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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8.11 추하다 2
  3. 2015.08.03 슬픔이 6
  4. 2015.07.30 톱질 4
  5. 2015.07.24 냉방병 3
  6. 2015.07.14 십대는 어렵다 2 6
  7. 2015.07.08 십대는 어렵다 10
  8. 2015.06.28 영화와 현실 6
  9. 2015.06.25 돕기 6
  10. 2015.06.19 스마트폰 스트레스 6

머리칼

투덜일기 2015. 8. 23. 23:45

3주쯤 전에 머리를 확 잘랐다. 점점 짧은 단발이 되어가다보니 아예 묶이지도 않고 어째 더 더운 것 같아서 30대 초반에 하던 경쾌한 커트 머리를 다시 시도해보기로 한 거였다. 가벼운 느낌의 갈색으로 염색까진 할수없겠지만 그래도 얼추 봐줄만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연예인이 한 예쁜 머리 사진을 가져가면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모델들의 예쁜 커트머리 사진 대신 당당하게 커트머리를 한 나의 옛날 사진을 찍어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해주세요... 미용사는 이건 단발 아니고 완전 커트인데요, 라면서 나의 결심을 되물었다. 네.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마지막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치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숱이 많아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기에 별 일 없을 줄 알았다. 15년의 세월로 얼굴은 좀 늙었지만 옛날 느낌은 비슷하게 나지 않을까 예상도 했다. 

서걱서걱 생각보다 많은 머리털이 숭덩숭덩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경을 벗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마, 샘플 사진도 있는데 완전 망치기야 하랴 싶었다. 드디어 커트가 끝나고 드라이도 마무리되고, 미용사는 안경과 함께 거울을 손에 쥐어주며 회전의자를 돌렸다. 허걱... 뒷머리를 거의 정수리까지 죄다 쳐놨다. 납작한 내 뒤통수 어쩔!! 

<시원하게> 자른 건 맞는데, 머리가 너무 짧아서 숱이 많아보이기는커녕 비맞은 생쥐꼴로 머리칼이 머리통에 착 붙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정수리부분 훤해져서 속상한데 왜 전체적으로 숱을 그리도 쳐놨을까나... 어휴... 미용실과 음식점에서 미용사와 요리사에게 밉보이는 게 제일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던데... 미용사는 1) 훨씬 어려보이고 2) 얼굴도 작아보이고 3) 완전 시원한 느낌으로 잘 어울린다고 호들갑을 떨며 자화자찬을 하는데 거기다 뭐라 그럴 수도 없고 돌연 소심 모드 발동하여, 속을 끓이며 그냥 나왔다. 으엉...하나도 안 예쁜데... 흑흑.. 그래도 최소한 머리 감을 땐 아주 간편하겠군, 샴푸 절약되겠다, 그러면서.

가족의 반응은 처절했다. 집안에 자꾸 안보던 남자가 돌아다녀서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 엄마의 총평이니 말 다했지. ㅋㅋㅋ 앞머린 또 왜 이렇게 짧아! 내가 머리칼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기는 하지만 흠흠... 도무지 드라이로도 감당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네모난 두상을 감출수가 없잖아. ㅠ.ㅠ 몇몇 친구들도 깜짝 놀라며 솔직히 비난을 날렸다. 왜 이렇게 짧게 잘랐어! 니가 오드리 헵번인 줄 아냐! (아닌 줄 알거든요...) 

머리를 자른 나를 본 사람들은 종종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왜 사람들이 머리칼을 확 자르면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요새도 여자애들이 실연하거나 인생에 큰 실패나 중대 결정을 앞두면 머리칼을 확 자르고 그러나? 남자들은 종종 삭발을 하는 것도 같지만 그건 다 두상 예쁜 사람들이 누리는 패션의 특권이던데. 하여간 "아무 일 없고 너무 더워서 잘랐다"는 나의 대답을 그들은 잘 믿어주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얼굴도 좀 안됐고 (위경련에 시달리면서 마감도 했거든요!) 표정도 안좋고... (당신들 꼴보기 싫어서 그래요!) 

째뜬 갑자기 괜한 관심 끌려고 머리칼 못살게 구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서 민망했다. 3주나 지났는데도 아직 보는 사람마다 깜짝 놀랄 정도니 처음엔 대체 얼마나 짧았던 걸까 실실 웃음도 좀 나고... 집안에 남자가 돌아다녀 흠칫 놀란다는 엄마 얘기도 수긍이 간다. 뒷머리를 하도 쳐놔서 어느 새 밑에 꼬리만 너무 보기 싫게 자랐길래 엊그제는 욕실에 가위 들고 들어가 손수 다듬기를 시도했다. (흥! 그 미용실 다시는 안갈 작정이기 때문에)  더 망칠 수도 없을 거라 여기며 문방구 가위로 싹둑싹둑 아랫머리를 다듬었더니 우와... 뒤통수가 훨씬 덜 납작해보인다! ㅎㅎ

한달쯤 더 길러서 또 다시 꿈의 미용실을 찾아 헤매다 15년전 사진을 들고 이 머리 해주세요.. 그래볼 작정인데 과연... 그땐 성공을 할까. 하기야 머리칼이 그때처럼 힘도 없고 숱도 더 적어졌으니 헛된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불끈. 어쨌거나 단발의 시대는 가고 당분간 다시 커트의 시대에 진입했다. 찰랑찰랑 긴 생머리나 사자갈기 같은 긴 파마머리는 내 생애 두번다시 없을 테고 앞으로 과연 나는 또 어떤 종류의 머리칼을 하고 다닐지 궁금하다. 할머니가 되어도 정녕코 할머니 뼈다귀 파마는 안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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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다

투덜일기 2015. 8. 11. 23:24

다른 곳도 아니고 교단에서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벌어진 성추행 관련 뉴스는 경악을 금하지 못하겠으나 돌아보면 이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어른 남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그야말로 고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병폐였다. 그 현실은 지금도 변하질 않았고 학교든 직장이든 그 어느 조직에서든 성희롱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나간 태도로 추한 행동과 언어생활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 


언젠가 <학교 때 이런 선생 꼭 있었다>는 주제로 옛날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다들 열변을 토했던 건 미친개, 변태 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던 기막힌 남선생들의 존재가 학교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벌이랍시고 여중생, 여고생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질 않나, 걸핏하면 여학생들 귓불을 만지고, 팔뚝 안쪽 살을 꼬집고, 등뒤에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탁 고무줄을 튕기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와락 껴안고... (다 우리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나 역시 여러차례 당한 일이다) 


그들이 '선생님'이라는 엄청난 권력의 소유자들이었기에 학생인 우린 그저 투덜투덜 뒤에서 욕이나 해댔을 뿐, 가끔 교련선생이나 여자 사회선생한테 고민상담을 하고 좀 말려달라고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사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가재는 게편, 여선생들은 니들이 행동을 잘하라고 오히려 우리 탓을 했던 것 같다. 니들이 자꾸 치마 짧게 입고 입술에 번쩍거리는거 칠하니깐 그렇잖아! 라면서.. +_+ 


그 옛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체로 회식이 죽도록 싫었던 이유는 1차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2차로 꼭 나이트클럽엘 가서는 노땅 상사들과 '부르스'라고 하는 춤을 춰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빠른 음악이 끝나고 느린 음악의 반주가 시작되면 여직원들은 눈치빠르게 '튕기듯' 다들 화장실로 도망치기 바빴지만, 그래도 몇번은 어쩔 수 없이 놈들에게 붙들렸었다. 춤추는 게 싫어서 테이블에 붙박이하는 여직원들도 '부르스 타임'엔 손목을 잡혀 질질 끌려나가기도 했고...으으으... 음흉한 인간들. 


90년대 초반임에도 회식 자리에 일부러 여직원들을 사이사이 앉히고 술시중 들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 그러면서. 쌈닭이었던 나도 기껏 반항한다는 게 아버지가 집밖에 나가서 절대 술 따르지 말라셨는데요... 라고 좀 빼보거나, 술 따르면서 확 엎지른다거나 해서 싫은 티를 내는 정도였다. 나중엔 그래 많이 많이 처먹어라, 그러면서 별 말 없이 따라주기도 했다. 치기가 극에 달했던 20대 후반 한동안은 취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말하고 욕해대는 걸 나의 술주정으로 삼은 적도 있었다. 물론 인간적으로 괜찮은 상사나 동료들도 있었고, 여직원들을 보호해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가끔 기분 좋게 마시다가  어느 정도 다들 이성을 잃고 추태를 부리기 시작하면 막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 같이 개가 되주마.. 야! 김부장! 너 재수없어!...


술자리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웬만하면 다음날 맨정신에 다시 거론하지 않는 너그러운 음주문화(?) 덕분에 상사에게 술주정했다는 이유로 내가 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취했다는 이유로 온갖 실수를 다 용서해주고 심지어 범죄까지도 심신미약상태라며 처벌을 경감해주는 사회적 용인이 더 큰 문제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성희롱, 성추행, 음주운전을 비롯해서 술에 취해서 한 실수는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취중실수는 용서해주는 사회적 관용 때문인지, 그걸 빌미로 맨정신엔 멀쩡 얌전했다가도 술만 취하면 이른바 '개'로 변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회사 동료들 중에도 더러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요주의 인물은 '기자'였던 친구 남편의 친구. 평소엔 말도 없고 조용히 구석에 짱박혀 있는 사람인데 술만 좀 들어갔다 싶으면 성격이 활발해지면서, 여자 옆으로 자리를 옮겨선 자꾸만 몸을 만지는 나쁜 손버릇이 있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 어깨나 팔을 스쳤을땐 어라 실수인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대번에 면박을 주지도 못하고 참게 되는 것. 친구는 우리 일행 중 한 사람과 그 남자를 엮어주려고 자꾸만 우리 모임 있을 때 남편과 그 남자를 동석시키곤 했는데, 막상 친구는 그 남자 바로 옆에 앉은 적이 없으니 놈의 손버릇을 알 리가 없었다. 나와 지인들은 한동안 예의를 지키려고 다들 한두번씩 팔이나 어깨를 잡히는 민망한 일을 겪고도 그 자리에서 제지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계속 참을 수는 없는 법. 일단 그 남자와 괜히 동석하는 자리가 싫다고 친구에게 주의를 주고는 못된 술버릇을 일제히 성토했다. 가장 나이가 어렸던 후배는 심지어 화장실 앞에서 허리를 잡히기도 했다고. 이 개자식을 정말!! 


속으로 벼르던 우리는 그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버릇을 지적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마침 신촌으로 마눌 데리러 온 친구 따라 쫄레쫄레 나타난 그 인간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 본인이 그런 나쁜 술버릇이 있는 걸 아느냐, 당신 한마디로 말해서 변태다, 계속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을 접대부 취급하는 거냐 뭐냐... 그 남자가 뭐라고 변명을 했던 것도 같은데 암튼... 그 인간은 두번다시 우리 모임에 불청객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듣자하니 신문사에서도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어 징계를 받았다던가, 얼마 안 돼 회사에서 짤렸다고 들었다. 그런 이상한 인간을 우리와 엮어주려 했던 친구와도 어쩐히 사이가 멀어져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었다. 


조직생활을 관두면서 20년 가까이 직접적인 성희롱 성추행 문제로 눈쌀을 찌푸릴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동안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 과거엔 대체로 용인된다고 (남자들만) 믿었던 폭력적인 언어와 성차별 논리가 확실한 문제거리라고 자꾸 대두되고 있으니 남자들도 좀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멀었다. 갑과 을, 권력을 쥔 자와 휘둘리는 자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패배주의에 젖은 못난 남자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건설적으로 변화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연배가 높다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예의상 대우를 잘 해주다보면 꼭 선을 넘는 추한 남자들이 있다. 물론 성희롱, 성추행은 남자들만 하는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시는 추한 여자들도 있다. 아무데서나 음담패설 꺼내고 맞받아치는 걸 대체 왜 인기비결 입담과 유머라고 생각하는지??!! 남편이랑 베갯머리에서나 할 대화라든지 아줌마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주책스럽게 떠들어대는 여자어른들을 보면 어휴... 그치만 주로 심하게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일은 오십대 이상 아저씨들의 추태다. 요샌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지들끼리 한탄하면서도 워낙 성희롱 언어와 행동이 몸에 밴 탓에 과연 어디까지 용납되고 안되는지 계속 실험을 해대는 것도 같고... 남자든 여자든 듣는 사람이 민망하고 기분 나쁘면 무조건 성희롱이라고 아무리 가르치고 짜증을 내도 그들은 안 변한다. 이번 성추행 교사 사건에서 보듯이 끼리끼리 덮어주고 눈감아 주고 무마해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거다. 공공연하게 패가망신을 당하게 하면 모를까...


놀랍게도 자원봉사로 만난 사람들 중에도, 등산 모임에서 스친 사람들 중에도 내 선에서 용납 안되는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이 포착되었다. 티나게 면전에서 면박을 주기도 하고 우회로로도 경고를 몇번 날렸는데 약간 조심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아니고, 과연 내가 이러면서까지 그런 인간들을 계속 보아야하는 건가 한심스럽다. 삽십대 같았으면 확 상을 엎어버렸을텐데... 나도 성질 다 죽었구나 싶은 자괴감도 좀 들고. 그런 인간들은 피하는 게 상책인데... 연줄연줄 뭐가 많아져서 확 짤라버릴 수도 없고 우쒸... 암튼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서로 껄끄러워지더라도 싸워야지. 가만 있으면 그게 옳은 줄 아는 인간들, 그냥 둘 순 없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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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투덜일기 2015. 8. 3. 23:45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감동적으로 봤다. 영화가 끝나고서... 짬나면 내리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아오.. 다들 그랬겠지만 빙봉 때문에 막판에 울었다. ㅠ.ㅠ 눈물의 가치와 슬픔의 역할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울 일이 많지 않다. 대놓고 널 울게 만들겠어 장담하듯이 빤하게 슬픈 영화나 현실은 어쩐지 피하고 싶고... 



캐릭터들이 다 사랑스럽지만 역시나 주인공은 슬픔이. 단발머리에 동그란 안경, 터틀넥 스웨터... 패션부터 좀 슬프다. 겨울엔 내가 즐겨 입고 또 좋아하는 차림이라 더 감정이입이 돼서 슬펐나? ㅎㅎ


계속 스트레스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말엔 그 정도가 극에 달했고 급기야 위경련이 일어났다. 앉아도, 누워도, 엎드려도... 어떤 자세로 있어도 뭉친 속이 괴롭고 아파서 몇시간을 식은땀 흘리며 낑낑대다가 응급실엘 가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위경련 때문에 응급실 간 사람 따라갔던 경험에 의하면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고서 진통제였던가 근육 이완제라던가 주사 한 대 놔주고서 의사는 스트레스 상황을 없애야 근본적으로 낫는다고 하나마나 한 소리를 했던 듯. 그래서 그냥 오후부터 무식하게 참다가... 밤중이 되어도 낫질 않으니 자꾸만 병원가자고 다그치는 엄마한테 싫다고, 아파서 말하기도 힘든데 왜 자꾸 말 시키냐고 빽 소리를 지르고는 엉엉 울었다. 어느 순간 아픈데 왜 참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가...


엄마도 스트레스 요인을 아는 지라, 그래 실컷 울어라 쯧쯧쯧 그러고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한참을 꺼이꺼이 울다보면 원래 좀 스스로 웃긴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울다가 웃다가 또 다시 아파서 울다가... 그러고 났더니 꽉 뭉쳐서 꼬여있던 위가 놀랐는지 좀 풀리는 게 느껴졌고 서서히 아픔도 잦아들었다. 휴우... 뻘개진 얼굴 식히느라  찬물로 어푸어푸 세수를 하다가, 슬픔이가 나를 살렸네,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머릿속에서 기쁨이랑 슬픔이랑 서로 껴안고 있을 것 같은 느낌? ㅎㅎㅎ 아직도 밥만 먹으면 위가 뭉치는 느낌이라 좀 두렵지만, 슬픔이를 중심으로 애들이 다 알아서 잘 달래주겠지.. 그러는 중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디즈니 픽사의 위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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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

투덜일기 2015. 7. 30. 01:10

분노와 부아가 치미는데 어떻게 풀어낼 방법은 없고 부글부글 속을 끓이느라 잠도 잘 못자고 스트레스가 극심해 이러다 내가 쓰러지겠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다 젖혀두고 동네 산을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정적'인 행동으로는 쉽게 풀리거나 해소될 마음 상태가 아니었다. 뭔가 와장창 부셔버리거나 '파괴적'인 짓을 하고 싶은 심정?


비 그친 마당을 내려다보다 옳다구나 공구함에서 톱을 꺼내고 전정가위를 챙겨 빨간 목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풀벌레와 모기가 달려들 것을 대비해 작업복으론 긴팔 티에 긴바지도 입었다. 티셔츠 목부분이 좀 많이 파여서 스카프도 매야하나 싶었으나 그럼 너무 더울 것 같았다. 그래, 혹시 달려드는 벌레와 모기는 휘휘 쫓으면 되겠지. 


그러고는 느닷없이 마당에 주책없이 가지를 뻗고 마구 자라난 사철나무와 앵두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땅이 얼마 없어선지 앵두는 해걸이와 상관없이 별로 열매가 잘 안맺히는 것도 같고 맛도 별로 없어졌다. 게다가 문제는 바로 사철나무! 조경수로 키우는 사철나무는 늘 다듬어줬어야하는데 몇년 전에 계단 쪽으로 뻗은 가지 하나만 대충 잘라내곤 방치했더니 키도 너무 크고 가지도 사방으로 쓸데없이 많이 뻗어서는 봄부터 쉴새없이 '더러운' 이파리와 꽃과 솔잎 같은 얇은 가지들을 미친듯이 떨궜다. 마당을 엄마가 거의 매일 쓰시는 데도 엉망진창, 사철나무 가지가 절반 이상 차고 위로 드리워져 자동차도 엉망진창 계속 거지꼴이었다. 


사철나무는 가지가 대체로 무른 편이고 오히려 앵두나무가 얇아도 가지가 단단해 톱질이 어렵다는 건 이미 몇년 전 가지치기로 터특한 상황. 장마비까지 잔뜩 맞았으니 더 잘 잘릴 것이라고 판단했고, 내 예상이 적중했다. 키 작은 앵두나무는 마당으로, 차고로 늘어진 가지들을 가차없이 잘라버렸고, 사철나무는 무조건 손 닿는 부분의 가지들을 하나하나 톱질로 잘라 나갔다. 


톱이라고 해봐야 톱날 길이가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휴대용 접이식 톱. 하지만 사철나무가 워낙 무른 편이라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톱질을 하면 굵은 가지도 잘려나간다. 지름 2, 3센티미터 정도 가지 쯤이야 껌이지, 으아아아 괴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잘라버렸고, 위치가 교묘해서 난간 위에 올라가도, 큰 화분 위에 올라가도 애매한 두툼한 가지까지 자르는 데 성공. 그러나 ㅠ.ㅠ 잘린 가지가 차고로 떨어지는 걸 대충 붙들어 빈 공간으로 조준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오만은 생각보다 무거운 가지가 차체 부딪치면서 움푹 파이는 결과를 낳았다. 아 젠장.


열 받은 김에 더 굵은 가지도 모두 잘라버리겠다고 결심하고 아예 차고에서 차를 빼 치웠다. 그러고는 또 다시 미친듯이 까치발을 들고서 쓱싹쓱싹 톱질... 또 다시 괴력을 발휘해서 지름이 7, 8센티미터는 될 듯한 굵은 가지까지 잘라내고 말았다. 굵은 가지는 워낙 무거워서 3분의 2쯤 자르면 부러져버렸다. 그러면 남은 부분만 대충 잘라내는 식. 부러지는 가지에 다치지 않도록 잘 피하는 게 관건인데 워낙 무성해서 별 탈 없이 엄청난 가지들을 차고로 떨어뜨렸다. 꽃 떨어지는 거 더러워서 미워하던 무궁화나무도 뿌리부터 다 썪었는지 올해는 잎이 나질 않고 있었는데, 사철나무 가지 떨어지면서 무궁화나무도 기둥이 중간쯤에서 같이 부러져 나동그라졌다. 아싸.  


마음 같아선 사철나무를 아예 없애버리고 싶지만, 기둥이 꽤나 튼실해 양손아귀로도 다 안 잡힐 만큼 굵어진 터라 그러려면 전기톱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걸 어디서 구하나. 구한다 해도 함부로 쓸 자신도 없고...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차고 난간 담장 위로 올라가서 더 많은 사철나무 가지를 자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사다리도 세 칸 이상은 못 올라가는 몸이니 원.. 


산책 나가셨던 엄마는 대체 혼자서 무슨 짓이냐 깜짝 놀라면서도 마당이 다 훤해졌다고 좋아라... 문제는 잘라낸 엄청난 가지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 불법쓰레기 투기가 되겠으나 할 수 없지, 잘 들어올릴 수도 없이 무겁고 내 키보다 큰 거대한 가지들을 질질질 끌고 골목 어귀로 나가서 난간 너머 아카시아 나무 숲에 내던졌다. 낑낑낑.. 온 몸이 땀으로 다 젖었다. 하지만 스스로 나의 괴력이 계속 놀라울 뿐! 계단과 차고를 꽉 채운 무성한 나뭇가지 더미를 옮기느라 낑낑대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옆집 아저씨가 나와서 나뭇가지 버리는 걸 도와주셨다. 옷 버리니깐 그냥 두시라고 해도, 혼자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도 묵묵히 도와주심. ㅠ.ㅠ 


결국 잘라낸 나뭇가지를 다 내다 버리고 마당과 차고를 쓸어 깨끗이 치우고, 나뭇가지 하나와 함께 장렬히 떨어져 전사한 빈 화분의 잔해도 다 해결한 뒤, 진흙더미에서 뒹군 것처럼 더럽혀진 옷을 벗고 씻었다. 달려드는 벌레를 대충 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더워서 소매를 잠시 걷었던 패착으로 손목 언저리에 한 방, 목덜미와 턱 밑에 각각 한방. 세 군데를 물렸다. 저녁까지도 사지가 멀쩡하길래  우와 체력이 진짜 엄청 좋아졌구나 생각했더니.... ㅋㅋ 아드레날린이 이제야 소진되었는지 삭신이 쑤시기 시작한다. 손아귀와 어깨 아픈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목은 왜 아프지? ㅎ 이를 악물었나? 그럼 턱이 아파야 정상인데... 아.. 계속 고개 처들고서 높은 가지 톱질해서 그런가? 


자학이 따로 없구나 싶은 몸쓰기 경험이었지만, 파괴적인 에너지로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니 됐다. 마당은 훤해졌고, 사철나무 썩은 잎과 꽃으로 자동차 더러워지는 일도 좀 줄 테고 모기도 덜 꼬이겠지. 그걸로 됐다. 힘쓰는 사이 잠깐 분노의 이유를 잊었으니 됐다. 삭신이 쑤셔 킥킥 웃음이 나는 순간이라도 애초에 톱질을 왜 시작했었는지 그 이유를 잊을 수 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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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투덜일기 2015. 7. 24. 01:40

머리가 지끈지끈 깨질 듯 아프고 어질어질, 콧물이 찍.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오묘하게 느낌이 좀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그동안 살아온 경험치로 볼 때 감기 두통과 냉방병으로 오는 두통은 똑같이 머리 한쪽만, 혹은 두개골 가장자리쪽만 아픈 편두통인데도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감기 때 두통은 손오공 머리띠가 조이듯 머리통을 쥐어짜는 것 같다면 냉방병 편두통은 깔짝깔짝 갈고리로 두개골 안쪽을 후벼파는 기분? 뭐 암튼 후자가 더 기분나쁘다. 


서민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도 전기값 아끼느라고 1人당 선풍기 한대씩 끼고 지내다가 정 못 견딜 정도가 되어야 에어컨을 켜는 편인데, 일단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선풍기 한 대 갖고 할머니랑 손녀딸이 자꾸 싸우질 않나 집안 온도도 더 올라간 것 같고 할아버지 체질을 닮았는지 십대소녀가 하도 더워하셔서 걸핏하면 에어컨을 틀어댄다. 에어컨 켜는 방식도 적정온도와 미풍 혹은 자연풍을 고수하는 노친네나 중년과는 달라서 무조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강풍으로 찬바람이 당장 쓩쓩 흘러나와 시원해야 직성이 풀린다. 잔소리를 하면 자긴 아직 더우니깐 추우면 나더러 옷을 입으라고.. 


열대야도 아닌데 어젯밤에도 에어컨을 틀어놓더니만 일부러 찬바람을 피해다녔는데도 금세 오한이 들더니 밤새 머리가 지끈지끈... 새벽에 누워도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ㅠ.ㅠ 냉방병엔 뭐가 약이더라 생각도 안나고, 그냥 복날이니 삼계탕 먹어서 이열치열로 다루리라 생각했는데, 목요일이라 합창연습 다녀오신 엄마도 어지럽고 머리아프시단다. 아침에도 좀 그랬는데 합창연습 하는 강당에서 에어컨 바로 앞에 앉아서 더 그런 것 같다고. 거기다 설사까지. 자꾸 빙수에다 아이스크림에다 얼린 요구르트에다 찬 걸 찾아드시더라니 쯧쯧..  


가능하면 두통약 안먹고 버티려고 온종일 양미간을 찡그린 채 괜한 신경질을 팍팍 부리며 참아도 도무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서야 비로소 머리랑 몸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덥다고 비싼 전기를 돌려 에어컨을 틀고 또 그래서 다시 추워져 몸은 병이 나고 여름마다 이 무슨 어리석은 도돌이표인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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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2

투덜일기 2015. 7. 14. 21:1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건 아니고 (대나무숲의 메아리도 무섭다;;) 비밀블로그에 5월중순부터 매일 따로 문제적 십대와 사는 고충을 일기로 적고 있는데 역시 스트레스 해소는 혼자 끄적이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해서 '문제적' 십대 씹기 포스팅 제2탄을 적어보기로. ㅋㅋ


대부분의 어린이도 그렇지만 십대는 채소를 제대로 안 먹고, (오로지) 고기를 좋아한다. 중고등학생을 둔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침마다 고기반찬을 해대게 될줄은 정녕 몰랐다. 친구들이 새벽부터 삽겹살을 굽기도 하고 갈비, 스테이크도 해먹이고 그런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을 땐 그냥 무쇠도 씹어먹을 남자애들 키우는 엄마들의 극성이려니 했었다. 어차피 오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고등학생은 집밥을 딱 한끼 아침에만 먹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으로 챙겨먹이는 걸 아침에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 특히 요즘 남자애들은 공부도 공부지만 '키' 크는 게 중요하여, 아침에 고기 먹고 부지런히 학교 가서 얼른 또 농구 한판 때려주신다고... +_+ (186센티미터가 목표라나!) 고3되면 체력이 국력이라 엄마들도 저학년땐 의외로 아침운동을 지지한다네. (애들 수업시간에 존다고 체육 시간에 운동시키면 항의전화하는 엄마들 얘기는 또 뭔가.. 암튼 요지경 ㅋㅋ)


근데 이미 성장판이 닫혀버린 이노무 지지배도 꼬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먹는다. 지네 집에서는 반찬투정 안하고 그냥 주는대로 먹었다는데 아 왜! +_+ (왜겠냐, 니가 만만한거지;) 놀랍게도 이 아이는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가서 아침밥을 먹으며 잠을 완전히 깨는 것이 습관이다. 잠도 덜 깬 아이 치고는 참 밥이 잘도 넘어간다고 놀랄밖에. 암튼 그래서 밥 먹으라고 수십번 깨우면 겨우 눈을 뜨자마자 묻는다. 반찬 뭔데?  으으으으...


최소한 달걀말이나 달걀찜은 있어줘야 하고, 주로 먹고싶다고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 돼지고기 김치찜, 닭갈비, 훈제오리... +_+ 가뜩이나 두 모녀 엥겔계수도 높았는데 고기대장 십대까지 와 있으니 식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아침부터 닭갈비, 순대볶음 같은 거 만들고 있노라면 한숨이....  돌연 성질나고 땀 빼기 귀찮아지면 종종 몸에 나쁘거나 말거나 햄, 소시지, 베이컨, 명란젓(공주 취급 받던 시절부터 이상하게 좋아하던 반찬;;)으로 떼우고 있다. 십대들은 또 가공식품을 좋아하니깐!


십대들은 니옷내옷이 없다. 이건 이 아이 하나만 그러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수년째 지켜봐온 경험치도 있고, 얼마 전 TV에 중학생이 된 최진실 딸이 나왔는데 비싼 파카 사줬더니 친구랑 바꿔입었다고 할머니가 잔소리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아이고 쟤도 그러는구나 싶었다. 암튼 서로 옷 많아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 새옷이랍시고 사줘도 금방 보이질 않는다. 그옷 어쨌냐고 물으면 자기보다 친구한테 더 잘어울린다고 결론이 나서 바꿔입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고가의 옷인 경우 얼렁 찾아오라고 난리치면 알았다면서 차일피일.... 계절이 바뀌고서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아이는 생일이 12월이라 주로 나와 할머니한테서 고가의 외투를 선물로 받아내는데 ㅠ.ㅠ 제대로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물어보면 친구네 집에 있다고...  그래서 이제 다시는 옷을 사주지 않겠다 결심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요번에 사준 셔츠도 입고 다니는 거 한 사흘 봤나... 어느날 문득 친구랑 바꿔입고 왔다더니 한달 넘게 안 받아온다. 바꿔입었던 옷은 또 딴아이한테 넘어갔다던데 ㅋㅋㅋ 암튼 친구 돌려줘야한다면서 빨아놓으라던 후드 티 몇 개가 아직도 그냥 옷방에 널려있다.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셰어카가  서서히 유행하고 있더더니만, 이 아이들은 셰어클로딩이냐 뭐냐. 난 아무리 돌이켜봐도 친구한테 괜스레 옷을 빌려입었거나 빌려준 적이 드문 것 같다. 비오는 날 쫄딱 젖었거나 음식 먹다가 대박 쏟아서, 친구 옷을 빌려입고 온 적은 있었다만 옷이 마음에 들거나 예뻐서 서로 바꿔입고 빌려입는다는 건 쫌... 그래도 친구가 안 입는다고 준 옷을 즐겨 입은 적은 있으니 이해해야 하는 건가. +_+ (가만 생각해보니 약간 '날나리'였던 사촌언니는 가끔 내 옷을 빌려가거나 자기 옷을 내게 '잠시' 빌려줘 입히려고 들었던 것도 같다. 대학 들어가자 마자 그 언니는 아직 십대였던 내게 자기 옷을 입혀선 가끔 신촌 '디스코장'엘 데려갔었다. ㅎㅎ) 집에서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입은 옷이 달라지는 십대들.. 생각해보면 지들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흠...


딴 십대는 모르겠고 우리집에 있는 십대 지지배는 이어폰으로 음악듣다가, 문자질 하다가,  TV보다가 그냥 소파에서 잠든다. 일찌감치 잠자리로 쫓으면 싫단다. 그렁그렁 코고는 소리 내며 잤으면서 아직 안잔다고 큰 소리도 친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게 편하다고...(아 물론 지네 집에서 침대생활 하다가 바닥에서 자려니 불편한 걸 수도;;) 종종 새벽 5시까지 안자고 떠들어댈 때도 있었지만 지도 체력이 딸리는지 그래도 요샌 3, 4시엔 잠드는 편인데 3시 전에 방에 가서 자라고 깨우면 일단 거부한다. 아 왜?! 그러다가 최소 3시는 넘어서 한번 더 잔소리를 해야 방으로 퇴청... 으휴.


역시나 모든 십대가 그러는 게 아님은 알지만 암튼 우리집에 있는 십대는 대화를 기피한다. 뭘 좀 꼬치꼬치 물으면 아왜?/뭐래.../아 몰라/몰라도 돼/저리가... 따위로 차단막을 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애한테 어디서 만나냐고 물어도 대답은 "몰라"다. 얘기하기 싫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다 시시콜콜 엄마에게 털어놓는 사춘기 십대들도 여전히 간혹 있다기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데 (과거의 나도 대체로 그랬다. ㅠ.ㅠ), 아주  심한 경우, 후배 하나는 중학생 아들 목소리를 일주일간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단다. 어린시절처럼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 좀 시킬라치면 인상 팍 쓰면서 제 방으로 쾅 문닫고 들어가기를 시전한단다. 조카는 사생활에 관한 게 아닌 한은 그래도 최근엔 대꾸를 해주기도 하고 제가 먼저 뭘 묻기도 해서--가령, "고모 이거 입으니깐 나 뚱뚱해보이지 않아?"라든지--좀 나아졌다고 믿고싶지만 여전히 속을 모르겠다. 말 대꾸 좀 해주는 것 같아서 얼른 다가가 앉으면 대번에 저리가라고 쫓는다. 무슨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원... 


또한 십대는 휴대폰이 생명줄이다.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질 않는다. 자면서도 손에 쥐고 있을 정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노무 지지배는 최신형 아이폰6를 산지 두달 만에 잃어버렸다. 어떻게 한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가 그걸 잃어버릴 수 있는지는 불가사의다. 배터리가 떨어져서 못쓰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변명. 게다가 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학교에 빼앗겼다고 거짓말 했다가 들통난 사건에 이어, 마지막달 휴대폰 요금이 수십만원에 이르러 (아마 이것이 집에서 쫓겨난 결정적 원인이었을지도 ㅠ.ㅠ) 꼬진 기계로라도 새로 휴대폰을 사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착신 정지해놓고 약정기간 동안 기계값만 계속 내기로 한듯. 물론 요즘 십대는 휴대폰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혹시 '공기계'라는 것을 아시는지? 나 같은 사람은 한번 휴대폰을 사면 마르고 닳도록 망가질 때까지 쓰고 가능하면 기기도 반납해서 혜택을 받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2년 약정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새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쓰지않는 스마트폰 '공기계'가 더러 있는 모양. 해서 이 아이도 언제부턴가 누가 '빌려줬다'는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를 들고다닌다. 나도 영문을 잘 모르겠는데 그런 공기계는 일반전화도 안 되고 휴대폰 문자로 본인 확인을 해야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카톡도 불가능하지만, 음악을 듣는 건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가능할 뿐더러 음성 통화기능도 쓸 수가 있단다! 그니깐 나나 제 부모는 절대 아이와 연락이 안되지만 페이스북을 하는 친구들 끼리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물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난점이 있다--메시지와 통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물론 조카의 페이스북은 죄다 잠가놓아서 나로선 친구신청도 안되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ㅠ.ㅠ 


째뜬 이제 방학이 딱 일주일 남았다고,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적 십대는 방학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 (왜 안 그렇겠나. 잔소리는 좀 하지만 퍽 만만한 고모와 할머니와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TV가 있는데;;) 아이 부모도 딱히 데려갈 마음이 없다. 애가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갈 수도 없는 거고.. 데려다 놓고 또 속끓일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 만빵이지만 이제 방학했으니 무조건 집에 가라고 쫓아낼 배짱은 솔직히 없다. 고모랍시고 이게 잘하는 짓인지 전혀 확신이 없음에도.... 더 먼 곳으로 튕겨져나갈까봐 우리가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걸, 아이는 벌써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하여간에 십대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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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투덜일기 2015. 7. 8. 22:20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말이 요즘 애들은 종이 다른 인류인 것 같다고 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알쏭달쏭, 그냥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실제로 희곡수업의 연장선에서 단체로 연극관람을 따라갔던 날 목격한 장면인데, 15학번이라는 여학생이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떠들다 말고 좀 떨어져 서 있는 우리(그러니깐 늙다리 교수와 교수 친구들)에게 달려오더니 한껏 애교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교수님, OO이가 자꾸 놀려염. 때려주떼염!" +_+ 

놀란 우리들이 나중에 은근히 친구를 놀렸다. 야, 너 대학교수 아니고 유치원 보모 같더라... 


물론 한두 명의 행동으로 다 싸잡아서 손가락질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암튼 스무살 아이들도 제 앞가림 잘 못하고 유아적 행동양식을 버리지 못할진대, 십대는 오죽하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고 몸에서 사리가 나오든 말든 의연하게 버티려고 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렵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혹은 집에서 쫓겨난 십대 조카를 데리고 지낸지 두달이 다 되간다. 팔자에도 없는 고등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새벽밥 해먹이고, 종종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밤마다 안자고 노는 애한테 빨랑 좀 자라고 하소연하고, 그래봤자 소용없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아침이면 눈도 못뜨는 애를 열댓번씩 깨워서 또 아침을 먹이고... 으악... 


친구네 자식들은 대체로 너무도 모범생이어서 사교육도 제대로 안받고 대학에 척척 들어가거나, 특목고에서도 막 장학금을 받는 우수학생이거나, 혹간 재수를 하고 있더라도 제 부모 위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들이던데, 살다살다 이런 십대는 정말 금시초문이다. (물론 그간 감추어졌던 속썩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 전해 들으며 약간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양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ㅠ.ㅠ) 


엄청난 세대 차이 뿐만 아니라 과거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아도 약간 반항기는 있었으되 대체로 '모범생' 범주에 들었던 내가 '문제적' 십대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조카가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벌점 전교 1위를 도맡았던 아이인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필 또 심히 규율이 엄한 학교를 다니긴 했다. 교복 치마 길이, 머리, 화장, 수업태도, 지각, 결석... 가뜩이나 까다로운 학교에서 조카는 그 모든 규정을 다 무시하고 거듭 위반했다. 님좀짱이심;;) 째뜬 뭐, 학교에서 치마 짧다고 머리 염색했다고 화장 진하다고 뭐라 그러는 건 나도 웃기는 규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냐고... (교사들은 상관있다고 말할 테고 현실적 통계로도 어쩌면 상관 있겠지만 암튼...+_+)


물론 학교가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고 몸에 배게하는 교육공간임은 알지만 매사 온몸으로 반항하는 존재도 한둘 있어야한다고 쿨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그밖에도 내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십대의 행동양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체 왜 그럴까 계속 고민해보지만 결론은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 그냥 그들은 그런 또래라고 봐야하는 걸까. 


일단 이 녀석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밤새도록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하며 킬킬거린다. 학교 안 갈거냐고 아무리 잔소리 해도 소용없다. 잠이 안온다는 것이 핑계. 휴대폰 화면 오래 들여다보면 뇌파가 이상해져서 잠 안오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 따위는 개나 주라지..


아침엔 깨워도 당연히 못일어난다. 5분만, 10분만... 꼼지락거리다가 결국 매일같이 지각이다. 학교에서 지각비를 걷으면 뭘하나. 별 소용도 없다. 그러고선 학교 가면 당연히 수업시간 내내 엎어져 자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할 지언정 '화장기 없는' 얼굴로는 절대 등교하지 않는다. ㅠ.ㅠ 이젠 아주 차안에서 화장 마무리하는 것에 맛을 들여서 노상 나를 운전수로 써먹는다. 지각을 하든 말든 혼자 가! 라고 큰소리도 몇번 쳐보았지만... 이 무대포 십대는 보란듯히 1교시를 가뿐하게 째는 시간에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섰다. 맙소사...  결국 엄청난 지각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ㅠ.ㅠ 


신발 신는 방법도 이상하다. 남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큰 운동화에, 여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작은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어 신는다. 아대체 왜??? 전족하는 옛날 중국 여자들도 아니고! 째뜬 요즘 여자애들은 신발이 앙증맞아 보여야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원래 사이즈와 상관없이 발을 구겨넣어 운동화도 작게 신는다. 운동화 사주러 갔다가 자꾸 내 운동화보다도 작은 걸 산다고 해서 한참 싸웠는데(중학생때만 해도 240 신던 아이가 지금 225를 신겠다고!), 조카애만 이상한 게 아니고, 요즘 여학생들 대체로 다 그렇다는 신발가게 직원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운동화 디자인도 앞코가 짧아서 발이 작아보이는 모양이 인기란다. +_+ 반면에 남자애들은 한두치수 크게 신는 게 멋이라고. 280 정도는 신어줘야 키크고 늘씬한 남자로 인정된다나 뭐라나. 


하의실종이 대세임은 알지만, 십대들은 치마도 반바지도 너무 짧다. 처음에 몸만 달랑 우리집으로 온 터라 당장 입을 옷을 사줘야했는데 맙소사.. 백화점에선 층층마다 뺑뺑 돌았어도 아예 옷을 살 수가 없었다. 내 눈엔 충분히 짧은 미니스커트와 반바지도 너무 길어서 촌스러우시다고... ㅠ.ㅠ 결국 길거리 패션 천국인 이대앞으로 가서 길이가 딱 한뼘밖에 안되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영 마뜩찮은 요란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남방을 사줘야했다. 끙...


공부는 원래 타고난 것이고, 취미 없는 공부를 강요할 마음도 없으나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평소와 아무런 차이 없이 TV 리모컨 아니면 휴대폰만 갖고 씨름하는 아이를 보며 이젠 잔소리할 전투력도 상실했다. 어차피 고등학생 된 이후로는 조카네 집에서도 방에 교과서 한 권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책은 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물건이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란다. 당연히 연필이나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닌다. 묵직한 화장품 파우치만 등교 필수품. @.,@ 그냥 학교만 잘 다녀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든 놀라운 십대와 사는 건 하루하루 참으로 스트레스다. 오매불망 방학하기만 기다리는 중. ㅠ.ㅠ  방학만 해봐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도 다시 늬집으로 쫓아낼거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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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

투덜일기 2015. 6. 28. 22:08

줄리엣 비노쉬와 조니 뎁이 나왔던 영화 <초콜릿>. 찾아보니 2000년 작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이고 세월무상. 영화관에 가서도 봤지만 이후 케이블에서도 가끔 해줘서 몇번 더 본 적이 있다. 식탐녀답게 '음식'이 나오는 영화는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넋놓고 보는 편이라, <초콜릿>은 아마도 조니 뎁에 대한 팬심으로 보러갔다가 초콜릿 열망까지 부풀리게 됐던 것 같다.


아무튼 책이든 영화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혹은 기분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감상 포인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맨 처음 볼 땐 아마도 조니 뎁한테 매혹됐겠고... 이어 줄리엣 비노쉬가 만든 초콜릿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을 법한데... 나중엔 노년의 엄마 때문인지 주디 덴치 이야기가 오래 남았었다. 


영화에서 주디 덴치는 어떤 이유인지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손자를 거의 만날 일 없는 당뇨병환자 할머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마법의 초콜릿으로 꽉 막힌 마을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주디 덴치는 줄리엣 비노쉬 덕분에 손자와 화해하고, 초콜릿이 죄다 들어가는 음식으로 파티를 연 자리에서 금지된 음식들을 마음껏 먹고는 그날밤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금지된 음식인 달콤쌉쌀한 초콜릿을 마음껏 먹고 죽다니... 영화를 보면서는 강렬한 백합 향에 질식해서 숨을 거두는 방법 만큼이나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질병 때문에 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행동을 못하게 되는 불행과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 가운데서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한 건강 쪽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그게 이성적, 합리적이기도 하고. 비록 구차한 인생이라고 한탄은 하겠지만서도.


근데 막상 현실에서 용감무쌍하게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버럭 화가 난다. 


사례1. 당뇨병 환자이신 지인의 아버지. 혈당조절용 먹는 약 단계를 넘어서 매일 인슐린 주사기를 배에 푹푹 꽂으셔야 하는 단계로 한 차례 발가락 절제수술까지 받으셨다. 당연히 식사요법이 매우 중요하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간식으로 좋아하는 단팥방을 한꺼번에 두세 개씩 드신단다. 어차피 인슐린 맞을 건데 뭐 어때! 이러면서... ㅠ.ㅠ 혈당조절이 잘 안되면 말초혈관이 또 막혀서 발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어쩌시려고... 아오...


사례2. 과일광이신 우리 엄마. 과일에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많이 들어 건강식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과당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과일을 많이 먹는 건 별로 좋지 못하단다. 가령, 건강검진 받았을 때 나더러도 과일은 하루 사과 반개 정도만 먹으라고 했었다. 하물며 당뇨병환자인 우리 엄마야 오죽하랴! 근데 삼시세끼 후식으로 과일을 골고루 한개씩 후딱후딱 해치우셔야 직성이 풀리는 건 도무지 고쳐지는 습관이 아니다. (그나마도 자제해서 하루 세번 과일 한알씩이지, 맘껏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참외 한 광주리도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왕비마마의 주장.) 

헌데 요번에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용종 4개를 떼어냈고, 이틀간 죽을 먹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과일도 금지. 헌데 이 노친네 내시경 사흘 전부터 과일을 금지당한 관계로(실은 너무 괴로워하시길래 내가 사과랑 토마토 갈아드렸단 말이다!) 이틀을 더 과일을 굶으려니 죽을맛이었나보다. 아침 댓바람부터 자고 있는 딸을 깨워 과일 먹으면 안되느냐고 성화. 단칼에 안된다고 잘랐는데, 알고보니 벌써 천도복숭아 한개 잡수셨다고. +_+ 정 드시고 싶으면 갈아드린다니깐 아 놔;;;

용종 제거하고 난 상처에 클립으로 찝어놔서 자극적이고 거친 음식 드시지 말라는 건데... 으으으...


사례3. 류마티스 환자 작은아버지. 류마티스 치료약이 워낙 독해서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래서 간 수치가 높아졌다고... 그러니 조심해야한다고... 하지만 '똥고집'은 집안 내력인듯, 힘든 일은 좀 쉬셔야한다, 술은 절대 안된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완전 무시. 그러더니 이 양반 결국 얼마 전 간성혼수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기야 등산으로 다져진 건강이라 자신하며 술담배 매일 즐기던 울 아버지도 큰소리 치다가 졸지에 가셨으니 그 피가 어디 가랴)  병명은 알코올성 간경화. 아... 기가 막히다 정말. 류마티스 약만도 문젠데 거기다 술까지. 60대 남자들의 무대뽀 정신은 정녕 아무도 못말리는 것인가.


그깟 과일 하루만 더 참지 왜 식탐을 못 버리느냐는 잔소리에 뭐 어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라며 '아몰랑 화법'을 시전하신 엄마한테 버럭버럭 한참 화를 내고는 독설로 마무리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니깐!' 나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요행을 바라다가 큰 코 다친다는 것, 후회할 땐 이미 늦었다는 걸 사람들은 왜 잘 모를까. 물론 나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님을 안다. 남들 잘 때 자야한다고, 모든 사람들의 몸에 돌아다니는 암 세포를 죽이는 건강한 호르몬은 밤에 자야 나온다고, 스트레스와 화는 암세포를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다 알면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걸 뭐. 그러니깐 반성한다는 얘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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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기

투덜일기 2015. 6. 25. 22:01

약속이 있어서 동네 전철역으로 내려가 개찰구로 막 들어서려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뒤에서 "전철 타는 데가 어디에요?"라고 물었다. 돌아보니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바닥을 더듬더듬 짚으며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시각장애인인 것 같은데 점자 표시에 익숙하진 않으신 듯. 주변엔 나밖에 없어서 내가 도와야하는 건가 돌아서려니 개찰구 바로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 야구모자를 쓴 청년 하나가 뛰어나와 할아버지 팔을 잡았다. "이리로 들어가시면 돼요."


다행이다 싶었던 나는 먼저 카드를 찍고 들어와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할아버지는, 아 일단 카드부터 꺼내야지.. 그러면서 주머니를 뒤져 더듬더듬 카드를 기계에 대충 들이댔고, 청년이 할아버지 손을 제대로 옮겨 대주고는 가로 막대기도 밀어주었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전철 타는 거는 부탁드릴게요...라고 내게 말하는 청년. 당연히 이제부터는 내가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끄덕끄덕.. 하고는 할아버지에게 내가 물었다. 제가 잡아드릴까요, 저를 잡으시겠어요? (얼마 전 궁궐에서도 시각장애인 해설사 교육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 분들은 본인이 잡는 쪽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그래야 앞서 안내하는 사람의 몸놀림 감각으로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고... ) 


할아버지는 계단 손잡이만 잡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손을 선뜻 잡고 (땀으로 끈끈한 할아버지의 손 느낌이 불쾌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순간 메르스... 라는 단어도 떠오르긴 했다;) 계단 난간에 올려드렸다. 계단은 성큼성큼 수월하게 내려가시는 할아버지. 어느쪽 방향으로 가시냐 물으니 종로란다. 나와는 반대방향. 마침 곧 전동차가 들어온다는 표시가 떴다. 이제 곧 전철 온대요. 그랬더니 4-4, 4-4 타는데... 라고 외치시는 할아버지. 바로 계단 앞이 4-4였다. 문앞에 세워드렸더니 안전문 기둥을 손으로 어루만져 위치를 확인하셨다. 나는 이제 임무 완료했다고 여겨 뒤로 물러났다. 무사히 타는 것만 보면 되겠지.


하지만 문이 열리고 더듬더듬 느릿느릿 전철에 오르는 할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아 잘못했구나 싶었다. 좀 전에 개찰구에서 할아버지를 나에게 인도했던 분식집 청년처럼 옆에 같이 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할아버지를 인계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그럼 손잡아서 전철 태워드리고 자리까지 잡아줬을지도 모르는데...


그럼 도움의 손길이 계속 이어져 종로에서도 누군가 전철에서 손잡아서 내려주고 출구 방향도 찾아주고... 목적지까지 호의의 물결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 연결을 내가 끊은 건가 싶어 좀 아쉬웠다. 누군가를 사심없이 명쾌하게 돕는다는 건 참 쉬운게 아니구나 싶었던 짧은 경험. 다음엔 같은 상황에서 좀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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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4년간 쓰던 아이폰4를 드디어 6로 갈아탔다. 그놈의 요금제를 홀로 고민하느라고 또 한참 망설이다 드디어 2주전엔가 큰 맘먹고 휴대폰 바꾸러 동네 대리점에 나갔더니 내가 원하는 색깔이 없어서 퀵으로 받으려면 1시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냥 돌아선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요번엔 아무래도 휴대폰 물량이 많을 것 같은 신촌 대리점에 드가서 상담하며 제일 먼저 기계 있느냐고부터 물었다. =_+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퀵으로 받으면 15분 걸린다고... 그 동안 서류정리하고 개통 준비하면 된다나.


하지만 결론적으로 걸린 시간은 1시간 반이 넘었다. ㅠ.ㅠ 퀵아저씨가 신촌 온 일대를 다 배달하고 다니는 듯 1시간 넘어 나타남. 아오 정말!! 내 귀한 시간!!


째뜬 짜증을 애써 감추고 새끈한 새 휴대폰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왕비마마가 의외의 코멘트. 커졌는데도 생각보다 별로 안 무겁네...  어어.. 이거 뭐지. 자긴 전화 걸고 받고 문자확인만 하면 되니깐 5년째 쓰고 있는 폴더폰 아무 불편 없으시다더니만... (물론 사진 찍고 확인하는 거 어케 하는 지 모르고 mms문자는 글씨 작아서 못 보겠다고 간간이 불평을 하긴 하셨다) 슬쩍 물어봤다. 엄마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줄까? 요새 공짜 기계도 있다던데... 


으레 아니다, 나는 됐다.. 귀찮다... 라는 대답을 절반쯤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다시 의외의 반응. 

공짜 기계도 있대? 진짜? 그럼 한번 써볼까? @.,@  

하긴 요샌 다들 큰 전화기 들고 다니면서 손주들 사진 자랑하더라... 슬며시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결론은 났다.


마침 휴대폰 대리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그동안 마르고닳도록 KT를 써왔음에도 (결합상품으로 묶여 있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혜택이 별로 없어서 불만이지만 바꾸는 것 또한 귀찮아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컴퓨터 인터넷과 휴대폰 2대를 모두 결합하면 할인율이 높아질뿐더라.. 내가 '메가패스' 시절부터 쓰던 인터넷을 더 빠른 걸로 바꿔줄 수도 있고 ㅠ.ㅠ (KT는 왜 그런 안내를 한번도 해주지 않은 걸까요? 의아해했더니 무려 10년 전부터 쓰던 거라 아마 KT일선 직원 중엔 그 사실을 아는 직원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자기네는 점장님이 하도 오래돼서 아는 거라고...) 심지어 쓰던 폰을 반납하면 더 혜택이 있다고 한번 더 나오라는 전화를 받은 터였다. 맙소사...  쓰던 아이폰 중고로 팔아주는 건 다른 대리점도 하는데 기껏해야 한달 요금 값 정도 빠진다던데.. 암튼  오케이 담날 다시 나가기로 한 김에 엄마 휴대폰도 바꾸기로 결정.


저가 보급형 모델 중에서 완전히 기계값이 없는 공짜폰은 너무 작고 허접해서 안되겠고, 결국 제일 저렴한 기종 중에서 새 기계로 하나를 골라 드디어 70대인 우리 오마니도 스마트폰 세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여기서 또 한 번 함정은 내 명의로 개통한 거라 어르신 요금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ㅠ.ㅠ 일단 석달 쓰고 나서 명의변경을 하고 요금제도 바꾸기로 했다. 개통과 명의변경과 요금제 변경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는 듯...


암튼 걱정은 노친네가 스마트폰 익히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으실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노인들 마우스 더블클릭이 불가능하듯, 화면 '터치'부터 난항이었다. 뭐든 꾹~ 눌러야 직성.. 그것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ㅋㅋㅋ


일대일 과외를 하다가 말로는 아무리 반복해도 안될 것 같아 눈높이 매뉴얼을 4장이나 꼼꼼히 적어 외우시라고 한 뒤 계속 실습을 하고 있는데...으아...내가 만약에 교사가 되었다면 얼마나 무능하고 신경질적이고 짜증만땅인 선생이 되었을까 실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껏 설명을 하고 나면 금방 딴 소리.. 아우... 버럭버럭... 


젊은 사람도 다 익히려면 1달은 걸린다고 뻥도 슬슬 치면서 차근차근 천천히 익히시라고 하는데도 성질은 또 왜 그리 급하신지.... 그러면서 자꾸 뭐가 안된다 안된다.. 왜 내가 하면 안되냐... 푸념만..


카톡방에 동생들 다 불러다놓고 엄마의 스마트폰 세상 입성을 축하드리라고 했었지만, 이건 축하할 일이 아니고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째뜬 엄마가 스마트폰 들고 씨름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도 있단다. 시간이 정말 잘 간다는 것. 애들이 왜 노상 휴대폰에만 빠져 있는지 알겠다나. ㅋㅋㅋ 아직 전화걸기와 문자 입력 단계를 넘어서지도 않았는데 그렇단다.  과거 검찰청에서 최고 뛰어난 타자수였다는 자부심을 동원해 문자 창에 애국가 가사를 쳐셔 보내기도 하셨다는데 대체 그건 어디로 사라진 걸까나? ㅋㅋㅋ 


아무튼 스마트폰 이전에도 가끔 낮에 늦게까지 자고 있으면 왜 안 일어나느냐고 거실서도 내 방으로 휴대폰으로 전화하시는 양반인데 걸핏하면 문자나 카톡 보내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제까지는 자판 작고 정신없다고 문자는 보는 것만 하셨었는데....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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