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4년간 쓰던 아이폰4를 드디어 6로 갈아탔다. 그놈의 요금제를 홀로 고민하느라고 또 한참 망설이다 드디어 2주전엔가 큰 맘먹고 휴대폰 바꾸러 동네 대리점에 나갔더니 내가 원하는 색깔이 없어서 퀵으로 받으려면 1시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냥 돌아선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요번엔 아무래도 휴대폰 물량이 많을 것 같은 신촌 대리점에 드가서 상담하며 제일 먼저 기계 있느냐고부터 물었다. =_+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퀵으로 받으면 15분 걸린다고... 그 동안 서류정리하고 개통 준비하면 된다나.


하지만 결론적으로 걸린 시간은 1시간 반이 넘었다. ㅠ.ㅠ 퀵아저씨가 신촌 온 일대를 다 배달하고 다니는 듯 1시간 넘어 나타남. 아오 정말!! 내 귀한 시간!!


째뜬 짜증을 애써 감추고 새끈한 새 휴대폰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왕비마마가 의외의 코멘트. 커졌는데도 생각보다 별로 안 무겁네...  어어.. 이거 뭐지. 자긴 전화 걸고 받고 문자확인만 하면 되니깐 5년째 쓰고 있는 폴더폰 아무 불편 없으시다더니만... (물론 사진 찍고 확인하는 거 어케 하는 지 모르고 mms문자는 글씨 작아서 못 보겠다고 간간이 불평을 하긴 하셨다) 슬쩍 물어봤다. 엄마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줄까? 요새 공짜 기계도 있다던데... 


으레 아니다, 나는 됐다.. 귀찮다... 라는 대답을 절반쯤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다시 의외의 반응. 

공짜 기계도 있대? 진짜? 그럼 한번 써볼까? @.,@  

하긴 요샌 다들 큰 전화기 들고 다니면서 손주들 사진 자랑하더라... 슬며시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결론은 났다.


마침 휴대폰 대리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그동안 마르고닳도록 KT를 써왔음에도 (결합상품으로 묶여 있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혜택이 별로 없어서 불만이지만 바꾸는 것 또한 귀찮아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컴퓨터 인터넷과 휴대폰 2대를 모두 결합하면 할인율이 높아질뿐더라.. 내가 '메가패스' 시절부터 쓰던 인터넷을 더 빠른 걸로 바꿔줄 수도 있고 ㅠ.ㅠ (KT는 왜 그런 안내를 한번도 해주지 않은 걸까요? 의아해했더니 무려 10년 전부터 쓰던 거라 아마 KT일선 직원 중엔 그 사실을 아는 직원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자기네는 점장님이 하도 오래돼서 아는 거라고...) 심지어 쓰던 폰을 반납하면 더 혜택이 있다고 한번 더 나오라는 전화를 받은 터였다. 맙소사...  쓰던 아이폰 중고로 팔아주는 건 다른 대리점도 하는데 기껏해야 한달 요금 값 정도 빠진다던데.. 암튼  오케이 담날 다시 나가기로 한 김에 엄마 휴대폰도 바꾸기로 결정.


저가 보급형 모델 중에서 완전히 기계값이 없는 공짜폰은 너무 작고 허접해서 안되겠고, 결국 제일 저렴한 기종 중에서 새 기계로 하나를 골라 드디어 70대인 우리 오마니도 스마트폰 세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여기서 또 한 번 함정은 내 명의로 개통한 거라 어르신 요금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ㅠ.ㅠ 일단 석달 쓰고 나서 명의변경을 하고 요금제도 바꾸기로 했다. 개통과 명의변경과 요금제 변경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는 듯...


암튼 걱정은 노친네가 스마트폰 익히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으실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노인들 마우스 더블클릭이 불가능하듯, 화면 '터치'부터 난항이었다. 뭐든 꾹~ 눌러야 직성.. 그것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ㅋㅋㅋ


일대일 과외를 하다가 말로는 아무리 반복해도 안될 것 같아 눈높이 매뉴얼을 4장이나 꼼꼼히 적어 외우시라고 한 뒤 계속 실습을 하고 있는데...으아...내가 만약에 교사가 되었다면 얼마나 무능하고 신경질적이고 짜증만땅인 선생이 되었을까 실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껏 설명을 하고 나면 금방 딴 소리.. 아우... 버럭버럭... 


젊은 사람도 다 익히려면 1달은 걸린다고 뻥도 슬슬 치면서 차근차근 천천히 익히시라고 하는데도 성질은 또 왜 그리 급하신지.... 그러면서 자꾸 뭐가 안된다 안된다.. 왜 내가 하면 안되냐... 푸념만..


카톡방에 동생들 다 불러다놓고 엄마의 스마트폰 세상 입성을 축하드리라고 했었지만, 이건 축하할 일이 아니고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째뜬 엄마가 스마트폰 들고 씨름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도 있단다. 시간이 정말 잘 간다는 것. 애들이 왜 노상 휴대폰에만 빠져 있는지 알겠다나. ㅋㅋㅋ 아직 전화걸기와 문자 입력 단계를 넘어서지도 않았는데 그렇단다.  과거 검찰청에서 최고 뛰어난 타자수였다는 자부심을 동원해 문자 창에 애국가 가사를 쳐셔 보내기도 하셨다는데 대체 그건 어디로 사라진 걸까나? ㅋㅋㅋ 


아무튼 스마트폰 이전에도 가끔 낮에 늦게까지 자고 있으면 왜 안 일어나느냐고 거실서도 내 방으로 휴대폰으로 전화하시는 양반인데 걸핏하면 문자나 카톡 보내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제까지는 자판 작고 정신없다고 문자는 보는 것만 하셨었는데.... 으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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