩어리째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그 사이 물을 끓이다가 고기를 풍덩. 통마늘도 대여섯 개 투입. 대파와 표고버섯도 숭숭숭 썰어넣은 뒤, 고기 익는 동안 달큰한 제주도 무를 나박나박 썰었다. 쇠고기 무국은 정말로 겨울에 먹어야 제일 맛있는 듯. 여름무는 종종 쓰고 매워서 똑같이 끓여도 맛이 없다. 30분쯤 끓여서 덩어리 고기가 다 익으면 집게로 붙잡고 가위로 조각조각 먹기 좋게 자른다. 식가위 없을 땐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 포기 김치도 당연히 가위로 잘라 먹는데, 이젠 아주 제법 가지런히 도마에 자른 것처럼 차곡차곡 잘라 그릇에 담는 신공까지 익혔다. ^^v


물론 명절이나 제사 때 올리는 탕국을 끓일 땐 상스럽게(!) 가위질을 하면 안되니깐 특별히 좋은 양지를 사다가 익혀서 결 따라 찢어 따로 국간장에 참기름에 갖은 양념을 해 놓았다가 고명을 올리듯 다시 탕국에 데워 수북하게 놓는다. 그치만 그냥 두 모녀 먹자고 그런 정성을 들이긴 싫다! 가끔 괜한 정성이 뻗쳐서 얼마 되지도 않는 뜨거운 고기를 건져 양손에 비닐 장갑 끼고 찢고 있노라면 괜히 서러워지는 걸 ㅠ.ㅠ 암튼 그래서 대충 먹는 쇠고기 무국 고기는 그냥 가위질로 낙착. 무는 금방 익으니깐 투입 시간은 고기 자르고 나서.


고기가 더 잘 무르기까지 총 1시간은 족히 끓여야하니 계속 시간을 확인하느라고 어차피 일엔 집중할 수가 없다. 자칫 까먹고 있다가 몇시간 지나 홀라당 국물이 졸아버리면 큰 낭패. 국냄비는 아직 그런 적이 없지만 찻주전자는 물 올려놓고 딴짓하다 하도 많이 태워먹어서리... -_-;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긴다. 요번에 표고버섯이 좋았나? 아니면 무가 특히 달콤한가? 아직 소금도 넣기 전인데 다른 때보다 더 감칠맛 나는 냄새가 풍기는 이유는 뭐지? 쇠고기는 늘 사던건데... 이건 마치 그 옛날 방학때 놀러간 외할머니댁에서 아침 일찍 잠결에 풍겨오던 추억의 냄새 같기도 하고. ㅋㅋ 우리집이나 친할머니 댁에선 특별히 아침밥 준비하는 냄새에 잠을 깬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한옥집의 구조 때문인지 외할머니댁에서 자면 안방에서 자든, 건넌방에서 자든, 뒷채 구석방에서 자든 고소한 나물 볶는 냄새나 구수한 국 냄새에 선잠이 깨곤 했다. 심지어 새까만 가마솥에 짓는 밥냄새도 분간이 되어, 노랗게 일부러 눌렸다가 통째로 들어내는 바삭한 가마솥 누룽지 먹을 생각에 자다말고 침을 삼기키도.


물론 일찌감치 아침밥 먹으라고 할머니가 깨우면 이잉 이불 쓰고 누워 버티다가 느즈막하게 한번 더 차린 아침상을 게으름뱅이들끼리--외삼촌들, 사촌언니, 그리고 나--둘러앉아 먹었었다. 그때 먹은 무국엔 분명 쇠고기는 없고 다시마랑 무랑 표고버섯이랑 유부가 들어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 내가 끓이는 거랑 냄새가 똑같다고 느껴지는지? 내 착각이 틀림없다. 내가 '기억'한다고 우겨대는 수많은 추억들이 상당부분 왜곡되어 실제와 거리가 있듯이, 추억으로 남은 냄새도 내가 막 제멋대로 꾸며댔을지 모르겠다. 


느릿느릿 이 글을 적어대는 사이 1시간 경과. 드디어 소금으로 슴슴하게 간을 하고 가스불을 껐다. 이젠 그만 일할 시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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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투덜일기 2015. 3. 5. 17:09

아시아 최대규모라던가 세계 최대규모라던가 암튼 엄청 크다는.... 그리고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탓도 많아서 한번 가볼까 하던 마음도 움츠러들게 했던 이케아에 드디어 구경을 갔었다. 광명 사는 친구가 자기도 아직 안 가봤다며 겸사겸사 얼굴한번 보자고 해서, 딱히 뭘 사려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들이기와 버리기 원칙'을 계속 고수하려면 쇼핑 전에 뭘 버릴지부터 결정해야 한다규~!) 그냥 구경만 하자, 싶었다. 

 

평일 오전(11시쯤)이라 주차장도 여유롭고 식당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도 잘 못자고 거의 눈뜨자마자 달려간 터라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하자고 내가 극구 주장했는데, 얼핏 가격대비 꽤나 훌륭하다고 들었던 건 순전히 '가용비' 차원. 메뉴는 엄청나게 단순해서 뭘 다양하게 골라먹는 건 불가능했다. 끼니가 될 만한 건 김치볶음밥, 파스타, 미트볼, 연어라자냐, 넷 중 하나를 골라먹는 게 전부. 푸성귀를 플라스틱에 담아놓거나 접시에 포장해놓은 연어 샐러드도 있긴 했다. 볶음밥과 파스타가 단돈 2900원이고 맛도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하니 다들 '괜찮다'고 할 수밖에. ^^; 그러나 식판 카트 밀면서 계산하려고 줄 서 있는 사이 금방 식어버리고 어리바리 커피는 어떻게 마셔야 하나 고민하느라(계산대 앞에서 커피 머그잔이나 음료수 잔을 직접 꺼내 올려 놓으면 계산되는 방식) 방황했더니 자리 잡고 밥 먹을 땐 이미 지쳐서 쇼핑 의욕이 상실되었다. ㅋㅋ

 

난 역시나 드넓은 초대형 매장 돌아다니는 것도, 이것저것 오래 구경하며 쇼핑하는 것도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여서 우린 가자마자 식당 테이블에서 주로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고(근 2시간 가까이!), 천원짜리 무한리필 커피치고는 맛도 제법 괜찮다, 근데 잔은 너무 작다 그러면서 귀찮아서 두잔씩밖에 커피도 안마셨다. 커피도 천원 생수도 천원. 식당에선 물이 제일 비싸네, 그런 말도  했던 듯.

 

이케아 방문을 앞두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그래도 몇 가지 쇼핑품목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아우 고르기 어려워라... 인기품목은 이미 품절이 많고, 쇼룸에서 본 물건의 제품명과 품목 번호를 적어야 한다는데 이케아 연필도둑 소동 때문이었는지 메모지와 연필은 사라지고 없었다. 휴대폰 앱이나 카탈로그로 표시해야한다는 듯. 아 귀찮아...

 

해서 친구는 그냥 생활용품 쌓아놓고 진열하는 곳에서 수납함이니 베갯속이니 이불이니 하는 것들 몇개 카트에 주워담았고, 나는 수첩과 학용품 파는 곳에서 눈이 홱 뒤집혀 이것저것 오래 만지작거리다가 (책상 서랍에 새 공책이랑 수첩 많잖아!!) 다행히 죄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 그래도 민짜 수첩이랑 노트랑, 클립이랑 누런 포장지 중엔 마음에 드는 게 꽤 있었음. ㅎㅎㅎ

 

아무리 살 마음이 없어도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하는 심정으로 내가 고른 건 천원짜리 분홍색 플라스틱 휴지통과 3개에 단돈 1900원인 코르크 냄비받침. 아싸 득템일세. ^^;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체에서 걱정했던 것만큼 가구공룡이 아니라 그 외 생필품 시장에 더 타격을 줄 것 같다는 분석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친구도 책꽂이 하나 살까 눈여겨보다가 막상 낑낑대고 상자 옮겨가 조립할 생각 하니 사기 싫어졌다나. 국내 가구 사면 무료배송에 조립까지 다 해주는데! ㅋㅋㅋ 대신에 수건이 싸고 질 좋다면서 막 10개씩 구입..

 

째뜬 이케아가 왜 전세계적으로 장사가 잘되는지 알 것 같았다. 뭔가 가격대비 물건이 쌔끈한 느낌! 똑같은 플라스틱 수납함인데도 다이소나 모던하우스 같은데서 보던 저렴이들보다 만듦새가 깔끔하고 마무리가 잘 된 느낌이고, 색깔도 덜 촌스럽다고나 할까. 하기야 뭐 나도 몇년전에 이미 이케아 플라스틱 의자는 작업실 용으로 사서 써봐서 안다. 이번에도 3만3천원짜리 등나무의자가 어찌나 사고 싶던지  ^^;

 


내가 잠시 탐냈던 의자;; 근데 놓을 데가 없다!

친구는 첫 방문이니 애써 쇼핑을 자제하면서도 흰색 5단 책꽂이가 썩 마음에드는 게 있다며 나중에 내가 가서 조립해준다는 약속만 한다면 사다놓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스툴 같은 건 죄다 품절. 인터넷으로 입고 여부를 알아놓을 터이니 한번 더 가자나. ㅋ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가구상자나 무거운 물건 옮기는데 유용할 것 같은 캐리어도 같이 살 태세!

 

집에 돌아와 닦아도 도무지 때깔이 안나는 오래된 플라스틱 휴지통 하나를 버리기로 하고 샛분홍(색이 너무 튀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에라이 천원인데 뭐;; 그랬다 ^^;) 휴지통을 엄마 방구석에 놓아드리니 매장에서 볼 때보다 색감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냄비받침 3개 대신엔 딱히 버릴 게 없어서 알량하게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숟가락이랑 화분받침을 버릴 작정. 과연 조만간 이케아를 또 가게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가게된다면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좌악~ 해보고 합리적인 동선을 짜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가긴 갈 모양인가...

 

하여간에 매장을 돌아다닌 건 1시간도 안되는데 급피곤해져, 집에 와 오곡밥 하고 보름 나물 볶는데 힘들어서 혼이 났다. 3, 4시간 꼼꼼하게 돌아다니고 무거운 물건박스까지 옮겨 싣고 올라믄 아줌마필수 체력부터 챙겨야할 듯. 그것이 첫 이케아 방문의 소감이다. 미리 배를 채우고 가는 건 필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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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아른...

식탐보고서 2015. 2. 25. 17:40

어떤 요리프로그램이었나, 거기 나온 요리사가 그랬다. 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기면 어떻게 하더라도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온갖 튀김 재료에 특히나 겉에 튀김옷을 입혀 더욱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건 그 때문인 듯. 


아무튼... 튀긴 음식은 온갖 대사증후군을 지니고 계신 어마마마에게 절대 피해야할 음식이고, 나 또한 탐닉하는 만큼 뱃속은 튼튼하질 못하게 된 고로 웬만하면 튀김을 먹는 일이 드물다. 프라이드 치킨이든, 돈까스든, 탕수육이든... 혹시라도 식탐을 부려 먹게 되면 다음날 속깨나 아픈 걸 감당할 각오를 해야.. (튀김 하나 먹는데 뭐가 이리 비장한가. ㅋ)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지는 법. '그래, 먹고 죽자' 싶은 심정으로 나몰라라 먹어댈 때가 있다. 주로 '치+맥'의 형태. ^______^ 거기다가 또 하필 요새 정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내가 탐닉하는 TV 프로그램은 죄다 먹는 게 주제다. <삼시세끼 어촌편>,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막강한 차줌마의 온갖 진기명기 요리솜씨 때문에 자괴감마저 든다는 아줌마들이 주변에 꽤 많은데(홍합 짬뽕 때도 놀랐지만 요번에 화덕을 오븐으로 개조해 테스트 베이킹을 거쳐 식빵까지 완벽하게 구워내는 걸 보고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냥 그는 차줌마가 아니라 '차셰프'다. +_+),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라고 말하는 성질 급한 차승원의 '빨리빨리' 해치우는 요리가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 완전 신이 나서 구경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거 진짜 싫고, 있는 재료로 대충대충 만들지만 꽤 맛은 비슷하게 내는 거 좋아좋아... ㅋㅋ 다만 모든 양념에 설탕을 넣는 건 불만이다. 매운탕 양념에도 설탕을 넣다니! 으어... 개인적으로.. 감칠맛은 몰라도 단맛 나는 찌개는 싫다규~


<수요미식회>는 허름해도 오랜 전통을 지켜온 가게들 위주로 음식의 통사까지 대충 훑어주는데다 패널 별로 아주 매몰차게 의견이 갈리고 비판도 서슴칠 않는 점이 흐뭇하다. 쓸데없이 유명한데 맛없는 집이 좀 많은가 말이다. 줄서서 먹어야하고 심지어 선불에다 자리에 앉자마자 쫓겨나다시피 흡입해야하는 명동 칼국수집 얘기 나왔을 땐 많이 통쾌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부모님따라 다닌 집이고, 아직도 그 집 만두와 칼국수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일단 마음을 접고 아직도 1년에 한두번 가고는 있지만 먹고 나면 늘 찝찝텁텁. 얼마 전 서울 장안의 '치킨' 집을 다루었을 땐 TV보며 아주 괴로웠다. 하마터면 바로 다음날 반포 치킨 먹으러 달려나갈뻔... (대신에 며칠 뒤 집 근처의 영양센타 전기구이 통닭을 먹어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매번 진짜로 출연진의 냉장고를 옮겨다가 그 안의 재료로만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솜씨가 기발하고 놀랍다. 나도 단지 장보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냉장고 텅텅 빌 때까지 막판엔 요것조것 '퓨전' 반찬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 본인도 내용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남의 냉장고 들여다보며 놀려대는 재미도 쏠쏠. 이것도 못말리는 관음증이겠지. ㅋㅋ 아무튼 요리엔 맛의 조화를 짐작하는 센스와 순발력, 창의력이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역시 요리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오랜 시간 공들이고 정성 바치면 누가 못하겠나, 후다닥 단시간(15분!)에 있는 재료만으로 꽤나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구상이 딱 내 취향이다. ㅎㅎ 간혹 일반인이 만든 요리가 전문가 셰프의 요리를 이기는 반전도 흥미진진.  


하여간 설날 연휴 내내,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남아있던 각종 전을 데워먹었고 주말엔 밖에 나가서 '리치'한 ^^; 맛의 토스트와 감자튀김도 먹어주었건만, 자꾸만 휴대폰에 든 먹거리 사진 중에 감자튀김과 맥주 사진이 아른거려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아으...


이 포스팅도 그 감자튀김 열망을 식혀보고자 시작한 것인데 딴소리가 길었다. ㅜ.ㅜ



경복궁 역 근처 체부동 음식점 골목 안쪽, '열정 감자'로 시작했다가 상표 등록 문제로 이름을 바꾼 '청년 감자'의 감자튀김과 맥주다. 고깔모양 봉투를 편의점 앞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테이블 가운데 홈에 푹 꽂아주는 게 특색. 사실 좀 짜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일반 튀김도 같이 시켰지만 역시나 나중엔 케이준 맛으로 더 시켜 먹었다. 둘이서 감자튀김 세 봉다리를 먹었네그려... 더불어 크림맥주도 꽤나 마신듯. 파이렉스 계량컵에 맥주를 담아주는 것도 특이한데, 나는 잔도 무겁고 계량컵이라는 원래 용도가 거슬려서 쫌 별로다! 그래도 바삭한 감자튀김이 저렴하니 맛있고, 특히나 '젊고 잘생긴 엉아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친절하게 서빙하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ㅋㅋㅋ 알바생이 아니라 다들 정규직원이라는 것 같지 아마. 재미난 별명 등에 적힌 검정색 티셔츠 입고 있었던 여름에 주로 많이 갔었는데, 화장실이 불편해서 한두잔 후딱 마시고 일어나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각난다는 게 함정. 


유학중 남편 먼저 학위 따게 뒷바라지 하랴, 아들 둘 키우랴 본인 공부하랴 엄청 바빴던 친구는 그 놀라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 종류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심지어 육포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이던 좀 심한 열혈 슈퍼우먼이었는데(미쿡에서 사먹는 김치와 육포는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도 재료가 못 미더워서였다고;;),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유학 생활 중 쌓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프렌치프라이를 대형 오븐에 두판 쯤 구워서(? 그래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먹어댔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아직도 자기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힐링음식이라나. 학창시절 '하늘하늘 코스모스 신비소녀'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나와 함께 와구와구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꽤 많이 마셔서 놀랐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다. 


1월 어느날이었던 것 같은데 저 사진 찍은 날도, 자극적인 감자튀김 때문에 맥주를 주량 이상 들이키고는 다음날 수북하게 부은 눈으로 속이 아파 한참이나 빌빌 거렸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지금 막 땡기는 건 뭐지...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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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등산

놀잇감 2015. 2. 24. 20:19

설날 이전 주말에 정선 함백산으로 눈길 등산을 갔었다. 아이젠과 스패츠까지 구비해야하는 본격 눈길 산행은 하도 간만인데다가,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해서 겁을 집어먹었는데 다행히 새벽에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려니 꽤나 높은 지점(해발 800미터쯤인 만항재??라던가;;)에서 산행을 시작해 그리 오래 걸리는 코스는 아니었다. 서울 기온은 영상이어도, 함백산은 쾌적한 날씨에 영하3,4도 정도 될거라는 예상. 헌데 하루종일 어찌나 날씨가 변화무쌍한지... 눈보라가 휘날리다가 쨍쨍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컴컴하게 흐렸다가...  워낙 가물어 눈이 별로 없는 거라는데도 중간중간 엄청난 눈길이 나왔다가 질질 누런 물이 흐르는 진창길이 이어지다가... 귀시렵고 코시려운 칼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아주 정신이 쏙 빠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2월에 눈길 산행할 수 있는 곳이 몇 안되다 보니 등산객들이 워낙 많아서 곳곳에 병목 정체현상(!)이 벌어져 빨랑 올라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구간이 많았다는 점. ㅎㅎ 원래는 3,40분씩 내달리듯 강행군 하다가 모여서 단체로 간식 먹으며 잠시 쉬곤 하는데 하도 중간중간 막히다보니 산 정상을 넘어서기까지 제대로 간식 먹을 시간도 없었다. 점심시간에야 비로소 죄다 모여 눈밭에 옹기종기 앉아 보온도시락을 까먹었다.  

 

왼쪽이 내 스틱과 장갑. 저 장갑은 아빠가 쓰시던 거다. 유품정리하면서 차마 아까워서 남겨두긴 했지만... 저 등산 장갑을 내가 끼고 겨울산행을 하게될 줄은 아빠도 몰랐겠고 나도 몰랐다.

​위의 사진 두 장은 그나마 바람 덜한 비탈사면 옆에서 점심 먹느라 멈췄을 때 찍은 것. 하도 가물어서 산불을 염려해 폐쇄된 등산로도 많다는데 초보자인 내 눈엔 저만큼 쌓인 눈도 신기할 따름이고...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겹겹이 얼어붙어 바람결따라 희한한 눈꽃을 피운 걸 '상고대'라고 한다는데, 강원도도 계속 워낙 기온이 높아 눈꽃을 볼 순 없어 다들 아쉬워했지만, 난 원없이 눈을 밟은 것 같아 그저 좋았다. 이번 겨울에 가장 장대한 눈구경은 의외로 터키 갔을 때였으니 뭐;;; 

​하산 길엔 스틱을 매만진다거나 모자를 고쳐쓴다거나 해서 조금만 머뭇거리다간 종종 저런 인적 드문 눈길에 홀로 남게 됐다. 서둘러 따라갈 걱정 속에서도 기뻐하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들고 후딱 눌렀더니 흔들렸다. ㅋㅋ 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진 찍는다고 더 꾸물거리면 혼날까봐(?) 감히 등산 중엔 폰카질을 할 엄두도 못내겠고, 사실 헥헥거릴 때는 힘들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잘 나질 않는다. ㅎㅎ

등산가서 꼭 정상 표지석 옆에서 독사진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은 '늙은이'라는 증거란다. 이 집단도 반드시 정상 표지석 옆에 사람들 죄다 모아놓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웃기고 어색하지만 이젠 나도 그러려니 하며 한쪽 귀퉁이에서 얼굴이 특히 넙대대하게 나오든 말든 참아낸다. 궁궐에서 어쩔 수 없이 찍히는 사진에 무감각해졌듯이 어떻게 나오든 말든 내가 열심히 들여다볼 게 아니니 상관없다는 생각. ㅋㅋ 점점 대인배가 되어가고 있는 건가? 

암튼 아이젠을 등산화에 끼고 걸으면 체력소모가 더하다는데, 딱히 더 힘든 느낌이 없었던 건 오르막길마다 거의 계속 막혀서 크게 힘들일 일이 없었기때문일까, 아니면 연초부터 휴대폰에 앱까지 깔아놓고 근력+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일까 통 알수가 없다. 등산 고수들은 눈도 많지 않고 정체 현상 때문에 제대로 등산다운 등산을 못했다고 투덜댔으니 아무래도 전자가 원인인 것 같지만... 2월 들어선 통 앞산에도 한번 안 올라간 터라 근력이 과연 늘었는지 모르겠다. 점점 늘어나는 몸무게의 대부분은 과연 지방일까 근육일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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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일도 그렇고 산에 쫓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작년엔 이상스레 '남자어른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 점점 더 은둔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간 내가 어울리던 사람들의 성비를 따진다면 극단적으로 여자들이 많았고 이른바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다보니 '회식문화'도 덩달아 멀리 하고 살았는데, 새삼 다시 '꼰대스러움'으로 무장한 남자 어른들과 부대끼는게 영판 낯설고 힘들고 종종 짜증스러웠다. 그러면서 느낀 그들의 특징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 악수를 좋아한다. 얼마만에 만나든 무조건 인사와 동시에 악수를 나눈다.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코스프레인가?


2. 그럴싸한 직함과 호칭 붙이기를 좋아한다. 'OOO선생님'이나 'OOO선/후배님'이 공식적인 호칭이라고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굳이 사람따라 구분해서 김사장님이니, 정이사니, 회장님이니, 유박사, 이교수...따위의 직함을 부른다. 나에게도 민망하게 자꾸  'ㅂ작가'라는 칭호를 주려 한다. 작가 아니거든요! 라고 대꾸하기도 지친다. 혹 백수나 전업주부다 싶으면 '김프로', '최선수'라고 부르기도... 그렇게 직함에 목매는 그들의 심리를 나로선 정말이지 모르겠다. 


3. 모든 취미활동은 결국 끝나고 술을 마시기 위한 전초전이다. 등산도, 테니스도, 골프도, 심지어 자원봉사도... 최종 목표는 '끝나고 한잔'이 틀림없다. 


4. 일단 외출한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까지 다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는 것이 집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여기며 으스댄다. 내가 보기엔 술자리 차수를 늘리려는 꼼수 같은데...


5.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과묵하고 말이 없다는 건 순전 뻥이다. 그들은 수다스럽기 짝이 없고 시끄러우며 직업군이나 교육의 정도와 상관 없이 관심분야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침튀기며 몇시간도 떠들어댈 수 있다. 심지어 아무 의미없는 개똥철학까지도 지겹게 설파하는데, 그러다 종종 술자리에서 자기 주량을 넘긴 뒤 주책과 객기를 부린다. 


6. 유머랍시고 이상한 이야기나 케케묵은 옛 농담을 하며 자기가 굉장히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니며 알려주는 이도 있는데(주로 요상망측한 건배사... 아오 진짜;;), 더러 성희롱에 해당되는 여성 비하 발언을 잘못인줄도 모르고(알면서 그러는지도;;) 주워섬기며 낄낄댄다. 


7. 오십대든, 육십대든, 칠십대든 별 상관없다. 그들은 연배 낮은 모든 여자들에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 불리기를 갈구한다. 할배가 더 어울리는 호칭임에도... 어휴.


물론 드물긴 하지만 '남자어른'임에도 배려깊고 세심하고 점잖은 이도 만났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확실히 여자들과 더 잘 어울린다. 집단으로 모이면 더욱 공격적이고 꼰대스러워지는 마초들의 세계에서 그들은 역시나 소수자였기에 이해의 폭이 남다른 것 같았다. 다수의 '남자어른들'을 보며 저들은 나와는 확실히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유형이구나 뜨악해지다가도 그나마 그런 분들 덕에 어렵고 짜증나는 순간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좀 거리를 두고 남의 일처럼 구경하기 시작하면 또 그보다 재미난 시트콤이 따로없다. 재주만 있다면 캐릭터 쏙쏙 잡아서 소설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의외의 복병으로 힘들게 구는 '여자 어른들'도 종종 본다. 울 왕비마마와도 또 다른 신인간형. ㅋㅋ 요즘 울 엄니가 걸핏하면 '너도 늙어봐라!'고 내게 장담을 하시는데,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싶은 행태의 목록을 차곡차곡 적어놓고 자주 상기하면 좀 도움이 되려나... 


아무튼 이왕이면 아름답게 늙겠다!고 결심하며 휴대폰엔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바탕에 깔아놓았다. DDP에서 오드리 헵번 전시회도 하던데 거기도 한번 다녀오고 싶고... 젊어서도 늙어서도 계속 아름답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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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버리는 게 병이다 싶은 사람으로서 삶을 깔끔하게 바꿔나가려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그 가짓수 만큼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누군가 조언을 해주었다. 반드시 동일 품목일 필요는 없지만 새로 옷을 사려면 서랍에 처박혀 있는 옷 중에서 최소 하나는 버려야한다는 얘기. 뜻밖에 뭔가 사소한 충동구매를 했더라도 집에 돌아오면 그 가짓수 만큼 옛 물건과 작별을 해야한단다. 오오 뭔가 그럴듯했다. 쓸데없는 소비와 지출은 줄이고 괜한 물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작심을 품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도 괜히 한 구석 다이소 매장에 얼씬거리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는 주제에...


암튼 새해들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만들라는 산술적인 물건 들이기/버리기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 냉장고는 원래도 한번 장 봐서 채워놓았다가 텅텅 비어 도무지 해먹을 반찬거리가 없어진 다음에나 다시 장을 보는 쪽이라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일단 갯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고 기억할 수도 없어! 


작년에 대거 등산복과 등산용품을 사들이고 나서는 당분간 옷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빨래 개서 넣을 때마다 이상하게 공간이 모자라 터져나갈 듯한 서랍장도 틈틈이 정리했더니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쌓이는 뿌듯한 삶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하다보면 수십년된 살림살이도 하나하나 정리되겠지...


그러나 두둥~ 뜻밖의 난항이 찾아왔다. 작년 연말에 부엌 수리를 홈쇼핑 상품으로 해결했더니만 나로선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사은품'이랍시고 하나하나 날아오기 시작한 거다. 처음엔 시키지도 않은 택배 아저씨의 부름에 앗, 이게 혹시 요즘 택배 배달을 가장한 범죄인가 겁도 났으나 내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다가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현관 앞에 두고 갈게요~ 외쳐주시는데 범죄일 리가 없잖아! 첫 사은품은 수저 열벌. 오옷 이건 좋다, 싶었다. 15세트쯤 명절용 수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식구들별로 죄다 무늬와 모양이 다른 평소 사용 수저를 명절날에도 짝맞춰 놓느라 진땀뺄 필요가 적어졌다는 의미. 그간 어디서 굴러온 건지도 모르면서 혹시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대체 그게 언젠데?) 마냥 갖고 있던 제각각 수저들을 다 챙겨 버렸다. 그 김에 오래된 티스푼, 안 쓰는 머그컵들도 퇴출! 얼추 새 수저 열벌과 가짓수가 비슷해졌다. 


그런데 아우쒸. 이후 상자도 어마어마하게 큰 식품 건조기와 전열판(?)이 또 배달되었다. 수저가 사은품이었던 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건조기랑 전열판은 통 본 적도 없는 느낌인데 어휴. 죄다 중국산 저가품이 뻔한데 어디 둘 데도 없고, 쓸 일도 없고! 전열판 써먹자고 삼겹살을 굽겠나, 라면을 끓이겠나 나 원 참... 울며 겨자먹기로 부엌 살림 중에서 알량하게 빈병 모아둔 것 중 두 개를 내다버렸다. 피클 담을 때 병 모자라면 어쩌나 염려하면서...  이젠 끝이겠지 생각했는데 몇주 후 또 뭔가 상자가 배달되었다. 열어보니 꾸엑~~ 이번엔 24pc 4인 식기 세트! 역시나 당연히 중국산 ㅠ.ㅠ 값싼 중국산 도자기에선 반짝반짝 광 내려고 바르는 유약에 납 같은 중금속이 많으니 웬만하면 중국산 저가 도자기 쓰지 말라고 들었는데. 아오 된장 된장. 게다가 쨍~ 하고 강추위가 찾아왔던 날 배달된 식기 세트 중에 접시 하나 꺼내서 쓸모가 있나 없나 일단 씻고보자 싶어 온수 아래 댔더니 쨍~ 바로 금이 가버렸다. 아우쒸 욕나와.... 얼마나 허접하게 만들었으면 고 정도 온도변화도 못 견딘담. 이런 후진 물건 사은품으로 주지 말고 상품 가격을 내렸어야지!! 


금간 접시는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23개의 식기들도 버려야할 것 같아 고스란히 쌓아놓았다. 그 물건 대신 다른 물건을 20개도 넘게 어떻게 내다버리나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다행인가. +_+ 아무튼 그 밖에도 보험 담당자가 뜻밖에 떡하니 선물이랍시고 샤워용품을 가져오질 않나, 볼펜과 스카프가 생기질 않나, 다른 때 같으면 그저 희희낙락 좋아만 했을 사소한 선물들도 죄다 예상 밖의 물건 들이기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당분간은 책도 사지 말고 쌓아두기만 한 새책들이나 읽어야지 싶었더니, 증정본도 날아오고 어휴... 삶은 확실히 예측불허다.  


그래도 확실히 좋은 점은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예전보다 더 망설이고 고민하고 꼭 필요한가, 이걸 갖기 위해 난 뭘 포기할 것인가 따위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3년간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으니 버린다'를 모토로 삼고도 그래도 차마 못 버리고 끼고 돌던 옷들도 꽤나 챙겨 내놓았다. 미리미리 버려놓았으니 앞으로 몇 가지는 부담 없이 들일 수 있다고 막 기뻐하면서. 계속해서 잘 들이고 잘 버리는 생활을 이어나가봐야겠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나도 궁금.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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