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15.08.18 페르난도 보테로 전시회 6
  2. 2015.06.24 과천 현대미술관 4
  3. 2015.01.19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영원한 풍경 3
  4. 2015.01.15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2
  5. 2014.08.04 DDP 간송문화전 5
  6. 2014.06.19 서울 도서전 6
  7. 2014.05.27 5월엔 3
  8. 2014.02.03 1월에는 4
  9. 2014.02.03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2
  10. 2014.01.06 2013 Best 7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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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미술관

놀잇감 2015. 6. 24. 21:51

네이버 캐스트에서 봤던가.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메조틴트 판화전 작품에 끌려 날짜를 벼르다 보러갔었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그냥 공간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곳.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덕분이겠지만.... ^^ 4호선 대공원 역에서 내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앞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좀 더 걸어가도 좋고... 봄 가을 날씨 좋은 날엔 그냥 차길따라 그냥 죽 걸어올라가도 괜찮다. 그래도 너무 더운 날씨엔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에어컨 빵빵 셔틀버스가 짱.

집안에 판화가가 있어서 판화작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도 있지만, 전시 설명에서 본 <메조틴트>라고 하는 오래 된 에칭 기법의 색감이 아련하고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 성향도 아기자기했기에 보러 가야겠어! 마음을 먹었던 것. 

​포스터 예쁘고...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좋았다. 우리 막내고모 작업실에도 있는 프레스 기계가 한 구석에 작은 걸로 하나 놓여있음. 

​만약에 작품을 하나 준다면 뭘로 가질까.. 하는 고민은 이번에도 계속되었지만 딱히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판화작품보다 노년이후엔 회화작품이 많아서 사이즈가 큰 대작은 의외로 다 유화였다. ㅠ.ㅠ 나는 메조틴트를 더 많이 보고 싶었을 뿐이고! ㅎㅎ 내 기대와 욕심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일단은 황규백을 다 돌아보고 나서 점심은 라운지 d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값도 별로 싸지 않은데 모든 게 셀프 서비스인 건 좀 아니꼽지만 커피까지도 맛은 괜찮은 편이니 대체로 만족.  

점심과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전시 관람 재개. 과천 미술관에선 황규백 이외에도 여러 전시를 하고 있어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휩쓸고 다녔다. 의외로 <벽>을 소재로 한 소장전 작품들이 좋았고... 

각기 다른 인체를 동판에 부조로 붙인 왼쪽 작품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누구 작품인지 벌써 까먹었다;; ㅠ.ㅠ 오른쪽 망치질하는 인간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도 설치미술이 있는 조나단 브로프스키 작품. 


<우리가 알던 도시>라는 강홍구 박진영의 사진전도 구경했는데...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황량한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은 다 내 추억속에서 끄집어낸 것도 같아서 친근했지만 감동적이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 헌데 이 전시실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영화배우 정진영씨! 인적 거의 없는 전시실을 혼자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나는 한눈에 엇! 알아봤을 뿐이고... ^^; 대체 유명인을 만나서 사인을 받으면 그걸 뭣에 쓰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보아, 박진영, god 사인을 같은 날 받은 수첩도 있단 말이지;;; ) 친구에게 얼른 볼펜을 빌리고, 갖고 있는 종이라곤 브로셔밖에 없어서 거기다 조심스레 사인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뭐 이러면서 접근... ㅋㅋ (근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무제>라는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실도 좀 돌아다녔지만 유료 전시 2개는 패스했다. 대규모 기획전시는 만원도 넘게 주고 보러 가면서 왜 2천원 정도의 저렴한 유료전시도 보려하지 않을까 반성이 들기도 했지만 ㅋㅋㅋ 전시를 한꺼번에 너무 너무 많이 보면 멀미난다는 걸 핑계삼았다. 

그러고는 미술관 밖에 나와 나무그늘에서 셔틀버스 시간까지 좀 기다릴까... 그랬는데

초록빛 나무랑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었다. 한참이나 나무 아래 비스듬히 앉아 하늘과 나뭇잎 올려다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어쩐지 미술관 주변의 나무와 풀들은 한여름의 짙은 초록이 아니라 아직 '신록' 느낌을 간직한듯 싱그러움 물씬.

​사진이 깜깜한 초록색으로 나온 건 그늘 탓이다.. 실제로는 연초록이었는데... 잉...

​비오는 날 다시 한번 과천 미술관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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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 전시관람은 이왕이면 브레송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같이 가기로 한 파트너랑 잡은 스케줄 상 브레송전이 두번째로 밀렸다. 째뜬 1월에 너무 집중적으로 문화생활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계속 안다니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드네그려. 

암튼 3월 1일까지인 전시를 서둘러 보러간 건 역시나 1월말까지로 기한이 있었던 초대권 덕분. 12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내야했다면 또 브레송전을 볼까말까 고민 좀 했을 것 같다. 최소 절반 이상은 전에도 본 작품일 테고, 동대문디지털플라자가 전시장으로서 별로 매력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명도 우중충하고... 째뜬 새로운 작품이 얼마나 왔을지가 관건인데...


브레송 사후 10주기 회고전이라는 이번 전시엔 작품수가 총 253점이라고(근데 늘 이정도 작품은 오지 않았던가?). '브레송'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찰나의 거장'으로서 담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들이 인상적인데, 확실히 요번엔 도시풍경과 자연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어쩌면 선입견일지도!). 그래서 요번 전시 부제도 아예 <영원한 풍경>. 어림짐작한 내 느낌으론 인물 사진과 풍경사진이 반반쯤 되려나? 아니, 그래도 인물사진 비율이 더 많았던 것도 같고...

실물로 처음보는 게 틀림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지난번 전시 때 본 건지 사진첩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본 작품인지 다들 낯이 익어서 상당수가 아리까리... ^^a 에즈라 파운드, 사르트르, 베케트, 카뮈 같은 인물사진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확실히 예전 전시때도 본 작품인데, 자코메티, 피카소는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카슨 매컬러스'의 사진이 두 개나 있었는데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작품을 봤더라도 휙~ 지나가고 말았을 듯. 

마침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의 설명도 들어보았는데, 아우 요즘 도슨트는 자질보다 외모가 우선인지, 너무 지나치게 봉긋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과 눈매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목소리는 예쁜데 뭘 그닥 알고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 ㅠ.ㅠ 

체 게바라 사진을 설명하며 브레송이 함께 만나기로 했던 유명인이 '피델'이라고 언급하는데 그게 '카스트로'라는 걸 정작 도슨트는 모르고 말하는 게 분명. 외워서 설명하려면 '카스트로'로 외워두었어야지! 존댓말도 막 이상하게 과용하고 '뉴욕 모마 미술관에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비츨'이라고 계속 몇번이나 발음해서 어찌나 거슬리던지. 으악... 

게다가 작품 설명문구엔 오타와 외래어 표기 오류, 띄어쓰기 잘못된 게 어찌나 많은지... 으어으어... 행갈이 이상하게 해서 읽다말고 '으잉?' 하며 다시 읽게 만든 문장도 허다했다. 작품설명 적힌 판때기가 삐딱하게 걸려 있는 것도 보여서, 액자 비뚤어진 거 못 견디는 환자인 나는 막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ㅜ.ㅜ

그래도 뭐 작품 수는 꽤나 많은 느낌이고, 생라자르 역 앞에서 물 웅덩이 폴짝 뛰는 남자 담긴 작품이랑 프랑스 브리의 풍경사진 속 하트 나무길을 찬찬히 되새겨 본 건 좋았다. 작업실에 이어 방문 앞에, 올해로 무려 10년째 되는 옛날 포스터를 개비할 마음이라, 전시 연계상품에도 눈독을 들였는데 아쒸;; 아트포스터가 여긴 무려 9천원! 종류도 브리 나무사진과 황량한 파리 에펠탑 풍경 딱 두 종류. 멋진 에코백도 있으면 살까 했으나 그런 건 아예 없고, 허접한 도록이 만오천원, 엽서세트도 만오천원, 엽서 한장엔 2천원...  +_+ 그나마도 인기 작품 낱장 엽서는 품절되고 없다. 세트로만 판매한다고. 

뭔가 괴씸해서 포스터를 살까말까 고민하다, 입장료가 굳었으니 사자 쪽으로 마음을 돌려 저 공식 포스터에 든 나무 사진을 사왔다. 방문에 붙이려면 세로 작품이 제격인데 파는 포스터가 다 가로형이니 어쩔 수 없음. 

사람들 블로그 보니깐 실제 전시장 사진과 작품 사진이 많아서 브레송전도 사진촬영을 허락하나보다 했더니 그럴리가... 촬영금지인데 사람들이 그냥 막 도촬한 거였다. 내가 보러 간 날도 휴대폰 들고 철컥철컥 사진 찍어대는 사람들 꽤 됐음. 다만 관계자들이 아주 심하게 제제하러 다니진 않더라. 난 또 하지 말라는 건 못하는 사람이라, 곳곳에 크게 확대해 벽면으로 만들어놓거나 포토존으로 만들어놓은 거나 겨우 찍어왔다. 대충 이렇게...  

​그리고 아래는... 작업실 이사 때도 고이 떼어와 방문앞에 줄곧 붙여두었던 옛날 전시 포스터. ^^; 떼어버리기 전에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이건 구입한 게 아니고 전시 관계자에게 잘 말해서 일행과 한장씩 공짜로 얻은 거였다. 옛날엔 벽보 홍보용으로 대량제작한 저렴한 포스터를 막 나눠주기도 하고 2천원 정도에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샌 플라스틱 '배너'를 세워두는 정도이고 벽보 포스터는 아예 만들지를 않는 게 추세인가? 나로선 괜히 아쉽다. 마음에 드는 포스터는 벽보판에서 몰래 떼어다가 집에 붙이고 그런 추억이 꽤 많은데.. 쩝...  하여간 그냥 일반 종이로 만든 포스터인데도 뒷면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보강을 해서 이사까지 다니며 10년이나 간직했다뉘... 참 내가 얼마나 물건을 못 버리는 인간인지 알 수 있다. ㅠ.ㅠ


해서 브레송 사진전에 대한 총평은 음... 이미 최근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굳이 또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 특히 몇년 전 세종문화회관 전시를 봤다면 작품이 2/3이상 겹치는 것 같았음. 게다가 추세로 보면 국내에서 브레송 인기가 워낙 높아 수년에 한번씩은 전시가 되풀이되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 머잖아 또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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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매카트니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 내가 미리 뭘 좀 안 것도 아닌데, 애당초 보러가겠다 마음 먹었던 건 작년 폴 옹의 내한공연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던 게 크게 작용했지 싶다. 거기다 대림미술관도 쫌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고, 심지어는 초대권까지 생겼으니...  해서 카톡으로 온 초대권 이미지로 공짜 관람을 꿈꾸며 야심차게 달려갔으나 초대한 팀원 이름을 적어내야한다고 했다. 알음알음 이루어지는 패밀리 세일이나 전시의 온라인 초대권은 원래 인쇄해서 관계자 이름 적어 제출하는 게 원칙이다. 매번 따라만 다녀보아서 생각도 못했지 뭔가. 초대권 전송해준 후배에게 차마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는 못하겠고... 조심스레 문자를 보내놓고는 좀 기다리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표 끊고 들어갔다. 그나마 유료 멤버십 가입(만원으로 티켓 두장과 커피 한잔 구매가능)하고 40% 할인받으면 매우 저렴한 입장료.  
원래는 5천원. 할인후엔 3천원

대림미술관 모든 전시에 관람객이 많은 이유는 뭔가 너그럽고 호의적이라는 기분 때문인 듯하다. 멤버십 회원을 위한 무료 공연이나 문화행사도 꽤 많은 편이고... 티켓이나 전시장내 인증샷을 제시하면 기간중 언제든 재관람이 가능하단다. 게다가 작품 사진 촬영도 오케이...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오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으면서도 괜히 막 담아오고 싶어졌다. 벽에 확대해놓은 사진까지도.

4월까지 전시라니 틈나면 한번 더 보러갈까나...
3, 4층의 유명인 사진들보다 확실히 나는 2층의 가족사진이 더 좋았다. 연출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는 아이들 사진이 특히 사랑스럽다. 폴 매카트니는 확실히 연예인답게(?) 사진마다 좀 노련한 모델 느낌을 풍기는 데다 젊은 시절 그는 너무 예쁘게 생겨서 별로. ㅋ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한국 전시 기획에도 참여했다는데, 디자이너로 성공한 배경엔 유명한 부모님의 후광이 있었을까 없었을까(당연히 크게 작용했겠지), 양쪽 부모의 예술적인 감수성을 물려받은데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테니 유리했겠다 그럼서 괜히 (대체 왜?) 배아파했다. 결국 인생엔 타고난 재능과 든든한 비빌 언덕이 모두 중요하다는 결론. 

흑백 사진 좋아서 구경 가놓고 웬 뜬금없는 푸념인가 그랬다. 

​휴대폰 사진을 넘기다 보니 벽에서 찍어온 지미 헨드릭스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든다. 5천원에 팔던 맨 위 사진 흑백포스터가 좀 탐나긴 했으나 가로사진이라 패스~ 

방문에 붙일 새 포스터를 산다면 나중에 브레송의 풍경사진을 노려볼 작정이다. 이로써 보고싶은 전시 목록 중 하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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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간송문화전

놀잇감 2014. 8. 4. 15:39

매년 가을이던가, 1년에 딱 한 차례만 곳간 열쇠를 열던 간송미술관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그래서 DDP란다. 나는 가운데 D가 '디지털'인 줄;;;) 개관 기념으로 봄부터 간송문화전을 열고 있다.  4월에도 한번 가서 보았는데, 워낙 보물급 문화재가 많아서 1, 2부로 나누어 교체 전시를 한다기에 신윤복의 미인도 보러 지난주에 또 다녀왔다. 국보급 문화재는 지난번과 똑같은 게 많았으나, 그림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지난번에 본 건데도 다 까먹었을 확률도 있음. ㅎㅎㅎ 


건축물로서의 DDP에 대해선 워낙 말도 많고 탓도 많았지만, 일단 전 시장 5세훈이 저지른 온갖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마다 외국인 건축가에게 일을 맡기는 바람에 맥락도 없고 역사도 무시한 흉물들이 곳곳에 너무 많아진 게 유감이고 생김새가 하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콧하려다가 간송의 문화재에 넘어가고 말았다. 전철역부터 몇시간씩 줄서서 성북동에 올라가 잠깐씩만 봐야하는 간송미술관의 콧대높음을 한탄했었는데, 몇달씩 전시를 해주는 게 어딘가 고마워 하면서. -_-;


누구는 뱀이 똬리를 튼 형상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우주선 같다고도 하는 DDP의 외관은 이렇다. 


사진은 4월에 찍어온 거라 그나마 좀 한적. 지난주엔 초딩들 방학한 걸 까먹고 갔다가 평일에도 어찌나 곳곳이 바글바글거리는지 앗뜨거라 후회했었다.  


똑바로 서거나 직선으로 이루어진 벽면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라 빙글빙글 건물 내부를 돌다보면 나도 모르게 벽의 기울기와 맞춰 몸을 삐딱하게 하고 걷거나 멀미가 날 수도 있는데, 그나마 몇달 만에 두 번째로 간 거라 나름 익숙해진 듯했고 매캐한 새집 냄새가 나는 건 사라지고 없었다. 


미인도와 더불어 내가 기대했던 건 지난번에 날짜별로 8개씩 나눠 교체전시를 하고 있던 <혜원 전신첩>이었는데 하이고... 전번에 본 걸 똑같이 전시하고 있을 줄이야! ㅠ.ㅠ 이번에도 보고팠던 <단오풍정>과 <월하정인>은 보지 못했다. 흑...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그나마 옷자락에서 바람이 휙휙 나오는 듯한 <쌍검대무>를 본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신윤복 전신첩, [쌍검대무]


 그밖에 소싯적 미술 교과서와 국사 교과서에서 보던 청자 항아리며 오리 연적, 원숭이 연적, 금동불상 등을 실물로 볼 수 있고, 간송 전형필이 집 몇채 값을 주고 사들여 엄청 어렵게 지켜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도 전시되어 있다. 4월 전시때는 국보급 문화재를 지키러 온 건지 곳곳에 시커먼 정장차림의 보디가드들이 위협적으로 버티고 서 있었고, 수많은 진행요원들이 더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전시장이 꼬불탕꼬불탕해서 동선이 좀 요상하긴 하다;;) 나 말고도 불만 품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 점은 개선된 듯했다. 일단 바글바글 애들 관람객이 많으니 그거 통제하기에도 바빠보였음. 


하지만 어둠컴컴한 조명(유물 보호를 위해 조명에 신경써야 하는 정도는 나도 안다규~!) 아래 유리 안에 가둬놓은 유물을 보는 건 참 짜증나는 일이다. 유리에 상이 비쳐서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잘 안보이니 원... 그렇다고 부분조명을 잘 해놓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눈 나쁜 사람 성질나게 만들어놓았다. 그러고는 곳곳에 디지털 영상을 틀어놓았다. 3D로 만들었거나 세세한 부분까지 그림을 확대해 놓은 영상이 수시로 돌아가서 시선을 끌기는 하는데, 나는 무엇보다도 원본을 더 자세히 감상하고 싶을 뿐이고...


어쨌거나 가장 기대하고 갔던 신윤복의 <미인도>는 생각보다 작품이 꽤 컸다. 


길이가 130센티미터 정도 된다는데, 족자 크기 때문이긴 하지만 우왕... 정면에서 보면 거의 등신상처럼 느껴지는 크기다. 섬세한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_+


보존상태가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 싶은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감지덕지. 한참을 홀린듯 감상했다. 요새 자주 보이는 국악소녀가 입은 한복도 그렇고 애어른 할 것없이 왜들 그렇게 소매통과 품이 미친듯이 좁고 꽉 끼는 한복을 입나 했더니, 그 전범이 바로 미인도더군! ㅎㅎㅎ

짧고 좁은 옷고름을 옆구리부터 달아 묶는 한복이 많이 보이는 것도 왠지 이제야 알았다. 한복에도 복고풍이 유행이었어!


기념품 가게에는 미인도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인간문화재 장인이 만들었다는 저 노리개도 고가에 팔고 있었다. 


간송문화전 입장료는 8천원이고, 2부 전시는 9월 28일까지 한단다. 간송문화전을 보면 그외 다른 전시장에서 하는 현대 디자인전이며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를 할인해주는 것 같았으나 그닥 관심 없어서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다. 4월에 갔을 땐 개관기념으로 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끝이 난 듯했다. 방학이라 아무래도 애들 관객 유치를 위한 각종 디자인 전시회를 유치한 모양. 


월요일엔 휴관이고, 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에서 DDP로 곧장 이어진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대체 뭘 어떻게 꾸며놓았나 지난 4월에 돌아보았는데, 땅파다가 수없이 나온 옛날 가옥 유구들과 이간수문을 그대로(위치를 엉망으로 바꿔놓았다고 들었다;;)  전시해놓았고, 옛날 동대문운동장의  조명탑도 몇 개 그냥 남겨놓았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무들은 아직 그늘을 드리우려면 멀고도 멀어보여, '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음. 모름지기 공원은 좀 편히 쉬고 여유로워야하는 거 아닌가? 참 내...


주변에 밥집도 커피마실 곳도 별로 마땅칠 않아서 더욱 괴로웠던 동대문 나들이에서 미인도 알현 말고도 그나마 하나 건진 건  동대문 종합시장 뒷골목의 생선구이집. ^^; DDP는 또 다시 갈지 모르겠지만, 그 생선구이집은 나중에 이런저런 옷감이며 부자재(?) 사러 나가는 길에 또 들러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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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서전

투덜일기 2014. 6. 19. 23:46

와우북페스티벌 말고는 '도서전'이라 이름 붙인 대규모 행사장엘 가본지 한참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노상 말이 '국제'지 프랑크프루트나 시카고에서 봤던 국제도서전과는 정말 비교도 되지 않는 소규모 국내잔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주로 아동도서 할인전에 그치고 마는 꼬라지를 하도 많이 봐서, 언제부턴가는 아예 안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었다. (오늘로서 과거형이다 ㅋㅋ)


도대체 몇년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암튼 오늘 도서전 당번이니 놀러오라는 문자를 어제 오후엔가 받고는 웬일인지 혹했다. 진짜로 도서전에 혹한건지 코엑스 갔다가 강남역 올케의 옷가게 들를 생각에 혹했는지 암튼 그건 그냥 잘 모르는 걸로 넘어가기로 하자. 하여간 역시나 수년만이 틀림없는 삼성동 코엑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온통 공사판이잖아!


상경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강북촌년이 오랜만에 강남 번화가에 가면 꼭 그렇게 된다) 티를 팍팍 내면서 도서전이 열리는 전시장을 찾았다가 또 놀랐다. 아니 입장료를 받아??? 언제부터? 미친 거 아닌가? -_-" 그것도 3천원씩이나!! 아 진짜, 티켓값 아까워서 안들어가고 싶었는데 사들고 간 빵이랑 음료수가 아까워서 참았다.


듣자하니 사전등록제로 미리 신청을 했거나, 이벤트 같은 거에 당첨됐거나 코엑스 멤버(? 뭐하는 건지는 모름)거나 출판계, 언론계 종사자들은 공짜로 출입도 가능한 모양이던데 아 뭐야! 하여간에 티켓을 사야하는 나는 짜증이 났다. 공짜로 어서옵쇼 해도 흥행이 될까말까, 고민해야 하는 처지인 것 같은데 아주 잘들 나셨다. 나를 부른 출판계 종사자에게 들으니, 서울 도서전에서 입장료 받은지 꽤 됐단다. 하기야 예전에 무료입장일 땐, 아주 더 도떼기 시장이었고 공짜로 나눠주는 캔버스백이나 기념품 가져가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엄청 많긴 했다. 정신 사나워서 별로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무료 홍보물 나눠주는 데는 별로 없는 듯. 똑같은 물건이나 부채 들고 돌아댕기는 사람 못본 것 같다.


째뜬 혹시 책을 사게될지도 모른다 싶어서 배낭을 매고가긴 했지만, 지인과 헤어지고 나자 입장료 3천원의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ㅠ.ㅠ 결국 가을에 와우북페스티벌 하면 가서 사야지 마음먹었던, 컬러화보 많이 들어간 비주얼용 자료도서를 마구 골랐다. 30퍼센트 할인에다 7만원 넘으면 무료택배 서비스...  에효.. 내가 그렇지 뭐.


지난번 중고책들을 54권 정리하고 잠시나마 뿌듯해했으나 오늘의 지름으로 또 새책이 10권 생겼다. 그나마 시간이 없어서 후딱 전시장을 나왔으니 망정이지 좀 더 돌아다녔더라면 3천원 본전 생각하다 계속 질러댔을지도 모르겠다. 브로셔를 보니 저자와의 대화에서 몇몇 호기심이 가는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절대 또 가지 않을 걸 안다. 입장권 한번 팔아준 것도 억울한데!


아무려나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적어두자면 서울도서전은 22일까지. 평일엔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8시. 마지막날 일요일은 5시에 끝난다고. 대체로 신구간을 30% 할인해서 살 수 있고, 반품되어 온 책들을 저가에 판매하기도 한다. 전시 부스를 다 안돌아봐서 무슨 출판사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대형 출판사는  당연히 다 나왔고 (입구에 다 몰려있다) 아동서적 출판사도 빠지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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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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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놀잇감 2014. 2. 3. 17:38

블로그를 일기삼아 매일 뭔가를 끼적이면 좋겠지만, 도무지 그런 부지런함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고 2014년을 맞아 매달 집계용 월기(? 블루고비 따라하냐? ㅋㅋ)를 남겨볼 생각이다. 그러면 민망해서라도 독서량이 좀 늘까, 아닐까. ;-p

 

1월엔 달랑 책 1권을 읽고 영화 4편과 전시회 둘을 보았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반권이라고 해야하나 ㅠ.ㅠ)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변호인(2013)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종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중남미 소설 읽기의 일환으로 오래 전에 장만해놓고 계속 겉표지만 구경하다 드디어 시작했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동기로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ㅠ.ㅠ 고사 직전이라는 출판계에서 요새 그나마 움직이는 건 드라마에 인용된 책이라고 넋두리들을 한다는데, 아무 맥락없이 드라마에 PPL로 등장하는 책들은 모르겠고 확실히 작가가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책들은 효과가 큰가 보다. 어쩐지 끼워팔기나 묻어가기로만 살아가야 하는 책의 신세가 서글프지만 그래도 아예 주목 못받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쨌든 난 이번에 산 게 아니고 사둔지 몇년 된 책이라규~

 

조지 클루니의 영화라 다운 받아놓은지 오래 된 <인 디 에어> 빼놓고는 다 영화관에서 봤다. <그래비티>에서 아주 잠깐 나오고도 존재감이 컸던 조지 클루니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 (한때 온라인에서 '마이클루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적도 있을 만큼 ER 시리즈 속 클루니의 팬이었다 내가 ㅋㅋ) 벼르기만 했던 <인 디 에어>를 봤고, 조금 울었다.

그러고 보니 네 편의 영화 모두 한줄 감상을 쓰자면 어느 순간 조금씩 울었다는 이야기일 듯.

주변에서도 혹평과 호평이 나뉘었던 <변호인>과 <어바웃 타임>은 그 이유와 한계가 뭔지 알겠지만 대체로 뭐 괜찮았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1월 최고의 영화로 선정. 우와... 감탄했고, 집에 돌아와 나도 여행 상품을 한참 뒤졌다. ^^; 

 

박수근 전시는 방금 포스팅했으니 됐고...

2월 23일까지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무료!)에서 하는 <종가>는 제사와 손님맞이를 전통적으로 이어온 종가집의 의미와 자취에 대해서 실제 여러 종가의 유물까지 아기자기하게 마련해놓은 전시였다. (어느 종가에서 종부에게 대대로 내려졌다는 '악어가죽 핸드백'도 있다. ㅋㅋ) 무료라서 유치원생들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다는 것만 빼면 꽤 볼만하고 일부 구간에는 신기한 신문물(일정한 지점을 밟으면 탁한 유리가 촥~ 투명하게 변하며 사당의 제사상과 제주가 나타난다든지;;)을 전시에 응용한 것도 좋았다.

그밖에 상설전시관도 함께 둘러보았는데 민속악기 전시실 앞엔 전화 수화기 모양으로 생긴 걸 귀에 대면 악기 소리가 들린다더니만 주로 지지직~ 소음만 들리거나 고장! 애들 등쌀에 쉬 고장나는 건 이해하겠지만 음질에 더 신경 좀 쓰시지... 쯧쯧...

 

이렇게 적고 보니 꽤나 바지런을 떨며 보낸 것 같지만 사실 1월은 내내 아직 새해가 밝지 않았어, 설날이 남았잖아.. 그러면서 미적거렸다. 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새해임을 감안하여 2월부턴 좀 더 나사를 조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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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마지막에 본 전시가 김환기였다면, 2014년 들어 처음 본 전시는 박수근.

 

동시대 화가이다보니 탄생 연도가 한해 차이였고 당연히100주년 기념전도 나란히 붙어 열렸다. 덕수궁에서 하고 있는 근현대회화 100선에도 박수근 그림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지만, 위작 논란에도 휩쓸렸고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빨래터>를 비롯해서 내가 제일 탐내는 <아기 업은 소녀> 그림까지 모조리 한꺼번에 구경할 기회를 그냥 넘길 순 없지. 스케치 포함 작품 수가 120점이나 된대고, 그 중 유화만도 90여점이라 몇년전 45주기 회고전 때보다 훨씬 대규모다.

 

3월 16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입장료는 만원. 월요일은 당연히 휴관인줄 알았는데 전시기간 중 무휴라고 하고, 매주 수요일엔 오후 9시까지 관람가능하단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수요일엔 늦게까지 열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엔 무려 '무료' 입장이라던데!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지만 한번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

 

가나아트센터 4층까지 전시실 네 군데를 빼곡하게 채운 박수근의 그림들은 기대대로 정겨웠고, '예쁜' 그림을 탐닉하는 나는 특히 아직 화강암의 질감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고 색채감이 살아있는 초창기의 아련한 그림들이 좋았다. 그 유명한 <빨래터>도 파스텔 톤 저고리 색깔이 예쁜 그림과 무채색 느낌만으로 처리한 작품이 2개더군.

 

박수근이 같은 주제로 워낙 많은 그림을 그려서 똑같은 제목이 많았다. 박수근 그림 싫어하는 한국사람은 없을 거라고들 하는데, 그 이유는 조부모나 부모의 옛 추억을 공유한 세대에 공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장 좌판에 바구니를 놓고 앉은 여인들이나 광주리를 이고 나무 아래를 걷는 모습은 어쩐지 딱 우리 할머니의 모습처럼 느껴지고, 상고머리를 한 아기 업은 소녀도 10살 차이 나는 막내 이모 업고 골목길에서 서성대는 울 엄마의 옛모습과 겹쳐지니 말이다. 

 

[노상] 1957년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까지 여전히 쪽머리를 하고 있던 친할머니도 부산 피난시절에 아마 이 그림과 비슷한 모습으로 생선행상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아버지가 평생 등푸른 생선과 멸치 비롯해 비린 생선을 못먹게 된 것도 어쩌면 졸지에 생선장수를 나선 어머니를 마중다니며 비롯된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비린내가 죽도록 싫어서 엄마의 생선광주리를 받아들면 입으로 숨을 쉬면서도, 깜깜한 길 홀로 돌아올 어머니를 매일이다시피 마중나갔다는  열두살 장남의 기특함을 할머니는 평생 나한테 자랑하셨었다.  

 

ㅎㅎ 그건 그렇고 박수근이 주로 그린 노점상은 과일 행상과 소금장수인듯. 아무렴... 생선장수 아줌마는 저렇게 새하얀 치마를 입고 시장에 나갈 수가 없단 말이지! 울 할머니는 몸빼바지에 거무티티한 나이롱(!) 치마를 덧입었다는 것 같다. 어쩌면 <고목과 행인>에 나오는 이런 모습? ㅋ

 

[고목과 행인] 1960년대

김환기 100주년전에서도 브로셔가 없어서 심술을 부렸었는데, 박수근 100주년전에도 브로셔는 없었다. 무료 브로셔는 관람객들이 휙휙 가져다가 보고 금세 버리기 때문에 안만드는 게 갤러리들의 추세인가? 쳇...

어쨌거나 브로셔 고이 모셔와서 한참동안(어쩔 땐 1년 내내) 벽에 붙여두거나 세워놓고 감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어찌나 서럽고 짜증나는지 원. 3만원씩하는 기념 화집을 대신 사라고 강권하는 것 같아서 계속 툴툴거렸다. 12장짜리 기념 엽서도 낱장으론 안팔아서 선뜻 사기 부담스러운 것도 불만. 몇 개만 골라서 살 수 있게 하면 좀 좋은가! 흥!

 

게다가 작품 설명에 죄다 작품 제목과 연도만 기록되어 있고 그림 재료에 대해선 설명이 없어, 아니 뭐 이렇게 불친절한 전시가 다 있나 구시렁거리다가 끝내 안내원에게 묻고 말았다. 왜 유화인지, 목탄인지 그런 설명은 안 적혀 있나요?

그랬더니만, 어차피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캔버스에 유화 아니면 종이에 연필 아니면 목탄인데, 워낙 오래된 그림들이라 작품별로 재료를 확실하게 기록해둔 것도 없어서 부러 적지 않았단다. 아... 박수근도 김환기 못지않게 아내와 금슬이 좋긴 했지만, 김환기의 아내 변동림(김향안)처럼 아내가 철저한 매니저 역할까지 한 건 아니었겠구나 싶었다. 박완서의 소설에도 등장하듯, 박수근은 생활고로 미군PX에서 초상화가로 돈을 벌었고 당연히 화구 구입에 들일 돈이 많지 않았으니 작품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다. 딱 엽서만한 1호짜리 캔버스에 그린 그림도 여럿 본 것 같다.

[아기 업은 소녀] 캔버스에 유채, 1953년, 28x13cm

어쨌거나 이번 전시를 보면서도 작품을 딱 하나 가져갈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그림을 선택할지 쓸데없이 계속해서 고민을 했는데, "당연히 <빨래터>를 가져야지!"라고 하던 일행과 달리 나는 크기도 아담하고 정겨운 <아기 업은 소녀>로 정했다. ^^; 역시나 똑같은 제목으로 여럿이나 되는 작품 중에서 내가 좋아라 하는 <아기 업은 소녀>는 바로 이것.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전시장 밖 포토존에도 저 소녀가 (조악하나마;;) 제작되어 있었다. ㅎㅎㅎ 작품 사진은 못찍게 하니 아쉬운 대로 다른 층 포토존에 마련된 화가와 작품 형상도 찍어왔음. 

 

화가 뒤편 벽에 걸린 그림은 [나무와 두 여인]이다

 

꽤 많은 작품 이외에도 그림을 팔고 사느라  주고받은 편지며 관련 기사 스크랩, 직접 그린 연하장도 전시장 한쪽 구석에서 소소하게나마 구경할 수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박수근 본인 입으로도 자기 작품은 소재와 정서로 보나, 화강암의 질감으로 보나 서양화가 아니라 한국화라고 했단던데(정확한 말인지 벌써 가물가물, 암튼 뭐 이 비슷한 맥락이다;; ㅎㅎ) 그 말이 딱 맞다. 고향인 양구에 박수근 미술관이 있다니, 진품이 늘 상설 전시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또 박수근의 그림이 그리워지면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고 느꼈다. 전시장 곳곳에 박수근을 회고하는 박완서의 글귀가 있기도 했지만, 박수근과의 일화를 소설로 엮은 <나목>도 한번 더 읽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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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Best

놀잇감 2014. 1. 6. 23:21

Best 포스팅을 빌미로 한해정리를 한하고 넘어가면 새해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정말... *.*

괜스레 일감 진도 잘 안나가는 것 같다. 얼른 마무리하고 열심히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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