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는 어렵다

투덜일기 2015. 7. 8. 22:20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말이 요즘 애들은 종이 다른 인류인 것 같다고 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알쏭달쏭, 그냥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실제로 희곡수업의 연장선에서 단체로 연극관람을 따라갔던 날 목격한 장면인데, 15학번이라는 여학생이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떠들다 말고 좀 떨어져 서 있는 우리(그러니깐 늙다리 교수와 교수 친구들)에게 달려오더니 한껏 애교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교수님, OO이가 자꾸 놀려염. 때려주떼염!" +_+ 

놀란 우리들이 나중에 은근히 친구를 놀렸다. 야, 너 대학교수 아니고 유치원 보모 같더라... 


물론 한두 명의 행동으로 다 싸잡아서 손가락질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암튼 스무살 아이들도 제 앞가림 잘 못하고 유아적 행동양식을 버리지 못할진대, 십대는 오죽하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고 몸에서 사리가 나오든 말든 의연하게 버티려고 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렵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혹은 집에서 쫓겨난 십대 조카를 데리고 지낸지 두달이 다 되간다. 팔자에도 없는 고등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새벽밥 해먹이고, 종종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밤마다 안자고 노는 애한테 빨랑 좀 자라고 하소연하고, 그래봤자 소용없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아침이면 눈도 못뜨는 애를 열댓번씩 깨워서 또 아침을 먹이고... 으악... 


친구네 자식들은 대체로 너무도 모범생이어서 사교육도 제대로 안받고 대학에 척척 들어가거나, 특목고에서도 막 장학금을 받는 우수학생이거나, 혹간 재수를 하고 있더라도 제 부모 위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들이던데, 살다살다 이런 십대는 정말 금시초문이다. (물론 그간 감추어졌던 속썩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 전해 들으며 약간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양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ㅠ.ㅠ) 


엄청난 세대 차이 뿐만 아니라 과거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아도 약간 반항기는 있었으되 대체로 '모범생' 범주에 들었던 내가 '문제적' 십대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조카가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벌점 전교 1위를 도맡았던 아이인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필 또 심히 규율이 엄한 학교를 다니긴 했다. 교복 치마 길이, 머리, 화장, 수업태도, 지각, 결석... 가뜩이나 까다로운 학교에서 조카는 그 모든 규정을 다 무시하고 거듭 위반했다. 님좀짱이심;;) 째뜬 뭐, 학교에서 치마 짧다고 머리 염색했다고 화장 진하다고 뭐라 그러는 건 나도 웃기는 규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냐고... (교사들은 상관있다고 말할 테고 현실적 통계로도 어쩌면 상관 있겠지만 암튼...+_+)


물론 학교가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고 몸에 배게하는 교육공간임은 알지만 매사 온몸으로 반항하는 존재도 한둘 있어야한다고 쿨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그밖에도 내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십대의 행동양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체 왜 그럴까 계속 고민해보지만 결론은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 그냥 그들은 그런 또래라고 봐야하는 걸까. 


일단 이 녀석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밤새도록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하며 킬킬거린다. 학교 안 갈거냐고 아무리 잔소리 해도 소용없다. 잠이 안온다는 것이 핑계. 휴대폰 화면 오래 들여다보면 뇌파가 이상해져서 잠 안오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 따위는 개나 주라지..


아침엔 깨워도 당연히 못일어난다. 5분만, 10분만... 꼼지락거리다가 결국 매일같이 지각이다. 학교에서 지각비를 걷으면 뭘하나. 별 소용도 없다. 그러고선 학교 가면 당연히 수업시간 내내 엎어져 자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할 지언정 '화장기 없는' 얼굴로는 절대 등교하지 않는다. ㅠ.ㅠ 이젠 아주 차안에서 화장 마무리하는 것에 맛을 들여서 노상 나를 운전수로 써먹는다. 지각을 하든 말든 혼자 가! 라고 큰소리도 몇번 쳐보았지만... 이 무대포 십대는 보란듯히 1교시를 가뿐하게 째는 시간에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섰다. 맙소사...  결국 엄청난 지각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ㅠ.ㅠ 


신발 신는 방법도 이상하다. 남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큰 운동화에, 여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작은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어 신는다. 아대체 왜??? 전족하는 옛날 중국 여자들도 아니고! 째뜬 요즘 여자애들은 신발이 앙증맞아 보여야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원래 사이즈와 상관없이 발을 구겨넣어 운동화도 작게 신는다. 운동화 사주러 갔다가 자꾸 내 운동화보다도 작은 걸 산다고 해서 한참 싸웠는데(중학생때만 해도 240 신던 아이가 지금 225를 신겠다고!), 조카애만 이상한 게 아니고, 요즘 여학생들 대체로 다 그렇다는 신발가게 직원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운동화 디자인도 앞코가 짧아서 발이 작아보이는 모양이 인기란다. +_+ 반면에 남자애들은 한두치수 크게 신는 게 멋이라고. 280 정도는 신어줘야 키크고 늘씬한 남자로 인정된다나 뭐라나. 


하의실종이 대세임은 알지만, 십대들은 치마도 반바지도 너무 짧다. 처음에 몸만 달랑 우리집으로 온 터라 당장 입을 옷을 사줘야했는데 맙소사.. 백화점에선 층층마다 뺑뺑 돌았어도 아예 옷을 살 수가 없었다. 내 눈엔 충분히 짧은 미니스커트와 반바지도 너무 길어서 촌스러우시다고... ㅠ.ㅠ 결국 길거리 패션 천국인 이대앞으로 가서 길이가 딱 한뼘밖에 안되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영 마뜩찮은 요란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남방을 사줘야했다. 끙...


공부는 원래 타고난 것이고, 취미 없는 공부를 강요할 마음도 없으나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평소와 아무런 차이 없이 TV 리모컨 아니면 휴대폰만 갖고 씨름하는 아이를 보며 이젠 잔소리할 전투력도 상실했다. 어차피 고등학생 된 이후로는 조카네 집에서도 방에 교과서 한 권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책은 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물건이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란다. 당연히 연필이나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닌다. 묵직한 화장품 파우치만 등교 필수품. @.,@ 그냥 학교만 잘 다녀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든 놀라운 십대와 사는 건 하루하루 참으로 스트레스다. 오매불망 방학하기만 기다리는 중. ㅠ.ㅠ  방학만 해봐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도 다시 늬집으로 쫓아낼거다! 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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