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08.08.16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9
  2. 2008.08.16 고흐의 각도 11
  3. 2007.02.15 흑백 사진의 추억 7
  4. 2007.01.10 2006년 마무리 - 베스트 문답 14
  5. 2006.10.20 소장품 2

장소를 옮긴 중앙박물관엔 그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림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세월을 박제해 놓은 듯한 박물관 전시실의 느낌은 어쩐지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는 편견 때문에 선뜻 나서질 않게 된다. 따져보니 마지막으로 국립박물관에 가 본 것은 십수년 전 회사를 다닐 때 거래처에서 온 영국인의 휴일 소일거리로 따라갔던 듯.
어쨌든 용산에 새로 생긴 국립중앙박물관은 꽤 잘 지어놓은 것 같았다. 워낙 넓어서 다 돌아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고 페르시아 전시관만 쉬엄쉬엄 둘러보고선 다리가 아파 음료수 한잔씩 사들고 한참이나 앉아 있다 돌아와야 했다.

페르시아 제국 전성기의 화려한 유물과, 언뜻 보기에 우리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선사시대의 토기와 청동기 유물들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결국엔 패자의 역사라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조명하는 것이 좀 슬펐다.
작년엔가 로마제국이 멸망시킨 주변 약소국가들을 조명한 책을 번역했는데, 막 꽃피기 시작했던 수많은 아시아와 유럽의 문명들이 로마군에 짓밟히지 않았다면 또 어떤 역사가 이루어졌을지 상상하면서 읽고 옮기는 패자의 역사가 안타깝고 서글펐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알아본들 또 무엇 하겠나 싶긴 하지만, 이런 전시회를 다녀오면 세계사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교과서엔 아주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는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 왕조, 사산왕조, 다리우스 왕, 실크로드를 건너 신라와도 교역을 했다는 그들의 눈부신 문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

3천원을 내고 전시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기는 한데, 전시 순서와 가이드 내용 번호가 뒤죽박죽이고 녹음된 설명도 전시 안내문과 똑같은 게 대부분이라 약간 짜증스러운 반면 도슨트의 설명이 훨씬 더 재미있고 , 광범위하다. 도슨트를 따라 그리 넓지도 않은 전시실을 다 돌려면 1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 듯. 설상가상으로 오디오 가이드 이어폰이 요상하게 생겨먹어서 귀가 아프니, 이왕이면 도슨트의 무료 설명을 듣는 게 백배 낫다.

GS 칼텍스 보너스 카드로는 2천원이 할인되는 것 같던데, 치사하게 다른 시립 미술관은 무료입장이 가능한 65세 이상도 3천원권을 끊어야 하고 다른 할인은 적용이 안된단다. 초대권이 3장밖에 없었지만, 울 엄마는 당연히 공짜일 줄 알고 모시고 갔다가 슬쩍 부아가 치밀었다. 시립미술관 세운 서울시보다 국립박물관 세운 나라가 더 가난하다는 뜻이냐 뭐냐. 기획전시라 성인 입장료가 만원씩이나 하는데, 아마 초대권이 아니고 쌩돈 들여 가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애써 찾아가진 않았을 테지만 보러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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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란의 국보 1호라고 할 수 있다는 황금 뿔잔. 뿔모양의 크고 작은 황금잔들이 참 많았는데, 저기에다 술을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옛날에 금을 얇게 두들겨 저렇게 정교한 조각을 해냈다는 게 놀랍기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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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각도

놀잇감 2008. 8. 16. 16:20
이요님 블로그에서 보고선 홍대앞에서 약속이 있었던 김에 옳다구나 찾아간 류승호의 작은 전시회.
<고흐의 각도>
고흐의 익숙한 그림들을 3차원 공간에 재구성해 놓았다.
홍대앞 상상마당 1층 한구석 갤러리에서 8월 21일까지 전시한단다.

파는 엽서인줄 알고 얼마일까, 2천원 미만이면 사야지 마음먹었던 입체카드 같은 인쇄물은
그냥 집어가도 된다는 전시 팸플릿이었다. ^^
6개나 집어와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나도 방에 하나 세워놓았는데 기분이 아주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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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는 없었지만 고흐와 관련된 작품들을 마구 사진으로 찍어도 좋다는데 또 어떻게 그냥 오랴 싶어서 서툴게 폰카를 들이대고 몇장 담아왔다. 아기자기하게 소품들로 재현해 놓은 고흐의 작품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듯한 붓의 터치까지 막 살아난 듯해서 괜히 신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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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아니 그냥 꼭 한번 들어가서 걸터앉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고흐의 방>은 3차원으로 보니 더욱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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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의 뒷배경엔 유리를 한 장 덧대어 그 위에 칠한 붓터치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고, 천장쪽에 조명을 비췄다.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니 마치 산꼭대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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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의 대문 사진이자, 현재 들고다니는 지갑의 문양이기도 한 <아몬드 꽃>은 앞쪽에 모빌처럼 매달린 액자엔 아몬드나무와 꽃만 들어있고 뒷벽에 청록색 바탕이 붙어있는 구조였다.  상상마당 1층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도록 제일 크게 걸려 있는 바람에, 사진을 찍으니 입구밖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들까지 반사되어 찍히고야 말았다. ㅎㅎ


그밖에도 귀가 잘린 고흐의 초상화, 까마귀가 나는 밀밭, 해바라기꽃 등 꽤 여러 작품이 있었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일이 기다렸다가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다. 쑥스럽기도 하고...

째뜬 이렇게라도 고흐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몹시 행복했던 느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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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더라.
흔히 얘기하는 사회적 잣대로 본인의 나이가 꽤 많은지 아닌지 가늠해 보려면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해보라는 데가 있었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로터리식으로 채널을 돌리는 TV의 존재를 혹시 아는지...
영화 <타이타닉>을 명절특집 TV 영화가 아니라 극장에 직접 가서 봤는지...
어린시절 흑백사진이 있는지...
뭐 이런 질문이었는데, 물론 난 그 질문에 다 해당이 되었고 ^^
피식 웃으며, 그래 나 나이 많은 거 안다, 된장. 그랬던 것 같다.

윌리 호니스 사진 전시회를 보면서 그토록 흐뭇하고 뿌듯했던 건
거창하고 대단한 느낌의 사회적 이슈를 찍은 사진들보다 (7월 혁명 기념일이라든가..
역시 잘은 기억 안나지만 주먹 불 끈 쥔 아빠의 무동을 탄 어린이의 사진 같은 것도 있긴 했다)
그냥 일상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행복을 담은 소박한 느낌의 사진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나는 인생을 따라 움직였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과 동네를 사랑한다"라고 말했다는 그의 사진 철학은 정말로 많은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현대까지도 고집스럽게 흑백사진만 고집했던 그의 작품들은 어쩐지 낯익고
정겨워, 그간 여기저기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사진들 이외에도 혹시 우리 집에 그의 낡은 작품집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새로운 기계 따위를 사들이는 걸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한 때 수동 카메라로 열심히
우리 삼남매를 찍어주시면서 혹시나 참고한 작가는 아니었을까 하는 멋진 상상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가 찍은 사진과 비슷한 느낌의 흑백사진을 앨범에서 본 것도 같았고, 결국 나는 며칠이 지난 오늘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된 옛날 앨범을 뒤적이며 흐뭇한 추억에 젖었다.

물론 내 느낌은 그저 개인적인 비약에 불과하고 사진의 구도나 질도 큰 차이가 있겠지만,
꼬마 삼남매의 모습을 담아놓으신 아부지의 사진들에서 나는 꼬마 뱅상의 모습을 찍었던 아버지 윌리 호니스의 흐뭇한 시선을 느꼈고, 그래서 참 행복했다.
이제는 조카들 사진이 아니면 굳이 사진을 공들여 뽑고, 앨범에 넣어 정리하고 그러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됐지만, 또 몇십년이 지난 뒤 요즘 남긴 사진을 보며, '아 그래.. 이땐 그래도 제법 창창했구나..'라고 중얼거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더라.

암튼...
잠깐이라도 흑백사진 속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그 소중학 흑백 추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몇장 스캔도 해봤는데, 스캐너가 영 시원치않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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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님을 선두로 이웃 블로거들의 재미난 베스트 문답을 보며
참 흥미롭긴 했으되, 나는 기억력도 나쁘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인간 유형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다 보니(다이어리 쓰기를 작파한지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이젠 아예 장만하지도 않는다) 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파피와 쌘이 한 번 더 옆구리를 쿡쿡 찔러주니 또...
정리 못하는 인간이라 더욱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그냥 수월하게 살면 될 것을 나란 인간은 뭐든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판난다.

게다가 또 이렇게 만날 서론이 길다. ㅋㅋ
사진 편집해 올릴 능력도 없으니 단조롭고 별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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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삶꾸러미 2006. 10. 20. 15:55


지난 번 고모 전시회에서 찜해둔 작품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나무그늘에 자건거가 기대어져 있는 흑백 판화작품 하나는 이미 갖고 있지만
이번에 전시한 사랑스러운 느낌의 채색 동판화 소품들은
조곤조곤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모의 성품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느낌.
내가 좋아하는 꽃도 있고, 별도 있고, 초승달도 있고
아련한 밤하늘을 담은 창문도 있고
탁자 위에 놓인 꽃병 옆엔 향기로운 커피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면서 행복해지는 여러 일의 목록을 따져보면
미술관 관람이 상당히 상위권에 들어 있다.
화가가 되려는 꿈을 한번쯤 꾸어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나 역시 한동안은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더랬다. 그 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바로 이 그림의 주인공인 우리 막내고모.
지금은 고궁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금지됐다지만, 우리땐 사생대회는 늘 고궁에서 열렸고,
가끔씩 주말에 고모 따라 화구 챙겨들고 경복궁이나 덕수궁에 이젤을 세우고
고모 유화 그림을 수채화로 똑같이 베껴(!) 그리던 전적이 있는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온갖 미술대회에서 제법 상도 받았더랬는데
그것만 믿고 무작정 화가의 꿈을 키웠던 거다. ^^;;

그러나 그 꿈은 결국 그냥 꿈으로 남겨졌고
그림에 대한 열망은  이제 감상으로만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까지 하게 되다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ㅎㅎㅎ
사진 들어간 포스팅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자랑질!

(ㅎㅎ 고흐 그림이 바탕에 희미하게 비치는 가운데 작품이 놓이니까 느낌이 또 좀 다르다)
(아깐 그림 받은 흥분에 대충 써 올렸다가 다시 좀 더 덧붙였음을 실토함.. 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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