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왕비마마 덕분에 본격적으로 무수리의 삶을 산지 꽤 됐지만, 정말이지 가사노동은 '정'이 들지 않는다. 드물기는 해도 간혹 살림살이에 취미를 붙이고 호사스러운 그릇 사재기부터 집안 꾸미기를 즐기는 이도 없지는 않는 듯한데, 나로선 도무지 재미가 없는 게 살림이다. 특히 제일 싫은 건 뭐니뭐니해도 청소! 그 다음으로 요리, 설거지, 빨래의 순인 것 같다. 정리정돈도 뭐 잘하는 건 아니고...
암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이니 하기는 하는데, 나의 무의식이 끊임없이 가사노동을 거부하는지 어느 시점에 이르면 한계에 다다라서는 몇달에 한번은 꼭 사고를 친다. 청소를 하다가 뭔가를 망가뜨린다거나, 그릇을 깨는 정도의 사고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깨닫는다. 하기 싫은 일에 성질 부리다가 애먼 살림살이만 아작냈구나, 하고.
일주일 전에도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다가 유리 밀폐용기를 떨어뜨렸는데, 오늘 또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 그릇을 놓쳐 바닥으로 투하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엔 내용물까지 있었어도 깨진 유리조각 치우기를 사고 없이 마쳤건만, 오늘은 역시나 조심하느라고 했는데도 두 군데나 손을 벴고 조금 전 밤참 챙기러 부엌에 갔다가 또 덜 치운 유리조각에 발가락도 살짝 찔렸다. 깨진 유리를 치우다 다치는 건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내가 미리부터 두려워하는 일이라 퍽 조심을 하는데도, 오늘은 심히 부주의했다는 의미다.
유리란 놈이 참 교활해서 깨지며 튀긴 범위가 빤한 것 같지만, 파편조각을 치우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저히 날아갔을 것 같지 않은 곳까지 버젓이 반짝거리는 유리파편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해서 구석구석 죄다 치운다고 하느라 했는데 마지막에 방심해서 키친타월을 너무 세게 잡았던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 보니 또 빠뜨린 유리조각이 남아 발가락까지 공격당하고 만 것. 다행히 발가락은 무딘 놈이라 찔리고도 피 한방울 닦고 나니 멀쩡한데, 엄지와 검지는 움직일 때마다 불편해서 작은 밴드를 붙여야 했다.
워낙에도 좀 덜렁거리는 인간형이지만 일주일 만에 유리그릇을 또 깨뜨렸다는 건 마감을 핑계로 나의 가사노동 혐오증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손까지 벤 건 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하늘의 뜻인가? 미신 따위는 코웃음치면서도 막상 심통 부리다 퉁박을 맞듯 작은 사고를 내고 나면 뜨끔하다(특히 엄마한테 버럭 소리지르고 나면 꼭 뭔일이 생긴다 -_-;). 어쩌면 못난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 응징이거나 제발이 저려 발생하는 실수일지도? 유리에 베긴 했어도 아주 슬쩍 보일듯 말듯한 상처로 그쳤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늘의 반성일기 끝.
착하게 살자.
암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이니 하기는 하는데, 나의 무의식이 끊임없이 가사노동을 거부하는지 어느 시점에 이르면 한계에 다다라서는 몇달에 한번은 꼭 사고를 친다. 청소를 하다가 뭔가를 망가뜨린다거나, 그릇을 깨는 정도의 사고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깨닫는다. 하기 싫은 일에 성질 부리다가 애먼 살림살이만 아작냈구나, 하고.
일주일 전에도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다가 유리 밀폐용기를 떨어뜨렸는데, 오늘 또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 그릇을 놓쳐 바닥으로 투하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엔 내용물까지 있었어도 깨진 유리조각 치우기를 사고 없이 마쳤건만, 오늘은 역시나 조심하느라고 했는데도 두 군데나 손을 벴고 조금 전 밤참 챙기러 부엌에 갔다가 또 덜 치운 유리조각에 발가락도 살짝 찔렸다. 깨진 유리를 치우다 다치는 건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내가 미리부터 두려워하는 일이라 퍽 조심을 하는데도, 오늘은 심히 부주의했다는 의미다.
유리란 놈이 참 교활해서 깨지며 튀긴 범위가 빤한 것 같지만, 파편조각을 치우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저히 날아갔을 것 같지 않은 곳까지 버젓이 반짝거리는 유리파편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해서 구석구석 죄다 치운다고 하느라 했는데 마지막에 방심해서 키친타월을 너무 세게 잡았던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 보니 또 빠뜨린 유리조각이 남아 발가락까지 공격당하고 만 것. 다행히 발가락은 무딘 놈이라 찔리고도 피 한방울 닦고 나니 멀쩡한데, 엄지와 검지는 움직일 때마다 불편해서 작은 밴드를 붙여야 했다.
워낙에도 좀 덜렁거리는 인간형이지만 일주일 만에 유리그릇을 또 깨뜨렸다는 건 마감을 핑계로 나의 가사노동 혐오증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손까지 벤 건 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하늘의 뜻인가? 미신 따위는 코웃음치면서도 막상 심통 부리다 퉁박을 맞듯 작은 사고를 내고 나면 뜨끔하다(특히 엄마한테 버럭 소리지르고 나면 꼭 뭔일이 생긴다 -_-;). 어쩌면 못난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 응징이거나 제발이 저려 발생하는 실수일지도? 유리에 베긴 했어도 아주 슬쩍 보일듯 말듯한 상처로 그쳤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늘의 반성일기 끝.
착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