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투덜일기 2014. 1. 9. 18:01

 

2014년 1월

 

엊그제 운동을 빙자한 산책 나갔다가 개천변에서 만난 오리들이다. 벌써 몇년째 지켜보고 있는데 놀랍게도 여기서 계속 살면서 새끼를 낳고 키우고 훌쩍 자라나고 그런다. 얘들은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 수질보호를 위해 오리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팻말이 곳곳에 서 있지만 간혹 보면 애고 어른이고 과자부스러기나 강냉이를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왕 먹이를 줄 거면 잡곡이나 가져다 주지.. 속으로만 생각한다. 

 

처음에 '자연하천복원'이라고 큰소리 띵띵 쳐놓고는 공사 시작되자 콘크리트로 둑을 쳐바르는 광경을 목격했기에 그 위로 또 뭔가를 덮어씌우고 수초를 심어도 다 소용없는 짓이라 여겼으나 그래도 여름엔 양쪽 천변으로 수초들이 꽤 키를 높여 자랐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깊어지면 한강에서 거슬러 올라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물고기떼가 우글거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아주 큰 붕어들이 떼지어 나타나기도 하고...  이렇게 말이다.

2013년 7월

 

물속 바위에 시커먼 물이끼가 뒤덮이고 개천 물이 저렇게 더러운데 거의 내 팔뚝만한 물고기가 다리 밑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걸 보고 신기해서 찍어둔 사진인데, 이 당시 첫 사진 속의 오리들은 이제 갓 부화를 마치고 나온 갈색 새끼 오리의 모습으로 개천 건너편에서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며 헤엄치기를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 반년만에 그 오리들이 저렇게 컸다는 게 정말이지 놀랍다. (그러고 보니 나의 천변 산책도 반년 만이라는 의미네.. ㅋ) 장마철에 폭우 내렸을 때는 오리들이 대체 어디에서 피신을 했을지? +_+ 물고기들이야 뭐 한강으로 내려가면 그뿐이겠지만서도...

 

암튼 오리들은 한파가 몰려와 개천이 거의 다 꽁꽁 얼어붙어도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얼음위를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듯했다. 아무리 추워도 다리 아래쪽엔 헤엄칠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올해는 비교적 삼한사온이 맞아떨어지는 듯 미친듯이 한파가 계속되진 않으니 오리들도 겨울나기가 수월하려나 어쩌려나 괜한 궁금증이 인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TV로 <동물의 왕국>을 놓치지 않고 보시는게 참 이상해보였는데, 조류 공포증이 있는 나도 동네 개천 오리들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있으니 조만간 동물의 왕국 열혈 시청자가 되는 건 아닌지 원... 뭐 그렇다는 얘기다. 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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