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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0.30 과한 욕심 8
  3. 2009.10.30 요즘 여자 21
  4. 2009.10.28 서열 20
  5. 2009.10.17 가을은 춥구나 8
  6. 2009.10.15 홍옥이 나왔다 19
  7. 2009.10.11 이상한 일 2 14
  8. 2009.10.08 내겐 아니올시다 19
  9. 2009.10.04 한가위 보름달 6
  10. 2009.09.25 제일-가장-최고 15

축의금

투덜일기 2009. 11. 5. 14:55

이번주말에 이틀에 걸쳐 축의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토요일은 돌잔치, 일요일은 결혼식.
원래 나는 주변인들의 대소사에 무조건 참석하는 편이었다. 좋은일이든 궂은일이든, 무얼 받을 걸 계산하고 미리 밑밥을 뿌린다는 생각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 인간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생일 같은 날을 챙기는 각별한 사이도 있고 <그냥 아는> 사이로 수년을 이어가다 스르르 잊혀지는 사이도 있기 마련인데, 내가 얼만큼 주었으니 또 얼만큼 받아야겠다는 계산이 깔린 관계만큼 서글픈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냥 문득 생각나고 뜻깊은 날엔 뭘 좀 챙겨주고 싶고 기쁜 일 있다면 달려가 축하해주고 슬픈 일엔 위로해주는 일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관계와 그런 감정적, 경제적 소모행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관계로 칼같이 나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청첩장이나 돌잔치 초대장을 받을 정도로 상대에게 비중있는 존재로 여겨졌다면 무조건 참석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던 과거의 나와 달리 요샌 뜬금없이 날아드는 <축의금 독촉장>이 괘씸해 버럭 화를 내는 일이 더러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번 토요일 대낮에 열리는 돌잔치를 갈까말까 고민하는 이유는, 장소가 워낙 멀고(분당선 종점이다) 혼자 가야한다는 것 때문인데 만약 장소가 강남쯤만 됐더라도 이렇게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번이 셋째인데 내가 학수고대했던 대로 공주님(!)이고, 위로 둔 두 아들 녀석도 나를 <고모>라고 부르며 함께 노는 걸 몹시 좋아하기 때문에 얼마 전엔 용인까지 가서 온 가족과 놀다 올 정도이니, 말로는 고민한다고 해도 갈 확률이 80%는 되는 듯하다. 요번에 돌을 맞은 아기공주가 태어났을 때 또 아들이면 아들 셋을 키워야하는지라 모두들 조마조마했었는데 딸이 태어나 나까지도 얼마나 기쁘던지, 그간 못해본 한풀이를 하듯 예쁜 여자아기옷을 사들여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나의 지인은 엄마 쪽이 아니라 아빠쪽임에도. 이번 토요일에 혹시라도 돌잔치에 못가게 된다면 난 아마 미안함까지 겹쳐 대신 백화점에 쪼르르 달려가 돌잔치 주인공 선물은 물론이고 그 오빠들의 선물까지 사야한다며 객기를 부릴지 모른다. 차라리 멀고 외로워도 돌잔치에 참석하는 것이 빈약한 내 주머니를 위해선 이로울 듯;; -_-

하지만 이번 일요일에 결혼식을 맞는 지인을 생각하면 날이 갈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결혼식장이 부산이라 당연히 갈 생각은 없었지만, 아마 서울에서 식을 올렸더라도 나는 누구에겐가 마뜩찮은 축의금을 들려보냈을 거라 여길 정도로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희망은 전무하다. 별로 기대할 것 없는 인물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요번 결혼식을 앞둔 그녀의 행태를 보니 참 이기적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결혼식장이 부산이면 초대하는 쪽에서 교통편을 마련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 부산 결혼식에 두세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매번 나는 새마을호(그땐 KTX가 없었다) 왕복표는 물론이고 두번은 호텔까지 잡아주어 전날 내려가거나 결혼식 당일날 신랑신부와 뒤풀이를 거나하게 한 뒤 아침에 다시 만나 해장국을 먹고 작별해 올라온 적도 있었다. 경상도 어드메쯤에서 있던 결혼식에 갔을 땐 아침 일찍 주최측이 마련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갔는데, 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우리들에게 신랑신부는 관광버스에 올라와 막무가내로 하얀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너무 멀리 오시게 해 죄송하다면서 올라가다 휴게소에서 군것질이라도 하시라는 의미라고 했다. 감격한 우리는 그 돈을 모아 간직했다가 나중에 집들이 선물 사이에 용돈으로 끼워주었고, 축의금도 주말 하루를 온통 소모한 시간도 아까운 줄을 몰랐었다.

헌데 이번 일요일 결혼식은 정말 축의금이 아깝다. 돌려받을 가능성이야 원래부터 염두에 없었으니 다 괘씸죄 때문이다. 그렇게도 최측근이며 절친임을 자랑하던 친구들에게도 그녀는 교통편을 마련해주지 않았단다. 오히려 친한 사이니까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되지 않느냐는 식인 모양이다. 물론 지기의 경우라면 나 또한 내돈들여서라도 축하해주러 달려갈 용의가 있을 것도 같다. 간 김에 부산구경이나 하자, 그러면서 들뜬 여행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초대할 때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이 돈독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축의금을 들려 보내려고 내가 아는 그녀의 측근들을 접촉해보니, 그들 역시 마음이 몹시 상해 자기네도 갈지 말지 모르니, 축의금을 보내려거든 본인 계좌로 보내라고 권했다. 최측근에게도 <일단 부산에 내려오면 좀 보태주든지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니 대체 결혼식을 앞둔 신부로서 진정한 축복을 받고 싶기는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나 정말로 꿩먹고 알먹고, 호텔 밥값은 줄이고 축의금만 낼름 받아 챙기려는 이기심의 발로는 아닌가 하는 쪽으로 심증이 굳어지는 중이다.
어쨌거나 이번 결혼식 이후로 다시는 연락올  가능성이 없음을 간파한 나는  <옛다, 먹고 떨어져라>하는 심정으로 축의금을 보내기 위하여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축의금 전달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 하니 민망하지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언니.. 민망해하지 마세요! 계좌로 마니들보내셨어요..ㅋ저도첨엔참민망했는데..^^>
다음 메시지엔 당당히 계좌번호가 날아왔다.
생각해보니 축의금을 신랑신부 본인의 계좌로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_+
작년엔가 울산에서 결혼한 후배의 경우엔, 본인이 싫다는 걸 억지로 주소를 물어 우편환을 보내긴 했었다. 직접 가보지 못하는 대신 미안함과 축하의 말을 담은 카드를 써서 우체국에 가 전신환으로 바꾼 종이를 넣고는 등기로 부쳐야 했는데, 그런 잠깐의 수고도 거치지 않은 <인터넷 축의금 송금>이라니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일생일대의 대사를 앞둔 신부로서 그렇게라도 축의금을 챙기고 싶었을까?

그렇게 찝찝하고 불쾌한 관계라면 축의금도 보내지 말고 무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이것으로 완전히 청산될 관계라면 내쪽에서 조금도 찜찜하지 않게 개운한 마음으로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 전 인터넷 송금하며 괘씸하고 불쾌했던 마음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 OO야, 소원대로 X사 부인 되었으니 잘 먹고 잘 살렴. 앞으로 다시는 우리 서로 연락하지 말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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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욕심

투덜일기 2009. 10. 30. 16:25

....은 화를 부른다. 명언이다. ㅠ.ㅠ
그동안 매주 장보러 갈 때마다 만원어치씩 사와 먹은 홍옥 사과가 <너무> 맛이 있었다. 홍옥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적당히 새콤하고 달콤하고 과즙 많고 빠알갛고 크기도 하나씩 깨물어 먹기에 적당했다.
10월이 끝나가며 나는 조바심이 났다. 11월 되면 이제 홍옥은 안나올 텐데!
해서 지난 수요일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홍옥을 한 상자나 사들였다. 선물용으로 나오는 복숭아나 포도 상자와 달리 홍옥 상자는 엄청 크고 70개도 넘게 들었더라. 복숭아 사건 이후 새로 뚫은 그 과일가게에서 여름부터 주욱 과일을 사다먹었고, 홍옥도 그간 벌써 3주째 먹어왔던 터라 당연히 믿고 사왔는데;;;
유난히 빨간색이 진한 요번 홍옥은 어째 맛이 좀 달랐다. 단맛은 좋은 편인데 아삭거리는 과육의 질감이 그간 먹어온 홍옥과 전혀 다른 거다. 약간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홍옥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홍옥에는 못미치는 사과의 맛.
만 하루 이상 고민을 하던 나는 (이미 10개 이상 먹어 치우거나 공주네 집에 싸줬다) 도저히 한달 내내 홍옥을 먹으며 찜찜하고 불행해지기가 싫어서 밤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아 조금 전 사과상자를 다시 채워 차에 싣고 과일가게엘 찾아갔다.
처음부터 대판 싸울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홍옥의 맛이 아니니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돈을 더 주고라도 바꿔오려던 것이었는데;; 단박에 거절당했다. ㅠ.ㅠ
이제 더는 홍옥사과가 나오지 않는단다. 정말로 드넓은 도매상 과일 좌판에 남은 홍옥사과는 딱 한상자밖에 없었는데, 내가 사온 것과는 크기가 달랐다. 바꿔줄 홍옥이 없다며 아줌마는 더 이상 나를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다른 손님을 맞았다. 일단 과일가게 앞에 차를 세워놓고 사과상자는 아직 트렁크에서 꺼내지 않은 채 먼저 물어보긴 했지만, 민망하고 좌절스럽고 속상하고 화나고... 
쭈삣쭈삣 돌아서서 그냥 돌아와 다시 무거운 사과상자를 들고 낑낑대며 이층으로 올라왔다. 젠장.
욕심을 부린 탓에 올 가을엔 11월에도 홍옥사과를 음미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마 한달 내내 계속해서 안타깝고 속상해할 게 틀림없다. 홍옥사과의 진수는 이 맛이 아닌데, 더 아삭거려야 하는데.. 그러면서. ㅠ.ㅠ
역시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적당히 욕심을 부렸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 맛있는 홍옥을 한 상자 살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던 거 아닌가!? 다 욕심쟁이 과일장수 아줌마 탓이다 뭐! 어흑...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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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자

투덜일기 2009. 10. 30. 15:08

얼마 전 방송계에 복귀한 개그맨 이성미가 방송에서 얼핏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 바닥에서 자기가 너무 오래 돼 화석 같은 존재가 된 느낌이라는 하소연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얼핏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차가 꽤 나는 지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울 엄마나 아버지가 그 옛날 피난 갔을 때 경험담을 들으며 보였던 신기하고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예를 들면,
"나 어렸을 땐 달걀이 귀하고 비싸서, 외삼촌 따라 달걀 프라이 하나 간식으로 얻어 먹는 게 엄청난 행복이었지..."
"어린이날 되면 학부형들이 학교에 와서 줄줄이사탕, 라면땅  같은 과자를 선물로 나누어 주었는데, 새로운 엄마들이 학교 운동장에 나타날 때마다 다들 목을 쭉 빼고 누구 엄마일까 기대를 했다니까..."
"옛날엔 전화세가 워낙 비싸서 우리집에도 처음 전화가 생긴 게 나 중1 때였나 그랬어.."
같은 이야기들.
우리 조부모님 세대와 부모님 세대만 파란만장한 시대의 변천을 겪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으로 따지면 누구나 파란만장한 시대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어느덧 나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순히 공유하기 어려운 추억 때문에라도 점점 나이든 세대로 떠밀려나고 있는 기분이고, 특히 <요즘 여자>의 범주엔 도무지 들어갈 자신이 없다.

가끔 연애 중인 남자 후배들한테 <요즘 여자애들 왜 그래요?>라는 푸념 섞인 질문을 받곤 하는데, <요즘 여자>가 다 그런 거 아니라고 버럭 호통을 쳐주긴 하지만 나 역시 <대다수의> 요즘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에서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이름으로 풍자하고 꼬집는 요즘 여자애들의 세태에 나도 웃음지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내 눈에도 그들이 못마땅하기 때문일 거다. 어렵사리 연애를 시작한 남자 후배들은 연봉의 고하를 막론하고, 연애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멋있고 맛있는 곳으로 <다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확보해 놓아야함은 물론이고, 차 없이는 데이트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데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당연히> 명품가방이나 구두, 최소한 지갑이나 명품 귀고리라도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비위를 맞추려니 경제적인 타격도 엄청나고 가치관마저 뒤흔들릴 지경이라나.
"안 그런 여자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골빈당하곤 당장 헤어져!"라고 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건전한 사고를 지닌> 여자애들을 소개해줄 것도 아니고 그럴 만큼 그들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도 없으니 같이 한숨을 쉬어주는 것밖엔 별 도리가 없다. 게다가 그런 줄 몰랐는데, 차츰 이른바 <된장녀>의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인들도 꽤 되는 마당이라, 역시 나는 이 사회에서 확실히 소수에 속하는 삐딱이구나 싶은 생각이 더 강해졌다.
얼마 전에 만난 후배와도 10년 가까이 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나와 비슷하게 소박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여겼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예전의 소박함은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가 덜 허락되었기 때문이었고, 이젠 어느 정도 수입을 갖추고 나더니 보란듯이 명품족의 반열에 올라섰다. 처음 그녀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로고 선명한 <루이뷔통> 숄더백을 들고 나왔을 때 난 눈쌀을 좀 찌푸렸지만, <튼튼하고 편하고 스타일이 산다>며 자화자찬을 하는 후배에게 <난 명품 좋은 줄을 모르는 촌닭이라서 잘 모르겠다>고만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 다음에 만났을 때도 알록달록 로고가 선명히 찍힌 앙증맞은 명품 핸드백을 들고나오더니, 얼마전엔 또 다시 새로운 명품가방에다 페라가모 구두까지 신고 나와선 명품 예찬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급기야 겨울 부츠를 사고 싶은데 이왕이면 남들과 차별화되게 명품으로 신겠다며, 페라가모, 디올, 프라다, 루이뷔통, 구찌, 버버리까지... 명품관을 죄다 섭렵하며 부츠를 신어보고 아직 시기가 너무 일러 수입도 되지 않은 부츠의 가격을 살폈다. "언니도 페라가모 구두 한번 신어보세요, 진짜 편해요!"라면서...

명품구두를 선호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자동차 데이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구두는 어디나 카펫이 생활화되어 있는 서구식 생활에 맞춰 나온 신발이라 밑바닥이 몹시 얇아 우리나라처럼 맨바닥이 지천인 곳을 마구 걸어다니면 한달도 안 돼 바닥이 닳아버릴 테니까. 그래서 다들 밑바닥을 덧대어 신는다는데, 과연 그런 구두가 편해봤자지 나 같은 청바지 인생에게 운동화보다 편할까?
꼭 갖고 싶은 예쁜 물건이 있는데 그게 마침 명품이라 선택하는 것을 뭐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 역시 나만의 멋진 가방을 꿈꾸던 시절, 정말로 마음에 꼭 차는 가방이 명품밖에 없다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살 수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넓혀놓은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명품 가방 몇 개 없으면 체면과 품위가 안선다고 생각하며 카드빚을 갚느라 돌려막기에 허덕이면서도 명품만 찾는 요즘 젊은 여자들의 생각을 나는 정말이지 이해 못하겠다.  
얼마 전 연애 100일을 맞아 커플링을 하게 된 후배는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청했는데, 연애 조언을 하기엔 너무도 늙어버린(!) 나는 괜히 쓸데없는 고민 하지 말고 여자친구랑 의논해서 정하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록 내가 <요즘 여자>의 범주엔 들지 않을망정, 촌스런 남자의 안목으로 고른 이상한 커플링을 끼고 싶어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쯤은 안다 이거지. 아니나 다를까, 그 여자애는 금은방이나 악세서리 체인점의 커플링을 단박에 거절하고, <티파니> 반지를 껴야한다고 했단다. -_-;; 물론 티파니 백금반지를 사줄만한 재력이 안 되는 후배였기에 그 커플은 <티파니 은반지>로 커플링을 장만했고, 그 돈이면 금은방에서 충분히 금반지를 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던 후배는 나에게 또 한 번 <요즘 여자애들 대체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오드리 햅번의 우아한 자태가 인상적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 이후, 웬만한 여자들이 품고 있는 티파니 선망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오드리 햅번도 만날 커피들고 빵으로 아침 먹으며 티파니 쇼윈도를 구경만 했단 말이지!!
이왕이면 웨딩드레스는 <베라왕>을 입으면 좋겠다는 말을 슬쩍 흘렸다는 그 여자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가 연예인인 줄 아나봐! 니가 내 동생이었으면 그런 정신나간 미친년하고는 당장 헤어지라고 조언하겠다만, 니가 알아서 해라."고.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라 여기저기 청첩장도 날아들고 다행히 소문만 듣고 지나도 되는 결혼식의 소식도 들려오지만 <요즘 여자>들의 결혼풍속도 역시 천편일률적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면야 당연히 초호화판으로 치를 것이고, 심지어 전세금이 모자라 월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한이 있어도, 결혼식장은 반드시 <호텔>이거나 <호텔급>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단다. 그러고는 몇년간 통 연락도 않던 이들에게 축의금 확보를 위한 전화를 해대고, 결혼식 이후엔 당연히 입을 싹 닦듯 다시 연락을 끊는다. 심지어 아주 괘씸했던 어느 인간은 축하객은 안오고 축의금만 보내주는 것이 자기에게도 이득이라고, 7만원에서 1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결혼식 밥값을 생각하면 자잘한 축의금 봉투 들고 어중이떠중이 다 오는 것도 반갑지 않다고 했단다. 결혼식도 장사하듯 계산속을 보이는 인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 여자애들> 정말 무섭다. 얼마 남지 않은 반갑지 않은 결혼식의 주인공도 분명 그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방에 연락은 했으되, 멀고 먼 지방 결혼식까지 가야하는 친구들의 편의는 나몰라라 하는 그녀의 과거 행적을 감안해볼 때, <니들이 손수 비싼 차비 들여 올테면 오고 못 그러겠으면 양심상 축의금만 보내라>고. 흥!

더욱 슬픈 건 저런 <요즘 여자>들이 죄다 그럭저럭 <요즘 엄마>가 되어 돈과 경제적 성공밖에 모르는 천박한 사고방식으로 아이들 교육을 시킬 거라는 점이다. 보나마나 뻔한 악순환의 연속. 안 그런 요즘 여자들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싶지만, 이젠 정말 잘 모르겠다. 난 이제 확실히 옛날 여자란 것만 확실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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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일기 2009. 10. 28. 22:05

인구중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애완동물, 반려동물 키우기가 대유행인 요즘엔 나처럼 애완동물 싫어하는 인간이 정말 드물다. 아주 가끔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반감 및 공포를 갖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안타깝게도 주변인들 가운데 팔구 할은 나의 이런 생각을 못마땅해 한다. "애완동물이 얼마나 귀여운데! 이 매정한 인간아!"라고 하면서...
하지만 나는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모든 동물이 다 무섭고 귀찮고 싫다. -_-;;
어렸을 땐 우리집에도 개를 기른 적이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깨끗하게 목욕시켜 상전 모시듯 하는 애완견 말고 마당에서 풀어놓고 기르며 집을 지키게 하는 그야말로 잡종견, 똥개였는데 생긴 것만 따지면 사실 잡종견이 어릴땐 더 예쁘다고 들은 것 같다. <캡틴>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 개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외모가 봐줄 만 했던 것 같다. 엄청난 먹성으로 순식간에 커버린 뒤 디룩디룩 살이 붙더니 낯선 사람한테는 안짖고 아침마다 빨랑 밥달라고 울 엄마를 깨울 목적으로 짖어대거나,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다고 괜히 짖어대는 바람에 결국엔 이웃들의 원성을 사 어디론가 팔려가는 슬픈 운명을 겪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식구들은 대체로 개를 싫어해서 누구 하나 애완견을 기르자고 나서는 이가 없었기에 집안의 평화는 주욱 이어져올 수 있었다. 십수년전 동네 약국 아줌마가 키우던 애완견이 늘 홀로 집을 지키며 외로워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마당 넓은 집에 사시는 우리 외삼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잠시 그 개를 맡아야했던 적은 있었던 듯하다. 괴로운 악몽이어서 얼른 지워버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낯선 집에서 밤새도록 낑낑대며 울어대는 그 개가 무서워서 나는 방밖에도 못나갔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제 아무리 예쁜 애완견도 내 눈엔 무섭고 귀찮고 징그러운 존재로만 비치니 어쩌란 말인가. 혹시라도 애완동물을 기르는 지인의 집에 가게 되면 나는 정말 오금이 저린다. 가끔씩 친해져보겠다고 놈들이 와서 내 발목에 몸을 비벼대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온다. 
고양이는 워낙 도도한 동물이라 낯선 사람이 가면 경계만 할 뿐 엉겨붙지 않아 무서움의 정도는 똑같아도 봉변당할 일은 없는데, 개들은 왜 그렇게 들러붙는 존재인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쓰다듬어 달라고 달려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그런 태도를 나에 대한 공격이자 도전으로 보기 때문에 비명부터 지르게 되고 막 호통을 치거나 (만만하게 생겼으면) 무조건 달아난다. 
헌데 웃기는 건 그놈들도 순식간에 나와의 서열관계를 파악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들을 무서워하는 걸 간파한 개들은 대번에 이를 드러내며 무시무시하게 짖어댄다. +_+ 그럼 나는 더욱 분노와 공포가 솟구치고, 애완동물 혐오증의 정도도 깊어만 갈 뿐이다. 아 왜 인간이 개랑 같은 방에서 지내야하는 건데!!! 나는 애완견이 방안을 뛰어다닐때 들리는 발톱 부딪치는 소리마저 소름끼친다. 뜨뜻한 몸과 털 밑으로 느껴지는 앙상한 뼈의 감촉도 싫고... 어린 아기랑 다를 게 뭐냐고 타박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내게는 엄연히 다르다! 아가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개털도 안빠지고 나를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지.. (아기 싫어하는 사람에겐 또 이런 나도 똑같이 이상해보이겠지만서도 ㅋㅋ)

암튼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얼마 전 공주네집에 애완견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것. 시집오기 전 큰올케는 애완견을 키우기도 했었고 워낙 개들을 예뻐하는 데다 조카들도 툭하면 개를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는 하고 있었다. 해서 <혹시라도 니들이 개를 기르게 되면 나는 절대로 니네 집에 가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그런 날을 하루라도 지연시키려 했었으나, 약발과 권위가 결국 떨어진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난 이제 니네 집에 안간다> 아니 <못간다>고 선언한 뒤 명절과 제사 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중이었는데 (애완견이 있는 집에서 심지어 잠까지 자야하다니! 허걱!) 놀랍게도 오늘 공주네 개가 우리집으로 쳐들어왔었다. ㅠ.ㅠ 낮에 먼저 버스 타고 왕림한 공주 남매를 데리러 저녁에 온 올케가 예고도 없이 개를 안고 (강아지님이 하루종일 낮잠을 너무 자서 더는 못자게 하려고 데려왔단다) 등장했던 것! 나와 놀고 있던 조카들은 <파랑아~~~!!>를 외치며 더욱 신이나  희희낙락이었고, 강아지 또한 낯선 공간을 탐험하느라 신이 나서 돌아다녔지만... 내 반응이야 뭐 뻔한 것 아니겠나.
내 옆에 오게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으나, 심술공주는 개를 안고 자꾸만 나에게 들이대고 (좀 쓰다듬어주란다) 내가 지를 무서워한다는 걸 깨달은 이놈의 강아지는 기막히게도 집주인인 나에게 마구 짖어댔다. 송곳니까지 드러내면서... 올케와 공주는 몹시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그놈의 강아지가 여지껏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상대는 막내인 지환이밖에 없었는데, 감히 고모를 무시하려 든다면서.

전에도 겪어본 일이지만 새삼 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져, 애완견에 대한 생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감히 한살짜리 강아지놈이 나를 우습게 보다니! 올케들이나 왕비마마는 가끔 나를 제 친구들 다루듯 막 갖고 노는 조카들을 혼내며  <키는 작아도 우리 집에서 할머니 다음으로 높은 사람이야. 아빠랑 엄마보다도 누나이고 언니야. 그러니깐 고모한테 함부로 하지마>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 공주네 식구들이 부디 그놈의 강아지에게도 저런 교육을 시켜주길 빌뿐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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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춥구나

투덜일기 2009. 10. 17. 17:54

털갈이 모드에 접어든 듯 유달리 빠져대는 머리칼을 보면서 진즉부터 가을이라 생각은 했었고 아침저녁 보일러를 틀고 산지 꽤 됐으면서 정말로 얼마나 날이 서늘해졌는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장보러 잠깐씩 나가거나 왕비마마의 병원 보필 외출은 늘 낮이었기에 티셔츠 한장만 입어도 꽤나 더워 10월도 벌써 중순에 접어들었다는 건 날짜로만 인식했지 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최저기온이 얼마나 추운 건지 모르고 살았나 보다.
어제 간만에 밤외출을 하며 티셔츠 위에 나름대로 겉옷을 하나 더 입고 스카프까지 둘렀건만, 난데없는 비까지 쏟아진 날씨는 나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추위>였다. 그렇다고 계속 덜덜 떤 것도 아니었고 간혹 약간씩 한기를 느꼈을 뿐인데, 자고 일어나 보니 목이 부었다.
사실 약간의 콧물을 동반한 감기 기운은 꽤 오래 느끼고 있었는데 목까지 부으니 돌연 서글프다. 이젠 정말 추워지겠구나 싶어서. 생각해보니 가을 초입에 해야하는 옷장 서랍 바꾸기를 아직도 미뤄두고 있었다. 앞으로 입어야 할 계절 옷을 화장대 서랍으로 옮기고 여름옷은 장농 서랍으로 집어넣어야 하는데... 해마다 그 행사를 10월쯤 치른 것 같긴 한데, 올해는 게으름 부리다 특히 늦어진 모양이다.
털이 복슬거리는 두툼한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적잖은 거리에서 홀로 여름 장마 패션 같은 얇은 옷만 입고 돌아다니려니 뒷골이 더욱 서늘해지는 느낌. 마음도 스산한데 옷이라도 뜨뜻하게 입고 다녀야지 마음먹었다. 하지만 환절기엔 정말이지 옷을 어떻게 입어야할지 모르겠다. 변온동물화 되어가는지 조금만 더워도 못견디겠고 조금만 추워도 덜덜 떨리니 원.. 두툼한 스웨터를 껴입은 이들도 적지 않던데 벌써부터 그런 옷을 입고 실내에 들어가면 난 아마 땀을 벌벌 흘릴 거다.
칩거생활을 끝내고 슬슬 활동을 개시하려면 제대로 옷부터 꺼내입어야 하는데, 청소가 귀찮아 아직도 마루에 놓여있는 선풍기를 보자니 내 마음은 아직 여름을 보내기 싫어하는 건가 싶다. 어쨌거나 스산한 오늘은 대낮부터 보일러를 팍팍 돌리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렇게 쓸쓸한 가을엔 지구와 환경을 염려할 마음의 여유가 안생긴다. 몸이라도 따뜻해 지고 싶단 말이지! 
어쨌거나 새삼 깨달은 결론. 가을은 춥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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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이 나왔다

투덜일기 2009. 10. 15. 16:42

일주일 만에 장을 보러 갔더니 그새 홍옥이 나왔다! 빨리 홍옥을 사다먹을 욕심에 장을 보는 내내 조바심이 났다. 나의 식탐은 성격이 좀 오묘해서 고기와 생선류를 비롯한 음식에는 그저 뭉뚱그려 막연하게 <먹고 싶다>는 열망을 품는 반면에 과일류는 종류를 <콕 찝어서> 먹어야한다는 열망이 타오른다.
며칠 전부터는 그렇게 귤이 먹고 싶었다. 거의 매일 사과를 먹고 있던 터라 특히 비타민이 부족할 리도 없는데, 옛날처럼 한 박스 집에 쟁여놓고 손바닥 노래지도록 마냥 귤을 까먹고픈 욕망에 사로잡혔던 것. 요즘에 나오는 귤은 조생귤이라고 해서 껍질도 말랑말랑 좀 잘 까지겠나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장보러 가서 귤을 사와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과일가게에 홍옥이 쌓여있는 걸 본 나는 광분해서 홍옥부터 잔뜩 담으라고 하고는 그래도 못내 아쉬워 귤도 한 보따리 사왔다. 모녀가 둘다 식탐도 많고 영양따져 골고루 먹어야하는 왕비마마 덕분에 우리집 엥겔계수가 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대충 일주일치 과일값이 일주일치 식료품 금액의 4분의 1이다. 어휴...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더라>며 먹는 것에는 절대 아끼는 법이 없는 나도, 카드로 결제하는 마트 비용은 그러려니 하는데 과일값을 현금으로 내려면 약간 손이 떨린다. 좀 전에 산 생선이며 채소 같은 반찬 가격과 대비하면 확실히 과일 값이 비싼 것 같아서...
하지만 집에 돌아와 얼른 홍옥을 씻어 와그작 깨물어 먹으니, 바로 이맛이다!
바야흐로 홍옥의 계절. 얼른 다 먹고 담주에 장보러 가면 또 사올 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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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2

투덜일기 2009. 10. 11. 16:05

오래된 주택가의 오래된 집에 살다보면 난데없이 날아든 벌레와 조우하는 경우가 많다.
벌레 쪽에서 생각하면 참 재수없게 걸려든 셈인데, 분명 밖이 빤히 보여 탈출을 시도하려고 달려들면 보이지 않는 벽이 막아서니, 유리에 온몸을 던지듯 비행하다 내는 그들의 소리는 아무리 미약해도 처참하다.

며칠 전 저녁에 들려온 소리도 딱 그런 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집안에 침입해 나갈 곳을 찾아 이리저리 벽과 문에 몸을 부딪쳐대는 노린재나 벌, 파리가 내는 소리...
뒷베란다로 통하는 쪽문 근처에서 나는 소리의 방향은 알겠는데 아무리 천장과 문 주변을 살펴도 문제의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날벌레가 유리창에 몸을 던지는 소리는 붕~ 하는 비행음과 함께 톡 소리가 나는데, 이번엔 좀 다른 소리였다. 톡..톡.. 마치 누군가 일부러 문을 살며시 두들기는 것처럼 연달아 나는 소리는 흠칫 놀란 내가 다가가면 사라졌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면 다시 들려왔다. 톡톡..

돌연 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뒷베란다로 이어지는 쪽문을 쳐다보다 드디어 내가 발견한 것은 유리문 아래쪽으로 어른어른 비치는 작은 연두색 형체. 연두색 생명체는 정말로 내게 문을 열어달라는 듯 팔을 들어 문을 두들겼다. 톡톡. 그러고는 숨바꼭질을 하듯 몸을 숨기더니 한참 뒤에 다시 유리문에 매달려 팔을 들었다. 톡톡.

1초쯤 되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 가능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SF 영화에서 본 연두색 소형 우주인? 설마... 그럼 개구리? 집근처엔 개울도 없는데? 아직 동면 들어갈 때 안 됐나? 쥐가 연두색일 리는 없고? 혹시 돌연변이?
자꾸 톡톡 유리문을 두들겨 대는 건 신경에 거슬렸지만, 두려운 마음과 호기심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나는 결국 가장 두려운 가능성, <돌연변이 생쥐>는 아닐 것이라고 마음을 달래며 결국 문을 열어보았다. 문 열어달라고 청하듯 톡톡 문을 두들겨대던 괴생물은 내가 문을 확 열자 후다닥 문설주 쪽으로 달아났는데...
격자무늬가 들어간 반투명 유리문 때문에 확대효과가 생겼던지(아니면 놀란 내 머리가 순간적으로 시각영상을 왜곡시켰거나)  실물은 유리문 안쪽에서 보던 것보다 작았고, 기다란 팔을 들어 유리문을 두들겼던 녀석의 정체는 바로 <사마귀>였다. 연두색으로 보였던 건 녀석의 배부분이 방안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었고, 사람처럼 곧추 서서 팔을 들고 문을 두들겼다고 생각했던 사마귀의 앞다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굵지도 않았다. 물론 일반 사마귀보다는 훨씬 덩치가 큰 녀석이긴 했다. 길이가 10센티미터도 넘고 몸통도 굵어 도대체 어떻게 뒷베란다로 들어왔을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보일러 배기통 주변에 유리가 벌어져 있긴 하지만 그 사이로 기어들어오긴 힘들었을 것도 같은데...

사마귀가 익충인지 해충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나는 가지치기 때 사두었던 손바닥에 빨간 고무를 입힌 목장갑을 얼른 꺼내왔다. 맨손으론 못잡을 테니 두툼한 장갑을 끼고서라도 얼른 붙잡아 밖으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메뚜기처럼 펄쩍 튀어 달아나면 어쩌나 염려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어딘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인지 원래 사마귀의 동작이 그렇게 굼뜬 것인지 녀석은 별 요동없이 얌전하게 내 손에 잡혀들었고, 나는 얼른 방충문을 열고 들꽃이 잔뜩 피어 있는 집 뒤쪽으로 녀석을 던져버렸다. 

이상한 일이라고 포스팅한 기억도 있는 지렁이가 며칠 전에도 또 다시 목욕탕 바닥에 출현하더니만 이번엔 사마귀가 유리문을 다 두들기고 나 원 참... 별일이 다 있다. 가을에 접어들어 먹을 게 부족했거나 혹시 죽을 자리를 찾으려던 사마귀였던 건 아닌가 검색을 해보니, 크기로 보아 그냥 사마귀가 아니라 왕사마귀란다. 보통 사마귀는 싸움꾼 같은 생김새 답게 11월까지도 생존한다는데, 덩치 큰 왕사마귀는 10월까지만 산다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그 녀석은 대체 어쩌다가 남의 집에 들어와 감히 인간에게 문을 열라고 두들겨댔는지. 
문득 어린 시절 메뚜기를 잡아다가 애완용으로 길러보겠다며 네모난 각휴지 통이나 박카스 상자에 풀과 함께 넣어 두었던 기억이 났다.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메뚜기가 죽어버리는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풀을 바닥에 푹신하게 깔아주고 숨구멍도 더 많이 뚫어주고 먹을 물까지 넣어주어도 메뚜기는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늘 죽어버렸고, 그 뒤로는 메뚜기를 잡았다가도 조금 데리고 놀다 그냥 놓아주었던 것 같다. 물론 어린아이들의 손을 타 어딘가 부상을 입었을 메뚜기가 무사히 한철을 살아냈을지는 알 수 없다. 장갑 낀 손으로 한껏 힘을 빼고 잡긴 했지만, 며칠 전 내가 잡았던 사마귀도 어딘가 속으로 병이 들어 자유를 찾자마자 비실비실 죽어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부디 그러진 않았기를... 
어디나 걸핏하면 무너뜨리고 새로 짓고 파헤치는 세상이다 보니 나에겐 사마귀 한마리, 지렁이 한마리도 귀하게 느껴진다. 메뚜기와 사마귀, 호랑나비는 그 옛날 우리집 마당에서 수시로 보던 곤충인데 요즘 아이들은 과학 체험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으니 원... 세상 자체가 이상해진 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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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패션은 20년 주기로 돌고돈다는 말이 있고, <복고풍>이란 말이 패션계에선 단 한시즌도 빠지질 않는 걸 보면 아무리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해봤자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워낙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결국 옛것에 약간의 변형을 가미해 새로운 척 내미는 시도가 되풀이될 수밖엔 없나보다. 옷장엔 한가득 옷이 들어 있어도 계절마다 옷타령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백화점이든 거리의 옷가게엘 나가봐도 선뜻 사고픈 옷은 그리 많질 않다. 나로선 신체특성상 소화할 수 없거나 소화할 마음이 없는 옷들을 제외하고 나서 어렵사리 골라보면 결국 이미 갖고 있는 옷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저 본인이나 <새옷>이라는 기분만 낸다뿐이지 남들이 보면 아마도 십수년째 만날 똑같이 우중충한 옷만 입고 다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기야 뭐든 잘 못 버리는 성격인 데다 옷 욕심이 많기 때문인지 20년 묵은 옷가지들까지 끌어안고 살아가는 인간이니, 십수년째 똑같은 옷만 입는다고 누가 손가락질해도 전혀 할말은 없다. 오히려 20년 전에 입던 옷이 아직도 더러 몸에 맞는다는 게 자랑스러울 뿐!

20년 전에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20년전에 이미 대학생이었던 나는 요즘 최고 유행이라는 패션경향을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 옛날 나도 어쩔 수 없이 입고 다니긴 했지만 이후 촌스럽다고 외면했던 유행이 정말로 다시 되돌아왔구나 싶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샌 유행의 폭이 넓다고나 할까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위기라서 아무리 한 가지 스타일이 유행해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 참 다행스럽다. 제 아무리 몇년째 스키니진이 유행이지만, 스키니진이 아닌 바지를 찾아 입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란 뜻이다. 과거엔 정말로 한 가지가 유행이면, 신상품은 죄다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 같다. 말만 달라졌지,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진>은 그 옛날 <빽바지>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나도 소싯적에 선택의 여지 없이 사입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 물론 지금처럼 밑위길이가 짧동하진 않아서, 허리까지 올라가는 <배바지>에 가깝긴 했지만, 청바지나 진바지는 물론 교복바지까지 통좁게 줄여입고 다니는 고등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넣고 꿰매입은 듯한(울 엄마의 표현이시다)> 몸에 밀착되는 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지천이었다. 그나마 요샌 다른 모양의 바지도 사입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워낙에도 너도나도 똑같이 입고 다니는 집단유행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데다, 최신유행 패션을 열렬히 따를 만한  신체조건을 타고나지도 못했기 때문에 당대 유행하는 패션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무슨 옷이든 그저 내눈에 <예뻐> 보이면 그만이란 얘기다. 물론 첫눈에 아무리 <예뻐> 보여도 조만간 거리에 물결처럼 반복되는 패션이라면 일단 마음에서 제외된다.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면, 나는 두번다시 그 옷을 입고 싶어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인데, 어떤 이는 똑같은 옷을 입었더라도 상대가 멋쟁이라면 스스로 대단히 뿌듯함을 느낀단다. <역시 유행과 패션을 아는 사람끼리는 통한다>고 생각한다나.  -_-; 작년 가을부터 요맘때면 계속 체크무늬 셔츠가 유행이라지만 나는 좀처럼 사 입을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너무 흔해빠진 체크무늬 말고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예쁜 체크무니 셔츠를 사입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아직 그런 체크무늬는 발견하지 못했다;), 워낙 유행이라 똑같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누군가를 맞닥뜨릴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요즘 유행이라는 패션 가운데 내가 참아줄 수 있는 건 스키니진과 체크무늬 셔츠 정도인 것 같다. 하나같이 외래어라 더더욱 마음에 안드는 <2009 A/W 핫트렌드 패션>은 내눈엔 정말 아니올시다다! 나 같으면 거저 준다고 해도 안입을 옷들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달고 언론의 조명을 받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 가까운 지인이 입고 나타난다면 당장 말리고픈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해도, 나로선 좀체 이해할 수 없는 요즘 유행패션을 골라봤다. 어디까지나 따분함을 피해보려는 소치이니, 혹시 이미 소장했거나 소장할 마음을 먹은 지인들이 있다면 그러려니 하시길. 부디 나 같은 삐딱 촌닭과 만날 때만 선보이지 않으면 될지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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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

투덜일기 2009. 10. 4. 21:37
대보름날도 그렇고 추석날도 그렇고 달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달에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특히 추석날엔 바글바글 모여들었던 친척들이 돌아가는 밤중에 모두 떼로 몰려나간 김에 너도나도 소원을 빌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그래서 해마다 이번 추석엔 달을 볼 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날씨예보에 한쪽 귀로라도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해마다 비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지만서도.  

이번 추석엔 지역에 따라 달 보기 어려울 거란 말을 듣고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늦은밤부터는 아예 천둥번개까지 치며 굵은 비가 내려 올해부터 점심만 먹고 일찌감치 헤어져 돌아오길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어제 저녁 휘영청 밝은 달이 떴더라도 나는 달구경을 포기했을 것 같다. 친척들 배웅 나갈 때야 당연히 몸을 움직이겠지만,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다 말고 굳이 달구경하겠다고 밖으로 나갈 만큼 부지런한 인간형은 절대 아니잖아! 게다가 왕비마마의 엄청난 코골이와 공주마마의 험한 잠버릇 사이에 끼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추석을 맞은 무수리는 다른 해보다 별로 고될 것도 없는 명절노동 끝에 거의 실신지경이라 어제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선 씻지도 못하고 쓰러져 시체처럼 잠을 자고 또 자야했다.

끼니를 두번이나 걸러가며 잠을 자고 일어나 온종일 빌빌대다 재활용 쓰레기도 내다버릴 겸 달구경하러 초저녁에 밖으로 나갔더니 낮에 쨍쨍 해가 났던 것과 달리 다시 또 하늘이 흐려졌는지 달은 자취도 볼 수가 없는데, 은근히 섭섭했다. 의미를 두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구경하는 날이 일년에 몇번 안될 텐데 그 귀중한 날 가운데 하루를 놓친 것만 같아서...

지금도 달을 보면 어른어른 안에 들어 있는 그림자에서 분화구나 지구 그림자를 찾는 대신 방아찧는 토끼의 자태를 찾아보려고 굳이 애쓰는 나의 태도는 과거에 대한 향수일지, 단순한 청승스러움인지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구경 못했어도, 체중계에 올라가본 결과 명절 과식의 뒤끝이 그리 혹독하지 않으니 얼굴이 달덩이 되는 일은 피했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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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가장-최고

투덜일기 2009. 9. 25. 16:59

원래 우유부단한 인간임은 알고 있었으나 이젠 둘 중에 고르는 걸 어려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일 좋거나 싫은 것, 최고로 마음에 들거나 싫은 것조차 꼽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하다못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고 물어도 대답을 못하겠다.
5월의 신록빛깔, 연한 하늘색, 진한 청보라색이 떠오르지만 그게 옷색깔이라면 또 마음이 달라져서 사람들이 스님 옷이냐고 타박할 정도로 희끗희끗한 회색, 잿빛이 좋고, 검정색도 빠뜨릴 수 없다. 물감색깔 중에 고르라면 아직도 노랑색을 고를지도 모르겠고...
그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헐.. 이것도 어렵다. 식탐녀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는 건 고문이잖아! 일주일 동안 세끼 계속 먹어도 좋을 듯한 음식을 고르면 되겠지만, 불행히도 나에게 그런 음식은 없다. 다 잘먹긴 하지만 음식에 관해서도 잘 질리고 변덕이 좀 심한가. 안 질리는 걸 고른다고 '잡곡밥'을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을 순 절대 없는 일... 난감하다.  
마찬가지로 제일 좋아하는 음악, 가수나 밴드, 배우, 최고로 꼽을 만한 영화나 여행지 따위를 정하라고 하면 난 공황상태에 빠져들 것 같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이런 기분일 땐 이게 좋은데 또 저런 기분일 땐 저게 더 낫고, 이게 좋은가 싶으면 저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는 얘기다.

비틀즈의 리마스터 앨범 발매기념으로 각자 제일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를 10곡 20곡씩 뽑는 이웃을 보며 나도 한번 골라볼까 하다가 깨달은 건 나란 인간이 그런 선택조차 제대로 못하는 헐랭이가 됐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련가 하고 앨범을 골라 다시 들어보았지만, 선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맞다, 이 노래는 이래서 좋았지 싶고, 저 노래는 역시 가사가 시 한편이로구나 싶어서 좋고, 어느 노래는 어떤 특정한 기억과 맞물려서 중요하게 손꼽아야할 것만 같았다. 왜 이러나 싶어서 그럼 그나마 별로인 곡부터 제외시켜볼까 했지만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시험 사지선다 답안에서 확실히 아닌 것부터 골라내는 느낌과는 달리, 사과박스에서 일부러 제일 맛없게 생기거나 벌레 먹은 사과부터 골라내며 굳이 기분을 나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손에 집히는 사과를 먹으며 기뻐하면 되는 것이지. 게다가 비틀즈라는 사과상자엔 좀 덜익은 건 몰라도 벌레먹거나 썩은 사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텐데.

어린 조카들에게 물으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누구인지, 어떤 음식이 최고로 맛있는지,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제일 좋은 동물과 제일 싫은 동물이 무엇인지 스스럼없이 0.5초만에 대답이 튀어나온다. 단순한 사고로 온 열정을 다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나는 쓸데없이 생각이 너무 많고 우유부단하고 무엇에도 열정이 없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음이 더욱 실감된다.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좋고 싫음에 대한 판단력의 예리한 각을 잃지 않은 어른들이 참 많던데 난 왜 이렇게 된 걸까.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아무래도 상관없고 아무거나 괜찮은 회색인간의 아무거나 인생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건만. 

어렵사리 생각해낸, 유일하게 아직 변하지 않은 듯한 최고의 음료 커피나 마시면서 멍해진 두뇌를 좀 자극해봐야겠다. 제일 좋아하는 음료마저 변하진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음... 정신 바짝 나게 아이스커피로 마실까, 그냥 뜨겁게 마실까... 으악~~~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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