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거짓말이 아니고 취향과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심많은 성격 답게 먹거리에 관한 한 TV 속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TV 맛집 선정에 관한 검은 뒷거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종종 유명 맛집에도 적용됨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다니러 오는 LA 친구가 이번 11월에 방문계획을 알려오며, 가고픈 곳 먹고픈 것들을 미리 알려왔다. 신나게 여행 계획과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친구가 가고프다고 한 집 중에서 한 군데는 내가 퇴짜를 놓았다. '탕수육'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유명 요리사의 중식당이었다. 

마침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이전에 세번쯤 가보았지만 단연코 그 집 '탕수육'은 별로였다. ^^; 물론 며칠 전에 예약해두어야 먹을 수 있는 '동파육'과 파삭파삭한 '군만두'가 맛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먹느라 바빠 대충 찍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어왔을 정도. ㅋㅋ

이것이 동파육당연히 이건 군만두

하지만 탕수육은.. 너무 달고 딱딱하고 별로였는데! 하필 울 오마니 생신날 온 가족을 대동하고 갔던 터라,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이 맛없어서 우린 '다시는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집 탕수육이 전국 최고라고 셰프들도 인정하는 맛이라는 격찬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뜨악해졌다. 흠.. 그날만 유독 요리사들이 우리가 먹을 탕수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까?  째뜬 그 이전에도 이 중식당을 추천한 지인들(ㅂㄹ와 D양)도 탕수육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_+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려해도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LA친구에겐 소문만큼 맛도 없고 예약도 어렵다고 일러주었다. 차라리 그 주변에 셀수없이 많은 다른 화교 운영 중식당을 아무데나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은 보장할 수 있다고... ㅎㅎ

또 한군데 소문과 달리 실망스러웠던 집은 '손만두'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내가 가본 날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으음.. 막상 먹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로 보아 다시 가고픈 곳은 아니었다. 마치... 열심히 요리학원에 다닌 새댁이 때깔은 좋게 상을 차렸는데 음식 맛은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그 음식점의 특징이라고는 해도, 굳이 그 돈 주고 사먹으러 다니고 싶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가겠지만...


알록달록 예쁜 손만두를 일부러 포장해서 사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솔직히 나는 도무지 저런 형광색을 보면서는 식욕이 돋질 않았다. ㅠ.ㅠ 참으로 입맛과 취향은 가지가지다. 

둘이 먹을 만두전골이 3만8천원인가 했던 거 같은데, 재료를 죄다 국산으로 좋은 것만 쓴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지 않나? 물론 눈물나게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 가격도 저항이 없겠지만, 나로선 좀 ㅎㄷㄷ 아까웠다.  

(이 사진은 식탐을 달래는 보관용이 아니라 만두색이 놀라워서 언제고 포스팅하려고 올초에 찍었는데 참 오래도 묵혔다가 써먹는다) 


요즘은 정말 TV채널만 돌리면 어디서도 요리사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활약하는 먹방, 쿡방을 볼 수 있다. 식탐가로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제이미올리버쇼, 헬스키친, 마스터셰프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얼마전까지도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집밥백선생까지 줄줄이 챙겨보았지만 이젠 다 시큰둥해졌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대결, 맛집 탐방을 하는 판국이니 원... 식상해하는 이들이 나뿐은 아닐테고, 머잖아 또 유행타듯 다들 휙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간혹 엄청난 극찬 요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테닷.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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