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마트폰을 쓰게 된다면 아이폰4를 선택하리라 마음 먹은 계기는 순전히 모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폰3은 생김새가 넙적한 것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고, 갤럭시s는 너무 크고 못생긴 느낌인데다, 그 밖의 제품들은 디자인이 하나가 마음에 들면 다른 쪽이 마뜩찮은 구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모토로라 몇번에 이어 애니콜 휴대폰을 계속 쓰면서 내가 왜 몹쓸 대기업에 충성하고 있나 공연히 벨이 뒤틀려 '다른 것'을 선택해보려던 차에, '사과표'에 대한 막연한 오랜 동경을 해결하기엔 딱이려니 싶었다. 16기가 정도면 mp3대신으로도 내겐 충분할 테고.
암튼 그래서 얼떨결에 신청해 바꾼 아이폰4와 함께 지낸지 열흘이 지났다. 빌어먹을 터치 방식이 낯선 것이야 그렇다 치지만 내겐 전혀 직관적이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으면서 친절한 매뉴얼 책자도 없는 아이폰과의 생활은 여전히 불만 투성이다. 바쁨과 컴맹을 핑계로 내가 아직 기능 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그랬을 확률이 절반 이상이지만, 조금씩 공부해 익힌 바로도 그간 익숙하게 썼던 기능과 다르거나 없는 게 많은 듯해서 아이폰4의 가장 큰 문제점인 수신률 부분은 거의 논외일 정도였다.
헌데 이 생새벽에 분노의 폭풍 포스팅을 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수신률 문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아 글쎄, 어제 저녁 8시 56분에 보낸 문자메시지가 생새벽인 조금 전에 띵동 하고 날아온 게 아닌가! 캐치콜 메시지도 아니고, 그냥 동생이 보낸 메시지 내용 그대로다. 안테나 부분을 쥐면 막대기표시가 한두개 줄어드는 것이야 원래도 아는 문제점이니 그러려니 했었고, 지난번에 쓰던 핸드폰과 달리(언덕배기 주택가라도 줄곧 예전 휴대폰 안테나는 여섯개 다 떴었단 말이다) 방구석에 있을 땐 안테나 막대기가 두개까지 내려갈 때도 있어 그 옛날 KTF 때 엘리베이터에서 통화하다 말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라고요?"를 반복해야 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어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과거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속터지게 하는 바람에 결국 통신사를 sk로 바꾼 전적도 있다. 요 전번 휴대폰으로 바꿔타면서 예쁜 휴대폰이 없는 바람에 다시 KT로 옮기긴 했지만;;). 그런데 메시지가 8시간이나 지연되어 날아오는 건 너무 심하다! 9월까지는 신청자 전원에게 지급한다던 무료범퍼도 서울 전체를 뒤져도 몇개 되지도 않는 애플 as센터로 직접 찾아가야 된대서 애저녁에 포기하고 그냥 케이스를 사서 씌워야지 마음 먹고 있던 차여서 안 그래도 못마땅한 상황이었는데, 이런!
아직은 수신률 때문에 전화를 못받은 적은 '없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문득 죄다 의심스럽다. 특히 요즘 원고독촉 기간인데 괜스레 '먹튀'로 찍히는 건 아닌가 몰라... -_-;; 물론 출판사 전화야 전화기가 알고 따돌려준다면 나로선 고마워해야할 것 같지만서도...
그밖에도 아이폰4 쓰면서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1. 단축키가 없다! 내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1번부터 10번까지 단축번호 열개는 외워서 써먹어왔고, 이전까지는 폴더 올리고 단축키 한번 꾹 누르는 것으로 전화걸기가 가능했는데, 이젠... 몇 단계를 거쳐야하는지 모르겠다. ㅠㅠ 일단 홈 버튼 눌러서 화면 띄워야지, 잠긴 화면 밀어서 해제 해야지, 전화 아이콘 터치해야지, 전화번호부 뒤지거나 즐겨찾기 해둔 이름이나 최근 통화 목록에서 골라 터치해야지, 그 다음에 비로소 통화시도가 가능하다. 켁... 뭐 물론 문자를 보내든 전화번호부를 편집 중이든 어디서나 번호만 슬쩍 누르면 전화가 걸리기는 하는데, 나처럼 서툰 인간한테는 오히려 그게 독이다. 딴짓하다가 자꾸 전화가 걸리니 원...
2. 단체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다! 친구들한테나 동생들한테 꽤 자주 써먹는 단체 메시지 기능이 없으니 아오... 일일이 번호 찾아 새로 메시지 써서 보내는 거 짜증난다. 뭐, 복사 기능이 있으니 문자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가지고 보내는 기능을 대신 쓰면 된다는데, 아직 터치가 서투르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한번 쓴 문자로 꾹꾹 전화번호부 찾아서 한꺼번에 슝 문자 보낼 수 있었던 때가 확실히 더 편했다. ㅠ.ㅠ
3. 문자에 이모티콘을 못쓴다! 요란한 이모티콘 어플이 따로 있는 모양인데, 그건 다른 종류 휴대폰에선 안보일 거다 아마. 기껏해야 웃음표시 ^^ 밖에 못쓰니 조카에겐 특히나 하트를 남발하던 나로선 모든 문자메시지가 무미건조해졌다. 휴대폰에 저장된 기념일 관련 이모티콘도 물론 없고, 자주 불러와 쓰던 만들어진 이모티콘 종류도 없으니 앞으론 그런 거 보내고 싶으면 반드시 컴퓨터로 보내는 수밖에 없겠다. ㅠ.ㅠ
4. 배터리가 정말 빨리 닳는다. 휴대폰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엔 3, 4일에 한번이나 배터리를 갈까말까 했던 것 같다. 가끔 게임에 열중할 때는 예외였지만, 심하면 5일 이상 배터리 하나로 버티곤 했는데, 초반부라 내가 이것저것 자꾸 눌러보고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해도 (처음 사흘간은 매일 충전해야 했다), 열흘이 지난 지금은 거의 방치상태로 전화와 문자 기능만 쓰고 있는데도 배터리가 이틀을 못간다. 귀찮게스리... 전원버튼을 살짝 눌러 절전모드로 해놓아도 그렇다.
5. 내 행동반경 안에는 와이파이존이 별로 없다. -_-; 열흘간 와이파이존을 딱 두번 경험했는데, 한번은 동네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갔다가 뜻밖에도 와이파이 표시가 떠서 기뻐하며 얼른 여럿이 추천하는 무료 어플을 몇개 다운받았었다. 3G일때보다 확실히 로딩 속도도 빨라서 신나했었는데, 같은 와이파이라도 매번 그런 환경인 것은 아니었다. 지난주에 엄니 모시고 대학병원엘 가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었는데, 와이파이존면 뭐하나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지 당최 제대로 접속되질 않아 결국 시도하는 것마다 로딩은 전부 다 실패였다. -_-;; 게다가 절반도 남지 않은 요번달(17일에 개통했음)에 할당된 데이터사용량이 한 200메가쯤 된 모양인데, 추석 전날 조카가 한 30분 갖고 놀며 이것저것 구경하더니 다 썼다고 메시지 날아오더라. 아이폰3 쓰는 후배 얘기로는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500메가 다 못써서 매번 담달로 이월됐다던데, 난 뭥미?
6. 전화번호부 그룹별로 벨소리 편집을 할 수가 없다. 귀가 특히 발달되진 않았어도 벨소리로 그룹을 나눠놓으면 번호를 보기 전에도 알아차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젠 일일이 죄다 벨소리를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다. (설마 나만 그룹 편집 메뉴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특히 가족이랑 친구, 후배들은 벨소리로 구분해서 척 듣는 순간 긴장을 풀어도 되니 좋았는데... 요샌 벨이 울릴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ㅠ.ㅠ (일단은 주요 가족만 일일이 벨소리를 바꿔놨다. 으휴)
7. 전단계로 갈 수 있는 취소 버튼이 없다. 내가 애니콜에 너무 오래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화면 여러개 띄우듯 동시에 이것저것 다 할 수 있게 만들어 딱 하나만 취소시키는 기능 버튼이 아예 필요 없는 모양인데, 나 같은 컴맹은 속터진다. 물론 언제든 '홈' 버튼을 누르면 되기는 하지만 그거만 눌러선 제대로 끝난 게 아니라잖아! +_+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나면 초기화면으로 돌아와도 그 화면들이 죄다 떠 있는 상태라나 뭐라나.. 암튼 메모리 안 잡아먹게 나중에 정리해줘야 한댄다. 윽.. 그럼 컴퓨터처럼 모든 화면 한 구석에 x라도 넣어주든지! 젠장... 취소버튼이 없다보니 인터넷 메뉴에서 이리저리 다니는 게 죄다 로딩이다. 속터져라... (이것도 나만 몰라 헤매는 것일지도 ㅋ)
암튼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다. 일곱가지나 적었으니 '한두가지가 아님'은 확실.
어차피 정들여 최소 2년은 써야하는 물건이니 앞으론 좋은 점만 발굴하게 되기를 빌고 있다. 물론 비틀즈 음반을 대거 넣어둔 아이팟 기능이 제일 뿌듯하고, 틈틈이 플라시보 예습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씩 웃음이 나며, 뭐니뭐니해도 외관이 내 마음에 들게 깔끔하니 '예쁘다'. ^^*
실컷 욕하다가 전화와 메시지 부실해도 예쁘면 그만이라는 결론 같아서 좀 민망하긴 하지만, 아 일단 저질렀으니 어쩔겨. 어쩌면 긴급 연락이 아닌 한 문자메시지가 턱없이 지연되고 전화통화가 안되는 것도 종국엔 나에게 이로운 하나의 '핑계거리'가 될수도 있을지 모른다. -_-; 받기 싫은 연락은 슬쩍 아이폰 핑계로 보이코트할 수 있지 않겠나 말이다. (하지만 정말 급한 전화는 어쩐담?! 앞으로 좀 더 지켜보긴 하겠지만, 문자 지연전송 문제가 또 생긴다면 주변에 사지 말라고 뜯어말릴 수밖에 없긴 하겠다. 아이폰5도 내년에 나온다니 뭐;;) 아무려나 각설하고, 앞으로 배울 길이 멀고 멀어만 보이는 아이폰의 길, 나의 무지를 일깨워줄 분들의 충고는 언제든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