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란다. 88 이 두 글자가 고양이 두 마리의 뒷모습이라는 주장도 있고.. 암튼 고양이의 날 기념 네이버에 뜬 고양이 그림과 고양이 발바닥 커서 변화도 귀워여서 캡쳐했다. ㅎㅎ

저 발바닥 커서를 누르면 다른 고양이가 내려오는데 그 순간은 포착 못함. ㅠ.ㅠ

사람은 안변한다던데,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발정기때 고양이 울음을 마구 저주하던 과거를 떠올리면 또 이래저래 변하는 게 인간인가보다. 암튼 연이와 아깽이들은 그 이후 영영 사라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혹시나 해서 매일 놓아주던 고양이 사료와 물은 다른 고양이가 와서 열심히 먹는 중이다. 워낙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데, 고양이 얼굴도 구별 못하는 건 마찬가지여서 흰바탕에 검정 무늬가 들어가고 꼬리가 줄무늬인 길냥이 한 마리는 연이가 아니란 것만 확실히 알겠고 하늘인지 아닌지도 미지수다. 하늘이는 작년까지 분명 눈이 연한 하늘색이었는데;; 커가면서 달라졌을 수도 있고...
올봄엔 발정기 울음소리가 며칠이나 이어졌고, 장마철 동안엔 치즈냥 아깽이 몇 마리가 내 방 밖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것도 목격했었다. 혹시나 연이네처럼 자리를 잡으려나 지켜보았으나 비 개자마자 사라짐. 하기야, 진짜로 덜컥 보금자리를 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나중에 연이네가 돌아올 수도 있는데 싶어서. 
몇년 뒤에도 잊지 않고 옛 터전에 돌아오는 길냥이들 얘기는 그냥 도시 전설일까 진짜일까, 궁금하다. 암튼 고양이의 날인걸 미리 알았더라면 매일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에게 특식이라도 챙겨줬을텐데 너무 밤늦게 알았다. 작년에 남았던 츄르며 유산균, 영양제는 품종묘 키우는 친구에게 모두 줘버려서 딱히 특식 줄만한 게 집에 있지도 않으니 어쩌겠나. 길냥이의 평균수명이 2,3년 밖에 안된다는데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녀석은 제발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거 주워먹지 말고 더 오래 건강하길 빈다. 
블로그를 거의 방치하고 살다가 비공개로 적어뒀던 전시 기록 두 개를 공개로 돌린 김에 이 공간을 되살려보려는 시도인데... 쉽지가 않군. 긴 슬럼프 끝에 말솜씨 글솜씨 모두 퇴화되고 있는 중이다. 노상 다른 직업  뭐 없을까 고민만 하게 되고... 
잡스러운 문장 맺기가 이토록 어려워서야 글줄로 밥벌이가 되겠냐고!! ㅠ.ㅠ 민망해서 급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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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해두었던 블로그를 전시 기록할 때만 써먹는다... ㅎㅎ

친구 찬스로 23년 6월 22일. 합정지구에서 열리고 있는 힙한 전시회 보러 다녀왔다. 전시일정은 7월 9일까지!
전시장 전경을 밖에서 보면 이렇다. 

친구들이 찍혀서 가렸는데;;; 이 사진을 자세히 보고서야 전시 제목이 <손 잡듯, 느슨히>라는 걸 깨달았다. 전시 제목도 모르고 다녀왔군. ㅎㅎ

헝겊으로 민물가마우지를 이토록 정교하게 표현해내다니.. 예술가는 역시 다르다.

지하에서도 이어진 전시는…

공개할까말까 고민하다 뒷모습이라는 핑계로 올림. ㅠ.ㅠ 넘나 귀여운 친구 아드님,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요즘 전시 관람료가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대형 기획전시는 막 2만원도 넘는데; 다녀와서 느끼는 충족감과 뿌듯함으로 따지면 소소한 무료전시나 대형 유료전시나 별 차이가 없다.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과 선망이 늘 함께 하는 전시 관람... 언제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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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버드 티켓으로 만원에 예약했던 전시 5/17일에 보러 다녀왔다. 예약할 때만 해도 원고 마감 다 끝내고 휘휘놀고 있을 때라고 상상했으나, 나의 고질적인 슬럼프와 게으름 탓에 여전히 놀러다닐 형편이 안 될 때 쪽잠을 자듯 후다닥 시간 맞춰 다녀왔다. 전시 다 보고 나면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여운을 음미하려고 했으나, 그 계획도 전시장 입장 전에 흡입하듯 후르륵 찬 커피를 들이켜고 시작.

서울시립미술관은 공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옛날에 울 엄마가 근무하던 곳이라서 그럴까? 교복 입고 사환부터 일을 시작했다던 법원검찰청 사건과는 과연 어디쯤 있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언젠가 조카 어릴때 엄마도 모시고 둘러본 적 있었는데, 내부가 완전히 바뀌어서 어딘지 전혀 기억도 안난다고 하셨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 건물 외벽에 걸개로 걸려 있어서 특별히 찍어옴.

쩔그럭거리며 돌아가는 저 쓰레기(?) 같은 설치미술은 볼 때마다 이해가 어렵다. 암튼 이런 공간 좋아라..

 

사진촬영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전시실에서 이것저것 찍어옴. 호퍼와 부인의 관계를 알고 보니 역시 좀 남다르게 느껴졌던 모델들..

기념품숍에서 건진 것들. ^^;; 마그넷과 열쇠고리도 예쁘지만, 여러 굿즈 중에서 요즘엔 쓸모도 있고 기념도 되는 안경닦이를 사모으기로 했다. 

귀여운 열쇠고리는 한번 더 클로즈업. 

그림 속 주인공처럼 다리 그림자에 맞는 위치에 서서 촬영하는 곳이었으나... 누드였던 모델의 아픔이 풍경만으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친구가 전시안내 번역작업에도 참여했대서 유심히 글귀를 읽어보기도 했는데 ^^; 시간도 없고 작은 글씨에 멀미도 나서 나중엔 그냥 그림만 멀찍이서 감상하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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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투덜일기 2022. 9. 6. 16:27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이었던가? 검색해보지 않아서 시인 이름 틀릴 수도 있는데 암튼 문득 근황을 포스팅하려고 빈 창을 여니 저 글귀가 생각났다. 왜 사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만큼 심각하게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지만 하여간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계속 암울하다. 환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나의 쓸모에 대한 믿음이 점점 줄기 때문이다.

우선은 내가 일을 너무 못한다. 노는 계획은 빠짐없이 다 지키면서 (그건 누군가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정작 마감일을 지켜야하는 일은 작년부터 올해 내내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심지어는 3주 넘게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기도 두렵고 꺼려지는 증상이 있을 지경이었다. 이런 게 슬럼프인가? 아니면 그냥 미루다미루다 포기하는 비겁병에 걸린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성인ADHD의 주요 증세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던데,, 이러면서. (핑계를 찾고 있는지도..)

암튼 그럼에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리고 내가 SNS에 그럴싸하게 포장해 올리는 겉모습으로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산에도 열심히 갔고, 염원하던 설악산 대청봉도 다녀왔다. 그러고는 며칠 후유증 핑계로 누워서 핸드폰만 만져대서 그렇지... 해설이 재개된 궁궐 봉사도 시작했고, 둘레길도 2주에 한번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러니 이젠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복병은 2학기부터 다시 시작된 자유학년제 수업. 똑같은 주제인데도 이젠 내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기력도 심히 많이 소모된다. 마스크 쓴 채로 2시간 수업 떠들고 오면 목 아프고 맥빠져서 또 누워서 한침 쉬어야하는 신세. 벌써 6년째 하고 있는 일이지만, 중학생 아이들의 반짝거림이 좋긴 했지만, 이젠 그만큼 힘들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애들 수업은 끝내기로 결심했다. 본업도 충실하지 못하는 주제에 한눈까지 팔다니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돈벌이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라;; 벅찬 보람과 그럴듯한 포장 만으로는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기가 싫어졌다. 

연이네 식구는 그 뒤로 전혀 소식이 없다. 정말로 누군가 다른 돌보미를 만나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죄책감과 불안함 때문인지 며칠 전엔 연이를 마지막으로 본 비오던 날 모습이 꿈에 나왔다.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창문 아래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던 연이의 눈빛이 영영 떠나기 전 작별인사였구나, 하고 내가 중얼거리는 꿈이었다. 어쨌든 매일 연이네 사료를 놓아주던 곳에 똑같이 사료는 놓아두고 있고, 밤 사이 몰래 먹으러 다녔던 주인공이 하늘이였다는 걸 얼마 전 확인했다. 지난주엔가는 영역 다툼을 하는지 하늘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투닥거리고 울어대는 요란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개입하지 않는 게 낫다 싶어 모르는 척 그냥 두었다. 그 이후엔 하늘이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누가 승리자인지 모르겠다. 째뜬 앞으론 연이처럼 정성을 들여 내가 또 여러 길냥이를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왕비마마는 봄에 심층검사를 했는데도 치매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판정을 받았으나(사실 정신과 처방으로 이미 치매 예방약인 아리셉트를 드시고 있어서, 초기 치매 치료와 다를 것도 없다고 한다.) 단기 기억력은 너무 심히 나빠져서 똑같은 말을 1분만에 반복하는 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초기 치매면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몇 번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산책을 하거나 끼니를 대신 챙기게 하고 싶은데 그냥 '경도 인지장애' 정도로는 등급 받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이번 정부 예산이 줄어들어서 거동이 힘들지 않는 한, 공단에서 등급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루 종일 괜히 누워만 계시는 노년의 육신이 얼마나 더 빨리 망가질지 뻔한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젠 내가 산책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귀찮다며 이불을 뒤집어 쓰심. 선배와 친구들은 그냥 엄마 하고 싶은대로 두라고 한다.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고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다나. 정말로 운동 좀 하시라고 잔소리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져 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 거의 포기 상태다. 

올해 초 새해결심을 돌아보면 1 내려놓는 삶,  2 약속 잘 지키기, 3 일본어 배우기, 4 10년 프로젝트로 100대 명산 도전... 이 정도였던 것 같은데 3, 4번에 너무 치중했나, 일에 대한 의욕은 내려놓고, 가장 중요한 일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 차차 책상 앞에 앉는 연습부터 해야하는 상황인데, 밀린 원고 독촉이 말도 못한다. 출판사 담당자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할 따름. 오늘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제일 먼저 블로그 순례부터 하고 있으니 원. 그럭저럭 하루를 또 말아먹고 있다는 결론이... ㅎㅎ.

그래도 예전엔 글의 힘을 빌어 블로그에 결심을 남기면 하는 척이라도 했던 것 같으니, 책상에 앉은 김에 오늘은 목표한 진도를 좀 나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제 좀 정신 좀 차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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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연이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젖을 물리는 모습을 더러 봤는데 장마비가 쏟아지던 7월 13일 아침에 마주친 걸 마지막으로 계속 연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양양이가 두달만에 연이와 진이만 두고 사라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덜컥 겁이 난다.
설점줄묵이가 태어난 것이 4월 24일. 이제 아깽이들이 80일정도 되었는데 벌써 젖을 떼어도 되는 걸까? 암튼 좀 쎄한 느낌을 받은 건 지난 월요일부터였다. 그간 평소 연이가 쉬거나 낮잠을 잘 때는 아깽이들과 함께 뒷베란다로 내다보이는 아래층 지붕 그늘에서 함께 모여 있었다. 꾸벅꾸벅 졸거나 자면서도 아깽이들이 연이의 젖을 물고 있는 것 같아서, 연이 진짜 덥고 답답하겠다며 안쓰러워 할 정도였다. 헌데 그날 낮엔 연이와 아깽이들이 다 따로 따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연이는 아예 축대 철망 너머에서 홀로 낮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리면 아깽이들 있는 쪽을 내려다보았다. 아깽이들이 더 어릴 땐 밤에도 낑낑거리고 울면 득달같이 연이가 다가가 보살펴주곤 했는데, 이젠 아무리 울어도 (젖달라고 우는 소리 같았음) 멀찍이서 지켜보며 밤중엔 어리광 떨지 말라고 나무라는 것 같기도 했다. 밤에 자다가 아깽이들이 울어대서 랜턴 켜고 비춰보면, 연이가 오히려 나를 보며 애처롭게 에옹 에옹 울었다.

솔직히 오랜 시간 돌봐온 연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아깽이들보다 크기 때문에 그간 나는 연이가 좀 안타까웠다. 엄청난 모성애로 새끼들을 키우고는 있지만, 자꾸만 얼마나 귀찮고 고단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천방지축 아깽이들은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통에 악취가 심해졌고, 연이 혼자 깨끗하고 고고하게 지낼 때와는 창밖 연이네 집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연이진이는 양양이한테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인지 화장실을 축대 철망 너머에 두고 있었던 듯, 한번도 대변 덩어리 때문에 파리가 꼬이고 악취가 풍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이네 아깽이들은 내방 창문 바로 바깥에 있는 자기네 집들 뒤쪽에 조금 쌓인 흙더미 구역을 화장실로 사용했다. 보다 못한 내가 모래를 퍼다가 흙더미를 더 높여주었으나, 딱 한번 모래를 파고 대변을 본 뒤 흙을 덮었을 뿐, 그 다음날부터는 그냥 또 아무데나 똥을 싸놓았다. 심지어는 연이가 작년부터 애용하는 받침대인 스티로폼 상자 위에도!
집냥이든 길냥이든 집과 화장실을 가능하면 멀리 떨어뜨려 두라던데, 이젠 집 두채 바로 뒤가 화장실인 셈이다. 지들도 악취가 싫은 건지 겨울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던 모습은 차츰 사라지고, 연이네 가족은 울 엄마네 집쪽 반대편 지붕으로 낮잠터를 옮겼었다. 대변을 싹 다 치우고 다시 모래를 덮은 뒤 고양이 탈취제를 사다가 뿌려주고 해보아도, 아깽이들의 무차별 대변투척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암튼 그래도 연이는 아깽이들을 핥아주고 젖을 물리며 함께 놀아주곤 했는데, 7월 11일과 12일은 같이 사료와 츄르만 먹은 뒤 홀로 축대 너머에서 편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인 거다. 저녁 준비하려고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에 내놓다가 연이와 눈이 마주쳐 손을 흔들어주고는, 그래 너도 새끼들 지키느라 그간 힘들었겠지, 낮잠이라도 편히 자라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7월 13일. 그날은 장마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 연이와 아깽이들이 걱정돼 내다보니 연이 홀로 흠뻑 젖어서 돌아다니다가 창밖 박스 집앞에 다가와 앉았다. 연이야, 너 왜 비 맞고 돌아다녀? 물으니 쓱 올려다볼 뿐 묵묵부답. 비오는 날 늘 그러듯 츄르를 얹은 사료를 처마 안쪽 집안에 놓아주고는 외출했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아그작아그작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묵이와 점이가 사료를 먹고 있는데, 어라 사료 양이 아침에 준 거의 그대로였다. 연이야,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밤에 창문만 열어도 에옹, 혹시라도 내가 아깽이들 해꼬지할까 걱정되는 건지 특식을 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울음을 울었더랬는데.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7월 14일. 비가 그쳐 사료와 츄르를 원래 자리에 놓아주며 연이를 아무리 불러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엔 부시럭부시럭 사료 준비하는 소리만 들려도 베란다 창문 밖 적당한 거리에서 울며 대기하는데 왜? 아깽이들 세 마리만 후다닥 놀라 저 만치 숨었다가 츄르를 핥아먹었다.
7월 15일. 외출 전 아침 일찍 아깽이들을 살피고 사료 줄어든 양을 확인했다. 건사료를 빻아서 아깽이들용으로 놓아주었는데, 절반 이상 남은 걸 보니 밤새 연이가 와서 먹은 흔적도 없었다. 여전히 연이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이틀은 굶을 수 있다고 하니, 어디 탐험을 갔더라도 배가 고파서라도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연이야, 어딜 간 거니?
7월 16일. 연이는 오늘도 실종상태다. 아깽이들은 어미가 없으니 더욱 의기소침 날 보면 겁에 질려 구석에 숨고, 사료와 츄르를 놓아주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 마음 놓고 먹어라, 창문을 닫고 기다리다 한참만에 열어보니 위에 얹어준 츄르만 사라졌다. 연이 젖 대신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할텐데, 물 좀 마셔, 니네 엄마 어디 갔니, 물어보아도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불안해죽겠다. 오늘로 사흘째인데 대체 연이는 어디에 있을까? 폭우 속에 돌아다니다 혹시 아파서 어디 쓰러져 있으면 어쩌나 불안하다. 설상가상 좀 전엔 고양이 발정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연이가 벌써?! 후다닥 내다보니 낯선 누렁검정 고양이 한 마리가 철망 너머에서 울어대고 있었다. 아깽이들은 벽틈으로 다 숨어버리고... 눈싸움만으로는 물러나지 않아서 결국 집게를 휘둘러 쫓아보냈다.
연이의 출산과 육아가 너무 괴로워보여서, 찬 바람이 불면 꼭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주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혹서기엔 중성화수술 신청을 받지도 않고, 원래도 수유기간에는 수술을 해주면 안되므로 더위가 한풀 꺾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야지 작정한 거다. 친구네 고양이와 비교하니 지난 1년간 사료를 잘 챙겨 먹였다고 해도 새삼 연이가 성묘 치고도 얼마나 작고 연약한 고양이인지 알 수 있었다. 작년 어미 양양이와 비교해도 연이가 좀 더 작은 것 같다. 그 몸으로 네 마리나 낳아서 돌보려니 힘에 부칠만도 했을 듯.
작년에 새끼를 두고 양양이가 사라졌을 때 내가 섭섭하고 괴씸해하자,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므로 함부로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되며 호르몬이 유발한 모성 본능이 사라져 제 갈 길 갔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초보 엄마냥인 연이 편이어서 천방지축 말도 안 듣고 지저분한 새끼들을 돌보다 지친 연이가 에라 모르겠다 가출을 감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엄마냥 연이를 힘들게 만든 아깽이들도 얄밉고 아빠로 추정되는 하늘이도 밉고...
아무튼 연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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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아깽이들 이름을 드디어 정했다. 실은 봄여름가을겨울도 가장 마지막까지 물망에 올랐다. 봄과 함께 떠나버린 줄무늬 아깽이를 봄이라고 하고, 남은 세 아이들을 여름, 가을, 겨울로 부를까 싶었던 것. 그러나 그렇게 애들 이름을 정하면 부를 때마다 언제나 봄이와 함께 연상될테고, 계절 지날 때마다 어쩐지 불안할 것 같았다. 또한 연이, 진이가 외자 이름이어서 두자 이름 부르는 거 은근 귀찮게 느껴졌다. 외자 이름 단촐하고 경제적(?)이고 부르기 편하고 좋다! 게다가 임시로 불렀던 하양이=설(雪), 점박이=점(點), 까망이=묵(墨). 이렇게 부르면 직관적으로 딱딱 연결되고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다.  

왼쪽부터 묵이, 점이, 설이

고양이는 숫자를 세지 못하기 때문에 연이가 아깽이 한 마리 없어진 거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친구 말을 들으니 뭔가 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연이도 아직 두살 애기인데 아깽이 세마리 돌보기도 너무 고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깽이들이 점점 자라고 몸도 커져서 연이한테 매달려 다퉈가며 젖먹는 걸 보면 좀 안쓰럽다. 30도 넘는 날씨에 젖먹이들 엉겨붙어 있으면 얼마나 더 더울까.

좌: 6월9일 연이와 묵이, 우: 6월22일 위부터 설이, 묵이, 점이 

아깽이 네 마리중 가장 막내라고 여겼던 설이는 어느덧 가장 움직임이 활발하고 덩치도 우람해져, 형제들에게 장난을 제일 먼저 거는 편이다. 묵이도 설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서 걸핏하면 겨울집과 바깥 박스 사이 틈새로 들어갔다가 못나오고 울어 연이가 구출해내야 한다. 현재 체구도 가장 작고 얌전한 녀석은 점이다. 눈꼽도 제일 많이 낀 모습이라 걱정했는데 셋이 우당탕탕 뛰놀거나 레슬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또 안심이 된다.  

위 오른쪽 사진에 놓인 동그란 스크래처는 비 맞지 말라고 처마 안쪽으로 놓아두면 녀석들이 계속 밀어내서 늘 지붕 끄트머리에 가 있기 일쑤였다. 떨어질까 조마조마해서 잠자리채로 안으로 당겨놓으면 언제나 또 그 자리... 알루미늄 호일 뭉치는 그냥 작은 것 하나만 스크래처 안에 담아 두번째 집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제일 큰 뭉치가 스크래처 안에 들어 있었다. 공굴리기 하듯 갖고 놀다가 영차 안에 던져 넣은 걸까? 귀여워라. 가끔은 드르륵드르륵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돌멩이를 굴리며 놀고 있다! ㅋㅋ 놀이동산 꾸미듯이 친구가 보내준 장난감들을 놓아주었으나 거의 외면하고 구경만 하는 것 같다. 길냥이들은 자연과 노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지붕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멈춰 있던 스크래처는 결국 어젠 마당으로 떨어뜨렸더라. 얼른 주워다가 다시 집앞에 놓아주었다. 위 사진은 6월 19일에 찍은 점이와 묵이. 묵이 눈과 표정이 가장 초롱초롱 건강해보이고, 점이가 가장 비실비실 아파보였다. 연이한테 내가 혀를 날름날름 시범을 보이며 아깽이들 그루밍 좀 더 해주라고 잔소리를 꽤나 했는데 그게 먹힌 걸까.. 그래도 눈상태가 차츰 나아가는 모습이다. ㅠ.ㅠ 

고양이 애호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어떻게든 아깽이들을 잡아 병원에 데려갈 것인가 고민도 오래 했었는데, 일단 접근도 쉽질 않고 벽틈으로 숨어버리는 아이들을 잡을 방법도 막막한 가운데 연이가 그래도 엄마 노릇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겁쟁이 준집사는 그냥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병원에 데려가거나 사진으로 눈약을 처방받더라도 약을 자주 넣어줘야한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ㅠ.ㅠ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도 없어서 아깽이들 눈에 좋다는 영양제와 유산균 영양제를 구매했다. 유산균은 나도 아직 안 먹어봤는데 ㅋㅋ 암튼 면역력이 높아지면 연이도 아깽이들도 더 건강해지겠지 싶어서 처음엔 물에 타서 줘보다가, 무색무취라더니 물 색깔이 약간 변해서 애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그 뒤론 그냥 사료와 츄르에 섞어준다. 아깽이들의 섭취량까지 미세하게 적용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연이 젖을 통해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

 

좌: 6월 16일 낮잠 가족 줌으로 도촬. 우: 어제 마당에서 주워온 스크래처에 들어가 노는 설이.

어제만 해도 날이 더워서 그간 한낮엔 주로 늘어져서 낮잠을 자다가 아침 일찍과 저녁무렵에 시끄럽게 뛰놀곤 했는데,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니 또 걱정이다. 억수로 쏟아질 땐 처마 밑 상자 안이라도 빗물이 좀 튀길 것 같아 좀 아까 골프 우산을 살짝 씌워놓았다. 연이와 세 아깽이 모두 축축하고 눅눅한 장마철을 건강하게 무사히 잘 넘기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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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연이의 아깽이들 네 마리중 줄무늬 아깽이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220424-220608. 6월5일이 탄생 6주차였으니 46일의 짦은 생이었다. 초반부엔 수유싸움에서도 우세하고 놀이도 활발했는데 어느 틈에 서열에서 밀려난 걸까. 최근들어 체구가 가장 작아져 안쓰러웠고, 외톨이로 혼자 구석에서 졸고 있거나 형제들 다 젖 먹고 난 뒤 혼자 연이 품에 안겨 남은 젖을 빠는 모습이라 원래 얘가 막내였나 궁금해 했는데, 오후에 내다보니 두번째 집 바로 앞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자듯 누워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엔 식빵굽는 자세로 늘 웅크리고 잤던 것 같은데, 옆으로 쓰러져 다리를 뻗고 잠든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연이는 상황을 모르는 듯 지붕 위에서 잠을 자며 세 아깽이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넷이 뭉쳐 잠에 빠져들었다. 줄무늬 아깽이 한마리만 바닥에...

믿고 싶지 않아서 에이 설마, 하며 낮잠 자고 나면 다 같이 일어나 뛰놀기를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 때까지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연이는 창문으로 내다보는 나를 올려다보며 에옹 한번 울더니 다른 아깽이들을 물어서 사료 그릇 앞쪽으로 멀리 데려갔다. 나에게 도움을 청한 걸까. 초보 준집사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여기저기 검색을 해본 뒤에 수건과 상자를 마련해들고 베란다 섀시 문을 넘어갔다. 연이는 이리저리 불안하게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하악질을 몇번 하고는 저만치 멀어져 이내 포기하는 것 같았다.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줄무늬 아깽이 사체는 너무 가볍고 연약해서 조심조심 수건으로 감싸 올리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대체 왜...?

조금 전 뒷마당 아까시 나무 아래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손바닥 만한 흙마당이라도 집뒤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길냥이 가족을 돌보면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건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그간 너무 설레발을 치고 자랑삼아서 뭔가 벌을 받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안좋다. 내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해야지 싶다가도 연이를 중성화수술 시키지 않은 게 후회되면서 또 자책하게 된다. 남은 아깽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고양이 감기라든지 뭔가 병에 걸려서 다른 아이들도 같이 앓으면 어떡하지?

나만 보면 숨어버리는 아깽이들은 무늬와 체구로 구분할 뿐 아직 얼굴도 똑똑하게 보지 못했다. 처음 한달째와 달리 요즘들어 눈꼽이 좀 끼어 있는 것도 같고... 그야말로 멘붕이다. 연이에겐 남은 세 아깽이들 잘 지키고 키우라고 괜한 잔소리를 하며 안쓰러워서 간식을 더 부어주었다. 갑자기 모든 게 두려워졌다. 

가장 최근 사진이 다 줄무늬 아깽이 사진이다. 슬픈 아이러니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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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기존 사료를 잘 안먹고 외면하는 통에 새로운 사료를 주문하고, 또 작년에 마련해준 집이 5식구 살기엔 비좁은 듯하여 새집과 스크래처를 사나르는 걸 보시더니 엄마가 나더러 “아주 상전을 모시는구나!”라고 했다. 음.. 그건 아닌데요… ㅎㅎ 저의 최고 상전님은 뭐니뭐니해도 왕비마마시지요. 설마 울 엄니 고양이까지 질투하시는 건 아닐테고.. ㅋ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파는 사료 공구로 이번에 사들인 사료는 캐츠맘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사료통에 담아줘봤는데 잘 먹는다! 전연령 사료라서 아깽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문을 꼼꼼히 읽어봐도 그건 또 아닌 모양이어서.. 로얄캐닌 수유모냥+아깽이용 사료도 추가로 구입했다.

두가지 사료를 한 접시에 같이 놓아줘 봤더니, ㅎㅎㅎ 연이는 역시 입맛이 고급인듯 입자가 더 곱고 비싼 로얄캐닌을 먼저 싹 다 먹고 그 담에 캐츠맘을 먹더라. 아깽이들을 위해서 더 작은 그릇에 담아 따로 놓아주어봤는데;; 누가 먹은 건지 사료가 줄어드는 게 보이다가 다음날 보니 가벼운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음. 예전에 내가 늦잠자면 연이랑 진이가 야옹야옹 울어대며 빨랑 밥달라고 밥그릇으로 쓰던 본죽 플라스틱통 뒤집어 탕탕 소리내던 거 생각나서 좀 웃었다. 아무래도 넘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은 냥이들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아깽이들도 당연히 물을 먹는데, 물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아 가벼워지면 앞발로 짚었다가 홀딱 엎기도 한다. 사료와 물을 담아주는 곳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집게를 써야하거나 내가 의자 놓고 높은 창문틀을 넘어가야하는 관계로 좀 더 그럴듯한 밥상을 마련하는 건 아직 좀 미적거리고 있다. 집게로 집어올리기 어려운 그릇은 나도 쓰기 힘듬!
아무튼 두 종류 사료를 함께 쏟아준 뒤 수시로 엿보니 아깽이들 중에서도 이미 두어 녀석은 건사료를 아그작아그작 깨물어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확실히 젖과 사료를 둘 다 먹는 느낌;; 명실공히 이유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연이네 집은 다이소에서 사온 이사용 박스+고보협 겨울집 이중구조인데 처마밑 모퉁이에 잘 놓아두었어도 우다다다 간간이 연이가 하늘이와 몸싸움을 벌이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불안하게 자꾸만 위치가 변하길래, 예전 김장김치 누를 때 쓰던 넓적한 돌멩이 2개를 오른쪽 안 구석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날씨 더워지면서 냥이들이 검은색 겨울집과 외부 박스 사이저 비좁은 틈새에 다 모여 자는 모습 발견! 시원한 돌멩이가 좋았던 걸까?

집이 2채다. 22년 6월 1일 투표 후 오른쪽 새집 장만해옴 ^^

아깽이들이 건물과 축대 틈새로 들어가서 자거나 쉬는 것도 알지만 비오는 날엔 아무래도 보송보송한 집안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고, 다섯 마리가 지내기엔 비좁아보여 지방선거 투표날 다이소에 가서 이사용 박스를 하나 더 사왔다. 연이뿐만 아니라 아깽이들도 저 지붕위에 올라가 노는 걸 좋아하고 그 위에서 잠도 자기 때문에 받쳐줄 스트로폼 집이 없는 새 박스는 3면의 접는 부분을 다 잘라냈다. 그래야 애들이 올라가도 쳐지지 않을 듯? 역시나 안쪽엔 위치를 잡아줄 벽돌 1장 넣어놨고 원형 스크래처도 구비했다. 연이도 아깽이들도 물결무늬 스크래처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저게 벌써 2개째임. 사진 위에 잘 보면 은박지 뭉친 것도 있는데 처음엔 호기심 생기는 듯 좀 갖고 놀더니 외면중.

아깽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노는 시간은 오전 8시 전후...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다. 싸구려 플라스틱 지붕을 뛰노는 우다다다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아깽이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거나 연이가 탁탁 쳐주는 꼬리를 잡고 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휘어잡거나 개미 구경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벨로가 물려받았다며 보내준 냥이들 장난감. 공을 굴리며 노는 식인데 무얼 가장 좋아할지 몰라서 우선 제일 만만한 걸 들이밀어 보았다.

호기심이 제일 많은 줄무늬 아깽이

다른 애들은 무서운지 죄다 틈새로 도망치고, 연이마저 슬그머니 비켜 달아난 가운데 요녀석만 슬금슬금 다가와 주시하더니 만지지도 못하고 엄마냥 눈치만 보다가 후퇴. 에효... 이틀인가... 며칠 동안 놓아둔 그 자리에 있더니 문득 오늘 내다봤는데 장난감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닌가! 엥? 사진에 보이는 바닥이 아래층 베란다 지붕이고, 여기가 내가 밥과 물을 놓아주는 위치. 이곳에서 2미터쯤 벗어나야 내 방 창문 바로 아래 놓인 연이네 집인데;;; 연이가 장난감을 이 먼거리로 옮겨 내동댕이 쳤다고?!

마당에 내려가보니 뒷마당 한 구석에 장난감이 떨어져 있었다. ㅎㅎㅎ 아깽이들 뛰노는 마당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라 여긴 걸까? 암튼 뭉쳐준 은박지 3개 중에 2개도 함께 뒷마당 풀숲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장난감은 좋아할지? 며칠 뒤에 다시 슬그머니 다른 종류로 놓아주고 지켜봐야겠다. 어떻게 노는 건지 내가 시범을 보여줘야 애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도 싶은데 워낙 나를 무서워하니 원... (고양이 전문가 지인의 말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호기심 있는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만져보고 스스로 터득한다고 함. 근데 그건 사회성 뛰어난 반려묘 얘기 아닐까? 연이와 아깽이들은 1년이나 밥준 나도 뜨악하게 보는 애들인데;; ㅠ.ㅠ)

하여간 아래는 오늘 찍은 귀한 사진이다. 연이랑 아깽이 지붕에서 잠자는 거 한번 찍어보겠다고 숨죽여서 소리 안나게 창문 열고 찍어봤는데 사진 열어보니 이미 눈치챈 연이가 눈을 살짝 뜬 게 보임. 예민한 녀석. 그러나 내가 얼른 물러나주었더니 그대로 눈감고 계속 오수를 즐겼다. 아깽이가 젖을 먹는데도 낮잠 자는 여유. 내가 다 뿌듯하다. 

22년 6월 6일.

집 2채를 연이와 아깽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내다보았는데, 연이가 집밖에 홀로 앉아 양쪽 집에서 나누어 잠을 자는 아깽이들을 의젓하게 지키는 모습도 보이고, 연이가 원형 스크래처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사진처럼 지붕에서 자기도 한다. 새집은 아무래도 지붕 면적이 너무 좁은 듯? 날개를 괜히 잘랐나 싶기도 한데, 관찰용 시야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ㅋㅋ

암튼 어제로 연이의 아깽이들이 태어난지 만 6주가 지났다. 아깽이들도 사료를 먹으면서 변화가 온 것인지 막내로 추정했던 하양이는 체구가 쑥 자라면서 움직임도 활발해진 반면, 맨 마지막 사진에서 젖을 먹고 있기도 하고 장난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줄무늬 아깽이(과거 젖먹을 때 욕심쟁이였는데)는 엄마 젖만 고수하는 건지 현재 체구가 가장 작아졌다. 눈빛도 가장 흐린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고 1, 2, 3, 4호 구분도 모호해져서 하양이, 점박이, 줄무늬, 까망이.. 이렇게 구분하는 중. 아 빨리 이름을 정해야하는데;; 이제껏 나온 후보작이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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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리였다!

양양연진 2022. 5. 30. 15:52

연이 출산이후 만5주째인 어제 드디어 연이네 온가족을 알현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핏얼핏 수유장면 훔쳐볼 때마다 젖먹이 새끼냥이 3마리 뿐이었는데 ㅠㅠ 연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니! 새삼 또 감격이고 안쓰럽다.

어제 촬영에 성공한 가족 사진 중에서 오후에 한번 더 시도했던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몸처럼 엉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이 눈빛은 여전히 좀 경계하는 듯해서, 얼른 소리 안나게 찍고 창문을 닫았다.

22년 5월 29일 만5주차.

어제 감격하며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바로 이거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이 조금씩 다 흐리지만 이거나마 감지덕지.

22년 5월 29일

창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에 너무 놀라서 헛.. 얼어붙었다가 얼른 눈을 찡긋찡긋 하며 나는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열심히 연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랬더니 마음이 통했는지 연이가 쓱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사진에서 보듯 다들 아빠인 하늘이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흰색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아가냥들이다. 연이는 갈색 무늬가 정말 예쁜데 하나도 안 닮음. 모두 고등어야!

그나마 위 사진 왼쪽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녀석이 흰바탕이 가장 많아 연이를 젤 많이 닮았다. 근데 가장 막내인듯 수유다툼에서 늘 밀려나 맨 마지막에 억지로 파고들거나 형님들 다 먹고난 뒤에 혼자 연이 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궁..

사실 어제 종일 호시탐탐 연이네 가족을 엿보고 있었다. 5주쯤 됐으면 말이지 이제 준집사에 대한 경계도 좀 누그러져야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연이야 연이야 많이 불러주고, 황태포 간식도 넉넉히 주고... 그러느라 사진도 여러장 건졌는데 총 네마리인 줄 몰랐을 때 가장 극성인 두 녀석이 엄마를 독차지하는 모습 포착. 

22년 5월 29일. 점박이 얼룩이와 물결무늬 고등어 이 두 마리가 가장 활동적인듯.
22년 5월 29일.

두마리가 젖을 먹는 저 사진을 찍자마자 연이는 기분이 나쁜지 벌떡 일어나 몸을 피했는데, 연이가 일어나자 점박이 얼룩이는 벽틈으로 몸을 숨겼던 반면 물결무늬 고등어는 끝까지 엄마 젖을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집안으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갔다. 덩치도 제일 큰 것 같음.

22년 5월 29일

얼결에 난사하며 대충 건진 사진이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아야 나중에 찾아보며 구분하기 쉬울 것 같아서 모두 저장해놓으련다. 위 왼쪽 사진에서 드러누워 얼굴만 보이는 아가냥이 가장 하얀색바탕이 많은 막내(추정) 꼬물이다.몸집도 가장 작고 걸음걸이도 가장 위태위태. 위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아이가 아마도 내가 처음 독사진 찍은 1호가 아닐까? 등부분이 거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음. 아직 얼굴 구분도 못하겠고 네 마리나 되니 헷갈려 죽겠다! ㅎㅎ

4마리를 언제나 제대로 다 구분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네 마리 이름을 뭘로 짓나 고민중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매란국죽. ㅋ 그러나 넘 구리다! 연이처럼 외자 이름으로 하려니 동서남북, 청백단흑, 조율이시, 이딴 거나 생각나고 말이지... 예쁜 이름 추천 바랍니다! ㅋㅋ (그러나 이제 이 블로그엔 오는 이가 별로 없고;;) 외자로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봄여름가을겨울이 떠올랐다. 암튼 1호부터 4호까지 엄마냥 연이 속썩이지 말고 젖 먹으며 싸우지도 말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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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며칠 동안 어디론가 감추어 보이지 않았던 새끼냥들은 비가 오던 날을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
비오는 날 홀로 옛집 지붕에 앉아 연이가 왼쪽 축대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니만 그 밤에 다시 집이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새끼냥들을 이주 시킨 것 같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내방 창밖에서 희미하게 꼬물꼬물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그간 황송하게도 새끼냥들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껏 3마리까지 발견됐다. 총 3마리를 낳은 게 맞을까?
겨울집 바로 밖에서 연이 품에 안겨 3마리가 동시에 젖을 먹고 있는 장면을 딱 한번 목격했는데 (무척 섭섭하게도) 여전히 나를 엄청 경계하는 연이는 훔쳐보는 시선을 눈치채자 마자 벌떡 일어나버렸고, 새끼냥들은 포르르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해서 도무지 새끼냥들의 사진을 찍어 자랑할 새가 없었는데...정확히 태어난지 4주차 되던 지난 일요일! 집밖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던 새끼냥 한마리를 포착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

왼쪽이 연이가 낳은 새끼냥. 오른쪽은 작년 이맘때 엄마냥 양양이와 진이. 이젠 둘 다 없다. ㅠ.ㅠ

 

그러고는 또 며칠이 지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연이네 겨울집은 압착스티로폼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고 그마저도 또 내가 놓아둔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들어 있는데다 바닥엔 담요가 깔려 있다. 침입자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도록 겨울집 입구를 내방 창문쪽 벽을 향하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에 바람도 잘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 새끼냥들이 넘 더운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역시나 영리한 연이는 새끼냥들을 옛날 자기가 살던 공간으로 옮겨놓았더라! 거기가 어디냐면 위 오른쪽 옛 사진에 보이는 축대와 아래층 배란다 지붕 틈새다. 작년 가을이었나 이사용 수납박스를 사다가 집을 만들어주기 이전, 양양연진 가족은 저 지붕 틈새에서 살며 비를 피하고 잠도 자다가 내가 사료를 놓아주면 슬그머니 나와서 먹곤 했었다. 물론 처음엔 나를 겁내느라 베란다 창문만 열어도 연이와 진이는 틈새로 쏙 모습을 감추었다. 그 당시에도 저 틈새는 내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주 내내 사료를 주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연이는 바로 섀시 문앞에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노려보았고, 얼핏 담벼락 틈새로 숨어드는 새끼냥들의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설치류에 질색하는 걸 알고 창문을 못 열게 하려는 시도인지, 아니면 혹시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나중에 갖고 놀 장난감인지 도무지 판단은 어렵지만 원래 살던 집 옆에 놓어준 저 스크래처 위에 메마른 생쥐 한 마리를 놓아두었다. .ㅠ그리고 또 하나. 사냥을 다니는 건지 어쩐지, 연이는 또 건사료를 통 먹지 않는 까탈스러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내내 임신 중에도 잘만 먹던 프로베스트캣 초록색 사료를 어느틈엔가 잘 안먹더니 이제는 입도 안대고, 내가 만들어준 특식이나 츄르, 습식 사료만 홀라당 먹고 남기는 게 아닌가! 출산 후에 입맛이 달라졌나? 아니면 특식만 먹으면서 입이 고급이 되었나?닭가슴살이나 고기를 삶아주어도 첫날은 잘 먹고, 그 다음날 냉장고에 넣어뒀던 걸 또 주면 안 먹는 행태를 보이기는 했었다. 너무 차가운 게 싫었던 것인지도... 암튼 건사료를 통 안먹으니 습식사료 파우치를 사다가 줘봤는데, 그 중 제일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고등어+연어 맛을 또 며칠 전부터는 잘 안먹는다! 아이고... 있던 사료는 하늘이를 비롯한 동네냥들에게 주기로 하고 연이를 위해선 고양이보호협회에서 파는 캐츠맘 사료를 공구했다. (아직 도착 안함)아무튼... 또 한동안 연이네 겨울집은 또 다시 버려진 것처럼 보였었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날씨가 또 다시 서늘해졌다! 밤에는 10도 안팎으로, 나로서도 꽤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 며칠 전엔 또 소나기도 내렸다. 그러자 부지런한 연이가 후다닥 후다닥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내방 창밖에서 들려왔고, 새끼들을 다시 따뜻한 겨울집 안으로 옮기려나보다 추측했다.

다시 오늘. 아침 7시 조금 넘었을까. 밖에서 연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니, 고양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소리로 소통하지 않는다던데. 야오야옹 울음소리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내는 거라던데. 나를 부르나? 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연이가 나 한번 쳐다보고 집안 한 번 쳐다보고 계속 울어댔다. 어쩌란 거니? 스크래처 위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생쥐 사체 때문에 제대로 쳐다도 못보겠구만.. .ㅠ 암튼 왜 그러냐, 연이야, 나더러 출동하라는 거냐 암만 물어봐도 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양이 번역기 진짜 시급함. 그러더니 안되겠는지 연이가 자기네 집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안에서 새끼냥 한마리를 물고 나왔다. 설마 죽은 건가! 식겁했는데 그게 아니고 푹 잠들어 있었던 듯 새끼냥 한 마리는 연이한테 물려 이동하다가 몸부림을 치며 앙탈했다. ㅋㅋ 아하... 다들 담벼락 틈새로 이동시켜야하는데 잠꾸러니 새끼냥 한 마리가 말을 안 들으니 위험하다고 독촉하느라 울어댄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이쯤해서 피해줘야 할 것 같아 창문을 닫고 후퇴했다.밤에 잠을 잘 땐, 집사도 조용하고 창문도 깜깜하고 안전하다 싶으니 예전대로 겨울집을 이용하고, 낮에는 혹시라도 내가 접근해서 새끼냥들을 훔쳐갈까봐 1년전에 살던 담벼락 틈새로 새끼들을 옮겨놓는 모양이라고 짐작된다. 마침 거기는 바로 사료 놓아주는 밥자리 앞이다. 겨울집이 놓인 곳과는 거리상으로 한 2미터쯤? 연이가 정말 모성애 강한 똑똑한 엄마구나 싶다가도, 아니 1년째 밥 챙겨주고 집 장만해주고 낚싯줄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던 나를 이토록 심하게 경계하는 건 또 너무 섭섭하고 얄밉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집사를 못 믿니! ㅋ하여간 오늘 점심때 또 야옹야옹 에옹에옹 꼬물꼬물 소란이 일어서 미리부터 휴대폰을 준비해 들고 베란다 섀시문을 열었다. 희미한 소리로 미야미야 울던 건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새끼냥 한 마리였다.

아직 구분 못하겠으나 편의상 1호라고 부르자.

미야미야 울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ㅎㅎㅎ 아가야, 엄마는 어디 가고 왜 울어? 하고 물으니 틈새로 쏙 사라짐.
그럼 연이는 어디서 우는 건가 살펴보니 겨울집 쪽에서 또 다른 새끼냥을 물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물어다 옮기던 바로 그 잠꾸러기 같았다. 아니 엄마가 틈새로 옮겨놨는데 그새 또 집안으로 도망친 건가? ㅋㅋㅋ

요 녀석은 검정과 갈색무늬보다 흰털 부분이 많아서 연이를 가장 많이 닮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이는 말썽쟁이 새끼냥 녀석을 틈새로 쓱 밀어넣고는 나를 쳐다보며 에옹에옹 울어댔다. 어쩌라는 걸까. 비키라고? 가버리라고? 녜녜, 섀시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사료는 얼마나 먹었나 확인하니 습식사료도 1/3만 먹은듯. 에효...
최대한 안전하게 새끼들을 지키려는 연이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고 놀랍다. 가끔이라도 새끼냥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기쁜 일인데 사진에 보이는 새끼냥 1호의 눈꼽이 건강한지 어쩐지 걱정도 되고 사료를 잘 안 먹어서 홀쭉해진 연이의 건강 상태도 염려스럽다. 출산 이전까지만 해도 연이 사진을 보여주면 털도 반지르르 하고 귓속도 깨끗하고 전문가 눈에도 퍽이나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었는데 흠...
집냥이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고 길냥이로 최대한 잘 돌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느 범위까지일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 연이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수유 끝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옳을텐데 그럼 새끼들은? 포획은 어떻게? ㅠ.ㅠ 일단 네 식구(추정) 쑥쑥 잘 자라고 건강하길 빌 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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