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에 해당되는 글 503건

  1. 2015.04.02 단비 4
  2. 2015.03.25 전도 7
  3. 2015.03.23 필리핀 동전 10
  4. 2015.03.19 새벽 커피 3
  5. 2015.03.05 이케아 5
  6. 2015.02.09 달라도 너무 다르다 10
  7. 2015.02.03 들이기와 버리기 4
  8. 2015.01.29 3
  9. 2015.01.06 지는 해
  10. 2015.01.03 2015년 10

단비

투덜일기 2015. 4. 2. 17:03

가뭄이 심해 소양강댐이 막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지경이라더니 엊그제부터 틈틈이 비가 내린다. '단비'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학창 시절 지리 과목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강수량 관련된 부분은 그래도 꽤 잘 알아먹었던 것 같다. 일단 비와 눈에 내가 관심이 많으니깐! 게다가 지리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1년 강우량 중에서 대부분이 장마철에 한꺼번에 다 내린다는 것, 그래서 장마철 물난리나 '태풍'을 엄청난 '재해'라고만 여기지만 사실 태풍도 간간이 올라와서 전국에 비를 뿌려줘야 농사에 '엄청' 도움이 된다는 것, 바닷물도 태풍으로 한번 확 뒤집어져야 영양분이 골고루 섞여서 양식장도 잘된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아주 실감나게 고향 이야기를 덧붙여가며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걸 내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라고. ㅋ


며칠 반짝 낮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가더니만 그제 내린 비에 힘을 얻었는지 계속 꽃눈 상태로 버티던 집 앞 벚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가 어제부터 순식간에 팝콘 터지듯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꽃을 셀 정도. 가뭄 탓이려나, 꽃잎이 오종종 작고 볼품 없는 느낌이다. 해마다 벚꽃 일기를 쓰듯 만개한 시기를 블로그에 비교연재(?)하고 있는데 작년엔 올해보다 더 빨리, 3월 말부터 피었다고 적혀 있다. 올해는 며칠 늦었다는 얘긴데, 과연 만개 시점은 며칠일까? ^^


오늘 오후부터 또 다시 큰 비가 내린다더니만 조금 전부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 봄비에는 꽃송이가 거뜬히 버텨준다는 것도 예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뚝. 주말부터는 또 집앞에서 꽃잔치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걸핏하면 미세먼지다 황사다 뿌연 봄 하늘이 엄청 못마땅했는데, 그제 내린 비로도 어느정도 씻겨내렸겠지만 이번 단비로 완전 싹~ 깨끗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봄꽃 빛깔도 더 예쁠 듯. 요즘에도 식목일 되면 학교마다, 회사마다 거국적으로 나무 심으러 가고 그럴까? 내가 회사 생활 할 때는 되게 싫은 행사였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또 신나게 나설 것도 같다. 물론 까다롭게 토양과 그 산에 어울리는 묘목의 종류까지 따져가며 심어야한다고 까탈을 부리긴 하겠지만... 째뜬 이번 식목일은 단비 내리고 나서 온 산의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을 때라 나무 심기도 좋겠지. 


식목일에 나무는 안 심고 우리는 늘 그 즈음 일요일에 성묘를 간다. 주변에 헤이리와 파주 아울렛, 프로방스가 있어서 이젠 대가족 스무명이 성묘 끝내고 밥 한번 먹으려면 식당 찾는 게 여간 힘들지가 않다. 두부마을이나 한정식집에서 줄줄이 대기표 번호 들고 기다렸다 먹기도 하지만, 요번엔 김밥이랑 먹을 것 '사'가지고 가서 소풍 겸 놀기로 했다. 작년 한식땐 큰올케랑 나랑 둘이 나눠서 김밥을 '싸' 갔는데 김밥 달인과 외양부터 비교되서 민망했었다. 요샌 둘 다 바쁘니 패스~ 아버지 좋아하시는 영양센타 통닭이나 넉넉히 사갈 작정. 


그러니 아무리 단비라도 일요일엔 그쳐야하느니라! 미리미리 얼른얼른 다 쏟아지도록... 내려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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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투덜일기 2015. 3. 25. 17:55

대화든 글이든 종교는 웬만해선 피해야할 주제임을 알지만 생각난 김에 일단 적어봐야겠다.

 

교인이 아니어도 어렸을 때 친구 따라 교회에 가본 경험들은 '누구나' 다 있으려나? 하여간에 서울 장안엔 요새도 그 옛날에도 교회는 동네마다 서너개씩 교파도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내 친구 중엔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지식과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어린 친구들이 기독교 신자가 되고나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으니, 그건 바로 '열혈 전도' 심리였던 것 같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친구가 지옥불에 떨어진다는데, 어리고 순진한 마음에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 그렇다고 무작정 교회로 끌고 갈 순 없는 일이고 (더욱이 우리집에 놀러 와 보면 대문과 안방에 부적도 붙어 있는데!), 적당한 기회를 보다가 불쌍한 친구를 자기네 교회로 데려가는 날을 만들곤 했다. 각종 과자와 사탕으로 온 동네 아이들을 다 유혹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더할 나위 없는 전도 주간이었고, 그 밖에도 '부흥회'라나 해서 자기가 연극을 하니 보러 오라고, 맛있는 것도 준대, 라며 내 손을 이끌기도 했다.

 

거절 잘 못하는 병은 그때부터 익히 발현되어 있었으니, 불교신자인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도 (가정환경조사서 종교 항목에도 매년 버젓이 '불교'라고 적기도 했었다) 나는 '딱 한번만' 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마다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나 크리스마스 발표회는 주로 저녁 시간이어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영악하게도 나는 '숙제'와 '일기' 핑계를 댔던 것 같다. 선생님이 다녀와서 일기 쓰랬어, 라고 하면 무사 통과되는 식.

 

목청 높여 고래고래 소리치는 목사님의 설교는 좀 무서웠지만 멋진 옷을 맞춰 입은 합창단의 노래는 좋았던 것 같고, 과자와 사탕을 봉지에 담아 일일이 나눠주는 것도 신났다. 하지만 친구 소개 순서에 일어나서 이름을 말하는 시간이 오면 심장이 막 쿵쾅거렸다. 과자 욕심에 자기소개 시키고 돌아가며 교인들이 막 친한척하는 것만 없으면 그런 초대에 자주 응할 텐데, 하는 마음도 있었던 듯...


암튼 문제는 그렇게 부흥회나 성탄절 특별 예배에 쫓아가고 나면, 이후에도 일요일 아침마다 친구가 찾아와 같이 교회에 가자고 졸라댄다는 사실! 아 놔;;; OTL  엄마가 딱히 교회를 못다니게 했던 것 같진 않은데 (학창시절 울 엄마도 불교신자 외할머니에 대한 괜한 반발심에 교회 다닌 적 있단다 ^^;) 친구따라 '주일학교'에 따라갈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아침잠이 많다는 것. 생각해보니 일요일 아침에도 어쩔 수 없이 몇번 교회엘 끌려간 적이 있었는데 곧바로 못할 짓이다, 라고 느꼈던 듯하다. 너무 피곤해... 그리고 따로 남겨 성경공부 시키는 것도 싫고... 


한번은 니가 교회엘 안다녀서 천당에 못가고 지옥에 갈까봐 걱정되서 자기 전에 맨날 기도까지 한다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자기는 '모태신앙'이라고 하도 진지하게 말을 해서, 나는 그말이 엄청 심각하고 무서운 낙인처럼 느껴졌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모태신앙이면, 일요일에도 절대 늦잠 못자고 교회에 가야하고 뭐든 먹을 거 앞에서 손부터 나가는 나와 달리 중얼중얼 기도부터 올려야하는 구나... 나는 모태신앙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뭐 그런 생각?


심지어 대학생 시절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끔 친구따라 교회 가기는 몇년에 한번씩 연중행사로 이어졌다. 은근히 나를 전도하고 말겠다는 친구들의 고집과 인내심 덕분이었을까? 거절을 제대로 못하기도 했지만, 당시엔 그저 재미 삼아서, 친구가 맘에 품은 '교회 오빠'의 얼굴을 확인하러 한번 가주마,혹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서 새 신자 동원 잔치에 할당 머릿수를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 어느새 집사님이 되신 친구가 새로 지은 교회에서 특별 예배를 올리는 날엔 선물 준다고 꼬드기며, 와서 제발 자리 좀 채워줘... 그러기도 했고. 그러면 다른 교회엘 다니는 친구도, 성당엘 다니는 친구도, 무소속(?)인 나도 무료 장소 제공 받고 모임 하는 셈치자 하며 참석을 해줬던 거다.


하지만 교인 친구들도 내가 '전도'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30년지기 친구 하나가 새삼스레 자기네 교회에 한번 오라고 옆구리를 찔러대고 있다. 특별히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러니깐 그냥 한번 가주는 걸로 끝이 아니란 얘기!), 순전히 내가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마음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 내가 그간 너무 징징거렸던 탓일까? 카톡으로 몇번 그런 얘기를 하길래, 종교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냥 두라고 킥킥 거렸는데  요번엔 아예 자기네 교회 안내 팜플렛까지 가지고 와서 (영어 예배를 보는 교회란다) 열혈 전도를 하시네. 돌연 스트레쑤~! 


하여간 그래서인지 어제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개천변 공원에서 미스코리아 띠처럼 어깨에 'OOO구 제7교구'라고 적힌 노란 띠를 두른 교인들이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외치며 행인들의 팔을 잡는 걸 보며 반사적으로 얼른 멀리 도망쳤다. 만인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기꺼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나... 싫은 사람은 그냥 좀 내버려두었으면. 나 이만하면 그럭저럭 행복하단 말이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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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동전

투덜일기 2015. 3. 23. 02:11

엄마가 백원짜리인줄로 알고 받아온 거스름 돈 중에 하나가 알고보니 필리핀 동전이었다. 1페소짜리인데, 얼핏 보기에 크기와 두께, 색깔이 딱 백원짜리였다. 같이 섞어서 건네주면 누구라도 쉽사리 골라내지 못했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1페소의 환율은 대략 25원. 엄마는 75원을 손해본 거다. 그래도 엄마가 동전 분류하다 이상한 걸 알아차렸으니 좀 다르긴 다르다는 얘긴데, 이 사건을 두고 모녀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엄마: 생각할수록 괴씸하고 억울하다. 어디서 잘못 줬는지 따져야겠다. 약국인가? 목캔디를 샀던 마트인가? 또 어디를 들렀더라? 300원 거슬러 받은 데가 있었는데? 어디더라? 아이고 치매가 왔나, 왜 생각이 안나냐. 어딘지 확실히 알아야 찾아가서 따질텐데. 바보같이 거스름돈 속이는 것도 모르다니 눈이 삐었다. 시력이 많이 나빠졌나. 안경이 안 맞나. 안과에 가봐야겠다. 백내장 수술해야 되는거 아니니. 속상해죽겠네. 화난다. 근데 이 동전을 어떡하지? 버릴 수도 없고 어디 써먹나? 공항에나 가야 외국 동전 기부통 있던데... 

(참고로.... 엄마의 정신 건강 상태가 요즘 좀 저조하다. 별다른 이슈는 없는데... 그냥 환절기 봄탓일까...) 

= 째뜬 철저한 자책파에 알뜰 이타주의자.  


나: 진짜 비슷하게 생겼네. 거슬러 준 사람도 모르고 줬을지 몰라요. 설마 알고도 손해 안볼라고 얼렁뚱땅 눈나쁜 할머니들한테 넘기는 건가? 그럼 사기꾼인데! 음.. 그냥 잊어버리셔. 100원 내가 줄게! 혹시 옛날에 우리나라 500원짜리 동전이랑 일본 500엔이랑 비슷해서 자판기로 환치기했다던데(해서 일본은 500엔 동전의 재질과 색깔을 아예 바꿔버렸단다) 필리핀에서도 설마 조직적으로 동전 들여와 유통시키는 거 아냐? (막 음모론 꾸며댄다) 써먹긴 뭘.. 그냥 버려요. 외국돈도 동전은 바꿔주는 데도 없고, 어차피 겨우 25원이라니까! (실은 책상 서랍에 일본 동전, 미국동전, 영국동전, 호주 동전, 뉴질랜드 동전.... 등등이 한 뭉치 들어있다. -_-; 근자엔 여행가도 동전까지 악착같이 쓰고 들어오는 편이지만, 과거엔 신기하다고 괜히 종류별로 남겨오던 때가 있었다. 1달러짜리 동전 신기하지? 이러면서 친구가 준 것도 있고... 하지만 책상 속 서랍 외국 동전의 절반 이상은 아버지의 여행 흔적이다...)       

= 어디까지나 철저한 남탓파에 이기적인 귀차니스트.


우울증 탓이겠지만, 자꾸만 백원짜리 동전 하나 때문에 속을 끓이는 엄마를 보다 못해 몹쓸 필리핀 백동전을 빼앗아 10원짜리 통에 치워버렸다. 그러면서 문득 유통의 유혹을 느꼈다. 동전지갑을 따로 쓰다보니, 마트 갈 때 카트 빼는데 필요한 백원짜리를 자꾸 까먹어서 (천원짜리도 없어서 심지어 만원짜리 내고 동전 거스른 적도 있다. 짜증;;) 차에도 몇 개 놓아두고, 테이블 차키 옆에도 1개, 화장대 옆에도 1개 늘 굴러다니고 있는데.... 진짜로 보기만큼 백원짜리랑 혼용가능한지 카트에 넣어볼까 싶은 거다. ^^; 물론 어마어마한 이름의 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겠지만... 애당초 그놈의 필리핀 돈이 돌고 돌아 하필 우울증환자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든 이유도 누군가 호기심에 슬쩍 써먹어봤기 때문이 아닐까나? 


혹시나 진짜로 필리핀에서 환율 4배 장사 하려고 조직적으로 1페소 동전을 들여온 건 아닌가,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나 검색해보니 전혀 없는 듯. ㅋㅋㅋ 이거 최초 발견이라며 신고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그려. (물론 귀찮아서 절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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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커피

투덜일기 2015. 3. 19. 05:46

어릴 때 모기에 물리면 집에선 주로 물파스를 발라주었는데, 물리자마자 바로 바르면 모를까 자면서 이미 한참이나 긁어버려 새빨갛게 부풀어오른 다음 날 즈음엔 물파스를 발라도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괜히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시커멓게 변하기나 할 뿐. 그래서 대신에 나는 전해들은 '민간요법'(?)을 더 선호했다. 모기 물린데를 손톱으로 꾹 눌러 열십자로 자국을 남기는 거다. 아픔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손톱으로 꽉 누르다 보면 통증 때문에 가려운 느낌이 가려지는 효과랄까. 특히 모기나 벌레가 침을 꽂은 바로 그곳을 정확하게 열십자의 한가운데로 눌러줘야 효과가 직방이라는 나름의 원칙도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피를 내기도 했지만...


넘어지거나 찢겨서 어딘가 피가 나고 아플 때도 지혈을 핑계로 상처 부분을 모질게 꽉 누른 적도 있는 걸 보면 꽤나 자학성향이 있는 건가 싶다. 이 새벽에 위가 부은 듯 더부룩하고 쓰라린데도 굳이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커피를 넘기며, 이 또한 벌레 물린 데를 손톱으로 지져대거나 상처를 더 짓누르는 과거의 행동과 다를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면 대체 커피를 언제 마시란 말인가! 빈 속에도 마시지 마라. 밥먹자마자 바로 마시는 것도 미친 짓이다. 수면의 질을 위해선 늦은 오후에도, 잠자리 직전에도 마시지 마라.... 쳇... 


따지자면 지금 마시는 새벽 커피는 내겐 잠들기 전 너무 늦게 마시는 커피에 해당할 테고, 어제 날이 꿀꿀했던 관계로 적정 카페인 양(원두커피로 두 잔)은 이미 넘어버렸으니 어쩌면 아예 잠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또 성난 위는 더 아플 테고, 요즘들어 종종 말썽을 부리는 무릎도 더 아플테고 날카로운 신경에 더 까칠해질 테고.... ㅋㅋ 매사에 미리 온갖 경우의 수를 따져보다 제풀에 지치고 마는 버릇대로 이미 다 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결국 커피를 선택했으니, 결론은 아마도 내가 참 청개구리라는 것? 빈속에 찌르르 느껴지는 카페인의 자극(물론 나의 상상이겠지만;;)과 쾌감이 나빠봤자 설마 애연가들의 새벽 담배만큼 하랴,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려나 이 커피 맛있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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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투덜일기 2015. 3. 5. 17:09

아시아 최대규모라던가 세계 최대규모라던가 암튼 엄청 크다는.... 그리고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탓도 많아서 한번 가볼까 하던 마음도 움츠러들게 했던 이케아에 드디어 구경을 갔었다. 광명 사는 친구가 자기도 아직 안 가봤다며 겸사겸사 얼굴한번 보자고 해서, 딱히 뭘 사려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들이기와 버리기 원칙'을 계속 고수하려면 쇼핑 전에 뭘 버릴지부터 결정해야 한다규~!) 그냥 구경만 하자, 싶었다. 

 

평일 오전(11시쯤)이라 주차장도 여유롭고 식당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도 잘 못자고 거의 눈뜨자마자 달려간 터라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하자고 내가 극구 주장했는데, 얼핏 가격대비 꽤나 훌륭하다고 들었던 건 순전히 '가용비' 차원. 메뉴는 엄청나게 단순해서 뭘 다양하게 골라먹는 건 불가능했다. 끼니가 될 만한 건 김치볶음밥, 파스타, 미트볼, 연어라자냐, 넷 중 하나를 골라먹는 게 전부. 푸성귀를 플라스틱에 담아놓거나 접시에 포장해놓은 연어 샐러드도 있긴 했다. 볶음밥과 파스타가 단돈 2900원이고 맛도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하니 다들 '괜찮다'고 할 수밖에. ^^; 그러나 식판 카트 밀면서 계산하려고 줄 서 있는 사이 금방 식어버리고 어리바리 커피는 어떻게 마셔야 하나 고민하느라(계산대 앞에서 커피 머그잔이나 음료수 잔을 직접 꺼내 올려 놓으면 계산되는 방식) 방황했더니 자리 잡고 밥 먹을 땐 이미 지쳐서 쇼핑 의욕이 상실되었다. ㅋㅋ

 

난 역시나 드넓은 초대형 매장 돌아다니는 것도, 이것저것 오래 구경하며 쇼핑하는 것도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여서 우린 가자마자 식당 테이블에서 주로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고(근 2시간 가까이!), 천원짜리 무한리필 커피치고는 맛도 제법 괜찮다, 근데 잔은 너무 작다 그러면서 귀찮아서 두잔씩밖에 커피도 안마셨다. 커피도 천원 생수도 천원. 식당에선 물이 제일 비싸네, 그런 말도  했던 듯.

 

이케아 방문을 앞두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그래도 몇 가지 쇼핑품목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아우 고르기 어려워라... 인기품목은 이미 품절이 많고, 쇼룸에서 본 물건의 제품명과 품목 번호를 적어야 한다는데 이케아 연필도둑 소동 때문이었는지 메모지와 연필은 사라지고 없었다. 휴대폰 앱이나 카탈로그로 표시해야한다는 듯. 아 귀찮아...

 

해서 친구는 그냥 생활용품 쌓아놓고 진열하는 곳에서 수납함이니 베갯속이니 이불이니 하는 것들 몇개 카트에 주워담았고, 나는 수첩과 학용품 파는 곳에서 눈이 홱 뒤집혀 이것저것 오래 만지작거리다가 (책상 서랍에 새 공책이랑 수첩 많잖아!!) 다행히 죄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 그래도 민짜 수첩이랑 노트랑, 클립이랑 누런 포장지 중엔 마음에 드는 게 꽤 있었음. ㅎㅎㅎ

 

아무리 살 마음이 없어도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하는 심정으로 내가 고른 건 천원짜리 분홍색 플라스틱 휴지통과 3개에 단돈 1900원인 코르크 냄비받침. 아싸 득템일세. ^^;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체에서 걱정했던 것만큼 가구공룡이 아니라 그 외 생필품 시장에 더 타격을 줄 것 같다는 분석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친구도 책꽂이 하나 살까 눈여겨보다가 막상 낑낑대고 상자 옮겨가 조립할 생각 하니 사기 싫어졌다나. 국내 가구 사면 무료배송에 조립까지 다 해주는데! ㅋㅋㅋ 대신에 수건이 싸고 질 좋다면서 막 10개씩 구입..

 

째뜬 이케아가 왜 전세계적으로 장사가 잘되는지 알 것 같았다. 뭔가 가격대비 물건이 쌔끈한 느낌! 똑같은 플라스틱 수납함인데도 다이소나 모던하우스 같은데서 보던 저렴이들보다 만듦새가 깔끔하고 마무리가 잘 된 느낌이고, 색깔도 덜 촌스럽다고나 할까. 하기야 뭐 나도 몇년전에 이미 이케아 플라스틱 의자는 작업실 용으로 사서 써봐서 안다. 이번에도 3만3천원짜리 등나무의자가 어찌나 사고 싶던지  ^^;

 


내가 잠시 탐냈던 의자;; 근데 놓을 데가 없다!

친구는 첫 방문이니 애써 쇼핑을 자제하면서도 흰색 5단 책꽂이가 썩 마음에드는 게 있다며 나중에 내가 가서 조립해준다는 약속만 한다면 사다놓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스툴 같은 건 죄다 품절. 인터넷으로 입고 여부를 알아놓을 터이니 한번 더 가자나. ㅋ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가구상자나 무거운 물건 옮기는데 유용할 것 같은 캐리어도 같이 살 태세!

 

집에 돌아와 닦아도 도무지 때깔이 안나는 오래된 플라스틱 휴지통 하나를 버리기로 하고 샛분홍(색이 너무 튀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에라이 천원인데 뭐;; 그랬다 ^^;) 휴지통을 엄마 방구석에 놓아드리니 매장에서 볼 때보다 색감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냄비받침 3개 대신엔 딱히 버릴 게 없어서 알량하게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숟가락이랑 화분받침을 버릴 작정. 과연 조만간 이케아를 또 가게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가게된다면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좌악~ 해보고 합리적인 동선을 짜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가긴 갈 모양인가...

 

하여간에 매장을 돌아다닌 건 1시간도 안되는데 급피곤해져, 집에 와 오곡밥 하고 보름 나물 볶는데 힘들어서 혼이 났다. 3, 4시간 꼼꼼하게 돌아다니고 무거운 물건박스까지 옮겨 싣고 올라믄 아줌마필수 체력부터 챙겨야할 듯. 그것이 첫 이케아 방문의 소감이다. 미리 배를 채우고 가는 건 필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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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일도 그렇고 산에 쫓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작년엔 이상스레 '남자어른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 점점 더 은둔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간 내가 어울리던 사람들의 성비를 따진다면 극단적으로 여자들이 많았고 이른바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다보니 '회식문화'도 덩달아 멀리 하고 살았는데, 새삼 다시 '꼰대스러움'으로 무장한 남자 어른들과 부대끼는게 영판 낯설고 힘들고 종종 짜증스러웠다. 그러면서 느낀 그들의 특징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 악수를 좋아한다. 얼마만에 만나든 무조건 인사와 동시에 악수를 나눈다.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코스프레인가?


2. 그럴싸한 직함과 호칭 붙이기를 좋아한다. 'OOO선생님'이나 'OOO선/후배님'이 공식적인 호칭이라고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굳이 사람따라 구분해서 김사장님이니, 정이사니, 회장님이니, 유박사, 이교수...따위의 직함을 부른다. 나에게도 민망하게 자꾸  'ㅂ작가'라는 칭호를 주려 한다. 작가 아니거든요! 라고 대꾸하기도 지친다. 혹 백수나 전업주부다 싶으면 '김프로', '최선수'라고 부르기도... 그렇게 직함에 목매는 그들의 심리를 나로선 정말이지 모르겠다. 


3. 모든 취미활동은 결국 끝나고 술을 마시기 위한 전초전이다. 등산도, 테니스도, 골프도, 심지어 자원봉사도... 최종 목표는 '끝나고 한잔'이 틀림없다. 


4. 일단 외출한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까지 다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는 것이 집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여기며 으스댄다. 내가 보기엔 술자리 차수를 늘리려는 꼼수 같은데...


5.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과묵하고 말이 없다는 건 순전 뻥이다. 그들은 수다스럽기 짝이 없고 시끄러우며 직업군이나 교육의 정도와 상관 없이 관심분야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침튀기며 몇시간도 떠들어댈 수 있다. 심지어 아무 의미없는 개똥철학까지도 지겹게 설파하는데, 그러다 종종 술자리에서 자기 주량을 넘긴 뒤 주책과 객기를 부린다. 


6. 유머랍시고 이상한 이야기나 케케묵은 옛 농담을 하며 자기가 굉장히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니며 알려주는 이도 있는데(주로 요상망측한 건배사... 아오 진짜;;), 더러 성희롱에 해당되는 여성 비하 발언을 잘못인줄도 모르고(알면서 그러는지도;;) 주워섬기며 낄낄댄다. 


7. 오십대든, 육십대든, 칠십대든 별 상관없다. 그들은 연배 낮은 모든 여자들에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 불리기를 갈구한다. 할배가 더 어울리는 호칭임에도... 어휴.


물론 드물긴 하지만 '남자어른'임에도 배려깊고 세심하고 점잖은 이도 만났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확실히 여자들과 더 잘 어울린다. 집단으로 모이면 더욱 공격적이고 꼰대스러워지는 마초들의 세계에서 그들은 역시나 소수자였기에 이해의 폭이 남다른 것 같았다. 다수의 '남자어른들'을 보며 저들은 나와는 확실히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유형이구나 뜨악해지다가도 그나마 그런 분들 덕에 어렵고 짜증나는 순간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좀 거리를 두고 남의 일처럼 구경하기 시작하면 또 그보다 재미난 시트콤이 따로없다. 재주만 있다면 캐릭터 쏙쏙 잡아서 소설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의외의 복병으로 힘들게 구는 '여자 어른들'도 종종 본다. 울 왕비마마와도 또 다른 신인간형. ㅋㅋ 요즘 울 엄니가 걸핏하면 '너도 늙어봐라!'고 내게 장담을 하시는데,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싶은 행태의 목록을 차곡차곡 적어놓고 자주 상기하면 좀 도움이 되려나... 


아무튼 이왕이면 아름답게 늙겠다!고 결심하며 휴대폰엔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바탕에 깔아놓았다. DDP에서 오드리 헵번 전시회도 하던데 거기도 한번 다녀오고 싶고... 젊어서도 늙어서도 계속 아름답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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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버리는 게 병이다 싶은 사람으로서 삶을 깔끔하게 바꿔나가려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그 가짓수 만큼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누군가 조언을 해주었다. 반드시 동일 품목일 필요는 없지만 새로 옷을 사려면 서랍에 처박혀 있는 옷 중에서 최소 하나는 버려야한다는 얘기. 뜻밖에 뭔가 사소한 충동구매를 했더라도 집에 돌아오면 그 가짓수 만큼 옛 물건과 작별을 해야한단다. 오오 뭔가 그럴듯했다. 쓸데없는 소비와 지출은 줄이고 괜한 물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작심을 품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도 괜히 한 구석 다이소 매장에 얼씬거리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는 주제에...


암튼 새해들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만들라는 산술적인 물건 들이기/버리기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 냉장고는 원래도 한번 장 봐서 채워놓았다가 텅텅 비어 도무지 해먹을 반찬거리가 없어진 다음에나 다시 장을 보는 쪽이라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일단 갯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고 기억할 수도 없어! 


작년에 대거 등산복과 등산용품을 사들이고 나서는 당분간 옷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빨래 개서 넣을 때마다 이상하게 공간이 모자라 터져나갈 듯한 서랍장도 틈틈이 정리했더니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쌓이는 뿌듯한 삶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하다보면 수십년된 살림살이도 하나하나 정리되겠지...


그러나 두둥~ 뜻밖의 난항이 찾아왔다. 작년 연말에 부엌 수리를 홈쇼핑 상품으로 해결했더니만 나로선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사은품'이랍시고 하나하나 날아오기 시작한 거다. 처음엔 시키지도 않은 택배 아저씨의 부름에 앗, 이게 혹시 요즘 택배 배달을 가장한 범죄인가 겁도 났으나 내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다가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현관 앞에 두고 갈게요~ 외쳐주시는데 범죄일 리가 없잖아! 첫 사은품은 수저 열벌. 오옷 이건 좋다, 싶었다. 15세트쯤 명절용 수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식구들별로 죄다 무늬와 모양이 다른 평소 사용 수저를 명절날에도 짝맞춰 놓느라 진땀뺄 필요가 적어졌다는 의미. 그간 어디서 굴러온 건지도 모르면서 혹시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대체 그게 언젠데?) 마냥 갖고 있던 제각각 수저들을 다 챙겨 버렸다. 그 김에 오래된 티스푼, 안 쓰는 머그컵들도 퇴출! 얼추 새 수저 열벌과 가짓수가 비슷해졌다. 


그런데 아우쒸. 이후 상자도 어마어마하게 큰 식품 건조기와 전열판(?)이 또 배달되었다. 수저가 사은품이었던 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건조기랑 전열판은 통 본 적도 없는 느낌인데 어휴. 죄다 중국산 저가품이 뻔한데 어디 둘 데도 없고, 쓸 일도 없고! 전열판 써먹자고 삼겹살을 굽겠나, 라면을 끓이겠나 나 원 참... 울며 겨자먹기로 부엌 살림 중에서 알량하게 빈병 모아둔 것 중 두 개를 내다버렸다. 피클 담을 때 병 모자라면 어쩌나 염려하면서...  이젠 끝이겠지 생각했는데 몇주 후 또 뭔가 상자가 배달되었다. 열어보니 꾸엑~~ 이번엔 24pc 4인 식기 세트! 역시나 당연히 중국산 ㅠ.ㅠ 값싼 중국산 도자기에선 반짝반짝 광 내려고 바르는 유약에 납 같은 중금속이 많으니 웬만하면 중국산 저가 도자기 쓰지 말라고 들었는데. 아오 된장 된장. 게다가 쨍~ 하고 강추위가 찾아왔던 날 배달된 식기 세트 중에 접시 하나 꺼내서 쓸모가 있나 없나 일단 씻고보자 싶어 온수 아래 댔더니 쨍~ 바로 금이 가버렸다. 아우쒸 욕나와.... 얼마나 허접하게 만들었으면 고 정도 온도변화도 못 견딘담. 이런 후진 물건 사은품으로 주지 말고 상품 가격을 내렸어야지!! 


금간 접시는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23개의 식기들도 버려야할 것 같아 고스란히 쌓아놓았다. 그 물건 대신 다른 물건을 20개도 넘게 어떻게 내다버리나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다행인가. +_+ 아무튼 그 밖에도 보험 담당자가 뜻밖에 떡하니 선물이랍시고 샤워용품을 가져오질 않나, 볼펜과 스카프가 생기질 않나, 다른 때 같으면 그저 희희낙락 좋아만 했을 사소한 선물들도 죄다 예상 밖의 물건 들이기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당분간은 책도 사지 말고 쌓아두기만 한 새책들이나 읽어야지 싶었더니, 증정본도 날아오고 어휴... 삶은 확실히 예측불허다.  


그래도 확실히 좋은 점은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예전보다 더 망설이고 고민하고 꼭 필요한가, 이걸 갖기 위해 난 뭘 포기할 것인가 따위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3년간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으니 버린다'를 모토로 삼고도 그래도 차마 못 버리고 끼고 돌던 옷들도 꽤나 챙겨 내놓았다. 미리미리 버려놓았으니 앞으로 몇 가지는 부담 없이 들일 수 있다고 막 기뻐하면서. 계속해서 잘 들이고 잘 버리는 생활을 이어나가봐야겠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나도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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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일기 2015. 1. 29. 17:53

언제부턴가 소화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고, 밥만 먹으면(특히 저녁밥) 빌빌 졸린 증상이 이어지더니 최근엔 가끔 빈속이나 식후에 뱃속이 좀 따끔거렸다. 위염이 약간 있다는 건 건강검진때 알았으나, 불편한 점 없으면 굳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기에 나몰라라 방치해서 증상이 심해진 건가? 아니면 그냥 단기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다.


그러다가 그끄저께 밤부턴 속이 심하게 쓰라려 집중이 안 돼 일도 잘 못하겠고 그렇다고 잠도 잘 못자는 상황. 아플 때 대뜸 병원부터 달려가는 성격이 아닌 사람이라 그냥 버텼다. 소화기 내과 찾아가면 내시경부터 하자고 할 텐데,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을 위생적으로 잘 관리할지 어쩔지 미심쩍고, 그렇다고 대학병원엘 곧장 갈 수도 없고 (예약하기도 어려울 걸;;) 2차 병원 중에서 찾아봐야 하는데.... 뭐 이런 생각만 가만히 앉아 하고 또 하는 스타일, 짜증나지만 진짜 우유부단의 극치다.


병원 멀리하다가 큰 코 다친 사람들을 봤으면서도 도무지 '병원가기 싫은 병'은 떨칠 수가 없다. 암튼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속쓰림, 위염 따위를 알아보다 눈에 띈 건 바로 '단식'. 옛날부터 울 집에서도 할머니들이 배앓이엔 그저 굶는 게 최고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옳거니, 굶으면 되겠다 싶었다. 위가 따가운 건 상처난 위벽에 자꾸만 위액이 닿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뭐 이런 돌파리 진단으로 생각해보면, 1달 내내 병원다니며 약 먹어도 안 낫던 위염이 3일간 단식후 싹~ 다 나았다(물론 과장임을 안다;;)거나 훨씬 속이 편해졌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타당하게 여겨졌다.


언젠가 TV로 본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단식'이 확실히 여러가지 병을 치유한다던데, 나도 까짓거 굶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속이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데 뭐. 사흘 쯤 물만 먹고 버티는 거, 외출만 안하면 문제 없지 않을까... 사흘이 힘들면, 되는 데까지 지친 위를 최대한 쉬게 해주겠어!


허나 ㅋㅋㅋ 밖으로 나다닐 땐 한 끼만 굶어도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마구 분노가 치밀지만, 집안에 얌전히 있을 땐 괜찮겠지 싶었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20대쯤이었나 단체로 동조단식을 한다며 물만 마시고도 으쌰으쌰 밤새 노래부르고 꼬박 이틀을 버텼던 경험은 그냥 젊은 패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듯했다. 2끼는 아무 어려움 없이 건너뛰었으나, 만 24시간이 넘어가자 온몸에 기운이 쪽 빠지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일도 해야하는데 도무지 글자도 눈에 안들어오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문장이 안 만들어져! ㅠ.ㅠ 그럴 땐 자는 게 상책이라지만, 잠을 시도하기 전에 나는 이미 뭔가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 재료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맙소사, 유민아빠는 45일간이나 단식을 하셨다던데... 어휴. 민망했다. 암튼 그래서 오밤중에 감자 한 알을 전자렌지에 찌고 우유를 약간 데우고 잡곡밥과 한 술과 함께 믹서기에 넣어 휘리릭 갈아서 대충 미음 비슷한(실은 수프에 더 가까웠다)걸 만들어 한 컵을 먹었다. 또 쓰라리면 어쩌나 염려했던 뱃속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고, 대신에 차가워졌던 손발에 차츰 다시 온기가 돌았다. 식탐녀 주제에 단식은 무슨...  괜히 밥 안먹는다고 커피까지 금했더니 편두통만심했다. 


그렇게 하루만에 단식을 포기하고 계속 살살 위를 달래는 중이다. 이후 두 끼는 죽을 조금 먹었고, 밥을 먹더라도 예전의 절반 양만 50번씩 꼭꼭씹어서 삼키고, 위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는 밀가루는 입에도 대지 않는 중. 근데 이잉... 우동도 먹고 싶고 스파게티도 먹고 싶다. 


그래도 왕성한 식탐이 이끄는 대로 예전처럼 아무거나 와구와구 먹어대려면 한동안 조심해야지. 며칠 두고보다 결국 위내시경을 받아보긴 해야겠지 싶던 마음은 차츰 속쓰림이 잦아들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냥 버텨도... 자연치유가 되지 않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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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투덜일기 2015. 1. 6. 16:24

올해는 내 몸을 각별히 아껴주겠노라, 작심했던 대로 점심 먹고 느즈막히 올라간 앞산은 얕봤던 나를 조롱하듯 영상 날씨에도 곳곳에 빙판길, 눈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상 다니던 길이라 여겼건만 심지어 눈이 덮여 있으니, 어느 결에 길을 잘못들어 한참이나 눈길을 버둥버둥 뒤뚱거리며 되돌아 나와야 했고 그럼에도 오기가 발동해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휘청휘청 미끄덩, 콰당 넘어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눈길로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내려올 땐 멀리 덜 얼어붙은 다른 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조심조심 한발짝씩 옮기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그러고 보니 새해들어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해렸다. 게으른 올빼미는 당연히 뜨는 해를 본 기억보다 지는 해를 바라본 기억이 수백배는 많을 듯 싶은데, 그나마도 볼 때마다 낯설고 신기하다. 뜨는 해 지는 해는 눈이 덜 부셔서 그건가, 중천에서 빛날 때보다 왜 훨씬 더 커보이는지. 

암튼 새해들어 나흘만에 겨우 올려다본 하늘과 태양이니 기념으로 담아두기로. 짬 날 때마다 하늘과 바람을 올려다보며 한숨 돌리는 것도 올해의 작심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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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투덜일기 2015. 1. 3. 17:20

보통 새해가 밝고서도 한달은 지나야 새해 숫자를 쓰는 어색함이 덜어지는 것 같다. 올해도 마찬가지.

아직도 2015년이 밝았고 내가 한 살 더 먹어 드디어 '아홉수'를 만난 중늙은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진 않는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이번엔 새해 달력을 하나도 미리 마련해두지 못해 뭔가를 기록해두어야 할 때마다 메모할 탁상달력도 벽걸이 달력도 없어 난감한데, 그 때에야 비로소 아 새해구나 싶다. 


2014년은 정말이지 12월 31일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다사다난했다. 막판엔 2014년 어서 가버려라, 그런 마음이었던 듯. 슬픈 일 가슴 아픈 일, 속상한 일이 한해 마지막 날까지 강타할 줄은 정말 몰랐다. 2014년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잔인한 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되돌아보며 정리할 마음도 차마 들지 않는...


그래서 새해를 바라보련다.

2015년은 내가 밥벌이로 번역을 시작한지 딱 20년째 되는 해다. 첫 번역서의 발행일이 1995년 12월 10일. 10주년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갔던 것 같은데 20주년은 뭔가 기념해야 되지 않나 싶어서 뜬금없이 자축파티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할까 뭐 그런 생각을 작년 내내 좀 하기도 했다. 같은 분야에서 20년이면 그래 너 장하다고 칭찬해줄만도 하지 않나. 특히나 이렇게 열악하고 가난한 대한민국의 출판환경에서 잘 버텼으니... ㅠ.ㅠ  (미래는 뭐 일단 접어둔다고 해도 말이다. 혹시나 번역인생 30주년 파티 따위는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르니까...)


세월 참 빠르다... 고 중얼거렸더니 그럼 뭐하냐, 그래도 대통령은 아직 안 바뀌었다고, 이후엔 또 얼마나 끔찍한 지도자가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누군가 지적해서 절망스러웠는데, 이 나라 절망스러운 건 뭐 하루이틀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 손으로 찍은 대통령이 선출되서 기뻐했던 시절에도 배신감에 부르르 떨었던 정치행각이 어디 한둘이었나. 사회의 부조리에 완전 무관심할 순 없겠으나, 일단은 이기적이든 말든 철저히 내 개인사와 일신 상의 안위에만 집중해 살겠다.


이미 건강 위험분자로 찍혀서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신세임을 감안, 운동도 많이 하고, 어차피 끌려다니기로 자청한 산에도 더 열심히 쫓아다녀 폐활량도 근력도 높이고, 그렇게 다진 체력으로 일도 더 꾸준히 열심히 하고, 가난이 곧 청렴이자 미덕은 아니란 걸 명심할 작정이다. 덜덜거리는 15년 된 차는 이제 좀 바꿔타야하지 않겠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화기 꺼두고 도망치려는 비겁자의 마음도 떨쳐버려야한다. 점점 더 까칠한 쌈닭으로 변해가고 있는 뾰족함과 가시는 부디 가까운 사람들을 찔러대지 말고 더 멀리 밖으로 향하기를. 그래서 남들에겐 너그럽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겐 인색한 잣대를 거꾸로 돌려 잡아야겠다. 자책과 자학도 이젠 그만.  


공교롭게도 딱 새해 3일째 되는 날에 이런 작심을 적어놓고 있다니 웃기다. 작심3일의 새 의미를 정하자는 건가. ㅎㅎ 아무튼 습관처럼 건네는 새해 덕담이 아니라 블로그 이웃분들, 친구들, 이렇게 저렇게 아는 분들, 모두모두 새해엔 바라는 일 죄다 이루어지시고 부디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가득한 하루하루 맞이하시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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