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욕심

투덜일기 2009. 10. 30. 16:25

....은 화를 부른다. 명언이다. ㅠ.ㅠ
그동안 매주 장보러 갈 때마다 만원어치씩 사와 먹은 홍옥 사과가 <너무> 맛이 있었다. 홍옥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적당히 새콤하고 달콤하고 과즙 많고 빠알갛고 크기도 하나씩 깨물어 먹기에 적당했다.
10월이 끝나가며 나는 조바심이 났다. 11월 되면 이제 홍옥은 안나올 텐데!
해서 지난 수요일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홍옥을 한 상자나 사들였다. 선물용으로 나오는 복숭아나 포도 상자와 달리 홍옥 상자는 엄청 크고 70개도 넘게 들었더라. 복숭아 사건 이후 새로 뚫은 그 과일가게에서 여름부터 주욱 과일을 사다먹었고, 홍옥도 그간 벌써 3주째 먹어왔던 터라 당연히 믿고 사왔는데;;;
유난히 빨간색이 진한 요번 홍옥은 어째 맛이 좀 달랐다. 단맛은 좋은 편인데 아삭거리는 과육의 질감이 그간 먹어온 홍옥과 전혀 다른 거다. 약간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홍옥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홍옥에는 못미치는 사과의 맛.
만 하루 이상 고민을 하던 나는 (이미 10개 이상 먹어 치우거나 공주네 집에 싸줬다) 도저히 한달 내내 홍옥을 먹으며 찜찜하고 불행해지기가 싫어서 밤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아 조금 전 사과상자를 다시 채워 차에 싣고 과일가게엘 찾아갔다.
처음부터 대판 싸울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홍옥의 맛이 아니니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돈을 더 주고라도 바꿔오려던 것이었는데;; 단박에 거절당했다. ㅠ.ㅠ
이제 더는 홍옥사과가 나오지 않는단다. 정말로 드넓은 도매상 과일 좌판에 남은 홍옥사과는 딱 한상자밖에 없었는데, 내가 사온 것과는 크기가 달랐다. 바꿔줄 홍옥이 없다며 아줌마는 더 이상 나를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다른 손님을 맞았다. 일단 과일가게 앞에 차를 세워놓고 사과상자는 아직 트렁크에서 꺼내지 않은 채 먼저 물어보긴 했지만, 민망하고 좌절스럽고 속상하고 화나고... 
쭈삣쭈삣 돌아서서 그냥 돌아와 다시 무거운 사과상자를 들고 낑낑대며 이층으로 올라왔다. 젠장.
욕심을 부린 탓에 올 가을엔 11월에도 홍옥사과를 음미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마 한달 내내 계속해서 안타깝고 속상해할 게 틀림없다. 홍옥사과의 진수는 이 맛이 아닌데, 더 아삭거려야 하는데.. 그러면서. ㅠ.ㅠ
역시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적당히 욕심을 부렸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 맛있는 홍옥을 한 상자 살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던 거 아닌가!? 다 욕심쟁이 과일장수 아줌마 탓이다 뭐! 어흑...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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