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새는 휴대폰을 새로 장만할 때 헌 휴대폰과 충전기를 반납하는 의무규정이 없을까? 몇년씩 쓰던 휴대폰을 막상 내놓으라고 하면 뭔가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헌 휴대폰을 반납하지 않으니 중고이긴 하지만 멀쩡히 잘만 쓰던 물건이 무용지물이 된 마당에 새삼 어째야 하나 처치곤란이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헌 휴대폰을 반납했던 건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한두 번 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대리점에서 매번 선심쓰듯 '기기 반납 안하셔도 됩니다'고 얘기했다. 뭐든 물건을 잘 내다버리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는 나는 또 그 안에 든 전화번호와 사진들이 찜찜해서 휙 내다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서랍 속에 처박아 두었고 최근 쓰던 휴대폰 두 개는 혹시나 조카들이 휴대폰 잃어버리면 개통해서 쓸지 모른다며 충전기는 물론이고 박스와 설명서까지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헌 휴대폰이 대체 몇개인지 모르겠다! 엄마 것까지 치면 대여섯 개는 될 듯.. -_-; 공통이 된 충전기는 아예 뜯지도 않은 박스째로 여러개다.
헌 휴대폰도 중고로 수출하거나 부품을 추출해 재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지만 대체 어떤 경로로 그 대열에 참여해야 하는 건지?? 조카네 학교에서 언젠가 집에 굴러다니는 헌 휴대폰을 모아 내 자원활용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당장 학교 다니는 아이도 없는 우리집의 경우는 어쩌란 말인지.
아이폰으로 바꾸기 직전에 쓰던 휴대폰에는 유심칩도 들어 있었고 워낙 메모해둔 것들도 많아 당분간은 계속 충전해두고 전화번호부와 메모장 용으로 써야할 것도 같다. 사진들도 죄다 컴퓨터에 옮겨두긴 했지만 전화번호부에 입력해둔 사진들은 또 그럴 수도 없으니 정보를 죄다 지워버리기도 찜찜하고. 그러고서 생각해보니, 중국 등지에 완전히 노출되어버렸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락처와 신상정보 일부는 함부로 내다버리거나 반납했다가 수출한 중고 휴대폰에 남았던 정보일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가끔 "고장난 가전제품, 컴퓨터 삽니다"라고 방송하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트럭이 있던데, 휴대폰은 안 가져가나?? +_+ 하기야 몇년전에 필요 없어진 감열지 팩스랑 잉크젯 프린터 가져가시라고 했더니만, 돈을 주고 사가기는커녕 나더러 처리비용을 내라는 식이어서 좀 기막혀 하다가, 복합기까지 얹어서 그냥 다 '거저' 가져가는 쪽으로 흥정을 마친 적이 있었다(쓸모 없어진 물건 치워버려서 속은 시원했지만 어쩐지 사기 당한 기분이었다;;). 휴대폰이야 무게로 따지는 고물값으로 치면 몇푼 되지도 않을 터이니 아예 취급하려들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건전지도 따로 버릴 데가 없어서 동사무소 갖다 준다고 모아둔 게 한 보따리라 이젠 들지도 못할 정도인데, 휴대폰도 동사무소나 구청에 갖다 주면 재활용을 하려나?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어느 천년에 그런 착한 짓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집 말고도 집집마다 지천으로 깔려 있을 헌 휴대폰 처리법이나 좀 알려주면 좋겠다. 이제는 쓸모 없을지 몰라도 살 때는 분명 기십만원씩 했던 고가품이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