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에 해당되는 글 503건

  1. 2014.01.21 꿈땜 4
  2. 2014.01.17 깜박깜박 6
  3. 2014.01.13 연필 깎기 10
  4. 2014.01.12 목격자 4
  5. 2014.01.09 오리들 2
  6. 2013.12.09 누가 가져갔을까 8
  7. 2013.11.13 5
  8. 2013.10.31 진인사대천명? 4
  9. 2013.10.07 장장 9개월 16
  10. 2013.09.27 빛치료기 8

꿈땜

투덜일기 2014. 1. 21. 20:18

어젯밤 취침 전에 읽은 책 내용 때문인지, 방학을 맞은 조카가 다니러 와 동침이 불편했는지, 암튼 아주 찜찜한 꿈을 꾸었다. 여러 사람의 죽음과 시신들을 둘러싸고, 통곡과 행패와 분란이 난무하는... 꿈속의 꿈까지. 어떤 이(최측근)의 시신이 미라처럼 붕대로 친친 감겨 누워있는데, 내가 그럴 리 없다고 막 행패를 부리며 옆에 누워 막 미라를 흔들었더니 점점 줄어들어 헝겊인형이 되었다. 안도하는 순간 그게 꿈속의 꿈이었고, 또 다른 장례식장으로 배경이 이어졌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게 어떤 건지 단번에 경험할 수 있는 꿈이랄까. 흐억흐억 우는 느낌으로 온몸에 힘을 주다 퍼뜩 깨어나선 꿈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 혹시라도 어떤 징조이면 어쩌나 염려가 들었다. 물론 난 현몽이나 예지몽 따위를 꾸는 사람이 아니지만.

 

게다가 어제는 온종일 밤까지 자꾸 눈이 내렸고 기온이 내려가 길이 얼어붙었고, 하필 대비마마는 오늘 아침부터 병원 예약에다 점심 모임까지 홀로 바쁘신 날이었다. 한달에 한번 가는 대학병원 정기검진 때는 내가 안 쫓아다닌지 어언 몇달. 왜 노친네 외출하는 날 눈이 오고 난리! 어제부터 걱정스러워 몇번이나 나가 마당과 골목길을 쓸고 염화칼슘을 뿌려놓고도 마음이 안놓여, 아침에도 조바심을 내며 정말 혼자 가실 수 있겠나 다짐을 받았다. 조카녀석이 자고 있으니 후딱 모셔다 드리거나 따라갈 수도 없고...

 

내다보니 길 다 녹았다며, 조심해서 다닐테니 염려 말라는 노친네, 병원에 도착하면 전화하시라 하곤 안절부절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촌 버스정류장에서 넘어지셨단다. ㅠ.ㅠ 다행히 어디 부러진 데는 없고 넘어지며 짚은 손목이 약간 아프시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며 정형외과 들러 압박붕대 감고서, 전철타고 모임장소 가신다기에 그런줄만 알았더니...

 

압박붕대로 감아놓은 오른손이 팅팅 붓고 시퍼런 멍이 점점 손가락쪽으로 내려오는 중이었고, 숟가락을 쥐거나 물건을 들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저녁이 되면서 붓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팔을 내리고 있으면 아프다기에 스카프로 팔을 매달아드려야했다. 고관절을 다쳤거나 뇌진탕에 걸렸으면 어쩔뻔 했느냐고, 이만하기가 천만다행이라며 배시시 웃는 초긍정 노친네에게 나도 맞장구를 치기는 했지만 내 잘못이 아닌데도 속이 쓰리다. 어쩐지 어젯밤 꿈이 좀 찜찜했다는 내 말에, 노친네는 그럼 꿈땜한 거라고. 정말 간단하게 꿈땜으로 넘어가는 건지는 내일 다시 병원에 가봐야알겠지만... 앞으로 길 미끄러운 날엔 제발이지 집에서 꼼짝도 마셔!

Posted by 입때
,

깜박깜박

투덜일기 2014. 1. 17. 07:49

무선전화기나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는다든지, 곰솥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외출을 한다든지 하는 아줌마 특유의 건망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건 아니다. 물론 주전자에 찻물 올려놓고 잠시 깜박해서 주전자를 태워먹은 전적이야 몇번 있지만 ㅠ.ㅠ 그건 아주 잊은 건 아니니까... 으음. 요즘 나를 가장 짜증스럽게 하는 깜박증은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까짓것 하면서 한번 더 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런 걸 까먹은 사실이 순순히 용서되진 않는 서글픈 기분...

 

누군가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서서 한참 휴대폰 통화를 하고 났더니, 외출하려던 참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완전 깜깜해져 허망했단 얘기를 위로랍시고 해주었다. 가방이 턱하니 거실 바닥에 놓여있는 걸 단서로 돌아온 길인가보다고 생각하며 신을 벗고선 그럼 다녀온 데가 어딘가 떠올려보니 그 역시 깜깜하더라나. 으윽. 다림질하다가 전화벨소리에 다리미를 귀에 댔다는 괴담만큼 섬뜩하진 않지만, 아줌마들의 서글픈 건망증 이야기는 참 끝도 없다.

 

암튼... 시간이 좀 지나면 칫솔이 젖었나 안 젖었나 만져보아도, 입안에서 혀를 놀려 치아를 점검해보아도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고, 칫솔질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도 그게 조금 전이었는지 어제였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원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관문 안 잠근 것 같아 뛰쳐올라가보아도 잠겼을 때가 많다고는 하지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은 가시질 않는다. 조만간 나도 하루에 한두번은 꼭 식탁 주변에서 나 여기 뭐 하러 왔더라 고민하는 울집 노친네처럼 되어가겠지. ㅠ.ㅠ 

 

아까 새벽에 밤참을 먹고 나서 곧장 이빨을 닦은 것도 같고 이따 닦아야지 미뤘던 것도 같고 통 생각이 나질 않아 결국 자러 들어가다 말고 양치질을 했더니 홀딱 잠이 다 깨버린 아침. 잠자리에 누워도 진실이 뭘까 고민할 게 뻔해서 여기다 미리 자백하기로 했다. ㅋㅋ 치아 마모 심하다고 치과에서 너무 열심히 닦진 말랬는데. 연이어 두번 닦은 거면 왠지 억울하닷. 

Posted by 입때
,

연필 깎기

투덜일기 2014. 1. 13. 21:33

새해들어 사흘에 한번은 연필을 깎아대야 했다. 연필 다섯자루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아홉자루로 늘어났는데, 그나마도 중간에 몽당연필 두 개는 버렸다. 새해들어 1월 1일부터 금강경 한문 필사를 시작한 대비마마 덕분이다. 처음엔 소형 연필깎이로 돌려댔으나, 몇년째 멀쩡히 잘 깎이던 칼날이 잦은 혹사에 문제가 생겼는지 자꾸 심이 부러지기 시작했다. 연필깎다가 심이 부러지면 왜 그리도 짜증이 나는지...  암튼 자주 깎아드리기 귀찮아서 연필 갯수를 늘려 바쳤는데도 사흘쯤 지나면 컴퓨터 책상에 뭉툭해진 연필이 놓여있다. 처음엔 '좀 깎아줘'라고 적힌 엄마의 쪽지도 연필과 함께 놓여 있었다. 나 잠든 새 외출하시면서 놓고 간 거라나. ^^;

 

대비마마는 아주 오래전에도  금강경 한문 필사를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땐 서예를 배우러 다닐 때라 무려 한지에 붓글씨로 필사를 했었다. 그나마 요번엔 필사용 책을 사서 흐리게 적혀있는 글씨를 선따라 베껴적기만 하는 거라 엄청 수월하다지만, 오늘 드디어 한번 필사가 끝났다는 걸 보면 3번 꼬박 베껴 적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연필로 꾹꾹 눌러 작게 한자를 쓰려면 손가락은 또 얼마나 아플까나. 암튼 매일아침 기상과 동시에 1시간씩 금강경 필사에 여념이 없는 대비마마를 보면 존경심이 일 정도다. 우리 가족 중에서 아마도 요새 제일 성실하고 건강하게 살고 계신듯!

 

새해들어 운동을 좀 해보겠다던 나의 다짐은 작심삼일도 못되고 딱 두번 나가고 끝이었건만... 하루도 안빠뜨리고 새벽마다 상을 펼쳐놓고 필사를 하다니, 그 저력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일까 강인한 모성일까 종교의 힘일까?  필사용 책인지 공책인지 앞에 적어놓은 기도 발원문을 슬쩍 들춰보아도 노친네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찡하다. 까마득한 옛날 동생들의 입시를 앞두고도 대비마마는 새벽마다 집에서 108배를 했었다. 남들은 100일 내내 절간으로 교회로 새벽기도도 다닌다는데! 그러시면서. 물론 재수, 삼수를 거친 동생녀석들의 입시 결과로 볼 땐 하나도 효험이 없는 생고생이었지만, ^^ 새벽마다 쿵 쿵 무릎을 찧으며 절을 하는 엄마의 마음을 동생들이 설마 모르진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은 없다고 느끼지만, 그래서 대비마마의 금강경 필사와 정성스런 기도 발원이 초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온 가족의 건강과 사랑과 손주들의 행복을 조목조목 적어 비는 노친네의 소원이 이왕이면 이뤄지길 바라고 그렇다면 난 열심히 연필이나 깎아드려야 도리일듯. 그러나 난 벌써 연필깎는 게 귀찮아서 몇번이나 짜증을 부렸고(볼펜으로 쓰시지, 아 왜 연필로!?) 대비마마의 자립을 위해 튼실한 자동 연필깎이를 사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까칠한 딸이다. ㅋㅋ 헌데 나는 워낙 잘 하고 있어서(?!) 발원문을 따로 안 썼다고 하시더니만 오늘 보니 나를 위한 기도도 맨 아랫줄에 연필로 덧 적어넣은 걸 발견했고, 좀 찔려하는 중이다. 자동 연필깎이를 사? 말어? ㅋㅋㅋ 

 

Posted by 입때
,

목격자

투덜일기 2014. 1. 12. 00:30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은 뾰족한ㅅ자 모양으로 각도가 좀 묘한데다 언덕이고 또 꽤 좁기도 해서 모퉁이에 누군가 차를 세워놓으면 곧장 방향을 틀 수가 없어 다음 골목에서 차를 돌려서 들어와야한다. 낮엔 몰라도 밤늦게 귀가하면 어김없이 그래야하는데, 10시를 조금 넘긴 오늘도 그랬다. 경사 급한 다음번 골목길로 후진으로 들어가 방향을 바꾸려는 찰나 저 앞 커브 심한 언덕길에서 차 한대가 미친듯이 달려내려왔다. 속도방지턱을 그냥 내달려서 영화처럼 차가 붕 떴다가 앞 범퍼를 요란하게 바닥에 부딪힐 정도였고 그 여파로 옆에 세워둔 다른 차와도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내가 빨리 안비키면 금세 내차와 정면충돌이라도 할 것 같았다. 다행히 그 차도 속도를 좀 늦추는 사이 으악 놀랐던 나는 얼른 후진으로 길을 터주고는 휴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내가 그 차 뒤로 방향을 틀려는 순간 곧이어 같은 방향에서 경찰차가 나타났고, 나는 또 다시 후다닥 후진으로 길을 터주었다. 음주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차였나? 그렇다면 내가 도주로를 잠시나마 막아섰던 셈! 그런데, 그 운전자가 우리 동네를 잘 알지는 못하는 듯 ㅋㅋㅋ 하필이면 한쪽편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우리집 골목으로 들어갔고 (바보, 막다른 골목인데!) 속력을 내서 지나갈 순 절대 없는 좁은 골목인지라 도망치기를 제풀에 포기한 듯, 입구에서 조금 가다 멈추고 말았다. 조수석에 탔던 경찰이 뛰어내리자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운전자도 차에서 내려 뭐라뭐라 변명을 했다. 음주운전단속을 피하려고 도망친 게 틀림없어보였다.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그 골목으로 들어가야한다는 표시로 깜박이를 켜보였더니만 두대 모두 후진으로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통행에 지장이 없는 큰길에 가서 나머지 절차를 밟으려는 듯... 

 

생각해보니 얼떨결에 나는 음주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낸 경미한 접촉사고까지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이 된 거였다! 뒤 따라 오던 경찰이 음주단속이야 했겠지만 그 문제의 차가 골목에 세워둔 차와 부딪힌 것까지 보지는 못했을 테니, 그 책임까지 물을 것 같지는 않고.... 누군지 모르지만 골목에 세워뒀다 괜히 차만 찌그러진 자동차 주인이 불쌍하다. 소리로 봐선 꽤 심하게 찌그러졌겠다 싶던데 흐이구... 혹시 내일아침 찌그러진 차를 발견한 동네 주민이 목격자를 찾는다는 쪽지나 플래카드(?)라도 붙여놓으면 나는 아는 척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어쩐지 도시의 무용담 같아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 째뜬 오늘의 교훈은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것. 커브길 끝에 속도방지턱 없었으면 나랑 정면충돌했을지도 모르잖아! 어휴...

 

Posted by 입때
,

오리들

투덜일기 2014. 1. 9. 18:01

 

2014년 1월

 

엊그제 운동을 빙자한 산책 나갔다가 개천변에서 만난 오리들이다. 벌써 몇년째 지켜보고 있는데 놀랍게도 여기서 계속 살면서 새끼를 낳고 키우고 훌쩍 자라나고 그런다. 얘들은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 수질보호를 위해 오리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팻말이 곳곳에 서 있지만 간혹 보면 애고 어른이고 과자부스러기나 강냉이를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왕 먹이를 줄 거면 잡곡이나 가져다 주지.. 속으로만 생각한다. 

 

처음에 '자연하천복원'이라고 큰소리 띵띵 쳐놓고는 공사 시작되자 콘크리트로 둑을 쳐바르는 광경을 목격했기에 그 위로 또 뭔가를 덮어씌우고 수초를 심어도 다 소용없는 짓이라 여겼으나 그래도 여름엔 양쪽 천변으로 수초들이 꽤 키를 높여 자랐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깊어지면 한강에서 거슬러 올라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물고기떼가 우글거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아주 큰 붕어들이 떼지어 나타나기도 하고...  이렇게 말이다.

2013년 7월

 

물속 바위에 시커먼 물이끼가 뒤덮이고 개천 물이 저렇게 더러운데 거의 내 팔뚝만한 물고기가 다리 밑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걸 보고 신기해서 찍어둔 사진인데, 이 당시 첫 사진 속의 오리들은 이제 갓 부화를 마치고 나온 갈색 새끼 오리의 모습으로 개천 건너편에서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며 헤엄치기를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 반년만에 그 오리들이 저렇게 컸다는 게 정말이지 놀랍다. (그러고 보니 나의 천변 산책도 반년 만이라는 의미네.. ㅋ) 장마철에 폭우 내렸을 때는 오리들이 대체 어디에서 피신을 했을지? +_+ 물고기들이야 뭐 한강으로 내려가면 그뿐이겠지만서도...

 

암튼 오리들은 한파가 몰려와 개천이 거의 다 꽁꽁 얼어붙어도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얼음위를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듯했다. 아무리 추워도 다리 아래쪽엔 헤엄칠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올해는 비교적 삼한사온이 맞아떨어지는 듯 미친듯이 한파가 계속되진 않으니 오리들도 겨울나기가 수월하려나 어쩌려나 괜한 궁금증이 인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TV로 <동물의 왕국>을 놓치지 않고 보시는게 참 이상해보였는데, 조류 공포증이 있는 나도 동네 개천 오리들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있으니 조만간 동물의 왕국 열혈 시청자가 되는 건 아닌지 원... 뭐 그렇다는 얘기다. ㅋ

Posted by 입때
,

무작정 30권에 혹해 결국 읽지도 못한 책들을 두번에 걸쳐 나눠 반납하고도 몇권은 일주일 대출연기를 했지만, 또 다시 금세 돌아온 반납일. 책 한권은 연체까지 됐다고(분명 다 같이 대출연기했는데 왜 한권은 안됐는지 그것도 미스터리;;;) 자꾸만 문자가 날아오는 바람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오늘 다시 도서관엘 올라갔다. 마침 프린트할 것도 있고 해서... (고장난 프린터 내다버리고 스캐너만 놓고 살다보니 드물게 인쇄할 게 있으면 예전엔 집근처 pc방엘 갔었다. A4 1장당 100원 이었나 200원의 거금을 내야한다는 것이 함정. 게다가 컬러 프린트는 무려 장당 1-2천원! 사진 같은 건 2천원이고 일반문서는 천원. 그러다 도서관엘 가면 흑백문서를 장당 50원에 인쇄할 수 있단 걸 알고 애용중. 컬러프린트도 장당 700원. 비교적 저렴하다)

 

암튼... 책을 반납하면서, 연체료 2200원을 낸 뒤 대출정지를 풀어 아직 미련이 남은 책 세 권은 도로 빌려왔다. 이번엔 과연 다 읽을 수 있으려나. ㅠ.ㅠ 그러고는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디지털자료실에 내려가 먼저 usb에 담아간 사진 파일 컬러프린트를 직원에게 부탁했다. .  

바로 이 그림... ^^;

1868년 신정왕후(고종을 양자로 들여 왕위에 오르게 한 인물)의 회갑연을 묘사한 <무진년 강녕전내진찬도>라는 병풍 그림이다. 좀 흐리기는 하지만 궁궐안내할 때 써먹을까 싶었던 것...

 

구겨질까, 혹시 비에 젖을까 일부러 가져간 투명비닐파일에 인쇄한 걸 고이 담아 프린터 옆 테이블에 두고, 예약해둔 컴퓨터에 앉아 다른 문서를 출력했다. 5분도 채 안된 시간...

 

출력한 문서를 같이 담으려고 프린터 옆 테이블을 쳐다보니, 그림이 없다. ㅠ.ㅠ

인쇄비 700원과 비닐파일값 아까운 것보다도 너무 황당하잖아!! 아니 왜 도서관에서 남의 물건을 집어가나?? 내용물보다도 비닐파일이 탐났을까? 천원이면 사는 흔한 건데!

 

기가 막혀서 도서관 직원에게 방금 인쇄한 컬러그림 잃어버렸다고 하니깐, 그분은 괜히 한바퀴 디지털자료실을 돌며 컴퓨터질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도둑놈이 아직 거기 앉아 있을 리가 없잖아...  쳇...

 

째뜬 내 불찰이니 다시 인쇄를 부탁했는데, 나이 지긋한 직원 아저씨께서 두번째 인쇄비 700원은 안받고 그냥 해주셨다. ㅎㅎ 다른 데도 아니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과 도둑질은 어쩐지 전혀 안어울릴 것 같지만, 참 알 수 없는 게 사람 심리인듯.

 

문득 10여년 전 Y대 도서관에서 엎어져 자다가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던 때가 생각났다. 시험기간이라 누가 자리 좀 맡아달라고 해서 바로 옆자리에 책가방을 두고는 엎드려 깜박 졸았는데 어느틈엔가 사라져 버렸었다. 돈과 신용카드, 신분증이 든 지갑도 문제였지만 가방에 든 열쇠고리엔 집열쇠와 자동차열쇠가 같이 매달려 있었다. (여벌의 자동차 열쇠가 하나 집에 있긴 하지만, 자동잠금장치 없이 그냥 열쇠로 돌려 열면 요란하게 알람 울리고 난리가 난다. 물론 당시엔 그것도 모르고, 머리가 하얘졌다. 뾱뾱이 없이 자동차를 어떻게 열 거냐고! 어쨌거나 돈 꿔서 택시타고 집에 가 그 여벌 열쇠라도 가져와야 하나?)

 

말 그대로 '멘붕'이 되어 망연자실했던 나는, 가방 훔쳐가는 것도 모르고 엎어져 잠든 걸 자책할 새도 없이 열람실 문에 도둑에게 보내는 메모를 써붙였다. ^^; 지갑은 됐으니 열쇠만이라도 돌려달라고. 그러고는 도서관 건물 화장실을 꼭대기층부터 다 뒤졌다. 도둑들이 가방이나 지갑 훔쳐서 귀중품 빼고나면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경비 아저씨의 조언을 참고했던 거다. 징징 울지도 못하고 기가 막혀 도서관을 배회하는데... 띵동~ 문자 메시지가 왔다. 4층(5층이던가;; 암튼;;)  열람실 맨 안쪽에 가방 두었으니 가져가라고... ㅠ.ㅠ  도둑은 여전히 도서관 건물에서 활동하며, 내가 써붙인 읍소의 메모를 읽고 답장까지 보내준 거다. 정말로 그곳에 가보니, 나의 누런색 '루카스' 천 배낭이 떡하니...

 

집열쇠, 자동차 열쇠는 물론이고, 돈만 쏙 빼간 지갑도 고스란히 가방에 들어 있었다. 의외였던 건 '여행용 휴지'가 없어진 것. ㅋㅋㅋ 도둑이 감기라도 걸렸었던 걸까. 암튼 난 가방과 지갑과 열쇠까지 되찾았으니, 참 친절한 도둑도 다 있다고 막 감탄을 했던 것 같다. 혹시 학생 아냐? 주변에선 날아온 문자 번호 신고하라고 난리였지만, 바보가 아닌 한 자기 번호로 문자를 보냈을 리가 있겠나? (요새도 되는지 모르지만 그땐 휴대폰에서 문자 보내는 사람 전화번호 조작이 가능했다;;)

 

대학 도서관에는 늘 상습적인 도둑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가끔 뉴스에 체포 소식이 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동네 도서관에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규~~!! 난 동네 도서관에서도 가끔 가방 자리에 놓고 잠깐씩 데스크 직원한테 뭐 물어보러 가고 그러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굳게 결심했다.

 

그나저나 A4용지 그림 달랑 한장 든 비닐 파일을 가져간 도둑은 대체 왜 그랬을지 몹시 궁금타. 귀중품도 아닌데.... 혹시 우산이 없어서 머리 가리고 뛰어갈라고 그랬으려나? ㅋ

Posted by 입때
,

투덜일기 2013. 11. 13. 04:21

귀하는 올해 위암검사대상이니 꼭 검진을 받으라는 건강보험공단의 문자를 받은 게 벌써 몇번이던가. 요샌 개인적으로 검진을 받았으면 공단에 연락해 대상자 취소하라는 문자까지... 으음. 하지만 2년에 한번씩 공단에서 날아오는 건강검진 안내표대로 내가 찾아가 검진을 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다. 

 

공단의 건강검진을 계속 외면하다가 나중에 큰병에 걸리면 본인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공단부담 병원비의 비율을 확 깍는다는 괴담을 들은 터라 (근데 정말 믿을만한 소문일까?) 올해는 검진을 받긴 해야겠다고 생각은 아직 있는데 벌써 연말이 코앞이다. 젠장. 거금을 들여 대학병원에서 내가 전격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본 건 따져보니 2009년. 한 2, 3년 됐으려나 생각했지만 4년이나 지났다는 뜻이다. 그때의 결과는 나도 놀라울 만큼 건강한 편이었다. 나보다 체중도 적게 나가는 친구가 과다한 체지방량으로 '마른비만' 판정 받았다고 하길래 나도 그러려니 했지만, 검진 결과 체지방은 적당하되 근육이 모자라서 신체나이가 실제 나이를 한살 정도 넘겼었다. 그 밖엔 누구나 다 있다는,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표재성 위염. 근육량 증가를 위해 체중을 2, 3킬로그램쯤 더 늘리라는 조언이 적혀 있어서 나름 뿌듯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선천적으로(가족력의 편견이 작용했을 거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고혈압을 조심하라는 건 좀 염려스러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검진 전전날 모임에서 잔뜩 먹은 삼겹살 구이때문이었던 걸로 자체 판단. 혈압이 좀 높은 것도 잠을 못자고 가서 그렇다고 자평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재보니 정상이던 걸 뭐;;) 공복에 먹은 것도 없이 소변 짜내는 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는 좀 많이 받았느냐고!

 

하여간 위내시경한지 5년 되는 해는 내년이니까 올해 공단검진을 통해야 저렴하게 할 수 있지 싶었다. 내시경 도구가 깨끗한 것으로 이름난 2차 병원도 몇 군데 알아놓았는데 몸관리 좀 더 하고 근육량도 더 늘여서 가봐야지 하다가 어느덧 11월. ㅋㅋㅋ 참 못말리는 게으름이다. 어쨌거나 계속되는 지지부진 게으름병으로 마냥 늘어난 마감일 때문에 연일 스트레스는 만땅이고 잠자는 시간과 끼니까지 막 불규칙해지고 보니, 요샌 위가 쓰라리고 아픈 지경에 이르렀다. 위도 아프고 끝나지 않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는 심하고, 그러니 당연히 혈압도 막 올라가고...  최근들어 이상하게 혈압관리가 안되는 대비마마 때문에 나도 혈압계의 성능도 확인할 겸 수시로 혈압을 재보는데, 모녀 둘 다 아주 혈압이 가관이다. 

 

그렇지만 까칠한 성깔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가끔 위가 부은 듯 쓰라린 느낌이 드는 건 오래 전부터 있던 증상이고 가끔 역류성 식도염도 있지 않나 고민했었는데 4년전 검진에서 말짱하게 나왔으니, 이번에도 잘먹고 잘자고 잘 쉬면 위도 다시 멀쩡해지리라는 걸 굳게 믿는다. 더불어 혈압도 정상으로 내려가겠지. 괜히 지금 건강검진 받으러가면 4년전보다 더 심한 고혈압 위험군으로 치부될 위험도 있으니 차일피일 건강한 몸 만들기 핑계 대다가 올해가 다 갈지도...

 

하여간에 오늘 새벽엔 유독 위가 많이 아파서 올해 가기 전에 내시경을 하긴 해야겠다 쪽으로 더 기우는 중. 아... 푹 자고 싶다. ㅠ.ㅠ.

Posted by 입때
,

진인사대천명?

투덜일기 2013. 10. 31. 21:55

고1때였다. 좀 이상한 구석이 많았던 담임은 아침 조회시간마다, 그리고 자기 과목인 영어시간마다 '책상을 장단 맞춰 두들기며' <진인사대천명>을 세번 외치게 했다. 한자 찾는 건 귀찮아서 안할란다. 어떤 성취를 이루려면, 인간이 먼저 할 일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라는 뜻이다. 니들이 대학엘 가려면 일단 최선을 다해 공부한 다음에 나머진 운에 맡겨라, 는 취지였다. 매부리코 아래 동굴 같은 콧구멍에서 코털마저 숭숭 길게 빠져나온 담임이 어찌나 진저리나게 싫던지그해엔 영어성적이 바닥을 칠 정도였다. 영어 교과서도 싫었을 정도. 게다가 우스꽝스럽게 책상 두들기며 주문을 외우라니 으악.

 

반항의 의미로 책상은 내리치되 늘 입을 씰룩거렸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 뭘 얻으려면 천운만 기다려선 곤란하지, 본인이 노력을 해야지 말이야... 그러고는 어른이 되어 죽 인생을 살아오며, 나름 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아등바등 노력하며 지냈다고 생각한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으면서.

 

그런데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대단한 성취란 본인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게 아닌가 싶다. 모든 건 천운에 달렸다. 인간이 아무리 바둥거리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고, 우주의 큰 흐름은 원래 정해진 대로, 가려던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새삼 운명론의 무게에 허덕허덕대는 중. 진인사대천명은 개뿔!

Posted by 입때
,

장장 9개월

투덜일기 2013. 10. 7. 01:09

이만하면 나도 끈기가 있는 건가 싶은 하나의 성취.

결과적으론 1년도 못 채우고 끝나고 만 알량한 안식년을 맞아 새로운 배움으로 시작한 궁궐 공부. 1월부터 석달간 교육받고, 현장 답사 다니고, 봄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수습활동에 힘쓴 끝에 드디어 9월말에 모든 과정을 끝냈다. 중간에 관둘까 말까 고민도 되고 나가기 싫어서, 또는 바빠서 몇번 빠지기도 하면서 일단은 마무리를 짓기로 결심해놓고, 그게 옳은지 그른지도 계속 고민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버텨낼 수 있을지 그 또한 미지수다. 뭐랄까, 내가 그간 생각해온 나름의 취향과는 워낙 맞지 않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숫기도 없고 낯선 사람들이 단체로 한꺼번에 쳐다보면 움츠러드는 '주목공포증'도 있는 게 분명하고, 생활한복은 '도를 아십니까' 관련자들이나 입는 '도나기 복장'이거나 머슴/몸종 같아 보여 싫다고 부르짖던 내가...

 

어찌보면 이제는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생각에 종종 억울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모름지기 자원봉사란 여유있고 잘난 사람들이 벌이는 일종의 '허세놀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정식으로 2주에 한번씩 궁궐 안내를 시작했다. 문화재청 소속 해설사들은 1시간 안팎으로 깔끔하게 딱 끝내는 해설을 자원봉사자들은 친절하게도 1시간 반은 기본, 더 자세한 해설을 원하면 3시간까지도 정성을 들여 구석구석 안내를 한다. 각자 만든 안내 매뉴얼을 모조리 익혀서 관람객 수준에 따라 적절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드넓은 궁궐을 쏘다니며 떠들어대려면 체력이 필수!

 

마지막 수습활동 이후 근 한달간 집에만 콕 박혀 있다가 엊그제 정식 활동을 시작한 날, 오전에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중2 여학생들과 1시간 반, 오후에는 천방지축 초딩들을 데려온 열혈 학부모들과 2시간을 꼬박 돌아다녔더니 집에 와 장렬히 전사한 건 물론이고 일어나 보니 입술과 입안이 다 부르텄다. 또 한 번 이 뭔짓인고 싶어지는 순간. 게다가 초절정마감기간에 연일 밤샘까지 ㅠ.ㅠ

 

그런데도 우스운건 그런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서 일말의 '보람' 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다. 배워도 배워도 도무지 끝이 없는 듯한 역사와 건축, 동양사상, 한옥 관련 지식들을 주워듣는 기회가 많기도 하지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졸졸 따라다니는 관람객들을 대하다 보면 왠지 궁궐과 한옥 애호가 동지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정말 귀엽다! 교생실습 나갔을 때도 편애할 수밖에 없는 예쁜 아이들이 있음을 깨달았지만, 궁궐에 현장학습을 나온 아이들 중에서도 하는 짓 예쁜 아이들은 척 보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따분하다는 듯 시큰둥하게 굴던 여중생들도 "얼른 그늘로 들어오세요, 여러분 피부는 소중하니까요!"라고 한 마디 해주면 빵 터져서 잘 따라온다. 귀여운 녀석들... 

 

암튼 그래서 싫어하는 생활한복을 떨쳐입고 한달에 두번이나 내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으뜸 궁궐에 어울리게 이왕이면 화려한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선배 해설사샘들은 철철이 수십만원, 심지어 백만원도 넘는 멋진 한복을 장만하는 모양이지만, 고1 이후 한복을 입어볼 기회가 전혀 없던 나로선 그나마 비교적 저렴한 생활한복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내 기준으론 저렴하지도 않아! 다달이 회비 내고 활동하는 자원봉사를 위해 이미 의상비에 수십만원을 지출했다는 것이 나도 놀랍다. 그치만 내 눈에 전혀 안 예쁜 옷을 입을 순 없잖나... ㅠ.ㅠ 이러다 나중엔 나도 눈 뒤집혀서 막 수공예 전통 한복 맞춰입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ㅋㅋ

 

엊그제 안내 도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자경전 앞에서 열한살짜리가 던진 질문. "어? '십장생'이래! 그거  욕 아니에요?" +_+ 요즘 애들은 '시베리아'와 더불어 '십장생'도 욕이라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 줄 알았나보다. 어휴... 십장생은 말이죠, 욕이 아니라 죽지 않고 아주 오래 사는 열 가지 자연과 생물을 말하는 거예요. 해, 달, 구름, 바위(산), 물, 거북, 학, 사슴.. 등등을 가리키지요. (나도 아직 다 못외었다 ㅋ) 어쩌면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하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아직은 이 난데없는 시도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Posted by 입때
,

빛치료기

투덜일기 2013. 9. 27. 17:40

나는야 가을 타는 여자. 겨울 가고 봄이 오면 펄펄 날기라도 할 것같은데, 확실히 가을이 되면 심신이 축 처진다. 추위를 많이 타서 혹독한 겨울이 오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대보지만, 의학적으로는 일조량의 변화 때문이라고 들었다. 보통 사람들도 그럴진대, 우울증 환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올 여름 유독 길고 긴 장마와 무더위, 열사병의 가능성 등등으로 집밖 운동은 몇달간 할래도 못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날씨 청량해지자 곧 우울증이 도진 엄마는 악순환의 덫에 빠졌다. 운동도 못해, 햇빛도 못 쪼여, 먹던 약도 안 들어, 홀로 외출도 못해...  노친네들의 근력은 며칠만 사용하지 않아도 확 사라지는 게 확실하다. 아 글쎄, 억지로 실내 자전거 좀 타보시라 꼬드겼더니 다리를 못 올려서 자전거에 앉을 수가 없단다. ㅠ.ㅠ  

 

주치의는 싫어도 자꾸 밖으로 나가보시라고 엄마한테 운동을 독려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가을, 겨울 동안 빛치료기를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밤이 지나치게 길어 전국민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북유럽에서 많이 상용하는 거라면서.

 

의료기상에서 파냐고 물으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구글링으로 그럴싸하고 예쁜 걸 찾아내긴 했는데... 한국에서 파는 건 하나같이 이렇게 안 생겼고 훨씬 조악하다. -_-;

 

화롯불 쪼이듯 까칠하고 암울한 두 모녀가 인공 조명 앞에 웅크리고 앉아 나란히 빛을 쪼이고 나서 머릿속에 고여 뭉쳐있던 나쁜 호르몬과 나쁜 생각들이 뾰로롱 사라져버리는 상상을 하니 뭔가 황당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늘 숨쉬고 사는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해서 감사할 줄 모르는 햇빛에도 엄청난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걸 꼭 이렇게나 해야 깨닫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무기력한 나완 달리 세상엔 참 별걸 다 알아내는 능력자 인간이 많구나 싶다. 과연 얼마나 실제로 효험이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울 엄니는 플라시보 효과에 민감한 분이시니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나저나 가을 겨우내 노상 뻗쳐놓고 살려면 무조건 모양이 예뻐야 되는데... 집요한 검색과 인터넷쇼핑 노하우를 총동원해봐야겠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