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 모자란다

투덜일기 2016. 10. 31. 13:53

반려견을 키우는 개엄마, 개아빠들이 주변에 많다. 당연히 '개'와 관련된 욕을 들으면 펄펄 뛰며 화를 낸다. 개가 얼마나 충성도 높고 성실하고 영리한데 어떻게 '개 같다'느니 '개만도 못하다'느니 하는 것이 욕이냐, 오히려 칭찬이면 칭찬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조카네 개를 가끔 보아도 맞는 말이다. '개새끼'나 '개자식'은 이제 더는 욕이 아니고 많은 인간들에게 칭찬이다. 충직한 개 정도만 살아도 훌륭한 인간이므로, 앞으로는 점점 더 개와 관련된 새로운 표현이 탄생하지 않을까. 

근데 내가 가끔 입이 거칠어지는 인간이어서 욕을 아예 끊고 살 순 없어, 종종 하는 말이 '미친X, 미친O'이었다. 특히 4년 전부터 그 욕을 가장 많이 들어온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요즘 하나하나 드러나는 추한 진실을 들여다보면 '미친O'이라는 욕도 오히려 칭찬이다. 어쩔 수 없이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 대한 폄하 발언이므로 미쳤다는 말 역시 옳바른 용어가 아니다. 제정신으로 살기엔 이미 무리인 이 나라에서 미치는 게 뭐 어때서?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인간은 그저 사악하고 또 사악하고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생각이라곤 아예 할 줄 모르는 존재다. '--충'이라는 욕 또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그 인간에겐 곤충이라 욕하기도 벌레들이 아깝다. 촌충, 십이지장충 같은 기생충 정도라면 모를까.

그 인간 지지율이 17%니 14%니 하는데, 아직도 그만큼이나 지지하는 무뇌 인간들이 남아있다는 게 더 절망스러운 것 같다. 하긴 여론조사의 정확성도 믿을 수 없으니 훨씬 더 낮은 수치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마감 핑계로 지난 토요일에 촛불집회에 못나가고는 계속 찜찜하다. 과연 모든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날까, 손석희와 JTBC를 믿고 기다려봐야지 싶다가도 검찰 하는 꼬라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 나라는 정말 어디까지 얼마나 속속들이 썩은 걸까.

통째로 썩어빠져 무기력한 검찰과 나라꼴과는 달리 저들은 벌써 무섭게 상황을 은폐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전직 대통령도 데려다가 모욕적인 검찰조사로 자살로 몰아넣은 인간들이 공항에서 곧장 긴급체포도 모자랄 범죄자는 충분히 쉬며 거짓말 짜맞출 시간까지 배려해 모셔가는 상황은 정말 무섭다. 그들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로 읍소한 뒤 모르쇠로 버티는 작전을 시전하기로 한 모양이다. 어휴, 파렴치한들. 제발이지 다들 빨랑 잊지 말고 이 분노의 불길이 계속 타올라 끝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전 6월에도 그랬고, 결국 이 나라에서 믿을 건 그래도 국민들이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때보다 윗대가리들이 더 철저하게 썩고 부패시스템이 견고해졌다는 것이겠지. 순siri가 빼돌린 돈만 국고에 환수해도 많은 분야에서 뿌리 깊은 불황이 얼마나 해소될까, 뭐 그런 핑크빛 전망과 이상이나 떠올리고 있는 내가 돌연 한심스럽지만 암튼... 불끈 주먹쥐고 지켜보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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