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투덜일기 2015. 3. 5. 17:09

아시아 최대규모라던가 세계 최대규모라던가 암튼 엄청 크다는.... 그리고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탓도 많아서 한번 가볼까 하던 마음도 움츠러들게 했던 이케아에 드디어 구경을 갔었다. 광명 사는 친구가 자기도 아직 안 가봤다며 겸사겸사 얼굴한번 보자고 해서, 딱히 뭘 사려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들이기와 버리기 원칙'을 계속 고수하려면 쇼핑 전에 뭘 버릴지부터 결정해야 한다규~!) 그냥 구경만 하자, 싶었다. 

 

평일 오전(11시쯤)이라 주차장도 여유롭고 식당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도 잘 못자고 거의 눈뜨자마자 달려간 터라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하자고 내가 극구 주장했는데, 얼핏 가격대비 꽤나 훌륭하다고 들었던 건 순전히 '가용비' 차원. 메뉴는 엄청나게 단순해서 뭘 다양하게 골라먹는 건 불가능했다. 끼니가 될 만한 건 김치볶음밥, 파스타, 미트볼, 연어라자냐, 넷 중 하나를 골라먹는 게 전부. 푸성귀를 플라스틱에 담아놓거나 접시에 포장해놓은 연어 샐러드도 있긴 했다. 볶음밥과 파스타가 단돈 2900원이고 맛도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하니 다들 '괜찮다'고 할 수밖에. ^^; 그러나 식판 카트 밀면서 계산하려고 줄 서 있는 사이 금방 식어버리고 어리바리 커피는 어떻게 마셔야 하나 고민하느라(계산대 앞에서 커피 머그잔이나 음료수 잔을 직접 꺼내 올려 놓으면 계산되는 방식) 방황했더니 자리 잡고 밥 먹을 땐 이미 지쳐서 쇼핑 의욕이 상실되었다. ㅋㅋ

 

난 역시나 드넓은 초대형 매장 돌아다니는 것도, 이것저것 오래 구경하며 쇼핑하는 것도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여서 우린 가자마자 식당 테이블에서 주로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고(근 2시간 가까이!), 천원짜리 무한리필 커피치고는 맛도 제법 괜찮다, 근데 잔은 너무 작다 그러면서 귀찮아서 두잔씩밖에 커피도 안마셨다. 커피도 천원 생수도 천원. 식당에선 물이 제일 비싸네, 그런 말도  했던 듯.

 

이케아 방문을 앞두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그래도 몇 가지 쇼핑품목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아우 고르기 어려워라... 인기품목은 이미 품절이 많고, 쇼룸에서 본 물건의 제품명과 품목 번호를 적어야 한다는데 이케아 연필도둑 소동 때문이었는지 메모지와 연필은 사라지고 없었다. 휴대폰 앱이나 카탈로그로 표시해야한다는 듯. 아 귀찮아...

 

해서 친구는 그냥 생활용품 쌓아놓고 진열하는 곳에서 수납함이니 베갯속이니 이불이니 하는 것들 몇개 카트에 주워담았고, 나는 수첩과 학용품 파는 곳에서 눈이 홱 뒤집혀 이것저것 오래 만지작거리다가 (책상 서랍에 새 공책이랑 수첩 많잖아!!) 다행히 죄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 그래도 민짜 수첩이랑 노트랑, 클립이랑 누런 포장지 중엔 마음에 드는 게 꽤 있었음. ㅎㅎㅎ

 

아무리 살 마음이 없어도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하는 심정으로 내가 고른 건 천원짜리 분홍색 플라스틱 휴지통과 3개에 단돈 1900원인 코르크 냄비받침. 아싸 득템일세. ^^;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체에서 걱정했던 것만큼 가구공룡이 아니라 그 외 생필품 시장에 더 타격을 줄 것 같다는 분석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친구도 책꽂이 하나 살까 눈여겨보다가 막상 낑낑대고 상자 옮겨가 조립할 생각 하니 사기 싫어졌다나. 국내 가구 사면 무료배송에 조립까지 다 해주는데! ㅋㅋㅋ 대신에 수건이 싸고 질 좋다면서 막 10개씩 구입..

 

째뜬 이케아가 왜 전세계적으로 장사가 잘되는지 알 것 같았다. 뭔가 가격대비 물건이 쌔끈한 느낌! 똑같은 플라스틱 수납함인데도 다이소나 모던하우스 같은데서 보던 저렴이들보다 만듦새가 깔끔하고 마무리가 잘 된 느낌이고, 색깔도 덜 촌스럽다고나 할까. 하기야 뭐 나도 몇년전에 이미 이케아 플라스틱 의자는 작업실 용으로 사서 써봐서 안다. 이번에도 3만3천원짜리 등나무의자가 어찌나 사고 싶던지  ^^;

 


내가 잠시 탐냈던 의자;; 근데 놓을 데가 없다!

친구는 첫 방문이니 애써 쇼핑을 자제하면서도 흰색 5단 책꽂이가 썩 마음에드는 게 있다며 나중에 내가 가서 조립해준다는 약속만 한다면 사다놓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스툴 같은 건 죄다 품절. 인터넷으로 입고 여부를 알아놓을 터이니 한번 더 가자나. ㅋ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가구상자나 무거운 물건 옮기는데 유용할 것 같은 캐리어도 같이 살 태세!

 

집에 돌아와 닦아도 도무지 때깔이 안나는 오래된 플라스틱 휴지통 하나를 버리기로 하고 샛분홍(색이 너무 튀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에라이 천원인데 뭐;; 그랬다 ^^;) 휴지통을 엄마 방구석에 놓아드리니 매장에서 볼 때보다 색감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냄비받침 3개 대신엔 딱히 버릴 게 없어서 알량하게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숟가락이랑 화분받침을 버릴 작정. 과연 조만간 이케아를 또 가게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가게된다면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좌악~ 해보고 합리적인 동선을 짜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가긴 갈 모양인가...

 

하여간에 매장을 돌아다닌 건 1시간도 안되는데 급피곤해져, 집에 와 오곡밥 하고 보름 나물 볶는데 힘들어서 혼이 났다. 3, 4시간 꼼꼼하게 돌아다니고 무거운 물건박스까지 옮겨 싣고 올라믄 아줌마필수 체력부터 챙겨야할 듯. 그것이 첫 이케아 방문의 소감이다. 미리 배를 채우고 가는 건 필수.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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