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취침 전에 읽은 책 내용 때문인지, 방학을 맞은 조카가 다니러 와 동침이 불편했는지, 암튼 아주 찜찜한 꿈을 꾸었다. 여러 사람의 죽음과 시신들을 둘러싸고, 통곡과 행패와 분란이 난무하는... 꿈속의 꿈까지. 어떤 이(최측근)의 시신이 미라처럼 붕대로 친친 감겨 누워있는데, 내가 그럴 리 없다고 막 행패를 부리며 옆에 누워 막 미라를 흔들었더니 점점 줄어들어 헝겊인형이 되었다. 안도하는 순간 그게 꿈속의 꿈이었고, 또 다른 장례식장으로 배경이 이어졌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게 어떤 건지 단번에 경험할 수 있는 꿈이랄까. 흐억흐억 우는 느낌으로 온몸에 힘을 주다 퍼뜩 깨어나선 꿈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 혹시라도 어떤 징조이면 어쩌나 염려가 들었다. 물론 난 현몽이나 예지몽 따위를 꾸는 사람이 아니지만.
게다가 어제는 온종일 밤까지 자꾸 눈이 내렸고 기온이 내려가 길이 얼어붙었고, 하필 대비마마는 오늘 아침부터 병원 예약에다 점심 모임까지 홀로 바쁘신 날이었다. 한달에 한번 가는 대학병원 정기검진 때는 내가 안 쫓아다닌지 어언 몇달. 왜 노친네 외출하는 날 눈이 오고 난리! 어제부터 걱정스러워 몇번이나 나가 마당과 골목길을 쓸고 염화칼슘을 뿌려놓고도 마음이 안놓여, 아침에도 조바심을 내며 정말 혼자 가실 수 있겠나 다짐을 받았다. 조카녀석이 자고 있으니 후딱 모셔다 드리거나 따라갈 수도 없고...
내다보니 길 다 녹았다며, 조심해서 다닐테니 염려 말라는 노친네, 병원에 도착하면 전화하시라 하곤 안절부절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촌 버스정류장에서 넘어지셨단다. ㅠ.ㅠ 다행히 어디 부러진 데는 없고 넘어지며 짚은 손목이 약간 아프시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며 정형외과 들러 압박붕대 감고서, 전철타고 모임장소 가신다기에 그런줄만 알았더니...
압박붕대로 감아놓은 오른손이 팅팅 붓고 시퍼런 멍이 점점 손가락쪽으로 내려오는 중이었고, 숟가락을 쥐거나 물건을 들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저녁이 되면서 붓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팔을 내리고 있으면 아프다기에 스카프로 팔을 매달아드려야했다. 고관절을 다쳤거나 뇌진탕에 걸렸으면 어쩔뻔 했느냐고, 이만하기가 천만다행이라며 배시시 웃는 초긍정 노친네에게 나도 맞장구를 치기는 했지만 내 잘못이 아닌데도 속이 쓰리다. 어쩐지 어젯밤 꿈이 좀 찜찜했다는 내 말에, 노친네는 그럼 꿈땜한 거라고. 정말 간단하게 꿈땜으로 넘어가는 건지는 내일 다시 병원에 가봐야알겠지만... 앞으로 길 미끄러운 날엔 제발이지 집에서 꼼짝도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