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현대미술관

놀잇감 2015. 6. 24. 21:51

네이버 캐스트에서 봤던가.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메조틴트 판화전 작품에 끌려 날짜를 벼르다 보러갔었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그냥 공간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곳.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덕분이겠지만.... ^^ 4호선 대공원 역에서 내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앞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좀 더 걸어가도 좋고... 봄 가을 날씨 좋은 날엔 그냥 차길따라 그냥 죽 걸어올라가도 괜찮다. 그래도 너무 더운 날씨엔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에어컨 빵빵 셔틀버스가 짱.

집안에 판화가가 있어서 판화작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도 있지만, 전시 설명에서 본 <메조틴트>라고 하는 오래 된 에칭 기법의 색감이 아련하고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 성향도 아기자기했기에 보러 가야겠어! 마음을 먹었던 것. 

​포스터 예쁘고...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좋았다. 우리 막내고모 작업실에도 있는 프레스 기계가 한 구석에 작은 걸로 하나 놓여있음. 

​만약에 작품을 하나 준다면 뭘로 가질까.. 하는 고민은 이번에도 계속되었지만 딱히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판화작품보다 노년이후엔 회화작품이 많아서 사이즈가 큰 대작은 의외로 다 유화였다. ㅠ.ㅠ 나는 메조틴트를 더 많이 보고 싶었을 뿐이고! ㅎㅎ 내 기대와 욕심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일단은 황규백을 다 돌아보고 나서 점심은 라운지 d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값도 별로 싸지 않은데 모든 게 셀프 서비스인 건 좀 아니꼽지만 커피까지도 맛은 괜찮은 편이니 대체로 만족.  

점심과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전시 관람 재개. 과천 미술관에선 황규백 이외에도 여러 전시를 하고 있어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휩쓸고 다녔다. 의외로 <벽>을 소재로 한 소장전 작품들이 좋았고... 

각기 다른 인체를 동판에 부조로 붙인 왼쪽 작품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누구 작품인지 벌써 까먹었다;; ㅠ.ㅠ 오른쪽 망치질하는 인간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도 설치미술이 있는 조나단 브로프스키 작품. 


<우리가 알던 도시>라는 강홍구 박진영의 사진전도 구경했는데...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황량한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은 다 내 추억속에서 끄집어낸 것도 같아서 친근했지만 감동적이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 헌데 이 전시실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영화배우 정진영씨! 인적 거의 없는 전시실을 혼자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나는 한눈에 엇! 알아봤을 뿐이고... ^^; 대체 유명인을 만나서 사인을 받으면 그걸 뭣에 쓰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보아, 박진영, god 사인을 같은 날 받은 수첩도 있단 말이지;;; ) 친구에게 얼른 볼펜을 빌리고, 갖고 있는 종이라곤 브로셔밖에 없어서 거기다 조심스레 사인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뭐 이러면서 접근... ㅋㅋ (근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무제>라는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실도 좀 돌아다녔지만 유료 전시 2개는 패스했다. 대규모 기획전시는 만원도 넘게 주고 보러 가면서 왜 2천원 정도의 저렴한 유료전시도 보려하지 않을까 반성이 들기도 했지만 ㅋㅋㅋ 전시를 한꺼번에 너무 너무 많이 보면 멀미난다는 걸 핑계삼았다. 

그러고는 미술관 밖에 나와 나무그늘에서 셔틀버스 시간까지 좀 기다릴까... 그랬는데

초록빛 나무랑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었다. 한참이나 나무 아래 비스듬히 앉아 하늘과 나뭇잎 올려다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어쩐지 미술관 주변의 나무와 풀들은 한여름의 짙은 초록이 아니라 아직 '신록' 느낌을 간직한듯 싱그러움 물씬.

​사진이 깜깜한 초록색으로 나온 건 그늘 탓이다.. 실제로는 연초록이었는데... 잉...

​비오는 날 다시 한번 과천 미술관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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