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중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애완동물, 반려동물 키우기가 대유행인 요즘엔 나처럼 애완동물 싫어하는 인간이 정말 드물다. 아주 가끔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반감 및 공포를 갖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안타깝게도 주변인들 가운데 팔구 할은 나의 이런 생각을 못마땅해 한다. "애완동물이 얼마나 귀여운데! 이 매정한 인간아!"라고 하면서...
하지만 나는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모든 동물이 다 무섭고 귀찮고 싫다. -_-;;
어렸을 땐 우리집에도 개를 기른 적이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깨끗하게 목욕시켜 상전 모시듯 하는 애완견 말고 마당에서 풀어놓고 기르며 집을 지키게 하는 그야말로 잡종견, 똥개였는데 생긴 것만 따지면 사실 잡종견이 어릴땐 더 예쁘다고 들은 것 같다. <캡틴>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 개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외모가 봐줄 만 했던 것 같다. 엄청난 먹성으로 순식간에 커버린 뒤 디룩디룩 살이 붙더니 낯선 사람한테는 안짖고 아침마다 빨랑 밥달라고 울 엄마를 깨울 목적으로 짖어대거나,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다고 괜히 짖어대는 바람에 결국엔 이웃들의 원성을 사 어디론가 팔려가는 슬픈 운명을 겪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식구들은 대체로 개를 싫어해서 누구 하나 애완견을 기르자고 나서는 이가 없었기에 집안의 평화는 주욱 이어져올 수 있었다. 십수년전 동네 약국 아줌마가 키우던 애완견이 늘 홀로 집을 지키며 외로워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마당 넓은 집에 사시는 우리 외삼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잠시 그 개를 맡아야했던 적은 있었던 듯하다. 괴로운 악몽이어서 얼른 지워버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낯선 집에서 밤새도록 낑낑대며 울어대는 그 개가 무서워서 나는 방밖에도 못나갔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제 아무리 예쁜 애완견도 내 눈엔 무섭고 귀찮고 징그러운 존재로만 비치니 어쩌란 말인가. 혹시라도 애완동물을 기르는 지인의 집에 가게 되면 나는 정말 오금이 저린다. 가끔씩 친해져보겠다고 놈들이 와서 내 발목에 몸을 비벼대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온다.
고양이는 워낙 도도한 동물이라 낯선 사람이 가면 경계만 할 뿐 엉겨붙지 않아 무서움의 정도는 똑같아도 봉변당할 일은 없는데, 개들은 왜 그렇게 들러붙는 존재인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쓰다듬어 달라고 달려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그런 태도를 나에 대한 공격이자 도전으로 보기 때문에 비명부터 지르게 되고 막 호통을 치거나 (만만하게 생겼으면) 무조건 달아난다.
헌데 웃기는 건 그놈들도 순식간에 나와의 서열관계를 파악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들을 무서워하는 걸 간파한 개들은 대번에 이를 드러내며 무시무시하게 짖어댄다. +_+ 그럼 나는 더욱 분노와 공포가 솟구치고, 애완동물 혐오증의 정도도 깊어만 갈 뿐이다. 아 왜 인간이 개랑 같은 방에서 지내야하는 건데!!! 나는 애완견이 방안을 뛰어다닐때 들리는 발톱 부딪치는 소리마저 소름끼친다. 뜨뜻한 몸과 털 밑으로 느껴지는 앙상한 뼈의 감촉도 싫고... 어린 아기랑 다를 게 뭐냐고 타박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내게는 엄연히 다르다! 아가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개털도 안빠지고 나를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지.. (아기 싫어하는 사람에겐 또 이런 나도 똑같이 이상해보이겠지만서도 ㅋㅋ)
암튼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얼마 전 공주네집에 애완견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것. 시집오기 전 큰올케는 애완견을 키우기도 했었고 워낙 개들을 예뻐하는 데다 조카들도 툭하면 개를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는 하고 있었다. 해서 <혹시라도 니들이 개를 기르게 되면 나는 절대로 니네 집에 가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그런 날을 하루라도 지연시키려 했었으나, 약발과 권위가 결국 떨어진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난 이제 니네 집에 안간다> 아니 <못간다>고 선언한 뒤 명절과 제사 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중이었는데 (애완견이 있는 집에서 심지어 잠까지 자야하다니! 허걱!) 놀랍게도 오늘 공주네 개가 우리집으로 쳐들어왔었다. ㅠ.ㅠ 낮에 먼저 버스 타고 왕림한 공주 남매를 데리러 저녁에 온 올케가 예고도 없이 개를 안고 (강아지님이 하루종일 낮잠을 너무 자서 더는 못자게 하려고 데려왔단다) 등장했던 것! 나와 놀고 있던 조카들은 <파랑아~~~!!>를 외치며 더욱 신이나 희희낙락이었고, 강아지 또한 낯선 공간을 탐험하느라 신이 나서 돌아다녔지만... 내 반응이야 뭐 뻔한 것 아니겠나.
내 옆에 오게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으나, 심술공주는 개를 안고 자꾸만 나에게 들이대고 (좀 쓰다듬어주란다) 내가 지를 무서워한다는 걸 깨달은 이놈의 강아지는 기막히게도 집주인인 나에게 마구 짖어댔다. 송곳니까지 드러내면서... 올케와 공주는 몹시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그놈의 강아지가 여지껏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상대는 막내인 지환이밖에 없었는데, 감히 고모를 무시하려 든다면서.
전에도 겪어본 일이지만 새삼 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져, 애완견에 대한 생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감히 한살짜리 강아지놈이 나를 우습게 보다니! 올케들이나 왕비마마는 가끔 나를 제 친구들 다루듯 막 갖고 노는 조카들을 혼내며 <키는 작아도 우리 집에서 할머니 다음으로 높은 사람이야. 아빠랑 엄마보다도 누나이고 언니야. 그러니깐 고모한테 함부로 하지마>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 공주네 식구들이 부디 그놈의 강아지에게도 저런 교육을 시켜주길 빌뿐이다. 젠장.
하지만 나는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모든 동물이 다 무섭고 귀찮고 싫다. -_-;;
어렸을 땐 우리집에도 개를 기른 적이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깨끗하게 목욕시켜 상전 모시듯 하는 애완견 말고 마당에서 풀어놓고 기르며 집을 지키게 하는 그야말로 잡종견, 똥개였는데 생긴 것만 따지면 사실 잡종견이 어릴땐 더 예쁘다고 들은 것 같다. <캡틴>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 개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외모가 봐줄 만 했던 것 같다. 엄청난 먹성으로 순식간에 커버린 뒤 디룩디룩 살이 붙더니 낯선 사람한테는 안짖고 아침마다 빨랑 밥달라고 울 엄마를 깨울 목적으로 짖어대거나,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다고 괜히 짖어대는 바람에 결국엔 이웃들의 원성을 사 어디론가 팔려가는 슬픈 운명을 겪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식구들은 대체로 개를 싫어해서 누구 하나 애완견을 기르자고 나서는 이가 없었기에 집안의 평화는 주욱 이어져올 수 있었다. 십수년전 동네 약국 아줌마가 키우던 애완견이 늘 홀로 집을 지키며 외로워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마당 넓은 집에 사시는 우리 외삼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잠시 그 개를 맡아야했던 적은 있었던 듯하다. 괴로운 악몽이어서 얼른 지워버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낯선 집에서 밤새도록 낑낑대며 울어대는 그 개가 무서워서 나는 방밖에도 못나갔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제 아무리 예쁜 애완견도 내 눈엔 무섭고 귀찮고 징그러운 존재로만 비치니 어쩌란 말인가. 혹시라도 애완동물을 기르는 지인의 집에 가게 되면 나는 정말 오금이 저린다. 가끔씩 친해져보겠다고 놈들이 와서 내 발목에 몸을 비벼대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온다.
고양이는 워낙 도도한 동물이라 낯선 사람이 가면 경계만 할 뿐 엉겨붙지 않아 무서움의 정도는 똑같아도 봉변당할 일은 없는데, 개들은 왜 그렇게 들러붙는 존재인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쓰다듬어 달라고 달려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그런 태도를 나에 대한 공격이자 도전으로 보기 때문에 비명부터 지르게 되고 막 호통을 치거나 (만만하게 생겼으면) 무조건 달아난다.
헌데 웃기는 건 그놈들도 순식간에 나와의 서열관계를 파악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들을 무서워하는 걸 간파한 개들은 대번에 이를 드러내며 무시무시하게 짖어댄다. +_+ 그럼 나는 더욱 분노와 공포가 솟구치고, 애완동물 혐오증의 정도도 깊어만 갈 뿐이다. 아 왜 인간이 개랑 같은 방에서 지내야하는 건데!!! 나는 애완견이 방안을 뛰어다닐때 들리는 발톱 부딪치는 소리마저 소름끼친다. 뜨뜻한 몸과 털 밑으로 느껴지는 앙상한 뼈의 감촉도 싫고... 어린 아기랑 다를 게 뭐냐고 타박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내게는 엄연히 다르다! 아가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개털도 안빠지고 나를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지.. (아기 싫어하는 사람에겐 또 이런 나도 똑같이 이상해보이겠지만서도 ㅋㅋ)
암튼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얼마 전 공주네집에 애완견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것. 시집오기 전 큰올케는 애완견을 키우기도 했었고 워낙 개들을 예뻐하는 데다 조카들도 툭하면 개를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는 하고 있었다. 해서 <혹시라도 니들이 개를 기르게 되면 나는 절대로 니네 집에 가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그런 날을 하루라도 지연시키려 했었으나, 약발과 권위가 결국 떨어진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난 이제 니네 집에 안간다> 아니 <못간다>고 선언한 뒤 명절과 제사 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중이었는데 (애완견이 있는 집에서 심지어 잠까지 자야하다니! 허걱!) 놀랍게도 오늘 공주네 개가 우리집으로 쳐들어왔었다. ㅠ.ㅠ 낮에 먼저 버스 타고 왕림한 공주 남매를 데리러 저녁에 온 올케가 예고도 없이 개를 안고 (강아지님이 하루종일 낮잠을 너무 자서 더는 못자게 하려고 데려왔단다) 등장했던 것! 나와 놀고 있던 조카들은 <파랑아~~~!!>를 외치며 더욱 신이나 희희낙락이었고, 강아지 또한 낯선 공간을 탐험하느라 신이 나서 돌아다녔지만... 내 반응이야 뭐 뻔한 것 아니겠나.
내 옆에 오게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으나, 심술공주는 개를 안고 자꾸만 나에게 들이대고 (좀 쓰다듬어주란다) 내가 지를 무서워한다는 걸 깨달은 이놈의 강아지는 기막히게도 집주인인 나에게 마구 짖어댔다. 송곳니까지 드러내면서... 올케와 공주는 몹시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그놈의 강아지가 여지껏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상대는 막내인 지환이밖에 없었는데, 감히 고모를 무시하려 든다면서.
전에도 겪어본 일이지만 새삼 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져, 애완견에 대한 생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감히 한살짜리 강아지놈이 나를 우습게 보다니! 올케들이나 왕비마마는 가끔 나를 제 친구들 다루듯 막 갖고 노는 조카들을 혼내며 <키는 작아도 우리 집에서 할머니 다음으로 높은 사람이야. 아빠랑 엄마보다도 누나이고 언니야. 그러니깐 고모한테 함부로 하지마>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 공주네 식구들이 부디 그놈의 강아지에게도 저런 교육을 시켜주길 빌뿐이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