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투덜일기 2015. 1. 6. 16:24

올해는 내 몸을 각별히 아껴주겠노라, 작심했던 대로 점심 먹고 느즈막히 올라간 앞산은 얕봤던 나를 조롱하듯 영상 날씨에도 곳곳에 빙판길, 눈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상 다니던 길이라 여겼건만 심지어 눈이 덮여 있으니, 어느 결에 길을 잘못들어 한참이나 눈길을 버둥버둥 뒤뚱거리며 되돌아 나와야 했고 그럼에도 오기가 발동해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휘청휘청 미끄덩, 콰당 넘어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눈길로 내려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내려올 땐 멀리 덜 얼어붙은 다른 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조심조심 한발짝씩 옮기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그러고 보니 새해들어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해렸다. 게으른 올빼미는 당연히 뜨는 해를 본 기억보다 지는 해를 바라본 기억이 수백배는 많을 듯 싶은데, 그나마도 볼 때마다 낯설고 신기하다. 뜨는 해 지는 해는 눈이 덜 부셔서 그건가, 중천에서 빛날 때보다 왜 훨씬 더 커보이는지. 

암튼 새해들어 나흘만에 겨우 올려다본 하늘과 태양이니 기념으로 담아두기로. 짬 날 때마다 하늘과 바람을 올려다보며 한숨 돌리는 것도 올해의 작심 사항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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