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는 어렵다 2

투덜일기 2015. 7. 14. 21:1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건 아니고 (대나무숲의 메아리도 무섭다;;) 비밀블로그에 5월중순부터 매일 따로 문제적 십대와 사는 고충을 일기로 적고 있는데 역시 스트레스 해소는 혼자 끄적이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해서 '문제적' 십대 씹기 포스팅 제2탄을 적어보기로. ㅋㅋ


대부분의 어린이도 그렇지만 십대는 채소를 제대로 안 먹고, (오로지) 고기를 좋아한다. 중고등학생을 둔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침마다 고기반찬을 해대게 될줄은 정녕 몰랐다. 친구들이 새벽부터 삽겹살을 굽기도 하고 갈비, 스테이크도 해먹이고 그런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을 땐 그냥 무쇠도 씹어먹을 남자애들 키우는 엄마들의 극성이려니 했었다. 어차피 오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고등학생은 집밥을 딱 한끼 아침에만 먹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으로 챙겨먹이는 걸 아침에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 특히 요즘 남자애들은 공부도 공부지만 '키' 크는 게 중요하여, 아침에 고기 먹고 부지런히 학교 가서 얼른 또 농구 한판 때려주신다고... +_+ (186센티미터가 목표라나!) 고3되면 체력이 국력이라 엄마들도 저학년땐 의외로 아침운동을 지지한다네. (애들 수업시간에 존다고 체육 시간에 운동시키면 항의전화하는 엄마들 얘기는 또 뭔가.. 암튼 요지경 ㅋㅋ)


근데 이미 성장판이 닫혀버린 이노무 지지배도 꼬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먹는다. 지네 집에서는 반찬투정 안하고 그냥 주는대로 먹었다는데 아 왜! +_+ (왜겠냐, 니가 만만한거지;) 놀랍게도 이 아이는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가서 아침밥을 먹으며 잠을 완전히 깨는 것이 습관이다. 잠도 덜 깬 아이 치고는 참 밥이 잘도 넘어간다고 놀랄밖에. 암튼 그래서 밥 먹으라고 수십번 깨우면 겨우 눈을 뜨자마자 묻는다. 반찬 뭔데?  으으으으...


최소한 달걀말이나 달걀찜은 있어줘야 하고, 주로 먹고싶다고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 돼지고기 김치찜, 닭갈비, 훈제오리... +_+ 가뜩이나 두 모녀 엥겔계수도 높았는데 고기대장 십대까지 와 있으니 식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아침부터 닭갈비, 순대볶음 같은 거 만들고 있노라면 한숨이....  돌연 성질나고 땀 빼기 귀찮아지면 종종 몸에 나쁘거나 말거나 햄, 소시지, 베이컨, 명란젓(공주 취급 받던 시절부터 이상하게 좋아하던 반찬;;)으로 떼우고 있다. 십대들은 또 가공식품을 좋아하니깐!


십대들은 니옷내옷이 없다. 이건 이 아이 하나만 그러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수년째 지켜봐온 경험치도 있고, 얼마 전 TV에 중학생이 된 최진실 딸이 나왔는데 비싼 파카 사줬더니 친구랑 바꿔입었다고 할머니가 잔소리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아이고 쟤도 그러는구나 싶었다. 암튼 서로 옷 많아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 새옷이랍시고 사줘도 금방 보이질 않는다. 그옷 어쨌냐고 물으면 자기보다 친구한테 더 잘어울린다고 결론이 나서 바꿔입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고가의 옷인 경우 얼렁 찾아오라고 난리치면 알았다면서 차일피일.... 계절이 바뀌고서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아이는 생일이 12월이라 주로 나와 할머니한테서 고가의 외투를 선물로 받아내는데 ㅠ.ㅠ 제대로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물어보면 친구네 집에 있다고...  그래서 이제 다시는 옷을 사주지 않겠다 결심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요번에 사준 셔츠도 입고 다니는 거 한 사흘 봤나... 어느날 문득 친구랑 바꿔입고 왔다더니 한달 넘게 안 받아온다. 바꿔입었던 옷은 또 딴아이한테 넘어갔다던데 ㅋㅋㅋ 암튼 친구 돌려줘야한다면서 빨아놓으라던 후드 티 몇 개가 아직도 그냥 옷방에 널려있다.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셰어카가  서서히 유행하고 있더더니만, 이 아이들은 셰어클로딩이냐 뭐냐. 난 아무리 돌이켜봐도 친구한테 괜스레 옷을 빌려입었거나 빌려준 적이 드문 것 같다. 비오는 날 쫄딱 젖었거나 음식 먹다가 대박 쏟아서, 친구 옷을 빌려입고 온 적은 있었다만 옷이 마음에 들거나 예뻐서 서로 바꿔입고 빌려입는다는 건 쫌... 그래도 친구가 안 입는다고 준 옷을 즐겨 입은 적은 있으니 이해해야 하는 건가. +_+ (가만 생각해보니 약간 '날나리'였던 사촌언니는 가끔 내 옷을 빌려가거나 자기 옷을 내게 '잠시' 빌려줘 입히려고 들었던 것도 같다. 대학 들어가자 마자 그 언니는 아직 십대였던 내게 자기 옷을 입혀선 가끔 신촌 '디스코장'엘 데려갔었다. ㅎㅎ) 집에서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입은 옷이 달라지는 십대들.. 생각해보면 지들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흠...


딴 십대는 모르겠고 우리집에 있는 십대 지지배는 이어폰으로 음악듣다가, 문자질 하다가,  TV보다가 그냥 소파에서 잠든다. 일찌감치 잠자리로 쫓으면 싫단다. 그렁그렁 코고는 소리 내며 잤으면서 아직 안잔다고 큰 소리도 친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게 편하다고...(아 물론 지네 집에서 침대생활 하다가 바닥에서 자려니 불편한 걸 수도;;) 종종 새벽 5시까지 안자고 떠들어댈 때도 있었지만 지도 체력이 딸리는지 그래도 요샌 3, 4시엔 잠드는 편인데 3시 전에 방에 가서 자라고 깨우면 일단 거부한다. 아 왜?! 그러다가 최소 3시는 넘어서 한번 더 잔소리를 해야 방으로 퇴청... 으휴.


역시나 모든 십대가 그러는 게 아님은 알지만 암튼 우리집에 있는 십대는 대화를 기피한다. 뭘 좀 꼬치꼬치 물으면 아왜?/뭐래.../아 몰라/몰라도 돼/저리가... 따위로 차단막을 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애한테 어디서 만나냐고 물어도 대답은 "몰라"다. 얘기하기 싫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다 시시콜콜 엄마에게 털어놓는 사춘기 십대들도 여전히 간혹 있다기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데 (과거의 나도 대체로 그랬다. ㅠ.ㅠ), 아주  심한 경우, 후배 하나는 중학생 아들 목소리를 일주일간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단다. 어린시절처럼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 좀 시킬라치면 인상 팍 쓰면서 제 방으로 쾅 문닫고 들어가기를 시전한단다. 조카는 사생활에 관한 게 아닌 한은 그래도 최근엔 대꾸를 해주기도 하고 제가 먼저 뭘 묻기도 해서--가령, "고모 이거 입으니깐 나 뚱뚱해보이지 않아?"라든지--좀 나아졌다고 믿고싶지만 여전히 속을 모르겠다. 말 대꾸 좀 해주는 것 같아서 얼른 다가가 앉으면 대번에 저리가라고 쫓는다. 무슨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원... 


또한 십대는 휴대폰이 생명줄이다.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질 않는다. 자면서도 손에 쥐고 있을 정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노무 지지배는 최신형 아이폰6를 산지 두달 만에 잃어버렸다. 어떻게 한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가 그걸 잃어버릴 수 있는지는 불가사의다. 배터리가 떨어져서 못쓰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변명. 게다가 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학교에 빼앗겼다고 거짓말 했다가 들통난 사건에 이어, 마지막달 휴대폰 요금이 수십만원에 이르러 (아마 이것이 집에서 쫓겨난 결정적 원인이었을지도 ㅠ.ㅠ) 꼬진 기계로라도 새로 휴대폰을 사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착신 정지해놓고 약정기간 동안 기계값만 계속 내기로 한듯. 물론 요즘 십대는 휴대폰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혹시 '공기계'라는 것을 아시는지? 나 같은 사람은 한번 휴대폰을 사면 마르고 닳도록 망가질 때까지 쓰고 가능하면 기기도 반납해서 혜택을 받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2년 약정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새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쓰지않는 스마트폰 '공기계'가 더러 있는 모양. 해서 이 아이도 언제부턴가 누가 '빌려줬다'는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를 들고다닌다. 나도 영문을 잘 모르겠는데 그런 공기계는 일반전화도 안 되고 휴대폰 문자로 본인 확인을 해야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카톡도 불가능하지만, 음악을 듣는 건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가능할 뿐더러 음성 통화기능도 쓸 수가 있단다! 그니깐 나나 제 부모는 절대 아이와 연락이 안되지만 페이스북을 하는 친구들 끼리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물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난점이 있다--메시지와 통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물론 조카의 페이스북은 죄다 잠가놓아서 나로선 친구신청도 안되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ㅠ.ㅠ 


째뜬 이제 방학이 딱 일주일 남았다고,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적 십대는 방학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 (왜 안 그렇겠나. 잔소리는 좀 하지만 퍽 만만한 고모와 할머니와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TV가 있는데;;) 아이 부모도 딱히 데려갈 마음이 없다. 애가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갈 수도 없는 거고.. 데려다 놓고 또 속끓일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 만빵이지만 이제 방학했으니 무조건 집에 가라고 쫓아낼 배짱은 솔직히 없다. 고모랍시고 이게 잘하는 짓인지 전혀 확신이 없음에도.... 더 먼 곳으로 튕겨져나갈까봐 우리가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걸, 아이는 벌써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하여간에 십대는 참... 어렵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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