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첫 전시관람은 이왕이면 브레송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같이 가기로 한 파트너랑 잡은 스케줄 상 브레송전이 두번째로 밀렸다. 째뜬 1월에 너무 집중적으로 문화생활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계속 안다니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드네그려. 

암튼 3월 1일까지인 전시를 서둘러 보러간 건 역시나 1월말까지로 기한이 있었던 초대권 덕분. 12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내야했다면 또 브레송전을 볼까말까 고민 좀 했을 것 같다. 최소 절반 이상은 전에도 본 작품일 테고, 동대문디지털플라자가 전시장으로서 별로 매력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명도 우중충하고... 째뜬 새로운 작품이 얼마나 왔을지가 관건인데...


브레송 사후 10주기 회고전이라는 이번 전시엔 작품수가 총 253점이라고(근데 늘 이정도 작품은 오지 않았던가?). '브레송'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찰나의 거장'으로서 담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들이 인상적인데, 확실히 요번엔 도시풍경과 자연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어쩌면 선입견일지도!). 그래서 요번 전시 부제도 아예 <영원한 풍경>. 어림짐작한 내 느낌으론 인물 사진과 풍경사진이 반반쯤 되려나? 아니, 그래도 인물사진 비율이 더 많았던 것도 같고...

실물로 처음보는 게 틀림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지난번 전시 때 본 건지 사진첩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본 작품인지 다들 낯이 익어서 상당수가 아리까리... ^^a 에즈라 파운드, 사르트르, 베케트, 카뮈 같은 인물사진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확실히 예전 전시때도 본 작품인데, 자코메티, 피카소는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카슨 매컬러스'의 사진이 두 개나 있었는데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작품을 봤더라도 휙~ 지나가고 말았을 듯. 

마침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의 설명도 들어보았는데, 아우 요즘 도슨트는 자질보다 외모가 우선인지, 너무 지나치게 봉긋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과 눈매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목소리는 예쁜데 뭘 그닥 알고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 ㅠ.ㅠ 

체 게바라 사진을 설명하며 브레송이 함께 만나기로 했던 유명인이 '피델'이라고 언급하는데 그게 '카스트로'라는 걸 정작 도슨트는 모르고 말하는 게 분명. 외워서 설명하려면 '카스트로'로 외워두었어야지! 존댓말도 막 이상하게 과용하고 '뉴욕 모마 미술관에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비츨'이라고 계속 몇번이나 발음해서 어찌나 거슬리던지. 으악... 

게다가 작품 설명문구엔 오타와 외래어 표기 오류, 띄어쓰기 잘못된 게 어찌나 많은지... 으어으어... 행갈이 이상하게 해서 읽다말고 '으잉?' 하며 다시 읽게 만든 문장도 허다했다. 작품설명 적힌 판때기가 삐딱하게 걸려 있는 것도 보여서, 액자 비뚤어진 거 못 견디는 환자인 나는 막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ㅜ.ㅜ

그래도 뭐 작품 수는 꽤나 많은 느낌이고, 생라자르 역 앞에서 물 웅덩이 폴짝 뛰는 남자 담긴 작품이랑 프랑스 브리의 풍경사진 속 하트 나무길을 찬찬히 되새겨 본 건 좋았다. 작업실에 이어 방문 앞에, 올해로 무려 10년째 되는 옛날 포스터를 개비할 마음이라, 전시 연계상품에도 눈독을 들였는데 아쒸;; 아트포스터가 여긴 무려 9천원! 종류도 브리 나무사진과 황량한 파리 에펠탑 풍경 딱 두 종류. 멋진 에코백도 있으면 살까 했으나 그런 건 아예 없고, 허접한 도록이 만오천원, 엽서세트도 만오천원, 엽서 한장엔 2천원...  +_+ 그나마도 인기 작품 낱장 엽서는 품절되고 없다. 세트로만 판매한다고. 

뭔가 괴씸해서 포스터를 살까말까 고민하다, 입장료가 굳었으니 사자 쪽으로 마음을 돌려 저 공식 포스터에 든 나무 사진을 사왔다. 방문에 붙이려면 세로 작품이 제격인데 파는 포스터가 다 가로형이니 어쩔 수 없음. 

사람들 블로그 보니깐 실제 전시장 사진과 작품 사진이 많아서 브레송전도 사진촬영을 허락하나보다 했더니 그럴리가... 촬영금지인데 사람들이 그냥 막 도촬한 거였다. 내가 보러 간 날도 휴대폰 들고 철컥철컥 사진 찍어대는 사람들 꽤 됐음. 다만 관계자들이 아주 심하게 제제하러 다니진 않더라. 난 또 하지 말라는 건 못하는 사람이라, 곳곳에 크게 확대해 벽면으로 만들어놓거나 포토존으로 만들어놓은 거나 겨우 찍어왔다. 대충 이렇게...  

​그리고 아래는... 작업실 이사 때도 고이 떼어와 방문앞에 줄곧 붙여두었던 옛날 전시 포스터. ^^; 떼어버리기 전에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이건 구입한 게 아니고 전시 관계자에게 잘 말해서 일행과 한장씩 공짜로 얻은 거였다. 옛날엔 벽보 홍보용으로 대량제작한 저렴한 포스터를 막 나눠주기도 하고 2천원 정도에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샌 플라스틱 '배너'를 세워두는 정도이고 벽보 포스터는 아예 만들지를 않는 게 추세인가? 나로선 괜히 아쉽다. 마음에 드는 포스터는 벽보판에서 몰래 떼어다가 집에 붙이고 그런 추억이 꽤 많은데.. 쩝...  하여간 그냥 일반 종이로 만든 포스터인데도 뒷면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보강을 해서 이사까지 다니며 10년이나 간직했다뉘... 참 내가 얼마나 물건을 못 버리는 인간인지 알 수 있다. ㅠ.ㅠ


해서 브레송 사진전에 대한 총평은 음... 이미 최근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굳이 또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 특히 몇년 전 세종문화회관 전시를 봤다면 작품이 2/3이상 겹치는 것 같았음. 게다가 추세로 보면 국내에서 브레송 인기가 워낙 높아 수년에 한번씩은 전시가 되풀이되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 머잖아 또 하겠지 뭐;;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