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도 그렇고 추석날도 그렇고 달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달에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특히 추석날엔 바글바글 모여들었던 친척들이 돌아가는 밤중에 모두 떼로 몰려나간 김에 너도나도 소원을 빌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그래서 해마다 이번 추석엔 달을 볼 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날씨예보에 한쪽 귀로라도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해마다 비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지만서도.
이번 추석엔 지역에 따라 달 보기 어려울 거란 말을 듣고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늦은밤부터는 아예 천둥번개까지 치며 굵은 비가 내려 올해부터 점심만 먹고 일찌감치 헤어져 돌아오길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어제 저녁 휘영청 밝은 달이 떴더라도 나는 달구경을 포기했을 것 같다. 친척들 배웅 나갈 때야 당연히 몸을 움직이겠지만,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다 말고 굳이 달구경하겠다고 밖으로 나갈 만큼 부지런한 인간형은 절대 아니잖아! 게다가 왕비마마의 엄청난 코골이와 공주마마의 험한 잠버릇 사이에 끼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추석을 맞은 무수리는 다른 해보다 별로 고될 것도 없는 명절노동 끝에 거의 실신지경이라 어제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선 씻지도 못하고 쓰러져 시체처럼 잠을 자고 또 자야했다.
끼니를 두번이나 걸러가며 잠을 자고 일어나 온종일 빌빌대다 재활용 쓰레기도 내다버릴 겸 달구경하러 초저녁에 밖으로 나갔더니 낮에 쨍쨍 해가 났던 것과 달리 다시 또 하늘이 흐려졌는지 달은 자취도 볼 수가 없는데, 은근히 섭섭했다. 의미를 두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구경하는 날이 일년에 몇번 안될 텐데 그 귀중한 날 가운데 하루를 놓친 것만 같아서...
지금도 달을 보면 어른어른 안에 들어 있는 그림자에서 분화구나 지구 그림자를 찾는 대신 방아찧는 토끼의 자태를 찾아보려고 굳이 애쓰는 나의 태도는 과거에 대한 향수일지, 단순한 청승스러움인지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구경 못했어도, 체중계에 올라가본 결과 명절 과식의 뒤끝이 그리 혹독하지 않으니 얼굴이 달덩이 되는 일은 피했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이번 추석엔 지역에 따라 달 보기 어려울 거란 말을 듣고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어젯밤엔 비가 내렸다. 늦은밤부터는 아예 천둥번개까지 치며 굵은 비가 내려 올해부터 점심만 먹고 일찌감치 헤어져 돌아오길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어제 저녁 휘영청 밝은 달이 떴더라도 나는 달구경을 포기했을 것 같다. 친척들 배웅 나갈 때야 당연히 몸을 움직이겠지만,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다 말고 굳이 달구경하겠다고 밖으로 나갈 만큼 부지런한 인간형은 절대 아니잖아! 게다가 왕비마마의 엄청난 코골이와 공주마마의 험한 잠버릇 사이에 끼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추석을 맞은 무수리는 다른 해보다 별로 고될 것도 없는 명절노동 끝에 거의 실신지경이라 어제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선 씻지도 못하고 쓰러져 시체처럼 잠을 자고 또 자야했다.
끼니를 두번이나 걸러가며 잠을 자고 일어나 온종일 빌빌대다 재활용 쓰레기도 내다버릴 겸 달구경하러 초저녁에 밖으로 나갔더니 낮에 쨍쨍 해가 났던 것과 달리 다시 또 하늘이 흐려졌는지 달은 자취도 볼 수가 없는데, 은근히 섭섭했다. 의미를 두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구경하는 날이 일년에 몇번 안될 텐데 그 귀중한 날 가운데 하루를 놓친 것만 같아서...
지금도 달을 보면 어른어른 안에 들어 있는 그림자에서 분화구나 지구 그림자를 찾는 대신 방아찧는 토끼의 자태를 찾아보려고 굳이 애쓰는 나의 태도는 과거에 대한 향수일지, 단순한 청승스러움인지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구경 못했어도, 체중계에 올라가본 결과 명절 과식의 뒤끝이 그리 혹독하지 않으니 얼굴이 달덩이 되는 일은 피했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